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학에서 집단 기억, 사회적 기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아직 그 이론적 배경을 고찰한 연구는 많지 않다. 기억이 가지는 포괄성이 기록이 가지는 제한된 역사기술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서구의 많은 학자들은 아키비스트가 문자화된 기록뿐만 아니라 도처에 만연해 있는 기억을 수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키비스트의 사회적 역할에는 공유되고 전승되는 기억을 통해 한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재구성해야 함이 포함된다. 기억이 가지는 사회적 특성은 주류문화 위주 기록문화의 한계성에 도전하고, 비주류문화, 비기록문화의 역사를 포함하고 전승하도록 한다. 이러한 기억의 담론에서 아키비스트는 기록관에 수집하고 보존할 역사의 내용이 문자화된 지배집단의 기록에만 한정할지, 소외받고 배제되는 사회집단을 포함할 것인지 결정하는 역사의 중요한 권력자다. 본 연구에서는 기억에 대한 이론적 배경을 고찰하고, 역사와 기록이 기억의 담론에서 어떻게 인식되고 설명되는지 살펴본다. 결론에 갈음하여, 기억의 담론에서 기록관과 아키비스트의 역할을 논의한다.
본 연구는 임진왜란이 기억의 주체에 따라 다양하게 변용되는 방식을 사관, 신하, 작가, 영화감독의 텍스트를 통해 밝힌 것이다. 이를 통해 역사의 진실이 변주되는 양상을 보여주었다. 문제는 역사적 사건이 기억의 범주에서 돋보이고 은폐됨에 따라 역사의 진실은 당시와 현재에도 다르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본 논문은 중국영화 6세대 감독의 삶에서 그들이 기억하는 역사적 시대를 살펴보고, 역사의 고민과 상처들이 영화에서는 어떠한 방법으로 기억되고 표현되는지 살펴보았다. 그들은 기존세대와 다른,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담아내려고 노력했으며, 역사의 시대적 의미를 기억과 망각 사이에서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표현 할지 함께 드러난다. 그것은 중국영화 6세대 작품에서 기억의 은유화를 통해 시대의 상처를 담아내었고, 희망과 절망 사이에 기억이 은폐되면서 꿈을 잃은 생존의 현실을 담아내었으며, 담담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일상의 자아를 보여 주었으며, 변할 수 없는 세상의 시선과 기억에 대항하고 있다. 6세대 작품속에 투영된 욕망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려는 과정에서 실현되지 못하는 현실, 전통성을 지켜 나가려는 모습, 변해가는 현실, 이 세 가지 사이에 갈등하며 꿈을 펼치지 못하고 순순히 현실을 받아들이는 수동적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6세대 감독들은 기억이라는 이름으로 역사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사회적 억압은 가족의 억압, 가족의 억압은 한 개인의 억압으로 이어지고, 억압이 욕망으로 바뀌면서 반작용에 의한 삶이 지속되기도 한다. 그리고 현실에서 개인의 욕망이 실현되지 못하지만 판타지로 대신하면서, 슬픔을 극복하고 현실을 담담하게 이겨내는 모습들로 드러난다. 이런 아련한 정서를 통해 6세대 감독이 기억하는 중국인들의 얼굴로 그려낸다.
<콜드 케이스>는 미제 살인 사건을 수사하는 미국 필라델피아 강력반의 이야기를 그리는 미국 TV시리즈이다. 시리즈는 여타의 인기 있는 시리즈들과 달리, 과거와 현재의 시간을 오가며 미국 역사의 소수자, 주류 역사에서 지워진 보통의 범죄 희생자들을 주인공으로 한다. 이유는 시리즈의 목표가 과거의 용기 있는 이들의 헌신으로 이루어진 사회적, 정치적 변화에 대하여 현재의 우리들이 미처 기억하지 못한 부분들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시리즈는 플래시 백 기법, 영혼의 등장, 시대배경과 주제에 정확하게 부합되는 대중음악의 사용을 통해 시청자들의 감정적 몰입을 유도하고, 간접경험으로만 기억하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의 숨은 주인공들을 기억하게 한다. 즉, 기존의 기억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좀 더 세밀하게 보완한 "보철적 기억"의 개념으로 시리즈 존재의 가치를 입증한다. 우월한 지식과 권력의 남용으로 구성한 사회적 구조의 변화는 개인들의 끝없는 노력을 통해서만이 가능했고, 절대 그들을 잊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시리즈 전체의 이야기 이다.
