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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Analytic Framework for the Political and Aesthetic Possibility of Interactive Documentary and Its Practice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정치적·미학적 가능성과 그 실천에 관한 분석틀 제안

  • 권호창 (성균관대학교 트랜스미디어연구소)
  • Received : 2021.06.17
  • Accepted : 2021.07.05
  • Published : 2021.10.28

Abstract

Interactive documentary refers to a new style of documentary that is created and accepted through active interaction. It is attracting attention as a platform that forms a public sphere and mediates audiences to participate in social change. However, the possibilities was not systematically explored, and there was insufficient consideration on how to realize them. In this paper, discussions on the political aesthetics of Walter Benjamin are examined, and the media characteristics of interactive documentary are analyzed through text mining. Then, by connecting the two to each other, we draw a map of the political and aesthetic possibilities, and based on the map, we analyze the actual works. This study has the value of establishing a theoretical framework for the possibilities of interactive documentaries. In the follow-up study, we will consider the practical strategy of interactive documentary as a transmedia activism and develop a practical analysis and planning methodology.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는 창작자와 수용자가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재료로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해 만들어내는 새로운 양식의 다큐멘터리를 말한다.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는 공론장을 형성하고 상호작용성에 기반한 경험을 통해서 수용자들로 하여금 사회 변화에 직접 참여하도록 매개하는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론적 관점에서 그 가능성이 체계적으로 탐색되지 못했고, 실천적 관점에서 가능성을 실현하고 발전시킬 방법에 관한 고려가 부족했다. 본 논문에서는 이론적 기반으로서 발터 벤야민의 정치 미학, 특히 예술의 정치화에 관한 논의들을 정리하고, 텍스트 마이닝을 통해서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매체적 특징을 분석한다. 그리고 이 둘을 서로 연결하여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정치적·미학적 가능성의 지도를 그려보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 작품에서 그 가능성이 어떻게 실현되었고 한계는 무엇이었는지를 분석한다. 본 연구는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정치적·미학적 가능성에 대한 이론적 체계를 마련했다는 가치를 갖는다. 후속 연구에서는 이를 기반으로 트랜스미디어 액티비즘으로서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실천적 전략을 고민하고 실용성 있는 분석 및 기획 방법론을 개발할 것이다.

Keywords

I. 서론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Interactive Documentary)1’ 는 창작자와 수용자가 다양한 멀티미디어를 재료로 능동적으로 상호작용해 만들어내는, 클라우드 서버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양식의 다큐멘터리를 말한다.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는 최근의 급속한 미디어 컨버전스로인해 등장한 트랜스미디어의 대표적 실천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모바일 장치의 발전과 보급에 따라 전통적 미디어뿐만 아니라 애플리케이션이나 소셜 미디어, VR/AR에 이르기까지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1].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는 초기 탐색이 끝나갈 무렵인 2007년 경부터 여러 작품들이 소개되며 활발한 논의가 이루어졌다[2]. 많은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 작품들 가운데 특히 사회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룬 액티비즘적 성격의 작품이 관객과 비평가들로부터 주목받았다. 이러한 작품들은 주류 대중매체가 다루지 않는 대안적 시선을 바탕으로 현실의 부조리와 모순을 폭로하고 관객에게 인지적·정서적 충격을 주며, 문제해결을 위한 공론장을 형성하고자 했다. 이러한 액티비즘은 독립 저널리즘이나 전통적 다큐멘터리에서 강조되었던 것인데,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는 제작·배급·수용에서 새로운 미디어 기술을 활용하여 이러한 역할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하고자 했다.

이러한 액티비즘적 측면에서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는 활발히 연구, 창작되고 있지만 몇 가지 한계를 보여준다. 먼저, 이론적 관점에서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정치적·미학적 가능성이 체계적으로 탐색되지 못했다. 작가의 역량에 의존하여 훌륭한 작품들이 만들어져 왔지만, 그 가능성에 대한 이론적 연구는 충분하지 못했다. 그리고 실천적 관점에서, 다른 미디어와의 연결을 통한 외연과 내연의 확장, 수용자의 참여 활성화를 위한 기획 방법론 등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가능성을 실현하고 그 효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방법에 관한 연구가 부족했다. 이러한 문제의식 하에서, 본 논문에서는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정치적·미학적 가능성을 탐구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을 모색한다. 이를 위하여 다음의 작업들을 진행하고자 한다.

