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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Narrative of Catastrophe and the Ethics of Infection in the NETFLIX Drama, The Sweet Home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에 나타난 파국의 서사와 감염의 윤리

  • 음영철 (삼육대학교 글로벌한국학과)
  • Received : 2021.07.07
  • Accepted : 2021.07.28
  • Published : 2021.10.28

Abstract

In this paper, the basic narrative of The Sweet Home is the story that the residents of the apartment fight and survive the monsters in the isolated circumstances from the outside. This paper analysed the narrative and revealed the characteristics of the NETFLIX drama, The Sweet Home, and dealt with the ethics of contagion, core issue of the drama. Firstly, in the drama Sweet Home, the boundary between the men and the monsters collapses from the contagion. The drama shows the aspects of the apocalyptical world through the optical images, and reveals the main contagion cause is the desire and fury of the human to dominate the others. In the drama, we can see the duality that the characters sometimes stand in solidarity with, and often abuse the others. This story reflects the times after 2000s that the boundary between the man and the monster eclipses. Secondly, the drama shows that the ethics of the others popping up after the contagion is violent and thus can go to the totalitarianism. When the residents are shot by the troopers of the nation, the governmental authority shows its brutality. In this situation, the residents recognize their past behaviors and embrace the others. However, in the point that the characters' selfless behaviors could cover up the complaints and the fury of young generations after 2000s, The Sweet Home is a problematic drama.

<스위트홈>의 기본 서사는 감염 증세를 보인 아파트 입주민들이 외부와 단절된 공간 속에서 괴물과 싸우며 생존하는 이야기이다. 이 논문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 서사를 분석하여 그 특징을 밝히고, 작중 서사의 중핵인 감염에 따른 윤리 문제를 다룬 것이다. 논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스위트홈>은 서사분석을 통해 감염에 따른 인간과 괴물의 경계가 허물진 드라마이다. 감염에 따른 묵시론적 세상이 전개되는 양상을 시각 이미지를 통해 제시하였으며, 주된 감염 요인은 타자를 지배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분노임을 보여주었다. 이 드라마는 작중 인물들이 연대하기도 하고 타자를 이용하는 이중성이 나타난다. 이러한 이야기는 2000년대 이후 인간과 괴물의 경계가 사라진 시대를 반영한다. 둘째, <스위트홈>은 감염 이후 나타난 타자의 윤리가 폭력적이며 전체주의로 귀결될 수 있음을 보여준 드라마이다. 아파트 입주민을 감염인으로 간주하고 군대를 동원하여 사살하는 장면은 국가 권력이 폭력적으로 제시된다. 이 상황에서 아파트 입주민은 자신의 지난 행위를 성찰하고 타자를 포용한다. 그러나 작중 인물들이 보여준 이타적인 희생이 자칫 2000년대 청년세대의 불만과 분노를 덮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스위트홈>은 문제적인 드라마로 볼 수 있다.

Keywords

I. 들어가기

2019년 12월 하순 중국 우한지역에서 원인불명의 폐렴 환자가 늘어남에 따라 중국 질병예방통제센터 CCDC와 의료진 및 과학자들은 신속하게 대응연구팀을 구성하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SARS-COV-2를 학계에 발표했다[1]. 중국 우한에서 시작된 코로나 19는 이탈리아 롬바르디아를 거쳐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코로나 19는 지역 전염병epidemic을 넘어 세계화 시대 최초의 초대형 감염병이 된 것이다[2]. 세계보건기구는 코로나 19에 대해 전염병 경보단계 중 최고위험등급인팬데믹을 선언했다. 펜데믹 현상을 불러온 코로나 19에 한국이 잘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2015년에 발생한 메르스 MERS 사태를 겪었기 때문이다. 한국의 보건 당국은 코로나19를 재빨리 인식했고 발 빠르게 대처했다. 그러나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사람들의 마음에는 우울감, 불안, 염려뿐만 아니라 사회적 단절을 초래했다. 이른바 ‘코로나 우울’이 코로나19와 함께 전세계에확산된 것이다. 인재人災에 따른 코로나 감염병은 일상생활에 공포와 불안을 가져왔고 최악의 시나리오인 인류의 종말을 예견하게 했다.

수천 년 동안 기아, 역병, 전쟁은 세상의 종말을 가져올 최상위 목록이었다[3]. 2021년 현재 인류의 삶을 위협하는 강적은 전염병과 감염병이다. 중세 사람들은 흑사병을 인간이 통제 불가능한 ‘악마의 힘’으로 간주하였다. 2000년대 이후 발생한 사스, 조류독감, 신종 플루, 에볼라와 같은 전염병의 유행은 인류 ‘종말의 날’이 멀지 않았음을 예시하였다. 근대사회의 골칫거리 중 하나인 역병은 유발 하라리의 단언처럼 지구를 배회하며 아직은 극복되지 못한 것이다. 그러하기에 인류에게 공포심을 가져오는 역병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었고, 감염은 서사의 소재로 활용되면서 국가적 재난이라는 의미 확장을 가져왔다[4].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아포칼립스, 즉 종말론적 세계관을 반영한 대표적인 기호 중에 하나가 좀비zombie 이다. 괴물의 하위 범주에 속하는 좀비가 21세기 들어와 급격하게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 연구자들은 9.11테러로 인해 세계 체제가 위기상황에 도달했으며, 그러한 종말 서사를 표현하기에 좀비가 매우 적절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5]. 미국에서 발발한 9.11테러가 있은 지 20년이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 세계 곳곳에서 수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19로 목숨을 잃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2021년 6월 28일 현재 집계된 코로나19 사망자는 2015명이다[6]. 죽음의 공포는 이제 세계인의 관심사가 된 것이다. 이러한 때에 <킹덤> 시즌2(2020. 3. 13. 방송)가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면서 국내뿐 아니라 해외 시청자들의 관심을 폭넓게 끌어냈다[7]. 이제 좀비 서사는 코로나19와 함께 유토피아가 아닌 디스토피아로 변해가는 인간 사회를 은유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고대의 저술가들은 괴물이 미래에 닥쳐올 불행이나 재난을 알려준다고 믿었다[8].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의 창궐은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였고 문화예술계에 파장을 불러 왔다. 2000년대 이후 나타난 좀비는 이러한 시대를 반영한 괴물인 것이다. 좀비는 뱀파이어 나 늑대인간과 같은 괴물과 달리 20세기에 들어서 알려진 캐릭터이다. 기존의 많은 연구에서 알려졌듯이 좀비는 핍박받았던 하층민의 아이티Haiti 부두교의 주술 의식에서 기원한다[9]. 최근 <킹덤> 시즌1을 분석한 글에서 알 수 있듯이 좀비 서사는 하층민의 핍박과 설움의 정서를 대변하고 있다[10]. 또한 외형적인 이질감을 주는 괴생명체로 분류되는 좀비는 인간 내면의 극단성을 환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좀비와 같은 괴물은 잔혹함과 폭력성을 동반하기에 그 시대의 불안을 담아냄과 동시에 폭력에 희생된 타자를 표상하는 경우도 있다.

