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는 게임이 상이한 매체인 애니메이션과 혼합되어 새로운 장르의 애니메이션으로 변모된 작품이다. 그래서 본고에서는 게임<다고쳐 팰릭스>가 어떻게 애니메이션으로 녹아들어 상호작용을 하고 있는가를 살펴보았다. 살펴본 결과 애니메이션 <주먹왕 랄프>는 <다고쳐 팰릭스>에 담고 있는 이미지와 서사구조를 인용하지 않고, 게임의 특정모티프만을 인용함으로써 상호매체적 관계맺기단계에서 '상호매체적 개별체참조'에 해당됨을 알 수 있었다. <주먹왕 랄프>는 게임에서 모티프만을 인용하여 애니메이션과 상호매체성 관계를 갖는 최초의 애니메이션이며, 분석할만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본고에서는 상호매체성 관계를 라예브스키의 분석틀에 의해 분석하였다.
본 연구는 우리나라의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삶을 살아온 70대 중반의 여성도박자의 이야기이다. 구술을 바탕으로 해석한 자기이해의 삶의 이야기(life story)를 통해 그녀를 이해하고 도박에 대한 새로운 정의를 찾아보는 것이 본 연구의 목적이다. 이를 위해 '실존적 자기조절'이라는 개념을 제시하였으며 내러티브적 인터뷰 방식으로 자료를 수집하였다. 수집 된 자료는 맨델바움(Mandelbaum)이 제시한 삶의 영역, 전환, 적응이라는 분석틀에 따라 자료를 분석하였다. 연구 결과 참여자의 자기서사(self narrative)는 '정신적 결핍을 돈과 자녀교육으로 충족하고자 함', '정신적 결핍을 도박으로 해소하고자 함', '정신적 결핍에서 자유로워짐'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도박이 가지는 의미는 실존적 공허를 달래주는 위안거리, 삶을 피폐하게 만드는 걱정거리, 일상의 무료함을 달래주는 소일거리로 변형되었다. '실존적 자기이해를 통해 도박충동을 조절하는 생애 사건은 두 번째와 세 번째 단계에서 나타났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여성노인도박자를 위한 자서전 쓰기나 성찰 프로그램의 도입을 제시하였다.
역사적으로 식민지 시기의 재현은 당대의 정책이나 정치적 상황에 긴밀하게 반응해 왔다. '만주웨스턴'의 계보를 잇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암살>은 일본군과 광복군, 선과 악, 정체성의 혼란 등 이 장르의 서사적 전형성을 화려한 액션과 스펙터클로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안전한 민족주의 프레임을 채택한다. 반면, 저항시인과 민족투사의 우정을 다룬 <동주>는 예의 익숙한 민족주의와 영웅주의에 기대지 않으면서, 시의 힘이 암시하는 정신성과 내면의 투쟁을 다룬다. <암살>이 철저한 장르의 법칙 내에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무법의 상상적 저항이 주는 시각적, 감각적 쾌락을 제공한다면, <동주>는 어쩔 수 없이 식민제국의 법 제도 내에서 저항을 모색하다 법의 폭력에 쓰러져간 안타까운 청춘을 그리고 있다.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일본과 한국의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갈등 등은 우선적으로 스크린 위에 민족주의라는 틀을 재소환 한다.
그림책의 교육적 활용 가치와 페리텍스트의 서사적 중요성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증가하면서 그림책 분석 시 사용되는 페리텍스트 구성 요소에 대한 체계적인 고찰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그림책 페리텍스트를 분석한 11편의 선행연구에서 사용한 페리텍스트 구성 요소를 고찰한 후, 네 가지('기본적 정보', '물리적 요소', '위치적 요소', '콘텐츠 요소')로 범주화하여 분석틀을 제안했다. 첫 번째 범주는 '기본적 정보'로 '제목', '작가명', '출판 정보', '수상 정보', '헌사/감사의 말', '추천사' 등이 포함되며, 두 번째 범주는 '물리적 요소'로 '판형', '제본', '재질' 등이 포함된다. 세 번째 범주는 '위치적 요소'로 '표지(앞표지, 뒤표지, 책등)', '면지', '표제지', '간기면', '덧싸개 및 띠지' 등이 포함되며, 네 번째 범주는 '콘텐츠 요소'로 '글', '그림', '타이포그래피', '레이아웃', '페이지 형태' 등이 포함된다. 본 연구결과를 통해 다양한 그림책의 페리텍스트 분석 및 활용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디 워>는 실패한 블록버스터인가?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이 영화의 가치에 대해 재고의 여지는 남아 있지 않은가? 