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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n the Trend and the Cultural Phenomenon of Mukbang

먹방의 유행과 문화현상 연구

  • 조은하 (강원대학교 영상문화학과 교수)
  • Received : 2020.06.17
  • Accepted : 2020.07.21
  • Published : 2020.09.28

Abstract

Mukbang, which appeared through the new media platform in the early 2000s, reflected the life of the young generation who had to eat alone in the face of deteriorating socio-economic conditions. Many young people were able to watch Mukbang together, and gain comfort by establishing a virtual community of everyday life with those who suffered similar difficulties. Since then, Mukbang has evolved into various forms, reflecting the society and also accommodating the needs of viewers, and now it has become a global phenomenon, not just in Korea. Early research focuses on the phenomenon as a bizarre side that appears in the early stages rather than the growth and change of Mukbang, and deals with it in a limited way. This article critically examines these limitations, and examines how the growth and development of Mukbang interacted with the social change process, and how the uniqueness of Mukbang could emerge in the characteristics of the new media. Through this, we will be able to look at the context of the growth of Mukbang as a global phenomenon and the impact on the legacy media.

2000년대 초반 뉴미디어 플랫폼을 통해 등장한 '먹방'은, 사회경제적 조건의 악화 속에서 혼자 식사를 해야 하는 청년 세대의 삶을 반영하였다. 많은 젊은이들이 먹방을 함께 시청하며, 비슷하게 어려운 처지를 겪는 이들과 가상적 일상 생활의 공동체를 구축하며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이후 먹방은 사회를 반영하며, 또한 시청자의 요구를 수용하며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여, 현재는 한국에서만이 아니라 글로벌 현상이 되었다. 기존 연구는 이런 먹방의 성장과 변화보다는 초반에 나타나는 화제거리로서의 현상에만 주목하여 먹방을 제한적으로 다루고 있다. 본 논문은 이런 한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하며, 먹방의 성장과 발전이 사회적 변화 과정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며 전개되었는가, 그리고 이런 먹방의 고유성이 어떻게 뉴 미디어의 특성 속에서 등장할 수 있었는 가를 살펴보고자 한다. 이를 통해 먹방이 세계적 현상으로 성장한 맥락과 기존 미디어에 미친 영향 등을 두루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Keywords

I. 서론

‘먹방’은 ‘먹는 방송’의 약자로, 2000년대 초반 양방향 뉴미디어 플랫폼과 함께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마이너 콘텐츠 중 하나이다. 콘텐츠 생산자는 특별한 내용이나 장치 없이 일상의 식사 장면을 제공하고, 소비자는 이를 시청하면서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한다. 먹방은 2005년 서비스를 시작한 나우콤의 ‘W플레이어’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2006년 W플레이어가 아프리카TV로 이름을 바꾸고 BJ(Broadcasting Jockey) 중심의 개인 방송 시스템을 체계화하면서 메인 콘텐츠의 하나로 자리 잡는다. 시청자와의 활발한 양방향 소통을 위해 개발된 다른 개인방송 콘텐츠에 비해, 먹방 콘텐츠는 타인의 식사행위를 시청하는 일방향성에도 불구하고 안정적인 시청자를 확보하면서 개인방송의 필수 콘텐츠로 각광받게 된다. 급기야 먹방 전문 BJ까지 등장하면서 콘텐츠로서 입지를 굳히게 된다.

이후 아프리카TV 출신 먹방 전문 BJ들은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라이브, 페이스북 라이브 등 글로벌 콘텐츠 서비스가 가능한 다국적 플랫폼에 크리에이터(Creator)로서 진출하여 기존 아프리카TV 콘텐츠를 업로드하거나 새로운 플랫폼에 맞춰 라이브를 진행함으로써, 그동안 국내 특정 서비스 가입자에 의해 소비되던 하위장르로서의 먹방 콘텐츠는 글로벌 소비층을 가진 뉴미디어 콘텐츠로 성장한다. 일부 해외 연구자들은 한국의 먹방 콘텐츠를 대중 앞에 먹는 모습을 공유한다는 의미로 ‘social eating’이라 번역하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 콘텐츠의 발상지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한국식 발음기호에 따라 ‘Mukbang/ Meokbang’으로 표기한다. 

이처럼 타인에게 식사 장면을 제공하고, 타인의 식사 장면을 시청하는 단순하지만 독특한 방식의 먹방 콘텐츠가 국제적으로 소비되면서, 해외 크리에이터들도 자신의 고유한 음식문화를 소개하는 차별화된 먹방을 생산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해외 먹방 콘텐츠는, 콘텐츠의 원형에 대한 니즈로 인해, 음식 선정이나 촬영 방식 등 국내 먹방 콘텐츠들을 롤모델로 삼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먹방에서 선호하는 라면, 짜장면, 치킨, 떡볶이 등이 해외 먹방에도 메인 메뉴로서 자주 등장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제대로 된 한국 요리를 선보이기 위해 한국 식기를 별매하여 방송에 사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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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Spicy Noodle Challenge 영상

특히 2012년 삼양에서 출시된 ‘불닭볶음면’은 먹방 콘텐츠의 단골 메뉴로 선정되면서 한국인이 좋아하는 매운 음식의 대명사로서 세계적으로 유행하게 된다. 이에 트렌드에 민감한 해외 크리에이터들도 최신 인기 메뉴로 자신의 먹방 콘텐츠에서 소개하면서 해당 아이템을 일종의 밈(Internet Meme)으로 활용, 경쟁적으로 불닭볶음면에 도전하는 ‘Spicy Noodle Challenge’ 영상이 공유된다.

이처럼 먹방은 ‘먹는 장면의 제공’이라는 공통적 키워드를 토대로 국내외 개인방송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성장했으며, 최근에는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차별적 다양화가 시도되고 있다. 먼저 먹방의 다양화 추세를 내용 면에서 살펴보면, ‘누가,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라는 콘텐츠적 차별화 전략을 통해 다양한 형태로 분화한다. 콘텐츠 등장 초기에는 먹는 ‘양’과 먹는 ‘속도’에 초점이 맞춰지는 대식(大食)이나 속식(速食)형 먹방이 주를 이루었다면, 이후에는 ‘무엇을 먹는가’에 초점을 두고 메인과 디저트까지 다양한 메뉴를 나열하는 뷔페형 먹방, 새로 출시된 상품을 먼저 먹어보고 리뷰하는 시식(試食)형 먹방, ‘누가 먹는가’에 초점을 두고 특정 세대가 즐기는 메뉴를 해당 메뉴에 낯선 세대에 소개하면서 반응을 살펴보는 세대형 먹방, 외국인에게 한국음식을 소개하면서 반응을 살펴보는 대외(對外)형 먹방, ‘어떻게 먹는가’에 초점을 두고 조리과정을 보여주는 조리형 먹방, 다양한 식문화와 식사법을 설명하는 정보형 먹방도 등장했다. 

