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현대 도시 공공공간의 특성에 관하여 역공간 관점의 해석을 시도한다. 새로운 유형의 공공공간의 양상은 기존 공공영역과 공공성에 관한 문화정치적 담론,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의 혼재에 따른 도시문화적 담론 등의 해석으로만 조망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현대 공공공간의 다층적이고 유연한 성격을 포착하는 데는 역공간의 개념이 유용하리라는 것은 본 연구의 가설이다. 역공간이란 그 속성상 이곳과 저곳에 속하지 않은 상태를 기본조건으로 삼고 있고, 제의 과정을 경험하면서 시간적인 전개를 기저에 깔고 있다. 이러한 속성은 기존 공공공간에 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첫째, 공공공간과 사적공간, 반공공공간과 반사적공간 등으로 구분되는 층위적 개념에서 보다 연속적 속성을 부각하는데 유용하며, 둘째,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이 장소에 기반을 둔 고정적인 상태가 아닌 시간에 따라 변화가 가능한 속성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이론적 기획을 바탕으로 도시 공공공간의 몇 가지 사례와 그 특성을 살펴본다. 사례를 통하여 확인할 수 있는 것은 현대도시 공공공간의 혼성적 특성이 도시 공간에 활력을 주는 데에 기여한다는 것이다. 역공간 관점의 해석은 공공공간의 지평 확장과 재인식에 기여한다. 첫째, 공공공간의 지형도는 끊임없이 진화한다. 관리 주체나 소유의 관점에서 공공공간은 명확한 경계를 지니지만 혼재성의 관점에서 실제로 인식되고 활용되는 공공공간의 범위는 확장된다. 둘째, 같은 맥락에서 공적공간의 활성화는 사적인 공간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접속할 때 활성화할 수 있다. 그러므로 공적영역과 사적영역을 긴밀하게 결합하는 세심한 전략과 고려가 필요하다. 셋째, 역공간으로 본 공공공간은 그 영역과 범위가 다양하게 변동 가능하다는 점이 강조된다. 이 연구의 실천적인 함의는 역공간적 속성을 고려한 공공공간의 도시 설계와 이를 수용하는 유연한 도시 관리가 요구된다는 점이다.
이 연구는 KBS에서 방영되었던 TV 역사다큐멘터리인 <역사스페셜>과 <한국사 전(傳)>을 대상으로 TV의 역사쓰기방식을 살펴보기 위해 이야기구조와 담화를 중심으로 서사분석하였다. 역사적 사실을 선택과 배제를 통하여 재구성하는 TV의 역사쓰기가 대중매체임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지배적인 역사인식에 반하는 역사적 해석을 할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짚어 보았다. 분석결과 두 프로그램 모두 지배적 이데올로기에 반하는 전복적인 역사쓰기에 한계를 드러냈다. 이야기구조에 있어서는 첫째, 여성의 역사를 쓰는데도 불구하고 남성의 영웅 서사 전개방식을 채택하였으며, 또한 공적 인물화하는 과정에서 개인으로서의 여성성을 없애고 탈개인화시키고 있다. 둘째, 두 여성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앞서 전제하고 있는 외모에 대한 평가가 남성적 시선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으며, 셋째, 정치적인 여성 인물사를 이야기함에도 불구하고 사적인 남녀 간의 애정관계에 주목하고 있어 여성의 공적 인물화에 실패했다고 할 수 있다. 두 프로그램의 담화방식 역시 역사적 상상력을 주기보다는 다큐멘터리의 역사적 해석을 더욱 고정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스튜디오에서 실제의 모습으로 전지적 시각으로 역사를 전달하는 서술자는 담론적 위계구조에서 가장 상위에 위치하고 있는 의미 규정자였다. 영상의 경우 특히 <한국사 전(傳)>에서 부족한 영상을 메우기 위해 제작진의 상상력에 의해 만들어진 극화된 재연 장면에 의존하는 방식은 담화가 오히려 가부장적 서사를 고정시키는 역할을 함으로써 인물에 대한 전복적 해석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다.
