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요약/키워드: Cultural Meaning

검색결과 1,197건 처리시간 0.029초

동시성을 통한 『주역』의 임상철학적 해석가능성 (Possibility of Clinical Philosophical Interpretation of Juyeok through Synchronicity)

  • 석영진
    • 철학연구
    • /
    • 제131권
    • /
    • pp.223-244
    • /
    • 2014
  • 이 논문에서 필자는 "주역"을 점서가 아니라 철학적 수양서로서 해석한다. 본래 "주역"은 점을 치기 위해 만들어진 점서였지만, 그 외에 인문학의 담론을 생산하는 풍부한 원천이었다. 왜냐하면 독특한 언어적 상징체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주역"의 괘효(卦爻) 체계는 수많은 상징적 기능을 가졌는데 그것은 철학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새롭게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너무나 많다. 그래서 "주역"은 어떤 내용이나 사건에도 대입이 가능하고 그럼으로써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인생의 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다. 더욱이 "주역"의 독특한 특성은 그것을 읽고 해석하는 사람의 적극적 개입에서 매우 잘 드러난다. 바로 칼 구스타프 융이 이러한 적극적 개입을 통해 "주역"을 해석해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이다. 그는 리하르트 빌헬름이 번역한 "주역"의 서문에서 '동시성(同時性)'을 적용한 "주역"해석의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주역"은 미래를 예측하거나 정해진 운명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하거나 스스로 문제의 해답을 찾아내는 자료(自療)이다. 그것은 단순히 점친 결과물이 아니라 점치는 행위를 통해서 질문자 스스로 괘효 사(卦爻 辭)에 대한 해석을 하도록 한다. 그는 주어진 괘효 사(卦爻 辭)에서 자신의 문제의 해답을 스스로 찾아내는 일에 '동시성(同時性)'을 적용하고 있다. 동시성(同時性)이란, "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 현상을 설명하는 무인과적(無因果的) 연관의 원리"이다. 즉, 동시성(同時性)이란 인과율에서 뜻하는 우연성과는 달리 '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를 뜻한다. 그는 동시성(同時性)을 통해서, 괘상(卦象)에서 도출된 점괘는 점치는 인간 혹은 점의 결과를 받는 인간이 가진 일정한 상황 하에서 무의식의 심리 상태가 밖에 투영된 것이라는 이론을 제시한다. 이러한 융의 해석은 상징적 언어를 사용하는 "주역"의 의미전달 방식이 직접적이지 않고 간접적이기 때문이다. "주역"의 상징적 언어체계의 목적은 객관적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독자 자신의 자기 변화에 있다. 바로 이런 점이 임상철학적으로 적용될 수 있다. 일상에서 삶의 고민과 고통들에 처한 사람들은 "주역"에서 어떤 괘효사(卦爻 辭)를 고르든 그것에서 자신에게 의미 있고 유익한 조언을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본래 자신의 내면 속에 잠재되어 있던 것인데, "주역"의 괘효상(卦爻 象)이나 괘효사(卦爻 辭)를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일 뿐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주역"으로부터 괘효(卦爻)의 상(象)이나 사(辭)가 담고 있는 의미를 자신의 상황 속에서 연결시켜 자신에게 필요한 조언 혹은 충고를 스스로 읽어 내어 자기화하면서 자신을 변화시키고 치유하는 하는 힘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바로 이점을 "주역"이 가지고 있는 중요한 역할 중의 하나라고 평가할 수 있겠다.

