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의 여러 분야에서 논의되고 있는 탈인간주의는 인간과 기계의 융합 경향 속에서 근대 인간관의 핵심인 '자율적 주체'의 운명을 문제 삼고 있다. 심리학은 19세기에 독립된 학문으로 성립된 이래로 인간을 자율적 존재로 보는 인문학적 접근과 인간을 결정된 존재로 보는 자연과학적 접근이 늘 병존해 왔다는 의미에서 이미 '탈인간의 심리학'이었다. 필자는 '자율적 주체'라는 관념이 우리가 목표지향적 행위자로서 살아가는 일상생활의 조직원리로서, 그리고 인간에 대한 인과적 지식에 의미를 부여하는 기본 개념틀로서 여전히 유효하다고 주장하였다. 그리고 문화와 문화교육은 과학기술이 인간의 목적합리성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성찰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자비에 돌란의 모성과 성적(性的) 정체성에 천착하는 작품들의 영화적 시도와 실험은 어렵거나 낯설지만은 않다. 기존 영화의 양식과 형식을 해체하거나 파괴하기보다는 우리가 기억 하는 친숙한 영화나 시, 패션, 음악, 미술 등의 상호텍스트성 기법인 패스티시와 자기반영성을 통해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작품에서 거듭 반복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들이라 할 수 있는 탈(脫) 장르, 탈 주체,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 과거에 대한 향수의 재현으로 말을 건넨다. 본 연구에서는 일종의 유행처럼 지나갔다고 여겨진 포스트모더니즘의 현재를 재인식하고자 하고 자비에 돌란의 영화의 포스트 모더니즘적 특징과 반복적으로 사용된 모티프를 분석하고자 한다. 또한, 그의 작품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소수자들에 대한 감독의 관심과 알레고리적 분석을 시도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근대 국민국가와 자본주의 체제가 수립된 이후 급속하게 진행된 로컬 경관의 변화를 새롭게 해석하기 위한 틀을 만들기 위한 시론적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틀의 토대가 될 주요 개념은 권력(power), 주체성(subjectivity), 수행성(performativity)이며, 향후 이 개념들을 보다 치밀하게 결합된 해석의 틀로 발전시킨 뒤 다양하며 역동적으로 변화한 (탈)중심화 경관의 구체적 현상을 연구하는 데 응용될 것이다. 국민국가 하에서 국가권력은 통치, 국민적 정체성, 중앙집중적 경제발전 등을 실행하기 위해 상이한 로컬의 문화 역사와 다양한 주체들의 가치를 파괴하거나 주변화 시킨다. 이는 경관을 매개로 작동하며, 경관에 나타난다. 그리고 역사의 흐름 속에서 국가 권력에 의해 형성된 경관은 로컬에서 갈등의 동인으로 작동하기도 한다. 경관은 다양한 주체들에 의해 만들어지며, 역으로 생성된 경관은 사람들의 정서, 인식, 행동에 능동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경관과 주체성의 역동적 관계를 근대 이념, 국민국가, 자본주의 체제는 이성/합리성, 전체성/집단성, 이성과 감성의 분리 등에 의해 위장하거나 배제 혹은 주변화시켰다. 그리고 경관과 주체성의 관계에 관한 논의는 주체들의 저항성과 창의성에 무게를 둔다. 마지막으로 경관은 선험적으로 혹은 객관적으로 표현되는 개념 혹은 주체의 감성과 인지와 분리될 수 있는 물체(혹은 객체)가 아니라 상이한 주체들과의 수행적 관계 속에서 해석되어야 한다. 수행성은 경관의 물질성, 권력, 주체성을 결합시킬 뿐만 아니라 경관 자체의 능동적 역할을 이해하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 글은 근대에 의한 현대 체제 일반과 그를 극복하려는 탈근대 담론 안에서 왜 로컬 혹은 로컬리티가 필연적으로 인간 삶의 존재론적 '사이'의 문제로 제기될 수밖에 없는지를 철학적으로 조명하려는 시도를 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근대와 탈근대의 논의 과정에서 제기된 수많은 문제들 중 인간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제기하면서 동시에 인간 삶의 질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2). 또한 이 과정에서 로컬 혹은 로컬리티는 인간 삶의 질과 어떤 연관성을 맺고 있는지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로컬 안에서만 비로소 인간은 다양한 질감의 흔적과 주름들이 뒤엉켜 시간과 장소를 의미화시켜 나가는 주체가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주체들은 상호주관적 관계망을 통해 사회를 이루고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3). 이럴 때 로컬 혹은 로컬리티는 참된 인간적 사회적 삶이 가능한 장소, 즉 존재론적 '사이'로서 로컬리티 인문학의 가능성으로 드러나게 될 것이다(4).
