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개혁은 근대철학과는 무관한 듯 보이지만 실상은 근대철학과 밀접한 연관을 갖고 있다. 철학적으로 볼 때, 종교개혁은 두 가지 면에서 근대철학의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종교개혁의 기본원리인 신적 이성에 대한 신적 의지의 우위를 강조하는 주의주의는 교회의 전승을 무시한 채 '오직 믿음으로'를 강조함으로써 성서와 교리에 대한 자의적 해석을 허용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극심한 종교적 분쟁이 야기되었고 근대지성인들은 이를 종식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 이른바 보편종교라 할 수 있는 이신론과 자연종교를 추구하게 되었다. 또한 주의주의는 자연에 대한 탐구에 있어 종래의 사변적 탐구를 탈피해 관찰과 실험에 근거한 실험적 탐구에 나서게 함으로써 인간 본성에 대한 실험적 탐구인 실험철학(경험론)의 단초를 제공하였다. 요컨대 종교개혁은 한편에서는 보편종교의 추구를 그리고 다른 한편에서는 실험철학의 출현을 가져왔다고 할 수 있다. 보편종교란 행동과 실천의 근거가 되는 신비적 종교가 아니라 단순히 과학적 탐구를 위한 근거가 되는 세계관에 불과한 것이기에 보편종교를 추구한 철학은 '과학을 위한 철학'이었다. 또한 실험철학은 실험과 관찰을 통해 인간본능을 탐구한 이른바 인간학이란 점에서 '과학에 의한 철학'이었다. 결국 종교개혁은 과거 철학의 안방을 차지하고 있던 종교를 쫓아내고 그 자리에 과학을 앉힌 것이다.
남명의 경(敬) 의(義)철학은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가는데 가장 먼저 실행되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제시해 주고 있다. 이러한 점들은 유학에서 지향하는 자신에서부터 출발하여 세계를 바라보는 관점과 상통한다. 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는 것 또한 스스로를 먼저 바로 보는 것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개인의 수양은 곧 사회 전체의 수양, 사회의 개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맥락이 전제되는 것은, 유학에서 말하는 '수신(修身)'에서 출발해 '평천하(平天下)'로 가는 길, '수기(修己)'이후에 '안인(安人)'이 되고, '극기(克己)'이후에 '부례(復禮)'가 된다는 사실에서 알 수 있다. 개인과 사회를 분별하지 않고, 개개인의 모습이 모여 사회가 이루어지고, 개인이 바로 설 수 있을 때 사회도 바로 설 수 있음을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유학의 사회체계의 원리는 상호적, 또는 층차적 분화와 통합의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사회를 개인 혹은 국가와 대립시키지 않으며, 같이 이루어나가는 도덕 공동체로 인식하는 것이다. 따라서 남명에 있어서 경(敬) 의(義)철학이 가지는 실천성은 그것이 적용되는 사회의 실천성으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실천성이 남명의 경(敬) 의(義)철학에서 '행의(行義)'의 개념으로 나타난다. '행의(行義)'는 후에 그의 문도들이 국가적 위기에 보인 행동으로 입증된다. 이 점에서 그는 퇴계나 율곡과는 다른 또 하나의 조선조 성리학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러한 점은 행의(行義)의 사회적 구현이라는 측면에서 이해될 수 있다. 어느 성리학자나 실천성을 강조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남명은 특히 현실의 당면 문제에 구체적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관념적, 내면 지향적 사유가 갖는 기만성을 경고한다. 결과적으로 남명의 경의(敬義)를 바탕으로 한 도덕적 수양과 단련은 사회 역사적 장과 상관없는 진공상태에서 평가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세적 공효 내지는 사회적 실천의 맥락에서만 평가될 수 있다고 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남명의 경의(敬義)의 실천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를 구현하고자 하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회 개혁론'의 출발점에 서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학계에서 율곡이 살았던 16 세기는 흔히 성리학의 전성기로 평가된다. 