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한국 도시 정책에서 그 중요성이 확대되고 있는 '공동체' 개념을 탐구 문제로 설정하여 심문한다. 이를 위해 서울의 한 '공동체 텃밭' 프로그램 장소에서 일반 시민 참여자들과 시민사회 단체들이 공동체라는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고, 사용하며, 실천하는지를 조사하여 비교, 분석한다. 신푸코주의적 '통치성' 관점을 통해 공동체 중심의 정책 프로그램과 신자유주의 사이의 담론-수행적 연관성을 분석하지만, 결정론적 해석을 지양하기 위해 '아래로부터의 통치성' 또한 본 논문에서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와 같은 통치성에 대한 '절충적' 이해를 바탕으로, 본 논문은 일반 시민과 시민사회 활동가 사이의 공동체에 대한 경합적 간극을 암시할 법한 경험적 발견들을 기술한다. 구체적으로, 일반 시민 참여자들은 공동체를 장소 중심으로 새롭게 나타나는 공통적이고 구체적인 실천적 사항의 결과물로 이해하고 일상적으로 수행하지만, 시민사회 단체들의 목적론적 정책 담론 속에서 공동체는 특정 시민주체를 배양하기 위한 사회-공간적 통치 기술로 짜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주창하는 공동체는 신자유주의가 유발한 각종 사회, 경제, 공간적 문제의 해결책으로 그려지는 동시에, 신자유주의적 도시 정책과 적극적 연대 관계에 놓여있는 것으로도 보인다. 이것은 모순적 신자유주의적 도시정책이 만들어낸 틈에 적극 개입하여 대안적 해결책을 찾는 유의미한 시도로 판단되지만, 일반인들의 일상적 실천 결실과 시민사회 운동 사이의 간극은 도시 공동체 정책의 잠재적 위협 요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도 여겨진다. 이 같은 논의를 바탕으로, 본 논문은 긍정적인 것으로 당연시되는 공동체 활성화 정책에 대한 면밀한 분석을 요구하고, 일상적 실천의 결실과 정책적 기대 사이에 생성되는 긴장 관계가 없는지 반추하는 것이 그 분석의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본 연구는 청계천 공간의 역사적 변화 시기마다 미디어 담론이 청계천 공간 생산과 어떻게 관련을 맺게 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담론분석을 시도하였다. 특히, 청계천 공간의 생산과 미디어 담론의 관계 속에서 사람들의 경험과 인식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담론의 규칙성을 찾는 작업에 주력하였으며, 그 결과 청계천 복원을 자본주의 확장 과정에서의 공간 생산과정으로 해석하게 되었다. 1960년대 미디어 담론의 하나로서 전근대적 육체와 시설이 시간의 효율성으로 쪼개진 공간을 실천하면서 근대적이고 도시적인 '일상'으로 전환되는 부분이 관찰되었다. 이후 1980년대의 담론 중에서 청계천은 '도심 부적격 시설'이 밀집된 공간으로 재현되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이 시기에는 세계적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으며 자본축적의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지 못하게 된 청계천 공간에서 이질적인 정체성이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질적인 정체성이란 다시 말해, 청계천 공구상가의 구조적 양식을 잉태한 청계천 공간의 '장소성'으로서, 담론화 과정을 통해 자본 축적의 효율성을 담당하지 못하고 있었던 청계천 공간에 대한 '평가절하' 및 '가치파괴'로 재현되었고, 2000-이후 환경 및 역사를 복원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상상'으로 이어져 청계천 복원을 이끌어 내게 되었다. 2005-복원된 청계천 공간은 청계천에 흐르는 물과 녹색 풍경, 역사적 구조물, 문화시설 등의 기표들을 통해 하나의 신화를 만들어내는데, 이러한 신화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동질화된 소비 패턴을 실천하게 된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이는 생산의 시대에서 소비의 시대로 전환하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의도적으로 혹은 비의도적으로 담론화 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본 논문은 20세기에 '상호문화적'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며 출현한 미국의 상호문화교육, 상호문화의사소통, 캐나다의 상호문화주의, 유럽의 상호문화교육, 상호문화철학을 그 출현 시기, 장소, 배경, 주안점, 한계 등을 기준으로 비교해보면서 이것들이 상호 영향이나 합의 하에 출현한 것인지 아니면 독자적으로 출현한 것인지를 밝혀보고자 하였다. 우리는 이 다섯 가지의 '상호문화 담론들'을 비교, 분석해 본 결과, 이 담론들이 비록 '상호문화적'이라는 용어를 모두 사용했지만 상호 영향이나 합의는 거의 없이 독자적으로 발전해 왔음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이것을, 20세기 국제화, 세계화에 의해서 만들어진 지구촌에서 점점 부각되고 있는 문화적 차이들을 가능한 긍정적으로 접근해 보고자 하는 인류의 공통적인 노력의 소산이라고 해석하였다. 우리는 이런 상호문화 담론이 한국 다문화 사회에도 널리 퍼지길 기대한다.
