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동시장 한약상가는 조선시대부터 한약의 중심지이던 종로 4,5,6가 일대 한약상이 1960년대부터 이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면서 발달하였다. 이 상가는 편리한 교통을 바탕으로 한약도매상의 성격을 띠면서 성장했다. 한약상가 내에는 다양한 한방관련 업종이 분포하고 있다. 최초 연구를 수행했던 1994년 당시에는 한의원이 주를 이루었으나 2007년에는 도매 중심의 한약국이 한의원을 대체하는 현상이 현저해졌다. 여기에는 한의사의 노령화가 크게 관여하였다. 경동시장 한약상가는 전국 약재물동량의 70%를 점유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의 70% 정도가 외국산이다. 과거에 비해 현대화된 건물이 속속 들어서 한약상가의 외관과 규모는 발전하였지만 실제 상황은 활기를 띠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본 연구의 목적은 1994년부터 2007년까지 13년간의 변화상을 고찰하고, 변화의 주된 원인을 규명하고자 하였다. 그간 경동시장 한약상가는 현대화된 모습으로 변모하였으나 새로 들어선 한방건물의 영업 실패의 주된 이유를 '장소에 대한 관성'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했다. 경동시장 한약상가는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맞물려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한방특구로 지정되면서 세계 최대 규모의 한약상가로서, 새로운 관광자원으로서 발돋움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현대에 등장한 영화들은 발전된 기술력으로 인해 스펙터클한 화면을 관객에게 선사하는 한편, 들뢰즈에 의해 이른바 '현대 영화'라고 불린 영화들은 고전적 내러티브에서 형식의 한 측면으로 여겨져 다소 소외되어 왔던 '시간'에 관한 통찰과 비틀기를 통해 다양한 영화적 경험과 사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러나 애초에 사유의 결과물로 시도된 영화 속 시간성의 표현은 이후 끊임없는 자가복제를 거쳐 상투적으로 변모한지 오래다. '첫사랑의 기억'이라는 모티브를 가진 멜로영화 <사랑니>에서의 시간성 표현은 기존 영화들과 비교했을 때 독보적인 지점이 발견된다. 관습적인 시간성 표현의 원칙들을 답습하는 대신 혼란스런 시간 배열 속으로 관객을 인도한 후 결국 스토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효과적으로 발현시킨다. 본고는 <사랑니>의 시간성 표현이 영화의 내러티브에 어떻게 작용하며 결과적으로 그러한 형식이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미치는 효과를 살펴보았다.
컴퓨터 테크놀로지가 더 혁신적인 이미지를 추구하면서 디지털 극영화는 아날로그 극영화와는 다른 고유한 특징을 띠게 되었다. 아날로그 영화의 화면분할은 한편으로 내러티브 차원에서 극적 전개를 효율적으로 도우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관객의 심리를 조정하는 데 중점을 둔다. 디지털 극영화에서 화면분할은 컴퓨터 그래픽을 사용한 합성 이미지들과 정교화된 디지털 편집으로 새로운 시각적 혁신들을 선보이게 된다. 그런 맥락에서 이안의 디지털 영화 <헐크>는 주목할 만하다. <헐크>의 화면분할과 실험실 장면에서의 빠른 쇼트 이동의 구성은 컴퓨터 그래픽 프로그램을 사용한 디지털적 방식으로 과거의 특수효과들을 재매개하는 것이다. 디지털 영화에서 특수효과가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됨에 따라 내러티브 공간은 아날로그 영화의 공간들과 확실히 다른 공간들을 만든다. 이는 디지털 내러티브의 독특한 양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영화에 표현된 장소 재현을 살펴보고자 인천상륙작전을 소재로 한 영화 두 편을 분석하였다. 인천상륙작전은 한국전쟁 당시 인천에 주둔했던 주체가 변화하는 전환점이자, 한국사회 이데올로기의 분기점으로 정립된 큰 사건이었던 만큼 아직까지 이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사례로 한국 영화 '인천상륙작전'(1965)과 북한 영화 '월미도'(1982)를 선정하였다. 제작자가 다르다는 것은 제작의도의 차이를 말한다. 제작자가 선택한 재현 대상을 밝혀 영화 속 장소를 알 수 있었다. 그 결과 상륙군 관점에서는 승리를 기념하는 스펙터클을 보여주었지만, 방어군 관점에서는 전사자들을 영웅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제작자는 실제 장소를 의도에 맞게 선택하고 표현하기에 장소 내부적 특성을 파악할 수 있으며, 그로인해 영화의 배경을 알 수 있게 한다. 이와 함께 장소 외부를 표현한 영화 속 장소는 새롭게 미장센으로 공간을 연출한다. 화면에는 보이지 않지만 대사로 전달되는 언어 재현 장소는 장소에 대해 내부자와 외부자 관계를 파악하게 한다.