포스트휴먼 시대의 젠더정치와 괴물-비체의 재현방식 - 김언희와 한강의 작품을 중심으로 - (Gender politics and the monster-abject representation method of the posthuman age. - Focused on works by Kim Eon-hee and Han-Kang -)

  • 백지연
    • 비교문화연구
    • /
    • 제50권
    • /
    • pp.77-101
    • /
    • 2018
  • 최근 문학작품에 나타나는 괴물의 형상화는 '포스트휴먼' 시대의 인간 존재에 대한 비판적 상상력을 담고 있다. 특히 젠더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괴물-비체의 문학적 재현은 근대적인 폭력과 억압적인 가부장 세계에 대한 여성 주체의 비판을 담고 있다. 본고는 김언희의 시와 한강의 소설을 중심으로 '비체'와 '괴물'의 문학적 재현이 지닌 젠더적인 상상력에 주목하고자 한다. 두 작가의 작품은 괴물-비체의 상상력을 통해 혐오와 숭고, 경이로움과 기형성을 넘나드는 실천적인 젠더 전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김언희의 시가 보여주는 괴물-비체의 전략은 미러링의 서술화법과 절단된 신체의 상상력으로 요약될 수 있다. 남성 화자를 흉내내는 미러링의 발화법은 최근 여성혐오의 문제와 관련하여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김언희의 시에서 미러링의 화법을 통한 '남성 되기' '남성 흉내내기'는 육체를 해체하는 절단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이와 같이 혐오와 기괴함을 끌어내는 비체의 서술 전략은 가부장적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담고 있다. 한강 소설이 보여주는 괴물-비체의 전략은 식물되기와 채식-거식의 과정을 통해 구체화된다. 한강 소설에서 억압되었던 비체의 세계는 신체의 상징을 통해 몸의 감각으로 귀환한다. 여성의 신체로 표현되는 병리적 증상을 통해 억눌린 욕망을 깨닫는 소설 인물들은 적극적인 변신을 감행한다. 소설에 나타난 신체의 감각과 변화는 단순히 동물-남성-문명의 세계를 거부하는 것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탐문하는 급진적인 물음을 지향한다. 두 작가의 작품은 괴물-비체의 상상력이 기존의 젠더 범주를 거부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젠더 실천을 수행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마리아 루이사 봄발과 김채원의 작품에 나타나는 숭고한 남성이라는 대상의 붕괴 (Destruction of the Dignified Object Called Man in María Luisa Bombal and Kim Chaewon's Works)

  • 최은경
    • 비교문화연구
    • /
    • 제53권
    • /
    • pp.103-130
    • /
    • 2018
  • 칠레 여성 작가 마리아 루이사 봄발(María Luisa Bombal, 1910 - 1980)의 단편소설 "나무"('El ${\acute{a}}rbol$', 1939)는 '브리히다'라는 여주인공의 '개안(눈뜸)의 과정'을 이야기한다. 브리히다는 아버지의 관심을 얻지 못하자, 이를 남편의 사랑으로 대치하고, 이마저도 실패하자, 이를 대신하여 창문 앞 아름드리 고무나무 (남자로부터 받는 사랑의 대체물)에게서 위로를 얻고자 한다. 개안의 순간은 국가도로사업에 의해 고무나무가 잘려 나가면서 일어난다. 그 순간 그녀는 자신이 아직도 사랑을 원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소설은 나무의 쓰러짐과 여성 개안의 연관성에 대해 설명하지 않으므로써 그 상징성과 심미성을 높였다. 이에 필자는 봄발의 "나무"를 더 깊게 이해하기 위해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하고 있는, 한국 여성작가 김채원(1946 - )의 단편소설 "물의 희롱-무와의 입맞춤"(2015)을 분석한다. 김채원의 작품을 통해 봄발을 읽음으로써 봄발의 "나무"가 궁극적으로 이야기 하고자 하는 것이 여성이 남성과의 성과 사랑에 기대는 한 결국 파멸되게 되어있음을 고찰하고자 한다. 본 논문은 라틴아메리카의 단편소설과 아시아의 단편소설을 나란히 놓고 읽음으로써 여성이 주체적 삶을 살아가기 위해 인지해야 할 점들(a. 남자가 바라는 여자여야 한다는 강박관념의 오류와 b. 남성을 인생의 부분으로 여기지 못함으로써 생기는 오류)을 지적한다. 그리고 필자는 쟈크 라캉(Jacques Lacan)의 욕망 이론에서 나타나는 욕망대상의 허상성과 숭고한 대상의 붕괴를 통하여 앞서 언급한 두 소설이 말하는 예정된 여성 파멸의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고 결론으로 여성의 개안이란, 남성과의 성과 사랑을 통한 인생에의 안온함은 없다는 것을 인지하여, 본질적으로 허상적인 사랑에 스스로를 가두는 습성을 버려야 함을 주장한다.

