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주의「자화상」은 그의 초기작임에도 불구하고 직설적이며 도발적인 서술 기법이라든가 시어의 상징적 처리 등이 수준 높은 작품임을 느끼게 하며, 해석상에 있어서도 학계에 많은 논란을 가져온 시이다. 그러나 정본이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고, 여러 학자들이 이 시가 시인의 전기적 사실에 의거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철저히 역사 전기적 방법에 의한 접근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특히 해석이 확정되지 않은 부분은 이 방법을 통해 객관적인 논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연구 방법이 절실히 요구되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연구자는 본고에서 판본 비교를 통한 정본을 제시하면서, 이 방법을 원용하여 학계에 논란이 되어 온 부분들에 대한 해석의 정립을 시도하였다. 「자화상」의 중요한 판본은 ①『시건설』(1939), ②『화사집』(남만서고, 1941), ③『서정주문학전집1』(일지사, 1972), ④『미당서정주시전집』(민음사, 1983), ⑤『미당시전집1』(민음사, 1994), ⑥『화사집』(문학동네, 2001)에 수록된 시가 된다. 이 가운데 ①에 실린 시는 가장 처음 발표된 것이기는 하지만 1, 2연이 산문체로 되어 있고, 의도적으로 맞춤법에 맞는 표기를 한 점으로 미루어 원본이 되지 못한다. 따라서 ②에 실린 시를 원본으로 봐야 한다. ④, ⑤, ⑥은 이 원본의 표기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④와 ⑤는「자화상」전체를 2연으로 처리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 또한 띄어쓰기도 세 군데가 ②와 틀리며, 특히 ‘서껴’를 ‘서꺼’로 표기하고 있다. 그에 비해 ⑥은 ‘서있을뿐이었다’를 ‘서 있을뿐이었다’라고 한 것을 제외하고는『화사집』초간본과 일치한다. ③은 맞춤법 규정에 따라 현대어로 표기를 하여 정본에 가깝지만, 방언과 고어를 모두 현대어로 바꾸어 시의 맛을 살리지 못했기에 이상적인 정본이 되지 못한다. 또 ③ 역시 ④, ⑤와 마찬가지로 시 전체를 2연으로 처리했기 때문에 이것이 수정되어야 한다. 이 모든 사항을 참작하여 연구자 나름의 정본을 제시해 보았다. 시 해석에서 주로 다룬 것은 학설이 정리되지 못하고 논란이 되고 있는 부분이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는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온 분인가, ‘대추꽃’은 이 시에서 어떤 대상으로 등장했는가, ‘달을 두고’를 어떻게 해석해야 하며 임신한 아이는 누구인가, 외할아버지의 실종이 왜 ‘甲午年’이 맞는가, 그리고 이 시의 해석상 가장 난해한 부분인 ‘이마 위에 얹힌 詩의 이슬에는 /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의 바람직한 해석은 무엇인가 등이다. 이 부분들에 대해서는 역사 전기적 방법을 원용하여 객관적 설득력이 있는 논거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미당 자신의 술회나 동생 서정태 옹의 증언, 부친 서광한의 제적등본에 의거함 등은 그 일환이다. 본고를 통해「자화상」텍스트의 실체가 좀 더 명백히 밝혀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