그런데 율곡을 통해 본 당시의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학문적으로는 성리학이 꽃을 피웠지만 정치적으로는 쇠락의 길로 치닫고 있었다. 따라서 성리학 중심의 연구는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의 정치를 분석하기에는 한계를 갖는다. 율곡을 다룬 기존 연구들은 주로 철학적 이론중심에 맞추어 설명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이 논문은 이와 달리 율곡이 현실정치에서 실제로 보고 듣고 느낀 다양한 정치적 경험들을 재구성하는 방식을 택한다. 기존의 연구가 주로 율곡의 철학을 다룬 '경학론' 중심이었다면, 이 책은 율곡의 정치적 경험에 근거한 '정치적 사고'에 주목하여 그의 '경세론'을 복원하려는 의도를 갖는다. 필자가 율곡에게서 가장 주목한 용어는 폐(弊)였다. 율곡의 관직생활은 전(前)시대의 권간들이 남긴 유폐(遺弊)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문제의식으로 시작되었다. 율곡이 주목한 것은 '백성[民]'이 아니라, 백성들의 구체적인 삶의 모습인 '민생(民生)'이었다. 율곡은 당시 처참한 민생의 원인이 바로 '폐법(弊法)'에 있음을 인식하고, 폐법을 개혁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벌인다. 율곡은 백성을 사랑하는 애민(愛民)의 차원이 아닌, 백성이 편안한 안민(安民)에 초점을 두게 된다. 이후 율곡의 관심은 '폐정(弊政)'이라는 문제로 옮겨가게 된다. 율곡은 폐법이 개혁되지 못하는 이유를 폐정에서 찾고 있었다. 율곡이 지목한 폐정은 첫째는 잘못된 인사문제였고, 둘째는 왜곡된 공론문제였다. 율곡은 인사문제와 공론문제는 모두 '소통의 부재'라는 요소에 그 기원을 두고 있음을 인식한다. 율곡은 여기서 논(論)보다 의(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의(議)를 살려냄으로써 정치의 장에서 소통의 기반을 마련하려는 시도를 한다.
한국 대학의 근본적 개혁을 위한 기획 가운데 가장 지속적이고 영향력 있는 것은 국공립대통합네트워크론이다. 대학의 평준화를 이념적 기반으로 하는 이 담론은 대학서열화를 완화하고 입시지옥을 해소한다는 명분 하에 제기되어 지금까지 20년 가까이 많은 논의를 낳았고 특히 개혁지향적인 현 정부 들어와서 그 실행여부가 초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논문은 이 담론의 이론적 근거로 제시되어온 해외 사례와 비교하여 현 시점에서 이 대학통합론의 이념적 기반과 현실성 문제를 재검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대학통합론은 프랑스 파리대학의 통합사례와 캘리포니아 주립대체제를 모델로 하여 이를 한국적 상황에 적용하고자 하는 시도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같은 적용시도는 두 가지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은 면이 있다. 1) 이 두 대학의 통합이 1960년대 학생 수가 급증하고 대학이 팽창하던 시기에 이를 관리하고 근대화하고자 하는 '자연스러운' 과정에서 나온 것인 반면 한국의 대학통합논의는 학생 수의 급감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인위적인' 기획으로 요구되고 있고, 2) 미국이나 프랑스의 경우 국공립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이같은 통합이 대학 및 교육 일반의 변화에 전체적인 영향을 준 반면 한국의 경우는 사립이 대다수이므로 국공립대 통합이 주는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다. 국공립대 통합안이 전제하고 있는 대학평준화의 이념을 추구하기보다 대학특성화에 역점을 두는 것이 사회문제로서의 대학문제에 대처함에 있어서도 더 시대상황에 맞고 현실성이 있다고 판단된다. 국립대 통합보다 구조조정과정에서 사학들을 공영화하여 고등교육에 대한 국가의 공교육적 기반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현 시점에서 더 일차적인 개혁과제라고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현 과학교육의 개혁 운동에 기초하여 예비 교사들의 자기 효능감과 교과교육지식(PCK) 이해의 향상을 위하여 과학적 탐구를 실행하였다. 