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빅터 메어(Victor H. Mair)의 용어 'Painting and performance'에서 촉발되었다. 그 책에서는 불교가 전파된 지역에 불교그림이 공통적으로 있고, 또한 그것을 활용한 공연이 있음을 설명하였다. 그리고 불교와는 관련 없지만 이러한 공연 형식은 세계적일 수 있음을 밝혔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은 다루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곧 그에 해당하는 공연의 기록과 전승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2018년 삼척 안정사의 땅설법이 알려졌다. 학계는 한편으로 매우 반가워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고민을 하게 된다. 그 고민은 곧 '공시적, 통시적 보편성'으로 요약된다. 과연 삼척 안정사에서 전승하고 있는 땅설법이 그 절만의 특이 유형인가? 아니면 전승이 안되었을 뿐 전국적인 단위에서 보편적인가 하는 문제이다. 그러나 이런 본질적 질문에 앞서 우린 아직 충분히 안정사 땅설법의 전모를 알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본고는 안정사 땅설법의 전체적인 윤곽을 보이기 위해 마련되었다. 땅설법 전체에 공통적으로 '그림'(변상도)이 쓰이며, 그것을 어떠한 방식으로 운용하는지 다양한 방식을 이해하는 것이 땅설법을 이해하는 첫걸음이다. 땅설법은 본전으로 5개의 레퍼토리, <석가모니일대기(釋迦牟尼一代記)>, <선재동자구법기(善財童子求法記>,<목련존자일대기(目連尊者一代記)>, <성주신일대기(成造神一代記)>, <신중신일대기(身衆神一代記)>를 가지고 있다. 또 별전으로 <만석중득도기(曼碩衆得道記)>, <안락국태자경(安樂國太子經)>, <태자수대나경(太子須大拏經)>, <심청효행록(沈淸孝行錄)>, <삼한세존일대기(三韓世尊一代記)>,<위제희부인만원연기(韋提希夫人滿願緣起)> 등이 있다. 공통적으로 불교적 인물의 일대기 서사구조를 취한다. 이 서사를 진행하는데 있어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이 변상도이며, 이 변상도의 내용을 다양한 방식으로 알려주는 것이 땅설법이다. 서사의 실마리가 되는 변상도의 경우 빛이 없는 저녁에는 볼 수 없는 문제가 생겨 특별한 고안이 필요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그림자극과 영등(影燈)의 방식이다. 즉, 땅설법은 세 가지 방식의 공연 방식이 있다. 첫 번째가 변상도를 이용하는 방식이고, 두 번째가 그림자를 이용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가 영등의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레퍼토리의 내용에 따른 선택이 아닌 공연 환경에 따른 선택이다. 빛이 있어 그림을 볼 수 있으면 변상도를 이용한다. 그러나 저녁이 되면 어두워 볼 수 없으므로(과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던 시절) 그림자나 영등의 방식을 취했다. 이렇게 땅설법에서 시각적인 방식을 도구로 활용한 것은 단순히 구비문화 차원에서 한단계 진일보한 시각문화로의 이행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더욱이 구비서사와는 달리 함축되어 있는 이미지의 힘은 감성적 자극을 통해, 보는 이로 하여금 불교의 신비함을 체감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식물사회를 이해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으로 식물사회와 사회 연결망 분석을 결합한 식물사회네트워크 분석이 시도되고 있다. 본 연구는 부산 태종대를 대상으로 식물사회네트워크 분석을 활용하여 종간 관계를 살펴보고 이를 관리에 활용하기 위한 기초자료 구축의 목적으로 수행하였다. 우리나라 난온대림에 위치한 태종대는 부산광역시의 대표적인 해안림으로 곰솔-사스레피나무군락이 폭넓게 분포하고 있다. 태종대를 대상으로 100m2 크기의 방형구 100개소를 설치하여 출현수종을 조사하였고, 주요 종을 중심으로 종간결합 분석을 실시하였다. 그 결과를 바탕으로 Gephi 0.9.2를 활용하여 소시오그램을 작성하였으며, 네트워크 중심성 및 구조를 분석하였다. 연구결과, 곰솔, 사스레피나무, 졸참나무, 팥배나무, 광나무, 때죽나무 순으로 출현빈도가 높았으며, 대상지의 환경적 특성상 상록활엽수가 다수 출현하였다. 태종대 식물 사회네트워크는 노드수가 50개, 연결정도가 172개의 소규모 네트워크로 구축되었으며, 모듈화를 통해 4개그룹으로 나누어졌다. 구축된 소시오그램을 통해 천이계열을 살펴보면, 현재 곰솔, 사스레피나무가 포함된 그룹은 벚나무, 개옻나무를 매개자로 하여 졸참나무, 개서어나무가 우점하는 낙엽활엽수군락으로, 후박나무를 매개자로 하여 후박나무, 참식나무가 우점하는 상록활엽수군락으로 천이될 가능성이 높았고, 일부지역에서는 생강나무, 팽나무를 매개자로 하여 팽나무, 굴참나무, 느티나무가 우점하는 낙엽활엽수군락으로 천이가 예상된다.