관광지는 관광자의 체험을 바탕으로 그들의 심상에 맺혀진 하나의 풍경으로 존재한다. 풍경은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으로 구성된 실체다. 본 연구는 관광지의 이야기 풍경에 대한 개념을 소개하고, 한국관광자가 이야기하고 있는 도쿄의 풍경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풍경이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탐구하고 시사점을 모색했다. 한국관광자가 그리고 있는 도쿄의 풍경은 크게 여덟 가지다. 첫째, 노스탤지어 풍경이다. 둘째, 이국취향 풍경이다. 셋째, 로맨틱한 풍경이다. 넷째, 스펙터클 풍경이다. 다섯째, 웅장한 풍경이다. 여섯째, 환타지 풍경이다. 일곱째, 모호한 풍경이다. 여덟째, 미디어 풍경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 풍경에 근거하여 관광공급자는 관광자를 능동적 담론생산의 주체로 인정하고, 관광자 중심의 풍경을 생산해야 하며, 상상과 현실이 일치되는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관광자의 불편을 감소시켜야 할 것이다.
역사적으로 식민지 시기의 재현은 당대의 정책이나 정치적 상황에 긴밀하게 반응해 왔다. '만주웨스턴'의 계보를 잇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암살>은 일본군과 광복군, 선과 악, 정체성의 혼란 등 이 장르의 서사적 전형성을 화려한 액션과 스펙터클로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안전한 민족주의 프레임을 채택한다. 반면, 저항시인과 민족투사의 우정을 다룬 <동주>는 예의 익숙한 민족주의와 영웅주의에 기대지 않으면서, 시의 힘이 암시하는 정신성과 내면의 투쟁을 다룬다. <암살>이 철저한 장르의 법칙 내에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무법의 상상적 저항이 주는 시각적, 감각적 쾌락을 제공한다면, <동주>는 어쩔 수 없이 식민제국의 법 제도 내에서 저항을 모색하다 법의 폭력에 쓰러져간 안타까운 청춘을 그리고 있다.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일본과 한국의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갈등 등은 우선적으로 스크린 위에 민족주의라는 틀을 재소환 한다.
본 연구는 TV 광고의 어린이 및 청소년의 재현 양식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어린이·청소년 등장 광고를 대상으로 양적 분석(2019년 5월~2020년 4월), 질적 분석(13편 사례)을 실시했다. 구체적인 사례에 대한 질적 분석 결과, 여아의 '성적 대상화' 및 여성 청소년의 '성적 스펙터클'로서의 재현, 여성성/남성성의 고정관념을 강화시키는 재현, 여아의 기부를 목적으로 한 동정의 대상화 등의 재현 유형으로 분석되었다. 이는 기존 광고에서의 고정된 성역할 재현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이러한 성의 이분법적 재현은 각종 성범죄, 성불평등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다. 'N번방' 성착취 사건의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 청소년이고 이들은 이분법적인 사고로 남성들의 성적 대상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TV 광고는 고질적인 여성성, 남성성의 이분법적 재현의 일부분이다. 이러한 재현을 문제시하고 들뢰즈와 가타리의 논의를 중심으로 대안적 사유를 제시한다.