첫째, 이론적 기반으로 발터 벤야민의 정치 미학, 특히 ‘예술의 정치화’에 관한 논의들을 살펴보고, 예술 활동의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바탕으로 벤야민이 말했던 예술의 정치화의 구체적인 내용과 함의를 정리한다. 둘째,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매체적 특징을, 그 물적 토대라고 할 수 있는 테크놀로지에 초점을 맞춰서 살펴본다. 이를 위하여 학술 데이터베이스에서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에 관한 아티클을 추출하고, 그 초록을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 방법으로 분석한다. 셋째, 벤야민의 예술의 정치화의 내용과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매체적 특징을 재배치하고 서로 교차한다. 이를 통해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정치적·미학적 가능성의 지도를 그려본다. 넷째, 실제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 작품에 대한 사례 연구를 통해서, 앞서 살펴본 정치적· 미학적 가능성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현되었는지, 그리고 한계와 보완 방안이 무엇인지를 분석한다.

Ⅱ. 발터 벤야민의 정치미학 – 예술의 정치화

이 장에서는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정치적·미학적 가능성에 대한 이론적 기반으로 발터 벤야민의 정치 미학을 살펴본다. 벤야민은 현대 매체 이론의 선구자로도 불리는데, 그의 매체 이론은 예술론, 미학, 정치 철학과 강력히 결합되어 있었다. 진중권은 20세기 모더니즘의 많은 흐름들은 예술운동이자 동시에 정치적 아방가르드였으며, 벤야민의 매체 이론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논문인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역시 “모더니즘 운동의 미학적 강령이자, 이를 통해 현실 정치에 개입하려는 사회주의 운동의 정치적 강령이었다”라고 평가한다[3].

벤야민의 이론에서 예술·미학·정치의 관계를 보여주는 가장 유명한 표현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 (이하 [기술복제])의 추기에 언급된 ‘정치의 심미화’와 ‘예술의 정치화’일 것이다[4]. 파시즘의 경향으로 파악하고 있는 ‘정치의 심미화’에 대해서는 벤야민이 비교적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벤야민은 파시즘이 사유 재산 관계는 일절 건드리지 않은 채 사회적 모순을 정신의 강조를 통해 제거하려 하고, 문제의 해결이 아닌 표현에 집중하여 대중을 동원하는데 예술을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한, 파시즘이 예술과 현대적 기술을 미화하고 신비화하여 지도자 숭배로 대표되는 예술의 제의적 가치를 재생산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리고 그 근저에는 예술과 사회의 관련성을 부정하는 탐미주의 혹은 예술 지상주의가 있으며, 이는 결국 인간의 자기소외와 전쟁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벤야민은 이런 상황을 ‘정치의 심미화’라고 명명했으며, 공산주의는 ‘예술의 정치화’로 여기에 맞서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하지만 이 ‘예술의 정치화’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명시적인 설명이 없어서 그 의미를 둘러싼 여러 논쟁이 있었다. 최성만은 ‘예술의 정치화’라는 테제가 “기정사실이라기보다는 파시즘에 대항할 유일한 세력으로서의 공산주의에 거는 희망이나 호소를 표현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라고 주장한다 [5]. 변현태는, ‘예술의 정치화’를 명확히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이것이 예술이 특정한 정치적 목적을 위한 수단이 되는 상황, 즉, 예술의 정치 도구화로 해석되어서는 안 됨을 강조한다. 그는 ‘정치의 심미화’와 ‘예술의 정치화’는 비대칭적인 개념이며 정치·미학·예술의 새로운 배치와 결합을 사고하게 하는데 벤야민의 고유성이 있다고 주장한다[6].