본 연구는 제4차 산업혁명의 시대를 맞이하면서 미래사회를 효과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현대의 기독교가 교육적 차원에서 감당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를 조명한다. 인간의 노동력을 포함한 인간의 다양한 영역들이 인공지능 로봇에 의해 대체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급변하는 초(超)불확실성의 세계에서의 효율적 적응을 위한 공감능력과 인성적 자질을 개발을 돕는 창의성 교육이 새로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그런데 현대의 기독교는 건물로서의 교회를 넘어 공공의 영역에서 이 사회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이 시대가 당면한 문제를 함께 풀어갈 공적 책임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의 기독교가 세상에 분명히 제시할 수 있는 공적 담론으로서의 교육은 무엇이고 그 방법은 어떠해야 하겠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본 연구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위해 기독교가 참여할 바른 교육에 대해 다음의 사항들을 제안한다. 첫째, 공동체 의식을 통한 소속감의 강조가 필요하다. 둘째, 창의력을 개발하는 교육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준비가 필요하다. 셋째, 전 세대를 아우르는 교육적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 넷째, 지역사회에 디지털 활용을 통한 실제적 교육을 실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독교는 보다 더 통합적일 필요가 있다. 그처럼 기독교 공동체가 지역사회의 의제가 자신의 과제임을 인식할 때, 모두가 상생하고 공생하는 사회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디자인사의 일반적 접근 경향은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적 측면에서 근대화 문제와 관련된 거대 담론에 주로 연구 초점을 맞추어 왔다. 근대화 논의에는, 그러나,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자장 안에서 전개되는 공적, 제도적, 권력적 근대화 외에 일상적인 삶의 양식으로 발현되는 사적, 개인적, 문화적 근대화라는 두 측면이 내재되어 있다. 특히, 현실사회주의의 실패 이후 후자의 관점이 역사학계를 비롯한 제 분야에서 새로운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디자인 역사 연구가들의 근대적 디자인 현상에 대한 역사 인식은 일상적 현실 안에 존재하는 ‘아래로부터의 역사’이기보다는 현실 밖에 담론의 차원으로 존재하는 ‘위로부터의 역사’인 경우가 많았다. 이와 같은 엘리트 중심의 역사인식 틀에 균형감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보통 사람들의 자발적인 디자인 행위로 구현된 일상적 삶의 표상들을 연구대상으로 삼음으로써 한국 디자인의 역사를 일상 문화적인 시각을 통해 아래로부터 재구성하는 작업이 요구된다. 이 물음에 대한 한 가지 접근방법은 지순한 한국 어머니 상의 전형인 올해 87세의 양갑조 할머니가 일생동안 제작해 온 규방 공예품을 문화사적 시각으로 읽어내는 일이다. 한국 디자인사의 거시적 담론 속에 묻혀버린 민초들의 일사적인 삶의 구적들에 대한 역사적 반추 작업을 통해 작지만 다층적인 한국 디자인의 의미소들을 발굴해 냄으로써 문화사로서의 한국 디자인의 역사적 전망을 가늠해 보는 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하는 기독교교육을 추구하기 위해 수행된 연구이다. 코로나-19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착취한 인간의 탐욕으로 야기한 인재이다. 무차별적으로 번져가는 전 지구적 전염병이 창궐하는 시기에 우리는 이기적인 자기중심성을 극복하여 어려움을 겪으며 애통해 하는 이웃과 함께 해야 한다. 더욱이 코로나 시대와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인류가 어떻게 서로를 도와 생존할 수 있을지 모색하여야 한다. 무엇보다 국가와 인종과 경제적 능력 사이에 너무나도 큰 차별이 존재하고 있고 결국 자본주의의 극단적인 차별이 사회와 국가 전반에 나타나고 있는 것 또한 문제다. 코로나-19가 침투했을 때 확진율은 큰 차이가 없었으나 사망률은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사이에 큰 차이를 보였다. 평소에 덜 가짐으로 인하여 삶이 힘든 사람들이 바이러스의 공격을 막아내고 물리치는 일에 훨씬 더 취약하다는 점이 결과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 안타깝지만 오늘의 현실이다. 