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라우마 연구는 개인과 집단이 경험하는 대재앙과 재난적 사건을 다루는 데 유용한 모델을 제공해왔다. 대부분 캐시 캐루스를 비롯한 구조주의 트라우마 연구관점이 전형적인 모델이 되어 우리 삶의 거의 모든 맥락에 적용되어왔다. "트라우마의 사건-기반 모델"로 일컬어지는 이 연구 모델의 관점은 트라우마적 사건이 있는 그대로 각인되고 과거를 직접적이고 정확하게 기억하는 것에 대해서 연구의 초점을 맞춘다. 이 관점에서 트라우마적 사건 당사자는 그 사건의 진실을 전송하는 수동적인 담지자가 된다. 트라우마적 주체는 단지 사건을 겪고 견뎌낼 뿐 트라우마를 구성하고 그것을 다루는 데 있어 능동적인 역할을 할 수 없는 것이다. 결국 트라우마적 진실은 트라우마 주체의 자율성과 그/그녀의 행위가능성을 대가로 얻어진다. 여기서 문제는 주체의 자율성을 대가로 획득된 진실이 트라우마적 경험을 둘러싼 많은 문제를 해결하거나 외상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피해 당사자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이것은 트라우마적 사건 자체보다는 트라우마적 주체의 편에서, 즉 인적인 입장에서 트라우마를 다루는 보다 능동적인 방편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더구나 최근에는 재난 사건의 이미지가 시청자들에게 생중계로 보여 지고 그리고 즉각적으로 공적인 담론을 통해 반복적으로 되풀이해서 보여 진다. 그 만큼 사건들은 보다 더 즉시 트라우마적이 되기 쉽기 때문에 사람들은 예전보다 더 그들 자신을 트라우마적 피해자로 볼 가능성이 높다. 피해자의 입장에서 트라우마를 다루는 능동적인 방편을 탐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논문은 문학과 이론 텍스트를 통해서 트라우마 연구의 전형적인 모델, "트라우마 사건-기반 모델"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함으로써 트라우마적 과거가 있는 그대로 도래하는 것이 피해자에게 어떤 치명적인 영향을 주는가를 드러내 보이고 트라우마 주체의 입장에서 트라우마를 다루는 능동적인 방편으로서 "서사 기억"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 연구에서는 아동기 트라우마를 겪은 성인여성 생존자의 트라우마 영향으로 인한 정서경험에 대하여 심층적으로 탐구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아동기에 트라우마를 겪은 기혼 성인여성을 대상으로 심층면접을 진행하였다. 수집된 자료는 Colaizzi의 현상학적 연구방법을 통해 분석을 실시하였다. 연구결과, '자신을 지킬 수 없는 아이', '트라우마된 아동기 외상', '불안정애착과 착한아이 증후군', '대인관계의 어려움', '자녀양육의 어려움', '신체화증상', '잃어 버린 나를 찾아서' 의 7개의 범주가 도출되었다. 아울러 본 연구에서는 양육자로부터 직접 학대를 경험한 외상과 동생의 사고를 목격 경험한 가족인 형제의 외상이 트라우마로 진행하는 두 사례를 비교와 대조를 통해 가족내에서 자녀들이 겪어야만 했던 심리 내적인 경험과 부모와 아동기에 형성된 불안정 애착으로 인한 관계외상과 이를 치유해 가는 성장 경험을 이해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아동기 트라우마를 겪은 성인여성들의 삶의 전반에 반영된 부정적 부적응적 정서경험에 대한 연구결과를 통해 건강한 자아 회복과 정서적으로 잘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였다고 볼 수 있다.
