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현대 사회의 이데올로기적 바탕을 이루고 있는 자유주의적 이론에서 제시되거나 또는 함의된 환경론을 고찰하고, 특히 환경정의의 관점에서 이를 비판하고자 한다. 우선 포괄적 의미에서 자유주의적 견해에서 이해되는 환경론을 살펴보고, 다음으로 보다 심층적으로 로크 등의 근대 사상가로부터 시작되는 고전적 자유주의와 여기서 분화된 자유지상주의, 공리주의를 환경론적 관점에서 해석하고자 한다. 끝으로 자유주의에 근거한 다원주의 및 이에 대한 비판으로 제기되고 있는 다양한 대안적 다원주의들, 특히 공동체주의, 포스트모던 다원주의, 그리고 문화적 다원주의 등을 자유주의의 한계 극복과 환경(정의)론의 구축과 관련하여 고찰하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환경정의에 관한 바람직한 개념화와 환경문제에 대한 올바른 접근을 위하여 최소한 자유주의(자유주의적 다원주의를 포함)에서 비판적 다원주의로 관심을 전환해야 함을 주장하고자 한다.
이 논문은 한국의 사회공간적 전환을 배경으로 한국 지리학의 발전과정을 고찰하고, 대안적 전망을 간략히 제시하기 위한 것이다. 지리학을 포함하여 지식의 발전은 주어진 기간에서 사회적 기능과 구조의 규정력 하에서 형성되며, 이렇게 형성된 지식은 다시 사회의 발전에 힘을 제공한다. 한국에서 근대 지리학은 두 단계, 즉 발전주의와 신자유주의 기간으로 구분될 수 있는 한국사회의 자본주의 발전을 배경으로 발전해 왔다. 한국지리학은 발전주의와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의 영향 하에서 발전해 왔으며, 사회공간적 정책들에 기여를 했다. 발전주의 하에서 한국 지리학은 양적으로 팽창했으며, 단순 서술에서 체계적 설명의 틀을 갖추게 되었지만, 실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신자유주의 하에서 한국 지리학은 질적으로 발전한 부분도 있지만, 사회공간적 정책들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신자유주의적 정책으로 인해 유발된 문제들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지도 못했다. 앞으로 한국지리학은 발전주의와 신자유주의를 넘어서야 하며, 사회공간적 복지, 시민사회 또는 공동체, 환경정의 등을 핵심주제로 다루어야할 것이라고 제안된다.
이 논문은 18세기 가사 작품인 옥국재 이운영의 <임천별곡(林川別曲)>에 나타난 근대성 양상에 대해 고찰해 보고자 한다. 18세기는 시대적으로 파격적인 모습을 형성한 시기였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성을 드러내기에는 가장 알맞은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 시기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인 면에서도 사상과 체제의 변화가 일어났고, 봉건사회 붕괴의 가장 큰 요인인 신분체계가 흔들렸다. 이 변화는 새로운 근대의식이 시작되는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임천별곡(林川別曲)>은 이운영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보는 경향도 있다. 이는 이운영이 진보적인 실학사상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양반됨을 욕보이면서 자신의 처지를 드러내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논자는 여항으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더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또한, <임천별곡(林川別曲)>은 애정가사로 알려졌지만, 풍자비판적인 특징이 강하기에 애정가사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이며, 서사적 양상이 대화체라는 특이한 형식으로 서술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임천별곡(林川別曲)>에 드러난 근대성 양상으로는 두 가지를 꼽았다. 하나는 '사랑과 욕망에 대한 저항'이고 다른 하나는 '신분질서의 해체'이다. 그레마스 행위소 모형으로 이 두 가지 양상을 제시하였다. <임천별곡>은 유교적 이데올로기, 신분제도 등의 조선의 봉건사회에 대한 저항과 반항의 형태로 이타적인 요소들에 대한 변화하는 근대적 조선을 드러내고자 하는 노력의 성과라 할 수 있다. 논자는 '저항'과 '해체'라는 말로 대신하였지만, 18세기 조선의 봉건사회에 대한 부패한 지배층과 착취당하는 서민층의 삶을 늙은 생원과 할멈으로 비유하여 제시하였던 것이다. 18세기 등장한 전통적인 봉건사회의 비판은 중세와 근대를 구별 짓는 헤게모니의 변화로 드러났고, 이러한 헤게모니의 변화는 18세기 전후의 차이를 드러내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18세기 가사문학에서는 이러한 헤게모니가 정확하게 구분되지는 못하였지만, 19세기에 이르러서는 정착되어 발전하는 양상을 보였다고 할 수 있다. 논자는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 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작품으로 <임천별곡>이 있음을 제시하였다.