최근 지자체 및 정부 기관에서 소외지역 생활환경 개선 및 문화 복지를 위한 도시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공공미술 자체의 담론에만 빠져있을 것이 아니라 도시 재개발 속에서의 그 의미를 생각해야 한다. 즉, 공공미슬 프로젝트를 통해 소외지역에 문화 예술을 입히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지역 주민들의 경제를 활성화할 수 있는 장소마케팅의 목적으로 시행될 필요가 있다. 본 논문은 과연 최근 5년간 진행된 부산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들이 그 목적성을 달성했고, 장소마케팅 관점에서 성공적이었는지, 공공미술의 성격과 전체 마을의 설립 양상이 비판적으로 재검토될 필요는 없는지에 대한 의문에서 출발하였다. 먼저, 공공미술의 개념 및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효과와 장소마케팅의 개념 및 전략에 대해 이론적 내용을 문헌을 통해 고찰한다. 이를 바탕으로 분석틀을 도출하고 부산시의 최근 5년간 진행된 대표적인 공공 미술 프로젝트 사례를 공공미술적 차원의 요건과 장소마케팅 차원에서의 실효성에 대해 분석하였다. 분석결과를 토의함으로써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실질적이고 궁극적인 목표이어야 하는 장소마케팅 차원에서 향후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나가야 할 방향에 대해 시사점을 제시하였다.
본 연구의 목적은 일제강점기의 신사(神社)와 관련해 지배적 이데올로기와 장소 사이의 관계를 고찰하는데 있다. 조선신사는 일제의 내선일체(內鮮一體)를 달성키 위한 식민지배 전략 중 하나로서 공간적으로는 중일전쟁(1937년) 이전까지 개항장을 비롯한 전국의 중요 도시들에 51개의 신사들이 세워졌으며, 당시의 철도체계와 연계해서 해안과 내륙의 주요 도시들을 연결한 일종의 "신사 네트워크"였다. 또한 시각적으로 이 신사들은 도시의 조망이 탁월한 구릉에 대부분 입지하였으며, 일본인 거류지를 포함한 식민지 경관들과 인접하였다. 이 신사들에 안치된 천조대신(天照大神)과 명치천황(明治天皇)은 응시의 주체로서 지배자를, 그리고 피식민지인들은 응시의 대상으로 전락하였음을 상징하였다. 이러한 점들로 미루어 신사는 식민지 지배를 위한 감시 장치였다고 할 수 있다. 사례지역인 전주는 공간적으로 호남평야의 중심도시로서 전라선 철도와 연계되었다. 또한 전주신사는 전주읍성의 서문 밖에 위치한 다가산(多佳山)(65m) 구릉의 정상에 세워져 전망이 탁월하였으며, 일본인 거류지를 비롯한 식민지 경관들과 인접하였다. 그런데 광복이 되자 전주신사가 시민들에 의해 해체되었다. 이것은 훼손된 민족 정체성을 회복시키고자 노력한 시민들의 저항 담론의 결과였다. 그 장소에는 대신 충혼탑과 가람 시비가 세워짐으로써 다가산은 일제의 신사가 세워졌던 장소에서 국가 및 민족 정체성을 상징하는 장소로 탈바꿈하였다. 이런 관점에서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경관을 통해 장소에 재현된다고 할 수 있다.