본 연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스위트홈>(2020. 12. 18. 방송)의 서사를 분석하여 그 특징을 밝히고, 작중 서사의 중핵인 감염에 따른 윤리 문제를 다루고자 한다. 이를 통해 코로나19라는 지구촌 팬데믹 현상을 반영한 드라마에 구현된 괴물 서사의 사회문화적 의미를 밝히는 것이 본 논문의 목적이다. 괴물은 합리적으로 생각되고 말해질 수 있는 것들의 한계에서 출발한다[11]. 괴물은 어떤 정의로도 붙잡히지 않으면서, 정체성과 관련된 현실 규범들에 도전한다. 그러하기에 <스위트홈>에 등장하는 괴물에 대한 분석은 인간이 낯선 존재를 대면할 때의 윤리적 태도와 맞물려 있다. 일반적으로 동서양 괴물 서사에 나타난 대부분의 괴물은 빌런에 가까우며 제거되어야 할 대상으로 그려진다. 그러나 괴물 서사의 이면에는 우리와 전혀 다른 존재이기보다는 우리 안에 억압된 타자에 관한 이야기도 존재한다. 따라서 괴물은 살아있지만 생명이 아닌 예외 상태이기에 생명윤리가 적용되는 예외 관계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12].

본 연구와 직접 관련된 한국형 괴물 선행 연구로는 오현주의 논문이 대표적이다. 이 논문은 2000년 이후 발표된 한국 괴물 영화를 서사적 관점에서 분석한 것으로 괴물의 사회학적 의미를 탐구한 것이다[8]. 괴물이 한 사회 안에서 타자화의 대상이 되는 이유를 다양한 시각에서 밝혔는데 이 점은 본 연구에서 밝힐 윤리 문제에 도움을 주었다, 정진희의 논문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의 서사를 분석한 것으로, 시공간적 배경에 따른 서사구조를 밝혀냄과 동시에 로드무비 형식에 따른 서사 전개가 작품의 흥행성에 영향을 미쳤음을 밝혔다[7]. 이 논문은 거대 자본이 투입된 제작 환경이 드라마의 서사구조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좀비 서사의 한계와 감염의 윤리를 다룬 이동신의 논문은 ‘바이오 안보 문제’의 서사가 타자를 이해하기보다는 전체주의로 흐를 수 있음을 알려주었다[5]. 이 논문은 감염 윤리가 결국 국가와 개인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며 인권의 문제와 직결될 수 있음을 제시하였다. 이 외에도 박하림의 논문은 정신분석학을 원용하여 청년세대의 파국적 불안을 한국 좀비서사의 장르적 특성에 맞게 분석한 것이다. 본 연구의 작중 인물 분석에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이들 논문은 대부분 한국형 좀비 영화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스위트홈>과 같은 괴물 드라마 분석에는 미흡한 면이 있다. <스위트홈>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현재 찾을 수 없다. 한류 드라마의 제작 환경에 영향을 주고 있는 넷플릭스 드라마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시청자들은 언제 어디서든지 자신이 원하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은 심리가 있다.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 OTT(Over The Top)서비스는 체적화된 콘텐츠 플랫폼을 제공하고 있다. 초창기 OTT는 TV 셋톱박스 같은 단말기를 기반으로 한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를 의미했지만, 현재는 PC나 스마트폰과 같이 초고속 인터넷망과 연결된 동영상 서비스 전반을 일컫는 말이다 [10]. 따라서 OTT 서비스 드라마의 서사 전략에 따른 이해를 기반으로 <스위트홈>의 서사 구조를 연구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몰아보기’라는 새로운 콘텐츠 소비 현상이 <스위트홈>에 끼친 영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13].

<스위트홈>은 영상 콘텐츠 순위 제공 사이트인 ‘플릭스패트롤’ 2020년 12월 21일 기준으로 넷플릭스 TV 프로그램 부분 전 세계 3위를 기록하였다[14]. 이는 한국형 좀비 열풍을 일으켰던 <킹덤> 시즌2가 미국과 유럽에서 톱10에 오르지 못한 것에 비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이에 넷플릭스 측은 <스위트홈> 공개 이후 한 달 동안 최소 2200만 명이 시청한 것을 발표하였다. 그럼에도 <스위트홈>에 대한 연구물은 현재까지 없다. 본연구는 코로나19 시대의 개인의 감염은 윤리 문제와 직결된 것으로 보고, 현대판 괴물 서사인 <스위트홈>을중심으로 괴물 캐릭터를 분석하고 감염 윤리의 전반적인 양상을 고찰할 것이다. 본 연구는 코로나19로 인해팬데믹 상황에 빠진 사람들에게 사회의식과 윤리적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본 연구는 먼저 <스위트홈>의 서사 구조를 분석하여 괴물 시리즈 드라마 특성에 따른 내적 의미를 파악할 것이다. 이를 위해 주인공이 괴물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협조자와 반대자의 대립을 통해 드러나는 표면적 이야기와 이면적 의미를 밝힐 것이다. 이는 <스위트홈>을사회적 관점에서 감염에 따른 극단적 개인주의가 불러온 타자성의 의미를 밝히는 것이기도 하다. 이어서 공동체의 붕괴에 따른 묵시론적 세계에서 살기 위해 괴물이 되어가는 인간의 윤리적 태도에 대한 의미를 탐색할 것이다.

