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경남 거창군 가조면에 위치한 모현정과 수포대를 통해 장소애착과 장소착근의 문화현상이 어떠한 방법으로 구현되고 있는지를 실증적으로 확인하고자 하였다. 모현정과 수포대가 입지한 지명 '대학동(大學洞)'에서는 동방오현인 한훤당(寒暄堂) 김굉필(金宏弼)과 일두 정여창(鄭汝昌)의 도학(道學) 강론 터의 의미가 부여되어 있으며, 모현정을 품은 오도산(吾道山 1,134m) 또한 상기 선현이 베푸는 학문의 영향으로 산 이름조차 유교의 도(道)를 지칭한 '오도(吾道) 산(山)'으로 전환된 것에서 성리학적 발상이 깊이 내재되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현인을 사모하고 그리워"한다는 '모현(慕賢)'의 정명(亭名)에는 영남사림의 성리학적 조종(祖宗)이자 동방오현인 훤두 양선생(兩先生)과 선조 평촌(坪村) 최숙량(崔淑梁)을 숭모하고 추념하기 위한 장소애착의 정서가 수렴되어 있다. 더불어 오도재와 평촌을 추모하기 위한 기적비(紀蹟碑)와 한훤당을 상징하는 감나무의 식재 그리고 모현정 전면에 솟은 지동암은 실천을 통해 도학의 정신을 드러내고자 한 상기 3인의 일치된 의지를 상징하는 기념비적 표상으로, 후손 및 사림에 의한 장소애착의 반복적 표현이라는 점에 동의하게 된다. 다년간 강학(講學)하며 성리학을 향토 선비들에게 전하고, 자연을 노래한 명소 수포대 반석에 새긴 '훤두양선생장구지소'와 '평촌최공강학지소(坪村崔公講學地所)'라는 각자의 의미에서 집단 기억 속에 재생 전승되어 온 고유한 장소의미를 확인하게 된다. 이와 함께 모현정에 게판된 시문과 중수기 및 상량문의 장소언어 대부분이 모현정과 수포대에 대한 연원과 역사성을 환기시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음에서 '강학과 교유의 장'이자 장수지소(藏修之所)로서 각인된 공간 의미와 선현 숭모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장소전승은 장소에 대한 긍정적 감정 결속의 결과이며, 장소 정착과정을 통해 생긴 자연발생적 장소착근의 결과로 이루어진 산물이 모현정과 수포대라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결과를 종합할 때, 모현정과 수포대는 선현의 발자취를 추념하고 알리기 위한 장소애착의 공간이며, 모현정과 수포대 바위각자는 이곳에 누적된 장소의미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장소착근의 대표적 사례라 할만하다. 장소애착과 장소착근의 과정을 되짚어보는 것은 전통적 기념 공간 및 추모공원의 원형적 모습을 유추하는데 유효할 뿐만 아니라 현대적 의미의 장소 재현을 위해서도 매우 시사적이라 판단된다.
경남 거창군 마리면 고학리에 소재한 용원정원림(龍源亭園林) 및 마을주변의 지명과 조형물 등 문화경관적 요소들에 대한 분석과 해석을 토대로 용원정원림과 마을 내 배태(胚胎)된 해주오씨의 장소애착 방식과 특질을 확인하는 한편, 종족경관(宗族景觀)의 형성과정을 추찰하고자 한 본 연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해주인 구화공 오수(九華公吳守)가 마을에 터 잡은 이래 그의 후손들이 선조를 사모하는 마음으로 다듬어 온 공간으로 1964년 용원정이 건립되었다. 이곳은 구화공의 유허지로 이후 후손들의 생활과 풍류의 거점이자 숭모(崇慕)의 정을 교감하는 원림적 장소로서 지속적으로 관리되어 왔음이 기문과 문헌자료 그리고 주변에 배치된 여러 시설 및 다수의 바위에 새긴 바위글씨를 통해서도 충분히 감지된다. 안의삼동 중 하나인 원학동의 지맥인 학봉(鶴峰)을 상징하는 고학리와 이곳에 각인된 '방학(訪鶴) 정학(停鶴)'의 의미는 해주오씨의 생태적 정착과 서식을 설명하는 경관언어가 분명하다. 장소성이 "어떤 실체로서 존재하기 보다는 담론과 실천에 의해 만들어지는 사회적 고안물이다"라는 정의를 상기할 때, 주변 지명과 용원정원림 그리고 마을 도처에 산재한 다수의 조영물은 한국적 장소성의 특성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종족집단의 기념비적 장소 전승의 사례이다. 구화공이 고학리에 정착한 이래 해주오씨 종족집단은 서식지 정착단계를 거쳐 장소성 구현을 통한 경관형성단계를 이루었다. 이후 조상숭모와 장소착근 현상이 되풀이되면서 영역성은 확산되고, 장소의 재생산이 이루어졌다. 특히 일제강점기에도 재실 건립과 유허비 조성 등이 이어졌으며, 해방 이후에도 용원정 건립 등 장소재현의 단계를 거쳐 현재까지도 다양한 형태의 기념비적 종족경관이 펼쳐지고 있으며, 이러한 장소애착(場所愛着)과 장소착근(場所着根)의 결과가 바로 우리가 지각하는 '거창군 마리면 고학리의 종족경관'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종족집단의 장소애착과 장소착근의 현상이 되풀이되어 형성된 영역성 확산의 산물이야말로 종족경관의 실체인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집단 기억 속에 재차 구축 전승되고 있는 고유한 장소에 대한 후손들의 진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진정한 장소애착의 정신을 확인하게 된다.