거시적으로는 기후변화 및 생태환경에 대한 주의를 기울이고, 미시적으로는 지구상의 거의 모든 나라에 존재하는 빈부, 성별, 인종, 장애 유무, 국적의 격차에 따라 엄청난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는 수많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구체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사회적 약자들의 현실을 파악하기 위하여 백신 불평등에 대한 담론, 장애인의 필요에 대한 담론, 인종별 피해 정도의 상이함에 대한 담론, 양극화와 디스토피아에 대한 담론, 교육적 불평등에 대한 담론 등을 코로나19 시대에 사회적 약자들의 당면한 현실로 다루었다. 그리고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는 기독교교육을 위해 다섯 가지를 제시하였다. 1. 예수님의 제자로서 세상의 건강한 시민으로서 살게 돕기 위해 가정과 교회가 함께 하는 기독교교육 교재 '해피투게더'를 대안으로 제안하였고, 2. 아스머와 슈바이쳐의 연구 분석을 통해 인류의 상호의존성과 상호책임성을 강화하는 공적 신앙의 계발에 대해 다루었으며, 3. 학습자의 분별력 증진을 위해 비판적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대한 폴 길스터의 담론을 분석하였고, 4. 피조물의 제자리를 찾기 위한 기독교교육 생태계를 복원을 위한 호모 사피엔스의 역할을 구약학자 강사문의 석의(釋義)적 시각으로 다루었으며, 5. 최종적으로 약한 자의 친구로 살게 하는 우정신앙을 품어 온전성을 추구하는 기독교교육적 정신 제안하기 위해 파커 파머의 온전성에 대한 글과 크리스틴 폴의 우정신학을 분석하여 제안하였다. 유일무이한 삶의 잣대인 성경 말씀 위에 터한 기독교교육자들이 코로나19 팬데믹 시대에 염두에 두어야 할 소명은 굶주리고, 헐벗으며, 갈 곳이 없고, 병에 걸려도 치료제 주사를 맞지 못하여 결국 죽어갈 수밖에 없게 될 나그네와 같은 이웃을 내 형제로 친구로 알고 섬기며 돌보는 우정 신학을 굳건히 세워 사고와 실천이 어우러지는 삶을 추구해 나아가야 한다. 그럼으로써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 어떤 일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회적 약자들과 함께 애통해 하며 작은 것부터 실천하고자 하는 기독교교육 정신과 방안을 제안하였다.
이 글은 1999년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개최한 제 2차 생명복제 합의회의를 다룬다. 기존의 연구는 합의회의를 시민참여모델의 일환으로만 이해했고, 그것이 갖고 있는 심의민주주의적 측면을 다루지 못했다. 이 글은 시민들이 합의회의에 참여해 중요한 사회적 쟁점을 토론이라는 형식을 통해서 다루었다는 점에 주목한다. 합의회의는 시민의 공적인 판단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선호취합적 민주주의와는 다르다. 이번 합의회의는 한국에서 있었던 최초의 심의민주주의의 실험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갖는다. 1) 우선 합의회의의 토대를 살펴본다. 그것은 과학의 사회구성주의, 사회적 토론의 전통, 심의민주주의다. 2) 심의민주주의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그것은 사적 선호가 아니라 공적 판단에 기초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선호취합적 민주주의모델과 구별된다. 3) 이번 합의회의에서 실험된 심의민주주의의 특징과 의미를 살펴본다. 합의회의에서 시민들은 심의과정의 결과로 자신들의 선호를 변화시키고, 공동체적 사유로 발전하는 모습이 관찰되었다. 이는 심의민주주의의 의미를 확인해주는 것이다. 동시에 이번 합의회의는 심의민주주의의 문제점과 개선점을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하다. 우선 시민패널과 전문가패널 간의 위계뿐만 아니라, 토론능력과 관련해 시민패널간의 위계가 발견되었다는 점이다. 둘째, 생명의 가치를 논증이나 담론의 형식으로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셋째, 생명복제가 미래세대 및 자연과 관련된다는 점에서 이들을 배려하는 제도적 노력이 요구된다는 점이다.
본고는 최근 주류 장르로 진입한 남성 중심적 서사로서의 한국형 스릴러가 한국사회라는 특정 콘텍스트를 서사의 기반으로 한다는 전제 아래 <아저씨>와 <악마를 보았다>에 대한 비평적 분석을 시도했다. 대중영화 또는 담론을 현실의 모순을 상상적으로 해결하는 형식이라고 할 때, 두 영화는 한국사회의 모순이 응집된 존재인 안타고니스트의 정체를 밝히고 그들이 가해온 분열을 통합하기 위한 남성주체의 복수를 서사화하고 있다. 분석의 과정에서 한국사회에서 안타고니스트뿐 아니라 복수의 수행자인 프로타고니스트 역시 각각 남성주체로서 공적 영역의 균열뿐 아니라 사적 영역의 위기를 겪고 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두 영화는 다소 상이한 결론에 도달함으로써 대중의 정서구조에 각각 다른 형식으로 소구한다. <아저씨>는 복수의 성공을 통해 가족을 회복과 공사영역의 수호가 가능하다는 판타지를 만들었으며 <악마를 보았다>는 물리적 복수에는 성공했으나 가해자의 잔영이 남아있는 상황에 대한 우려를 떨치지 못한 남성주체의 불안을 보여줌으로써 과거를 반성하고 현실을 직시하는 새로운 서사의 출현을 예감케 한다.
