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는 주체의 권리 개념이 등장한 근대 서구 사상 이후 철학적으로 주요한 개념이다. 타자에 대한 여러 정의와 논의가 있었다. 본고에서는 '타자'를 정의 짓기보다는 '타자와의 관계 맺기'를 중심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특히 에마뉘엘 레비나스의 논의를 중심으로 '타자성과 윤리'에 주목하고자 한다. 레비나스는 타자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강조하는데 이는 다문화 사회에 도래한 현 사회에서 소통의 패러다임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다름'에 대하여 경계-짓기보다는 타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공존을 도모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때의 '공존'은 중심부로 포섭하여 중심부의 확대를 가져오는 형태가 아니라 탈중심을 통해 서로 연합되는 것이어야 한다. 본고에서는 서사에 재현되는 타자와의 공존의 양상을 분석하여 그 가능성을 밝히고자 한다. 서사란 인간의 근원적 욕망이자 경험을 구성하는 인지적 과정이다. 인간은 서사에 자신을 스스로 투사하고 이해하려 한다. 서사에 나타나는 타자성을 분석하여 타인에 대한 공존의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본고는 기예르모 델 토로의 을 텍스트로 하여 작품 내 캐릭터의 형상화 방식과 관계 맺기의 스토리텔링을 분석함으로써 공존의 가능성과 방향을 제언하고자 하였다.
영화 <버닝>(이창동, 2018)은 정교한 서사를 섬세한 영상으로 담아낸 작품으로서 근래 가장 주목받은 한국영화 중 한 편이다. 이 영화는 서로 다른 유형의 인물들이 등장하고 단편적으로 제시되는 객관적 사실과 주관적 욕망이 뒤얽히는 다성성의 텍스트여서 다양한 해석의 여지가 있는 텍스트이다. 이 글은 이 영화가 현대 한국 청년의 현실이라는 특정한 사회역사적 조건을 넘어서는 보편적이면서도 중대한 윤리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점에 주목해 <버닝>을 주인공 종수를 중심으로 하는 윤리적 담론으로 읽으려 한다. 종수가 처하는 상황과 이에 대한 그의 반응을 무엇보다도 종수의 윤리적 각성과 도약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종수는 현재를 사는 대한민국 비정규직 젊은 남성이라고 요약될 수 있는 자신의 사회적 위치에서 해미와 벤을 만나고 관계 맺으며 세상의 미스터리를 접하고 이를 파악하고자 한다. 영화가 촘촘히 보여주는 그의 궤적은 문예창작학과 출신 흙수저 청년의 혼란과 좌절이라는 사회역사적인 차원과 가족해체의 현실과 연인의 갑작스런 실종이라는 개인 심리적 차원이 필연적으로 교차한다. <버닝>은 종수가 비우호적인 조건, 즉 프레카리아트 청년의 처지, 현실 인식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직면하고 미스터리를 탐구하면서 '함께 삶'을 지향하는 윤리적 주체로 우뚝 서는 과정을 그린 감동적인 스토리로 읽힌다. 이 과정은 종수의 고통스런 성장담으로서 무기력했던 비정규직 배달노동자였던 종수가 '작가'가 되는 과정이기도 하다. <버닝>은 자신에게 비우호적인 현실 속에서 혼란스러워 하고 무기력했던 청년이 타자들과의 만남을 겪은 뒤 나름대로 타자들과 세상을 파악하며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실천하는 윤리적 주체로 일어서는 과정을 그리며, 윤리적 사유를 자극하는 텍스트이다.
본 연구는 세계 시민성 함양과 관련하여 보다 정의로운 지리교육과정을 개발하기 위한 교육과정 재개념화에 관한 것이다. 우선, 세계 정의의 관점에서 최근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비판적 세계 시민성의 의미와 한계에 대해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이를 통해 후기 구조주의적 세계 시민성 관점이 세계 '타자'에 대한 정치적, 윤리적 책임을 강조함으로써 세계 정의를 보다 더 잘 지원할 수 있음을 설명한다. 둘째, Carr의 논쟁적 교육과정이라는 이론적 분류법에 근거하여 교육과정을 3가지 주요 교육과정 관점들로 해체한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의 교육과정 관점들이 정의 지향 세계 시민성 함양에 있어 윤리성 및 정치성의 관점에서 한계가 있음을 이론적으로 논의한다. 셋째, 예측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써, 세계의 '타자'를 보다 공평하게 고려할 수 있는 후기 구조주의 교육과정 관점을 논의한다. 끝으로, 세계 정의를 지향하는 세계 시민성을 함양할 미래 지리교육과정 구성의 함의를 이론적으로 논의한다.