여러 논의가 있지만, 분명한 것은 ‘예술의 정치화’를 보다 명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예술·정치에 대한 벤야민의 흩어져 있는 논의들을 재구성하여 전체적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먼저 벤야민의 매체 미학의 유물론적 성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자신이 ‘이름에 걸맞는 최초의 유물론적 예술론’이라고 자평한 [기술복제]에서 벤야민은 기술의 변화에 주목한다. 기계적 복제/재생산이 가능해지면 예술의 아우라가 붕괴한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고전적 예술의 제의적·종교적 기능이 전시적·정치적 기능으로 전환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다. 여기서 예술의 정치적 기능은 아름다움에 대한 감상이나 관조를 벗어나, 냉철한 인식을 매개로 진실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예술의 정치적 기능의 구체적인 내용은 무엇이고 이것은 어떻게 구현될 수 있는 것일까? 그 답이 ‘예술의 정치화’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공시적·통시적인 맥락(context) 속에서 이루어지는 창작자, 예술작품, 수용자의 상호작용이라는 예술 활동 과정 혹은 예술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통해 벤야민의 의도를 더 명확히 파악할 수 있다고 본다. [그림 1]은 일반적인 예술 커뮤니케이션 모델과 벤야민의 ‘예술의 정치화’의 핵심 내용을 연결하여 나타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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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예술 커뮤니케이션 모델과 벤야민의 ‘예술의 정치화’의 핵심 내용

- 창작자 : 벤야민은 기술 발달로 인해 복제/재생산이 가능해진 시대에 예술작품을 만드는 창작자는 더 이상 ‘천재적이고 독창적이고 비밀스러운’ 작가가 아닌, 생산자라고 말한다. 벤야민은 [생산자로서의 작가]라는 논문에서 예술작품은 ‘사회적 산물’이며, 작가는 기술을 충분히 활용해서 작품을 생산하고 이미 생산된 작품을 변형하여 재생산하는 생산자라는 것을 강조한다. 그리고 현존하는 자본주의적 생산관계 속에서 예술적 생산수단의 ‘기능전환’(Umfunktionierung)을 통해 전문화에 따른 구별을 분쇄하고 작가와 독자 간의 협력을 만들어 각자가 자신의 일로 생산수단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7]. 이 논문에서 한가지 주목할 것은 작가가 단지 생산자일 뿐만 아니라, 지식인과 대중을 조직하는 조직가이기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심광현은 ‘생산자로서 작가’는 지적 생산수단 의사회화를 촉진할 수 있도록 협력적인 생산관계를 조직하여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넘어서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함을 벤야민이 역설했다고 말한다[8].

- 수용자 : 벤야민은 영화는 기본적으로 움직이는 이미지이고 편집에 의해서 구성되기 때문에 몰입 또는 침잠을 요구하는 전통 예술작품과는 다른 수용방식을 갖는다고 말한다. 여기서 핵심은 지각 체계의 변화인데, 벤야민은 이를 분산적 혹은 촉각적 지각이라고 말하며 정치적 가능성을 가진, 대중들의 새로운 수용방식으로 옹호한다. ‘산만한’ 관객은 가상에 수동적으로 몰입하는 대신에 그것을 능동적으로 흡수하면서, 분위기에 주눅 들지 않고 자기가 보는 것에 대해 냉정한 분석적·비평적 태도를 유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벤야민은 영화의 관객을 ‘산만한 검사자’라 규정하고 이들이 사회적 비판의 집단적 주체가 되어 영화관을 떠날 것을 기대했다. 벤야민은 테크놀로지가 낳은 새로운 지각방식이 대중의 비판의식을 고양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 예술작품 : 벤야민은 예술작품에서 아우라의 붕괴와 함께 일어난 일은 유희 공간의 확장이며, 영화는 가장 넓은 유희 공간이 되었다고 말한다. 벤야민은 영화가 시각적 무의식의 세계를 열면서 우리의 현존재를 지배하는 필연성에 대한 통찰을 증대시킨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그는 영화가 사회적 삶을 소재로 하는 유희 형식으로서의 오락임을 강조한다. 대중들은 영화라는 새로운 예술을 집단적으로 수용하는 과정에서 오락으로 즐김과 동시에 비판적 태도로 도시에서의 삶을 모방(시뮬레이션)하고 연습한다는 것이다. 여러 저작에서 벤야민은 유희(spiel)가 가진 치유적이고 교육적인, 나아 가해 방적인 성격을 강조하였다. 벤야민은 제1 기술과 제2 기술을 구분하는데, 그 핵심적 차이는 유희다. 벤야민은 유희를 자연과 인류 사이의 어울림(상호작용과 협동)을가능하게 하는 긍정적이고 해방적인 기술로 보며, 새로운 예술이 유희로 기능해야 함을 역설한다[9].