이 논문은 시각 미디어에 의해서 어떤 특별한 사건이 '트라우마'로 정의되는 과정과 그에 따른 문제들을 궁구(窮究)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 문제에 대한 구체적인 접근은 9/11이 "국가적 트라우마"로 시각화되는 과정을 통해서 이루어 진다. 9/11 테러 사건은 그 사건의 가장 충격적인 이미지들 중 하나인 타워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들을 배재한 채 "국가적 트라우마"로 구성되었다. 떨어지는 사람들의 이미지를 둘러싸고 벌어진 미국 시각 미디어의 이 같은 재현 작업은 대재앙과 폭력적인 사건을 트라우마 규정하는데 이론적인 기초를 제공하는 현대 트라우마 이론 연구와 맞물려 있다. 본 논문은 미국의 주요 시각 미디어들이 9/11 테러 사건을 트라우마로 정의할 때 그 차제의 트라우마 논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현대 트라우마 이론 연구의 지배적인 경향인 "반모방 이론"에 의거하고 있다는 점을 포착하고 그 이론 모델이 갖는 한계와 문제점을 비평적으로 검토한다. 이 작업은 시각 미디어가 "반모방 이론"에 기대서 어떤 사건을 '트라우마'로 정의할 때 초래되는 문제점과 위험성을 드러내 보여준다. 미국의 시각 미디어가 9/11을 "국가적 트라우마"로 명명할 때 사용한 트라우마의 "반모방 이론"은 트라우마적 사건의 직접적이고 무매개적인 재현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사건에 대한 외상 주체의 능동적인 대응 방편과 사건과 관련된 인간적인 양상에 대한 이해를 결여한다. 트라우마의 형성과 해석과 관련해서 외상 주체가 개입할 여지가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외부 권력의 조작적인 개입 가능성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본 논문의 목적은 트라우마의 "반모방 이론"이 갖는 이 같은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비평적인 시각을 제공함으로써 다양한 시각 미디어를 통해 대재앙적인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이 특정 미디어나 외부 권력의 규정적인 관점에 대항해서 대재앙적 사건을 경험하고 대응하는 대안적인 시각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동서냉전체제의 해체 이후, 한반도의 통일에 관한 논의에서는 두 가지 지점에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첫째, 통일의 진짜 핵심 문제는 체제통합이 아니라 사람의 통합이라는 인식의 전환이다. 둘째, 한반도의 분단과 관련되어 있는 4대 열강에 다수의 코리언 디아스포라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의 이산이 한반도의 비극적 역사와 관련되어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이 두 가지를 종합적으로 다루면서 통일론의 새로운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논의는 거의 없다. 코리언의 역사적 트라우마는 한반도의 근대 역사가 낳은 아픔으로, 코리언의 집단적 리비도를 억압함으로써 발생했다. 식민과 이산, 분단은 한반도의 근대 역사가 낳은 아픔으로, 코리언의 역사적 트라우마는 식민과 이산, 분단의 트라우마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식민과 이산, 분단의 트라우마는 모두다 '민족${\neq}$국가'의 어긋남이라는 억압의 구조를 공유하고 있다. 따라서 '민족${\neq}$국가'의 어긋남을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는 통일은 코리언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과 분리될 수 없다. 무엇보다도 먼저, 이 글은 한반도에서 통일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식민과 이산, 분단의 트라우마들을 치유하는 과정을 필요로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둘째, 이 글은 통일이 남북 두 국가의 문제가 아니라 동북아 차원에서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치유함으로써 평화를 만들어내는 것이기도 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셋째, 이 글은 코리언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것은 아픔에 대한 '공감'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하며 '차이의 소통'을 통해서 통일한반도를 만들어가는 '민족공통성'의 생산으로까지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본 연구는 국가폭력 피해자들의 경험에 대해 알아보고, 국가폭력 트라우마와 일반 트라우마의 차이를 밝히며, 국가폭력 트라우마 치유에 도움이 되는 요인을 알아보고자 하였다. 연구참여자는 국가폭력 피해당사자와 가족으로 제주4·3사건 11명, 여수·순천10·19사건 11명, 5·18민주화운동 6명을 포함하여 총 28명을 대상으로 심층면담을 실시하였다. 면담 내용을 근거이론 방법으로 분석한 결과, 총 170개의 개념과 57개의 하위범주, 20개의 범주가 도출되었다. 중심현상은 국가폭력으로 발생한 직접적인 피해들이었으며, 여기에는 외상후 스트레스, 사회적 낙인, 공동체로부터의 고립, 사회·경제적 문제, 가족 해체 등이 있었다. 과정분석 결과, 참여자들의 경험은 '외상', '고립', '저항', '체념', '회복', '성장'의 총 6단계로 구분되었으며, 각 단계는 순차적, 상호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결과들을 중심으로 국가폭력 트라우마와 일반 트라우마와의 차이점과 공동체 지지 등의 사회·문화적 요인이 국가폭력 트라우마 치유에 중요한 요인임을 논의하였다. 또한 본 연구의 의의와 한계점, 그리고 후속 연구를 위한 제언을 제시하였다.
