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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the Analysis Methodology of Works of Deconstructive Graphic Deign - Focusing on Aesthetics of Reception by Wolfgang Iser -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의 작품 분석 방법론 연구 - 볼프강 이저의 수용미학을 중심으로 -

  • 김지원 (서원대학교 디자인학과)
  • Received : 2021.07.30
  • Accepted : 2021.08.24
  • Published : 2021.09.28

Abstract

The visual expression of deconstructive graphic design influenced by postmodernism differs from the traditional ways of graphic expression that consist of precise images and text and is challenging and highly experimental. The characteristics of the formative nature of such deconstructive graphic design emphasized the importance of the reader as the principal agent of aesthetic experience in the appreciation of works. For this study, a new ideological framework was developed regarding the ambiguity arising due to visual experimentation in deconstructive graphic design, assuming the central theory to be the Reception Theory (Aesthetics of Reception) centering around the recipient who is the reader. The characteristics of Iser's Reception Theory are substituted as a theoretical category and an interpretation of the works of ambiguity in deconstructive graphic design is carried out. Although Aesthetics of Reception is a literary theory about the interaction between the artist and the reader, as a method for interpreting deconstructive graphic design influenced by postmodernism, it laid a theoretical foundation and enriched the interpretation of works. Moreover, the four characteristics of Iser's Reception Theory were used to create a framework that suggested a new direction for the approach based on the reader's interaction in the process of interpreting works of modern graphic design.

포스트모던의 영향을 받은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의 시각 표현은 명확한 이미지와 텍스트로 구성된 전통적 형식의 그래픽디자인 표현법과 달리 도전적이고 실험적이었다. 이런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의 시각 특징들은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미적 경험의 주체로서 독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본 연구는 수용자 즉 독자 중심적인 문학 연구 이론인 수용미학(Aesthetics of Reception)을 중심이론으로 상정하여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의 실험성으로 인해 나타나는 특징들에 대한 이념적 틀을 새롭게 형성하고자 한다.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의 작품 해석을 위해 볼프강 이저의 수용미학의 특징들을 도출하고 이론의 범주로 대입하여 해석이 어떻게 확장되는지 분석하였다. 그 결과 수용미학은 작가와 독자 간의 상호 작용에 관심을 둔 문학 연구 이론이지만, 포스트모던의 영향을 받은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에 대한 새로운 작품 분석 방법론으로써 이론적 토대를 마련, 작품 해석의 지평을 넓혔다. 또한 현대 그래픽디자인을 감상하는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역할이 강조되는 독자에 대한 상호 콘텐츠 연구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Keywords

I. 서론

1. 연구의 배경 및 목적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은 20세기 후반을 지나면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급진적 변화를 거듭해 왔다. 포스트모던의 영향과 매체 환경의 변화 속에서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은 모호성, 비규정성, 그리고 몰형 식성과 같은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표현 양상의 특징을 보이며 모던 그래픽디자인 이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나타났다[1]. 포스트모던 양식의 디자인은 명료성이 요구되던 시대의 획일성과 절제성의 양식에 상반되는 개념으로 다양화와 다원화를 기본 개념으로 삼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추구하며 불확실한 메시지 전달로 독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포스트모던 시대는 ‘저자’ 대신 ‘독자’, ‘생산자’ 대신 ‘소비자’를 우선시하는 시대로 특징지을 수 있는데, 작가가 전하고자 한 메시지와 독자가 해석한 메시지 사이에서 틈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을 제기하며 작품을 감상하는 독자의 해석 태도에 대한 상호 관계성이 중요해졌다는 것을 강조했다[2].

이에 연구자는 포스트모던 시대를 포함한 현대 독자들은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에서 나타나는 모호한 시각 메시지를 감상할 때 독자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사회・ 문화・역사적 상황과 더불어 개인적인 특성과 성향을 작품에 투영하여 상호 작용한다고 보았다. 또한 독자는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을 주체적으로 감상하면서 더 확장시켜 다른 독자들과 다양한 경험으로 소통까지 할 수 있다는 것은 같은 맥락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에 연구자는 다양한 의미 해석이 가능한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을 감상하는데 독자들의 상호 작용이 적극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을 고려할 때 독자 중심에 천착한 새로운 관점에서의 연구가 필요하다고 보았다. 이에 본 연구는 수용자 즉 독자 중심적 문학이론인 수용미학 (Aesthetics of Reception)을 기반으로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에서 나타나는 특징들에 대한 이념적 틀을 새롭게 형성하고자 한다.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의 작품 분석을 하는 데 있어 독자 중심적 문학 이론인 수용미학을 상정시키고 분석 틀로 제안함으로써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의 실험성에 대한 새로운 작품 분석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또한 작품과 독자에 대한 상호 콘텐츠에 주목하는 현대 그래픽디자인 영역에서도 독자의 차별화된 수용연구의 방향성을 새로운 방법론을 통한 분석 연구를 시도함으로써 기존 연구들과 차별화된 해석을 모색하고자 한다.

2. 연구방법

본 연구는 첫째, 연구의 현상이나 배경으로써 포스트모던의 시대적 동향과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의 탄생 배경을 살핀다. 특히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의 개념과 대표적 표현 양상에 대해 분석한 후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을 감상하는 독자 해석의 다양성을 두고 논의한다.

둘째, 문헌고찰을 통해 수용미학에 대한 개념과 독자와 상호 관계성에 대해 정리한다. 특히 본 연구에서는 ‘작가가 쓴 창작물은 텍스트에 불과하며 독자의 창조적인 해석을 거쳐 비로소 작품이 된다’라고 주장하며, 텍스트와 작품을 분리시키고 독자와의 상호 작용에 초점을 맞춘 볼프강 이저의 수용 이론에 중점을 두고 논의한다. 이어서 본 연구의 중심 이론으로서 수용미학의 네 가지 특징들-불명료성, 빈자리, 부정성, 레퍼토리–을도 출하고 작품 해석을 위한 분석 틀로 연계한다.

셋째,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의 작품 해석을 위한 방법론으로써 수용미학의 네 가지 특징들을 분석 틀로써 적용하고 작품 분석을 실시하면서 독자와의 상호 콘텐츠 연구의 확장성을 제시한다.