Ⅱ. 정상·비정상의 경계 허물기의 서사

감염을 주제로 한 재난 영화로는 김성수 감독의 <감기>(2013)를 들 수 있다. 이 영화에서는 괴물의 출현을 볼 수 없다. 이 영화는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극한 상황에서 국가(정부)의 특정 지역 폐쇄와 이를 둘러싼 개인의 투쟁을 보여준다. 주요 서사는 지역 전염병의 급속한 확산을 막기 위해 감염된 지역 주민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국가공권력의 부정함과 항체를 가진 아이를 둘러싼 갈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봉준호 감독의 <괴물>(2006)은 말 그대로 미군에 의해 한강에 버려진 균이 변종 괴물로 만들어져 재난을 초래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좀비가 아닌 괴물이 등장하여 본격적인 괴물 서사의 등장을 알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한국형 좀비 재난 영화의 정점은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2016)이다. 이 영화는 좀비 원인을 직접 밝히지 않았다. 다만 사슴이 감염체이고 사람에 전염시킨 것으로 보인다. 이 영화의 기본 서사는 부산행 기차 안에서 좀비와 생존자간의 혈투로 되어 있다. 이 영화는 인간이 아닌 좀비에게 감정을 이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한국형 좀비 괴물 사례로 볼 수 있다[15].

<스위트홈>은 한국 TV 드라마의 일반적인 16부작 제작 방식을 따르지 않고 10부작으로 만들어졌다. 제작비 또한 300억 원이 투입된 드라마로 기존 드라마가 편당 4~5억에 제작된 것에 비해 30억 원이 들어갔다. <스위트홈>은 넷플릭스에서 출시된 <킹덤>보다 더 많은 제작비가 투자된 것이다. <스위트홈>과 <킹덤>의 공통점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라는 점과 웹툰 원작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위트홈>은좀비 캐릭터가 아닌 다양한 괴물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킹덤>이 보여준 좀비 서사와 다르다. <스위트홈>의 대중적인 성공은 다양한 한국 괴물 서사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스위트홈>의 시간적 배경은 2020년 9월 시점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로는 3개월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공간적으로는 재건축 아파트가 주된 설정으로 되어 있다. <스위트홈>의 기본 서사는 감염 증세를 보인 아파트 입주민들이 외부와 단절된 공간 속에서 괴물과 싸우며 생존하는 이야기이다. <부산행>의 승객들이 서로를 불신하며 살기 위해 출입문을 열어주지 않았듯이 <스위트홈>의 입주자들은 밀폐된 공간 속에서 서로를 이용하면서 괴물을 상대해야 한다. 차이점은 아파트라는 안락한 공간이 생존에 사활을 건 사투의 장으로 변한 것이다.

<스위트홈>은 총 10부작으로 되어 있는데 도입부인 1부 첫 장면에 총을 든 군인들이 등장한다. 군인들의 총구는 국민이 거주하는 페허가 된 건물로 향해 있고 주인공 차현수가 등장하자 경고와 함께 사격을 개시한다. 차현수는 총을 맞고도 죽지 않는다. 괴물 반 인간 반의 정체성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 시퀀스를 좀 더 분석해보면, 먼저 다 쓰러져가는 아파트는 권력을 갖지 못한 서민들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볼 수 있다. 표면적 이야기는 첫 장면부터 인간의 얼굴을 한 괴물을 토벌하는 국가 공권력의 무자비함을 보여준다. 이는 감염자를 격리하고 배제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국가 폭력의 문제를 합법적인 수준에서 정당화한 것이다[4]. 하지만 이면적으로는 괴물이 되지 않기 위해서 괴물만큼 폭력적이어야 한다는 역설을 보여준 것이다[9].

본격적인 서사의 시작은 3개월 전인 2020년 9월 차현수가 그린홈이라는 재개발 아파트로 이사 오면서 시작된다. 첫 번째 감염 증상을 보인 인물은 아파트 경비원이다. 아파트에 거주하는 아주머니가 선물로 준 생선 상자를 열자 썩은 생선이 나오고 아파트 경비는 코피를 쏟는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감염 증상은 코피를 쏟는 데서 시작한다. 아파트 경비원은 체호프의 법칙처럼 8부에서 경비 괴물로 다시 등장한다. 이 작품에서 괴물이 처음 등장한 것은 아이돌 지망생인 이웃집 여자이다. 그녀는 작품 초반에 식탐 괴물로 등장하여 공포감을 심어준다. 그녀 또한 코피를 흘리고 괴물로 변한다.

<스위트홈>에는 다양한 괴물들이 등장한다. 이를 괴물의 원형 범주에 따라 구분하면 다음과 같다. ‘기어 다니는 것’에 해당하는 거미 괴물, ‘미끈거리는 것’에 가까운 끈끈이 괴물, ‘거대한 것’으로 볼 수 있는 근육 괴물 (프로틴), ‘기생하는 것’에 가까운 액체 괴물(피)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외에도 <스위트홈>에는 다양한 괴물이 인간성을 표상하면서 등장한다. 이 드라마를 통해 시청자들은 수혈을 받지 못해 괴물로 변한 흡혈 괴물, 실직한 원한을 살인 충동으로 구현한 장님 괴물(연근이), 관음증을 표현한 눈알 괴물, 주민들의 횡포에 따른 스트레스 때문에 괴물로 변한 경비 괴물 등등 실로 다양한 괴물을 볼 수 있다. 작품 속에 등장한 괴물은 기이함과 비정상성과 의심스러움의 집결체를 표상한다[16].