다국어 범용 의존관계 주석체계(Universal Dependencies) 적용 연구 - 한국어와 일본어의 비교를 중심으로 (A Case Study on Universal Dependency Tagsets)

  • 한지윤;이진;이찬영;김한샘
    • 비교문화연구
    • /
    • 제53권
    • /
    • pp.163-192
    • /
    • 2018
  • 이 논문은 형태통사적 특성이 유사한 한국어와 일본어의 다국어 범용 의존관계 주석체계(Universal Dependencies, 이하 UD) 적용 사례를 살펴보고 비교 분석을 통해서 한국어의 UD 적용 및 개선 방안을 고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한국어와 일본어는 교착어적 특성으로 인하여 어미와 조사가 매우 발달되어 있다. 그러므로 영어와 같은 굴절어를 중심으로 설계된 UD를 적용하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UD를 구성하는 범용 품사 주석(Universal POS, 이하 UPOS)과 범용 의존관계 주석(Universal Dependency Relations, 이하 DEPREL)의 적용과 그에 따른 논의들을 검토하였다. UPOS의 경우 AUX(조동사 표지), ADJ(형용사 표지), VERB(동사 표지)처럼 서술어와 관련된 주석 표지의 처리와 조사, 어미와 같은 기능어의 처리 방안을 살펴보았으며 접속사 및 이와 관련된 단위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지 검토하였다. DEPREL과 관련해서는, 구문 표지를 주석하는 기본 단위의 문제에서 출발하여 통사적 문제를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지배소 설정 방식과 병렬 구조의 주석 방식, case(격 관계 표지)와 aux(조동사 관계 표지) 주석 방식을 검토하였다. 다양한 관계 주석 표지 중에서 특히 case와 aux에 집중하여 논의한 것은 한국어와의 주석 표지 적용 양상을 비교했을 때 분포 상 가장 두드러지는 차이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case는 한국어와 일본어 모두 조사와 관련이 있고, aux는 한국어에서는 보조용언, 일본어에서는 조동사와 관련이 있는 표지이다. 구체적인 주석 양상을 살펴본 결과 일본어의 aux는 서법 조동사뿐만 아니라 동사에 문법적 의미를 더하는 요소, 한국어의 어미에 해당하는 형태에도 aux를 할당하기 때문에 주석이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iobj(간접목적어 관계 표지)와 관련해서는 일본어에서 간접목적어를 인정하는 데에 반해 한국어에서는 간접목적어를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일본어의 UD 주석에서 형태 분석 기본 단위인 '단단위'를 기본 구문 주석 단위로 하되 '장단위'와 문절 정보를 이용하는 것처럼, 한국어에서도 형태 분석 단위를 의존관계 주석의 정보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불균형 잔존 행정기록의 평가방법 시론 - 조선총독부 공문서의 평가절차론 수립을 위하여 - (An essay on appraisal method over official administration records ill-balanced. -For development of appraisal process and method over chosun government-general office records-)