Ⅱ. 해체적 그래픽디자인

1.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의 개념 확장

개성과 자율성 그리고 다양성을 중시하는 포스트모던의 영향을 받은 그래픽디자인은 1980년대 중반부터 해체적 성향의 그래픽디자인으로 그 개념도 확장되었다.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의 가장 큰 특징은 질서와 조화를 중요시하고 전통적 규칙을 지키던 모던 그래픽디자인의 규칙을 깨는 양상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활동하던 해체주의적 성향의 그래픽 디자이너들은 타이포그래피에서 전통적으로 중요하게 다루던 엄격한 질서와 체계적인 명료함을 거부하면서, 풍부하고 다양한 예술적 표현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디지털 표현 기법들을 추구하였다. 또한 실험적 시각 이미지를 강조하는 메시지 전달을 시도했으며 아름다움을 거부하는 반 심미적 조형성에 주목했다. 이 결과는 형식주의 모더니즘에 대항하여 그래픽디자인 계보에 커다란 전환점을 마련했으며 디자인을 통한 표현기법의 활용과 적용 등으로 그 영역의 모든 가능성을 확장했다. 그래픽디자인의 경계와 틀을 깬 새로운 관점의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은 다양한 표현 기법과 자유로운 실험의 장을 통해 불규칙적이며 비교적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의 느낌을 파격적으로 한껏 드러냈다.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의 등장으로 방법과 형식이 없는 어떤 표현 기법도 무시당하지 않는 또 다른 기술이 되었고, 혼란스러운 듯 자유롭고 독특한 시각 유희들조차도 실험적 타이포그래피 방법론의 하나로 인정받게 되었다[3]. 그래픽 테크닉을 사용하여 다양한 표현 기법과 거침없는 실험이 강조된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은 명료한 메시지 전달 대신 모호한 메시지 전달을 추구하였고 단순하고 정확한 표현보다는 과잉되는 표현법을 사용하여 전통적 디자인 규범에서 벗어나 새로운 것으로의 창조를 시도했다.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은 다양한 시각 실험으로 창조적 상상력을 유발한다. 타이포그래피는 정보 전달 기능뿐 아니라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 시각 이미지로써 발전되었다.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은 이미지와 텍스트가 분리되고, 비정형적이고 불규칙한 모호한 형태의 그래픽 레이아웃으로 잘 짜인 완성형을 추구하지 않는다[4]. 오히려 조화롭지 않으며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채 다양한 요소가 혼재한 상태로 어우러진 것 역시 포스트모던 흐름의 영향을 받은 해체주의 그래픽디자인의 표현 양상이 되었다. 이런 그래픽디자인 특징들은 개성과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현대사회’라는 복합적 속성을 띠고 있는 시대에 새롭게 부여하는 표현 방법이었으며 작품을 감상하는 독자들과 상호 작용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해 주었다.

2.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의 모호성

모호성이라는 말은 ‘정확하고 단의적인 지시성이 요구되는 곳에 사용하는 막연하고 애매한 표현’을 말한다 [5]. 국어사전에 따르면 모호성은 ‘어떤 사물이나 개념이 분명하지 못한 성질’이라고 하였다.

현대 사회는 복잡성과 다원성의 개념을 강조한다. 그래픽디자인을 포함한 예술의 모든 영역은 변화를 유도해야 하는 다양성이 추구되면서 모호하게 느껴지는 이미지들이 나타났다. 여기서 우선 주목할 것은 문학을 포함한 예술 작품들이 ‘애매하다’는 것은 그것의 의미 판단이 불가능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나, ‘모호하다’ 는 것은 독자에 따라 다양한 각도의 풍부한 해석이 가능함을 의미한다[6].

그래픽디자인 분야에서 모호성의 반란은 80년대 중반부터 해체주의 성향을 가진 선두 그룹의 디자이너들에 의해서 시작되었다. 그들은 새로운 시각 실험으로써 국제적 타이포그래피 양식을 거부하며 새로운 긴장감을 주는 형태를 추구하고 작가 개성이 뚜렷한 일탈적 형식들로 새로운 디지털 매체와의 접목을 시도했다. 이러한 해체적 성향의 그래픽 표현들은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으며 모던 그래픽디자인 이후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형성에 일조했다.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에서 전달되는 시각 이미지는 그 해석이 난해하고 모호한 경향을 가진다.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은 전통적인 방식의 절대적 명료성과 가독성을 중요시하는 객관적인 메시지 전달 기법들을 최대한 지양하고, 더욱 유희적이고 탐색적이고 개방적인 스타일의 불확정적 외적 표현으로 모호한 메시지 전달을 함으로써 상황을 반전시킨다. 이런 맥락에서 본다면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에서 나타나는 모호성은 독자의 선택에 의해 해석할 수 있는 확장된 형태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데, 이런 과정은 독자의 능동적인 작품 감상의 태도와 자유로운 사고가 상호작용하며 발생한다고 할 수 있다.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에서 나타나는 모호한 표현들은 감상하는 독자에 따라 새로운 내러티브가 창조되고, 그 결과로써 독자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독자는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자신만의 의미로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어 작품 읽기가 분명 풍요로워졌다. 포스트모던 영향을 받은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은 의미를 정확히 파악해야 하는 특정 메시지 전달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실험성으로써 독자 해석의 자율성을 요구한다.

3. 해체적 그래픽디자인과 독자의 상호 작용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은 원칙과 틀에 얽매이지 않고 구현된다. 해체적 그래픽디자인 주된 비주얼 구성은 기존의 전통적인 레이아웃과 달리 텍스트가 이미지 형태로 변환되기도 하고 정렬되어야 하는 글줄이 움직이고 서로 중첩되면서 그리드가 왜곡과 해체를 반복하기도 한다. 과거의 정확한 글줄의 텍스트와 이미지가 질서정연하게 레이아웃 되는 구조와 달리 도전적인 형식의 레이아웃을 시도하면서 사진 몽타주와 이미지 콜라주 기법에 탐색적 실험 유희들을 구사한다. 이미지가 정확하게 상징하는 의미 부여를 지양하고 새롭게 만들어질 수 있는 또 다른 의미 해석의 가능성이 가득한 이미지들을 사용하며 실험성을 보여준다. 때로는 텍스트의 순서가 뒤집히고 분리되면서 하나의 고정된 틀을 가지고 있다는 선입견을 깨고 다양한 각도에서 새로운 메시지를 제시하기도 한다. 텍스트의 요소들이 분할될 때마다 또 다른 결합을 기대하며, 분할과 결합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다른 이미지가 생산되고 그 의미 또한 달라진다 [7].

작품과 독자의 상호 작용을 연구한 움베르토 에코 (Umberto Eco)는 현대 미술을 ‘개방성’이라 특징짓고, 그의 저서 (cid:48823)열린 작품(cid:48824)에서 ‘여러 방법의 읽기와 다양한 해석을 주지 못하는 것은 미술작품이 아니다’라고 정의했으며, ‘모든 미술 창조는 열려 있으며 이 개방성은 미적향수의 한 조건이기도 하다’고 주장했다[8].