이 아파트는 정문, 후문, 주차장 문이 모두 닫혀 있다. 폐쇄적 공간인 이곳에서 감염자, 인간, 괴물은 삶과 죽음의 경계를 넘나들며 서로 싸운다. 이들은 살아야 할 이유를 찾는 게 더 힘겨운 세상에서 내던져진 존재인 것이다. 이곳은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구분하기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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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1부에서 고립된 아파트 주민들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보여준 장면

<스위트홈>은 감염병에 따른 묵시론적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3부에 등장하는 대통령의 긴급 담화에서 알 수 있듯이 이곳은 국가공권력의 상징인 대통령도 괴물로 변하고 사살되기에 무정부 상태인 것이다. 드라마 곳곳에 등장하는 장면에서 알 수 있듯이 국가 사회안전망은 제대도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핸드폰 급상승 검색어에는 괴물이 1위를 차지한다. 한마디로 팬데믹상태임을 알 수 있다. 건물 안이나 밖, 어디나 안전한 곳이 없다. 1부 끝부분에 등장하는 장면은 대한민국 어디도 안전한 곳이 없음을 상징한다. 아포칼립스가 도래한 것이다. <스위트홈>은 서사적 의미를 구성하기 위해 사용된 시각적 이미지를 통해 묵시론적 세상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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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1부 끝부분에 등장하는 묵시론적 세계상

<스위트홈>에 사는 아파트 주민들은 비상계엄이 선포되자 외부의 도움 없이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1층으로 모여든다. 아파트 입주민들로 구성된 이들은 괴물을 생포하기 위해 덫을 놓고 괴물이 나타났을 때를 대비하기 위해 경고 장치를 만든다. 이 과정에서 서로 연대한다. 그러나 이들이 정작 간과한 것은 입주민들이 괴물이 되었을 때다. 이들은 자신들의 생명을 보존하기 위해 어제까지 같이 싸웠던 동료이자 이웃인 인간을 괴물로 간주하고 감금한 것이다. 대니 보일 감독의 <28일 후>(2002)에서는 고민할 필요가 없이 좀비가 된 인간을 처단한다. 그러나 <스위트홈>에서 감염된 인간은 독특한 방식으로 이 딜레마를 피해간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차현수는 괴물과 싸우는 과정에서 9층에서 떨어진다. 하지만 죽어야 할 인간 차현수가죽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아파트 입주민들은 괴물차현수의 거취문제를 두고 고민에 빠진다. 그들의 선택은 입주민 투표이다. 김성수 감독의 영화 <감기>에서는 감염된 시민들의 생사를 놓고 대통령과 미군이 언쟁을 벌인다. 영화는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면서 감염자들을 살려둔다. 하지만 <스위트홈>에서는 이러한 행정권자가 부재한 상태이다. 따라서 입주민 투표에 따라 차현수의 거취가 결정된다. 투표 결과는 동점으로 나오고 차현수는 감금된다.

<스위트홈>에서는 극단적 상황에 처한 인간들이 살기 위해 타자를 희생시키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한다. 이러한 예는 작중 인물인 이은혁이 아파트의 전원이 나가자 서이경을 거미 괴물이 사는 지하실로 내보내는 데서 알 수 있다. 또한 이은혁은 아파트 입주민을 살리기 위해 괴물화가 진행중인 차현수에게 괴물을 죽여달라고 요구한다. 한두식이 차현수를 감금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말하자 이은혁은 “위험하지만 필요하다”고 말하며 차현수를 이용하는 것이다. 차현수는 인간을 위해 괴물과 싸워야만 하는 괴물 반 인간 반의 존재인 것이다. 죽은 자도 아니고 산 자도 아닌 중간적 존재인 그는 인간과 괴물 어느 쪽에서도 환영받지 못한다. 인간 사이에서 그는 괴물과 싸워야만 하는 인간 편이 될 수 있고 인간을 위협하는 괴물 둘 다 가능한 존재인 것이다. 따라서 차현수는 근대가 만든 인간과 괴물 이분법으로 정의하기가 쉽지 않다[17]. 아파트 입주민들이 그를 외부로 보내지 않고 감금한 것은 괴물로부터 인간을 보호할 수 있는 유력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이은혁은 인간이 살기 위해서라면 정상·비정상을 나누지 않는 무차별한 존재임을 표상한다. 그런 이은혁도 10부에서 코피를 흘리며 자신도 괴물임을 알게 된다. 이은혁도 괴물화에서 자유롭지 못한 존재인 것이다. 따라서 이 드라마에서 인간과 괴물을 나누는 것은 무의미하다. 다시 말해 괴물의 외형과 관련된 이질성은 정상과 비정상의 잣대를 적용하여, 비정상이라고 분류하는 대상에 대해 인간주의적 편견을 유발한다. 따라서 <스위트홈>은 근대가 낳은 인간주의 이분법을 부정하고 있는 작품이다.

<스위트홈>의 서사 분석이 갖는 의미는 재난 시기를 살아가는 집단의 불안과 욕망을 징후적 독해를 통해 밝히는 데 있다. 괴물은 ‘우리 안의 낯선 것’을 외부 대상에 투사시킨 것이기 때문이다[18]. 그렇다면 우리 안의 낯선 것의 정체는 무엇인가? 프로이트는 익숙하던 것이 낯설게 다가올 때 야기되는 불안을 언캐니(섬뜩함) 로 표현했다[19].

언캐니를 일으키는 대표적인 특징으로 ‘죽음’과 ‘분신’ 을 꼽은 프로이트는 죽음이 문명의 건설을 위해 우선적으로 억압되어야 하는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시체, 죽은 자의 생환, 귀신, 유령 같은 죽음의 형상들은 억압된 것의 회귀라는 섬뜩함의 표상들인 것이다[18]. 주인공차현수는 자살할 장소를 찾다가 그린홈 아파트로 이주한다. 그는 은둔형 외톨이로 학교 등교를 거부한 인물이다. 몸에 자해 상처로 보아 살고 싶은 욕망보다는 죽고 싶은 욕망이 강하다. 이 아파트에 이사 와서 첫 번째 시도한 것이 자살이다. 자신의 삶에 절망한 사람은 작중 인물 이은유도 마찬가지다. 그녀는 발레리나가 되고 싶었지만 발목 부상으로 인해 절망한다. 하지만 그녀는차현수와 다르게 괴물로 변하지 않는다. 주인공 차현수는 죽지 않은 채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영원히 반복되는 삶을 살아야만 하는 존재인 특수 감염인으로 나온다.