<스위트홈>의 기본 서사는 감염 증세를 보인 아파트 입주민들이 외부와 단절된 공간 속에서 괴물과 싸우며 생존하는 이야기이다. 이 논문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 서사를 분석하여 그 특징을 밝히고, 작중 서사의 중핵인 감염에 따른 윤리 문제를 다룬 것이다. 논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스위트홈>은 서사분석을 통해 감염에 따른 인간과 괴물의 경계가 허물진 드라마이다. 감염에 따른 묵시론적 세상이 전개되는 양상을 시각 이미지를 통해 제시하였으며, 주된 감염 요인은 타자를 지배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분노임을 보여주었다. 이 드라마는 작중 인물들이 연대하기도 하고 타자를 이용하는 이중성이 나타난다. 이러한 이야기는 2000년대 이후 인간과 괴물의 경계가 사라진 시대를 반영한다. 둘째, <스위트홈>은 감염 이후 나타난 타자의 윤리가 폭력적이며 전체주의로 귀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 드라마이다. 아파트 입주민을 감염인으로 간주하고 군대를 동원하여 사살하는 장면은 국가 권력이 폭력적으로 제시된다. 이 상황에서 아파트 입주민은 자신의 지난 행위를 성찰하고 타자를 포용한다. 그러나 작중 인물들이 보여준 이타적인 희생이 자칫 2000년대 청년세대의 불만과 분노를 덮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스위트홈>은 문제적인 드라마로 볼 수 있다.
이 논문은 서(恕)에 관한 주자(朱子)와 대진(戴震)의 상반된 두 입장을 분석하고 그 윤리학적 의의를 탐색한 글이다. 논문에 따르면, 주자는 서(恕)가 단순한 동질화의 형식일 뿐 구체적인 윤리적 행위 지침을 제공하지는 못한다고 보고, 서(恕)가 오용될 경우는 오히려 부도덕의 상호 용인과 악의 동질화라는 비윤리적 행위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 이러한 점 때문에 그는 주체의 도덕적 충실성(忠)을 반드시 서(恕)의 선결요건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래야만 서(恕)가 주관적이고 자의적으로 오용되는 것을 막고 윤리의 보편타당성과 도덕의 지고한 가치를 견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나 대진은 주자의 생각이 도덕 주체를 필연적으로 주관성의 늪에 빠져버리게 할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만일 타자와의 관계성을 괄호에 넣고 우선 도덕성을 연마해야 한다면, 그렇게 완성된 도덕성 역시 주체 내부의 것에 불과하게 되므로 보편타당한 윤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대진은 서(恕)의 가치를 다시 부활시킨다. 그는 욕망의 실정(實情)에 입각하여 서로를 헤아리는 서(恕)의 과정을 통해, 구체적이면서 사실적인 그리고 보편타당한 윤리 준칙이 마련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 논문은 주자와 대진의 입장에 현격한 차이가 있지만, 양자가 지향했던 윤리학적 목표는 동일했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윤리학적 목표는 공히 주관주의의 폐단을 극복하고 윤리의 객관성과 보편타당성을 확보하려는 것이었고, 이를 통해 약자의 생존을 보장하고 사회적 균등을 실현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 논문은, 서(恕)의 보편화 가능성을 정립하고 공정과 평등의 가치 실현을 지향하고자 했다는 점에서 두 사람이 같은 길을 걷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 논문은 데리다의 해체주의적 철학방법론에 입각하여 장자철학의 윤리적 함의를 해명한 것이다. 장자(莊子)와 데리다는 기존의 이분법적 사고의 폐해를 직시하고 어떤 중심과 기준을 설정하는 인식론과 가치론을 배격한다는 점에서 시대를 뛰어 넘어 유사한 철학하기를 시도한 철학자들이라고 할 수 있다. 장자는 존재에 대한 인식방법에 대한 문제를 "제물론(齊物論)"을 통해 설명하고 있는데, 그는 이곳에서 주로 존재의 자기 동일성을 해체하고 타자와의 공존의 가능성의 문제들을 언급하고 있다. 특히, 도(道)<=>도(盜)의 말바꾸기 전략은 존재원리로서 도(道)의 성격을 이해하는 관점을 해체하는 동시에 인간중심의 윤리도덕에 대한 회의를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소요유(逍遙遊)"를 통해 장자(莊子)는 우리들에게 만물은 언제나 변화의 과정에 있으며, 이 우주는 자유와 놀이의 공간임을 알려주고 있다. 따라서 그는 다른 존재(만물, 타자)와의 공존의 세계인 우주 속에서 인간중심주의의 윤리도덕만을 추구하는 것은 시(是)/비(非), 선(善)/약(惡)의 한쪽만을 선택하게 만들 수 도 있음을 직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장자(莊子)의 이러한 사유는 우리들에게 인간중심주의 윤리학에 대한 비판의 기회를 마련하고, 인류의 문명 발달에 대한 반성적 고찰을 위한 철학적 계기를 제공해준다.