이를 위하여 과학교육 방법론 수업(Science Method Course)은 초등학교 교실에서 실행할 수 있는 효과적인 과학 탐구 모델링 수업과 과학적 실천 교수학습을 포함하도록 수정하였다(RSMC). 본 연구에서는 다음과 같은 연구 문제를 조사하였다: (1) 수정된 과학교육 방법론 수업(RSMC)의 처치 전후 예비교사들의 PCK 정도는 어떠한가?: (2) RSMC 이수 후 과학 교수학습에서 예비교사들의 자기 효능감의 정도는 어떻게 변화하였는가?: (3) 예비교사들의 자기 효능감과 PCK 수준의 변화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가? 연구에 참여한 예비교사들은 미국 중부의 중간정도 규모의 대학의 교사교육 과정에서 제공하는 과학교육 방법론 수업에 등록한 76명이며, 분석을 위해서 STEBI-B 설문지와 PCK 평가지를 이용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로는 예비교사들이 RSMC 이수 후 개인적 과학교수 효능감(PSTE: Personal Science Teaching Efficacy)이 확실히 향상된 결과를 볼 수 있었다. 또한 PCK 평가지에 근거하면, RSMC 전과 후의 PCK 수준은 평균값이 현저히 상승하였으며, 예비 교사들의 자기 효능감과 PCK 수준의 변화 사이의 상관관계 분석에서는 긍정적인 상관관계를 보여주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과학교육개혁 운동에 근거하여 설계된 과학교육방법론 수업(RSMC)은 예비 교사들의 오개념의 수정, PCK 수준의 향상 증진, 그리고 현장 학교에서 탐구수업의 모델링 등을 통하여 과학교수학습에서 자기 효능감의 향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결론 내릴 수 있다.
참여정부의 출범 이후 정부는 투명하고 일 잘하는 정부를 만들기 위해서 정부의 각 부처 및 공기업의 자율적 혁신 및 체질화를 유도하고 있다. 현재 이러한 정부의 강력한 정부개혁 혁신 의지는 세계 10위권의 경쟁력 있는 국가의 건설과 국민이 편안하고 행복한 나라 만들기를 비전으로 선정하고 대통력 주재의 정부혁신추진회의를 운영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2006년 5월 11 일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연구원(IMD)이 발표한 '2006년 세계경쟁력 연감'에서 한국의 국가 경쟁력이 총체적으로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정부혁신의 방향성을 진단해 보고 구체적 추진 방법론을 제안하고자 한다.
한국에서 '유토피아'의 개념은 20세기 초반 형성되었다. 유토피아가 문헌에 등장하기 전 "해저여행기담"이나 "철세계"와 같은 근대 초기 번안 소설들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 세상에는 없지만 좋은' 세계는 과학을 이용해 찾아낼 수 있는 곳, 과학으로 실현할 수 있는 이상적인 곳이었다. 여기에는 과학을 통해 부국강병을 이룩하려는 조선 지식인들의 근대에 대한 희망적인 기대가 담겨 있었다. 진보적 역사관에 기반한 사회주의 운동이 활개를 치던 1920년대 조선의 독서 대중들에게 "유토피아"라는 개념은 사회주의의 전사로서 서구 유럽의 사회개혁 운동의 일환으로 받아들여지게 되었다. 현실 사회주의의 합목적적 과학성을 설명하는 데에 유토피아가 동원되면서 유토피아는 공상적 의미의 이상세계라는 점이 강조되었다. 현실 사회주의가 합목적적인 과학으로 실현된 이상세계라면 유토피아는 과학적 사회주의의 전사로서 실행할 수는 없으나 공상되었던 공산주의의 과거 사례로 규정된 것이다. 한편 "개벽"이 사회주의 사상과 밀접한 연관성을 지닌 유토피아의 사회개혁적 맥락에 집중하여 논의하는 것과 다르게 "동광"은 사적 소유의 철폐를 통해 유토피아를 실현하겠다는 사회주의적 급진론보다는 과학과 예술의 진보, 개인의 개성과 국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점진적 개혁안에 바탕을 둔 근대 문명을 유토피아로 상정하였다. 또한 같은 시기에 과학을 통해 실현될 수 있는 유토피아에 대한 관심은 과학으로 상상하는 미래 세계를 주제로 한 과학소설과 희곡 작품으로도 확장되었다. 웰즈의 "팔십만년 후의 사회"나 박영희가 번역한 "인조노동자" 같은 작품은 바로 유토피아를 꿈꾸는 미래의 과학세계가 사실은 인류가 겪게 될 인간 멸망의 암울한 디스토피아임을 암시하고 있는 작품이지만, 디스토피아적 비전의 원형들은 이상향을 향한 비전의 반대급부로 형성된 것으로서 유토피아의 의지가 내포된 것이라 할 것이다.