요컨대 창작자, 예술작품, 수용자로 이루어진 예술 활동의 총체적 변화와 이와 함께 진행되는 예술의 생산 관계의 민주화, 궁극적으로는 자본주의의 폐지와 사회주의의 도래라는 사회(context)의 혁명적 변화. 이것이 벤야민이 말한 ‘예술의 정치화’의 핵심 내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Ⅲ.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매체적 특성

이 장에서는 테크놀로지에 초점을 맞춘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매체적 특징을 텍스트 마이닝을 통해 파악해본다. 먼저 ‘Web of Science’ 데이터베이스에서 ‘interactive documentary’와 ‘web documentary’ 를 키워드로 하여 아티클(article)을 검색하였다. 528 개의 검색 결과에서 2000년대 이후, 메타 데이터 누락이 없는 저널 아티클만 491개를 선정하였다. 이 아티클의 초록에 대해서,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인 ‘Orange’[10] 와 ‘Vosviewer’[11]를 활용하여 텍스트 마이닝을 실시하였다.

전처리(pre-processing)를 거친 후, 최소 발생빈도 (occurrence)가 10회 이상이고 관련 점수(relevance score)가 60% 이상을 만족하는 181개의 용어(terms) 를 선정하였다. 이 용어로 동시 발생(co-occurrence) 네트워크를 만들고 계층적 군집화(hierarchical clustering)를 수행하였다. 그 결과 [그림 2]와 같이 총 3개의 군집으로 구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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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주요 용어의 동시 발생 네트워크

각 군집에 포함된 용어 중에서 기술적 요소와 관련된 용어들을 관련 점수 순으로 선별해보면 다음과 같다.

• Cluster 1 (총 78개 용어) : interaction, engagement, exploration, participation

• Cluster 2 (총 68개 용어) : resource, data collection, database, multimedia

• Cluster 3 (총 35개 용어) : access, web, portal, internet, social network

각 군집의 키워드들은 테크놀로지를 중심으로 한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매체적 특징을 나타낸다고 볼 수 있으며, 그 구체적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군집 1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상호작용성 (interactivity)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라는 용어에서 볼 수 있듯이 상호작용성은 전통적 다큐멘터리와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를 구분하는 핵심속성 중 하나이다. 상호작용성에 대해서 가우덴지는 사용자가 작인(agency)2을 갖는 것, 즉 인공물에 대해서 혹은 그 인공물 내에서 물리적으로 의미 있는 행동을 취할 수 있고 그 결과를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것으로 설명한다[12].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수용자를 관객 (audience)이나 시청자(viewer)가 아니라 이용자 (user)로 지칭하는 것도 상호작용성에 기인한다. 이러한 측면에서 도비와 로즈는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창작자와 이용자를 총체적인 관계의 구성원으로 간주하고, 개별 작품은 단일 작가(auteur)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관계의 망(network of relationships) 속에서 창발한다고 설명한다[13].

군집 2를 대표하는 키워드는 멀티미디어 (multimedia)라고 할 수 있다.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는 다양한 형태의 멀티미디어 콘텐츠(비디오·오디오·사진·텍스트·애니메이션·인포그래픽 등)를 재료로 하며 이것들은 데이터베이스에 저장되어 있다. 사용자가 이 데이터베이스에 들어가서 여러 콘텐츠를 선별하고 인터페이스에서 조합하고 시각화시킬 때 비로소 의미가 생성된다. 이런 측면에서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는 데이터베이스에서 사용자의 선택과 그 궤적(trajectory) 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나타나는 감각 모달리티는 복합적(공감각적)이며, 그 흐름과 방향은 비선형적이다.

군집 3을 대표하는 키워드는 네트워크(network)라고 할 수 있다.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는 일반적으로 웹, 더 정확하게는 클라우드 서버 상에서 이루어지는데, 이는 창작·수용·유통이 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플랫폼의 기능을 한다. 네트워크 기술의 발달로 인해 사용자들은 다양한 장치를 통해서 시공간의 제약 없이 간편하게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다. 이러한 증강된 접근성은 사용자에 의한 정보생산과 확산을 쉽게 하고, 메시지의 전달과 수용이 쌍방향으로 이루어지게 하며, 참여자의 외연을 확장하면서 보다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즉,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플랫폼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콘텐츠, 콘텐츠와 콘텐츠를 실시간으로 연결한다. 여기서 사람은 작품의 기획에서 향유까지 이어지는 과정에 참여한 모든 주체를 말하며, 콘텐츠는 작품 자체뿐 아니라 작품에 활용된 리소스와 제작 도구, 향유 과정에서의 2차 생산물까지 포함한다.

