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대인 갈등의 특징을 분석하고, 갈등 조정의 서사가 어떠한 특징을 지니고 구성되며, 조정 과정을 거치면서 어떠한 해체 과정을 통해 대안적 이야기로 변화되는지를 분석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과정에서 갈등조정가가 동원하는 커뮤니케이션 기법을 중심으로 수행하는 역할을 밝히려는 것도 또 다른 연구의 목적이 된다. 본 연구를 통해서 포스트모던 이론의 하나인 사회구성주의 관점의 서사적 갈등 조정의 유용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야기 구성을 통해 이루어지는 서사적 갈등 조정은 과거의 경험에 대해서 심리 중심으로 접근하는 갈등에 대한 치료적 방식과 함께 미래에 대한 대안을 행위 중심으로 접근한다. 특히 갈등의 문제를 대화로 연결하고, 갈등과 문제의 의미를 공동으로 창조하여 발전시켜 나가는 체계로서의 서사 조정은 인간의 주체성과 갈등의 고유성을 전제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한다. 이러한 지점이 갈등을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특히 이 과정에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기법들이 갈등 조정에 결정적인 효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은 갈등 현장에서의 조정 전문 분야 중의 하나로 커뮤니케이션학을 정립할 수 있는 핵심적 근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본 연구는 매그넘 포토스 소속으로 한국전쟁 기간에 종군한 사진가 베르너 비숍의 종군활동과 주요 사진을 분석하였다. 베르너 비숍은 1951년과 1952년 두 번 한국에 입국해 종군했다. 그가 남긴 한국전쟁 사진과 에세이, 각종 편지, 사진집 등의 자료를 통해서 그의 종군활동과 종군 배경을 밝히고, 1·2차 종군에서 촬영한 대표 사진을 중심으로 주요 메시지와 특징을 분석했다. 비숍은 한국에서 '인간' 중심의 작품을 촬영했다. 특히 '전쟁지역에서 민간인은 어떻게 되는가?'에 대한 주제의식을 가졌다. 비숍은 1차 종군에서 전쟁에 휘말린 민간인의 고통과 전쟁의 참상을 알리고자 산양리 주민을 카메라에 담았다. 2차 종군에서는 최초 재정적 이유로 인해 마지못해 종군하였으나 포로수용소에서 이뤄지는 이념재교육의 실상과 포로들의 생활상을 인본주의적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담아냈다. 흑백의 뚜렷한 대비, 인물 중심의 이미지 배열, 뛰어난 시선 처리 등의 특징을 보였다. 그의 종군은 한국전쟁 중 일어나는 민간인의 피해와 인본주의적 탐색에 배경을 두고 있었으며, 이러한 주제의식은 당시 종군한 여느 종군기자들과는 결이 다른 것으로 시대를 관통하는 특징을 갖는다.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학적 연대가 도래했다는 최근 지질학계의 주장은 인간 사회와 자연을 분리된 것으로 여겨온 기존의 대중적 인식에 균열을 가져오고 있다. 인문지리학자들은 인류세 논의가 시작되기 오래전부터 이같은 이분법적 인식을 해체하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이해하기 위한 이론들을 개발해 왔다. 본 논문은 이같은 이론적 논의의 최전선에 있는 '비인간지리학(more-than-human geography)'의 주요 개념, 논쟁, 연구 성과를 소개, 국내 정치생태학 논의의 이론적 지평을 넓히고자 한다. 최근 영미 정치생태학계에서 비인간지리학은 인간-자연 관계를 이해하고 형성하는 데 있어 그간 소외돼 온 비인간 행위자의 활약에 주목함으로써, 인간 행위자 중심의 기존 연구를 발전시킬 수 있는 새로운 이론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이론은 2000년대 전후 지리학계에서 발생한 '물질적, 수행적 전환'에서 출발, 인간과 자연의 물질성에 주목하고, 이를 통해 자연에 대한 구조주의적 이해와 생산주의적 이해를 넘어서고자 한다. 비인간지리학자들은 행위자-연결망 이론, 비재현 이론, 생기철학에 이론적 기반을 두고, 비인간 행위성(nonhuman agency)과 감응(affect) 등의 개념을 통해 인간-자연 관계를 분석한다. 비인간지리학에서 자연은 다양하고 이질적인 인간 및 비인간 행위자들의 수행(performance)에 따른 결과물로 인식되며, 네트워크 행위자들의 다양한 수행에 따라 끊임없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같은 혼종적, 과정적, 내재적 존재론에 기반을 두고, 비인간지리학은 비인간 행위자와 비재현적 소통이 인간-자연 관계의 이해와 형성에 깊이 개입돼 있다고 보고, 자연에 대한 정치적, 윤리적 결정에 있어 비인간 행위자를 적극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체로 정원은 인간의 자연과 문화에 대한 생각, 그리고 그 둘 간의 영향관계로 설명되어 왔다(Francis and Hester, 1990). 이 글은 정원을 인간의 꿈과 이상이 구축된 표상으로 간주하고 그 구체적인 면모를 토마스 제퍼슨의 정원을 사례로 하여 고찰해 보려고 한 것이다. 정치가로서의 면모가 더 많이 알려져 있는 토머스 제퍼슨은 직접 여러 정원을 설계하여 조성한 후 몸소 가꾼 정원가이기도 하였다. 그가 직접 설계하고 완성시킨 몬티첼로, 아카데미컬 빌리지, 포플러 포레스트 등에는 그의 국가적 이념으로서 자유와 민주주의, 중농주의 등의 이념적 가치와 함께, 전원에 대한 지향 그리고 고등교육에 대한 이상이 숨김없이 표상되어 있다. 정치가이자 신생국의 선각자로서의 이상과 함께 그의 개인적인 꿈과 신념이 공간적으로 표출되어 있는 것이다. 추구하고자 하는 상징적 의미를 은유적으로 표현하거나 그것을 공간적 도식으로 재현함으로써 제퍼슨의 이상은 자신은 물론 그 곳을 찾는 이들에게 재음미되고 공유되어졌다고 할 수가 있다. 그런 점에서 제퍼슨에게 있어서 정원은 이념과 이상을 공간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무대였다고 할 수가 있다.
