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에 한국에서는 마을 만들기와 공동체 사업이 지역과 마을에서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사업과 프로젝트로 건축되거나 조성될 공동체는 사회의 불평등, 복지, 건강 등의 사회문제에 대한 묘약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러한 공동체 담론과 실천들은 국가의 역할과 기능을 사회가 나누어 짊어지는 선한 거버넌스(good governance)이면서 권력이 사회를 관리하고 조절하는 신자유주의적 통치 테크놀로지이기도 하다. 공동체의 역설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이러한 상황에 대한 성찰은 한국 사회에서 공동체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고 있는 1980년 5월 광주의 어떤 공동체(whatever community)에 대한 이해와 무관하지 않다. 이 글에서는 공동체의 몸과 마음을 드러내는 광주민중항쟁과 관련된 사료에 대한 분석을 통해 광주민중항쟁의 에토스를 살펴보고 공동체를 다시 문제화하고자 한다. 공동체에 대한 기획과 실천에서 중요한 요소인 주민과 시민의 자발성과 참여, 나눔과 소통은 공동체 구성과 연관된 마음과 몸의 문제이기도 하다. 최근 공동체에 대한 논의에서 누락되어 있는 해방과 자유의 문제 또한 5월 광주의 어떤 공동체가 던지는 질문 중 하나다.
지난 30년간 한국의 정치 변동 과정에서 5.18 담론은 가장 논쟁적인 이슈 중 하나였다. 이 연구의 목적은 한국의 대표적 신문 중의 하나인 "동아일보"를 대상으로 그 지면에 나타난 5.18 담론의 주요 특징과 변화 양상을 살피고, 한국의 정치 사회적 맥락과는 어떠한 연관을 맺고 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이 연구에서는 "동아일보" 지면에 나타난 5.18 관련 용어에 대한 분석과 사설 보도에 대한 질적 담론 분석을 통해서 1980년부터 2008년까지 "동아일보"가 구성하고 있는 5.18 담론을 분석하였다. 분석 결과 "동아일보"에서 5.18을 지칭하는 용어는 초기 지배적 용어로 광주사태가 사용되다가 1983년 유화국면 이후 광주민중항쟁, 광주학살, 광주항쟁, 광주의거와 같은 대항담론의 용어들이 차례로 등장하고, 1989년 이후 광주민주화운동이 지배적 용어로 자리를 잡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동아일보" 사설의 5.18 담론은 비극적 사태 담론, 진상규명 담론, 명예 회복 담론, 역사 심판 담론, 적극적 처벌 담론, 정치담론화의 순으로 전개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동아일보"의 5.18 담론 변화는 한국사회의 사회 정치적 변동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으며, "동아일보" 스스로 5.18 담론의 변화를 주도하기보다는 지배담론의 변화가 발생한 후 이를 반영하며 새로운 지배담론을 공식화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5.18 광주 민중항쟁은 1993년 5월 김영삼 대통령에 의해 합법적인 민주화운동으로 인정받았고, 2011년 유네스코는 '5.18 광주민주항쟁'을 세계기록 유산으로 승인하였다. 이는 광주시민의 명예 회복에 전기를 마련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사건 발생 37년이 지난 지금도 이에 대한 평가는 전국적으로 통일되지 않았고, 어쩌면 광주만의 정신, 광주만의 자부심으로 기억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는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본 연구자는 5.18의 진상규명과 시대정신에 맞는 재해석, 시민교육을 담당할 전문가들이 전라도와 서울에 집중적으로 분포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5.18을 달리 평가하는 저널이 가해자 지역에 적을 두고 활동하고 있어 평가가 양분 된 채 통일되지 못하고 호남에 갇혀있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본 연구는 5.18의 의미가 전국적으로 통일되지 못하고 호남에 갇혀있게 된 요인으로 5.18관련자들만의 "당사자주의"의 한계에 있다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 사건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분석하고 해명해야 할 연구자들이 연고지역에 편중분포(광주 전라도>서울>경남)되어 있어 5.18의 의미가 통일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그 개연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 연구에서는 학술연구논문과 저널 저자 및 출판 소재지가 양분되어 있고, 편중분포 되어 있음을 밝히고, 연구자들의 편중분포가 지역성 극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개연성을 밝히고자 한다.
이 글은 국가폭력에 관한 서사에서 폭력을 전시하거나 고발하는 장소로 나타나는 '여성의 몸'을 분석하고 이를 젠더 비평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고찰하고자 한다. 여기서 대표적으로 살펴볼 국가폭력 서사는 5.18 광주민주화운동(혹은 광주민중항쟁)에 관한 서사들이다. '5.18'에 초점을 두는 까닭은 이것이 한국에서 가장 대표적인 국가폭력의 사건인 동시에 1980년대 이후 한국 사회 변화를 촉구하는 대부분의 시민 저항 운동에서 상징적 표상성을 지닌 사건으로 재현되어 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사건이 표상하는 상징성은 '폭력'과 '저항'으로 압축되는데 이 '폭력'과 '저항'의 서사에서 재현된 '여성의 몸'은 중요한 상징적 효과를 창출한다. 최근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억과 서술을 둘러싼 학술적 논의는 공식 기록에 등재되는 연대기적 사건 구성에 초점을 두는 방향과 반대로 개별적이고 구체적 장면에 뒤얽힌 개인의 기억과 감정에 초점을 두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개별 사건에 참여한 개인들의 구술과 이를 통해 드러난 사회적 기억의 내용이 연구 주제로 초점화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연구 경향의 결과로 사회 다방면에서 그동안 소외되던 이들의 구술을 청취하는 작업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이 글에서는 타자화된 '여성의 몸'이 국가폭력을 드러내고 고발하는 장소로 재현되는 양상을 밝히고 이와 길항(拮抗)하는 구술 서사의 '여성 목소리'가 만들어내는 또다른 의미에 주목하고자 한다. 폭력과 저항을 재현하는 '여성의 신체'가 아니라 폭력과 저항을 말하는 '여성의 목소리'와 발화의 구체적 내용에 주목하려는 것이다. '재현된' 여성의 신체가 아니라 '말하는' 여성의 입을 통해 폭력과 저항의 서사 속에서 '여성'들이 고통의 기억을 어떻게 서술하는지, 그리고 사건을 서사화하는 전략 수행의 과정에서 자기 정체성을 어떻게 재구성하는지 분석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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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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