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신라시대 이래 일반 민중들에게 가장 영향력이 컸던 경전 속의 땅 극락정토가 사찰에 어떠한 모습으로 현현되고 있는지를 밝히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본 연구에서는 우선 극락정토에 대한 연구동향을 살펴 본 논문의 성격을 분명히 하였으며, 정토사상의 소의경전인 관무량수경에서 설해지고 있는 극락정토의 7가지의 경관상과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한 관경변상도의 내용을 현실적으로 해석하였다. 다음으로는 우리나라 사찰 가운데에서 정토사상에 근거하여 지어진 정토계(미타계) 사찰에서 극락정토의 수승한 경관이 어떻게 현현되었는지를 규명하는 단계로 진행되었다. 연구의 결과, 한국의 정토계 사찰에서는 관무량수경에서 관한 극락정토의 수승한 경관을 실제 사찰의 경관으로 현현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연구대상사찰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경관요소나 경관성은 한국의 사찰에서 흔히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어서 관무량수경의 내용이 정토계 사찰에서만 나타나는 특징적인 현상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그렇지만 부석사와 용연사에서 발견되는 서방에 대한 의미 부여, 여러 사찰에서 나타나는 계류에 놓인 다리의 명칭, 석단이나 계단에 적용된 법수, 누각의 명칭 등은 관무량수경의 내용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정토계 사찰이 가지는 독특한 현상으로 파악되었다. 본 연구의 결과에서 특별히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관무량수경이나 관경변상도에서 적극적으로 강조되고 있고, 또한 빠짐없이 표현되고 있는 연지는 그 사례를 연구대상사찰에서 찾아보기 어려워, 지금까지 정토계 사찰에서 연지가 예외 없이 조성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은 수정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이에 대한 연구는 앞으로 지속되어야 할 것으로 본다.
우리는 석굴암에서 기능을 수용하는 건축물의 완전한 전형으로서 공간과 그 공간에 합치되는 내용물의 이상적인 결합을 보게되는 바, 그러한 이상적 공간이 인간들의 자파세계가 아닌 신들의 세계 즉 극락정토임은 합당한 일이다. 필자는 여기서 제작자가 단지 시공방법만을 고분에서 모방한 것이 아니라, 사후의 기대 공간인 극락정토의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결합하고자 시도한 것이라 짐작한다.
조선전기 제작된 관경변상도는 전환기 조선사회의 시대상 뿐 아니라 당시 사람들의 정토인식이 화면의 구성과 도상에 잘 투영되어 미술사적, 문화사적 가치가 높다. 조선 15세기 관경변상도는 모두 3점으로 이중 1435년 <지온지 관경변상도>와 1465년 <지온인 관경변상도>는 왕실인물과 고위승려의 발원으로 조성되었다. 이 두 작품은 1323년 <지온인 관경변상도>의 구성과 도상을 계승하면서 변화시켰을 뿐 아니라 고려후기에 융성했던 천태종(天台宗)의 정토신앙경향을 계승하고 있다. 이는 고려 왕실과 귀족사회에서 선호했던 자력적(自力的)인 정토신앙의 경향이 조선의 왕실에도 이어지고 있다는 것을 말해준다. 천태사상의 영향을 받은 정토신앙은 조선전기까지 계승되어 천태종이 불교의 통폐합과정에서 선종에 흡수되기 전까지 유지되었다. 천태정토신앙의 경향은 이 두 작품이 각각 천태승 행호와 행호를 진불(眞佛)로 모셨던 왕실의 어른 효령대군이 발원하였다는 사실로도 뒷받침된다. 한편 유교를 국가의 통치이념으로 내세운 조선사회가 안정화되어 감에 따라 관경변상도를 포함한 정토불화들은 점차 변화가 생기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교학적이고 자력적인 정토인식보다는 아미타불의 힘에 의해 구원받고자 했던 타력적인 정토신앙이 확산되는 시기와 맞물린다. 변화를 명확하게 보여주는 도상이 용선접인도상이다. 자력적인 정토왕생을 좀더 가치있다고 여겼던 시기에 제작된 <묘만지 미륵하생경변상도>의 용선접인 도상에서는 부처님의 인도를 받고 있지 않다. 이에 비해 조선전기의 용선접인 도상에서는 아미타부처님이 관음, 지장, 혹은 인로왕보살등과 함께 왕생자를 이끌고 배를 타고 있는 형상으로 묘사된다. 이는 아미타불의 원력으로 극락왕생한다는 타력왕생관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조선전기 제작된 3점의 관경변상도는 유교주의 사회에서 타력적인 신앙을 선호하는 정토신앙의 변화를 잘 보여주는 불화로서 매우 의미가 크다.