다음으로 먹방의 다양화 추세를 형식면에서 살펴보면, 특정 음식을 직접 조리하는 과정을 담는 기존 ‘쿠킹쇼(cooking show)’와 먹방을 결합시켜 메뉴의 조리과정과 완성된 음식의 식사 장면을 동시에 콘텐츠로 제공하는 ‘쿡방(Cook+bang)’, 개인적 일상을 영상으로 기록하여 제공하는 기존 ‘비디오 블로그(video blog, 이하 브이로그)’와 식사 장면만을 특화시킨 먹방을 결합시켜 식사를 일상의 이벤트로 활용하는 ‘먹방 브이로그’, 식사라기보다는 다양한 주류와 간단한 안주를 소개하고 시음하면서 소통하는 ‘술방’ 등이 해당된다. 

이렇게 먹방이 하나의 안정적인 콘텐츠 형식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먹방과 먹방 문화를 이해하기 위한 연구가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된다. 먹방의 메인 콘텐츠가 되는 음식 관련 마케팅 연구를 보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이하 SNS)에서 영향력를 지닌 인플루언서(Influencer)의 먹방 콘텐츠가 해당음식의 마케팅에 미치는 영향[1]과 마케팅 효과 분석[2]연구가 있다. 먹방의 시청자 관련 연구를 보면, 미적 기준에 대한 사회적 금기를 깨고 폭식하는 먹방 전문 BJ를 통한 여성 시청자의 대리만족[3][4]을 다룬 연구가 있으며, 정신병리학의 관점에서 음식과 관련한 병리적 상황이 먹방 시청[5]이나 먹방 중독[6][7]을 유도한다는 연구도 있다. 

먹방 자체에 초점을 맞춘 국내외 연구 성과를 살펴보면, 먹방의 시청 동기와 시청 만족도에 대한 일련의 실증 연구들이 있다. 먹방을 욕구 충족 영상콘텐츠의 일환으로 정의한 국내 연구[8]와 한국과 중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시청 행복감과 비만 인식을 조사한 국외 연구[9] 등을 통해 동일한 콘텐츠를 다른 문화적 지평 위에서 수용할 때 발생하는 차이를 비교할 수 있다. 이밖에 설문방식의 시청 동기와 시청 만족도 조사가 아닌, 먹방 콘텐츠의 소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채팅에 주목한 커뮤니케이션 분석을 통해 관심사와 공유 정서를 분석한 연구[10]도 있다. 

한편, 콘텐츠로서 먹방의 사회적 의미를 해석하는 인문사회학적 연구 성과를 살펴보면, 일반적으로 먹방의 정의와 등장 배경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으며, 공통적으로 신자유주의 환경 하에서 정신적 정서적 허기를 중요한 원인으로 언급한다. 세부적으로는 먹방의 등장을 일종의 병리현상[11]이나 정치적 존재로서의 결핍을 동물적 존재로서 간접 체험하는 허구적 행위[12]로 정의하기도 하고, 생명 자체가 데이터로 전환되고 네트워크화되는 생명자본주의(Biocapitalism) 하에서 발생하는 동물화 현상[13]으로 설명하면서 먹방 콘텐츠를 자본주의의 현 단계에서 발생하는 허구적 혹은 기만적 주체화 양상의 맥락에서 진단한다. 이에 비해 먹방을 주체의 대응으로 보는 입장도 있다. 즉 먹방이 제공하는 전복적 가치[14]에 의미를 부여하고, 먹방의 발생 원인으로 ‘허기사회’를 조장하는 사회적 조건[15]에 주목하면서, 먹방 콘텐츠가 이러한 허기를 해소시키는 감정적 유대의 통로[16]로 작동한다고 보는 입장이 그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일련의 연구들은 먹방을 하나의 트렌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몇 가지 측면에서 먹방을 콘텐츠로서 이해하는 인문학적 한계를 보여준다. 첫째, 앞서 살펴본 일련의 연구에는 먹방을 해당 BJ의 전문 장르로서 본격적 콘텐츠로 볼 것인가, 아니면 다양한 방송용 콘텐츠의 일부로 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전제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2010년 데뷔한 걸스데이의 서브보컬 ‘혜리’가 운영하는 유튜브 <혜리>[17]나 스타 인터넷 방송 Vlive <Hyeri>[18]는 취미와 뷰티, 음식 등 일상을 기록하는 브이로그를 표방하고 있으며, 여기에 먹방이 일상의 이벤트로 활용된다. 즉, 유명인의 다양한 브이로그 콘텐츠의 일부로서 먹방이 제공되는 셈이다. 이에 비해 개인방송 영역에서는 먹방 전문 BJ나 크리에이터들이 먹방을 위한 전용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 경우 먹방은 단순한 방송용 소재가 아닌, 독립적 장르가 된다. 따라서 먹방을 콘텐츠로 볼 것인가, 장르로 볼 것인가의 문제는 시청 동기와 시청 만족도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만큼, 연구를 위한 매우 중요한 전제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최근 몇 년 사이 기존 미디어들이 앞다투어 제작 및 편성하는 다양한 음식 관련 프로그램과 먹방의 영향관계를 입증하지 않고 포괄하여 진술하고 있다. 먹방 이전의 음식 프로그램은 식재료나 산지에 대한 소개와 조리법 위주의 교양정보 프로그램이었던 반면, 먹방 이후에는 오디션을 통한 경쟁 요소, 관찰을 통한 리얼리티 요소, 음식을 주제로 한 토크쇼 요소 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형태의 음식 관련 프로그램들이 대거 등장한다. 이러한 트렌드는 뉴 미디어 플랫폼의 확산과 함께 비주류로 등장한 먹방의 콘텐츠적 가치를 포착한 기존 미디어 제작사의 전략적 기획의 소산이라고 볼 수있다. 즉, 플랫폼의 형식이 콘텐츠 장르의 성격을 선규정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연구들은 뉴 미디어와 기존 미디어의 구별 없이 음식 관련 프로그램을 먹방이라 통칭함으로써 플랫폼과 콘텐츠에 대한 비교분석에 한계를 보여준다.

