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연구는 재현의 층위인 실제 인간의 육성(肉聲)을 기반으로 하는 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이 현실세계의 증언으로 작용하는 애니메이션 매체의 새로운 확장임을 논의하였다. 애니메이션은 매우 다양한 기법으로 제작되어 정의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양상을 띠며, 다큐멘터리는 객관적 재현을 기반으로 하지만 연출과 디지털 영상처리 등 여러 유형의 인위적 개입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복잡성이 증폭된다. 두 매체의 혼성 장르로 등장한 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은 실제의 사건과 요소를 작품 안으로 끌어들여 현실 기반의 서사를 개념적으로 공유하며, 애니메이션의 외형을 시각적 특징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애니메이티드 다큐멘터리'로 분류되어 온 이 장르는 <바시르와 왈츠를> 발표 이후 논의가 촉발되었는데, 이 작품의 기법은 실사를 변환한 로토스코핑 기법을 사용한 것으로 오인되곤 한다. 그렇지만 세밀히 분석해보면 전형적인 애니메이션 기법, 3D프로그램의 사용, 그리고 실사영상의 혼용으로 실체 없는 가상의 시뮬라크르인 애니메이션과 지시대상의 객관적 지표성을 기반으로 하는 다큐멘터리의 특성이 공존하는 모호한 매체로 제시되어 있다. 본고에서 논의하고 있는 <무장>(Going Equipped)과 <스낵 앤 드링크>(Snack and Drink), 그리고 <라이언>(Lyan)은 실제인물의 증언으로 서사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다큐멘터리 매체의 특성을 공유하지만 동시에 제작기법과 연출특성으로 인해 애니메이션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기존의 분류체계에 이 매체를 포함하기보다 새로운 확장으로써 논의되어야 하며, 이는 작품의 실체를 직시하고 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전제라 하겠다. 이 연구에서는 인터뷰이(Interviewee)의 목소리를 직접 사용하면서도 애니메이션의 특성을 벗어나지 않는 작품들을 통해 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을 정의하고 현실세계의 증언으로 확장되고 있는 매체의 가능성에 대하여 논의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한국 판타지 드라마의 여러 모티프 중 초능력을 가진 영웅 인물이 등장하는 드라마(<너의 목소리가 들려>, <당신이 잠든 사이에>, <힘쎈여자 도봉순>)를 대상으로, 이들은 어떤 모습으로 형상화되고 있는지 또한 이들의 탄생은 대중의 어떤 결핍과 욕망에서 비롯되었는지 살펴보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세 편의 드라마에서 재현된 초능력 인물들의 공통점은 찬사와 존경의 대상이 되는 전형적인 영웅이 아니라 경계와 소외의 상징인 괴물로 재현된다는 것이었다. 세 편의 드라마는 모두 사법부와 검찰, 경찰과 같은 공적 권력의 한계와 부정을 비판하고 있는데, 초능력 인물들은 자신의 초능력을 활용해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고 약자와 피해자들을 돕는 영웅적 면모를 보인다. 동시에 그들은 우리가 불편해하는 이야기를 하고 누군가는 숨기고 싶어 하는 진실을 드러내는가 하면 '정상성'과 '당연의 세계'를 향해 문제를 제기한다. 이런 점 때문에 이들은 괴물로 취급되고 소외된 것이다. 현실의 문제와 욕망을 해결하고자 영웅을 소환했지만 그들로 인해 우리 사회의 결핍과 모순을 확인하게 되는 이러한 모습은 현실의 억압된 욕망을 표출하지만 그러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현실을 비판하고 전복하는 판타지의 속성과 닮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본 연구를 통해 판타지의 전복적인 특징과 함께, 그러한 속성이 텔레비전 드라마라는 매체의 특성과 결합되었을 때의 한계 또한 확인할 수 있었다. 그간 한국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는 소원했던 장르이자 최근 활발하게 제작되고 있는 장르인 판타지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본 연구의 의의를 찾을 수 있으며, 이후 더 세분화되고 다양화된 판타지 드라마를 연구하는데 있어 많은 과제를 제시했다는 점 또한 본 연구의 의의라 할 것이다.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해 선진국 반열에 진입지도 벌써 17년이 지났고, 회원국들 가운데 개발도상국들을 위해 개발 원조를 시행하는 회원국이 된 지도 3년이 되어 간다. 한국전쟁 직후 폐허와 같은 상황 속에서 다른 나라의 원조 없이는 국가를 영위하기조차 힘들었던 우리나라가 당당히 세계의 어려운 나라를 돕는 선진국의 일원이 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 OECD 통계조사 결과를 토대로 살펴본 우리의 현실은 불명예스럽기 그지없다. 특히 결핵의 경우 우리나라 신규 결핵환자 수는 인구 10만 명당 100명 후진국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정말이지, 불명예스런 결과가 아닐 수 없다. 이 같은 사실을 외국인들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까? 이를 알아보기 위해 현재 대한결핵협회 홍보대사이자 한국외국인력지원센터에서 외국인노동자 전문 상담원으로 활동 중인 두 인물을 찾았다. 이들의 대화를 통해 앞으로 우리나라가 결핵 선진국 대열로 진입하기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점과 방안은 은 무엇인지 알아보자.