최근 가상현실의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게임중독, 알코올 중독 등에 대한 가상현실 치료 프로그램이 개발되고 있다. 본 연구는 다문화 청소년의 트라우마 중재를 하기 위하여 가상현실에 기반한 인지행동치료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개발과정의 모형을 제시하고자 한다. 인지행동치료의 가상현실 프로그램개발은 크게 3단계로 나누어진다. 제1단계에서는 다문화청소년이 트라우마로 인하여 경험한 주요 감정과 표출된 문제를 포함한 트라우마의 특성들을 파악하고 제2단계에서는 트라우마에 대한 인지행동치료를 목표로 한 시나리오를 구성의 전개과정과 범위의 내용을 제시되어야 한다. 최종 제3단계서는 시나리오 콘텐츠의 가상현실프로그램 구현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통해 다문화청소년의 긍정적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중재 프로그램 개발의 가능성을 제안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세월호 참사로 인한 사회적 트라우마 현상을 분석하고, 미디어를 통한 트라우마 테라피의 의미와 한계가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융의 집단 무의식과 원형, 개성화의 개념을 적용했고, 세월호 참사의 유가족, 심리상담 전문가, 일반인 자원봉사자와 일대일 심층인터뷰 및 초점집단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연구참여자들은 일차적/이차적 피해 경험에 따라 고립감, 불안 등 각기 다른 형태의 사회적 트라우마를 겪고 있으나, 공동체로서 사회적 트라우마를 함께 극복해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나타냈다. 둘째, 연구참여자들의 일상생활에서 죽음과 삶, 애도와 기억 등의 원형이 표출되고 있었다는 점, 또한 테라피 활동을 통해 다양한 원형들의 상징이 포착되었다는 점을 확인했다. 마지막으로,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미디어 테라피 프로그램은 여러 측면에서 한계가 있지만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공예 활동의 테라피 효과가 높다는 점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한 트라우마 테라피의 가능성을 시사한다. 본 연구는 사회적 트라우마의 문제점을 드러내고 개성화를 통한 치유와 미디어 테라피의 가능성을 고찰하기 위한 기초 자료를 제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트라우마 초점의 인터넷 기반 인지행동치료(internet-based cognitive-behavioral therapy with a trauma focus: iCBT-T)의 개발 및 효과 검증 연구가 서구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에 비해, 한국 사회에서는 관련 연구가 최근에야 시작되었다. 본 연구의 목적은 iCBT-T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의 고려사항을 제안하는 것이다. 먼저, iCBT-T와 관련된 선행 연구를 고찰한 후, iCBT-T 프로그램을 개발하기 위해 정신건강 지식과 ICT 기술을 융합하는 모형을 제시하였다. 그런 다음, iCBT-T의 초점과 표적 집단, 개입의 유형(오픈 액세스 vs. 안내형), 회기 수, 윤리적 이슈, 전문적 지원 및 이용자의 참여를 포함한 실질적 고려사항을 다루고, iCBT-T에서 인터넷 매체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한 방법들을 제안하였다. 트라우마 초점의 인지행동치료와 ICT 기술의 융합 모델이 트라우마 사건을 경험한 많은 이용자들의 정신건강의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개발을 촉진하기를 기대한다.
본 연구는 5·18민주화운동 관련자의 트라우마를 치유하기 위해 실시한 증언치료를 통해 국가폭력의 후유증 실태와 치유의 의미를 탐색한 연구이다. 5·18을 개인에게 파국적인 영향을 미친 '트라우마'의 관점으로 바라보고 그 후유증이 당시 참여자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80년 5월에 시민군으로 참여하고 이후 고문과 구속·수감 등을 경험한 당사자 4명이 광주트라우마센터의 증언치료에서 진술한 내용을 분석하였다. 또한 이들의 증언치료 경험 및 그 과정에서 보여준 청중들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국가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치유하는데 중요한 요소가 무엇인지 확인하였다. 연구 참여자들의 치유과정에서의 진술을 분석한 결과 19개의 주제에서 7개의 중심의미가 도출되었다. 트라우마의 후유증과 관련한 중심의미는 '반복되는 고통', '사회·경제적 피해', '고립 및 단절', '고통의 세대 전이' 등 4개로 나타났고, 치유의 경험은 '안전', '연결을 통한 치유', '산자로서 의무' 등 3개의 중심의미로 나타났다. 연구결과에 기초하여 국가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의 특징을 살펴보고, 치유를 위한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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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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