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선 컴퓨터 단층면의 관찰은 문화재의 내부 구조조사를 위한 것으로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칠기 공예품의 제작 기법을 조사하는데 매우 유용한 방법이다. 특히 나전칠기는 옻칠과 나전을 사용하여 제작한 한국 전통공예품으로써 매우 중요한 연구 대상품이다. 하지만 특수한 환경에서 구조적으로 손상되어 있지 않는 한 백골의 제작기술을 파악하기에는 어렵다. 그 동안의 나전칠기 공예품의 가치 연구는 옻칠 기법과 나전 공예기술에 관한 연구가 주류가 되고 있지만 나전칠기의 뼈대가 되는 백골의 제작기법에 관한 연구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본 연구는 조선시대 나전칠기에 대하여 컴퓨터 단층촬영[CT: Computed Tomography]을 실시하여 나전칠기 백골의 재질과 목공기술에 대한 결과를 제공하였다. 목재는 침엽수를 사용하였고 기둥목과 쇠목(기둥과 기둥 사이를 가로질러 대는 목재)의 결합은 삼방연귀짜임 방식을 사용하였으며 그 외의 결구 방법은 못을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본고는 김해 대성동 88호분에서 출토된 칠기편을 분석하고 조사한 내용이다. 잔편으로 수습된 칠기편을 광학현미경으로 관찰하고, SEM-EDS와 FT-IR 분석을 통하여 제작기법과 칠기의 구조를 파악하였다. 조사결과 목제바탕에 직물을 바르고 바탕칠을 한 목심저피칠기(木心苧被漆器)로 나타났다. SEM-EDS 분석 결과 바탕칠에는 골분이 혼합된 것이 확인되었다. 칠기 제작에 골분을 사용하는 기법은 중국 한대 칠기의 특징으로 알려져 있으며, 낙랑칠기와 삼국, 통일신라시대 칠기에서도 확인된다. 칠기제작에 사용된 목재의 수종은 서안 동한묘(西安 東漢墓)에서 출토된 칼집의 수종 특징과 상통하며, 칠기 내면에 견직물이 부착된 특징적인 구조를 보이고 있다. 88호분 출토 칠기편은 한반도 남부지역에서 확인된 골분 혼합 칠기 중 가장 선행하는 자료일 뿐만 아니라 당시 금관가야의 대외교류 관계를 알려주는 자료로도 주목된다.
이성산성 저수지안에서 출토된 목제칠기는 이미 국립문화재연구소에서 t-부탄올로 치환하여 PEG함침처리 후 진공동결건조법을 적용하여 보존처리되었다. 당시 이루어지지 않은 목제칠기의 수종 및 칠조사를 통해 칠기의 제작기법을 규명하고 여러개의 편으로 보관되어 온 칠기편을 전시 및 보관을 위하여 원형복원하였다. 그 결과 오리나무속(Alnus)중(中) 오리나무류를 사용하여 목제칠기를 제작하였으며 칠은 밑층에 토분과 칠을 혼합하여 칠하였고 칠에 흑색안료를 섞은 흑색칠과 순수한 칠을 2번 교대로 칠하여 총 5회 칠을 올려 제작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필자들은 경주지역 최대 고분인 황남대총 남, 북분에서 출토된 칠기의 재질과 기법 조사를 실시하였다. 조사 방법은 깨어진 칠기편을 이용하여 태골을 분류하고 그 결과를 바탕으로 도막단면(약2㎜)의 박편을 제작, 현미경하에서 하지의 혼입재 종류와 도막구조를 분류함으로써 칠기의 유래를 추정하였다. 그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남분에서 출토된 칠이배, 칠완, 칠장방형합자 등 협저제칠기의 하지에는 골분이 사용되었다. 이러한 칠기는 동시대 동아시아에 있어서 중국의 진~한대 이후 발달된 고급칠기의 계보에 위치된다. 2. 남, 북분에서 출토된 칠배, 완, 장방형합자 등은 식기류, 화장도구의 일부로서 세트로 부장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3. 남분과 북분 출토 칠기에는 품질면에서 차이가 있다. 남분에는 중국칠기의 계보를 잇는 협저제칠기, 포태칠기 등 고급품이 다수 부장되어 있다. 북분에는 남분에서 출토된 칠기보다 제작방법이 간단한 목심제칠기가 많다. 4. 북분에서 출토된 흑칠지에 동물이나 새 문양이 그려진 용기류는 대부분 목심제칠기로 제작 공정이 비교적 간단하다.