최근 들어,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집행하는 데 있어서 정부, 시민사회, 시장의 협업을 표방하는 파트너십이 전세계적인 추세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제 3섹터, 비영리단체, NGO로 불리는 시민사회단체는 국가의 경직성과 시장의 이윤추구가 갖는 한계를 넘어 공공서비스를 전달하기에 가장 적합한 행위자로 주목받고 있다. 이 같은 시민사회의 공공정책 주류화 현상은 기존의 시민사회 개념에 대한 재정립을 요구한다. 근대사회에서 시민사회단체는 국가와 시장에 대한 비판기능을 수행하는 자발적 결사체로 정의되어 왔다. 그러나 시민사회의 독자성와 자율성을 지향하는 전통 시민사회 이론은 탈경계, 혼종성, 상호의존을 특징으로 하는 복지다원주의 시대의 시민사회를 설명하는 데 한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재 국가-시민사회 파트너십에 대한 연구들은 대부분 규범적 전망 제시나 개별 사례연구에 머물러 있고, 파트너십 체계에서 시민사회의 위치를 종합적으로 이론화하는 데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는 민관파트너십 시대에 시민사회의 역할에 이론화를 시도했다. 이를 위해 먼저 본 논문은 시민사회 고전이론을 (1) 토크빌 중심의 기능주의/자유주의적 전통(견제와 균형자로서의 시민사회), (2) 맑스, 알튀세르, 푸코를 필두로 한 갈등주의/(후기)구조주의적 전통(이데올로기적 국가장치로서의 시민사회), (3) 그람시, 하버마스에서 출발한 갈등주의/비판이론적 전통(헤게모니 투쟁의 장으로서의 시민사회)으로 나누고, 각 전통의 특성과 공통점을 일별했다. 이어서 본 연구는 본격적으로 국가-시민사회 복지파트너십 관련 동서양의 문헌과 논쟁들을 포괄적으로 검토하면서, 파트너십에서 시민사회의 위치와 정체성을 해석하는 시각을 다음 세 가지 관점으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1) 주류적 관점(민주적 파트너로서의 시민사회); (2) 비판적 관점(그림자 정부로서의 시민사회); (3) 대안적 관점(지속적 미시저항의 장으로서의 시민사회)이 그것이다. 또한 각 관점의 대표학자와 주요개념, 한계와 특성을 분석하고, 위 이론적 관점과 시민사회 고전이론 사이의 연결점을 짚어보았다. 이와 같은 복지파트너십 문헌들의 이론화 작업을 통해 향후 민관파트너십의 정치역학을 관찰하고자 하는 후속연구들에 참고가 될 만한 분석틀을 제공하고자 했다.
본 연구는 한국 사회 내 주도적 담론, 지배적 정체성으로 작동하고 있는 '국민'의 기원을 추적해 보는 데 그 목적이 있다. '민족'이나 '민중', '시민', '인민'과 마찬가지로 '국민'은 식민지 근대가 배태한 매우 특수하고 역사적인 산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뿌리에 대한 언어사회학적, 문화정치학적 고찰은 거의 없었다. 주체와 현실을 이어주는 일종의 이념적, 인식적 창틀로서 '국민'이라는 말이 어떠한 문맥 하에서 탄생하였는지 계보학적으로 쫓아보는 것은 이론적으로뿐만 아니라 실천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본 연구는 '국민'이라는 담론의 본격적 탄생 시기를 일제식민지 후기에 두고, 당시의 국가총동원체제가 여러 다양한 물리적 장치를 조건으로 해서 어떻게 '국민'이라는 담론과 주체를 형성했는지 비판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보통사람들을 '제국의 일분자'로 동원코자 한 일제라는 전체주의적 국가체제가 '국민'의 배후에 있음을 드러냄으로써, 해방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국민' 담론의 선전적 한계와 파시즘적 본성을 밝히고자 한다. 본 연구는 지배적인 '국민' 담론에 대한 역사유물론적인 해체 작업으로서, 기본적으로 문화연구와 문화정치의 입장에서 접근할 것이다.