본 논문은 죠셉 콘래드의 "어둠의 속"에서 중심인물인 말로우가 자신의 아프리카 탐험을 바탕으로 한 서사를 통해서 스스로를 서구 계몽주의의 합리적 이성주체 그리고 진리주체로 드러내고자 하는 시도를 하고 있음을 고찰하고자 한다. 작품에서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와 성 이데올로기는 서구 계몽주의 합리적 이성주체를 구성하는 데 작동하고 있다. 말로우는 아프리카에서 커츠를 만나러 가는 여정과 그와의 만남을 통해 제국과 성의 이데올로기들이 외부 현실세계에서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자부한다. 그러나 말로우는 자신의 현실인식 역시 타자를 억압하고 타자의 정체성을 소멸시키는 서구의 전체주의적 이데올로기 담론에 의해 침윤되어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주체이다. 말로우는 서구 계몽주의 주체인 동시에 계몽주의의 이분법적 위계서열을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이성에 의해 지배당하는 식민주체이다. 말로우는 자신이 제국주의의 본질이란 정치적 폭력과 경제적 수탈로 점철되는 현실이고 이것을 깨달은 진정한 계몽주체라고 자랑한다. 그러나 그의 서사담론은 제국주의에서 발견되는 배타적이며 자기중심적 이데올로기와 성 이데올로기로 원주민을 비인간적 존재로 판단하고 여성을 이상화된 세계에 매몰된 존재로 파악하는 자기모순의 오류를 범하고 있다.
코엔 형제의 대표작품 중 하나인 <바톤핑크>에 나타난 캐릭터 사용과 공간 표현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이 작품의 난해한 내러티브 해석은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상징적인 표현들을 이해해야 가능하다. 주인공과 함께 등장하는 비현실적인 주변 인물들과 공간, 그리고 소품들은 특별한 중의적 의미를 지니며 작가가 구현한 상징적인 세계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다. 이런 장치들은 이 작품의 독특한 세계를 창조하는 데 기여하고 이후 작품에까지 크게 영향을 끼친다. 현실과 공존하는 인지하기 힘든 세계, 그리고 그 세계를 지배하는 강력한 존재는 코엔 형제의 또 다른 대표작들인 <파고>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본 연구는 코엔 형제의 대표작품들에 나타난 상징적인 캐릭터와 공간 표현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이 연구는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에 두드러지게 활동한 만화가 이정애와 유시진의 작품에 나타난 '망상형' 인물의 연애서사를 분석한다. 이들 인물의 특징은 대상에 대한 과도한 집착, 현실 논리의 거부, 광기 그리고 극단적인 이기심으로 설명된다. 이들은 사랑과 연애가 자기계발의 담론 안에 포섭되고 극적인 파토스를 감정의 낭비로 치부하는 21세기 한국사회뿐 아니라 창작물 속에서도 자취를 감추고 있는 인물 유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의 질서를 거부하고 상대에 대한 사랑 자체에만 집중하는 망상형 인물들이 제시하는 이기심과 파국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중문화가 자극하는 멜로드라마의 감상성을 배반하고 '사랑'이라는 개념 자체를 재고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정애는 기독교의 메시아 모티프를 활용해 망상형 인물과 연애서사가 집단화된 강박으로 진행되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편 유시진은 기억을 망각한 망상형 인물이 히스테리적으로 환상에 반응하고 결국 파국을 선택하는 서사를 제시한다. 이 두 서사는 멜로드라마의 연애서사가 삭제한 개인 욕망의 원형을 제시한다는 의의를 갖는다.
