패러디 동화는 기발한 상상력이 뒷받침된 재미, 현대적 감각에 맞춘 변용, 창의성 고양과 읽기, 쓰기 능력의 개발 같은 교육적 효과까지 어우러져 중요한 문화콘텐츠 장르로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서는 대중적 기호와 작품성이 검증된 『seriously SILLY colour』 시리즈와 『seriously SILLY stories』 시리즈, 그리고 『The Willoughbys』를 대상으로 패러디 텍스트와 원텍스트 사이의 원용과 변형의 실상을 중심으로 상호텍스트성의 관점에서 패러디 동화의 서사전략을 살펴 보았다. 1) 『seriously SILLY colour』 시리즈는 패러디 특유의 기발한 발상이나 서사적 완결성, 그리고 교훈적․사회문화적․철학적 함의의 중요성에서 성과를 보이고 있다. 패러디 텍스트가 원텍스트를 원용하는 주안점은, ⅰ) 부모로부터 분리된다는 유년의 공포감은 죽음의 공포와 맞닿아 있고, 특히 버려지는 계기가 아동의 태생적 조건이나 악인의 음험한 계략 등처럼 불가항력적이고 예측불가능한 것으로 설정된 ‘매력적 화소, 분리불안’ ⅱ) 결핍이 보상되고, 소원이 성취되는 행복한 결말이 현실성보다는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면모가 강하고, 우연한 행운으로서의 선물이거나 선택받은 자로서의 축복에 기인한 것으로 설정된 ‘선물과 축복’이다. 반면에 변형의 주안점은 ⅰ) 아동들에게 친근한 동물 및 사물로의 치환, 아동들의 익숙한 활동과 문화, 현대사회의 풍물, 대중문화(스포츠, 음악 등)의 대두, 개성과 인권, 그리고 자기주도적 삶을 중시하는 민주적 인물로의 변신 등으로 나타나는 ‘현대적 문화와 정서’, ⅱ) 추리물 서사구조의 차용, 갈등의 치열함이나 인물구도의 다양성 강화 등과 같은 ‘서사의 극적 전개’ ⅲ) 반전적 fun, 위트형 fun 등의 빈번한 구사 같은 ‘fun의 세계’의 구축 등이다. 2) 『seriously SILLY stories』 시리즈는 복잡한 사건전개와 정서의 격정성, 열린 사고의 확산 등에서 신선하고 깊이 있는 동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패러디 텍스트가 원텍스트를 원용하는 주안점은, ⅰ) 용기와 진실성이 아동의 천성적 자질처럼 그려지고, 용서의 과정에서조차 시혜적 태도를 보이는 ‘아동의 긍정적 인물상’, ⅱ) 현실 혹은 세상은 가변적 속성이 있으며,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완벽하게 변신할 수 있다는 인식이 강조되는 ‘마술적 세계상’, ⅲ) 낯설고 위협적인 미지의 공간으로 던져지며, 유일하고 헌신적인 방어막이 되어줄 생부와 생모의 자리는 부재하는 반면에, 스스로는 힘과 지 그리고 경험이 없다는 공포의 정서로 표출되는 ‘유년의 공포’, ⅳ) 금기가 지켜져야 한다는 강박성, 정해진 시간과 공간 속에 머물러야 하고, 낯선 인물들의 위협성과 연계된 ‘금기와 교훈’, ⅴ) 힘과 지 그리고 권력이 체현된 최고의 우월적 존재가 나의 소망의 성취에 결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믿음이 강조된 ‘소망적 사고의 성취’ 등이다. 