이 연구는 이러한 의문에 대한 답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2007년 심형래 감독의 <디 워>는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보다는 영화를 둘러싼 민족주의 담론으로 평단과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으나, 이야기와 형식 모두에서 분명 기존의 한국형 블록버스터와 차이를 보이면서 850만이라는 투입 대비 다소 실망스러운 박스오피스 성공과 민족주의에 경도된 일부 관객들의 열광적인 지지, 그리고 영화의 예술성과 완성도에 대한 평단의 비판적 시각이라고 하는 부조화스러우면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결과를 낳았다. 결국 <디 워>는 문화적으로 논쟁거리를 제공했을 뿐 산업계와 비평계에서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한 영화로 남겨졌다. 그러나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디 워>를 지지하는 관객들과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한 평론가들 사이에 한 가지 공통된 시각이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디 워>의 스펙터클이 한국 관객의 기대 이상으로, 그리고 스토리 전개와 불균형을 이룰 정도로 불거졌다는 것을 양자 모두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러티브를 압도하는 <디 워>의 스펙터클은 일면 팬들을 열광시키는 동시에 평론가들로 하여금 이 영화를 외면하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 연구는 <디 워>의 예술적/이론적/비평적 가치에 논쟁을 불러일으킨 이러한 측면, 즉 '내러티브를 압도하는 스펙터클' 내지는 '스펙터클을 보여주기 위한 구실로서 존재하는 내러티브'라는 영화의 미학적 특성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작품성의 측면에서 실패작으로 치부되어 온 <디 워>에 일말의 비평적 가치를 제고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또한 <디 워>는 "기존의 영화비평 방식을 통해 접근해갈 수 없는 새로운 범주에 속하는 영상물"임을 제시하고 결과적으로 새로운 개념적 틀을 통해 비평적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데에 이 연구의 의의가 있다 하겠다. <디 워>의 서사미학을 밝히기 위해 스펙터클 중심적인 서사성(narrativity)의 미학, 내지는 내러티브보다 스펙터클을 더 중시하는 제작 양식을 일컫는 앙드레 고드로(Andre Gaudreault)의 '기교성(trickality)'이라는 개념과 이러한 미학이 지배하는 영화를 가리키는 톰 거닝(Tom Gunning)의 '매혹의 영화(the cinema of attractions)'라는 개념을 살펴볼 것이다.
법과 과학을 근본적으로 다른 두 체계로서 보는 시각, 즉 사실 대 정의, 객관적 기술 대당위적 규정, 신속한 진보 대 신중한 절차의 대조가 나타나는 두 체계로서 이해하는 관점은 그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법의 결정과 과학의 지식 주장 간에 발생하는 긴장을 설명하기 위해 관습적으로 활용된다. 이 대립구도는 때로 법이 과학의 진보를 미처 따라잡지 못한다는 해석과 비판으로 이어지기도 하는데, 그 한 사례가 관찰될 수 있는 장소가 친자확인을 둘러싼 법적, 과학적 공방이다. 법원이 현대 과학의 조력을 받아들여야한다는 주장은 주의 깊게 점검해보아야 할 또 다른 문제들을 제시한다. 법적 분쟁의 해결에 조력을 줄 수 있는 "현대 과학"으로서 이해되는 무언가의 경계가 구체화되는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가치는 무엇인가? 현대 과학의 경계 형성 과정 속에서 법이 수호해야 하는 가치와 정의의 의미는 어떻게 변화하는가? 특히 부성(paternity)의 법적 규정과 관련하여 혈연의 중요성이 강조될 때, "과학"의 의의는 무엇으로 인식되며 이러한 인식은 법적 분쟁의 진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위 질문들에 대한 답을 탐색하기 위하여, 우리는 법원이 과학의 유용한 기능을 활용하지 못하고 뒤쳐진다는 일종의 지식 결핍 모델에 가까운 해석이 특정한 형태를 띠고 사회적으로 유관한 집단을 모으게 되는 과정을 따라가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1930년대 이후 1970년대까지 미국의 법원에서 친부 관계의 판정을 위해 혈액형 검사가 활용되기 시작하며 나타난 일련의 논의와 변화에 주목하였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진실을 확증해줄 수 있는 도구"라는 틀 속에서 혈액형 검사의 "가치"를 정량화, 서사화하였던 법의학자들과 법률가들이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갔던 것이, 있는 그대로의 자연이나 진실 같은 것이 아님을 주장한다. 이들의 행위와 서사를 통해 만들어진 것은 근대 국가, 가족, 법원의 사이에서 발생하는 복잡한 긴장을 "해결"해 줄 수 있는 과학기술에 대한 기대, 그리고 그에 "뒤쳐지지" 않는 근대 사회라는 로드맵을 구체적, 희망적, 전문적으로 그리는 방법이었다.