경남 거창군 마리면 고학리에 소재한 용원정원림(龍源亭園林) 및 마을주변의 지명과 조형물 등 문화경관적 요소들에 대한 분석과 해석을 토대로 용원정원림과 마을 내 배태(胚胎)된 해주오씨의 장소애착 방식과 특질을 확인하는 한편, 종족경관(宗族景觀)의 형성과정을 추찰하고자 한 본 연구의 결론은 다음과 같다. 해주인 구화공 오수(九華公吳守)가 마을에 터 잡은 이래 그의 후손들이 선조를 사모하는 마음으로 다듬어 온 공간으로 1964년 용원정이 건립되었다. 이곳은 구화공의 유허지로 이후 후손들의 생활과 풍류의 거점이자 숭모(崇慕)의 정을 교감하는 원림적 장소로서 지속적으로 관리되어 왔음이 기문과 문헌자료 그리고 주변에 배치된 여러 시설 및 다수의 바위에 새긴 바위글씨를 통해서도 충분히 감지된다. 안의삼동 중 하나인 원학동의 지맥인 학봉(鶴峰)을 상징하는 고학리와 이곳에 각인된 '방학(訪鶴) 정학(停鶴)'의 의미는 해주오씨의 생태적 정착과 서식을 설명하는 경관언어가 분명하다. 장소성이 "어떤 실체로서 존재하기 보다는 담론과 실천에 의해 만들어지는 사회적 고안물이다"라는 정의를 상기할 때, 주변 지명과 용원정원림 그리고 마을 도처에 산재한 다수의 조영물은 한국적 장소성의 특성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종족집단의 기념비적 장소 전승의 사례이다. 구화공이 고학리에 정착한 이래 해주오씨 종족집단은 서식지 정착단계를 거쳐 장소성 구현을 통한 경관형성단계를 이루었다. 이후 조상숭모와 장소착근 현상이 되풀이되면서 영역성은 확산되고, 장소의 재생산이 이루어졌다. 특히 일제강점기에도 재실 건립과 유허비 조성 등이 이어졌으며, 해방 이후에도 용원정 건립 등 장소재현의 단계를 거쳐 현재까지도 다양한 형태의 기념비적 종족경관이 펼쳐지고 있으며, 이러한 장소애착(場所愛着)과 장소착근(場所着根)의 결과가 바로 우리가 지각하는 '거창군 마리면 고학리의 종족경관'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종족집단의 장소애착과 장소착근의 현상이 되풀이되어 형성된 영역성 확산의 산물이야말로 종족경관의 실체인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집단 기억 속에 재차 구축 전승되고 있는 고유한 장소에 대한 후손들의 진지한 관심과 사랑 그리고 진정한 장소애착의 정신을 확인하게 된다.
본 논문은 탈영역화에 치우친 초국가주의 공간 담론을 시정하고 탈영역화와 재영역화의 동시적 과정을 통해 초국가적 공간이 생성됨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초국가적 사회적 장, 트랜스로컬리티, 다문화공간, 초국가적 장소 등 초국가적 공간에 대한 국내외의 연구들을 검토하면서 사례지역인 대학로 '리틀마닐라'를 해석하는데 접목하고자 하였다. 필리핀이주자들의 주말집거지인 리틀마닐라의 사례연구를 통해 탈영역화와 재영역화, 다규모적 스케일에서 작동하는 네트워크, 혼성적 다문화성 등 초국가적 공간의 주요 쟁점들을 고찰하면서 초국가적 공간의 성격을 탐색하였다. 리틀마닐라는 로컬에 착근된 트랜스로컬리티의 특징을 나타내며, 글로벌-로컬의 이분법이 아닌 다양한 스케일에서의 네트워크를 통해 작동하고 있다. 필리핀이주자들이라는 집단도 내부적 다양성이 혼재하는 집단이며 그들이 상상하는 고향도 단일한 특정 장소가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필리핀이주자들의 주말해방구로서 인식되는 리틀마닐라는 다양한 소수자에게도 열려 있는 공간이며, 이는 대안적 공간정치와 진정한 다문화주의의 가능성을 상상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고 있다.