Ⅳ.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정치적·미학적 가능성

이 장에서는 벤야민의 예술의 정치화의 내용과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매체적 특징을 재배치하고 교차하여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정치적·미학적 가능성의 지도를 그려본다.

2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벤야민의 예술의 정치화의 핵심 내용은 예술 커뮤니케이션 모델의 구성 요소-창작, 수용, 작품-에 대응될 수 있다. 그리고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세 가지 매체적 특징은 엘름슬레브의 기호학 체계의 요소-질료, 형식, 실체-에 대응될 수 있다. 이 둘을 각각 세로축과 가로축으로 하여 매트릭스를 만들어보면 [그림 3]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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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정치적·미학적 가능성

이 그림은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정치적·미학적 가능성을 나타내는 일종의 지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먼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벤야민의 이론에서는 잠재적으로만 논의되었던 사항들이 운동성과 연결성을 강화하고 확장하는 기술의 발달로 현실화하였다는 것이다. [그림 1]에서 점선으로 표현된, 창작자와 작품, 작품과 수용자의 보다 능동적인 상호작용(ⅰ과 ⅱ), 창작자와 수용자의 겹쳐짐(ⅲ), 가상 세계 작품의 현실 세계로의 직접적 개입(ⅳ)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맑스주의적 관점에서 보면 [그림 3]의 가로축은 생산수단, 세로축은 생산관계와 상응하는 성격을 갖는다. 벤야민에 따르면 작가는 현존하는 생산관계 속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문학적) 생산수단의 기능 전환을 통해서 대중과 지식인을 다각도로 조직하여 생산 관계를 전환해야 한다. 다시 말해, 창작자는 현존하는 생산 관계에서 발전된 기술을 최대한 활용하여 주어진 생산수단의 기능을 전환하고, 동시에 대중과 지식인을 다각도로 조직해야 한다. 이러한 활동 속에서 생산수단과 생산물(이 경우 예술작품)의 성격, 생산 과정과 여기에 참여하는 주체의 역할과 관계 등 생산양식이 총체적으로 변화한다. [그림 3]의 9가지 항목은 현재진행형으로 펼쳐지고 있는 이러한 변화의 구체적인 양상이자, 변화에 영향을 주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주의할 점은 이러한 변화의 양상이 긍정적 성격과 부정적 성격 모두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긍정적 측면을 강조하는 낙관론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변화 양상이 창작에 있어 생산성과 표현력의 강화, 다양한 (예술) 공동체의 형성, 예술 활동을 통한 사회적 연대 확장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예술 활동에의 적극적 참여와 실천을 뒷받침하며, 이를 통해 정치적·문화적 진보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낙관론에 비판적인 입장에서는 이러한 적극적 참여가 디지털 자본주의의 확장을 위한 도구로 활용될 뿐이라고 주장한다 [14]. 자유와 참여를 보장한다고 하는 상호작용성이라는 것도 착각에 기반한 일종의 허위적 이데올로기이며, 발전된 기술이 뒷받침하는 창작과 수용의 에너지는 독점적 플랫폼으로 흡수되고 있다는 것이다[15].

이러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측면은 고정된 방향이라기보다는 현실의 역학 관계에 따라 다르게 전개될 수 있는 경향성이며, 오늘날 이 양쪽 경향 모두가 나타나고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그 가능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진보적 방향으로 실현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노력일 것이다. 다음 장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실제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 작품에서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한다.

Ⅴ. 사례 연구

이 장에서는 사례 연구를 통해서,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정치적·미학적 가능성들이 작품에서 어떻게 실현되었는지, 그리고 한계와 보완 방안이 무엇인지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앞서 제안했던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정치적·미학적 가능성의 매트릭스[그림 3]의 유효성과 보완점을 확인한다. 비교적 최근작 가운데 비평적·대중적으로 주목을 받았던 두 편의 작품을 사례 연구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두 작품은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풍부한 가능성을 실현하는 데 있어 각기 다른 요소를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서 비교 분석에 적합하다.