에코가 주장한 현대 미술의 개방성은 현대 그래픽디자인 영역에도 같은 맥락으로 적용할 수 있다. 텍스트의 기능이 모호하고 비규정적인 시각 이미지들을 특징으로 가지는 그래픽디자인 해체성은 작품을 감상하는 독자에게 다양한 방식의 작품 해석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에서 나타나는 그래픽 메시지는 과거의 단순한 선형적 전달에서 벗어나 다의적 형태로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특히 그래픽 모호성이 대표특징으로 나타나는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은 독자의 해석 역할이 매우 중요하고 필요조건이 되었다. 이에 자신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독자들은 작품 해석에 있어 적극적인 수용자로서 능동적이고 참여하며 창조적으로 해석을 시도한다. 이때 독자 자기만의 고유한 의미생산을 경험하기도 하고 개인이 가지고 있는 배경지식과 경험 정보 등을 그래픽 사이사이에 투영하여 본인만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진다. 아울러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독자와의 상호 작용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독자의 역할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다.

Ⅲ. 수용미학

1. 수용미학과 독자

수용미학은 ‘생산자 중심’에서 ‘수용자 중심’으로 전환되는 시대적 배경에서 나타난 문학 연구 방법론들 중하나이며, 수용자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 변화의 영향으로 탄생되었다. 수용미학은 1960년대 말 독일의 문예학계에서 시작되었는데, 문학 작품의 가치를 독자의 입장에서 연구한다는 것이다.

작가의 창작물이 독자에게 전달되었을 때, 작자의 작품 의도와 독자가 받아들이는 것은 항상 일치한다고 할 수 없다. 다르게 보면 아무리 예술성이 뛰어난 문학 작품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독자의 경험 수준과 다르면 문학적 가치가 없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래서 작가는 독자를 의식하지 않고 작품을 탄생시키는 것이 어려울 수 있고 독자의 수용 반응에 따라 작가의 차기 작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학을 포함하는 예술 작품들은 작가와 독자의 광범위한 공동의 생산이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9]. 넓은 의미에서 보면, 수용미학의 개념은 텍스트와 저자로부터 텍스트와 독자에게로 관점을 전환시키는 수용 이론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10].

수용미학은 문학 작품을 읽는 것의 의미가 독자에게 일방적인 지식이나 사실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능동적인 참여 행위로써의 ‘수용’을 중요하게 다룬다. 주요 목표는 독자 스스로의 수용과정에서 발생하는 ‘심미적 경험’이다.

과거 문학의 형태는 일방적인 ‘메시지 발신’ 행위만을 중점에 두고 일반 독자들은 발신된 메시지를 획일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특징이 있었다. 하지만 현대는 문학을 포함하여 창작 예술 영역에 있어 수용자 혹은 독자의 위치의 중요도가 부각되었는데, 즉 작가의 ‘발신’과 독자의 ‘수용’이 거의 대등하게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여기서 ‘수용’이란 문학 작품을 읽고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행위를 가리키며, 수용미학이란 독자 즉 수용자 중심적인 문학 연구 이론을 말한다[11].

수용미학적 입장에서 독자의 역할은 작가가 제시한 작품 전반의 구조와 내용을 파악한다. 하지만 이때 독자는 작가의 작품 의도나 내용의 의미를 찾아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작품과 본인 경험을 상호 작용 시키며 공동의 유희를 모색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는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는 독자의 다양한 작품 해석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작품에 대한 독자의 다의적 해석의 가능성은 독자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맥락과 상황에 따라 달라진다.

예술 작품이 하나의 특정된 의미를 전달하는 ‘진리의 현현 양식’이 아니라, 독자의 작품 경험에서 그 내용 의미가 비로소 구체화된다고 본다는 것인데, 수용 미학에서 독자는 ‘경험을 전달하는 매체’이자 작가-작품-독자 간의 소통 과정을 담고 있는 ‘소통 담지자’로 정의된다[12].

2. 볼프강 이저의 수용미학

볼프강 이저(Wolfgang Iser)는 콘스탄츠 대학 교수취임 강연문 「텍스트의 호소 구조—문학적 산문의 영향 조건으로서 불명료성(Die Appellstruktur der Texte : Unbestimmtheit als Wirkungsbedingung literarischer Prosa), (1970)」에서 작품—독자 간의 관계를 규정하면서 구조적 추상체인 텍스트로부터 출발함으로써 수용미학을 구조주의의 발전된 형태로 소개한다[13]. 문학 텍스트의 구조와 의미를 서로 분리하고 텍스트에 불명료성의 개념을 부여함으로써 독자에게 호소한다[14]. 볼프강 이저의 수용이론은 문학 텍스트가 역사 속에서 변하는 것이라면 시대와 상황에 따라 텍스트가 독자에게 무엇을 해주느냐 하는 새로운 인식에서 출발한다[9]. 이저는 독자를 작가가 제시한 텍스트를 해석하는 데 능동적인 태도로 관여하는 일종의 공동 저자로 보았다는 것인데, 텍스트의 의미 생산에 있어서 독자의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참여는 작품 구성에 있어 필요조건이라 주장한다. 또한 그의 주장에 따르면 독자는 작품에 이미 암시되어 있는 부분을 독자 스스로의경험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구체화한다는 것이다. 즉 이저에게서 텍스트의 의미는 작가의 생산물에 불가하며 독서 과정을 통해 만난 독자와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하였다. 그의 이상적 독자는 참여적인 독서 태도를 가지며 텍스트를 창의적 구조로 관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하였다.

다르게 말하면, [그림 1]에서처럼 볼프강 이저는 작가의 창작물을 ‘텍스트(text)’로 제한하고, 독자의 상호 작용으로 인한 재생산의 결과물을 ‘작품(work)’이라 정의했다. 이저의 수용이론은 텍스트와 작품 두 단어를 분리하면서 시작하는데, 텍스트는 단적으로 작가가 언어를 매개로 세계를 허구화시킨 텍스트(text)라 하고, 독자의 상호 작용으로 만들어 낸 결과물을 작품(work)이라 규정한다. 즉 ‘작품이란 독자가 텍스트의 수용 활동을 통해 얻은 가치를 독자의 의식 속에서 재구성된 것’ 이라는 이저의 시각은 작품을 중심으로 그것을 창조하는 작가와 능동적인 태도로 감상하는 독자가 가지고 있는 가치관이나 경험에 따라 고정되지 않고 다양한 의미로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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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텍스트(text)와 작품(work)에 대한 상호 작용