오늘날 '기억(memory) '이라는 용어는 일반적인 의미 이외에도, 컴퓨터공학의 메모리, 유전자생물학에서 쓰이는 메모리 등의 예에서 보듯 여러 분야에서 광범위한 의미로도 쓰이고 있다. 영어의 'memory' 라는 용어는 어원적으로는 앵글로-색슨어 'gemund' 에서 유래된 말로 gemund은 원래 mind(마음)의 의미라고 한다. 어떻든 전형적인 의미에서 기억이란 과거에 경험한 일들을 회상하고, 이러한 일들에서 학습된 여러 사실과 관념을 마음속으로 다시 가져와 상기시킬 수 있는 능력을 뜻하는데, 다시 말해 기억이란 현재의 도움으로 과거를 일깨워 주는 것이라고 정의될 수 있겠다. 최근에 이루어진 신경생물학적 연구의 발전은 이런 기억이나 학습이 뇌의 어떤 활동 또는 기능과 관련이 있는가를 어느 정도 밝힐 수 있는 단계로까지 이를 수 있게 해주었는데, 그 결과 기억은 단순히 기계적인 기억을 하는 기능만이 아닌 여러 뇌기능에 작용하는 다양한 인지기능의 핵심적인 요소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늘날 기억은 진화론적 입장에서 인간존재 자체나, 지(智) 정(情) 의(意)로 대별되는 인간정신세계의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본 논문에서는 기억 및 기억연구의 개념, 역사, 그리고 신경생물학적 기억연구를 비롯한 최근의 연구경향을 총괄적으로 살펴보고, 향후 이루어져야 할 기억연구의 과제나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대만의 레드캔들사(社)에서 개발한 2D 호러 게임 <반교>의 스토리텔링 분석을 통해 역사게임이 트라우마적 역사를 재현하는 방식에 관해 논한다. 기존의 대중미디어와는 달리 게임은 플레이어가 직접 서사에 참여할 수 있는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게임 속 역사 세계와 플레이어가 관계 맺는 방식도 달라진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미디어가 어떻게 이용자의 역사 인식과 기억의 방식을 다른 관계성 속에서 형성하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2017년 출시와 동시에 대만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도 큰 호응을 얻었던 <반교>는 1960년대 대만 계엄시기의 한 중학교를 배경으로 이루어진 사상 검열과 국가폭력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특히, 일련의 게임 규칙들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잃어버린 기억과 마주하게 되고, 이로 인해 트라우마적 과거사에 대한 연루의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이후 <반교>는 영화로도 제작되어, 상업적으로나 비평적으로나 큰 성공을 거두었다. 본문에서는 게임 <반교>의 스토리텔링 방식을 분석하고, 이를 영화의 재현 방식과 비교함으로써 동일한 역사적 스토리가 미디어가 달라짐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서술되고, 기억술의 차이를 만들어내는지를 살펴본다. 특히, 게임의 상호작용성, 파편화된 서사, 퀘스트, 단편적으로 제시되는 단서, 호러게임이라는 장르적 특수성과 같은 것들이 어떻게 게임 세계에 대한 이해를 넘어, 역사인식과 기억하기의 다양한 계기들을 만들어내는가를 살펴볼 것이다. 이를 통해 그동안 역사기술 매체로서 진지하게 다뤄지지 못했던 게임미디어가 역사를 '하는doing' 방식에 대해 성찰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반교>는 역사 재현이 어떻게 영화적 기억술, 그리고 게임적 기억술과 닿아 있는가의 문제를 제기한다. 영화적 기억술이 비교적 많은 연구에서 다뤄진데 비해 게임적 기억술은 본격적으로 연구가 된 적이 없다는 점에서 게임 <반교>의 기억술을 분석함으로써, 게임과 역사재현, 그리고 기억의 관계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에두아르도 갈레아노는 라틴아메리카 독재정권과 사회 부조리에 대한 비판과 고발에 앞장 선 좌파 지식인이다. 공식적 역사에서는 드러나지 않은 숨은 역사의 진실을 밝히려 파고든다. 그는 역사에 대한 기억을 중요시한다. 과거와 같은 불행한 역사의 반복을 끊기 위해서다. 본 연구의 주요 연구대상인 『포옹의 책』도 그런 글쓰기의 연장선에 있다. 이 작품의 이야기들은 대부분 작가의 기억에 의존한다. 이야기 전개 내용에서도 일관성이나 통합성이 없고, 글의 길이도 일정치 않아 지극히 비정형적이고 파편적이다. 이는 비논리적이고 비이성적인 라틴아메리카 현실을 형식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전략이다. 그는 라틴아메리카 사회에 만연한 분리 시스템의 문제점을 다양한 시각에서 분석한다. 나와 타자는 물론 과거와 현재도 분리시킨다. 역사에 대한 기억을 텅 비게 만들어서 역사의식을 마비시킨다. 이런 시스템은 편리한 통치를 위해 고착화 된다. 이런 상황에서 폭력의 양상은 더욱 노골적이고 광범위해진다. 라틴아메리카 대중의 불안과 공포는 일상화된다. 하루하루를 희망 없이 견뎌내고 있는 현실이다. 갈레아노는 이 견디는 힘을 역사적 기억에서 찾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만나서 포옹할 때 미래의 새로운 역사를 만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갈레아노는 단순한 현실 비판이나 냉소적 태도에만 머물지 않고 미래에 대한 희망도 제시한다.
이 글은 한국 사회에 내재된 무수히 많은 대항기억들 중 '민간인학살사건'이라는 대항기억을 역사화 하기 위하여 구술이라는 방법론적 매개체에 대한 이론적 방법론적 논의를 시작해보기 위함이다. 즉 구술 자료의 수집에 앞서 '구술'이라는 행위의 근본적 바탕이 되는 '기억'에 대한 논의를 중심으로 지배기억과 대항기억의 발생과정, 대항기억으로써의 구술이 가지는 의미, 소외된 기억들의 역사화 필요성을 이론화한 후 구술사연구방법론, 구술기록의 질적연구방법론에 대한 논의를 통해 신뢰성이 높은 구술기록의 생산을 모색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러한 기초를 바탕으로 구술이라는 특정 방법론에 대한 정확한 숙지 아래에서 어떤 질 좋은 기록물이 생산되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한 사례로써 민간인 학살사건의 연구대상으로 선정된 경상북도 영덕군 창수면에 대한 구술기록화 과정이 진행되었다.
인류문명 속에서 책과 기억은 '역'의 함수관계를 맺어왔따. 다니엘 부어스틴의 책에는 이 흥미로운 역사가 묘사돼 있다. 인쇄술이 퍼지기 전, 기억의 전성기는 책이 등장하면서부터 소멸되기 시작한다. 망각이 기억의 전제조건이라는 역설도 등장한다. 하지만 기억은 주체의 마지막 보루가 아닐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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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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