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한돌 이흥건의 타래를 서사와 미학의 측면에서 분석한다. 이 때 등장하는 분석 요소는 자연과 인간, 소외와 관심, 분단과 통일, 디아스포라와 겨레 등 이항 대립의 현상과 본질이다.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의 타래는 군사 독재 때부터 발생한 산업화와 도시화, 난개발, 서구화, 입시 위주 교육, 빈부 차, 인간 소외, 분단 갈등의 사회 문제를 무저항과 불복종의 정신으로 맞서는 상실과 고통의 체험 서사를 노래하였다. 그리고 창작 의욕이 단절된 공백기를 자기 성찰과 노력으로 극복한 이후의 타래는 '자연의 울림과 자기의 참모습', '디아스포라 의식과 겨레의 얼'을 일체화하는 디아스포라 서사시의 느낌이 두드러진다. <터>에서 시작한 조국과 국토, 겨레에 대한 서사시는 <한뫼줄기>를 전환점으로 뿌리보다 길을 찾는 디아스포라 의식이 선명해진다. 한돌은 음악보다 서사의 원천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의 타래는 '노랫말을 위해서 리듬이 곁들어지는 것'에 치중한다. 이 때문에 타래가 갖는 기호학적 특성은 내재적 의미(슬픔의 정서)가 오묘해도 외형적 음운이 단순한 것이 한계다. 공감과 더불어 감동까지 끌어내는 데는 내포적(의미론적)인 부분과 외연적(음운론적)인 부분의 조화가 필요하다. 슬픔의 정서를 더 많은 사람이 공유하려면 음운론적 요소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슬픔에 대한 공감과 감동은 동일한 경험의 이야기보다 비슷한 정서의 분위기에 이끌리는 경우가 더 많다. 타래 속 슬픔의 미학은 유년 시절부터 겪은 상실과 고독, 가난의 맥락에서 표출된 원초적인 체험 서사에서 출발하지만, 긴 공백기를 거치면서 심화한 슬픔의 미학은 타인(실향민, 해외 입양자, 러시아 고려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의 디아스포라 경험까지 자기화하면서 궁극적인구원 서사를 지향한다. 이로써 타래는 잠재적으로 민족의 한계를 뛰어 넘을 가능성도 지니게 되었다. '이산되는 소리'로서의 타래는 다른 세계 음악과의 접점에서 깊은 슬픔의 호소력으로 유리한 국면을 맞을 수 있다. 반다문화주의가 아닌 상호문화주의의 지향으로 글로벌 디아스포라 담론을 형성할 수도 있다. 한돌의 타래는 디아스포라 음악으로서 지속적으로 공감의 영역을 찾고 인식의 지평을 넓혀나가는 것이 향후 과제요 목표다.
1970년대는 유신정권의 폭압적 규제와 검열 아래서 사실주의적 극작 기법은 한계가 드러날 수밖에 없었다. 이강백은 리얼리즘이 결여된 가상의 공간이나 비현실적인 인물을 설정하여 이중적 의미의 서사 구조인 알레고리 기법을 선택하게 된다. 이강백은 거대담론의 허상과 디아스포라적 인물, 그리고 '정치적무의식'의 보편성을 알레고리화 하여 1960년대의 역사 인식과도 연결시켜, 공시적이면서도 통시적인 역사 인식의 의미망을 형성한다. 이것은 유신정권이라는 폭압적 권력 체제를 우회하여 현실을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기법이었으며, 표현의 자유와 권리를 억압당하는 작가 자신의 욕망, 그리고 거대담론에 억압당하는 디아스포라적 개인의 절망적인 상황 자체를 투영하는 기법이었다. 나아가 알레고리 극작 기법을 통해 인간의 자유와 해방에 대해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성과 상징성을 획득하려는 시도였다.
이 논문은 1989년 체제 전환 이전과 이후에 발표된 드라마 가운데 '디아스포라'를 소재로 한 두 편의 텍스트를 선정하여 연구·분석해봄으로써 각기 다른 정치체제(사회주의 체제와 자본주의 체제)에 귀속된 폴란드 이민자들이 조국을 떠나 타지에서 경험하게 되는 갈등과 혼란의 구체적인 양상을 비교하려는 목적으로 집필되었다. 체제전환 이전의 작품으로는 스와보미르 므로젝(Sławomir Mrożek)의 『이민자들(Emigranci)』(1974)을, 체제전환 이후의 작품으로는 야누쉬 그워바츠키(Janusz Głowacki)의 『뉴욕 안티고네(Antygonaw Nowym Yorku)』(1992)를 선정하였다. 연구대상으로 선정된 이 두 편의 드라마는 집필 시기는 다르지만, 폴란드 문학사에서 전후(戰後) '이주문학(literatura emigracyjna)'의 대표작으로 인정받는 상당히 중요한 작품들이다. 므로젝과 그워바츠키는 각기 자신의 작품 속에서 2차 대전 이후 '구(舊) 소련의 위성국가'이자 '약소국' 혹은 '후진국'이라는 멍에를 짊어진 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이주를 선택해야만 했고, 냉전 체제 이후에는 보다 나은 경제 조건을 찾아 서방으로 떠났던 폴란드 이민자들이 낯선 이국땅에서 '경계인'이자 '이방인'으로 겪어야만 했던 냉혹한 현실, 그로 인한 심리적 방황과 고민, 잃어버린 고향에 대한 노스탤지어, 정체성 혹은 민족성에 대한 탐구 등을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세계 제 2차 대전과 냉전시대를 겪으며 사회주의 체제와 자본주의 체제를 모두 경험했고, 그 과정에서 유달리 많은 해외 이민자를 배출한 폴란드는 문학 작품을 통해서 폴란드 이민자들이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상실감 등을 정교하게 그려냈다. 특히 혹독한 검열로 인해 문학이 정치 이데올로기의 도구로 전락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주의 체제 당시 (1948~1989), 폴란드 디아스포라 공동체는 20세기 폴란드 문학의 정전(正典)으로 손꼽히는 여러 편의 명작들을 해외에서 출간함으로써 고유한 문학적 전통을 계승해나가는데 이바지했다. 그러므로 '이주문학(literatura emigracyjna)'은 20세기 폴란드 문학이 역사적 격동기를 겪으며 일구어 낸 소중한 성과라고 할 수 있다.