1940년 침략전쟁의 소용돌이가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 일본에서는 '기원이천육백년축전(紀元二千六百年祝典)'이라는 기념행사가 대대적으로 거행되고 있었다. 국민총동원을 위한 정신적 통합과 정치에 대한 국민 불만과 전쟁에 지친 피로감을 해소시키려는 의도였다. 본고는 이 축전행사의 일환으로 일본 전국의 신사에서 연행된 우라야스무가 어떻게 창작되고 보급되었는가를 검토한다. 우라야스무는 일본 고대로부터 전해오는 아악 형식의 음악과 미코마이(巫女舞)에 기초를 둔 새롭게 창작된 춤이다. 전시상황에서 창작 보급된 우라야스무는 '만들어진 전통'의 전형적인 사례라 할 것이다. 또 우라야스무야말로 근대시기 창작된 전통이자 국가이데올로기의 선전도구로 이용된 불우한 유산으로 현재까지 온존하는 예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역사적 경위는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채 오늘날 확산일로에 있으며 이러한 움직임은 보다 가속화될 것이다. 즉, 강압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창조된 우라야스무가 어느새 새로운 민속으로 자리매김한 현실에 직면해 있다. 당시 흥아(興亞)의 기치를 내건 일본제국주의의 흐름 속에서 유구한 역사를 강조하고 정치적 정통성 확보를 위한 국민총동원체제 구축의 일환으로 우라야스무를 창조 보급하였던 것이다. 이처럼 근대시기에 창작된 우라야스무는 각 지역의 신사에서 오랫동안 계승해온 고유의 제례악무를 대신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일본사회의 우경화와 무관하지 않으며 문화권력의 새로운 양상을 보여주는 것이라 하겠다. 아울러 오늘날 재생산되고 확산되고 있는 전통의 재창조에 대해서 비판적인 시각으로 조명하였다.
최근 문학작품에 나타나는 괴물의 형상화는 '포스트휴먼' 시대의 인간 존재에 대한 비판적 상상력을 담고 있다. 특히 젠더적 시각에서 바라보는 괴물-비체의 문학적 재현은 근대적인 폭력과 억압적인 가부장 세계에 대한 여성 주체의 비판을 담고 있다. 본고는 김언희의 시와 한강의 소설을 중심으로 '비체'와 '괴물'의 문학적 재현이 지닌 젠더적인 상상력에 주목하고자 한다. 두 작가의 작품은 괴물-비체의 상상력을 통해 혐오와 숭고, 경이로움과 기형성을 넘나드는 실천적인 젠더 전략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김언희의 시가 보여주는 괴물-비체의 전략은 미러링의 서술화법과 절단된 신체의 상상력으로 요약될 수 있다. 남성 화자를 흉내내는 미러링의 발화법은 최근 여성혐오의 문제와 관련하여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김언희의 시에서 미러링의 화법을 통한 '남성 되기' '남성 흉내내기'는 육체를 해체하는 절단의 이미지로 나타난다. 이와 같이 혐오와 기괴함을 끌어내는 비체의 서술 전략은 가부장적 지배 이데올로기에 대한 강력한 비판을 담고 있다. 한강 소설이 보여주는 괴물-비체의 전략은 식물되기와 채식-거식의 과정을 통해 구체화된다. 한강 소설에서 억압되었던 비체의 세계는 신체의 상징을 통해 몸의 감각으로 귀환한다. 여성의 신체로 표현되는 병리적 증상을 통해 억눌린 욕망을 깨닫는 소설 인물들은 적극적인 변신을 감행한다. 소설에 나타난 신체의 감각과 변화는 단순히 동물-남성-문명의 세계를 거부하는 것뿐만 아니라 근본적으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탐문하는 급진적인 물음을 지향한다. 두 작가의 작품은 괴물-비체의 상상력이 기존의 젠더 범주를 거부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젠더 실천을 수행할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글은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에 대한 대위법적 읽기를 시도한다. 에드워드 사이드가 주창한 대위법적 읽기란 특정 작품 속에 들어있는 잠재성이 시간적 문화적 이데올로기적 경계를 가로질러 현재에 말을 걸게 하는 독법을 말한다. 