본 연구는 역사적 소통 공간으로써 역사 영화에 주목하여 광주 민주화 운동을 주요 주제로 다룬 2000년대 영화 <오래된 정원>, <화려한 휴가>, <26년> 세 편을 중심으로 미디어가 재현하는 역사적 담론이 무엇인지 서사분석을 실시하였다. 분석결과, 스토리의 통합체 분석은 '균형-불균형-균형'의 시퀀스를 공통적으로 나타내면서 사회적 불균형을 개인과 가족이라는 개인적 측면으로 안정화 하여 사회구조적 문제를 감추는 정치성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한 인물 관계의 계열체 분석은 여성 주인공의 적극적인 현실 참여 전략, 극중 살아남은 자들을 통한 역사의 연속성 강조 전략 등을 통해 광주 민주화 운동의 역사적 진실과 의미를 공론화시키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결국 광주 민주화 운동의 재현은 사회구조적 문제의 해결 부재나 러브 스토리 배치를 통해 역사적 의미의 약화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광주 민주화 운동을 과거의 역사로 남기지 않고 현재적 차원으로 끌어올려 공적 영역으로 소환시키는 가능성을 나타냈다. 따라서 역사 영화가 우리의 역사를 끊임없이 현재화하고 우리 사회에 여전히 남아있는 사회구조적 문제를 환기시킨다는 측면에서 역사적 소통 공간으로써 의의가 존재한다.
본 연구에서는 과학교육 분야에서 국제협력 담론을 개발하는데 있어 상호문화주의의 가치를 탐색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개발도상국에서 과학교육 교수 경험이 있는 네 교사를 대상으로 면담을 실시하였고, 상호문화주의와 대화적 관점에서 교사의 경험과 인식을 분석하였다. 교사 내러티브 분석 결과는 봉사와 전달에서 협력과 학습으로 교사의 관점이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봉사에서 협력으로의 전환은 교사들이 현지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면서 타인을 만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에서 나타났다. 개입과 충돌을 경험하면서 교사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재규정해 나갈 수 있었다. 또한 그들이 경험한 과학 교수 실제는 과학교육의 보편적인 또는 이상적인 가치와 현지 과학교육의 문화적, 특정한 상황으로 발생하는 이질성 간의 협상 경험으로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교사들은 문화적으로 적정한 방식으로 과학교육의 수요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었다. 분석 결과를 통해 본 연구에서는 개발도상국 과학교육 실제의 다양성과 복합성, 교사 전문성, 문화적정교수법, 지속가능한 정책의 측면에서 상호문화주의에 입각한 과학교육협력의 담론을 제안하였다.
이 글에서는 '수필의 시대'로 평가되는 1960년대를 돌아보며 '수필'을 둘러싼 담론적 길항과 철학자의 글쓰기가 확장시켜낸 수필의 장르적 특성에 대해 조망하고자 하였다. 1960년대에 김형석, 안병욱, 김태길은 연세대, 숭실대, 서울대 철학 교수이자 다량의 수필집을 내는 작가로 활동했다. 그럼에도 이들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일차적으로 수필 자체를 저평가하는 문학사 내부의 편견과 수필의 장르적 특성을 '문학적인 것'으로 한정하고자 하는 관행이 연동한 결과이다. 1960년대 수필이 풍미하게 된 것은 전쟁과 4.19를 거치며 개인의 경험과 사유를 객관화하고자 하는 민주주의적 요구가 근간에 깔려 있다. 철학자의 언어는 시민교양과 국민도덕이 부재하던 당대 독자들에게 1인칭 글쓰기의 다양한 감각으로 수용되었다. 김형석은 역사적 체험에 근거한 위로와 극복의 서사로, 안병욱은 민족주의에 근거한 자기 수양과 소명의 논리로, 그리고 김태길은 소시민의 삶을 객관화하는 성찰과 유머로 1950-60년대 공론장의 결락을 메웠다. 다만, 철학자의 수필이 당대의 공적 담론과 연동하지 못하면서 1970년대 시민교양을 촉발, 매개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1960년대 수필이 역사적으로 부상하는 지점에서 드러나 '수필' 장르의 특성과 이와 연동하며 풍미한 철학자의 언어가 지닌 문화사의 공과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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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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