박하림은 2000년대 한국 문화에 나타난 괴물 서사의 사회문화적 의식을 두고 “2000년대의 청년들은 자신들을 주체로서 내세울 뚜렷한 ‘광장’도 ‘외부’도 없이 끝없는 생존 경쟁에 던져진 채 자기계발에 몰두하며 고립된 청년들”이라고 하였다[18]. <스위트홈>에 나오는 청년 세대들은 윤지수나 이은유에서 알 수 있듯이 불안정한 일자리로 인해 고민이 많다, 이은유는 레슨비를 벌기 위해 매춘을 한 것처럼 이복오빠 이은혁을 속이기도 하며, 기약 없는 불안한 미래로 인해 삶의 의욕을 잃어가고 있다. 심지어 차현수는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은 신세대인 것이다. <스위트홈>에 등장하는 주인공은 대부분 20~30대의 젊은이들이며, 그런 그들은 괴물과의 싸움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립에서 연대로 뭉친다. 하지만, 타인을 불신하며 극단적 개인주의를 보여주기도 한다.

이 드라마에서 주목할 점은 타자를 지배하고자 하거나 원한을 갖게 된 인물들은 모두 괴물이 된다는 점이다. 아파트 입주민들은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극단적인 욕망을 드러낸 순간 괴물이 되는데 이는 괴물과 인간사이의 경계가 무의미함을 나타낸다. 괴물은 타자이지만 우리와 전혀 다른 절대적 타자가 아닌 우리 안에 억압된 타자의 발현이기 때문이다[8].

<스위트홈>에 등장하는 괴물은 외부와 내부에서 등장한다. 외부에서 등장한 괴물은 아파트 입주민을 공격한다. 대표적인 괴물이 환자복을 입고 있는 흡혈 괴물이다. 이들에게서는 인간적인 면을 볼 수 없고 공격성만을 드러낸다. 맹목적인 살인을 저지를 뿐이다. 반면 괴물로 변한 인간에게서는 인간적인 면이 남아 있다. 대표적인 예가 태아 괴물이다. 감염된 좀비가 급속도로탈인간적인 면을 보여준 것과 달리 <스위트홈>의 괴물화된 인간은 서서히 인간성을 상실한다. 이들은 줄리아 크리스테바가 말한 분리와 경계에 놓인 존재인 ‘아브젝트’인 것이다. 낯익은 몸에서 떨어져나온 배설물을 뜻하는 아브젝트는 몸의 내부에 있을 때와 달리 외부로 나오는 순간 혐오감을 유발한다[8]. 친숙한 이웃이 괴물이 되는 순간 이들은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아브젝트로 인식되는 것이다.

<스위트홈>의 기본 서사는 닫힌 공간에서 살아남기이다. 이들은 감염에 따른 괴물화를 막아내는 과정에서 인간으로 생존하거나 괴물로 변화하거나 아니면 죽는다. 인간에서 괴물로 변한 예로 김석현을 들 수 있다. 아파트 입주민인 김석현은 외부와 차단된 아파트 입주민에게 자신의 사업처인 슈퍼의 식량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는 재난이 발생했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극단적 개인주의 행동으로 생명 존중이 아닌 이윤만을 추구하는 인간의 탐욕을 반영한다. 결국 그 자신도 털보 괴물로 변해가는 것을 막지 못하다가 자신의 아내에게 죽게 된다. 반면 차현수는 괴물화가 진행되는 중에도 감금을 자처한다. 둘의 차이라면 전자는 자신이 타자에 의해 고립된 것이고 후자는 타자를 위해 스스로 고립되었다는 점이다. 괴물에 대해 공포감을 느끼는 것은 괴물 그 자체가 아니라 괴물을 통해 환기되는 의미작용과 연관된다고 볼 때, 정상·비정상의 경계가 모호한 괴물에게도 인간성의 양면이 존재함을 볼 수 있다. 10부 결말에서는 주인공 차현수가 인간과 철저하게 배격되는 괴물과 다를 바 없는 존재로 묘사되기도 하며 환대받지 못하고 배척당하는 타자임을 보여준다[11].

Ⅲ. 파국의 시대와 생존 윤리의 실상

앞서 논의에서 <스위트홈>에 나타난 괴물이 2000년대 이후 우리 사회 안에서 타자화된 청년 세대에 관한 인식을 담고 있음을 밝혔다. 코로나19는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는 재난으로 인식되기에 인간의 괴물성을 극단적으로 증폭시킨 <스위트홈>은 대중의 관심을 끈 문제작이 아닐 수 없다. 팬데믹 상황이 가상이 아닌 현실로 느껴질 때 인간은 아포칼립스 시대에 생존하기 위해 실존적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러한 시대를 반영하여 제작된 <스위트홈>은 괴물과 인간의 경계가 모호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무의식적 욕망을 환상적으로 다룬 재난 드라마이다. 괴물은 사회에서 퇴치해야 할 타자로 단순히 치부할 수 없는 것이 드라마 속 괴물 중에 일부는 우리의 이웃이자 숨겨진 자아이기 때문이다. 코로나 19는 역설적으로 우리 사회에서 은폐된 존재인 청년 세대의 존재를 가시적으로 드러낸 매개체이다. 따라서 이들은 분명 우리 사회 내부에 존재했지만 재난 이전에는 인식하지 못했던 이웃이자 타자인 것이다[20].