셋째, 먹방을 하나의 텍스트로 분석하는 본격적인 연구들조차 먹는 ‘양’으로서 먹방을 정의내린다. 많은 양을 먹는 초기의 대식형 먹방에만 초점을 두고 먹방을 분석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비정상적 식이성이나 허기사회와 같은 인문학적 용어로 먹방의 콘텍스트를 제한한다. 그런데 먹방은 전문채널의 성장과 함께 내용면에서는 시식형, 뷔페형, 대외형, 세대형, 조리형, 정보형 등으로, 형식면에서는 쿡방, 먹방 브이로그, 술방 등으로 다양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렇게 유기적으로 콘텐츠적 분기와 장르적 진화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먹방에 대한 연구자들의 제한된 시각은 분석 대상에 대한 자의적 독해와 공소한 담론으로 귀결될 우려가 있다.

앞에서 살펴본 인문학적 연구의 한계들을 극복하고 먹방을 뉴 미디어 플랫폼에서 구축되고 성장한 장르로서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해 본 논문은 기존 연구에서 다루어진 대식 행위 이상의 의미, 대중문화와 미디어 플랫폼의 변화, 사회와 콘텐츠의 상호작용에 대해 규명하고자 한다. 우선 먹방 콘텐츠 자체에 천착한 텍스트 분석이 필요하다. 즉, 콘텐츠 장르로서 먹방의 진화 및 분화 과정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이 전제되어야만 한다. 이러한 전제조건이 충족된 다음에 비로소 먹방이 대식이나 폭식이라는 기예성 키워드 이상의 경험을 시청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는 소통과정의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전제와 구체적 증명이 없는 먹방 관련 연구는 ‘신자유주의의 주체화’나 ‘허기 사회’처럼 연구자의 자의적 담론을 위한 추상적 도구가 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먹방을 주로 소비하는 청년세대의 생활환경과 여기서 비롯되는 생활 경험의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이후 전 세계적인 자본주의 경제의 고용악화로 신규 일자리조차 비정규직이나 임시직으로 전환되면서 노동시장 진입지체와 격차문제 등이 전방위적으로 청년세대를 압박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 주목한 기존 연구 중 일부는 신자유주의와 먹방의 상관성을 직관적으로 분석하여 속단하기도 한다. 즉, 신자유주의와 먹방의 상관성을 입증하려면 신자유주의의 지배적 영향권에 있는 다른 나라에 비해 유독 한국에서 먹방이 등장하고 확산된 이유와 다른 나라들이 상대적으로 한국의 먹방을 예외로 분석하는 이유에 대해 해명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초기 먹방과 이후 먹방의 콘텐츠 변화과정에 대해서도 신자유주의 맥락에서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일련의 분석과정을 통해서만 신자유주의와 먹방의 상관성, 먹방과 사회의 상호작용이 포착될 수 있다.

끝으로 뉴 미디어와 기존 미디어의 차이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먹방의 유행과 대중화 현상을 통해 대중문화에 대한 새로운 진단과 재규정이 가능하다. 대중문화는 특정한 정성적 조건을 가진 무대로서의 사회, 전제된 사회를 반영하기 위해 일정한 미적 기준 위에 재현하는 생산자, 그리고 제공된 콘텐츠를 기호에 따라 소비하는 소비자 간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존재한다. 그런데 먹방을 중심으로 형성된 대중문화는 무대로서의 사회와 콘텐츠를 소비하는 소비자의 기호는 존재하지만, 생산자의 역할 측면에서 기존 대중문화 생산자와 크게 변별된다. 즉, 콘텐츠의 생산자는 있으나 콘텐츠 내에서 생산자의 내러티브는 현저히 감소되면서 사회의 반영을 위한 재현이 아닌, 당대의 소비문화를 수용하는 대중의 일상이 재현된다. 이러한 현상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뉴 미디어의 특징인 동시에 뉴 미디어 콘텐츠 장르의 특징이다. 그런 의미에서 먹방은 기존 대중문화와는 다른 새로운 문화현상의 등장을 예고한다.

Ⅱ. 먹방의 고유성과 분화

먹방은 식사(食事)를 메인으로 하는 방송 콘텐츠의 한 장르이다. 그런데 먹거리나 이를 먹는 행위만으로 먹방의 콘텐츠적 고유성을 주장할 수는 없다. 이미 기존 미디어에서 식재료와 원산지, 조리법과 응용법, 맛집 탐방 등 음식 관련 소재를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해왔기 때문이다. 기존 미디어에서 음식을 방송용 소재로서 다루는 방식은 방송 환경이나 문법에 따라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으나, 프로그램의 메인이 아닌, 교양이나 예능 프로그램에서 특정 상황이나 장면을 위한 보조적 장치로서 간단한 음식과 식사 장면을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면 방송이 아닌, 다른 콘텐츠에서는 음식이 보조적 수준을 넘어서 중요한 메타포나 미장센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 「굴」에서는 등장인물의 사회적 위치나 격차가 음식과 식사예법으로 비유된다. 소설 뿐 아니라, 다양한 영상 미디어 역시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와 메시지를 식사를 통해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피페르 살바도리 감독의 영화 ≪프라이스리스(Priceless)≫(2006)에서 샴페인과 캐비아는 주인공이 지향하는 신분상승과 그 실현 불가능성을 보여주는 주요한 상징으로 작동한다.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비유나 상징 정도가 아닌, 음식과 식사가 주제로서 전면으로 부각되기도 한다. 라세 할스트롬 감독의 영화 ≪초콜렛(Chocolat)≫(2000)에서 초콜릿은 규율과 질서에 대한 저항으로서 감성과 열정의 표상이 되고, 가브리엘 액셀 감독의 ≪바베트의 만찬(Babette’s Feast)≫(1987)에서는 일상의 경건함이 만찬으로 집약되며, 이안 감독의 ≪음식남녀(飲食男女)≫(1994)에서는 부녀 (父女)의 연민과 관계 전환이 요리와 식사 장면으로 치환된다.