본 연구는 한국인의 오랜 조상숭배 전통인 기제사를 분석심리학적 측면에서 이해하기 위하여 시도되었다. 문헌 연구를 통하여 제사의 대상이 되는 조상신의 근거를 찾아보고, 기제사 의 형식과 절차가 갖는 상징적 의미를 살핀 후, 주자어류 권3에 언급된 귀신과 제사에 대한 문답을 고찰해 보았다. 한국의 조상숭배를 대표하는 기제사는 외견상 형식적 제의로 보이지만, 제례를 통한 자손과 조상의 대화, 의식과 무의식의 대화를 통해 전체정신을 실현하려는 개성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조령숭배의 창조적인 면은 의식의 뿌리로 중요한 개념인 집단적 무의식과의 연계성을 키워간다는 점에서 '개성화 과정의 실현'에 있다. 한 인간이 통합된 인격으로 나갈 때 새로운 나의 탄생에는 조상의 뒷받침, 즉 무의식의 뒷받침에서 힘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의식의 자아가 그 뿌리인 집단적 무의식과의 관계를 키워간다는 의미에서 선조들의 영과 맺는 관계는 중요한데, 합리주의와 물질만능주의로 인간존재의 근원적 의미를 상실한 혼돈의 시대에 특히 그러하다.
이 글의 목적은 대순진리회의 생태주의 담론인 '상생생태론'에서 '상생'의 의미를 생태적으로 규정하는 데 있다. 인간을 대상으로 윤리적 측면에서 통용되던 상생이 그 적용 범위를 비인간까지 확장시키는 생태학의 영역에서 어떻게 적용될 수 있는지 상호의존성이라는 생태학의 개념으로 설명한다. 생태학에서의 상호의존성은 개체와 개체 사이에서 발생하는 긍정적, 부정적, 중립적인 관계를 조합하여 경쟁, 포식, 기생, 그리고 공생으로 구분한다. 개체와 개체 사이의 관계가 부정적으로 끝나더라도 생태계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으므로 모두 '의존'이라는 개념에 포함된다. 그러나 개체와 개체 사이의 부정적 결말은 원을 발생시킬 수 있고 이러한 상호의존은 상생윤리의 관점에서는 그대로 통용될 수 없다. 따라서 생태적 상생은 긍정적 상호의존의 관계만 해당하거나 혹은 포원이 존재하지 않는 포식, 기생, 경쟁의 관계도 포함될 수 있다. 생태론은 자연과 인간을 분리하지 않고 둘 사이를 통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관점을 요구한다. 천지생인용인(天地生人用人)이라는 우주관은 우주와 인간,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상호의존적 관점에서 포착할 수 있게 한다. 천지는 자신의 존재 근거를 인간으로 삼았고, 지인은 자연의 법칙을 발견하고 그 배후에 있는 천지의 신성성까지 깨달아 비로소 천지와 인간, 자연과 인간의 깊은 상호의존의 관계가 성립한다. 그러나 근대적 인간이 등장하면서 자연을 짓밟고 신도의 권위를 떨어뜨림으로써 천지와 인간의 상호의존성은 붕괴된다. 해원상생과 보은상생은 천지와 인간, 자연과 인간 사이에 끊어진 상호의존성을 다시잇는 해결책이다. 공부 의례를 통해 해원상생을 실천하는 것은 자연과 인간의 상호의존성을 회복하는 길이다. 수도를 통해 도통에 도달하는 과정이 보은상생의 실천이며 이로써 인간은 생태적 본성을 지닌 인존으로 거듭나 자연과 영원한 상호의존을 누리게 된다. 요컨대 상생생태론에서의 상생은 자연과 인간이 상호의존성을 회복하고 그것을 영원히 지속할 수 있게 만드는 이념이자 실천이다.
