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이후로 가장 주목할 만한 사회 운동으로 평가되던 에콰도르 원주민 운동은 2000년대 들어 침체기에 들어선다. 특히 코레아 정권의 등장과 함께 원주민 운동이 급격하게 약화된 사실은 에콰도르 원주민 운동의 성격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다. 이 글에서는 에콰도르 원주민 운동이 2000년대 들어 정치적 역량이 약화되고, 코레아(Correa) 정권이 들어서면서 위기를 겪게 된 과정을 파차쿠틱의 사례를 통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2000년대 초반까지 에콰도르 원주민 운동은 CONAIE를 통해 상당한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왔다. CONAIE는 선거를 통해 자신들의 요구를 제도권 정치 속에서 해결하기 위해 파차쿠틱이라는 독립적인 정치 조직을 결성했다. 그러나 1990년대의 의미 있는 성과에도 불구하고, 2000년대 들어 선거참여 전략은 원주민 운동의 지속적인 성장에 기여를 하지 못했다. 따라서 원주민 운동의 성장과 침체과정을 파차쿠틱 및 '정치의 종족화'와 '상호문화적 딜레마'를 통해 살펴보는 작업은 향후 원주민 운동의 방향성과 관련해 일정한 시사점을 줄 것이다. 원주민 운동은 변화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지금까지의 선거 전략과 원주민 담론에서 벗어나, 상호 문화적인 담론과 전략을 통해 운동을 확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글은 한국의 유교적 근대성이라는 맥락에 초점을 두고 메리토크라시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규명해 보려는 한 시도다. 서구에서는 이 메리토크라시 이념이 '민주주의의 토대'라고까지 평가되는데, 이 글은 강하게 메리토크라시 이념을 쫓았던 유교적 문화 전통의 영향으로 우리 사회에서도 어느 정도 그런 연관이 확인될 수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오늘날 한국의 민주주의는 유교 전통의 긍정적 영향사 위에 서 있다. 그러나 메리토크라시는 민주주의에 대해 반드시 긍정적인 함축만을 갖지는 않는다. 이 글은 그것이 심각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생산하고 정당화하면서 민주주의의 토대를 스스로 잠식해가는 '배반의 이데올로기'이기도 함을 보여준다. 그렇지만 강한 유교적 전통을 갖고 있는 동아시아 사회들에서는 메리토크라시 이데올로기를 단순하게 무시하기 쉽지 않은데, 여기서는 유교 전통의 계승이라는 차원에서 '정치적 메리토크라시'(현능정치)에 대한 유혹도 결코 가볍지 않다. 이 글은 또한 이 정치적 메리토크라시가 결코 민주주의의 대안이 될 수 없음을 논증하며, 메리토크라시와는 다른 방식으로 오늘날 민주주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식의 인식이 한국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해 가질 수 있는 함축에 대해서도 짧게 논의한다.
냉전기간 중국과 아프리카의 경제관계의 특징은 중국의 '순수한 이념적, 정치적 목적(purely ideological and political purpose)'으로 인하여 아프리카와의 상당한 무역규모에도 불구하고 경제관념이 전혀 대두되지 않았다. 냉전이라는 거대한 시대적 흐름으로 인해 '원조' 또는 '지원' 이라는 개념으로 대체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탈냉전 이후 중국과 아프리카의 관계는 정치적, 이념적 목적이 퇴색하였거나 완전히 배제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1990년대 들어 철저한 경제관념, 즉 실용주의(pragmatism)에 입각한 중국에게 있어 아프리카는 안정된 에너지 공급원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물품 수출 및 직접 투자가 가능한 '신흥시장'으로 부각되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중국과 아프리카의 냉전과 이후의 경제관계 비교를 통해 드러나는 명확한 차이점을 분석함으로써 중국의 변화된 대(對) 아프리카 경제정책을 이해하고자 한다. 이를 통해 현재 아프리카라는 신흥시장에서 투자와 수출입을 포함하는 통상 관계 전반에 걸쳐 영향력 확대를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한국에 시사점을 제공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On recognizing the significance of Walter Benjamin's "The Task of a Translator" in recent discourses of postcolonial cultural translation, this essay examines the creative postcolonialist appropriations of Benjamin's theory of translation and their political implications. In an effort to dismantle the imperialist political hierarchy between the West and the non-West, modernity and its "primitive" others, which has been the operative premise of the traditional translation studies and anthropology, newly emergent discourses of cultural translation actively adopts Benjamin's notion of translation that does not prioritize the original text's claim on authenticity. Benjamin theorizes each text-translation as well as the original-as an incomplete representation of the pure language. Eschewing formalistic views propounded by deconstructionist critics like Paul de Man, who tend to regard Benjamin's notion of the untranslatable purely in terms of the failure inherent in the language system per se, such postcolonialist critics as Tejaswini Niranjana, Rey Chow, and Homi Bhabha, each in his/her unique way, recuperate the significatory potential of historicity embedded in Benjamin's text. Their further appropriation of the concept of the "untranslatable" depends on a radically political turn that, instead of focusing on the failure of translation, salvages historical as well as cultural potentiality that lies between disparate cultural entities, signifying differences, or disjunctures, that do not easily render themselves to existing systems of representation. It may therefore be concluded that postcolonial discourses on cultural translation of Niranhana, Chow, and Bhabha, inspired by Benjamin, each translate the latter's theory into highly politicized understandings of translation, and this leads to an extensive rethinking of the act of translation itself to include all forms of cultural exchange and communicative activities between cultures. The disjunctures between these discourses and Benjamin's text, in that sense, enable them to form a sort of theoretical constellation, which aspires to an impossible yet necessary utopian ideal of critical thinking.