불국사(佛國寺)는 신라의 대표적인 사찰로서 임진왜란으로 완전 소실된 이후 1805년까지 중수와 중건을 거듭하였다. 그 이후의 기록은 없다가 재정상태가 어려워지면서 불국사의 중수는 중단되었으며, 일제강점기에는 일제에 의한 수리공사가 크게 2차에 걸쳐 나누어 시행되었다. 해방이후, 1969년 불국사 복원위원회가 설립되고 발굴조사 후 1970년부터 공사가 시작되어 1973년에 준공되었다. 본 연구는 현재 국가기록원에 소장되어 있는 불국사의 일제강점기 건축도면과 1902년 불국사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 세키노 타다시(關野 貞)의 자료, 1973년에 발간된 불국사복원공사보고서를 통해 고찰하였다. 이를 통해 일제강점기 이후의 불국사의 경관의 변화를 확인하여 향후 복원이나 재정비 사업의 진행시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며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불국사는 19세기 초까지 유지되어 왔으나 그 후 사세가 약해졌고 그 후 일제강점기의 일본의 우월함을 표출하려는 무분별한 수리공사와 1970년대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자료와 연구가 불충분한 상태에서 공사를 진행하여 많은 경관 변화가 있었다. 둘째, 구품연지(九品蓮池)는 고문헌에서 구품연지의 의미와 영지(影池)의 기능이 함께 언급되어 있어 그 명칭을 확정할 수 없고 실제로 발굴조사된 위치가 극락전이 아닌 대웅전 아래 공간이었기 때문에 구품연지의 교리적 의미와 발굴위치가 맞지 않는 의문점을 남기고 있었다. 구품연지는 창건초기부터 영지(影池)로서 역할을 하다가 시간이 흐르며 불국사의 사세가 약해짐에 따라 연지(蓮池)로서의 역할을 하게 되어 극락전의 존재와 교리상 알맞은 구품연지(九品蓮池)로 불리게 된 것으로 추측하였다. 셋째, 대웅전 남회랑의 경관을 촬영한 1902년 세키노 타다시의 사진을 확인할 결과 당시 남회랑의 벽체가 없었고 1918년에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일제강점기 도면에서도 벽이 없는 회랑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1970년대 복원공사 뒤의 남회랑의 모습과는 다른데 불국사의 전체적인 경관과 함께 탑이 비추면서 아래쪽 지당이 영지로서의 기능을 했다는 근거 자료였다. 넷째, 48계단은 계단 숫자와 관련하여 정토불교와 관련된 48대원, 16관법, 대웅전의 관점에서의 승가시 3도로로 해석되고 있었다. 국가기록원에서 보관중인 일제강점기의 불국사 도면과 사진, 발굴조사자료를 확인한 결과 원래 없었던 것으로 판단되어 48계단에 대한 올바른 스토리를 알릴 필요가 있다.
불교가 융성했던 고려 사회 속에서 만들어진 청자에는 불교문화의 여러 단면이 담겨 있다. 그중 범자(梵字)가 새겨진 상감청자는 불교 중에서도 밀교와 밀접한 영향 관계에 있을 것이란 점은 익히 알려져 왔으나 판독을 통한 구체적인 연구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이는 전하고 있는 자료의 수가 적은 데다 잔존 범자도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강진 사당리 23호 요지에서 이루어진 4차에 걸친 발굴조사를 통해 새로운 자료를 발견하게 되었고, 이 자료들을 판독하여 기존 자료들도 몇 가지 유형에 편입시킬 수 있었다. 범자 판독과 해석을 통해 얻은 연구 성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청자에 상감된 범자는 진언(眞言)을 이루는 글자들이었다. 범자 한 자만 남아 있는 경우 해석을 유보해야 했지만, 그 밖의 범자들은 동심원 구조인 자륜진언(字輪眞言) 방식 속에서 '정법계진언', '육자대명진언', '감로수진언', '보루각진언', '구보살원주', '무량수여래심주', '멸악취진언'을 표기하고 있었음을 판독했다. 각 진언은 실담(悉曇, Siddham) 범자로 표기되어 있었다. 둘째, 제작 시기는 범자 배치 방식과 '감로수진언'이 40수 진언에 포함되는 양상을 근거로 13~14세기에 걸친 것으로 보았다. 특히 진언이 있는 동심원 구조의 상감청자 자료들은 제작 특징을 보아 13세기 말~14세기 전반으로 편년했다. 셋째, 상감된 진언들의 해석을 통해 모두 파지옥(破地獄)과 정토왕생(淨土往生)을 의미하고 있음을 알았다. 이를 근거로 범자 진언명 상감청자들 중 일부는 시아귀회(施餓鬼會)와 같은 망자(亡者)를 위한 불교 의례에 사용했으리라 판단했다. 또한 사당리 23호 요지와 '가'구역이 왕실용 자기 생산지로 추정되기 때문에 의례 또한 왕실 혹은 그 영향력 안에 있는 사찰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보았다. 넷째, 범자 진언명 상감청자들은 원대 자기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없었다. 그래서 티베트 불교의 영향을 받은 원의 불교문화와 고려가 이미 품고 있던 밀교적 요소가 더해져 나타난 것으로 보았다. 다섯째, 범자 진언명 상감청자들은 고려 후기 사회에 퍼져 있던 개인적 밀교 의례의 한 측면을 보여 주는 자료였다. 당장의 불안을 해소해 주길 바라는 데서 촉발된 밀교의 변화는 묘지(墓誌), 관등에서도 찾을 수 있었는데 파지옥과 극락왕생에 대한 염원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여섯째, 다른 공예품과 비교할 때 공통점으로 실담 범자를 사용했다는 점, '육자대명진언'을 중심적으로 활용했다는 점, 기와와 배치 방법이 유사하다는 점, 범종·목관·묘지의 진언과 의미상 상통한다는 점이 있었다. 차이점으로는 '멸악취진언'과 '감로수진언'은 다른 공예품에서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또한 상감청자 특유의 경제성과 제작의 용이성은 다른 공예품과 차별되는 장점으로, 바로 이 점 때문에 범자 진언을 새길 기명으로 청자가 채택되었던 것으로 보았다. 본 연구에서 판독하지 못한 자료들은 추후 잔존 상태가 양호한 자료가 보고된다면 새로운 유형을 수립하여 편입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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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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