괴물 서사가 결국 인간주의를 비판하고 극복하는 서사라는 점에서 볼 때, 오늘날 괴물 서사는 ‘파국 서사’의 원형을 잘 보여준다[16]. <스위트홈>은 전형적인 괴물 서사이기에 근대가 만든 환상 구조인 인간 중심적이고 남성 중심적인 이데올로기 밖의 타자와 상대한다. 타자의 기호가 괴물인데, <스위트홈>에서는 괴물로 인해 경계와 기준이 모호해진다. 따라서 괴물에 대한 분석과 이해는 결국 우리가 낯설게 느껴지는 존재에 대한 인식과 태도를 보여준다[8]. 괴물이라는 존재는 드라마상에서 주체가 되거나 주체와 대립하는 적대자가 되어 갈등을 유발하는 사건 전개의 추동력인 셈이다. 따라서 괴물과 마주한 인간은 생존 앞에서 한없이 비루해지는 윤리의 실상을 보여준다[20].

괴물화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스위트홈>은 근대가 남긴 타자에 대한 성찰을 잘 보여준 드라마이다. 8부에서 슈퍼 아주머니가 감염에 따른 증상이 시작되었을 때 차현수에게 한 말은 “못난 어른이 돼서 미안해.”라고 한 것이다. 차현수가 괴물임을 알았을 때 아파트 입주민들은 자신들의 생명을 보존하기 투표로 그를 밀폐된 공간에 가두었다. 작중 인물인 이은혁은 차현수를 감금하는데 앞장 선 인물이다. 그가 그렇게 한 이유는 괴물과 싸우기 위해서는 또 다른 죽지 않는 괴물이 필요했는데차현수는 이에 적합한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차현수는위험인물이긴 하지만 괴물의 위협으로부터 인간을 보호해줄 희생양으로 볼 수 있다. 슈퍼 아주머니는 자신이 괴물이 되기 이전에는 미성연자이기도 한 차현수의처지를 고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이 괴물이 되고 난 이후 자신의 처지를 깨달은 후에는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을 ‘못난 어른’으로 인식한 것이다. 이는 <킹덤>의 주인공 이창이드라마 속에서 죽음의 공포에 직면한 순간 하층민들을 살리려는 자기인식을 드러낸 것과 유사하다[21].

반면 그녀의 남편인 털보 괴물은 죽는 순간까지 성찰하지 않는다. 끝까지 남성 중심 세계에 갇혀 있다. 괴물 화가 되어가는 그녀의 또 다른 욕망은 보름을 넘겨 특수 감염인이 되는 것이다. 이는 괴물로 살되 영생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에서 탈피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이는 무한경쟁 사회로 치달은 오늘날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슈퍼 여주인은 생존을 위해 마지막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캐릭터이다[22]. 그녀가 양면성을 갖게 된 것은 서이경 때문이다. <스위트홈>의 여성 주인공인 서이경은 감금된 슈퍼 아주머니를 찾아와 보름을 버티라고 말한다. 이는 괴물이 된 이웃에 대한 환대이다. 그리되면 특수 감염인이 되고 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로 돌아가 인간으로 살 수는 없다. 서이경은 슈퍼 아주머니에게 자살하지 않고 살 수 있는 비밀을 알려준 조력자이다. <스위트홈>에서 알 수 있듯이 질병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감염되는 존재는 사회적 약자이다. <감기>에서는 감염된 인간을 사회로부터 격리하고 몰살시키려 한다. <스위트홈>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감염된 인간 괴물을 돕는 조력자의 존재이다. 이들은 왜 이타적인 행동을 하는가?

일반적으로 좀비 서사에서는 좀비를 없애기 위해 거의 머리를 잘라내거나 뇌를 찌르지 않으면 그들을 죽일 수 없다[21]. 그러나 <스위트홈>에서 괴물을 처리하는 방식은 좀비보다 잔인하다. 괴물을 불로 태우는 것이다. 존재의 소멸이다. 이와 다른 처리 방식은 감염된 괴물과 공존하는 것이다. 6부에서 소방관이자 특전사 출신인 서이경은 의료과장인 남편의 사무실에서 감염의 단서를 발견한다. 감염에 따른 재난을 막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 특수 감염인에 있음을 알게 된 것이다. 또한 인간과 달리 쉽게 죽지 않는 특수 감염인은 회복능력과 재생능력이 있음을 알게 된다. 또한 정체 불명의 군인들에게 납치된 상태에서 알게 된 사실은 남편이 특수감염인 이 되었다는 사실이다. 서이경은 남편도 살리고 자신도 살기 위해 밀고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는 달리 해석하면 그린홈 입주민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보고하는 역할을 담당하겠다는 의도이다. 서이경 또한 인간의 이중성을 드러내는 캐릭터인 것이다.

감염된 세상에서 인간은 서로에게 잠재적인 적이 될 수도 있고 사랑과 연대의식으로 함께 감염과 맞서 싸울 수 있다. <스위트홈>에서는 감염되어 변해가는 개개인의 고민과 두려움이 서사로 나타난다. 이 드라마의 소재이기도 한 감염은 코로나19라는 국제적인 재난의 소재이자 생존 윤리의 가늠자 역할을 내포하고 있다. 먼저 잠재적인 적으로 살아야 함을 보여준 예가 9부에 등장하는 차현수와 같은 특수 감염인인 정의명이다. 정의 명은 차현수에게 결국 인간에게 잡히게 되면 인간을 위해 실험당하고 죽게 된다고 말한다. 이에 차현수는 인간도 아니고 괴물로 살아가야만 하는 자신의 정체성을 두고 혼란에 빠진다. 이는 죽음 정치가 만연한 아포칼립스 세상에서 살아남은 자들이 겪는 혼란이며, 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죽음을 유예하고 지연시키는 것이다[23]. 정의명은 차현수의 자아를 교란시키고 자아의 분할, 구분, 교체라 할 수 있는 상황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프로이트가 언급한 분신(Double)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정의명은 차현수에게 인간은 실패했고 자연에서 도태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인간과 괴물은 공존할 수 없다고 말한다. 괴물이 인간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하는 특수 감염인 정의명은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그는 액체 괴물이고 숙주를 마음대로 바꿀 수 있다. 따라서 인간의 탐욕 중 하나인 영생을 예시한다. 유발 하라리는 “전례 없는 수준의 번영, 건강, 평화를 얻은 인류의 다음 목표는,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가치들을 고려할 때, 불멸, 행복, 신성이 될 것이다.” 라고 말했다[3]. <스위트홈>은 인간의 욕망이 불멸을 꿈꾸는 괴물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보여준 드라마이다. 이는 특수 감염인 정의명이 불멸하는 인간의 욕망을 드러낸 데서 확인할 수 있다.