독일의 철학자 노르베르트 볼츠(Norbert Bolz)는 디지털 영상미디어가 초래할 인간사고 방식의 근본적이고 전면적인 방식의 전환을 예고하면서, 마샬 맥루한으로 시작했던 활판인쇄로 강화된 근대문자 문화에 대한 비판의 맥락으로 근대 이성문명의 상징인 '구텐베르크의 은하계'의 종말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디지털미디어라는 첨단 복합 미디어를 통해 이성을 중심으로 한 유럽 문명의 한계가 극복되리라 예견한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상실된 생명력을 재생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미학의 원해 의미인 '감성적 지각(aisthesis)'을 강조하고, 칸트가 말하는 오감의 자유로운 유희 상태가 가능한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의 회복을 주장한다. 본 소고는 하이퍼미디어로써 영상 미디어의 선두 격인 디지털 애니메이션이 그 독특한 예술적 형식으로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가능케 할 것이라 보고 있다. 이는 근대 이성 중심 주의에 짓눌려온 인간의 감성을 회복하는데 디지털 애니메이션 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데서 출발한다. 또한, 디지털 애니메이션이 시간과 공간을 다루고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 그리고 컴퓨터 기술의 집약으로 종합 미디어적 특성을 발휘해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전들에 근거해, 새로운 예술 형식으로써의 가능성에 대해 분석하고자 한다. 특히, 미디어 분석가 겸 디자인과 교수인 노르베르트 볼츠의 하이퍼 미디어적인 뉴미디어 이론과의 연계성에 중점을 두고 있다.
1999년 미국에서 정보공유를 목적으로 블로그의 개념이 처음 도입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002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보급이 되었으며, 전통 블로그의 형태에서 홈페이지와의 결함을 통해 커뮤니티 형태의 독특한 형태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이러한 독작적인 발전의 원인은 블로그가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문화 커뮤니케이션 방향에 맞게 발전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오늘날 '세계는 점점 좁아지고 나라간 거리는 점점 가까워 진다'라고 한다. 디자인 또한 유니버셜 디자인을 지향한다고 외치고 있다. 하지만 블로그를 통해 바라본 세계화는 결국 local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본 연구는 지역 문화 관점에서의 비판을 통해 사회의 뿌리 깊은 문화적 속성과 인간관계, 그리고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관하여 연구해 보고자 한다.
인간은 정보와 지식이라는 용어를 집단적으로 이해하며, 서로 배치되는 개념적이고 이론적인 정의에 대해 주의하지도 토론하지도 않은 채, 다양한 맥락에서 두 가지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정보와 지식이라는 개념은 내재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특히 진실이 전제조건이 되어야 할 때, 정보와 지식을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본 이론 논문에서는 지식에 관한 신빙주의 분석(reliabilist analysis)과 진실추적분석(truth-tracking analysis)을 각각 정보의 물리적인 패러다임과 인지적인 패러다임과 연결시키는 사고 실험을 전개한다. 이 사고 실험의 결과는 특히 탈진실의 시대적 맥락에서 정보문해력을 위한 적용과 함의를 중심으로 논의된다.
데이터를 검색하고 저장하고 교환하기 위한 물적 토대의 인터페이스로 사용되는 네트워크 테크놀로지는 21세기 데이터자본주의 시대를 이끌고 있다. 일상의 거의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지배하고 있는 네트워크 테크놀로지의 역량은 물리적 세계에서의 사회적 이해와 경험들을 사이버스페이스에서도 가시화하고 있다. 사이버스페이스에서의 인간 신체와 사물의 움직임은 사회적 맥락에 놓인다. 본고는 바로 이 현상에 주목하면서, 현실의 제 문제를 사이버스페이스를 통해 제기하는 행동주의 사례들을 살펴보았다. 특히 민주주의를 위한 비판적 예술과 사유를 정보의 영역과 결합하며 미적 상상력을 발휘해 온 전자교란극단의 디지털 행동주의를 연구의 대상으로 삼는다. 본론의 첫 번째 장에서는 사이버스페이스에서 벌어진 사회운동으로서의 행동주의의 의미를 개괄한다. 두 번째 장에서는 전자교란극단의 초기 퍼포먼스 행동주의를 대표하는 <플러드넷>의 대안성을 되돌아본다. 그리고 마지막 장에서는 <초국경 이민자 툴> 프로젝트의 시학적 의의를 분석한다. 이 과정을 통해 본고는 전자교란극단의 행동주의 퍼포먼스가 대안에 대한 상상력을 장려하는 비판미학으로서, 그리고 네트워크 테크놀로지의 매체성을 적극 활용하며 퍼포먼스 아트와 정치를 통합한 아방가르드 예술로서 동시대적 가치를 지닌다는 점을 논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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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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