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를 온통 콘크리트로 막고 덮던 개발 전성시대의 전환점에서, 우리는 생태 도시환경의 질적 가치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성장과 개발이 곧 행복의 보증수표임을 믿고 달려온 어느 지점에서 그 신기루를 허무하게 체험하며, 유토피아는 현실의 환경 가운데에서만 창조될 수 있음을 고통스럽게 인식하게 된 것이다. 그렇게 개발독재 시대에 복개되었던 청계천과 고가도로는 이 시대의 새로운 화두로 등장하게 되었다.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일던 청계천 복원운동은 급기야 서울시장 선거의 첫 번째 정책공방거리로 부상하고, 건설인 출신의 시장 당선과 더불어 2005년을 목표로 일사 천리한 건설을 예정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걱정의 소리도 만만치 않다.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 지적된 기술적, 경제적 문제들 외에도, 이 시대 도시환경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게 될 사업이기에 심사숙고를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여론과는 아랑곳 않고, 서울시는 사뭇 독선적이고 저돌적인 추진을 진행시키고 있다. 과연 청계천 복원사업은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가? 비록 역사와 문화를 달리하지만, 1970년대에 있었던 프랑스 파리의 레알(Les Halles) 시장 재개발 사업은 우리의 작금의 현실과 관련하여 여러 가지 면에서 공통점을 공유하고 있으며, 교훈으로 삼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