차봉희(1992)는 “작가에 의해 창조된 텍스트는 작가의 산물에 불과한 것이지, 독자를 만나지 않으면 아직 작품이 될 수 없고 작품의 최종 생산자는 독자이며, 이것은 작가가 창작한 텍스트의 독자에 의한 구체화가 곧 작품이다.”라 하였다. 또한 독서란 단지 수동적으로 텍스트를 읽는 행위만이 아니라 텍스트 속에 포함되어 있는 모호하고 불명료한 틈들을 찾아 독자의 경험과 의미로 보충하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즉, 이저가 말하는 문학 작품은 작가가 탄생시킨 텍스트의 예술성과 독자의 심미적 경험(aesthetic experience)을 함께 공유한다는 것인데, 이것은 독자가 문학 텍스트를 읽고 자신의 지평에 맞게 해석하는 과정 속에서 좀 더 참여적이고 능동적인 수용 행위를 전제로 하여 텍스트를 구체화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저는 작가와 텍스트로 설정되어 있던 전통적인 독서의 축을 텍스트와 독자의 상호 작용을 핵심 축으로 전환시킴으로써 텍스트의 의미를 재생산할 수 있는 기회를 독자에게 제공하고 작품 해석에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요구하였다.

3. 볼프강 이저의 수용미학의 특징들

수용미학은 작가의 의도나 작품이 가지고 있는 배경보다 독자가 작품 안에 텍스트를 읽는 동안 독자의 상상력으로 만들어내는 다양한 해석의 결과물로 관심을 전이시켰다. 수용미학은 텍스트는 독자의 문학 경험, 미적 감수성, 교육 수준, 사회적 배경에 따라서 다의적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에 작품 해석의 창의성과 무한한 가치의 가능성을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수용미학에서는 작가와 텍스트 그리고 독자와의 상호 작용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논의된다. 작가가 내놓은 텍스트가 독자를 만나 작품이 되는 구체화 과정의 핵심적 조건들, 즉 이저의 수용미학의 네 가지 특징인 불명료성, 빈자리, 부정성, 레퍼토리의 개념은 다음과 같다.

(1) 불명료성

불명료성의 개념은 조형에 있어 형태적 혼돈과 무질서로 표현되는 20세기 포스트모던의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불명료성은 작가가 제시한 텍스트의 메시지가 확정적인 하나의 형태로 독자들에게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함축된 의미를 확정하는 것보다는 독자 스스로가 미확정의 틈을 찾아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을 찾는다는 점에서 탈구조주의나 해체주의와 같은 개념과도 매우 유사하다. 하나의 텍스트를 해체하는 것은 의미와 함축의 논리들이 갈등하는 것을 이끌어 내는 것이며, 이와 함께 그 텍스트의 메시지는 하나의 확정적인 의미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문제와 관계된다[15].

볼프강 이저는 텍스트에서 나타나는 불명료성의 특징은 독자 개인의 신념이나 경험, 그리고 주관적 삶의 가치관에 따라 텍스트와 독자 간의 상호 작용을 형성하며 반응하게 된다고 주장하였다.

독자의 개성은 그 자체로서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작품 속에 용해되었을 때 그 역할이 중요해진다고 하였고, 현대 소설에서 증가하는 불명료성에 의해서 독자는 언제나 상상 이상의 지적 활동을 추구할 수 있다고 했다 [16]. 텍스트가 작품이 되는 과정에서 불명료성은 독자의 자유로운 창의적 활동을 독려하며 올바른 구체화 행위를 유도하는 대표적인 특징이라 할 수 있다.

(2) 빈자리

볼프강 이저가 독자와 상호 작용의 조건들로 중요하게 다루는 또 다른 영역은 독자의 이미지 형성 과정이다. 독자는 텍스트를 읽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이미지를 계속 형성화시킨다. 텍스트가 주는 정보와 암시하는 내용들을 독자 스스로 상상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상호 조합하여 어떤 의미 형태나 관념으로 발전시킨다. 텍스트 기대와 독자의 경험이 서로 결합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이미지가 형성되는 것인데, 이것은 이미 존재하는 어떤 것에도 일치하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창의적 아이디어의 구체화라고 할 수 있다[9].

이저는 문학 텍스트는 지시적인 사실을 지적해 주는 것이 아니라 독자의 상상력을 안내해주는 어떤 구조화된 패턴이라고 주장하며, 독자의 개성을 바탕으로 창의적 견해에 따라 독자가 메워가야 할 많은 ‘틈’, ‘여백’ 혹은 ‘빈자리’로 가득 차 있다고 하였다[17]. 그는 텍스트와 독자의 불일치를 전제 조건으로 주장하면서, 텍스트가 제공하는 여러 관점들이 독자를 만나 상호 작용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내거나 구체화되는 또 다른 과정은 텍스트의 ‘빈자리’를 보충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이때 독자의 잠재적 반응은 새로운 의미를 탄생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빈자리는 공백으로 남아 있는 관계를 새롭게 설정함으로써 독자의 창의적 표상 행위를 위한 시작점을 형성하게 된다[18]. 빈자리는 텍스트와 텍스트 사이를 연결할 수 있도록 개방하여 독자의 유동성과 자율성을 강조한다. 이런 의미에서 텍스트의 빈자리는 독자와의 창의적 관계를 형성시키는 중심축의 역할을 한다고 할 수 있다[9].

(3) 부정성

볼프강 이저는 텍스트와 독자가 상호 작용 속에서 서로 맞닿을 수 있는 상황을 부정(negation)이라고 하였다. 빈자리는 텍스트의 여러 관점 사이를 연결하도록 개방하고 있어서 독자의 자율성을 제공해주는 반면, 부정은 독자가 친숙한 것을 취하하거나 수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9]. 여러 형태의 부정은 친숙하거나 확연한 요소들을 유도하여 결국 기본적인 작용을 못하도록 한다. 그러나 취하된 것은 그대로 견해로 남아 있어서 친숙하거나 확연한 것에 대한 독자의 태도에 변형을 가져오게 한다[9]. 이처럼 부정은 이제 ‘독자의 입장을 차별화’하기 시작하면서, 텍스트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독자로 하여금 상호 작용을 제재하면서도 활성화하는 작용을 동시에 가져온다.

부정성(negativity)으로 텍스트와 독자의 상호 작용은 텍스트의 구체화를 통한 표상들의 증대를 가져오며, 당시 서로 연결된 토대와 기초를 발전시키고 의사소통을 할 수 있게 해 주는 존재하지 않는 상태의 흔적을 정립하기도 한다[19]. 부정성을 규정하면 서술과 수용 사이를 매개하는 역할을 수행하는데, 변형된 견해들을 바탕으로 해서 언어적으로 더 이상 표명되지 않은 잠재적인 조건들을 독자의 의식 속에서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필연적인 구축 행위를 주도하는 것이다[19].