최근 드라마에서는 먹방이라는 소재가 장르상 ‘요리물’로 특화될 만큼 소재로 각광받고 있는데, 2013년부터 방영되어 시즌 3까지 제작된 tvN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는 ‘1인 가구 먹방 드라마’를 표방하면서 식사를 중심으로 혼자 사는 남녀의 라이프 스타일을 다루고, tvN 드라마 ≪혼술남녀≫(2016)는 혼술과 안주를 중심으로 노량진 학원 강사와 공무원 시험 준비생의 지친 일상을, MBC 시트콤 ≪대장금이 보고 있다≫(2018)는 ‘먹부림 예능 드라마’를 표방하면서 식도락을 인생의 좌우명으로 삼은 삼남매의 로맨스를 다룬다. 이 밖에도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된 jtbc 드라마 ≪쌍갑포차≫(2020)는 ‘현생탈출 인생술집’을 표방하면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이모가 술과 안주를 통해 손님들의 은원을 해결하는 과정을 다룬다. 이처럼 음식이나 식사를 중심으로 다루는 드라마의 경우, 연출자의 의도에 따라 해당 음식이 선정되는 과정을 등장인물과의 관계 속에서 서사화하여 제시하거나 단순히 조리되는 음식 자체에 초점을 두기도 하고, 완성된 요리를 시식하는 과정을 실감나게 다루기도 한다.

앞에서 살펴본 국내 드라마에서는 인물관계와 에피소드 속에서 음식을 중요한 서사적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이에 비해 전통적으로 요리를 소재로 하는 콘텐츠가 상당히 대중화된 일본의 출판만화나 이를 원작으로 제작되는 일본 드라마 최근 경향을 살펴보면, 아베 야로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2009년부터 방영되어 시즌 4까지 제작된 드라마 ≪심야식당(深夜食堂)≫처럼 음식에 얽힌 사연 위주의 고전적 스토리텔링을 유지하는 작품이 여전히 제작되는 한편, 점차 음식과 식사 자체에 연출의 중심을 두고 서사는 음식이나 식당을 선택하는 동기로만 작동하는 방향으로 제작 경향이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가장 잘 보여주는 비교사례로서 쿠라타 요시미의 뺷맛 일번지(味いちもんめ)뺸(1986)와 데라사와 다이스케의 『미스터 초밥왕(将太の寿司)』(1992)이 있다. 두 작품 모두 초밥 요리점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전자가 전통 있는 명문 초밥집의 수련생들이 겪는 다양한 일상을 묘사하는 과정에서 요리가 곁들여지는 반면, 후자는 표면적으로 경쟁을 통한 주인공의 성장 및 성공서사를 내세우면서도 정작 무게중심은 다양한 초밥이 주는 시각적 즐거움에 있다.

서사를 최소화하는 대신 음식이나 식사 자체에 치중하는 후자의 경향은 일본의 먹방 소재 콘텐츠 시장에서 주류로 성장하게 되는데, 대표적으로 다니구치 지로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2012년부터 방영되어 시즌 8까지 제작된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孤独のグルメ)≫에서는 배경서사 보다는 음식과 조리과정에 대한 묘사와 음미(吟味) 자체에 집중하고 있으며, 신큐 치에의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2015년부터 방영되어 시즌 5까지 제작된 드라마 ≪와카코와 술(ワカコ酒)≫에서는 제목과 달리 주인공 캐릭터 보다는 다양한 주류와 안주를 소개하는 에피소드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먹방의 주요 소재로서 음식과 식사는 기존 미디어 콘텐츠에서도 충분히 다뤄져 왔다. 심지어 일본 요리 장르 드라마의 변화에서 알 수 있듯이 기존 미디어 콘텐츠도 점차 음식을 보조로 활용하는 기존의 스토리텔링 방식 보다는 음식 자체에 초점을 두고 연출하는 경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따라서 음식과 식사를 메인으로 다루는 먹방 콘텐츠의 발전 과정이 기존 미디어 콘텐츠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다만 결정적인 차이는 뉴 미디어 콘텐츠로서 먹방은 음식과 식사의 장면화를 위해 별도의 가상적 캐릭터 설정이나 설득적 서사 장치가 요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러한 차이는 먹방 콘텐츠 생산자의 기획적 의도라기보다는 뉴 미디어의 특징에 기반한 개인방송 환경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아프리카TV에서 출발한 먹방 전문BJ나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은 전문 방송인으로 교육을 받은 것이 아닌, 취향에 따라 개설한 비전문 방송인만큼, 기존 콘텐츠의 기획이나 제작문법을 학습할 계기나 특정한 자격조건이 작동하지 않는다. 개인방송에서 요구되는 역량은 개인의 자질에 따라 장면화되는 ‘행위’ 그 자체다. 기존 미디어에서 음식을 소재로 하거나 전경화함으로써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전문적 활용과는 달리, 비전문적 생산자는 단순하게 음식을 카메라 앞에 적절하게 배치하고 먹는 행위를 만들어낼 뿐이다. 이처럼 단순한 행위가 하나의 콘텐츠 장르가 될 수 있는 것은 이를 시청하는 소비자가 존재하고, 먹는 행위에 집중하는 생산자와 먹는 행위를 지켜보는 소비자 사이에 일정한 공감의 커뮤니티가 형성된다는 데에 있다. 방송은 일상과 달리 특별해야 한다는 관습적 기대지평에서 먹방이 보여주는 평범한 한 끼의 식사 행위 자체가 방송의 소재가 된다는 것은 아이러니하다. 뉴 미디어 플랫폼의 자유분방에서 출발한 먹방은 비범함 대신 일상의 평범함을 공유함으로써 음식과 식사라는 행위를 일상화하고, 시청자는 그 일상성을 소비한다.

전술한 것처럼 W플레이어를 통해 먹방의 원형이 되는 식사장면 위주의 콘텐츠가 선보인 이후, 아프리카 TV를 거치면서 게임·스포츠·시사·음악·댄스·토크·현장방송 등 기존 전문분야 BJ들이 식사행위를 자신의 카테고리 이외의 이벤트로 구성하여 시청자와 소통한다. 이 과정에서 BJ의 식사행위와 이에 대한 시청자의 소통방식이 일정한 스타일로 정형화되고, 그 결과 2010년 브이로그 형식으로 24시간의 일상을 콘셉트로 하는 BJ왕쥬[19]의 토크방송에서 BJ의 식사행위가 시청자의 큰 호응을 얻으면서 단순한 행위가 아닌, 방송 콘텐츠로서 본격적인 먹방이 등장한다.

먹방의 콘텐츠로서 가치를 전략적으로 판단한 아프리카TV는 2013년 3월 기존 카테고리에 먹방 부문을 신설, 9월 먹방 동시 개설수 406개로 한국기록원 신기록을 달성하고, 12월 아프리카TV방송대상에서 먹방부문 BJ더디바가 최우수상을, BJ범프리카님과 BJ골드쿠폰이 각각 우수상을 수상하면서 먹방의 위세를 입증한다. 이후 기존 아프리카TV 대표 BJ들이 대거 먹방 부문을 전문분야의 일부로 흡수하면서 먹방은 하나의 이벤트에서 독자적인 카테고리로 자리매김한다.