<스위트홈>에는 정의명과 다른 캐릭터를 통해 인간이 괴물과 공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점에서 좀비로 변해버린 딸과 함께 살아가려는 아버지의 사랑을 그린 헨리 홉슨 감독의 <매기>(2015)와 비슷한 주제를 보여준다. 공포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좀비들은 공포의 대상이자 감염의 원인이었기에 그들의 죽음은 곧 인간의 생존으로 직결되었다[15]. 그러나 <매기>는 좀비로 변한 딸의 자살을 통해 연민의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이러한 서사 구조는 <스위트홈> 에서도 볼 수 있다. 서이경은 끝까지 인간 반 괴물 반인 차 인수를 군인에 밀고하지 않는다. 그녀는 차현수와의연대를 통해 재난을 끝낼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을 놓지 않은 것이다. 또한 원한을 품고 살아가는 살인자 편상욱은 고독하게 삶을 이어간다. 자신과 타인을 연대하지 않고 혼자서 삶을 연명하는 존재인 것이다. 그런 편상욱이 타인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희생한 정재헌의 죽음을 애도한 것은 극중 성격 변화를 암시한다. 드라마 후반부에서 자신이 아닌 타인을 위해 적극적으로 삶을 살고자 한 편상욱은 사회적 약자인 어린 소녀를 죽인 최윤재를 끝까지 찾아가 응징하고 인간을 위협하는 괴물과 최후까지 싸우다 전사한다.

<스위트홈>에서 사랑과 연대의식으로 타자를 위해 싸우다가 죽는 대표적인 인물이 정재헌이다. 그는 경비 괴물과 엘리베이터 안에서 싸우다 죽는다. 그 또한 외롭게 살아가는 국어교사이다. 그가 연모한 여인은 1510호게 거주하는 윤지수이다. 그녀는 베이시스트로 생계를 유지하는 청년이다. 정재헌은 경비 괴물과 최후의 싸움을 벌이면서 입주민에게 화염병을 던지라고 말한다. 자살이 아닌 자발적 희생을 택한 것이다. 자신의 희생을 통해 윤지수를 보호하고 공동체에 안전을 가져온 것이다. <매기>에 나오는 딸이 좀비에 감염되었을 때 자살이라는 윤리적 선택을 했다면, <스위트홈>의 정재헌은 빌런인 괴물과 최후의 일전을 겨루면서 자신을 희생한다. 이러한 서사는 윤리적이고 감동적인 효과를 불러오지만 개인의 희생을 전제로 한 ‘일반화의 전체주의’로 귀결될 수도 있다[5]. 다시 말해 사회악의 근본적인 처방이 아닌 개인의 희생만을 강요하면서 공동체의 문제를 덮으려는 전체주의 서사로 여겨질 수 있다.

이러한 우려는 타자를 이해하기보다는 전멸시킬 목적으로 광범위한 폭력이 전개되는 10부 결말 시퀀스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특수 감염인 정의명은 차현수에게 늑대로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은 인간과 늑대는 다른 종이고 같이 살 수 없다는 뜻이다. 인간과 괴물은 상생 불가능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국가는 감염으로 인해 잠재적 괴물의 가능성을 보여준 인간과 일반 국민을 어떻게 대할까? 정의명은 차현수에게 인간이 탐욕으로 인해 괴물로 변하는 것을 막을 수 없을 때가 되면 군대는 인간을 소탕한다고 주장한다. 국가 폭력을 정당화하는 발언이다. <스위트홈>은 괴물이 된 타자들이 어떻게 인간 사회에서 배제당하고 추방당하는지 보여준다. 군대를 통한 몰살 작전이다. 감염된 아파트 입주민들은 출동한 군인들에 의해 배제된 타자이자 비감염자를 위해 버려진 존재가 되는 것이다. 강풀의 <당신의 모든 순간>(2010-2011)의 주인공 정욱이 좀비가 되었을 때 군에 의해 사살되듯이 <스위트홈> 1부와 10 부에 등장하는 군인들은 아파트 입주민을 인간이 아닌 괴물로 간주하여 사살한다. 이는 국가 공권력이 생존에 대한 인간의 불안을 활용하여 지배질서를 공고히 하고 권력을 유지시킬 수 있음을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근대사회는 배제와 소외를 통해 타자화된 괴물을 퇴치함으로써 공동체적 연대감을 형성하면서 발전하였다. 근대 유럽 사회가 이렇게 한 이유는 ‘외부’에 해당하는 괴물을 생명이 아닌 비체로 간주하고 예외관계로 여겼기 때문이다[12]. 따라서 좀비와 같은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의 주 서사는 좀비들 사이에서 살아남으려는 인간의 고군분투에 초점이 맞쳐져 진행된다. <스위트홈>도예외는 아니어서 10부에서 극중 청년은 특수 부대에 게 특수 감염인의 소재를 알린다. 사건의 전모를 파악한 특수 부대 지휘관은 밀고자의 역할을 포기한 서 이경에게 남편 남상원이 이제 아무 상관 없는 거냐며 따진다. 특수 감염인을 밀고해야만 자신도 살고 남편의 행방도 알 수 있는 상황에서 서이경이 취한 행동은 이타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스위트홈> 시즌1은 서이경이 앞으로 전개할 행동에 초점을 맞춘 상태에서 종영된다. 10 부에서 알 수 있듯이 서이경은 다만 아파트 입주민 소탕 작전을 지켜보면서 밀고가 아닌 탈출의 방식으로 생존하려고 했다. 이 점에서 서이경은 슈퍼 여주인이 차현수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어 미안해하는 감정과는 다른 차원에 속한다. 서이경은 타자인 차현수를 배척하기보다는 유예하는 길을 주체적으로 선택한 것이다. 이 점에서 <스위트홈>은 공포영화의 정치적 목적에 해당하는 ‘비체의 정화’라는 보수적 문법에서 벗어난 드라마로 볼 수 있다[16].