이 글은 홍콩 출신 감독 린차오셴(林超賢)이 중국의 주선율 영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에 영향을 미친 요소들을 분석하기 위한 것이다. 분석의 대상은 린차오셴(林超賢)의 영화 <오퍼레이션 메콩>(湄公河行動, 2016), <오퍼레이션 레드 씨>(紅海行動, 2018), <긴급구원>(緊急救援, 2020)이다. 린차오셴은 중국 대륙 감독들에 비해 정치적 부담이 크지 않아 상업영화의 모델을 이용해 주선율 영화를 만들고 홍콩영화의 요소를 주선율 영화에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그 결과 주선율 영화의 이데올로기는 딱딱한 표현이 아니라 관객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다원화된 가치를 보여준다. 사실적이고 복합적인 인물은 과거 고정 천편일률적이며 비현실적이었던 영웅의 이미지를 대체한다. 스펙터클한 액션 장면과 폭력적인 장면의 응용이 시각적 진풍경을 만들어낸다. 그 결과 주선율 영화는 더 높은 상업적 가치를 얻었다. 린차오센의 영화는 새롭게 변화하는 관객의 취향이 영화산업에서 중요한 요인임을 확인시켜주었으며 높아진 제작비와 더불어 민영영화사의 역할을 키우고 있다.
21세기가 문화의 세기이며, 영상의 시대라고 말할 정도로, 생활의 모든 영역이 시각적 이미지들로 넘쳐나고 있다. 이미지의 시각 편향화와 중심화가 주도적 문화양식이 된 것이 오늘의 일만은 아니다. 그렇지만 현대사회가 흔히 스펙터클의 사회로 불릴 정도로 이제 시각적 이미지가 문화적 근본조건이 되었다는 것은 특히 주목할만한 사건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논의는 이러한 문화를 추동하는 시선의 문제를, 눈의 매개로 전개되는 세계와 인간의 근원적 관계를 현상학적 관점에서 탐구하려 한다. 그런 연구의 중심에 메를로 퐁티의 『지각현상학』은 단초를 제공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반시각중심주의는 아니라 하더라도, 시각우월성에 깊은 반성을 마련한 메를로 퐁티의 논의에 이르기까지 철학사에서 보였던 시각에 관한 중요한 철학들, 즉 플라톤과 칸트의 사상을 함께 검토하고, 이러한 논의들의 특징과 한계가 무엇인지 그리고 특히 진리성, 윤리성과 아름다움에 관련해 시각의 진정한 본성과 의미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이 이 연구의 주제이다.
이 연구는 창경원 야앵이 근대 도시 내부에서 일어났다는 점에 주목하여 도시사회적 관점에서 야앵을 해석하고자 했다. 야앵이 시작된 1920년대 경성의 사회적인 모습은 전근대와 근대 사이의 과도기였으며, 경성의 사회적 근대화 과정은 도시 문화로서 야앵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 연구는 당시 경성 사회와 야앵에 만연했던 '판타스마고리아'를 통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시사점을 찾았다. 첫째, 경성의 판타스마고리아는 군중, 스펙터클, 체험의 양상으로 나타났으며, 야앵에서도 같은 모습이었다. 이는 자본주의에 의해 통제되는 근대 사회와 야앵이 동일한 매커니즘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야앵은 축소된 경성이자 근대적 상품 세계 그 자체가 된다. 둘째, 판타스마고리아가 야앵의 경관을 구성한다는 점은 야앵에 특별한 보는 방식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근대적 주체들에게 야앵의 판타스마고리아는 근대 도시 경성과 이전부터 살아오던 삶의 공간 사이의 간극을 메울 수 있게 해 준, 근대적 보는 방식에 대한 학습 기제의 역할을 했다. 마지막으로, 야앵의 판타스마고리아는 야앵의 지속적 소비를 부추기는 환상인 동시에, 일제의 영향이 지배적인 자본주의에 의해 작동되는 도시 문화를 망각하게 하는 장치가 된다. 이 연구는 야앵을 창경원 내부의 이벤트에서 근대 도시 사회를 투사하는 도시 문화로 확장해 다루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다. 전통적인 상춘의 방식과 비교하여 퇴폐적이고 질 낮은 상춘 문화로 치부되었던 야앵에 도시사회적 맥락에서 새로운 시각을 투사했다는 점도 또 다른 연구의 의의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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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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