이처럼 먹방은 아프리카TV를 기반으로 방송의 장르 문법을 완성함으로써 기존 일상을 노출하는 ‘보이는 라디오’ 형식의 브이로그 콘텐츠나 시청자와 소통 위주의 토크 콘텐츠와는 차별화된 장르가 된다. 그런데 앞에서 살펴본 먹방 관련 연구들은 이러한 먹방의 장르적 성장 과정을 검토하지 않고 자극적인 폭식 행위에 주목하여 제한적인 연구 성과를 보여준다. 물론 먹는 양과 속도를 주요 콘텐츠로 다루는 먹방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먹방은 시청자와의 소통을 중시하는 만큼, 대량의 음식을 빠른 속도로 흡입하는 먹기대회(Eating Contest)의 대식이나 속식(速食)과 다르게, 1인 가구의 일상적 식사로서 다양한 음식을 오래 먹으면서 채팅을 통해 시청자와 소통하는 형태이다.

먹방의 연출이나 자막의 활용 등 방송형식은 유사하지만, 먹방이 제공하는 콘텐츠적 일상성은 BJ에 따라 차이가 있다. 2010년대 초반 먹방의 트렌드를 이끈 BJ더디바[20]와 BJ밴쯔[21]의 먹방 콘텐츠를 비교해보면 이러한 차이를 여실히 알 수 있다. BJ밴쯔가 배달 음식이나 편의점 도시락, 인스턴트 식품 등을 통해 20대 대학생의 ‘혼밥(혼자 먹는 밥)’ 상황을 재현한다면, BJ더디바는 음식문화 경험이 비교적 다양한 30대 직장여성으로서 10대와 20대 주요 시청층을 고려하여 신제품을 시식하거나 평소 접하기 어려운 음식에 대한 설명과 먹는 방법을 안내하고, 도구를 사용하여 직접 조리하여 이후 등장할 쿡방의 원형이 되는 ‘집밥(집에서 먹는 밥)’상황을 재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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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BJ더디바(좌), BJ밴쯔(우) Youtube 장면

이렇게 전문BJ나 크리에이터의 캐릭터와 속한 세대에 따라 일상을 경험하는 차이가 발생하고, 이러한 차이가 자연스럽게 콘텐츠에 반영되면서 먹방은 ‘혼밥’, ‘집밥’, ‘쿡방’, ‘술방’, ‘먹기대회’ 등 콘텐츠적 세분화를 거치게 된다. 따라서 기존 먹방 관련 연구에서 부정적으로 다룬 동물적 폭식이나 무례한 식사방식의 문제는 일부 먹방에서 구독자수를 위한 자극적인 단발성 이벤트로 발생하는 만큼, 이러한 비주류 현상으로 먹방 전체를 진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식사량을 기준으로 보면 대부분의 먹방 전문BJ들은 대식가에 속하지만, 남다른 먹는 양을 콘텐츠적으로 차별화한 경우도 있다. SBS 예능 프로그램 <퀴즈쇼 최강 남녀> 먹방대회편 우승자 BJ야식이[22]는 대식가의 이점을 살려 전국의 소규모 식당들을 방문, 해당 식당의 주력 메뉴들을 한꺼번에 주문해 먹으면서 소상공인 자영업 활성화에 이바지한다. BJ야식이의 식당 선정 기준은, 비록 맛집은 아니지만, 저렴한 가격에 비해 넉넉한 인심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당인 만큼, 끼니를 걱정해야 하는 고달픈 빈곤층을 위한 최적의 정보를 제공한다. 이에 비해 제한된 시간 내에 다 먹으면 무료 및 상금을 받는 각종 ‘도전음식’ 먹기대회에서 우승한 BJ허미노[23]는 식당을 방문하여 도전음식을 혁파하는 기존 방송 콘셉트와 별도로, 최근에는 40대 중년의 혼밥 상황을 쿡방 형식으로 재현하는 콘텐츠에 주력한다. 특히 관찰카메라로 일상을 관찰하는 방식으로 영상을 제작하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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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BJ야식이(좌), BJ허미노(우) Youtube 장면

한편, 전통적인 먹기대회 스타일의 먹방 콘텐츠는 건장한 남성 보다는 여성 BJ들에게 보다 유리한 조건이 되는데, 왜소한 체격에 비해 남다른 식사량이라는 극적 효과에 힘입어 단시간에 유명세를 탈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표주자가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 김구라의 ‘구라이브’ 고정 게스트로 출연 중인 BJ쯔양[24]과 최근 먹방계의 신인으로 가파른 인지도 상승세를 보여주는 BJ히밥[25]이다. 왜소한 체격에도 불구하고 남성 BJ도 성공하기 힘든 다양한 도전음식에 성공하면서 체격과 식사량의 반비례 대비효과를 통해 신세대 먹방의 여신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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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BJ쯔양(좌), BJ히밥(우) Youtube 장면

이에 비해 식사량 보다는 특별한 미각이나 식습관을 통해 콘텐츠의 차별화를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도로시’[26]는 매운맛으로 특화된 개성적 먹방을 통해 송추불냉면과 실비김치 열풍의 장본인으로 다양한 마케팅 협찬과 높은 홍보 효과를 보여준다. 초창기 먹방에서 메인 메뉴의 준비단계로서 오프닝 역할을 담당한 쿡방도 넓은 의미의 먹방으로 통합되면서 개성적인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쿡방의 범주는 초기 인스턴트 음식을 전자레인지로 간단하게 조리하거나 반조리 식품을 휴대용 버너를 통해 조리하는 수준에서 진화하여, 식재료의 손질부터 조리과정 전반을 먹방의 메인으로 활용하는 본격적인 쿡방도 등장한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요남’[27]은 취미로 요리하는 남자를 콘셉트로 전문적인 조리와 먹방의 비율을 적절하게 조율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처럼 먹방의 자생적 세분화는 장르적 발전과정을 보여주는 현상으로, 국내 다양한 개인방송 콘텐츠 중에서도 콘텐츠의 질적 측면에 비해 사회 문화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예외적일 만큼, 장르적 성공사례로 주목받게 되는 이유가 된다. 2014년까지만 해도 한국 먹방 콘텐츠를 유튜브를 통한 단발성 유행의 일부로 평가한 해외 반응[28]이 대부분이었으나, 이후 한류의 영향으로 한국 드라마를 통해 다양한 먹방 장면이 노출되고, 글로벌 팬덤을 가진 한국의 유명 아이돌들이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먹방 라이브를 시도하는 등 한국의 대중문화 전반이 먹방 콘텐츠를 꾸준히 소개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개성적인 먹방을 제공하는 전문BJ나 크리에이터들이 스타 반열에 오르면서 해외 시청자들이 한국 먹방의 주요 소비자로 입지를 굳히게 된다. 그 결과, 먹방의 메뉴에 대한 해외 소비자들의 호기심이 증폭되었으며, 자연스럽게 한식을 만드는 과정 자체에 대한 관심으로 발전하면서 단순히 음식을 배치하고 식사하는 방식의 먹방 형태 보다는, 식재료를 손질하고 조리하는 과정을 담은 쿡방으로서의 먹방이 큰 인기를 얻게 된다.