  • 김익한
    • 기록학연구
    • /
    • 제13호
    • /
    • pp.179-203
    • /
    • 2006
  • 이 연구에서는 조선총독부 공문서와 같이 불균형 잔존하는 행정기록의 평가 방법과 절차를 개발하였다. 이를 위해 먼저 기존의 평가이론을 재구성하였다. 쉘렌버그 등의 평가론은 기록에 내재하는 가치를 평가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는데 반해 기능평가론 등에서는 기록 그 자체보다는 기록을 발생시킨 업무 행위를 평가하는 데에 주목하였다. 하지만 기록이 업무행위의 재현물이라는 점에서 볼 때 이 양자는 철학적으로 같은 것이며, 따라서 그 방법과 절차를 제대로 설계한다면 양자를 절충하여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상대 평가의 방식이 거시적, 균형적 측면에서의 강점을 지닌다면 절대평가의 방식은 미시적 측면에서의 강점을 지니므로 이 역시 양자의 절충적 방법론을 구사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와 같이 기존의 평가이론들은 구체적인 평가 방법론의 개발이라는 측면에서는 상황과 대상의 특성에 따라 얼마든지 여러 형태로 조합할 수 있는 상호보완적 성격의 것들이라고 판단된다. 특히 이 글에서 다루고 있는 불균형 잔존 행정기록의 경우에는 어느 이론 하나를 취하여 방법과 절차를 세우는 것보다 이론에서 제시된 유용한 방법과 절차들을 적절하게 조합하는 일이 긴요하다. 조선총독부의 공문서를 평가하기 위해서는 먼저 처무규정류를 분석하여 총독부의 조직, 기능을 파악하고, 역사 해석적 방법을 동원하여 이들에 대한 거시적 가치 평가를 해야한다. 이를 토대로 하여 기능, 세부기능의 가치 서열을 고려한 조직기능 맵을 구성하여 이에 해당 기록을 매핑한다. 그런 다음 기록관리기관의 내적 환경등을 고려하여 평가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토대로 다량 잔존 기록에 대해서는 상대 평가에 의한 미시평가를, 소량 잔존기록에 대해서는 오럴 자료의 생산 등 다른 수단을 제공하는 일 등을 수행한다. 이 연구는 기능분석, 역사해석적 작업, 기록의 상태평가 방법, 기준, 조선총독부 관보 및 기타 자료의 분석법 및 절차, 평가 아웃풋 이미지의 제시 등의 측면까지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은 제언에 불과하고 앞으로의 연구 진척을 통해 부족한 부분 메워가야 할 것이다.

미·중 무역 분쟁 관련 환구시보(環球時報) 사설 비교를 통한 비판적 담화분석 - 「용타항미원조적의지타대미무역전(用打抗美援朝的意志打對美貿易戰)」 중심으로 - (A Critical Discourse Analysis Through Comparisons Between Editorials of The Global Times, Huánqiú Shíbào on the 2018 United States-China Trade War)

  • 최태훈
    • 비교문화연구
    • /
    • 제52권
    • /
    • pp.165-194
    • /
    • 2018
  • 본 연구는 환구시보 4월 7일 "용타항미원조적의지타대미무역전(用打抗美援朝的意志打對美貿易戰)" 사설에 대하여 비판적 담화분석의 접근법을 활용하여 텍스트 기술, 상호텍스트성, 사회문화적 수행 설명으로 구분하여 분석하였다. 본 사설은 '전쟁(戰爭)'과 관련된 어휘와 프레임을 집중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첫째, "무역전(貿易戰)"과 "항미원조(抗美援朝)"는 은유와 전쟁프레임을 보여주는 예이다. 둘째, "전략(戰略)"은 미국과 중국에 각각 부정적, 긍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셋째, 다양한 전쟁 용어가 사용되었다. 넷째, '인유법(引喩法)'을 살펴보면, 전쟁관련 표현이 보인다. 본 사설의 상호텍스트성에서 두 가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첫째, 환구시보가 '대등한 보복'을 줄곧 사용하고 있다. 이유는 자신의 반격을 정당화하고, 그런 중국이 하는 전쟁은 '자위적 차원의 반격전(自衛反擊戰)'이 되도록 포장해주기 위함이다. 둘째, '싸우기는 싫은데, 싸움이 두렵지는 않다'라는 표현이 여러 사설에서 반복되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인민의 결집을 호소. (2) 공포심을 일으켜, 그들이 결집해야만 하는 이유를 암암리에 부여. (3) "두렵지 않다"를 통해 중국은 체면을 차리고, 미국에게는 "싸우기 싫다"는 '싸인'을 보내기 위함이다. 맥락상 같은 논지가 약 3개월(2018.03.23.-06.17)의 시간차를 두고 9개 사설에서 비슷한 표현으로 보이는 것은 상호텍스트성의 예라 할 것이다. 본 사설의 사회문화적 수행은 중국 정부의 패권 이데올로기를 전파함에 있다. 첫째, 핵심 국책사업 '중국제조(中國製造)2025'는 절대 포기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둘째, 사설은 "항미원조(抗美援朝)"를 소명하여 미국을 비난 협박하고, 민심의 이반을 다독이며 결집을 호소, 시진핑 정부에 힘을 실어 주고자 하는 의도이다. 셋째, 중국은 미국과의 협상의 여지를 열어두고자 하고 있다.