부산(傅山, 1607~1684)은 명말청초에 매우 현실참여적 삶을 살았던 인물이다. 부산이 바라보는 당대의 지식인들은 정주(程朱)의 빈껍데기에 의지하여 도학선생이라고 허풍을 떨면서 자리만 지키고 있는 허수아비들이었다. 그는 리(理)와 기(氣), 성(性)과 정(情) 등만을 논의하는 것은 현실세계의 활발한 실용적 측면을 도외시한 채 추상적 사유에만 머물게 하여 현실 세계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부작용을 낳는다고 보았다. 부산의 이러한 사유는 정치사상이나 문학론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기적 세계보다 먼저 그것을 규제하고 통제하는 리가 존재한다는 송명 리학(理學)의 주장은 일종의 도덕적 이데올로기를 창출하여 봉건적 전제주의를 이론적으로 합리화하는 논리 틀을 제공한다고 보았다. 따라서 부산에게 있어 성인은 이러한 사회의 불합리한 요소를 척결하는 사회 개변가이며 혁명가였다. 부산은 문학도 활발발한 기의 세계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다. 자유분방한 광(狂)의 경지, 창조적인 경지가 진정한 문학이라고 보았다. 옛 문체나 흉내내면서 고답적인 작문을 하는 것은 천기(天機)의 자연스러움을 거스르는 행위였다. 글은 변화무상한 활발발한 세계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본 논문은 "온워드:단 하루의 기적"의 사건의 인과 관계를, "업"과의 비교를 통해 검토했다. "업"의 경우, 먼저 원인이 있고, 주요 인물들은 거기서 생긴 목적의식을 가지고 행동한다. 그리고, 오프닝 장면에서, 괴물과 같은 새, 사람과 같은 개, 비행기보다 가벼운 비행선이, "업" 세계의 주민들에게 받아들여져 있어서, 이후 주인공이 풍선을 장착한 집을 타고 여행하거나, 괴물 같은 새와 말하는 개랑 교류하는 장면을, 시청자는 "업"의 공상 형식으로 이해한다. "온워드"의 경우도 먼저 원인이 있고, 주인공은 한결같은 목적의식을 가진다. 그런데, 목적을 이루는 방법으로서, 게임의 문제 해결 방식을 택하는데, 게임과 현실과의 인과 관계가 없어서, 설득력이 있는 선택이 안 된다. 또, 주인공이 만나는 장애들은 게임의 아이템들이 많은데, 게임 세계의 정보가 부족해서, 장애가 된 원인과 목적이 불분명하다. 따라서 주인공과의 대립 구도가 희미하여, 게임 세계에 대한 수수께끼만 남는다.
컴퓨터 게임 중독은 일반적으로 지나치거나 건전하지 못할 정도로 컴퓨터 게임에 시간을 보내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가상 게임 중독자들은 대부분의 시간을 실제 세계에 집중하기보다는 가상 게임에 몰두하고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고립화하고 다른 중요한 책임져야 하는 일들을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다. 오히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의 성취, 성적, 상태를 더 중요시 한다. 인터넷의 열풍으로 가상 상점, 가상도서관, 가상영화관, 가상전시회, 가상학교, 가상인물 등이 등장하고 있다. 가상이라는 말에 가상현실이라는 IT 단어도 나타났다. 외계인이나 UFO와 같은 신드롬도 생겨나게 되었다. 이런 사회적인 현상이 가상과 현실을 혼돈하게 만들고 있으며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는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본 연구는 가상현실의 게임을 중심으로 가상현실 게임과 그 중독의 부작용을 살펴보고 그 원인을 분석하며 그 대응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거주공간으로서의 집은 거주자들의 습관이 축적되어감에 따라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리듬을 낳는다. 이러한 삶의 리듬은 집과 거주자들 사이의 상호 관계를 형성하면서 내적인 의미를 생산한다. 이와 함께 우리는 무심한 몸의 습관이 삶을 구성하는 요소가 되듯이 말없는 집의 공간이 인간의 의식을 구성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음을 보게 된다. 따라서 집은 작가에게 거주지와 거주자 간에 발생하는 관계를 조명해주면서 등장인물들을 살아 움직이게 하는 문학적 자료를 제공해준다. 마르그리트 뒤라스는 이제까지 이야기되지 않았던 집의 이야기를 텍스트와 영화를 통하여 우리에게 들려주고 있다. 작가에게 거주지는 거주자의 삶의 흔적들을 드러내며 하나의 의미체를 구성한다. 삶과 존재의 흔적을 새겨놓으며 집의 내부에 있는 방과 테이블과 의자와의 관계를 보여주기도 하는 이러한 일상의 습관이 작가에게는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동인이 된다. 그러면서 뒤라스는 그녀의 집에 등장인물들을 현존의 인물들로 객관화시켜 배치하는 동시에 상상의 형상을 덧붙여 놓음으로써 현실과 유토피아적 세계를 융해시키고 있다. 이러한 결합을 통해서 이제까지 숨어있던 이야기가 복원되고 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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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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