(4) 레퍼토리

독자가 특정한 텍스트를 읽을 때, 텍스트가 그 자체에 포함하고 있는 관습들(Repertoire)과 절차들 (Strategies)이 독자와 함께 ‘읽기’라는 상황을 형성하게 되고 독자의 참여, 즉 실현화(Realization)가 일어나게 된다[20]. 여기서 주목하는 것은 레퍼토리인데, 레퍼토리란 텍스트 내에서 친숙한 접촉 영역으로 구성되는 것으로서 텍스트가 생겨나는 사회/문화적인 맥락에 관련되며, 이는 프라하 구조주의자들이 ‘텍스트 외적’ 현실이라고 부른 것을 지칭한다[21]. 레퍼토리는 한 사회의 문학적 텍스트와 비문학적 체계(정치 종교 철학) 를 서로 결합시키는 문학적, 비문학적 관습, 규범, 가치 등의 체계를 말한다[22]. 이저는 레퍼토리는 사회 세계의 규범과 미적 규범 및 이전의 문학적 텍스트의 처리방식을 수용하며 ‘허구적 텍스트의 세계 연관’을 형성한다고 하였다[13]. 또한 이저는 텍스트 외적 환경으로부터 선택된 규범들과 문학적인 암시가 레퍼토리의 핵심적 요소를 이룬다고 하면서, 텍스트와 독자의 레퍼토리가 겹치는 정도에 따라 텍스트에 대한 독자의 참여가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고 주장하였다[13]. 레퍼토리로 인해 형성되는 구조는 독자가 텍스트를 읽는 과정에서 최적화되어야 하는데, 이 최적화는 독자의 지식수준과 경험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23]. 이것은 텍스트 해석을 할 때 독자의 레퍼토리가 얼마나 적용되었는가에 따라 독자의 참여가 다양하다는 것이고, 텍스트 레퍼토리는 선택된 자료를 말하며 이것으로 텍스트는 그 주위 세계의 사회적인 삶과 연계한다. 텍스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레퍼토리가 독자가 가지고 있는 개별 레퍼토리와 공통성이 작을수록 작품과 독자와의 상호 작용이 강해지는 조건이 된다.

Ⅳ. 볼프강 이저의 수용미학을 통한 해체적 그래픽디자인 해석

1. 해체적 그래픽디자인 해석 방법

본 장에서는 독자의 상호 작용을 중시하는 볼프강 이저의 수용미학을 본 연구의 중심 이론으로 상정하고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에서 나타나는 실험성에 대한 작품분석을 새롭게 시도하고자 한다.

디자인 해석 대상은 포스트모던 그래픽디자인 특징을 잘 분류하고 있는 필립 B. 메그(Philip B. Meggs), 황인화 역 (cid:48823)A History of Graphic Design 그래픽디자인의 역사, 2002(cid:48824)와 릭 포이너(Rick Poynor), 민수홍 역 (cid:48823)No More Rules: Graphic Design and Postmodernism 디자인의 모험: 포스트모더니즘과 새로운 그래픽디자인, 2003(cid:48824)의 문헌들을 근거로 하였다. 아울러 개방적이고 모호한 표현 기법들과 실험적 타이포그래피 성향이 두드러진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으로 한정하였다.

작품 해석 방법은 [그림 2]와 같이 볼프강 이저의 수용미학의 네 가지 특징들—불명료성, 빈자리, 부정성, 레퍼토리—의 개념을 도출하고 [표 1]의 분석 툴로 연계하여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에서 나타나는 시각 표현들을 분석하는 구조로 진행하였다. 마지막으로 수용미학을 통한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의 작품 분석 결과를 방사형 차트(Rader Chart)로 제작하여 작품 해석의 경향을 시각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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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수용미학의 특징들

표 1. 수용미학을 통한 작품 해석을 위한 분석 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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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해체적 그래픽디자인 해석

(1) 프렌치 프라이즈(French Fries), 1984

(cid:48823)프렌치 프라이즈(French Fries)(cid:48824)는 미국 출신의 북 아티스트 워렌 레러(Warren Lehrer)의 실험 서적으로 다양한 글자꼴의 구성과 에너지 넘치는 이미지 형상들로 콜라주 되어 있다. [그림 3]처럼 매우 동적이고 파격적인 타이포그래피는 레러의 개성 넘치는 해체적 그래픽 스타일을 잘 보여주고 있다. 뚜렷한 그리드와 정확한 텍스트성을 가진 일반 서적과 달리 자유로운 형식의 그리드와 텍스트 기능의 부정확성, 이미지 형태들의 불명료함의 표현 특징들을 강조시키며 자유롭게 전개되었다.

그림 3. 『프렌치 프라이즈(French Fries)』의펼침면 일부, 1984

CCTHCV_2021_v21n9_88_f0003.png 이미지1984년에 제작된 레러의 실험 서적은 80년대 미디어 환경의 변화와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양산된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의 다양한 조형적 실험들의 결과물이라 할 수 있다. 정확한 그리드 대신 상대적으로 난폭해 보이기까지 하는 무질서한 레이아웃은 텍스트와 이미지의 기능이 불명료한 것을 특징으로 삼는다. 이는 작가가 제시하는 메시지 전달이 확실했던 전통과 관례에 대한 도전으로서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좀 더 자유로운 그래픽 실험 방식으로 투명하지 않은 의미들을 발생시켰다.

『프렌치 프라이즈(French Fries)』는 전통적 스타일의 그래픽디자인에 대한 거부와 급격하게 발달한 테크놀로지 적용으로 발생된 실험적 시각 표현들로 불명료한 그래픽 메시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한다. 레러의 실험 서적에서 보이는 불명료성의 텍스트와 이미지는 독자들에게 작품 해석의 모호성을 주는 동시에 다의적 해석 가능성을 준다. 즉 디자이너가 의도한 텍스트의 메시지가 확정된 의미로서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모호한 의미를 가진 메시지 형태로 독자들에게 전달되는 것이다. 그래서 레러의 작품을 접하는 독자는 불명료한 이미지나 텍스트를 탐색하고 각자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독자스스로의 창조적 내러티브를 재생산 할 수 있다.

『프렌치 프라이즈(French Fries)』의 배경은 유명한 햄버거 레스토랑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시각화한 것인데, 이 과정에서 독자는 레퍼토리를 통해 소환된 배경들을 떠올리면서 새로운 의미를 구성할 수 있다. 레러가 제시한 텍스트와 이미지는 독자의 레퍼토리와 얼마나 겹치느냐에 따라 작품 해석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독자가 가지고 있는 기억들과 함께 작품 해석을 실시하게 되는데, 독자와의 비대칭 상호 작용으로서의 레퍼토리는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에 대한 이저의 수용미학적 논의에 또 하나의 해석 방법이 된다.