공주박물관에서 의뢰한 공주 수촌리 출토 봉상의 칠기 칼집을 보존처리 및 분석을 하였다. 이 칠기는 철제유물들과 일괄 수습되었다. 전체적으로 외압에 의해 파손되어 있었으며 일부 칠기 편은 철 산화물에 부착되어 있고 손실된 부분도 있었다. 먼저 X-ray 촬영을 통해 함께 출토된 금속구와의 관계를 파악하고 칠 도막에 대한 분석을 하여 제작기법에 대해 연구하였다. 그 후 보존처리를 하여 원래의 형태를 구현하고자 하였으며, 보관 및 전시를 위한 보호틀을 제작하였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고려시대 칠기 6점을 대상으로 엑스선 X-ray 촬영과 현미경 조사, SEM-EDS 분석 등 과학적인 조사를 실시하여 고려시대 칠기의 재질 및 제작기법의 특징을 연구하였다. 조사 결과 칠제합 덕수 4123을 제외한 나머지 고려시대의 칠기 유물은 목심 木心 표면에 직물 織物을 입혀 옻칠을 한 목심저피칠기 木芯紵皮漆器 양식으로 만들어졌음이 밝혀졌다. 화형합과 송엽형합의 목심은 뚜껑의 천판 天板 이나 몸체 바닥판의 외각에 두께가 얇은 띠 모양의 목재를 돌려 감아 기벽을 만들었다. 또한 꽃모양 칠제배 덕수 4124는 권태 捲胎 양식 樣式과 유사하게 띠 모양의 목재를 나선형으로 감아올려 기벽을 형성한 후 바닥을 판재로 막고 굽을 달아 칠기 잔의 형태를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미경을 이용한 광학적 조사에서는 목재나 직물심 위에 골분 骨粉을 혼합한 골회 骨灰 옻칠을 먼저 하고, 그 위에 다시 옻칠을 중첩하여 바르는 칠기법이 공통적으로 확인되었다. SEM-EDS 및 μ-XRF 미소부 형광X-ray 분석 결과 꽃모양 칠제배 덕수 4124 표면에는 진사 辰砂: HgS를 섞은 주칠 朱漆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뚜껑에 반점 무늬가 있는 송엽형 칠제합 덕수 4190은 석황 石黃: As2S3을 섞은 황색 칠을 도장하고 그 위에 연매 煙煤를 혼합한 흑색칠로 불규칙한 반점을 찍어 독특한 무늬를 표현한 것으로 조사되었는데 이 칠제합의 측면에 발라진 주칠에는 진사와 연단 鉛丹: Pb3O4을 혼합한 옻칠이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 왕실의 의궤를 기록된 옻칠 공예품에 관한 제작방법 및 사용재료를 연구하여, 칠기 유물의 보존처리 방안 수립 시 응용하고자 한다. 문헌조사는 "영조정순왕후가례도감의궤(1759)", "정조국장도감의궤(1800)"를 중심으로 하였다. 의궤에 기록된 옻칠 공예품의 경우, 옻칠은 주홍칠朱紅漆, 흑진칠黑眞漆, 석간주칠石磵朱柒로 나타난다. 왕에게 진상되는 물품에는 밑칠에 주로 콩가루를 사용하였고, 그 외에는 콩가루와 골회를 혼용하였다. 밑칠에 송연을 첨가하여 사용하기도 하였다. 왜주홍칠은 전칠을 칠한 후 매칠에 왜주홍을 배합하여 사용한다. 당주홍칠에는 일부 석간주와 주토를 혼용하여 사용하였다. 흑진칠은 전칠과 매칠을 이용하여 칠하는 것을 기본으로 일부 송연을 첨가하여 사용하기도 한다. 석간주칠에는 석간주를 기본으로 주토를 혼용하여 사용하였다. 마지막으로 명유를 이용하여 광택을 내어주었다고 사료된다. 문헌을 통해 조사된 옻칠 공예품의 제작방법과 전통재료가 옻칠 공예품의 보존처리 방안 수립 시 응용된다면 보다 나은 결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다.