한국의 혁신체제는 모방학습 기제에 기초한 추격형 혁신체제에서 벗어나 스스로 개념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탈추격형 혁신체제로의 전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탈추격' 연구는 한국 혁신체제 내에서 발흥하는 새로운 형태의 혁신활동과 혁신주체간 관계를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틀의 필요성에 부응하려는 노력으로 이해할 수 있다. 탈추격 혁신활동은 후발산업국가의 기술능력 축적에 따라 추격대상이 존재하지 않고 스스로 혁신경로를 개척하는 혁신활동이며, 기술역량의 축적 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는 다른 조직 및 제도적 배열, 사회적 규칙의 형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런 의미에서 탈추격 연구는 제도론, 진화이론, 발전론의 이론적 전통과 맥락을 함께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본 논문은 이러한 문제의식에 근거하여 후발산업국인 한국에서의 탈추격 혁신활동을 포괄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틀의 정립과 향후 연구 과제를 도출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내외적 과학기술환경 변화와 혁신주체의 역량 증진에 따라 선진기술의 도입과 모방으로부터 벗어나 탈추격형 혁신활동 및 시스템 정착이 필요한 전환기에 처해 있다. 특히 공공연구부문은 민간부문으로 부터의 원천기술지식 공급에 대한 수요압박에 직면해 있어, 지금까지와는 새로운 형태의 목표설정, 일의 조직 방식, 사업화 궤적의 형성 동 다양한 변화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밀집한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사례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공공연구 부문 탈추격형 혁신활동 특성을 분석하고 현재 '추격형' 시스템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탈중앙형 SSI(Self Sovereign Identity)가 새로운 디지털 신원 식별 기술의 대안으로 등장하였으나 이는 데이터 거래의 고유 알고리즘 특성으로 인해 효율적인 비식별화 기법이 제안되지 않았다. 본 논문에서는 SSI의 탈중앙형 동작을 보장하기 위해 ZKP(Zero Knowledge Proof)의 검증 결과를 검증인 측에서 외부에 제공 가능한 형태로 재구성함으로써 식별자를 제거하지 않는 비식별 기술을 제안한다. 또한, 이는 검증 참여 각 개체에 대한 차등 주권 관리 개념을 제안하는 것으로 재구성된 비식별 데이터를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제공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제안 모델은 탈중앙형 SSI 환경에서 국내 개인정보보호법을 만족하고, 안전하며 효율적인 비식별 처리 및 주권 관리를 제공한다.