인구수 감소와 국방개혁으로 인한 병력 감축, 4차 산업혁명 기술의 초고도화에 따른 기술적 요인으로 국방 M&S의 개체를 자동화 모의하는 것은 이제 군의 현실적인 목표가 되었다. 자동화 모의 기술의 사용자인 군과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공학자들의 공통된 방향설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본 연구는 향후 국방 M&S의 자동화 모의 연구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이를 위해, 먼저 자동화 모의를 가능하게 방법론들 규칙-기반방법, 에이전트-기반방법, 학습-기반방법에 대해 논의하고, 이어서 이러한 방법론을 어떠한 방향으로 개발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한다. 연구를 통해 국방 M&S의 자동화 모의 기술 연구가 본격화 되고, 군과 개발자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기를 기대한다.
한국사회복지는 최근 급증하고 있는 국내 체류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서비스 전달정책과 실천에 그 관심의 폭을 확대하고 있다. 사회복지실천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지원하는 현장 실천가들의 문화적 역량강화에 역점을 두고 연구와 실천을 수행해왔다. '문화적 역량강화를 위한 실천론'은 외국인이주자들이 한국사회에 순응하고 적응을 돕는 실천론으로서의 강점이 있다. 그러나 문화 역량강화는 그들이 당하는 차별과 그들을 억압하는 한국문화와 제도 등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이의 변화를 모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본 연구는 영국에서 사회복지실천개혁의 배경으로 발전된 사회구조 변화를 통해서 사회정의와 인권 가치를 실현하는 반-억압실천론(anti-oppressive practice)의 한국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적용가능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외국인 근로자와 그들을 지원하는 사회복지실천가들의 인터뷰를 기초로 외국인근로자들이 경험하는 차별의 유형과 사회복지실천가들의 실천방법을 분석하고 반-억압실천론(anti-oppressive practice)이 외국인근로자에게 적용 가능한가에 대한 의견을 제안한다.
이 논문의 목적은 다양한 저작들 속에 산재해 있는 사회정책에 대한 견해들을 정리하여 칼 맑스의 사회정책론을 체계적으로 재구성하는 데 있다. 칼 맑스는 복지제도와 사회정책에 대해 체계적이고 일관성 있는 견해를 제시하지 않았다. 칼 맑스의 사회정책론에는 복합적이고 때로는 상충하는 주장들이 포함되어 있다. 이 논문의 또 다른 목적은 그러한 상충하는 견해들을 재해석하여 복지국가에 대한 칼 맑스의 진정한 입장이 무엇인지를 밝히는 데 있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이 논문은 칼 맑스의 사회정책론에 대한 학계의 관심을 환기시키고, 사회정책이론 분야에서 칼 맑스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칼 맑스의 사회정책론이 그동안 학계의 높은 관심을 끌지 못하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에 대한 연구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몇몇 연구자들은 사회정책개론서나 이론서에서 사회정책에 대한 칼 맑스의 견해를 소개하고 있고, 일부 연구자들은 그의 견해를 보다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다양한 저작들에 흩어져 있는 칼 맑스의 견해를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복잡하고 상호 모순적인 것으로 보이는 그의 견해를 체계적으로 평가한 연구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이 논문의 학문적 의의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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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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