이 글은 현재의 맥락을 드러내기 위해 2011년 점령운동 당시 활동가들이 내놓은 "유토피아"에 대한 상반된 해석을 검토한다. 당시 점령운동 반대론자들은 이 운동이 기존 유토피아 서사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그 문제점을 작중인물 히슬로다에우스와 그가 2부에서 그리고 있는 유토피아의 형상에서 찾고 있다. 반면, 점령운동 옹호론자들은 모어의 텍스트를 긍정적으로 읽어내고 있지만, 이들이 초점을 맞추는 것 역시 유토피아 사회의 구체적 모습이 그려진 2부가 아니라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전개되고 있는 1부이다. 이들은 이상주의자가 아닌 사회비평가 히슬로다에우스를 복원하고자 한다. 이 글은 점령운동 반대론자들 뿐 아니라 옹호론자들로부터도 비판받고 있는 2부 유토피아 상상의 급진적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읽어내고자 한다. 2부는 1부 후반부에서 전개되는 부분적 유토피아의 한계를 드러내면서 기존 질서의 모순을 해소한 총체적 사회변화의 가능성을 그리고 있다. 이 가능성은 '없음'(nothingness)에서 발견된다. 유토피아에서 왕은 존재한다고 묘사되고 있지만 그가 거주할 공간은 '없는' 것으로 나타나며, 시장은 도시를 구성하는 구역의 중앙에 존재한다고 말해지지만 실상 그 공간 역시 '없다.' 담론과 실제 공간지도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불일치가 루이 마랭이 유토피아서사의 특징으로 제시한 '중성화'(neutralization)를 만들어낸다. 중성화는 텍스트의 이념적 모순이 해소되는 계기이다. 텍스트에 존재하는 이 중성화의 계기가 기존질서에 존재하지 않는 미지의 가능성, 근대 주권권력과 자본주의 체제를 넘어선 공유사회에 대한 유토피아적 꿈을 열어놓는다. 이 꿈은 우리 시대에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 새롭게 소환될 수 있다.
조선시대 "노자" 주석의 특징은 '유학자의 노자 읽기(이유석노(以儒釋老))'로 대표된다. 그러나 조선사상사 안에서 "노자" 주석사의 흐름을 체계적으로 논의하기 위해서는 좀 더 미시적인 접근이 요구된다. 본 논문에서는 유학과 대립되는 "노자"의 '인(仁)을 끊고 의(義)를 버린다(절인기의(絶仁棄義))', '성인은 어질지 않다(성인불인(聖人不仁))' 등의 사유가 5종의 "노자" 주석서에서 어떻게 해석되는가를 살피고, 나아가 시대에 따른 해석의 변화과정에 주목하고자 한다. 조선시대 '인의(仁義)'는 당대 사회의 윤리적 표지이며, 모두가 따라야 할 공동체의 선이었다. 이이 박세당 홍석주가 "노자" 텍스트 상의 '인의(仁義)' 부정에 대해 유자(儒者)의 입장에서 비판하거나, '인의(仁義)'를 적극 변호한다면, 서명응과 이충익에 이르면 '인의(仁義)'는 '공공선'의 위상에서 벗어나, 판단 주체의 도덕적 자각이 요구되는 도덕률로 언급된다. 또한 율곡과 홍석주가 '천리(天理)의 공(公)'으로서의 '인의(仁義)'의 추구가 '무사(無私)'라고 본다면, 이충익에게서 '무사(無私)'란 개체의 이익을 위해 인의(仁義)를 따르는 것을 반성해야 되는 상태이다. 이 때 반성의 주체는 사회공동체가 아닌 개인이다. 요컨대 조선시대 "노자(老子)" 주석사 안에서 '도덕률'에 대한 인식변화는, 천리(天理)의 당위성이 강조되는 중세시기에서 근대로 넘어가면서, '공동체의 선(善)'이 해체되는 과정을 보여 준다. 이 안에서 개인은 도덕률의 순종자에서 도덕률의 판단 주체로 변모하였다. 서명응 이충익의 이러한 새로운 시도에는 18세기 정치 이데올로기화 된 정주학에 대한 반성과 극복의 과정이 투영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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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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