본 연구는 서계 박세당의 "사변록"에 나타난 "중용"을 이해하고 그의 학문 평가에 대해 새로운 해석을 해보려는 시도이다. 기존의 학계에서는 서계의 학문 성격을 반주자학, 탈정주학, 탈성리학, 실학 등으로 구명하였다. 서계의 "중용" 이해는 분명히 주자의 "중용장구"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다. 하지만 그것은 반주자학, 탈정주학, 탈성리학, 실학이라기보다는 경(經)을 이해하고 독해하는 서계의 학문적 독특성 때문이다. 특히, 육경(六經)을 중심으로 실천적 학문을 펼치려는 철학적 방법의 창의적 돌출로 볼 수 있다. 서계는 중용이 지닌 뜻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정자와 주자가 중용의 해석하면서 드러내는 사유의 불일치를 지적하며, 나름대로 유학의 본래 사유에 부합하는 근원적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였다. 그것은 사물과 행위에서 그명칭과 본분, 역할과 기능을 일치하려는 노력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서계에게서 중용은 본성을 따르는데 힘쓰는 것으로 인식되고, 내 마음의 밝은 것을 따라 실천하는 사람의 길로 정돈된다. 이는 객관적으로 사람과 사물의 원리를 설명하는 주자의 사유와는 다른 측면으로, 인간 주체로서의 삶에 역동성을 부여하면서 실천의 기초로서 강력한 실제성과 현실성을 지닌다. 따라서 중용의 실천양식은 실제적인 효를 무게중심에 두고 전개되고, 사람이 그것을 어떻게 실천하느냐에 따라 천도(天道)에도 이룰 수 있다는 인간 주체의 발현으로 나타난다. 요약하면 서계는 중용을 관념적이고 이론적이며 형이상학적 차원으로 인식하기보다는 실제적이고 실천적이며 형이하학적 차원에서 규명하였다. 이는 인간을 중심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사람의 길을 고심한 사유의 실천으로 유학의 본질을 탐구한 학문 정신의 전개이다.
사회 각 부문의 이분법적인 분화가 근대성의 특징이었다면, 탈근대성 혹은 포스트모더니즘에서는 경계가 소멸되고 다양화되는 탈분화가 진행된다. 최근의 박물관들은 단순히 유물을 보관하는 근대적 공간에서 벗어나 여러 가지 사회문화적 요구를 수용하는 기능적 공간으로 탈근대화 되고 있다. 근대적 공간으로 탄생한 한국의 박물관이 문화 경관으로서 탈근대화 되는 양상을 알기 위해서는 역사적 형성 과정을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이에 본 연구는 한국 박물관의 역사적 변천에서 나타나는 근대성과 탈근대성을 분화와 탈분화의 관점에서 살펴보았다. 이를 위해서 설립 주체의 유형별 변화를 토대로 한국 박물관의 역사적 변천과정을 근대적 박물관의 설립기(1945$\sim$1974), 탈근대적 박물관의 설립기(1975$\sim$1989), 탈근대적 박물관의 확산기(1990$\sim$2003)의 세 시기로 구분하여 분화와 탈분화의 양상을 살펴보았다.
본 논문은 성 통합적 관점에서 가족정책의 재구조화에 대한 논의를 전개함으로써 몇 가지 주목할 만한 결론에 도달했다. 첫째는 가족정책의 관점이 노동하는 주체의 관점에 섰을 때 일과 가족 양립의 문제가 특정한 성의 문제가 아닌 보편적 시민의 문제가 된다는 점이다. 즉 허구적 믿음에 근거한 공 사적영역의 분리를(성별구분 없이) 노동하는 주체의 관점에서 통합시킬 때 공적가치인 정의의 문제와 사적가치인 보살핌의 대립이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는 노동주체로서 남성과 여성의 통합성과 현실적 문제로써 여성과 남성의 차이에 근거한 '이해'의 상이함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가족정책의 틀은 가족 구성원이 노동하는 장소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는 가족정책의 틀에 따라 가족정책을 가족영역과 시장영역으로 나누었을 때 가족정책의 내용은 가족구성원이 노동권과 가족권을 실현하는데 장애가 되는 요인들을 완화 제거하는 정책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족정책의 방향은 여성과 남성이 생계부양과 보살핌의 책무를 함께 나누게 하는 것이다. 이는 노동하는 주체의 관점에서 허구적인 공 사적영역의 분리를 통합시켜 내는 것으로, 궁극적인 가족정책의 지향점이라고 할 수 있는 보편적 일과 가족 양립을 실현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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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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