이 연구의 목적은 '페미사이드' 또는 '페미니시디오' 개념의 정치성이 라틴 아메리카에서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지 고찰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우선 '페미사이드'와 '페미니시디오'의 용어를 둘러싼 논쟁과 개념 정립 과정을 통해 이 용어가 갖는 정치성을 파악하고자 했다. 라틴아메리카에서는 2008년 페미사이드 선언을 통해 국가의 책임을 강조하였으며, 페미니시디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요구가 커지자 각국에서 관련법을 제정하였다. 하지만 법을 이행할 메커니즘의 부족으로 인해 가해자에 대한 조사나 처벌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페미니시디오는 오히려 더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최근 들어 #NiUnaMenos를 비롯하여 8M 세계여성의 날 파업, 칠레에서 시작된 퍼포먼스 등이 라틴아메리카를 벗어나 전 세계적으로 공감을 얻으면서 확산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운동은 강력한 결집력을 가지고 각 지역의 상황에 따라 페미니시디오와 다른 의제들을 더해 가면서 젠더평등이 포함된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새로운 정치 운동의 하나로 등장하고 있다.
Purpose - As ahigher-order ability, improvisational capability is often employed to help a firm cope with unexpected or unanticipated issues. In light of the severe global business challenges and turbulent environmental changes, this study aimed to explore whether home-based network ties could shape the influence of improvisational capability on international entrepreneurship, alongside investigating the boundary conditions of competitive turbulence in their moderating effects. Design/methodology - The sample for the international entrepreneurship sector was obtained from the Industry and Information Technology Department of Jiangsu. In September 2021, the questionnaires were sent to the targeted ventures and required the top managers to complete the survey by email or telephone. The final research sample comprised 113 international new ventures. To test the hypotheses, moderated hierarchical regression analysis was conducted. Findings - Our empirical results suggested that (1) unlike some previous literature, a positive effect of improvisational capability on the performance of international new ventures was not found; (2) home country-based networks (both political ties and business ties) are contingent factors that may partially stimulate the value creation of improvisational capability; and (3) in a highly competitive environment, the moderating role of business ties at home may become much stronger, however, the contingent role of political ties at home was not found. Originality/value - This study mainly concentrates on the two important types of home country-based networks, political and business ties at home, that may help international new ventures access strategic resources necessary for supporting the performance implications of improvisational capability. Thus, it extends the existing improvisational theory to encompass international entrepreneurship.
