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컴퓨터 및 인터넷의 발전으로 일반인의 디지털 미디어 리터러시가 강화되면서 다양한 만화와 애니메이션 소비자들이 콘텐츠들을 UCC를 포함한 다양한 방식으로 재조합하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소비자들의 재조합 결과물들이 콘텐츠의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인터넷 확산을 통해 해당 콘텐츠의 사용자 수를 늘리면서 문화콘텐츠 생태계의 성장을 돕고 있다. 이러한 재생산이 가능한 이유는 애니메이션 매체가 가진 특성에 있다. 조형기호와 소리기호, 그리고 서사기호가 결합된 애니메이션은 크리스티앙 메츠가 제시한 상상적 기표로서 작용하며, 해당 콘텐츠를 소비하는 사용자들이 자신의 상상력을 통해 이야기를 해체하고 재조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러한 논의는 아즈마 히로키의 <동물화하는 포스트모던>을 통해 강화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아즈마는 애니메이션 등의 재조합 현상이 비교적 동등한 캐릭터 데이터베이스에 제한돼 있고, 소비자는 데이터베이스 안에서 애니메이션과 여기에서 파생된 상업적 재조합물에 대해 무비판적 수용을 취하고 있다는 비관론을 펼친다. 하지만 실제로는 소비자들이 콘텐츠 사이와 콘텐츠 너머에서 비상업적인 재생산을 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양상은 동인문화, 애니메이션 음악 동호문화, 성우 동호문화 등에서도 나타나지만, 본 논고에서는 특히 코스프레 문화에 집중하고자 한다. 이는 코스프레 문화가 다른 동호문화와 달리 더 행동적인 면모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중에서도 코스프레에서 파생된 무대와 일일카페는 일반 코스프레 현상보다도 더욱 적극적인 캐릭터의 재현을 통해 다른 이들과의 소통을 이뤄내고 있다. 하지만 무대나 일일카페 모두는 재정 능력이 제한적인 청소년 청년 계층이 진행하고 있어, 지속가능한 행사가 이루어지기 어려우며, 공연 기회의 부족이나 저작권 문제 등으로 적극적인 재생산이 어려운 한계를 가지고 있다. 지역주민 주도의 마을 만들기나 혼종문화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서, 한국 만화 및 애니메이션 업계부터 적극적 콘텐츠 수용자들의 재생산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장려할 필요가 있다.
본 글은 라캉의 주체 개념 및 이것의 연장인 남녀성차에 대한 구조적 정의에 대한 내용을 분석하고 이러한 정의들에 내포된 문제들을 비판한다. 라캉이 제공하는 남녀성차에 대한 구조적 정의를 분석하고 비판하기 위해서는 우선 그가 이론화하고 개념화한 저 다양한 정신분석학적 용어들, 즉 상상계, 상징계 그리고 실재계의 관계성, 이상적 자아와 자아 이상의 구분, 남근과 기표의 의미, 타자와 욕망, 의식과 무의식, 소외와 분리 등과 같은 기본적인 용어들의 사용법을 분석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를 위해 필자는 우선 제 2장에서 상상계와 이상적 자아 사이의 관계, 그리고 제 3장에서는 상징계와 자아 이상 사이의 관계를 논구할 것이다. 그렇게 하여 '이상적 자아'와 '자아 이상'의 차이와 유사를 해명할 것이다. 그리고 제 4장에서 타자, 욕망 그리고 무의식적 주체 사이의 연관성을 해명하고, 제 5장에서는 라캉이 말하는 남근과 기표의 의미를 분석할 것이다. 그리고 제 6-7장에서는 상기의 분석들을 토대로 남녀성차에 대한 라캉의 구조적 정의를 본격적으로 분석할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결론 장에서는 주체 이론 및 남녀성차에 대한 라캉이론의 전체적 의의 및 그 한계를 최종적으로 정리할 것이다. 그런데, 물론 결론의 장에서 성차에 대한 라캉의 구조적 정의를 전체적으로 비판하기 이전에 각 장들의 말미에서 그 장의 핵심적인 관념들을 비판하는 책무를 소홀히 하지 않을 것이다. 필자의 최종 결론은 이것이다. 라캉과 라캉 학파의 성차에 대한 다양한 정의들이 최소한의 객관적인 의미라도 가지려고 한다면, 그것들은 궁극적으로 해부학적 차이에 근거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화폐를 소통 미디어로 간주하고 화폐가 야기하는/실패하는 소통 형식을 추적하는 것이 이 연구의 목적이다. 현대 자본주의사회에서 화폐를 경제적 역할(가치척도 수단, 유통 수단, 축장 수단, 지불 수단)에만 한정해 논의할 수는 없다. 사회 전 영역에서 인간을 매개하고, 의미를 전하는 사회문화적 역할을 수행하는 미디어로도 이해해야 한다. 이 같은 인식 아래 화폐에 대한 언어학적/기호학적 이론화를 시도했다. 마르크스의 가치형태론과 언어학/기호학을 접합시키고자 했다. 접합을 통해 소통 미디어로서 화폐는 두 가지 의미작용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하나는 무한한 부의 축적을 욕망케 하는 메타 의미작용이다. 그 결과 화폐는 두 번째 의미작용인 개별 상품들 사이의 구체적이고 중층적인 의미작용들을 대신하게 된다. 