1. [Fort McMoney] (David Dufresne, 2013)

[포트 맥머니]는 캐나다 앨버타주 ‘포트 맥머리’ 지역의 석유 산업이 지역 사회에 미친 영향을 탐구하는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다. 포트 맥머리 지역은 석유 산업의 주요 자원인 오일샌드가 풍부한 지역으로 1960년대 본격적으로 개발이 시작된 이후 급격히 발전한 곳이다. 2000년대 유가 상승으로 지역 경제는 더욱 호황을 누렸지만 빈부 격차, 성매매, 집값 상승, 환경 오염 등의 문제가 심해졌다. 본 작품은 게임과 다큐멘터리를 적극적으로 결합한 형식으로 이러한 문제를 다룬다. 작품의 수용자들은 대시보드에서 제공하는 지도를 바탕으로 도시를 둘러보고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으면서 석유 산업에 관한 쟁점들을 살펴보고 도시의 변화를 위한 토론과 투표를 진행한다.

‘다큐-게임’으로 불리는 [포트 맥머니]는 다큐멘터리의 측면과 게임의 측면이 동시에 두드러진다. 감독인 데이비드 뒤프레센은 전작 [프리즌 밸리]와 [포트 맥 머니]를 비교하며 [프리즌 밸리]가 비디오 게임의 요소를 빌려온 웹-다큐멘터리라면, [포트 맥머니]는 비디오 게임의 문법을 활용한 완벽한 ‘다큐멘터리 게임’이라고 강조한다. [포트 맥머니]는 포트 맥머리로 향하는 고속도로 위 차량 운전석의 1인칭 화면으로 시작하는데, ‘당신이 방문하는 장소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실제입니다. 문제를 확인하고 다른 플레이어와 논쟁하고 투표에 참여하십시오. 포트 맥머리의 운명은 당신의 손에 달렸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을 통해 수용자를 다큐-게임의 주체로 호명한다. 참여자가 미션을 수행하고 다양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수록 영향력 점수가 높아지고 이 점수가 높을수록 참여자의 투표에 가중치가 부여된다. 영향력 점수는 리더보드에 공개되기 때문에 경쟁이 벌이 지고 이는 참여자의 성취감과 동기를 자극해 몰입도를 높인다.

[포트 맥머니]는 사용자가 시장이 되어 도시를 운영하는 시뮬레이션 게임 ‘심시티’를 모델로 제작되었다 [16]. [포트 맥머니]에서 이러한 시뮬레이션은 도시의 미래를 결정할 투표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각 에피소드별로 안건이 제시되고 참여자들은 투표하게 되는데, 그 결과에 따라서 변화되는 도시의 모습이 대시보드의 city indicator에서 각종 수치와 지도를 통해 시뮬레이션 되어 나타난다. 참여자들은 다큐-게임 콘텐츠를 즐기면서 현실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고 개입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 작품의 한계 중 하나는 작품의 공개 및 운영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공개 시즌이 끝난 이후에는 투표나 시뮬레이션 기능도 사용할 수 없었고, 단지 저장된 데이터베이스를 탐색하는 방식으로 작품을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더 중요한 문제는 공개 당시에도 사람들이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참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작품 속 국민 투표 수를 보면 매주 약 20만 표씩 투표수가 줄어들었음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참여자들의 지속적 몰입 경험을 위한 설계가 부족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한 방법으로 내러티브 요소의 강화를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TV 드라마처럼 개별 에피소드를 이어주면서 시즌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 줄기를 구성했다면 수용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지속시키기 쉬웠을 것이다. 그리고 투표 시뮬레이션과 관계없이 독립적으로 향유할 수 있는 여러 서브 플롯을 삽입했다면 수용자들이 시간 제약 없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작품을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런 구성은 포트 맥 머리라는 도시에서의 다양한 삶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다는 미학적 가치도 지닌다. 또 하나 아쉬웠던 점은 참여자들 간의 연결이나 협업을 위한 설계가 없었다는 것이다. 참여자들은 개별적으로 공간을 탐색하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투표를 할 뿐이었다. 참여자들 간 토론이라는 요소가 있기는 하지만 개별 발언들이 나열되는 방식이고, 미션 수행에 따른 영향력 점수는 참여자들 간 경쟁적 성격만 강화하였다.