이 연구는 지리학에서 전개되어 온 도덕적 전환에 나타난 도덕 및 윤리적 측면을 중심으로 도덕 및 윤리, 지리, 교육 사이의 상호관련성을 검토한 것이다. 1970년대 이후 지리학은 차이의 세계에서 펼쳐지는 공간적 불평등과 인간의 복지와 같은 도덕적 쟁점에 대한 관심, 즉 사회적 적실성과 사회정의 실현을 강조하면서 도덕적 전환을 하게 된다. 이러한 도덕적 전환은 도덕지리라는 영역을 개척하게 되고, 최근 포스트모더니즘의 경향과 함께 차이의 세계를 살아가는 다양한 타자와 자연에 대한 비도덕적 지리를 고발하면서 인간과 환경에 대한 배려와 책임의 윤리를 강조한다. 도덕적으로 부주의하게 지리를 가르치지 않기 위해서는, 이제 지리교육에서도 도덕적 전환을 생각할 볼 시점이다. 지리교육이 보다 나은 세계를 만드는 데 기여하려 한다면, 배려와 책임의 윤리라는 측면에서 지리교육과정 및 수업에 대해 더욱 더 진지하게 도덕적으로 성찰할 필요가 있다.
이 논문은 미국의 젠더 이론가이자 퀴어 학자로 알려진 주디스 버틀러의 후기의 정치윤리 사상, 그중에서도 '프레카리티' 정치윤리 사상을 한나 아렌트의 '비선택적 공거'와 연결해서 최신저서 "집회의 수행성 이론 소고"(2015)를 중심으로 고찰하려 한다. 점점 제한된 사회적 정치적 불안정에 놓이게 되는 지구상 모든 인구의 평화로운 공존을 모색하려는 버틀러의 프레카리티 정치 사상은 레비나스의 타자 윤리학과 아렌트의 정치철학의 영향을 받아 윤리와 정치를 결합하고자 한다. 우선 인간은 인간의 조건인 이 지구상에서 자신이 누구와 살지를 결정할 수 없다. 이런 '비선택적 공거'는 한나 아렌트가 "인간의 조건"에서 주장하는 '행위'의 근본적 조건인 '다원성'과 관련된다. 인간의 모든 측면이 정치에 어느 정도 관련되지만 다원성은 특히 정치적 삶의 필요조건일 뿐 아니라 가능조건이라는 면에서 절대 조건이다. 두 번째로 버틀러에게 유대적 선민사상을 부정하는 비선택적 공거는 내가 모르는 다른 여러 타인들과 함께 사는 삶의 가능성, 모두가 근본적으로 취약하기 때문에 상호의존속에 살아가는 보편적 프레카리티의 정치로 연결될 수 있다. 다원적 인간이 지구상에 공존한다는 사실은 인간의 몸이 가지는 근본적 취약성과 상호 의존성에 근간한 '몸의 정치학'을 가능케한다. 불안정성과 구분되는 '프레카리티'는 지구상에 디아스포라처럼 확산되는 다양한 인간의 불확실한 삶에서 평등과 자유를 확장할 수 있기에 윤리적이다. 프레카리티에 입각한 윤리적 의무 개념은 버틀러가 "불확실한 삶" 이후 "갈림길"뿐 아니라 "전쟁의 틀"에서도 강조한 개념이다. 누구든 사회세계의 프레카리티를 피할 수 없으며 그럼 점에서 프레카리티의 보편적 차원이 우리 모두의 비토대적 연결점이 된다. 버틀러가 주장하는 상호의존성은 평등의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상호의존성을 양성하기 위한 사회적이고 정치적인 형식의 투쟁이며, 평등을 향한 윤리적 요구는 근거리와 원거리의 가역성에 달려있다. 다시 말해 상호의존성이 비선택적 공거의 특징이라면 원근의 가역성은 프레카리티 시대의 윤리적 의무다. 윤리적 요구는 비선택적 공거, 비의도적 근접성이라는 조건 때문에 모르는 사람의 삶도 존중해야하고, 이런 의무는 정치적 삶의 사회적 조건속에 있으며, 이는 아렌트의 평등 및 레비나스의 노출과 맞닿는다. '비선택적 공거'와 '비의도적 근접성'에 입각한 버틀러의 프레카리티 정치는 정치와 윤리의 접합이자 보편 주체의 비토대적 연결점이다.
