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학은 주자학 계열에 속하면서도 오히려 심학적 성격을 강하게 지닌다. 퇴계 심학은 리와 심을 구분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심과 리의 합일[심여리일(心與理一)]을 추구하는 수양론적 의미가 강하고, 양명의 심학은 심즉리(心卽理)로서 본체론적 의미의 심학으로 구분된다. 퇴계 심학이나 양명 심학이나 진리의 객관성보다도 그것이 나의 실존에 와 닿아야 참된 것이라고 보는 점에서 진리의 주체성 실존성을 중시하고, 이론적 탐구보다는 실제적 실천을 강조하는 공통점이 있다. 퇴계는 많은 고전 가운데 특히 "심경부주(心經附註)"를 매우 중시하였다. "심경부주"에 대해 제자들과 주위에서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심경부주"에 대한 퇴계의 존숭은 결코 변하지 않고 지속되었다. 퇴계가 "심경"을 좋아하고 중요한 텍스트로 여겼던 것은 그의 심학 사상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심학도"를 통해서 보면 도심과 인심, 천리와 인욕 사이의 마음의 갈등 상황에서 "존천리알인욕(存天理?人欲)"을 위한 심성 수양공부의 방법이 심학의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수양공부를 통해 심학은 공자의 "종심소욕부유구(從心所欲不踰矩)"나 맹자의 '불동심(不動心)'과 같은 성인의 마음 즉 '심여리일(心與理一)'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주목적인 것이다. 퇴계 심학은 20세기 프랑스 정신주의 철학자 루이 라벨(Louis Lavelle)의 철학과 유사한 공통점이 있다. 즉 존재의 원천으로서의 절대적 존재와의 관계를 중시하고, 물질에 대한 정신의 존재론적 우위, 마음의 눈을 안으로 돌리는 향내적 자각을 강조한다. 퇴계 심학은 단순히 종교적 도덕적 금욕주의로 회귀하자는 것이 아니라, 참된 존재의 욕망을 충족시킴으로써 깊은 차원의 희열을 추구하는 것이다. 심학의 정신주의 철학은 현대인에게 새로운 차원의 즐거움과 삶의 양식을 보여줄 수 있다. 퇴계의 주자학적 심학은 양명의 심학이 지닌 장점을 수용하면서도 그것의 한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그래서 선학의 폐단에 빠지지 않으면서도 심학이 지닌 생생한 실존적 체험의 생명력을 주자학에 끌어들려 주자학의 새로운 재활성화를 추구하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수의 연구자들은 풍몽룡(馮夢龍)이 편찬한 '삼언(三言)' 중에 여주인공들의 형상에서 명확한 모순이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즉, 흠모하는 남성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하는 경향을 보이는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정절에 대해 강요를 받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해서 다른 각도에서의 재해석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본고에서는 '심학(心學)'으로부터의 영향을 중점으로 하여 '심학'이 풍몽룡에게 준 영향과 이러한 영향이 '삼언'에서 등장하는 여성인물 형상에서 나타나는 특성을 고찰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필자는 '삼언' 중 여성들의 연애상과 결혼상에 나타난 모순은 바로 심학의 영향이라 본다. 이를 고찰하기 위하여2장에서는 우선적으로 '삼언'에서 등장하는 여성들의 연애와 결혼이야기에 나타난 구체적인모순양상을 분류하여 정리하고, 3장에서는 '심학'의 이론면에서의 계승과 실행방식면에서의계승과정에 대해 고찰 하고, 이를 통해 2장에서 정리한 모순양상의 원인을 검토하였다. 결론은 이러한 모순이 발생한 결정적인 원인은 바로 '심학'에 있다고 생각한다. '삼언'에서 등장한여성의 연애와 결혼에 관한 이야기에서의 모순의 원인은 바로 '심학'이 문학 속으로 스며들었기 때문이며, 이러한 모순은 실제로 '심학'자체가 지니는 모순이기도 한다.
이 연구는 종래 '병렬적' 또는 '대립적'으로 이해되던 장횡거(張橫渠)의 기학(氣學)과 왕양명(王陽明)의 심학(心學)을 상호 소통의 차원에서 해명해 보려는 의도에서 이루어졌다. 필자는 여기에서 태허(太虛)와 양지(良知)의 개념을 직접 비교함으로써 기학(氣學)과 심학(心學)의 존재론적 구조가 상통함을 설명하려 하였고, 그리고 대심(大心)과 치양지(致良知)의 개념을 비교하면서 기학(氣學)과 심학(心學)의 공부론이 서로 소통하고 있음을 논증하였다. 장횡거의 태허론(太虛論)은 불교의 적멸론(寂滅論)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측면도 있다. 그러므로 심학(心學)을 기학(氣學)으로 이해하는 작업, 즉 양지(良知)의 본체를 태허(太虛)로 이해하게 되면 그동안 양명심학(陽明心學)이 정주학(程朱學)으로부터 줄기차게 받아야 했던 '불교적 이단론(異端論)'에 대한 비판적 시각으로부터도 자유로울 수가 있다. 이 연구는 횡거 철학의 전통을 정주리학(程朱理學)의 시각에서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육왕심학(陸王心學)의 전통에서 읽을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를 갖는다. 필자는 여기에서 성리학의 발전적 계승으로 양명(陽明) 심학(心學)을 해석하였고, 또한 양명(陽明) 심학(心學)의 이론선구로 횡거(橫渠) 기학(氣學)을 이해하였다.