기행문학이란 기행지의 풍물과 체험. 감회를 기록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자아(自我)와 맞닥뜨리는 자연 현상, 그리고 타인이라는 타자(他者)에 대한 다양한 입장과 시각이 표출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인간이 기행하고 있는 공간은 현실적 체험의 공간으로 현실의 법칙이 적용되면서도 자신이 추구하는 정신적인 지향점을 찾아 나서는 내면화의 공간으로서 그 반응 양식에 주목해야 하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는 일제강점기 동안 미국에서 활약한 작가 홍언(洪焉: $1880{\sim}1951$)의 미국(美國) 기행(紀行) 시가(詩歌)-가사와 시조를 연구대상으로 한다 이들 작품에서 홍언이 체험하고 표현하는 미국의 풍물과 문화에 대한 인식을 고찰하고, 이에 따른 작가 의식의 변모를 논의한다. 1936년과 37년 그리고 1949년 두 차례에 걸쳐 $\ulcorner$신한민보$\lrcorner$에 발표하는 미국기행 시가를 중심으로 논의한 작가의식은 다음과 같다. 먼저 첫 번째 기행가사에서는 돌아갈 고국이 있음을 전제한 망명자로서 내면적 갈등이 드러난다. 즉 인디언을 통한 정체성 상실과 이민자들의 비참한 노동현장을 보면서 미국에 대한 비판적인 시선을 보내면서 향수에 젖어 끊임없이 고국으로의 귀환을 갈망한다. 두 번째 기행시조에서는 돌아갈 고국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가지 못하게 된 현실에서 갈등한다. 즉 조국 귀환에로의 욕망이 좌절되면서 현지에 대한 친화적인 시선을 보이면서 이민지에서의 정체성을 확립하려는 자아의 노력이 드러난다. 위에서 논의한 홍언의 작가의식의 변모를 바탕으로 코리안 디아스포라 문학의 본질에 대해 가설적인 좌표를 마련해 보았다. 이민지인 현지와 조국에 대한 긍정적, 부정적 태도에 따라 좌표를 설정하였다. 홍언은 한국의 독립이라는 큰 사건을 계기로 조국에 긍정적이면서 현지에 부정적인 태도에서 그와는 정반대인 조국에 대해 부정적이면서 현지에 긍정적인 태도로 전환한다. 이 전환과정에서 홍언은 현지의 이데올로기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적으로 재 이미지화 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본고에서 고찰한 홍언의 기행 시가는 이민지인 미국의 자연과 인간이라는 복합적인 관계를 한꺼번에 표현하는 것으로서 그의 정신적인 궤적은 고국/이민지, 자아/타자, 향수/현실적응 등등의 현재 이산(diaspora), 혹은 후기 식민(post-colonial) 문학 연구의 초점이 되고 있는 복잡미묘한 정체성확인 지표를 제공한다. 이를 통해 현재까지도 존재하며 앞으로도 확산될 이민지 작가들의 정신적 지향-고국과 이민지라는 두 힘의 관계양상 속에서 향수와 현지적응에의 노력이라는 정체성 확인에 대한 다양한 축을 마련하게 될 것이라 본다.