이러한 해외 트렌드에 주목한 유튜브 크리에이터 ‘햄지’[29]는 재래시장이나 대형마트에서 재료를 직접 구입하는 과정과 실제 자신의 주방에서 식재료를 손질하여 요리하는 과정을 전체 분량의 1/3 정도로 배치하고, 반려견과 함께 하는 1인 가구 평범한 집안 내부를 의도적으로 노출하면서 자신이 요리한 음식을 먹는 관찰카메라 형식의 ‘리얼먹방’ 콘텐츠를 선보임으로써 2020년 6월 기준 구독자수 318명, 일평균 조회수 약 300만회를 기록한다. 한편, BJ흥삼[30]은 쿡방과 먹방을 결합하면서 여기에 고유한 한국적 정서를 담아 성공한 사례이다. BJ흥삼은 초기에 대학시절 자취집 옥상에서 혼밥하는 가난한 청춘의 일상을 재현하거나 다양한 먹기대회에 참석하며 대식가의 역량을 선보이는 등 평범한 먹방 콘텐츠를 생산했으나, 2019년 부모님과 함께 포항으로 귀촌하면서 논밭을 배경으로 가족과 함께하는 먹방 콘텐츠를 제공한다. 과거 식당을 운영했던 어머니의 숙련된 음식솜씨를 기반으로 전통 한정식을 만드는 모습을 간단한 영어자막으로 소개하면서 앞마당에 설치한 가마솥에 온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하는 장면은 국내 시청자는 물론, 해외 시청자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동안 개인주의에 익숙한 세태를 반영하여 1인 가구의 혼밥이 대세였던 기존 먹방에 비해, 가족 구성원이 각자 역할을 분담해 음식을 준비하고 함께 식사하는 BJ흥삼의 먹방은 귀촌을 통한 공동체성의 회복과 세대간의 소통, 가족애 함양 등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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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햄지(좌), BJ흥삼(우) Youtube 장면

먹방은 기본적으로 메뉴의 다양성과 먹는 방식에 주목하는 형식으로 제작되는데, 극단적으로 먹는다는 ‘행위’ 자체에만 집중하는 특화된 먹방 콘텐츠도 있다. 자율 감각 쾌락 반응(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이하 ASMR) 콘텐츠가 그것이다. 특수한 근접 마이크를 통해 작은 소리까지 증폭해서 담아내는 ASMR 콘텐츠는 원래 불면증이나 불안감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한 백색소음에서 유래되었으나 그 효과는 과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일부 해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활성화된 ASMR 콘텐츠는 특정 음식에서 연상되는 청각적 자극이 결합하여 먹방으로 수용된다. ASMR 먹방은 음식이 입에 들어가는 시각적 자극과 음식을 씹는 저작(咀嚼)이나 음식을 삼키는 탄식(呑食)에 수반되는 청각적 자극에 대한 감각적 경험의 공유를 중시한다.

리얼 이팅 사운드(real eating sounds)를 표방하는 대표적인 유튜브 크리에이터 ‘제인ASMR’[31]은 시각적 자극을 위해 얼굴은 의도적으로 블러 처리하여 과도한 미백상태로 표현하고 입술만을 강조하는 짙은 립 메이크업과 음식 자체의 선명한 천연색을 강조하는 방식의 초접사 촬영을 한다. 맛을 설명하는 내레이션 대신, 음식을 통해 청각적 자극을 제공해야 하는 만큼, 치아에 닿을 때마다 특유의 소리가 발생하는 검질긴 식감의 젤리류나 바삭한 식감의 튀김류처럼 자체에서 특별한 소리를 구현할 수 있는 메뉴를 선정한다. 즉 음식을 씹는 저작 과정이나 삼키는 탄식 과정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증폭시키기 위해 여러 번 음식을 씹거나 음식을 입에 머금거나 입안에 넣었다가 굴리는 특정 행위를 반복한다. 이에 비해 유튜브 크리에이터 ‘꿀꿀선아’[32]는 기존 ASMR 먹방 스타일의 먹방을 선보이면서 동시에 반려동물 미니피그의 ASMR 먹방을 제공하여 유명세를 얻기도 했다. 이처럼 ASMR 먹방은 폭식이나 대식 등 구체적인 음식에 대한 직접적 욕망이라기보다는 특정 메뉴를 통한 시청각적 자극에 대한 소비라는 측면에서 기존 먹방과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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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6. 제인ASMR(좌), 꿀꿀선아(우) Youtube 장면

기존 ASMR 먹방이 음식의 저작이나 탄식 행위를 통해 발생하는 청각적 자극에 집중하는 것에 비해, 음식을 한꺼번에 입안으로 밀어 넣는 질식(窒食, ちっしょく) 행위에 집중하는 독특한 먹방 콘텐츠도 있다. 해군특수전전단(Underwater Demolition Team, UDT)출신의 BJ유디티[33]의 먹방은 과도한 양의 음식을 한꺼번에 입안에 욱여넣는 장면을 연출하는 질식형 먹방으로 특화된다. 질식은 숨 막힐 정도로 가득한 입안의 음식이 한꺼번에 식도를 통해 밀려내려 갈 때의 쾌감을 즐기는 방식의 변칙적 식사 행위이다. 이러한 입안 가득 넣어 삼키는 방식의 질식형 먹방은 BJ의 신체적 이 점을 살린 별개의 이벤트 형태로 활용되기도 하는데, 유튜브 크리에이터 ‘문복희’[34]는 한 번에 입안에 넣을 수 있는 음식의 양이 남다른 입 크기를 과시하면서 ‘한입만’ 콘텐츠를 자신만의 시그니처 콘텐츠로 내세운다. 