심재(心齋)의 학문론(學問論)은 경학(經學)과 심학(心學)으로 대별된다. 심재는 경학(經學)(의이학(義理學))과 심학(心學)(치심지학(治心之學))을 '상수상자(相須相資)'의 관계로 규정했다. 그런데 의리(義理)(좋음의 도리)를 밝히는 것은 '지(知)'에 속하고, 이를 바탕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행(行)'에 속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경학(經學)(의리학(義理學))과 치심지학(治心之學)'은 결국 '지(知)와 행(行)'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이다. 심재의 지행로(知行論)을 경학(經學)(의리학(義理學))과 심학(心學)(치심지학(治心之學))의 관계에 적용시키면, 이는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심재의 '지(知)가 행(行)보다 앞선다'는 주장은 '좋음의 도리를 탐구하는 경학(經學)이 마음을 다스리는 심학(心學)보다 우선한다'는 뜻이다. 심재는 대(大)·소(小)의 관점에서는 행(行)에 중요성을 부여하였거니와, 이는 도리를 탐구하는 경학(經學)과 마음을 다스리는 심학(心學)에 있어서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심학(心學)'이라는 뜻이다. 심재 학문론을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먼저 경학(經學)을 통해 좋음의 도리(道理)를 탐구하고, 이를 통해 반드시 우리의 마음을 바루자'는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실제로 심재의 삶의 노선이기도 했다. 심재는 용학변의(庸學辨疑)를 통해서는 경전(經典)에 담긴 '좋음의 도리(道理)'를 밝혔고, 이를 통해 자신의 마음을 바룸으로써 '수졸(守拙)의 삶'에 자족할 수 있었던 것이다.
본 연구는 '공감'이라는 키워드로 중국 명대(明代)에 활동했던 왕양명(王陽明, 1472-1528)의 심학(心學)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왕양명의 심학을 공감이라는 코드로 조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왕양명 심학의 골수라고 불리우는 양지(良知)의 공감적 성격을 드러내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다. 양지의 성격은 왕양명의 유기체적 세계관과 밀접한 관련을 갖는데, 왕양명은 천지자연의 세계를 살아있는 하나의 생명체로 파악한다. 왕양명은천지간에 존재하는 만물사이에 자연의 생명력이 막히지 않고 소통되는 자연의 덕성을 인(仁)이라고 하여 인이 바로 천지자연의 쉼없고 역동적인 생명창출의 근거인 생의로 자연과 인간에 다 함께 충만한 생명의 힘이자 생명의 원리[生理]라는 것을 강조한다. 왕양명은 자연의 일부로서 존재하는 인간에게 천지자연을 낳고 살리는 생명의 이치인 인이 본성[性]으로 갖추어져 있다고 보는데 바로 그런 맥락에서 공감은 왕양명 심학의 전체적인성격으로 볼 수 있다. 왕양명은 현대의 심리학이나 상담심리 영역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여러 감정 상태나 정서들, 즉 불안, 근심, 즐거움, 기쁨, 안정 등을 인간의 본성(本性)과 밀접하게 연결시킨다. 그가 선한 본성의 실현과 감정을 밀접하게 연관시킴으로써 성체와심체를 통합했다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을 통해 왕양명은 도덕적인 행위가 타율적인 의무나 외적 강제에 의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본래 마음[本心]이 지닌 생동감과 기쁨으로인해 자발적이고 능동적으로 촉발된다고 본다. 이러한 왕양명의 심학에서의 공감에 대한기본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본 연구에서는 도덕적 감수성으로서의 공감, 자기실현의 동력으로서의 공감, 통합지성으로서의 공감, 그리고 성선(性善)을 실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으로서의 공감을 부각시킬 것이다.
한훤당 김굉필(1454~1504)은 고려 말엽 정몽주가 단서를 열어놓은 도학을 하나의 학문 경향으로 승화시켰다. 김굉필은 '조선도학의 시조'로 일컬어졌으며, 이후 4백여 년 동안 도학자의 전형으로 받들어졌다. 김굉필이 씨를 뿌린 도학은 학문과 정치의 기준이 되었다. 조선의 선비들은 김굉필을 본받아 "소학"을 통해 근기(根基)를 배양하였고, 그 기운은 선비의 원기(元氣), 나아가 국가의 원기로 승화하여 국맥(國脈)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김굉필은 "소학"으로 학문 하는 방법을 제시하였고, "소학"에서 요구하는 강한 실천성을 바탕으로 도덕적 인간, 도덕적 이상사회를 추구하였다. 개인의 수양과 사회 개혁은 서로 다른 차원의 것이 아니다. 김굉필이 몸으로 보인 '자기 수양(律己)'의 정신은 조광조(趙光祖)의 단계에 이르러 도학적 이상국가의 추구로 발전하였다. 김굉필은 '경(敬)'을 통해 "소학"의 가르침을 달성할 수 있다고 보았다. '경'이라는 수양 방법을 통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은 조선 성리학의 요체다. 김굉필은 조선의 유학을 '심학(心學)'으로 자리매김하였다. 김굉필 이전에는 심학의 모습을 제대로 선보인 학자가 없었다. 명종 선조 시기 이후로 조선의 유학은 심학으로 정초되어 갔다. 17세기 중엽 이후에는 '경'을 중심으로 한 심학 체계가 공고하게 구축되었다. 김굉필의 문인과 그들이 양성한 학인들은 16세기 중반 이후, 조선의 학계 정계를 이끌었다. 이들은 선조 즉위 이후 사림파(士林派) 집권의 주인공들이었다. 조선을 도덕적 이상국가로 승화시키고 '사림의 나라'로 만든 그 기초는 사실상 김굉필이 놓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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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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