표 2. 『프렌치 프라이즈(French Fries)』의 수용미학적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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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방사형 차트(Rader Chart)로 본 『프렌치 프라이즈(French Fries)』의 수용미학적 해석

(2) 디트로이트 포커스 갤러리(Detroit Focus Gallery), 1988

에드워드 펠라(Edward Fella)는 자신의 그래픽 작품들을 공리적인 산문보다 더 교묘한 시로 묘사하고, 그리드 규칙성을 깨고 표현적인 손 글자를 자주 사용한다고 하면서 “산문은 상당히 빨리 읽을 수 있고 그 의미를 알 수 있다. 시는 읽는 데 조금 더 시간이 걸리지만, 결국 당신은 의미를 얻습니다.”라고 언급하며 자신의 실험적 그래픽디자인을 비유하며 설명했다[24].

펠라의 해체적 그래픽디자인 특징은 타이포그래피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통제하거나 조직화하지 않고 전통적인 기준선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여 자유로운 스타일의 작업을 보여준다. 그는 타이포그래피를 포함한 이미지들을 깨트리고 뒤틀고 그리고 겹치는 등의 실험적 시각 실험들로 끊임없는 해체성을 추구하였다. 직관적으로 표현하는 펠라의 그래픽 작업에서 보이는 불명료함은 분절된 텍스트와 회화적 이미지와의 결합으로 또 다른 해체적 그래픽의 표현 방식이 되었고 당대 그래픽디자이너들에게 뚜렷한 영향을 끼쳤다.

[그림 5]는 펠라가 작업한 (cid:48823)디트로이트 포커스 갤러리(Detroit Focus Gallery)(cid:48824) 전시 홍보 포스터다. 지면에서 보이는 그의 자유로운 직관적 시각 표현은 불완전해 보이기도 하지만 디자이너의 독보적인 그래픽 특징을 가진다. 당시 펠라는 반미학적 접근으로 새로운 미학을 창조했다. 그는 포스터 지면을 구성하는 일관성없는 그리드와 명료함을 찾을 수 없는 타이포그래피 연출로 펠라 풍을 만들어 냈다. 이런 시각 메시지 전달의 불명료함은 작품을 감상하는 독자들에게 해체를 통한 의미 재구성의 경험을 독려할 수 있다. 펠라의 (cid:48823) 디트로이트 포커스 갤러리(Detroit Focus Gallery)(cid:48824)는 기존의 규칙과 형식을 무시한 실험적 태도를 기본으로 하는 직관성을 통해 표현된 작업으로 수용미학의 불명료성으로 해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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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디트로이트 포커스 갤러리(Detroit Focus Gallery)』 전시 포스터, 1987

아울러 『디트로이트 포커스 갤러리(Detroit Focus Gallery)』의 또 다른 해석은 여백이다.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에서 여백은 이저가 주장하는 빈자리에 해당하는데, 물리적으로 보이는 여백의 의미는 텍스트나 이미지가 없는 비어 있는 공간을 말하지만 본 연구에서 언급하는 여백은 비어 있는 공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여백은 텅 빈 공간이 아니라 타이포그래피가 쓰인 공간을 보완하고 힘을 발생시키며 독자의 창의적인 상상력을 독려하며 다양한 의미 해석이 가능한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한다. 펠라가 보여주는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에서 여백의 기능은 ‘일방적인 메시지 전달’에서 벗어남으로써, 새로운 열린 구조의 재구성을 탐구하는 과정으로 이를 통한 독자와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은 이저의 수용미학 특징인 빈자리 개념으로 해석이 가능해진다.

표 3. 『디트로이트 포커스 갤러리(Detroit Focus Gallery)』의 수용미학적 해석CCTHCV_2021_v21n9_88_t0003.png 이미지CCTHCV_2021_v21n9_88_f0006.png 이미지

그림 6. 방사형 차트(Rader Chart)로 본 『디트로이트포커스 갤러리(Detroit Focus Gallery)』 의 수용미학적 해석

(3) 디자인 쿼털리(Design Quarterly), 1993

스코트 마켈라(P. Scott Makela)가 1993년에 작업한 『디자인 쿼털리(Design Quarterly)』는 당시 여러 직업군들 — 스파이, 신부(priest), 미디어 작가, 모터사이클 정비공 등 — 이 새로운 디지털 시대로 변화하는 과정을 해체적 그래픽 스타일로 풀어낸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주로 사용된 시각 이미지들은 주인공들의 일상에 대한 묘사와 극적인 사건들을 재해석했는데, 예를 들어 신부의 모습은 보면 전화를 받으며 성경을 읽고, 동시에 뉴스를 보고 한 쪽 귀로는 고해성사를 듣고 있는 각양각색의 모습을 동시에 묘사하는데, 이는 신부가 경험하고 있는 정보 과잉 환경을 시각화시킨 것이다.

『디자인 쿼털리(Design Quarterly)』에서 나타난 과잉 정보 현상을 경험하고 있는 신부(priest)의 시각표현은 이저가 주장하는 수용미학의 특징 중 부정성에 해당한다. 독자가 가지고 있는 신부의 전통적인 이미지는 성경을 읽고 고해성사를 듣는 것 등의 종교적인 행위겠지만, 마켈라는 그 모습을 취하하거나 수정하도록 요구하고 있다[9]. 독자는 종교적인 행위와 더불어 전화를 받고 동시에 뉴스까지 보고 있는 신부의 모습을 보면서 모호성을 경험하게 된다. 부정성은 텍스트와 독자의 상호 작용을 통해 드러나게 되는데, 변형된 견해들을 바탕으로 해서 언어적으로 더 이상 표명되지 않은 잠재적인 조건들을 독자의 의식 속에서 활성화시키기 위해서 필연적인 구축 행위를 주도하는 것이다[19].

마켈라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시각 메시지를 일률적으로 배열하는 것을 지양하고 판형 전체에 자유롭게 뿌려놓았다. 정보의 기능을 하는 텍스트들과 자유로운 이미지들은 디자인의 정연하고 정중한 방법론과 전통 관례에 대한 끊임없이 맹공을 퍼붓게 하는 일련의 시각적 도구로서 기능할 뿐이다[25]. 필립 B. 멕스 (Philip B. Meggs)는 그래픽디자인에서 해체는 ‘따로 떨어져 있던 모든 것들의 통합, 또는 그래픽디자인을 한데 묶어두는 기본 명령의 파괴’라고 주장했다[26]. 모더니스트들이 강조하는 그래픽디자인에서 질서는 형태에 명확함을 부여하고, 메시지 의도를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게 한다[27]. 하지만 [그림 7]에서 정보를 알리는 텍스트와 화면을 구성하는 이미지의 기능은 명료하지 않다. 포스터의 지면 구성을 질서 정연한 그리드 방식으로 배열하거나 레이아웃 하지 않고 상하좌우의 마진(margin)까지 이미지와 타이포그래피를 극적으로 활용하여 시각적 삭제에 과감했다.