이처럼 최근의 먹방은 콘텐츠 생산자의 성별이나 성향, 세대나 생활수준 등을 반영하는 다양한 콘텐츠 분화를 보여준다. 특히 메뉴 선정의 측면에서 초기 먹방과의 차이를 알 수 있는데, 초기에는 시청자의 요구를 단순하게 반영하여 배달음식이나 패스트푸드 등 많은 양의 메뉴를 선정하고 시식하는 일종의 ‘대리 식사’ 형태의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최근에는 시청자도 방송을 참고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식사를 위한 각종 정보나 특정 제품을 홍보하는 등 시청자의 요구에 대한 반응이 아닌, 시청자의 행동을 유도하는 적극적인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 ‘참PD’[35]는 대기업 제품은 물론 소상공인 제품까지 가성비 좋은 제품을 직접 구매하여 다양한 반조리 및 조리 식품이나 주류 및 안주류를 소개하고, 직접 시식하고 품평하는 내용을 주요 콘셉트로 한다. 즉, 한 끼 식사를 위한 적절한 가격과 만족도 위주로 제품을 소개함으로써 혼밥에 대한 기존 수동적 소극적 태도가 아닌, 능동적 적극적 수용을 통해 다양한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는 발상전환의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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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7. BJ유디티(좌), 문복희(우) Youtube 장면

이 밖에 비주류 먹방 콘텐츠를 살펴보면, 유튜브 크리에이터 ‘딕헌터’[36]처럼 잘 차려진 음식을 ‘욕망의 검은 손’을 재현한 검은색 라텍스 장갑을 착용한 손으로 집어먹는 방식, 배우이자 유튜브 크리에이터 ‘쏘영’[37]처럼 생간이나 산낙지 등 혐오음식을 주요 메뉴로 소개하고 시식하는 방식, 최고령 유튜브 크리에이터 ‘영원씨’[38]처럼 특정 세대가 즐기는 향토 음식과 요즘 유행하는 최신 음식을 시식하며 리뷰하는 방식, 유튜브 크리에이터 ‘조은커플’[39]처럼 반려동물에게 사료나 음식을 제공하고 그 장면을 콘텐츠로 활용하는 방식까지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면서 빠르게 뉴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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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8. 딕헌터, 쏘영, 영원씨, 조은커플 Youtube 장면

여기서 특히 주목할 부분은 기존 먹방 관련 연구들이 대부분 먹방을 폭식이나 대식의 장면에만 치우쳐 문제적으로 다룬 만큼, 먹방에 대한 입체적 이해를 제한했다는 점이다. 즉, 더 이상 먹는 양과 속도에 연연하지 않아도 콘텐츠 생산자의 개성을 통해 충분한 시청자와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을 만큼 다양화되었다. 물론 대식이나 폭식과 같은 초기 먹방의 소재는 여전히 하나의 소재로서 존재하지만, 최근 먹방은 소재의 측면과 형식의 측면에서 장르적 고유성과 다양한 분화 과정을 통해 온전한 콘텐츠로서 뉴 미디어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Ⅲ. 먹방과 사회의 상호 반영

앞에서 살펴본 먹방의 고유성과 분화과정, 그리고 다양한 파생장르에도 불구하고 초기부터 최근까지 먹방의 일관된 미장센은 혼밥문화의 재현이다. 다양한 방식으로 소비자와의 소통을 시도하면서도 정작 화면 속에서 콘텐츠 생산자는 ‘혼자’ 많이 먹고, ‘혼자’ 빨리 먹고, ‘혼자’ 새로운 것을 먹는다. 따라서 먹방의 콘텍스트를 입체적으로 분석하기 위해서는 혼밥문화에 대한 이해를 전제한다. 전통적으로 인간관계의 거리를 ‘함께 하는 식사행위’를 통해 조율해온 우리의 고유한 공동체적 정서는, 2000년대 이후 본격화된 경쟁문화와 취업난 등 대인관계의 피로도가 위험한 단계에 도달하면서 자연스럽게 도태 및 해체되고 있다. 관계와 권태기를 합성한 신조어 ‘관태기’는 이러한 달라진 세대의 문화를 완곡하게 표현하는 단어이다[40]. 관태기의 증가 속에서 식사행위만이라도 속편하게 혼자 해결하고 싶은 세대적 열망은 자연스럽게 혼밥문화를 탄생시킨다. 특히 이러한 정서적 결정에 따른 자의적 혼밥뿐만 아니라, 고용불안이나 빈곤 문제와 결합된 타의적 혼밥은 생활 전반의 불안정성에 대한 하나의 상징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사회는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을 적극적으로 도입, 그 결과 항시적인 구조조정과 본격적인 비정규직 사회로 진입하게 된다. 이전까지 평생직장이라는 보수적 시스템을 기반으로 안정적인 평생소득을 통해 예측 가능했던 일상은, 항상적 경제불안으로 인해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설상가상 경기 활성화를 위한 신용팽창 정책은 부동산 자산의 폭등과 주택가격의 상승으로 이어지면서 저소득층 무주택자의 주거환경은 악화된다. 고용 불안정과 주거비 상승추이는 주택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청년세대에게 현실적 제약으로 작동하면서 이들을 사회진입 단계부터 다중격차[41]의 직접적 피해자로 만든다. 노동시장의 고용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대학진학이 필수가 되고, 학자금 대출이 불가피한 청년세대에게 취업 달성의 불가능이나 실직 가능성의 증대 등 고용 불안정성은 신용불량 상태를 의미한다. 청년세대의 취업문제와 관련된 신조어를 살펴보면 그 심각성을 짐작할 수 있는데, 인문계 졸업생의 취업난을 표현한 ‘인구론’, 알바로 학자금을 충당하는 학생들을 표현하는 ‘알부자족’ 등이 노동시장에서 청년세대의 불안정성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신조어이다[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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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9. 서울 청년가구 주거빈곤가구 추이

이처럼 불안정한 고용상태, 소득 불안정성, 사회보험배제, 소비지출의 불안정성 등 다차원적으로 삶의 불안정성이 일상화되면서 주택구매력의 축소와 극심한 주거빈곤으로 이어진다. 서울의 1인 청년가구 주거빈곤율은 2000년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 3명 중 1명은 이른바 ‘지옥고(지하방·옥탑방·고시원)’ 등 열악한 주거공간에 거주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43]. 주거환경으로서의 지옥고(地屋考)에서 경험하는 청년세대의 생활고는 지옥고(地獄苦)로 치환되어 한반도 전체를 지옥화하는 ‘헬조선(Hell+조선)’으로 폄하된다. 친일 성향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부터 유행한 이 용어는 21세기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의 생활수준은 19세기 구한말 조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자조이자, 개인의 문제를 사회전체의 문제로 환치하여 자위하는 일종의 제유이다.