팔경시와 고지도에 투영된 여주팔경의 전승양상 (A Study on the Transmission Process of Yeoju-Palkyung in Old Poems and Map)

  • 노재현
    • 한국전통조경학회지
    • /
    • 제29권1호
    • /
    • pp.14-27
    • /
    • 2011
  • 본 연구는 여주지역에 전래되는 팔경시, 고지도, 옛 그림 그리고 고문헌의 분석과 해석을 통해 여주팔경의 내용과 의미를 개관하는 한편 여주팔경의 전승과정을 면밀히 되짚어봄으로써 '여주팔경'의 뿌리찾기를 시도하였다. 여주팔경 중 5개경은 소상팔경의 시각적 결속력을 유지한 관념적 경관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나, 지역의 유서깊고 지명도 높은 유적과 여강 중심의 토착민의 삶을 담은 '생활 속의 경'이 혼재된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옛 그림 속에 강조된 여주의 승경은 여강을 배경으로 한 범선과 청심루를 둘러싼 수목들, 그리고 신륵사 동대(東臺) 위의 다층전탑과 마암 등 상징성 높은 여주 팔경의 시점장과 대상이 중복되어 강조되고 있다. 현재 여주팔경의 모본은 최숙정과 서거정의 '여주팔영'인 것은 의심할 바 없으나, 이후 17세기 전반 조문수의 청기정십영 속에 현 여주팔경이 모두 포함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청기정십영 또한 여주팔경 전승의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된다. 또한 여지도서에 기록된 여주팔영과 현 여주팔경은 1개경을 제외하고는 동일한 집경(集景)으로 판단됨에 따라 현 여주팔경의 연원(淵源)은 최소한 18세기 중반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분석대상 고지도 공히 동일한 순서로 사촌어화, 신륵모종, 연탄귀범, 팔대장림, 양도낙안, 입암층암, 파사과우, 용문적취의 8개경이 일관성 있게 기재된 것으로 보아, 고지도에 기재된 팔경 또한 적어도 18세기 전형적 여주팔경의 모본(母本)으로 정착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여주팔경의 전승경로는 여주팔영(최숙정 서거정)${\rightarrow}$청기정팔영${\rightarrow}$여주팔영(여지도서)${\rightarrow}$여주팔경(여주군)의 과정과 '여주팔영+금사팔영'${\rightarrow}$고지도 팔경${\rightarrow}$여주팔경(18C후반)의 전승과정 등 2개 버전(version)으로 분화 전승된 것으로 확인된다. 이는 근원적으로 여주와 금사 2개 경관소권의 대표경관을 포괄하고자 하는 관점에서 차이를 보일 뿐 양자 동일한 연원을 갖는 여주지역 고유의 문화경관이라 할 수 있다.