도덕적인 삶을 통하여 인생의 이상을 현실에 실현하고자 하는 유학의 윤리적 가치는 도덕주체인 나 자신을 중심으로 타자와의 관계성에서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전통 가치들은 인류가 보편적으로 추구해 온 인간다움이나 초월자에 대한 경외 등 동질성의 측면에서 보편성이 함유되어 있다. '한국적인 맥락에서의 보편성 추구'란 바로 우리의 전통 문화를 기반으로 우리 땅에서 꽃피운 '한국윤리'를 궁극적으로 표방한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보편성과 우리라는 다양성의 종합적인 이해를 통하여, 각 문화에 대하여 존중하는 마음을 함양하고 인류애를 실현하는 인격자로서 문화 창조의 역할을 능동적으로 수행하여야 할 것이다. 전통 윤리에 관한 탐구는 윤리의 역사와 지금을 바라볼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뿐만 아니라 우리의 문화를 기반으로 한 우리의 정서를 이해하는 초석이 될 것이다. 오늘날 중요한 사회적인 관심으로 대두되고 있는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 확립과 가치관의 혼란에 따른 도덕성 회복의 문제 역시 이와 그 궤를 달리하지 않는다. 우리 청소년들이 전통 윤리를 올바로 이해하고 새롭게 재창조하는 삶을 추구할 수 있을 때, 자신은 물론 사회도 건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공자(孔子)로 대표되는 선진유가의 주된 관심은 어떻게 하면 인간이 도덕적 완성을 이룰 수 있는가 하는 문제에 있었다. 유가의 모든 이론들은 도덕적 완성을 이룬 성인(聖人)이나 군자(君子)를 설명하기 위한 이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이 문제는 유가의 근본 문제에 해당된다. 유학에서의 덕(德)은 행위의 도덕적 원칙이나 사물의 특성을 가리키는 범주로서, 도덕 근원으로부터 부여받은 존재 내면의 도덕적 성품 혹은 도덕적 능력을 의미한다. 공자는 내재적 정신인 인(仁)과 표현 형식인 예(禮)를 통하여 덕의 내용과 실천방법을 구체화 하였으며 도덕적 실천성을 강조하였다. 나 자신은 물론 타자와의 관계에 있어서, 그리고 더 나아가 내가 마주하고 있는 여러 사물과 세계와 자연과의 올바른 관계맺음을 위한 근본적인 원리는 효제(孝弟)와 애인(愛人) 등 다양한 실천을 통해서 전개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실천은 타자배려의 원리로서 관통되고 있지만, 구체적인 현실사회의 다양한 조건에 따른 역동적인 실천규범은 다각도로 모색되고 있다. 삶의 철학이며 실천윤리였던 공자의 사상을 덕론과 관련하여 탐구하는 것은 현 시대의 교육적 문제와 관련하여 성찰적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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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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