CCTHCV_2021_v21n9_88_f0007.png 이미지그림 7. 『디자인 쿼털리(Design Quarterly)』, 통권 158호 포스터 디자인, 1993

이처럼 『디자인 쿼털리(Design Quarterly)』 포스터에서 나타나는 텍스트는 어떠한 그리드 형식에 제한받지 않고 해체적인 방식으로 지면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선형적인 메시지 전달 방식으로 시선을 이끄는 편집 스타일 대신 독자의 다양한 의미 해석이 가능한 실험적 그래픽 스타일로 확장시켰다. 마켈라의 시각 표현들은 독자가 가지고 있는 고유의 경험이나 주관적 가치관에 따라 작품과 독자 사이에 개성적 상호 작용이 형성된다. 또한 특정한 순간에 하나의 텍스트를 ‘구체화’ 하는 것은 독자의 상상력의 작용을 필요로 한다[9]. 작품을 접하는 독자는 자신만의 레퍼토리를 가지고 능동적이고 창의적인 상호 작용을 통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작품해석을 하게 된다.

표 4. 『디자인 쿼털리(Design Quarterly)』의 수용미학적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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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방사형 차트(Rader Chart)로 본 『디자인 쿼털리(Design Quarterly) 』의 수용미학적 해석

(4) 루 리드(Lou Reed), 1996

현대 그래픽디자인은 더 이상 어떤 텍스트나 이미지가 단순한 기록이나 정보 전달, 혹은 읽히기 위한 목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해체적 성향의 타이포그래피를 포함한 실험적 그래픽디자인은 80년대 이후 수많은 그래픽 디자이너들의 다양한 작업을 통해 독자들과 소통을 시도하며 진화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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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9. 『루 리드(Lou Reed)』 홍보 포스터, 1996

스테판 사그마이스터(Stefan Sagmeister)가 작업한 얼굴 전면에 꽉 채운 타이포그래피 작업 『루 리드(Lou Reed)』는 1960년대 전설적인 록그룹 리드 싱어 루 리드(Lou Reed)를 상징한다. 스테판은 본인 얼굴에 매우 무질서한 모습의 타이포그래피를 형상화했는데, 루 리드가 추구한 음악적 취향을 상징한 것이고, 스테판의 은유적이고 함축적인 자기 표현적 작업 스타일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루 리드(Lou Reed)』의 홍보 포스터의 주된 시각 표현은 스테판의 얼굴 위에 써 내려간 캘리그래피 (calligraphy)다. 지면 위에 보이는 타이포그래피들은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구조도 아니고 구체적인 메시지 전달도 없다. 크고 작은 글자들은 기존의 디자인 규칙을 무시한 듯이 지면 이곳저곳에 꽉 채워지며 혼란함을 보여주고 있다. 단지 루 리드(Lou Reed)의 음악적 취향을 독자 스스로 추측이 가능할 뿐이다.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에서 나타나는 이미지나 텍스트들은 특정한 의미의 결정성을 가지고 있지 않아도 허용이 된다. 불명료한 텍스트나 모호한 이미지가 포함되어있는 작품들은 능동적인 독자들을 요구한다. 작품 이미지를 그대로 읽든, 이해하든, 상상하든, 즉 작품과의 투명한 소통과 불투명한 소통의 선택은 완전한 현대 독자들의 몫이 되었다.

작품을 감상하는 데 있어 독자와의 상호작용은 독자의 능동적/ 참여적 태도로 끊임없이 생산되고, 현대 그래픽디자인을 다의적으로 해석 혹은 평가할 수 있는 중요한 과정이다. 또한 독자는 이를 실생활에서나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에서 의미 있게 활용하고, 나아가 주체적이고 창의적으로 재해석 또는 재생산해내는 종합적인 능력을 가지게 된다[28]. 이런 의미에서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에서 나타나는 의미 결정의 함축성은 그 생산 과정과 독자들의 수용 과정은 이저의 수용 논의에 있는 부정성과 일치하며, 부정성을 통해 텍스트와 독자의 관계는 항상 새로운 의미를 구축하려는 상호 작용이 발생한다. 『루 리드(Lou Reed)』에서 표현되는 함축성은 단순한 사실적 내용을 타이포그래피로 재현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으며, 추상적 조형요소를 활용해 구체적인 내용에 생기를 넣어줌으로써 독자에게 다양한 해석 가능성의 스펙트럼을 준다.

표 5. 『루 리드(Lou Reed)』의 수용미학적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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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0. 방사형 차트(Rader Chart)로 본 『루 리드(Lou Reed)』의 수용미학적 해석

(5) 나뭇잎의 집(The House of Leaves), 2000

뉴욕 출신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마크 Z. 다니엘 레프 스키(Mark Z. Danielewski)의 『나뭇잎의 집(The House of Leaves)』은 전통의 프레임을 넘어선 실험시각 소설이다. 일반 서적과는 다른 스타일의 자유분방한 실험성이 가미된 그의 디자인이 출판 시장에서 이슈가 된 이유는 동시대적인 해체적 그래픽디자인 문화가 구현하는 시각 표현법들이 현대 독자들의 취향에 이미 충분히 긍정적으로 반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뭇잎의 집(The House of Leaves)』은 전체 709 페이지로 구성되었는데, 타이포그래피 형상화 작업은 쉬지 않고 나타난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디자이너가 전달하려는 뚜렷한 의지를 담은 페이지도 있고 독자가 아무리 애를 써도 이해할 수 없는 페이지도 등장한다. 본문 중앙에 검정 박스가 나타나거나 흰 박스로 본문을 가린 채 과감한 여백으로 처리해 버리기도 한다. 또는 흐리멍덩한 상태의 모호한 페이지도 있다. 책을 이리저리 돌려 봐야 알 수 있도록 편집된 뒤엉킨 타이포그래피들은 독자가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며 해독해야 할 것이다. 몇 번을 다시 읽어보고 살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그림 11]에서 보는 것처럼 그리드가 없는 것이 특징인 『나뭇잎의 집(The House of Leaves)』은 독자의 가독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분명 독자의 주의를 끌고 참신한 느낌을 주기까지 한다. 기존 전통 그리드 체계의 형식인 고정된 것을 거부하는 그의 스타일은 틀에 얽매이지 않고 불명료한 메시지 전달을 추구하는 그래픽 표현법들로 모호성을 탄생시킨다. 하지만 이러한 시각 요소들은 독자 시선을 더욱 집중시키고 상상력을 자극하게 만든다. 그리드에 통제되지 않은 그의 책은 모든 구성 요소들은 무언가에 계속 연결된 상태로 있고, 심지어 각주에는 각주의 각주가 있기도 하다. 글의 마지막 부분은 글들이 산산이 분산되어 지면의 허공을 가로지르는 단어들로 표현되었다.