[그림 3]을 기준으로 [포트 맥머니]의 특징을 다음 [표 1]과 같이 나타낼 수 있다.

표 1.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 [포트 맥머니]의 강점과 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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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과 약점을 중심으로 정리하자면, 이 작품은 상호작용성의 요소(④, ⑤, ⑥)에서 분명한 강점이 있다. 특히 게이미피케이션과 시뮬레이션을 결합한 투표라는 장치는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고 참여자들의 몰입을 강화하는 데 있어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네트워크의 요소를 작품에 반영하는 데는 부족한 점이 많았다. 먼저 수용자들이 작품 공개 시간과 관계없이 재미를 느끼며 참여할 수 있는, 콘텐츠 세계 설정에서의 정교한 시간성(temporality) 설계가 필요해 보인다. 그리고 참여자들 간 협업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도 필요하다. 이런 요소들이 내러티브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면 이 작품의 강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성도 더 고도화될 수 있을 것이다.

2. [Do not track] (Brett Gaylor, 2015)

이 작품은 인터넷상에서의 개인 정보 추적 및 이 정보의 상업적 활용 문제를 다룬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이다. 작품을 보는 수용자의 인터넷상에서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하여 영상으로 구성해 보여줌으로써 수용자로 하여금 자신의 개인 정보가 어떻게 추적되고 활용될 수 있는지를 직접 목격하도록 한다. 감독인 브렛게일러는 인터넷에서 개인 정보가 무분별하게 수집되어 권력과 자본에 의해 활용되고 있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이 작품을 기획했다고 밝혔다. 특히 이 문제를 추상적으로만 이해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보다 직접적이고 구체적으로 경각심을 주기 위해 노력했음을 강조했다.

[Do not track]의 가장 큰 특징은 대화적 형식이다. 각 에피소드는 진행자와 작품을 보는 관객이 일대일 대화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계속해서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고 그 답에 기반해서 내용이 전개되는데, 이러한 형식은 관객들로 하여금 인터넷상의 개인 정보와 관련된 복잡한 문제를 ‘나’의 문제로 느끼게 만든다. 이런 느낌을 더욱 강화하는 것은 ‘나’의 정보를 토대로 만들어진 화면 인터페이스와 영상이다. [Do not track]의웹 플랫폼[17]에서는 관객의 정보를 추적하여 각 관객이 어떤 에피소드를 얼마나 보았고, 진행자의 질문에 어떤 대답을 했는지를 맞춤형(personalized) 화면 인터페이스로 보여준다. 그리고 관객의 답변이 웹 생태계 및 개인 정보와 관련하여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통계에 기반해서 알려주며, 관객의 접속 IP를 추적하여 해당 지역과 관련된 인터넷상의 영상 자료를 모아서 보여주기도 한다. 인터넷상에서의 개인 정보 추적 문제를 비판하기 위해 관객의 개인 정보를 추적하는 것인데, 이러한 아이러니는 관객들에게 강력한 인지적·정서적 효과를 유발한다.

[Do not track]은 관객들로 하여금 작품을 경험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현실 세계에서 유의미한 행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에피소드에서 다루는 쟁점들에 대해서 추가 정보와 유용한 팁을 제공하고 있으며, SNS 공유를 하거나 코멘트를 남길 수 있도록 하였다. 공론장의 역할을 하는 블로그를 별도로 운영하여 관객들과 직접 소통하고 있으며, 민주적 인터넷을 만들기 위한 운동을 알리고 직접 참여하기도 한다.

몇 가지 아쉬움도 있다. 먼저 웹 플랫폼에서 추적하는 관객의 개인 정보가 양과 질 모두에서 상당히 부족해 보인다. 이로 인해 관객의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구성된 영상이 그다지 위협적으로 보이지 않게 되면 작품이 의도한 인지적·정서적 효과가 현저히 약화될 수 있다. 또한, 진행자가 던지는 질문들이 단편적이고 개별적으로 나열되어 있어서 대화적 형식의 장점을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구성의 문제는 작품 전체에도 해당한다.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줄거리가 없고 에피소드들 간의 유기적 연결성이 부족해서 관객들이 다른 에피소드를 찾아볼 필요성을 느끼기 어렵다. 그리고 각 에피소드의 엔딩 부분에 관객을 현실 참여로 이끄는 ‘실행’ 메뉴가 다소 많고 긴 텍스트로 이루어져 있어서 관객이 집중력을 잃기 쉽다는 문제도 있다.