벚꽃을 통해 본 근대 행락문화의 해석 (A Study on Interpreting People's Enjoyment under Cherry Blossom in Modern Times)

  • 김해경
    • 한국전통조경학회지
    • /
    • 제29권4호
    • /
    • pp.124-136
    • /
    • 2011
  • 조경분야에서 식물은 생태적 외형적 특징뿐만 아니라 설계자의 의도와 이용자 행태의 매개체 역할로 중요한 요소이다. 그러나 식물에 대한 연구는 생태 특성과 재배 환경에 집중되어있고, 식물을 통한 시대상 분석은 희소하다. 벚나무의 경우 현재는 보편화된 수종이지만, 일제강점기라는 도입배경으로만 설명된다. 따라서 벚나무로 인해서 변하게 된 전퉁적인 행락문화의 변화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벚나무를 연대기적 시선으로 도입과 확산, 정착 과정과 상징 의미의 변천을 살펴 본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왕벚나무는 1907년 도쿄와 오사카에서 3년생 묘목 1,500본을 최초로 수입하여 남산 왜성대 공원에 식재하였다. 이후 조선의 전통공간 근대공원 신작로에 식재하였는데, 식재의 증가 배경에는 총독부의 적극적인 지원하에 묘목을 양육하여 판매한 것에도 기인한다. 벚나무 확산으로 말미암아 왕벚나무는 제주도가 원산지라는 것에 대한 논쟁이 발생했다. 둘째, 벚나무가 대규모로 식재된 공간은 벚꽃 명소가 되었고, 당시 매체의 적극적인 홍보로 관앵과 야앵이 경성의 상춘문화로 정착하는 계기가 되었다. 셋째, 관앵과 야앵이 보편화된 행락문화가 되었지만, 벚나무에 대한 이중적 시선과 태도는 구분된 명칭 사용으로 표출되었다. 벚꽃 앵 사쿠라가 혼재되었고, 밤벚꽃놀 이도 요자쿠라 아닌 야앵 밤벚꽃놀이를 사용하였다. 혼재된 벚꽃에 대한 단어 사용의 이면에는 벚꽃놀이를 저급한 문화로 보는 시선도 공존했다. 넷째, 벚꽃이 식재된 조선의 상징공간은 위락공간화 되어 소비되는 공간으로 변모했다. 벚꽃놀이는 연예 행사 영화 상영 레뷰걸의 공연과 함께 진행되었고, 입장료만 내면 누구든지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기존 전통적인 행락문화의 계급성은 벚꽃놀이 공간에서 와해되어 무질서한 모습이 문제 시 되기도 하였다. 이처럼 벚꽃(벚나무)는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시기를 거치면서 전통적인 행락문화를 변화시키는 변이점이 되었고, 더불어 현재의 일상적인 상춘문화로 정착되었다.

무속신화 <바리공주> 서사의 다층적 이해 - 이야기·생성·소통의 세 층위를 대상으로 (The multi-level understanding of Shamanistic myth Princess Bari as a narrative: focusing on levels of story, composition, and communication)