본 연구는 미주 시조시인협회 회원들이 발간한 일련의 미주시조선집 "사막의 달"(1989), "사막의 민들레"(1994), "사막의 별"(1996)을 중심으로 미주시조시인들의 시조 인식과 의미를 고찰하였다. 연구 대상은 시인들이 작품을 발표하면서 부기한 <시작노트>와 권말에 수록한 시조에 대한 논의이다. 미국에서의 시조창작활동은 이른 시기에 시작되었고 한국문학에서 다른 문학갈래보다 한국고유성을 지닌 갈래로 인식되어 외국인들도 영어로 시조를 창작하며 인터넷상의 동호회를 결성하기에 이르렀다. 이들을 의식하는 가운데 이민지에서 형성된 미주시조시인들의 시조에 대한 인식을 고찰한 결과는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먼저 시조의 본질과 효용에 관한 인식으로 본질은 전통적인 정의방식에 따르고 있으면서 효용에서는 독자를 향한 효용성보다는 자기 표현을 통한 정화적인 효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두 번째로 시조 갈래에 대한 인식은 형식성으로 귀결된다. 1행 4음보의 3행 형식이라는 정형성이 시조를 선택하는 중요한 이유가 될 만큼 시조의 형식성에 의미를 두면서 표현되는 기사형식은 다양하다. 단형시조의 세 줄 기사 형식도 중요하지만 단형시조의 내재율을 살린 연시조 형식, 사설시조, 이미지스트의 수법 등 시험적인 기사방식을 통해 개성을 추구한다. 마지막으로 자신들의 시조 창작 행위의 의미를 통해 민족문학론을 전개한다. 시조 창작이 애국심의 표현인 동시에 본국인 한국에서 인식하지 못하는 민족문학의 발전에 기여한다고 한다. 그리고 시조를 창작하여 현지에 보여줌으로써 이민지의 현지인에게 민족문화를 전달하는 전파자로서, 이민지에서 다른 민족들과 경쟁하면서 민족문화의 위상을 높이는 주체로서 인식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시조론의 전개에 있어서 우리 문학 갈래 내에서 시와 가의 내포적, 외연적 의미로서의 시조를 가치를 논의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세계문학 속에서 다른 나라의 정형시가와의 경쟁하는 가운데 시조의 새로운 가치를 구현하는 제3의 디아스포라 시조론이 전개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논문은 리안(李安)영화가 진행하는 여성 재현(응시)의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미국 사회에서 활동하고 있는 리안의 문화적 정체성에 주목하며, 때로는 주류가 아닌 주변인으로 위축되고 억눌려졌던 자신의 불안한 위치와 정체성을 여성과 동일시했다고 하는 감독의 영화의식 속에서 '여성'을 들여다보고자 한다. 논문은 서양사회에서 대만인 디아스포라 동양 남성 감독 리안이 영화에서 '여성'을 어떻게 재현하고 있는지, 동양 남성으로서 가부장제 남성 의식을 내면화하고 있는 그가 '여성'에 대해 어떤 응시를 진행하는지 주변인(이방인)으로서 중심을 어떻게 해체하고 있는지 그의 방식을 살펴보고자 한다. 리안 영화는 여성들이 국가권력에 의해 구국의식 안으로 포획되고 있는 지점을 연출하고 있다. 국가는 그녀들에게 구국이라는 대의의 책무와 책임을 강제하고, 이런 국가에 그녀들은 때로 균열을 진행한다. 식민 조국의 해방에 적극 동참하지만 그 속에서 국가가 보여주는 기만성을 폭로하고, 또 생명을 조작하며 안보 강화만을 주장하는 국가의식의 허위성을 폭로한다. 또 그의 영화는 동 서양의 부권(父權)과 부권(夫權)을 해체하기도 한다. 감독은 중국 여성의 신체가 식민자 앞에서 발가벗겨져 전시되고 구국이라는 이름으로 강제되는지 주목한다. 그녀들의 신체는 가부장제 이데올로기에 억눌려 이상 징후를 보이거나 아들을 낳는 생산의 도구로 강요되고, 중화 전통 문화 아래 감정의 표출을 억압당하며 절제된 감정의 신체로 표상되고 있다.
영국 태생의 이란인 2세 애나 릴리 아미푸르 감독의 뱀파이어 영화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 A Girl Walks Home Alone at Night>(2014)는 이란인들이 사는 유령마을(Iranian ghost-town) '배드 시티'를 배경으로 스트라이프 티셔츠를 입고 검은 차도르를 두른 채 스케이트보드를 타는 여성 뱀파이어를 등장시켜 여러 문화의 재조합이 어떻게 문화·정치적으로 흥미로운 해석을 만들어내는지 시도하고 있다. 전통적인 호러 영화에서 흡혈귀 서사의 중심에는 주로 타자로서의 드라큘라-남성이 있었으나 포스트모더니즘 이후의 영화들은 희생자 캐릭터에 머물러 있던 여성을 뱀파이어 주체로 자리를 옮기는 시도를 한다. 본 영화의 주인공 소녀는 보수적인 가부장 사회의 여성-무슬림-뱀파이어로 여성을 향해 폭력을 행사하는 남성을 처단한다. 흑백으로 촬영한 영상은 스토리보다는 이미지를 앞세우며 이란계 배우들이 등장해 페르시아어로 대화한다. 또한, 이란의 저항적인 록음악과 영국 스타일의 테크노 팝이 어우러져 이란의 정치학과 미국-유럽의 팝 컬처를 크로스 오버한다. 본 연구는 뱀파이어 영화의 전통적인 관습을 따르지 않으면서 장르 혼성과 여러 문화적 도상을 내세우며 뱀파이어의 소재의 이야기를 동시대의 문제의식으로 전환하고 이식해내는 데 성공한 <밤을 걷는 뱀파이어 소녀>에 특징적으로 나타난 스타일에 주목해 분석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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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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