본 논문의 목적은 만화 연구에서 소외되었던 1970년대 순정만화를 조명하는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1970년대의 잡지인 『여학생』의 기사와 연재만화를 분석하고 당시의 이상적인 소녀상을 고찰한다. 순정만화는 1960년대와 1970년대의 차이가 상당히 크다. 단행본 순정만화 분석만으로는 이러한 간극에 대해 설명되지 않는다. 만화 검열이 만화 전반의 발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했지만 다른 장르의 만화와 비교했을 때 1970년대 순정만화의 정체는 지나치다. 순정만화와 함께 소녀를 대상으로 하는 대표적인 대중매체였던 잡지 연구를 통해 순정만화 변화의 원인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잡지의 기사는 그 잡지의 편집방침과 특징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 시대의 가치관과 이념을 반영한다. 잡지에 실린 만화 역시 마찬가지이다. 특히 잡지 만화는 검열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다. 본 논문에서는 1970년대 소녀잡지의 기사와 만화가 당시의 소녀상을 어떻게 형성했는지 『여학생』의 특집 기사와 만화를 통해 분석했다. 『여학생』에 연재된 만화 중에서 엄희자의 <푸른 지대>와 방영진의 <미니 행진곡>을 살펴보았다. <푸른 지대>와 <미니 행진곡> 모두 『여학생』의 기사에서 강조한 이상적인 소녀상을 보여준다. <푸른 지대>는 가정 안의 성실하고 순종적인 딸의 모습을, <미니 행진곡>은 명랑하고 밝은 소녀의 모습을 그린다. 연구를 통해 1970년대 잡지는 사회에 순응하면서 화목한 가정을 돕는 소녀를 이상적인 소녀로 평가했다는 것 그리고, 잡지에서 끊임없이 주장했던 이상적인 소녀상은 순정만화의 검열과 창작의 기준이 되어 많은 작품의 내용과 표현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1970년대는 만화 검열과 합동 출판사의 독과점 전횡으로 연구사적 의미에서 그 중요성이 희석된 시기이다. 검열의 틀에서 표현의 한계가 명확했고 그 결과 양질의 작품도 많지 않아 1970년대 한국만화 연구는 많은 부분이 공백으로 남아 있다. 본 연구는 1970년대 만화 연구의 공백을 채우는 데에 의미가 있다.
본 논문은 일본군 '위안부'의 영화적 재현이 어떻게 일상의 영역에서, 그리고 대중의 기억 속에서 '상상력'을 촉발하고 공통의 감각과 정동을 불러일으키는가 살펴보자 한다. 일본군 '위안부' 역사는 오랫동안 망각되었다가 1990년대에 들어서야 공공 기억의 장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이러한 전환에는 피해자들의 증언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담론화를 가능하게 만든 국내외적 크로노폴리틱스(chronopolitics)가 존재한다. 이는 '시간의 정치학'으로서 일본군 '위안부' 역사의 독특한 위상을 보여주는데,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영화적 재현은 역사적 크로노폴리틱스와 연속적이면서도 단절적인 이중성을 보여주며 새로운 시각적 크로노폴리틱스를 드러낸다. 한국영화사의 맥락에서 일본군 '위안부' 재현의 크로노토프는 크게 4가지 국면으로 나누어 생각해 볼 수 있다. 첫째, 1990년대 이전 일본군 '위안부'의 극적 재현들, 둘째, 증언과 역사쓰기로서 1990년대 후반 다큐멘터리, 셋째, 2000년대 들어 멜로드라마적 감수성을 이끌어낸 극영화들, 넷째, 애니메이션 및 기타 장르를 포함하는 매체의 확산이다. 이들 중에서 '위안부' 문제를 대중적 극영화(fiction film)의 범주에서 표상하고 있는 첫 번째 국면과 세 번째 국면에 집중해 논의를 전개하는 것이 이 글의 목적이다. 1990년 이전의 '위안부' 극영화들이 철저히 상업영화와 대중장르의 틀을 고수하며 일본군 '위안부' 역사의 성애화를 추구했다면, 2000년대 이후의 영화들은 대중영화의 양식 속에서 다양한 시도들을 실험해보고 있다. 특히, <귀향>, <아이 캔 스피크>, <허스토리> 등과 같은 2000년대 '위안부' 극영화들의 등장은 우리가 그간 생존자들의 증언과 일본군 '위안부' 운동 등을 통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 이슈에 대하여 과연 우리가 '제대로' 알고 있는지, 이에 대한 '문화적 재현은 어떻게 가능한지' 등의 여러 문제를 제기해주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2000년대 영화적 재현의 전략들에 주목하면서, 이 글은 멜로드라마의 대중 정치학, 피해자성과 폭력의 재현, 메타기억으로서의 일본군 '위안부' 극영화 등을 논의하고자 한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대한 멜로드라마적 상상이자 메타기억으로서, '위안부' 극영화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통과해야 할 역사적, 정치적, 미학적 관문들을 보여준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최근의 극영화들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일 양국 간의 관계를 넘어서, 오래된 식민 구조를 해체하고자 하는 탈식민주의적 과제이자 여성운동과 인권운동이 국제적으로 연대하는 트랜스내셔널한 프로젝트로 거듭나는 방식에 이 글은 주목한다.