하구 생태계는 담수와 해수의 혼합으로 형성되는 전이수역(transitional waters)이라는 특이성을 가지며, 염분 및 영양염 농도와 같은 수질 환경이 서로 다른 다양한 서식처를 구성하고 있어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게 여겨진다. 하구 순환은 수질은 물론 하상과 같은 물리학적 환경의 구배(gradient)를 유발하여 최종적으로 생물 군집 조성에 영향을 주는 주요 기작으로, 순환이 단절될 경우 기수역 형성을 저해하고 생물의 이동을 차단하게 되어 생물상의 공간 분포, 즉 다양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본 연구에서는 하구 수생태계 건강성 평가 대상 지점 중 상류부터 하류까지 공간 구배에 따른 생물 다양성 평가가 가능한 복수 지점들로 구성된 하구를 선별하여 부착돌말류, 저서성 대형무척추동물 및 어류 군집을 대상으로 α-, γ- 및 β-다양성을 산출, 그 경향을 파악하여 열린하구와 닫힌하구 간 비교를 통해 하구 순환 유지·단절에 따른 하구 구간 내 종 다양성 변동 경향을 파악하였다. 그 결과, 모든 분류군에서 하구를 포함한 하천 구간 전체의 종 다양성을 나타내는 γ-다양성이 닫힌하구와 비교했을 때 열린하구에서 평균적으로 높은 경향이 나타났으며, 구간 내 지점 간 종 다양성 변동을 의미하는 β-다양성의 경우, 저서생물에서만 열린·닫힌하구 간 차이가 비교적 뚜렷하게 나타나 하구 순환 단절이 하구 구간 내 지점들 간 저서생물 종 조성 및 풍부도의 공간적 이질성(heterogeneity)을 감소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수질 환경 구배에 따른 각 생물 군집의 하구 구간 내 지점별 α-다양성 및 β-다양성에 기여하는 정도(LCBD, LCBDt, LCBDn)의 반응을 파악하고자 상관관계 분석을 실시한 결과, 열린하구 대비 닫힌하구에서 대체로 보다 높은 상관계수(r)가 분석되었으며 두 하구 유형에서 보여지는 상관관계가 상반되는 경향을 보였으나, 대부분 r 값이 ±0.4 이하로 지점별 다양성 지수와 환경 요인 간에는 뚜렷한 상관성은 나타나지 않았다. 향후 생물 기능군(functional group), 생활사와 같은 군집별 특성을 고려하여 다양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서식처 환경요인(예: 유속, 하상)들과의 추가적인 관계 분석을 통해 하구 순환 유지 여부에 따른 생물 군집의 반응을 이해한다면 생물 다양성 관리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 한편, 본 연구에서는 분석 대상 하구의 생물 다양성 현황을 바탕으로 형산강 및 교성천 하구에서 부착돌말류, 발안천 하구에서 저서생물, 교청선, 불갑천 및 판교천(서천) 하구에서 어류 군집의 γ- 및 β-다양성이 낮게 나타나는 것을 파악하였으며, 이러한 현황 파악은 지속적으로 하구 수생태 모니터링을 수행하는데 있어 생물 다양성 측면에서 건강성 유지를 위한 하구 생태계 관리에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였다.
고려시대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미세한 자개표면에 문양을 세기거나, 금속선을 이용해 넝쿨의 줄기를 표현하고, 금속선을 꼬아 각 문양의 경계를 구성하는 등 고려나전칠기의 대표적인 특징이 아주 세밀하게 표현되어있다. 현재 남아있는 고려시대 나전칠기는 경함 및 합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반면 이번 연구대상인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뚜껑과 몸체가 분리되는 상자의 형태를 하고 있어 제작목적 혹은 보관된 내용물을 추정하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에서는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의 원형을 확인하기 위해 조형적인 특징을 확인하고, X선 투과촬영과 X선 형광분석을 통해 구조와 제작기법에 대해 규명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기존에 알려진 고려시대 나전칠기를 유형별로 분류 및 비교분석해 상자의 용도와 제작목적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조사결과 X선 이미지 상 바닥면과 속상자에서 직물이 확인되었다. 이를 통해 기물을 직물로 감싸는 목심저피칠기기법이 사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목리를 통해 복원부분으로 추정되는 부분의 판재구성과 기존 장석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결구부에서 맞대임 방식으로 연결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양에 사용된 금속선은 X선 형광분석 결과 황동으로 판단된다. 조사결과를 근거로 현재 남아있는 고려시대 경함류 9점, 상자류 3점, 소상자류 2점 등 총 14점을 유형별로 분류해 유사성을 조사하였다. 이중 일본 개인소장 국화넝쿨무늬경함, 도쿠가와미술관 흑칠지국당초문나전경상, 영국박물관의 나전국당초문경함, 국내소장 나전칠국당초문합(소상자) 등 5점의 문양구성이 본 연구대상과 가장 유사하였다. 그리고 손상양상, 조형적 특성, 구조적 특징 등을 부위별로 대조한 결과 영국박물관의 나전국당초문경함의 형태가 나전넝쿨무늬상자의 원형으로 현재 형태로 변형된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으로 이번 상자의 용도, 즉 제작목적을 확인하기 위해 당시 고려의 사회분위기와 비슷한 시기 제작된 고려대장경 인경본의 사례를 조사하였다. 당시 무신정권 이후 몽골의 침입을 겪으면서 국가의 안정과 개인의 명복을 빌기 위한 사경이 출현, 그리고 13세기 국내 인쇄술과 종이의 발전으로 점차 두루마리에서 절첩식 형태로의 전환기와 맞물려 경함에서 상자의 형태로 보관방식이 변경된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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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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