CCTHCV_2021_v21n9_88_f0011.png 이미지그림 11. 『나뭇잎의 집(The House of Leaves)』, 2000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에서 규칙성이 없는 타이포그래피 표현과 낯선 여백의 기능은 선형적 메시지 전달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동시에 독자 스스로의 새로운 열린 구조의 재구성을 탐구하는 과정으로 거듭나게 한다. 이를 통한 작품과 독자의 역동적인 상호 작용은 이 저의 수용미학 특징인 불명료성과 빈자리로서 동시 해석이 가능해진다.

표 6. 『나뭇잎의 집(The House of Leaves)』의 수용미학적 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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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2. 방사형 차트(Rader Chart)로 본 『나뭇잎의 집(The House of Leaves)』의 수용미학적 해석

Ⅴ. 결론 및 논의

1980년대를 지나면서 포스트모던의 영향을 받은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의 표현 양상들은 불명확한 메시지전달로 작품을 감상하는 독자와의 상호 작용을 요구했다. 이러한 현상을 바탕으로 연구자는 해체적 그래픽디자인 해석에서 독자 역할이 강조된 상황을 주목해 독자 중심 문학 연구 이론인 수용미학을 상정시키고 분석 틀로 연계하여 해체적 그래픽디자인 작품 분석 방법론을 제시하고자 하였다. 볼프강 이저의 수용미학을 통한 해체적 그래픽디자인 해석의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표 7].

표 7. 수용미학을 통한 해체적 그래픽디자인 작품 해석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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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은 질서와 조화를 중시하고 전통적 규칙을 지키는 것에 대한 도전으로써 그 결과가 불명료성으로 나타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모던 그래픽디자인의 규칙에 대한 거부와 새로운 테크놀로지로 인한 실험적 표현 방법들, 그리고 디자이너의 사고체계에 대한 직관적 자율성에 대한 작품에서 나타난 모호한 시각 표현들은 ‘투명하지 않은 의미들’을 탄생시키며, 이저가 주장한 ‘불명료성’과 그 맥을 같이 한다. 이저에 따르면 불명료성은 작가가 전달하는 텍스트를 확정적인 하나의 메시지로 인식하지 않고 독자 자신의 창조적인 활동으로 상호 작용한다.

두 번째,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에서 발생하는 여백은이저의 수용미학의 ‘빈자리’로 해석된다. 여백의 탄생은 지면 자체를 개성에 맞게 활용하고 규칙적인 그리드를 지양하는 탈그리드 형식에서 시작되었고, 파격적인 공간성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라 할 수 있다. 여백을 ‘채움과 비움으로 교환’하며 지면을 시원하게 바꾸는 레이아웃은 독자로 하여금 시선을 더욱 집중시키는 효과를 가져오며 독자 상상력을 자극할 수 있다. 이것은 문학 텍스트에서 여백 혹은 공백으로 남아 있는 구조를 설정함으로써 독자의 여러 관점들을 상호 작용으로 채울 수 있게 하며 독자의 창의적인 의미 해석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기능을 하는 이저의 ‘빈자리’의 특징과 연관 지어 해석할 수 있었다.

세 번째,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에서 특정한 이미지나 텍스트로 단정할 수 없는 다양한 시각 표현들은 모호성을 초래하게 되는데, 이것은 독자와의 상호 작용을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에서 나타나는 외적 표현 양상들과 내포하는 의미의 관계가 일치하지 않음으로써 부정성이 드러나는 이때 독자에게 해석의 모호성이 나타난다. 아울러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에서 보이는 함축적 이미지는 독자의 ‘교착과 판단의 유보’의상황에서 상호 작용을 일으키는데, 이는 볼프강 이 저의 수용미학에서 ‘부정성’으로 규정되는 근거가 된다. 독자가 가지고 있던 고정적 사고를 부정하게 유도함으로써 오히려 독자에게 해석의 자유를 주며 상호 작용한다.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에서 모호성이 나타나는 마지막 특징은, 작품이 가지고 있는 사회 문화적 관습에 대한 표현이다. 독자는 해체적 성향의 그래픽디자인 작품에서 얻는 시각 정보와 독자가 가지고 있는 ‘지워지지 않은 흔적들’ 즉 ‘레퍼토리’를 통해 상호 작용을 시도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수용미학에서 레퍼토리란 독자가 가지고 있는 사회 문화적 관습들과 기억이 작용하여 작품 해석이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하는데, 독자와의 비대칭 소통의 태도로서 레퍼토리는 해체적 그래픽디자인 모호성에 대한 이저의 수용미학적 논의에 또 하나의 방법으로 연계되어 해석되었다.

현대 그래픽디자인에서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의 실험성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현재까지도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따라서 해체적 그래픽디자인 작품에서 보이는 실험성을 연구하는 데 새로운 이해와 방법론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런 사안을 염두에 두고 해체적 그래픽디자인 해석의 한계성을 극복하는 방법론으로써 수용미학을 적용하여 작품 해석을 시도할 수 있음을 새롭게 발견한 것이 본 연구가 가지는 중요한 의의라 할 수 있다. 본 연구를 기초로 현대 그래픽디자인 영역 중 인쇄 미디어 영역만이 아닌 다양한 매체 전반에서의 작품해석 방안에 있어 독자와의 상호 콘텐츠를 연구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해체적 그래픽디자인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실험성의 표현들을 수용미학적 관점으로 해석을 시도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볼프강 이저의 네 가지 특징이 가지고 있는 정도의 차이를 객관성을 확보하여 측정하고 비교하기에는 한계점이 있었다. 결국 객관적인 작품 해석을 위해 이저의 이론을 활용한 분석 틀을 적용했으나 중심 키워드 선정에 있어서 연구자의 주관적 요소의 개입을 완벽히 차단하지는 못한 상황이 본 연구의 아쉬움으로 남는다.

이에 추후 연구에서는 수용미학을 통한 그래픽디자인 해석을 위해 전문가 그룹을 구성하여 설문조사를 통한 정량화된 분석 틀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작품 해석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분석 틀을 활용한 설문 조사가 함께 실시되는 심층 분석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

* 본 연구는 2019년 김지원의 박사학위 논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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