화폐가 주인 기표가 되며 모든 기호들의 의미작용은 파괴되고 아무것도 아님은 모든 것이 될 수 있음을 의미화하였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소통 미디어로서의 화폐는 모든 개별 주체의 보편적인 상상적 동일시의 대상이 되었다. 화폐는 개별 기호를 묘사할 뿐만 아니라 대표하는 지위를 점한다. 그러나 대표와 묘사는 지속적인 긴장을 일으키며 주인 기표로서의 화폐의 지위를 위협한다. 마르크스의 보나파르티즘 분석에 대한 화폐기호학적 재독해는 이와 같은 긴장의 구체적 국면을 드러내고 있었다. 즉 묘사될 수는 있으나 보나파르티즘에 의해 대표되지 못하고 이탈된 주체들은 체계의 위협 요소로 상존하였다. 소통 미디어로서의 화폐는 의미작용의 작동을 통해 화폐 체계의 성립과 와해의 가능성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영화는 색(色)과 음(音), 그리고 연상 작용에 의한 향(香)을 공감각화한 비쥬얼 스토리텔링이며, 관객이 감각적으로 영화적 사건을 체험하게 한다. 관객은 영화적 이야기에 몰입함으로써 현실세계에서 분리된 객석의 자아를 통해 영화적 세계, 즉 압축된 시 공간의 장(場)에서 억압되고 병치된 인간의 원형적 감정, 쾌락, 공포, 두려움을 재경험하게 된다. 본 연구는 영화 <부러진 화살>을 통해 관객의 쾌감과 두려움의 감정을 볼 것이다. 먼저 쾌감은 니체의 "힘에의 의지"의 관점에서 볼 것이다. 니체는 숨 쉬고, 움직이며, 의지가 있는 것이 살아있는 생명적 존재라고 정의하고, 그것의 동력은 힘에의 의지라고 주장한다. "인간은 힘을 요구하고, 얻고자 하고, 증대시키려 하며 소망한다. 이것이 인간행위와 현상의 원인이다. 또한 인간은 자기보존충동이 있고, 그것은 심적 동기인 쾌감추구로서 작동한다". 우리는 힘의 관점에서 일반적인 심적 동기로서의 쾌감을 <부러진 화살>의 관객의 기쁨과 연계시켜 볼 것이다. 관객은 개념적 약자로서 가난한 자, 여성, 성적 소수자 등등의 도전과 승리에서 자기 보존적 본능을, 즉 쾌감을 느낀다. 이어 관객의 불안, 공포, 두려움의 징후들을 라캉의 정신분석학에 나오는 '아버지의 이름 Name-of-the-Father'의 관점에서 분석할 것이다. 라캉은 프로이트의 이드, 자아, 초자아의 개념을 실재계, 상상계, 상징계로 확장하고, 이 계(界)들 가운데 상징계(질서세계)에서 '아버지의 이름'을 언급한다. 익히 알려진 것처럼 소쉬르가 "일반 언어학 강의"에서 언어의 기본적 구조로서 기표와 기의를 규명하였고, 이에 근거하여 라캉은 '아버지의 이름'을 사회화의 기본적 기표로, 그리고 연결장치로서 제시한다. 아버지의 이름은 법의 상징이자 은유로서, 그의 부재와 그에 대한 항거는 사회의 불안으로 직결된다. 마지막으로 자기 보존적 본능에서 촉발되는 저항의 쾌감과 법(질서)의 부재에서 오는 두려움, 이러한 본래적 감정이 진보와 보수의 가치관에 연계되어 있음도 함께 고찰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청계천 공간의 역사적 변화 시기마다 미디어 담론이 청계천 공간 생산과 어떻게 관련을 맺게 되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고 담론분석을 시도하였다. 특히, 청계천 공간의 생산과 미디어 담론의 관계 속에서 사람들의 경험과 인식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는 담론의 규칙성을 찾는 작업에 주력하였으며, 그 결과 청계천 복원을 자본주의 확장 과정에서의 공간 생산과정으로 해석하게 되었다. 1960년대 미디어 담론의 하나로서 전근대적 육체와 시설이 시간의 효율성으로 쪼개진 공간을 실천하면서 근대적이고 도시적인 '일상'으로 전환되는 부분이 관찰되었다. 이후 1980년대의 담론 중에서 청계천은 '도심 부적격 시설'이 밀집된 공간으로 재현되는 경우들이 있었는데, 이 시기에는 세계적 경기 침체의 영향을 받으며 자본축적의 기능을 원활하게 수행하지 못하게 된 청계천 공간에서 이질적인 정체성이 형성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질적인 정체성이란 다시 말해, 청계천 공구상가의 구조적 양식을 잉태한 청계천 공간의 '장소성'으로서, 담론화 과정을 통해 자본 축적의 효율성을 담당하지 못하고 있었던 청계천 공간에 대한 '평가절하' 및 '가치파괴'로 재현되었고, 2000-이후 환경 및 역사를 복원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상상'으로 이어져 청계천 복원을 이끌어 내게 되었다. 2005-복원된 청계천 공간은 청계천에 흐르는 물과 녹색 풍경, 역사적 구조물, 문화시설 등의 기표들을 통해 하나의 신화를 만들어내는데, 이러한 신화 속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동질화된 소비 패턴을 실천하게 된다는 점에 주목하게 된다. 이는 생산의 시대에서 소비의 시대로 전환하는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을 의도적으로 혹은 비의도적으로 담론화 하는 과정의 일부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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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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