  • 오세정
    • 기호학연구
    • /
    • 제54호
    • /
    • pp.119-145
    • /
    • 2018
  • 본 논의는 서사로서 <바리공주>를 이해하기 위해 대상에 대한 층위를 나누고 이에 대한 접근 방법을 재검토하고자 한다. 서사의 층위 구분과 각 층위별 분석, 그리고 그것들에 대한 통합적 접근이 이루어진다면, 이는 <바리공주>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새로운 방향과 방안을 제시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바리공주>의 이야기 차원, 즉 표층 구조는 주인공 인물의 탄생에서부터 시작된 삶의 과제를 공간 이동과 연대기적 순차 구조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태어나면서 정체성을 부정당한 한 여성이 어떤 과정을 통해 존재론적 변신을 이루고 정체성을 찾아가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정체성 찾기의 여정이 주로 가족 구성원과의 관계를 통해 발생하는 사건들을 통해 형성되어 있다. 이야기 차원에서 찾을 수 있는 이 같은 구조는 가족 구성원의 갈등과 화해, 삶과 죽음이라는 대립적 패러다임으로 심층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 이야기를 통해 드러나는 사유 구조는 삶의 문제가 가족 구성하기의 문제이며, 동시에 죽음의 문제 역시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삶과 죽음이라는 대립되는 것들이 공존하는 이 세계를 어떻게 통합시켜 바라 볼 것인가에 대한 답으로 이 신화의 전승집단은 인간과 신을 관계 맺게 하고 있다. 이 이야기는 망자를 천도하는 굿에서 주요하게 소통된다. 무당이 발신자이고 제의 참여자가 수신자이지만, 실제 이 이야기는 특정한 상황에서 반복되는 전혀 새로운 정보가 없는 메시지이다. 굿에서 단골과 참여자들은 <바리공주> 서사를 단순히 메시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자신을 삶과 행위를 재구성하는 코드로 수용한다. <바리공주>의 인물과 사건을 자신의 삶과 상동적 관계로 받아들임으로써 주어진 일상의 삶을 삶과 죽음, 단절과 소통, 갈등과 화해의 통합적 시각으로 그리고 현재적 관점으로 수용하게 된다. 이는 세상과 현실을 바꿀 수 없지만 그것에 대한 '나'의 삶의 태도를 바꾸는 것으로, 결국 이것이 신화에서 바리공주가 신으로 변신하는 것처럼, 개인이 제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룰 수 있는 변화 변신인 것이다. 이처럼 <바리공주>는 이야기의 층위, 이야기 생성의 층위, 이야기 소통의 층위에서 각각의 의미나 기능이 상호 관련을 맺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세 층위에서 신화서사가 드러내는 구조는 신화 전승집단의 의식 세계와 문화체계를 드러내는 데에도 효과적이다.

'안압지'의 이름과 '안압부평(雁鴨浮萍)'의 의미 연구 - 안압지(雁鴨池) 제영시(題詠詩)를 중심으로 - (A Study on the clarification of the name of Anapji(雁鴨池) and Anapbupyeong(雁鴨浮萍) - Focusing on Anapji through its Appearance in Poems(題詠詩))

  • 강석근
    • 동양고전연구
    • /
    • 제68호
    • /
    • pp.145-171
    • /
    • 2017
  • 본고는 안압지(雁鴨池) 제영시(題詠詩)를 통하여 신라 명승의 하나인 안압지(雁鴨池)의 이름과, 조선후기 경주지역에서 형성된 '동도칠괴(東都七怪)'의 하나인 '안압부평(雁鴨浮萍)'의 의미를 연구한 논문이다. 문화재청은 2011년 7월 '안압지와 임해전지(臨海殿址)'를 '경주 동궁(慶州 東宮)과 월지(月池)'(사적 제18호)로 개명하여, 안압지는 이제는 월지로 불린다. 이 못이 처음 만들어진 신라 문무왕 14년(647)에는 안압지란 이름은 없었으며, 조선초 김시습(1465~1471, 경주 체재 시기)은 이곳을 "안하지(安夏池)"라 했고, "신증동국여지승람"(중종 25년, 1530)에 와서 비로소 안압지라 불렸다. 필자는 경주의 유학자 이수인(李樹仁, 1739~1822)의 "동호서사기(東湖書社記)"의 동호(東湖, 안압지)는 "기러기와 오리가 많이 날아오는 까닭으로 안압지라 이름지었다[다유안압지상집(多有?鴨之翔集) 고명지(故名之)]'는 기록을 발굴하여, 이 못이 경주지역에서 왜 안압지로 불렸는지에 대한 문헌적 근거를 처음으로 제시하였다. 필자는 "일성록" '정조 4년(1780)'의 기록인 "안압지에 넓이가 반석(盤石) 같은 흙덩이가 있고, 그 위에 덩굴풀이 나 있으며, 이것이 바람을 따라 왔다갔다 한다[안압지부토(雁鴨池浮土) 광여반석(廣如盤石) 상유만초(上有蔓草) 수풍왕래(隨風往來)]"는 내용을 새롭게 찾아서 왜, '안압부평'이 '동도칠괴'의 하나가 되었고, 수많은 문인들의 시문에 왜 '안압부평'이 자주 언급되었는지를 구체적으로 해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