반면에 변형의 주안점은, ⅰ) 차별화된 개성과 인격성의 강조, 전략적인 대응과 격정적 정서의 표출, 사건의 역동적이고 긴박감 넘치는 전개에 힘입은 ‘서사의 극적 전개’, ⅱ) 환경보호 같은 시의성 있는 주제, 스포츠, 음악 같은 대중문화의 부각 등과 같은 ‘현대적 정서’, ⅲ) 인권의 신장, 다양한 가치의 인정, 소수자에 대한 배려, 자연의 소중함에 대한 인식, 동물의 생명적 가치 존중 등과 연계된 ‘열린 사고의 가능성’, ⅳ) 여성 주인공의 경우는 원텍스트들에 비해 인권이 신장된 현실과 캐릭터의 개성적 면모의 부각 등의 인격성의 강조, 세계에 대한 각성과 지적, 도덕적, 정신적 성장을 강조하는 ‘성장소설적 면모’, ⅴ) 정적인 정서의 표출과 적나라한 본능적 욕구의 분출, 복잡하게 얽혀든 현대사회의 문제 특히 가정 문제의 다양한 노출, 상대적으로 조숙해진 아동의 경험과 시각, 세상에 대한 실리적 이해와 관련된 ‘격정적 정서, 아동의 조숙성’ 등이다. 3) 『The Willoughbys』는 직접적으로 동화의 문면에 스스로 패러디 된 기존의 동화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며, 그 원전 동화의 세계가 인물들의 의식과 행동을 지배하고 있고, 심지어는 동화의 서사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있어, 패러디에서 드러나는 ‘상호텍스트성’이나 ‘메타픽션’ 등의 특질이 노골적으로 언급된다. ⅰ) 『The Willoughbys』에는 이 동화의 가장 큰 미덕인 발칙한 상상력의 융기의 핵심에 부모와 자녀의 적대적인 일탈적 관계가 자리 잡고 있는데, 이 때문에 『The Willoughbys』에서는 흔히 고아들에게서 보이는 ‘슬픈 조숙성’조차도 ‘명랑하고 영악한 조숙성’으로 나타난다. ⅱ)『The Willoughbys』는 고아가 시련을 극복하고 행복을 찾는다는 고아 이야기의 전형이다. 『The Willoughbys』에는 고아 이야기의 전형적 인물형인 ‘부모로부터 버림받거나 부모가 죽은 고아’, ‘범상치 않은 풍모의 보모’, ‘명망가로서로서 능력 있는 후견인’, ‘상속의 권리가 있지만 실종된 아들’, ‘바구니에 담겨져 버려진 갓난 아이’ 등이 모두 등장한다. ‘부모로부터 버림받거나 부모가 죽은 고아’의 경우는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삶을 헤쳐 나가는 능동적인 발랄함이 보이는데, 이 점은 4남매가 자신들의 실리를 앞세우고, 자신들을 버린 부모에 대해 단순한 적개심을 넘어 세상사를 전략적인 태도로 대하는 능숙함 등의 특징을 보인다. ‘범상치 않은 풍모의 보모’의 경우는, 스스로를 ‘유능하고 전문적인’ 보모상으로 정립하는데, 구체적으로 현실과 세속적 질서에 대한 개방적 태도, 엄격한 훈육 자세, 처세에 있어서의 실리적 태도, 아이들의 행복을 지켜야 한다는 본분에 대한 철저한 책임의식을 보인다. ‘명망가로서로서 능력 있는 후견인’의 경우는 자신의 과오나 결함에 대해 철저히 반성하고, 스스로의 각성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열어나가는 후견인상을 보이는데, 바로 그 점이 『The Willoughbys』의 후견인이 보여준 특징적 면모라 하겠다. 『The Willoughbys』의 패러디는 실리적 사고, 자기중심적 사고, 도덕적 엄숙주의로부터의 해방 등이 강조되고, 그 파격성에서 비윤리적, 일탈적 면모로 까지 나타날 경우가 있다. 부모와 자식의 관계에까지 스며든 공격적 태도, 세속적 욕망의 거침없는 발현, 비속어나 비윤리적 행동으로 압축되는 본능적 차원의 몸가짐 등이 그것들이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가 주목하여야 할 점은 『The Willoughbys』가 여전히 아동에 대한 교육적 고려를 무시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상속의 권리가 있지만 실종된 아들’이나 ‘바구니에 담겨져 버려진 갓난 아이’처럼 그 불행한 전락이 극적으로 두드러진 경우는, 그들의 불행에 대한 집중적 묘사가 상당히 누그러져 있고, 동시에 그들의 소중함과 행복은 과장적으로 강조되어 그려진다. 작자의 소망적 사고가 반영된 결과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