이 연구는 사회적 경제에 관한 학술적 관심과 정책적 적용이 증가하는 추세에 주목하여 사회적 경제를 공간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지리학의 연구 주제를 정리하려는 목적으로 이루어졌다. 사회적 경제가 갖는 사회적 가치의 추구라는 지향성은 독특한 공간 특성을 나타낼 것이라 보았고, 이를 위해 사회혁신, 사회적 경제조직, 사회적 기업 등 관련 개념을 통해 공간적 의미를 갖는 요소를 도출하였다. 사회적 경제의 공간적 맥락을 이해하는 방법으로서 사회적 기업가정신이 발현되는 공간의 성격, 사회적 경제조직의 의사결정이 갖는 장소기반의 맥락, 사회적 문제 해결이라는 수요와 사회적 경제조직의 활동을 지원하는 공급의 특성이 상호작용하며 만들어가는 공간의 특성에 주목할 것이 제안된다. 사회혁신클러스터에 대해서는 기존의 산업클러스터와 차별화되는 특성을 밝히는 것이 중요함을 지적한다. 지역사회와 갖는 밀착의 본질, 당위성, 요소에 대해서는 착근성 개념을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본 논문은 탈영역화에 치우친 초국가주의 공간 담론을 시정하고 탈영역화와 재영역화의 동시적 과정을 통해 초국가적 공간이 생성됨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초국가적 사회적 장, 트랜스로컬리티, 다문화공간, 초국가적 장소 등 초국가적 공간에 대한 국내외의 연구들을 검토하면서 사례지역인 대학로 '리틀마닐라'를 해석하는데 접목하고자 하였다. 필리핀이주자들의 주말집거지인 리틀마닐라의 사례연구를 통해 탈영역화와 재영역화, 다규모적 스케일에서 작동하는 네트워크, 혼성적 다문화성 등 초국가적 공간의 주요 쟁점들을 고찰하면서 초국가적 공간의 성격을 탐색하였다. 리틀마닐라는 로컬에 착근된 트랜스로컬리티의 특징을 나타내며, 글로벌-로컬의 이분법이 아닌 다양한 스케일에서의 네트워크를 통해 작동하고 있다. 필리핀이주자들이라는 집단도 내부적 다양성이 혼재하는 집단이며 그들이 상상하는 고향도 단일한 특정 장소가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필리핀이주자들의 주말해방구로서 인식되는 리틀마닐라는 다양한 소수자에게도 열려 있는 공간이며, 이는 대안적 공간정치와 진정한 다문화주의의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본 연구는 한국 청정개발체제 산업의 형성 과정과 네트워크에 대한 분석을 통하여, 특정 장소에서 발생하는 산업 형성의 요인과 산업 변화의 동인을 도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설문 조사 및 심층 면담 조사를 통하여 기업 행위자의 적응 활동에 따른 네트워크의 진화와 이의 창발적 현상으로서의 산업 변화를 분석하였다. 한국 청정개발체제 산업의 발생에는 국제적 제도로 인한 조건에 국내 기업들의 산업 활동이 부합하였다는 우연성이 작용하였다. 그러나 산업의 형성에는 발전사의 신재생에너지 발전 프로젝트를 유도하여 시장을 확대하는 방향에서 수행된 정부 정책이 산업 형성을 가속화하는 촉매 역할을 수행하였다. 구조재편 상황에서는 정부 정책이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된 국내 새로운 산업 형성의 초기 조건을 형성하였다. 이 과정에서 해외의 관련 지식을 국내 착근화하고 국내 외의 프로젝트에서 기반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지식의 국지화가 중요한 동인으로 작용하였다.