본 연구는 유권자의 정부신뢰와 투표 참여의 관계를 규명하는 가운데, 이에 개입하는 유권자의 이념성향과 정당호감도의 영향력에 주목한다. 구체적으로, 정부신뢰가 유권자의 정파적 사고에 기반한 것임을 고려하여, 정부신뢰가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이끌어내는 과정이 유권자들의 이념성향과 정당호감도에 따라 상이한 방향성을 나타낸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검증하였다. 분석의 결과, 정부와 이념적인 성향이 상응하거나 여당에 대해 높은 호감도를 가진 유권자들은 정부신뢰가 높아질수록 투표에 참여한 반면, 정부와 상이한 이념성향을 지니거나 여당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 및 야당에 대한 긍정적인 선호를 가진 유권자들은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강화될수록 투표에 참여한 것을 확인하였다. 기존 연구에서 정부신뢰가 투표 참여에 미치는 영향력이 일관된 결론에 이르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본 연구는 각 선거가 치러지는 당시의 맥락과 상황에 따른 해석보다 정부신뢰가 투표 참여를 추동하는 보다 정치적이고 본질적인 과정을 밝힘으로써 그에 답하고자 하였다. 요컨대, 본 연구는 정부신뢰가 지니는 정치적 속성과 그 영향력을 보다 면밀히 이해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21세기 빅데이터와 알고리즘, 인공지능의 발달로 점점 더 많은 영역에서 우리의 선택과 판단이 외주화(outsourcing)되고 있다. 그렇다면 통계적 모델과 컴퓨터 분석, 그리고 인공지능과 같은 새로운 기술들이 우리의 평가와 선택 활동들을 대체할수록, 우리의 삶에는, 그리고 우리의 정체성에는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는가? 본 논문은 자본주의 발전 과정에서 인간 자아에 대한 경제적, 도덕적 판단을 수행했던 활동, 즉 신용평가(credit rating)의 등장, 통계화와 자동화, 그리고 알고리즘화까지의 변화를 분석했던 연구들을 살펴보며, 이 과정을 추동했던 경제적, 기술적 요인들을 규명하려 할 것이다. 이를 통해 21세기 인간의 정치적, 사회적 가능성의 조건들, 그리고 자본주의 진화 과정에서 나타난 "평가된 자아"라는 새로운 주체들의 특징과 양상을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본주의적, 기술적 힘의 공간에서 형성된 "평가된 자아"가 어떻게 새로운 해방적 가능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지 간략히 논의하며, 점차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고 외주화하고 있는 인공지능 기술의 사회적 정치적 함의에 대해 논의해 볼 것이다.
유통경로 관리에서 관계의 질 변수인 신뢰와 결속이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는데 핵심 매개변수임에도 불구하고, 기업의 내부정치경제 활동과 관계성과사이에서 각각의 차원이 어떻게 상이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본 연구는 자동차 본사와 대리점의 관계성을 검토하는 것을 기본 목적으로 하며, 자동차 본사에 대한 대리점의 신뢰 차원과 결속 차원이 본사의 내부정치 경제 변수들과 대리점의 관계성과사이에서 어떻게 상이한 매개효과가 있는지를 파악하고, 대리점의 관계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어떠한 메커니즘이 필요한 지를 밝히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이를 위하여 국내 한 자동차 제조업체에 소속된 대리점의 점장 115명을 대상으로 자료를 수집 분석한 결과, 본사의 내부정치경제 변수들이 신용과 결속 차원을 통해 대리점의 관계성과에 정(+)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본사에 대한 대리점의 호의가 결속 차원에 상이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졌다. 본 연구는 요즘과 같이 고객 지향적 유통혁신과 대리점에 대한 관계관리가 절실히 요구되는 자동차 제조업체에게 대리점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필수조건인 신뢰와 결속을 형성하고 관계성과를 향상시키기 위해 어떠한 관리적 측면의 노력이 필요한지를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팟캐스트 프로그램 <나는 꼼수다>가 한국사회에 제기한 물음과 도전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 기존의 미디어양식과는 매우 차별화된 방식으로 <나는 꼼수다>는 정치사회적인 쟁점들을 개입적으로 조명했으며, 이 과정에서 기성의 언론이나 담론생산자들과는 매우 차별화되고 대안적인 접근과 더불어, 구성상의 새로움을 발현한 바 있다. 직설적이고 도발적인 발화와 강한 풍자성, 그리고 이른바 팩트와 가설 사이를 오가며 던지는 추정과 정치권력에 대한 비판과 희화로 특징을 들 수 있는 <나는 꼼수다>라는 신생 커뮤니케이션 양식의 부상과 위력은, 수용자대중과 전문가 집단 그리고 정치인들에게 매우 강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제도언론이 충분히 역할과 소임을 수행하고 있지 못한 국면에서, 또한 정치권력의 언론장과 공공영역에 대한 압박과 통제가 작동하고 있는 환경 속에서, <나는 꼼수다>는 기성의 언론과는 매우 차별화된 방식으로 정치사회적인 이슈들을 다루었으며, 이러한 대항적인 역할은 다수의 수용자들의 관심과 지지를 끌어내기도 했다. 한편 이 프로그램이 발휘하는 "정치적인 편향성"을 숨기지 않고 강하게 드러내는 관점의 표출 그리고 거칠고 파격적인 어법은 상당한 수준의 논쟁과 논란을 생성하기도 했다. 이 연구는 텍스트분석과 기사분석, 그리고 서면 인터뷰의 방식을 혼용함으로써, <나는 꼼수다>의 정치사회적인 기능과 담화의 매개체로서의 역할, 그리고 이 프로그램의 성취와 한계에 대하여 성찰적인 방식으로 조명하고자 시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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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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