<스위트홈>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재난을 맞이하여 인간의 욕망에 따른 감염의 문제를 다룬 재난 드라마이다. 여타의 좀비 영화와 마찬가지로 이 작품은 파국 서사가 보여준 괴물적 속성을 다양한 캐릭터를 기반으로 잘 보여주었다. 이른바 웹툰에 기반한 한국적 괴물이 1부에서 10부에 걸쳐 공포심을 유발하면서 다루어진 것이다. 조지 로메로의 <시체들의 밤>(2005)에 나타난 좀비들이 혁명의 주체로 거듭난 것에 비해, <스위트홈>에 등장한 특수 감염인은 인간을 죽일 수도 있고 공존할 여지도 있다. 정의명과 차현수를 통해 감염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을 남겨둔 것이다. 서이경의 존재도 밀고가 아닌 탈출의 방식으로 유예의 길을 제시한다. <스위트홈>의 서이경이 괴물 반 인간 반인 차현수를 포용했다는 점에서 전통적인 가족주의의 문법을 해체한 드라마로 볼 수 있다. 이러한 면을 종합하면 <스위트홈>에 나타난 감염병의 대안은 자살이 아닌 연대와 공존에 있음을 알 수 있다.

Ⅳ. 나오며

코로나19에 따른 감염 상태가 진행 중인 한국은 여전히 감염자에 대한 예외상태의 지속과 회복되지 않는 일상을 경험하고 있다. 감금과 통제와 같은 국가적 폭력은 감염의 확산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로 정당화되기도 한다. 그러나 재난이 발생했을 때의 국가 권력은 감염와 비감염자를 구분하고, 감염자에 대해서는 주권자의 권리를 배제하고 타자화할 위험성을 여전히 내포하고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스위트홈>은 영화 <감기>에서 보여준 바와 같이 국가와 개인 사이에서 아슬아슬한 줄타기 끝에 개인의 생명을 지키는 행복한 결말을 그려내지 않았다. 시즌2를 위해 복선을 남겨둔 것이다. 넷플릭스는 <스위트홈> 시즌2에서 경쟁력 있는 한국 괴물 서사를 보급하기 위해 과감한 제작비를 투자할 것으로 기대된다[24].

본 연구는 2000년대 이후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한 좀비 영화와 좀비 드라마의 사회학적 의미가 전염병의 확산과 관련된 것임을 밝히고자 하였다. 전염병에 따른팬데믹은 이웃을 철저한 타자로 만들고 괴물로 인식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25]. 이를 입증하기 위해 본 연구자는 <스위트홈>의 재난 서사 분석을 통해 사회문화적 의미를 분석하였으며, 정상·비정상의 경계가 사라진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생존 윤리를 밝히고자 하였다. 논의한 결과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스위트홈>은 감염병에 따른 묵시론적 세상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주요 감염 요인은 타자를 지배하고자 하는 욕망과 분노이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사연을 가지고 괴물이 된다. 이들 괴물은 그린홈 아파트 외부와 내부에서 출현한다. 아파트 입주민은 생존을 위해 연대하지만 때론 이기적인 양면성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재난과 같은 위기에 처했을 때 행동으로 나타나는 인간의 이중성이 이 작품에서 잘 드러난다. 무엇보다도 입주민 중에 괴물화가 진행되면서 나타나는 혐오와 타자를 희생시키는 인물들의 행위는 인간과 괴물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 드라마의 사회문화적 의미는 인간 안에 존재하는 ‘우리 안의 낯선 것’ 즉 언캐니한 면모가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 상황에서 다중적으로 발생한다는 것이다.

<스위트홈>은 괴물과 같은 상황을 마주했을 때 인간이 생존 앞에서 한없이 비루해지는 윤리의 실상을 보여준 TV 드라마이다. 감염된 세상에서 인간은 서로에게 적이 될 수도 있고, 연대로 뭉친 공동체 구성원이 되기도 한다. 이 드라마는 아파트 입주민이 감염되었을 때 군대를 동원하여 사살한다. 감염자와 비감염자는 마치 국민과 비국민을 나누듯이 분리되어 처벌을 받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스위트홈> 입주민들은 괴물화이전과 이후로 성격 변화를 보여준다. 자신을 성찰하고 연대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스위트홈>이 여타의 괴물 서사처럼 이타적인 희생이나 타인을 포용하는 행위로 귀결되어 자칫 ‘일반화의 전체주의’로 빠질 위험성도 배제할 수 없다.

<스위트홈>은 인간의 욕망이 현실에서 억압되었을 때 다양한 괴물이 등장하여 결핍된 것, 말하기 어려운 것들의 회귀를 보여준 아포칼립스 드라마이다. 파국 서사는 묵시론적 세계상의 도래에 따른 인간 생존자들의 이야기이다. 이 작품에 등장한 감염이라는 소재는 인류세가 진행시키고 있는 생명 윤리가 결국 정치적인 문제와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스위트홈> 시즌2는 생존을 위해 밖으로 나간 아파트 입주민이 군용차에 실려 어디론가 끌려가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들이 간 곳이 ‘안전캠프’인지 ‘수용소’인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스위트홈>이 보여준 괴물 서사가 코로나19와 같은 재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욕망을 잘 반영했다는 점이다.

* 이 논문은 2020년도 삼육대학교 학술연구비 지원에 의하여 수행된 연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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