[그림 3]을 기준으로 [Do not track]의 특징을 다음 [표 2]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표 2.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 [Do not track]의 강점과 약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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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점과 약점을 중심으로 정리하자면, 이 작품은 [포트 맥머니]와 다르게 네트워크의 요소(⑦, ⑧)에서 강점을 가진다. 특히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하여 실시간으로 관객의 정보를 추적하고 그 결과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작품의 주제와 형식이 조화를 이룬다. 상호작용성의 요소 중에서 작인의 가능성도 잘 실현하고 있다. 대화를 통한 전개 방식, ‘나’의 대답이 웹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통계적 시뮬레이션, ‘나’의 대답에 따라 맞춤형으로 구성되는 콘텐츠 등은 관객의 작인을 강화하는 요소들이다. 이에 반해 작품에 사용된 리소스는 사용자와의 관련성이 떨어지거나 종류에 있어서 제한적이고 텍스트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서 멀티미디어 요소의 가능성은 충분히 살리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SNS와의 연계 이외에 콘텐츠 내에서 협업을 유도하거나 지원할 수 있는 요소가 없다는 것도 한계이다.

사례 연구를 통해 4장에서 제안한 가능성의 매트릭스가 작품의 특징과 전략적 지점을 포착하고, 한계와 보완 방안을 분석하는 데 유용함을 확인하였다. 하지만이 매트릭스가 내러티브 혹은 스토리텔링 차원을 포괄하지 못한다는 것은 중요한 한계라고 할 수 있다. 두 작품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처럼, 내러티브는 작품을 일관성 있게 전개하면서 수용자를 몰입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 기획에서 엔터테인먼트적 요소나 허구적 맥락을 활용하는 것은 조심스러운 상황인 것 같지만,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외연과 내연을 확장하고 수용자의 참여를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내러티브가 더 적극적으로 모색될 필요가 있다[18]. 트랜스미디어 혹은 컨버전스 문화에서 허구적 세계와 실제 세계의 경계는 다양한 양태로 중첩되며, 유희적 성격의 엔터테인먼트와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정치적 실천은 결합되고 전유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매트릭스의 9가지 항목과 내러티브와의 관계를 규명하고 그 결합 메커니즘을 분석하여 작품의 정치적·미학적 효과를 강화할 방안에 대한 후속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Ⅵ. 결론

본 논문에서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정치적·미학적 가능성을 탐구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보았다. 먼저 예술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바탕으로 벤야민의 ‘예술의 정치화’의 핵심 내용을 정리하여 이론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그리고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에 관한 학술 논문의 초록을 텍스트 마이닝 방법으로 분석하여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매체적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하였다. 이후 벤야민의 예술의 정치화의 내용과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매체적 특징을 교차하여 정치적·미학적 가능성의 지형을 파악하고, 이를 분석 틀로 하여 실제 작품에서의 가능성의 실현 전략, 한계 및 보완 방법 등을 살펴보았다.

본 연구는 서론에서 언급했었던 두 가지 문제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정치적·미학적 가능성에 대한 체계적 모색과 이 가능성을 실현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실천적 전략-가운데 첫 번째 문제에 초점을 맞추었다. 두 번째 문제에 대해서는 사례 연구를 통해서 부분적으로만 다루었다. 본 연구를 바탕으로 두 번째 문제에 대한 후속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대략적인 후속 연구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기획에서부터 수용에 이르는 전체 과정을 면밀히 살펴보고, 본 연구에서 살펴본 가능성들이 이 과정에 어떻게 결합될 수 있을지를 분석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내러티브가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도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사례 연구를 통해서,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 작품이 어떻게 기획되고 현실에 작용했는지, 그 한계와 문제점은 무엇이었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할 것이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트랜스미디어 액티비즘으로서 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의 전략을 도출하고, 실용성 있는 분석 및 기획 방법론을 개발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본 논문에서 집중했었던 이론적 체계도 함께 수정 및 보완될 수 있을 것이다.

* 본 논문은 2019년 대한민국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NRF-2019S1A5B5A07093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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