기록관은 과거의 기록들을 보존하는 장소일 뿐만 아니라 과거가 구성되고 만들어지는 장소이기도 한다. 이런 구조는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관심에 종속되어 있을 뿐 아니라 본질적으로 현재의 지배적인 의사소통매체와도 연관을 맺는다. 우리에게 주어진 기록의 맥락을 안전하게 보호하고 미래에 전달하려는 노력으로 원질서 원칙과 출처 존중의 원칙에 따라 기록을 정리하고 기술한다. 이 기록 기술(archival description)이란 무엇보다도 기록의 진본성을 재현하는 방법으로, 기록물의 설명을 통해 전체 맥락 안에 위치시키고 내용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정리와 기술이 아키비스트의 가장 고유한 역할이지만, 그리고 정리와 기술을 통한 아키비스트의 기록 원형에 대한 중재가 아무리 원질서 존중의 원칙과 출처의 원칙이 엄격히 지켜지고 고수된다 하더라도, 기록 전반의 단계를 통해 미치는 아키비스트의 영향을 막을 수는 없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보관자로 정의된 아키비스트들이 평가 선별하는 기록물에 대해, 생산하는 검색도구에 대해, 그리고 기록의 공정하고 정확한 재현으로서 기록 기술(archival description)을 보는 여전히 변치 않는 관점에 대하여 되짚어 보고, 고도의 기술 환경 속에서 아키비스트의 일방적인 정보 전달, 그리고 아카이브즈의 국가 중심적이고 단정적인 구조에 대한 재고와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는 것에 이 논문의 의의가 있다.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은 지난 10여 년에 걸쳐 소수민족 이민자들의 엔클레이브(enclave)에서 초국적 경제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도시정부의 재개발 계획과 지역 한인들의 경제재활성화를 위한 노력이 진행됨과 동시에, 한국으로부터의 초국적 행위자들은 기업부문뿐만 아니라 부동산 시장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모순적이게도 이러한 다중스케일적 지리적 변동은 한인타운을 로스앤젤레스에서 가장 빈곤하고 위험한 내부도시의 하나로 전락시키는 데에 기여하고 있다. 본 논문은 장소에 기반한 아래로부터의 접근을 토대로 이러한 공간적 모순의 본질을 탐색하는데, 특히 헤게모니를 쥔 로컬 행위자들, 도시정부, 초국적 행위자들이 형성하는 다중스케일적 네트워크가 최근 한인타운이 지니는 일상적 삶과 유리된 재현의 경제를 발달시키고 있음을 지적한다. 또한, 본 연구는 이러한 한인타운의 도시재생이 이 구역에 거주하는 한인들과 라티노 노동자들을 포함하는 커뮤니티 구성원을 배제시키고 착취하고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결론적으로 본 연구는 한인타운의 지속가능한 미래는 민족 담론을 극복하고 인종, 민족을 횡단할수 있는 '장소기반의' 커뮤니티 의식에서 논의되어야 함을 주장한다.
설치미술은 특정한 이념이나 형식을 고수하지 않으며 다양한 매체를 융 복합적으로 활용하여 설치(installation)하는 작품을 적극적으로 시도한다. 그럼으로써, 결과적으로 일상적인 장소에 대한 새로운 인지를 자극한다. 설치미술은 공간에 설치되는 것인 만큼 설치되는 장소에 따른 공공미술적인 성격도 갖게 된다. 따라서 설치미술은 그 시작부터 대중과의 소통, 사회적 이슈에 대한 행동을 잠재하고 있다. 이러한 설치미술은 가운데는 지속적으로 공간을 점유하지 않는 일시적인 설치미술도 존재한다. 일시적인 설치미술은 영구성에서 벗어남으로써 창작과 소통에 가벼움을 갖는다. 이는 곧 열린 공간에서의 인간과 세계의 소통을 위한 새로운 융 복합적 예술로서 시도할 수 있는 예술 양식으로 고려하고 제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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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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