옛 부안 관아(官衙)터 반석(磐石)위에, 19세기 초 현감 박시수가 쓴 초대형 초서체 바위글씨 '봉래동천(蓬萊洞天) 주림(珠林) 옥천(玉泉)'의 의미는 혜천지역의 바위글씨와 맞물려 이 일대가 곧 신선의 세계임을 반증하고 있다. 바위글씨가 집중된 상소산 아래 서림(西林)과 금대(琴臺)그리고 혜천(惠泉)등 경물 지칭의 바위글씨는 이 고장 출신으로 여류시인이자 관기(官妓)였던 이매창이 교우했던 인물들과 밀접한 관련성을 보이며, 이곳이 부안의 풍류와 선비정신이 교융(交融)된 지역 명소이자 정원 후원으로서의 역사성을 배태한 장소임을 상징한다. 이 지역 바위글씨의 대부분은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에 걸쳐 각자된 것으로, 총 34건 중 경물(景物)관련 4건, 경색(景色) 관련 8건, 인명(人名)관련 5건 그리고 시문(詩文)15건, 기타 2건 등으로 분류되었고, 전체적으로 시문의 비율이 월등히 높았으며, 시문 속 주제어의 중심에는 '상소산'과 '혜천'이 자리 잡고 있다. '봉래동천'은 물론 '소산사호(蘇山四皓)'의 표현이나 연단로에서 제조된 신선의 단약에 비견되는 '혜천의 샘물'은 신선사상의 영향이 강하게 누적되고 관성화되어 착근된 장소정체성의 단면을 보여주는 경관어휘이자 봉래동천, 주림과 옥천 바위글씨의 조합과 조응하는 것으로 이 일대가 '신선의 세계'임을 상징화하고 있다. 헌종11년(1845년)현감 조연명의 인위적인 식수 이후, 체계적으로 가꾸어온 숲인 서림과 그 숲에 조성된 정각 서림정과 주변에 산재한 '혜천 금대'등 바위글씨가 새겨진 암반 등은 신선사상이 깃든 관아(官衙)의 후원이자 임천정원(林泉庭苑)으로서의 성격과 면모를 보여주는 흔적이며, 이곳에 깃든 장소정체성의 핵심이다. 또한 낙토(樂土), 부안의 중심인 관아지역과 풍류 시회처(詩會處)로서 후원 혜천지역은 선계 동경적 아취와 상상력을 바탕으로 생활 속의 공간으로 구현 정착되어 왔음을 볼 때, '상소산과 서림'그리고 '동천과 혜천'의 관련성과 상징성이야말로 이곳 장소정체성의 본질이라 할 만하다. 내변산과 격포지역이 부안관광의 중심인 현실을 볼 때, 서림공원 일대의 바위글씨를 중심으로 한 문화유적은 부안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이자 부안 읍치를 대표하는 역사문화경관으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경제의 세계화가 가속화되고 도시경제변화의 주기가 단축됨에 따라 도시의 성장과 발전에 원동력이 되는 산업과 이의 집적논리에 대한 학자들의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 시장의 불확실성과 경쟁의 가속화로 인해 현대의 기업은 비용과 위험감소를 위해, 비시장적 기제들 즉, 신뢰, 협력, 상호의존 등의 사회경제적 기제에 더욱 의존하고 있으며, 명시적인 거래비용의 감소보다는 산업활동의 네트워크, 착근성, 도시의 장소적, 역사적 발전특성 등의 문화경제적 기제에 영향을 받는다. 이 연구에서는 대도시내의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지는 두 개의 산업 클러스터의 비교연구를 통해 사회적 자본형성의 특성과 국지적 공간경제와 산업의 차이에 따른 제도화의 특성들을 분석한다. 즉, 1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시장에서 출발하여 '생산-유통-판매-사후 서비스'가 하나의 한정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동대문의류산업 집적지와 10여 년의 짧은 사무업무활동지구에서 IT중심의 벤처산업지구로 변모한 서울벤처밸리의 내적 발전특성상의 유사점과 상이점을 사회경제기제와 문화경제기제로 나누어 비교하고 서울의 공간경제 발전에의 함의점을 도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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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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