X-선을 이용한 비파괴 조사와, 현미경 조사를 통해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고려나전합)의 구조와 제작기법을 확인하고, 보존상태를 파악하였다. 조사결과, 고려 나전국화넝쿨무늬합은 침엽수재를 바탕재료로 사용하였으며, 목재 위에는 직물을 바른 뒤에 옻칠을 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합의 구조는 판재를 반화형으로 가공한 뒤에 측면에 목재를 덧붙여서 제작하였고, 측벽으로 사용한 부재는 일정한 간격으로 칼집을 내어서 곡선형으로 가공하기 용이하게 만든 것으로 확인되었다. 나전의 가공은 주름질을 사용하였으며, 대모장식에는 복채기법이 사용되었다. 금속선은 단선과 착선이 사용되었다.
고려시대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미세한 자개표면에 문양을 세기거나, 금속선을 이용해 넝쿨의 줄기를 표현하고, 금속선을 꼬아 각 문양의 경계를 구성하는 등 고려나전칠기의 대표적인 특징이 아주 세밀하게 표현되어있다. 현재 남아있는 고려시대 나전칠기는 경함 및 합의 형태를 가지고 있는 반면 이번 연구대상인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는 뚜껑과 몸체가 분리되는 상자의 형태를 하고 있어 제작목적 혹은 보관된 내용물을 추정하기 어려웠다. 이번 연구에서는 나전국화넝쿨무늬상자의 원형을 확인하기 위해 조형적인 특징을 확인하고, X선 투과촬영과 X선 형광분석을 통해 구조와 제작기법에 대해 규명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기존에 알려진 고려시대 나전칠기를 유형별로 분류 및 비교분석해 상자의 용도와 제작목적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조사결과 X선 이미지 상 바닥면과 속상자에서 직물이 확인되었다. 이를 통해 기물을 직물로 감싸는 목심저피칠기기법이 사용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목리를 통해 복원부분으로 추정되는 부분의 판재구성과 기존 장석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결구부에서 맞대임 방식으로 연결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양에 사용된 금속선은 X선 형광분석 결과 황동으로 판단된다. 조사결과를 근거로 현재 남아있는 고려시대 경함류 9점, 상자류 3점, 소상자류 2점 등 총 14점을 유형별로 분류해 유사성을 조사하였다. 이중 일본 개인소장 국화넝쿨무늬경함, 도쿠가와미술관 흑칠지국당초문나전경상, 영국박물관의 나전국당초문경함, 국내소장 나전칠국당초문합(소상자) 등 5점의 문양구성이 본 연구대상과 가장 유사하였다. 그리고 손상양상, 조형적 특성, 구조적 특징 등을 부위별로 대조한 결과 영국박물관의 나전국당초문경함의 형태가 나전넝쿨무늬상자의 원형으로 현재 형태로 변형된 것으로 추정된다. 마지막으로 이번 상자의 용도, 즉 제작목적을 확인하기 위해 당시 고려의 사회분위기와 비슷한 시기 제작된 고려대장경 인경본의 사례를 조사하였다. 당시 무신정권 이후 몽골의 침입을 겪으면서 국가의 안정과 개인의 명복을 빌기 위한 사경이 출현, 그리고 13세기 국내 인쇄술과 종이의 발전으로 점차 두루마리에서 절첩식 형태로의 전환기와 맞물려 경함에서 상자의 형태로 보관방식이 변경된 것으로 판단된다.
국립중앙박물관 고려나전향상(高麗螺鈿香箱)은 당대의 제작기법과 미학적 표현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대표 문화재이다. 본 연구에서는 원형복원에 필요한 백골 제작에 사용된 수종 및 목공기술과 나전의 해부학적 특징을 조사하였다. 조사 결과 고려나전향상은 삼나무로 만들었으며 이는 일본과 교역관계를 짐작할 수 있으며 뚜껑 하단에 있는 띠 부분 부착하기 위하여 모서리 부분에 "주름꺾기법"을 사용한 것과 상판과 측판의 결합을 위하여 나무못을 사용한 것은 얇은 판재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사용된 나전의 해부학적 특징을 조사한 결과 얇은 판상의 적층구조가 확인되었다. 이러한 특징은 일부 패각류에서 관찰되며 정확한 패각의 식별을 위한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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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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