사람 사이에 생각을 전달하고 의견을 공유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는 이야기이다. 인간은 이야기를 통해 세계를 경험하고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표현한다. 스토리텔링은 이야기 혹은 이야기하기를 의미하는데, 사건, 인물과 배경이라는 구성 요소를 가지고 시작과 끝이 있으며, 시간적 공간적으로 연결되어 표현된 서사를 의미한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에서 스토리는 문화와 역사를 전달하는 수단인데 문자를 비롯한 다양한 매체의 발달에 힘입어 다양한 방식으로 전달 교환된다. 최근에는 컴퓨터들 비롯한 다양한 디지털 매제의 발달로 스토리텔링 방식도 변화하고 있는데, 이를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라고 한다. 디지털 스토리텔링은 디디털 매체인 디지털 영상, 텍스트, 음성, 사운드, 음악, 비디오, 애니메이션을 통해 서로 의미를 공유하는 과정이다. 이 스토리텔링은 교육의 영역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활용되어 온 방식이다. 즉 교사는 자신의 생각을 학생들에게 전달할 때 스토리를 활용하고 학생들은 스토리를 통해 의미의 형성과 언어의 역할을 이해하며, 의미 있는 사건들 속에서 중요한 요소들을 재조직한다. 그러나 교육의 현장에서 교사는 일방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사람, 학생은 수동적으로 듣는 사람이 되어 의미 있는 상호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지 못하여 학생들의 실천적 능력을 향상시키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그런데 가정과 교육은 실천적 지식의 확대와 삶의 총체성의 맥락 인에서 지식을 통합하며 실천적인 행위 속에 수행할 수 있는 능력으로 드러나는 절차적 지식을 목표로 하고 있다. 따라서 이 연구에서는 학습자의 적극적인 참여와 그로 인한 학습 과정 및 결과에 대한 학습자의 자신감과 책임감을 증진할 수 있는 가정교과에서의 스토리텔링을 활용한 수업 설계 방안을 제시하였다. 이 수업 모형은 고정되고 확정된 교수-학습 틀이 아니며 이를 토대로 더 효과적인 수업 모형을 위한 기초석이 될 젓이다. 따라서 후속 연구에서는 다양한 스토리텔링을 적용한 교육과정 개발과 수업 방법이 개발되어야 할 것이다.
농경, 산업, 정보, 지식 사회를 거치면서 무의식의 유산으로 아버지(혹은 남성)는 법, 질서, 규제, 보호자, 훈육자 등등의 표상으로 고정화되었다. 본 연구는 전래동화 "빨간모자"를 통해 어린 독자가 사회의 기초적 단위, 즉 '나'를 중심으로 한 가족의 개념을 익히고 동시에 아버지를 제도로서의 단위로 인지하고 있음을 볼 것이다. 영화 <아저씨>의 관객도 전통적 가족의 필요성과 질서의 주체로서의 아버지의 표상을 구하고 있음을 파악하고자 한다. 일반적으로 아버지는 '나'의 강력한 보호자이자 동시에 실체가 없지만 이름만으로도 영향력을 행사하는 형상, 마치 기독교 예배의식에 나타난 하느님 '아버지'처럼 기표만으로도 법, 질서, 금기, 규제 등등을 운용하는 무형적 존재로서도 작동하고 있다. 본고는 "빨간모자"와 <아저씨>의 분석을 통해 아버지의 기표가 어떤 형태로 드러나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두 장르에서 드러나는 '아버지' 기표의 유사성도 검토하고자 한다. 아버지(남성)는 한편으로 정치적 폭군이거나 범죄자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부당한 권력의 대항자로 또는 사회적 약자의 수호자로 나타난다. 이러한 대립적 구도는 우리가 검토한 "빨간모자"와 <아저씨>의 서사적 구조 속에 잘 묻어있다. 동화 속의 아버지는 욕망과 억압의 표상으로 드러나며, 동시에 독자는 아버지의 부재를 통해 가족의 필요성을 깨닫는다. 영화 속의 아버지는 사회적 약자의 수호자로 묘사되며, 전통적 가족의 틀과 질서의 주체로서 그려진다. 이렇게 아버지의 기표는 두 장르에서 사회적 '제도'라는 기의와 조응하면서 인류문화의 기본적인 개념으로 작동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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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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