청년세대는 이 모든 상황의 불합리성에 통감하면서 ‘지옥고(地屋考)의 지옥고(地獄苦)를 불교의 연기(緣起)로 해석하고 즉물적으로 계급화한다. 그들이 수용한 21세기 지옥고의 원인은 일명 ‘수저계급론’으로 아이러니하게 다시 19세기에 천착한다. 모든 것은 ‘수저’, 즉 식사를 위한 ‘도구’의 문제로 귀결된다. 음식에는 귀천이 없지만, 수저에는 귀천이 있다. 아무리 험한 음식도 귀한 수저로 먹는다면 귀한 신분이 될 수 있다. 매너가 신사를 만들 듯(Manners Maketh Man.) 수저가 신분을 만든다. 서양에서도 부유한 출신을 ‘입에 은수저(silver spoon in one’s mouth)’ 혹은 ‘은수저’라고 표현한다. 임금의 수라상에 오르던 은수저, 그러나 21세기 한국의 수저계급론에서 은수저는 중산층으로 분류된다. 최상위는 금수저, 최하위는 흙수저이다. 청년세대 특유의 희화화 속에서 분명한 것은 현생의 지옥고는 ‘조선’과 ‘수저’가 그 원인이라는 점이다. 사회 전반에서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충분한 공론화가 이루어지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현실적 대안을 통한 고용 안정화도 요원하다. 공교육의 위기와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에 대한 교육부의 그 어떤 정책도 실효성을 입증하지 못했으며, 스펙을 통한 무한 경쟁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장받지 못하는 노동시장의 불안정성, 초기 사회진입을 위해 불가피한 서울·경기권 거주와 열악한 청년 주거빈곤은 산재한 수많은 정책 과제 중 하나일 따름이다. 따라서 청년세대에게 내일을 보장하지 못하는 사회는 구한말 조선일 수 밖에 없으며, 세습으로 신분을 규정하는 사회는 시작부터 불평등한 수저일 수밖에 없다.

가장 낮은 수저계급에 속한 청년세대는 지옥고의 주거환경에서 한 끼의 식사를 한다. 요리를 위한 충분한 조리공간도, 지출할 식비나 할애할 시간적 여유도 없는 청년세대에게 식사행위는 단순한 욕구의 해결일 수밖에 없다. 이 무렵 먹방은 이러한 사회분위기와 함께 본격적인 콘텐츠로 자리잡게 된다. 특히 1세대 먹방 전문 BJ들이 등장하고 해외 매체들의 주목을 받으면서[44-46] 사회문화적 이슈가 된다. 먹방은 청년세대의 혼밥 경험을 미디어를 통해 공유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장르적으로 성장한다. 먹방 초기 주요 촬영공간이던 원룸이나 골방은 먹방의 시그니처가 되어 최신 스튜디오 촬영에서도 인테리어 측면에서 계승되고 있으며, 초기 먹방 메뉴로 주목받던 편의점이나 배달음식, 인스턴트 식품 등이 여전히 주요 아이템으로 활용되는 것은 이러한 세태의 반영이다.

즉, 골방에서 혼자 카메라를 바라보며 편의점 김밥이나 인스턴트 라면으로 간단하게 끼니를 해결하는 생산자들이나 PC 모니터 앞에서 이를 지켜보며 소통하는 소비자들은 먹방을 통해 더 이상 혼자가 아닐 수 있다. 소비자들은 뉴 미디어 플랫폼이 제공하는 실시간 채팅창을 통해 생산자들에게 하루일과에 대한 소통이나 특정 음식의 시식을 요구하기도 하고, 음식의 조합에 대해 제안하는 등 양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한다. 이에 생산자는 개인적인 일과를 공유하고, 특정 음식을 리뷰하는 등 적극적으로 호응한다. 그 과정에서 네트워크의 가상성은 식사라는 일상성으로 희석되고 자연스럽게 혼밥이 아닌, 함께 식사하는 ‘함밥’ 문화가 형성된다. 특히 전문BJ나 크리에이터들은 비교적 고가의 음식을 먹을 때는 식재료와 식감, 식사방법 등 구체적인 설명을 통해 시청자로 하여금 상대적 박탈감 대신, 함밥이라는 공감을 이끌어낸다.

이처럼 콘텐츠의 생산자나 소비자 모두 낮은, 동일한 계급의 수저라는 동질감은 강한 연대감으로 이어지면서 먹방 콘텐츠를 하나의 장르로 견인하는 에너지가 된다. 먹방을 통한 공감대 형성과 공유문화가 안정화되면서 다양한 경험에 대한 시청자의 욕구도 진화한다. 가장 특징적인 현상이 가성비 높은 필승법의 추구이다. 가격 대비 성능을 비교하는 가성비는 현실적 지출 비용을 통해 최적의 경험을 얻기 위한 청년세대의 자구책이다. 시청자들은 전문BJ나 크리에이터에게 다양한 음식의 리뷰를 요구함으로써 시행착오로 인한 추가 지출을 줄이는 필승법을 택한다. 현실은 각박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한 최저가 선택이 아닌, 만족도를 추구하고자 하는 청년세대의 정서적 전환이나 현실적 타협이다. 이런 태도는 ‘한 번뿐인 삶’에서 최고의 가성비를 찾는 라이프 스타일 ‘욜로(YOLO, Your Only Live Once)’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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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0. 배달앱 6개사 관심도 1년간 성장 추이

이 같은 먹방 소비자들의 생활태도 전환은 생산자와의 적극적 소통을 통해 먹방 콘텐츠의 진화를 유도하면서 사회의 산업 지형의 변화를 야기한다. 편의점 식품류의 다양화 추세는 물론, 스마트 기기 애플리케이션 등 전문화된 배달서비스의 확산을 통해 배달음식의 종류와 방법이 다양해지면서 먹방 메뉴의 구성과 선택의 폭이 넓어지게 된다. 이러한 가성비 최적화 트렌드에 따라 적정 가격대의 혼밥 메뉴가 개발되고 빠르게 소비되면서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시장이 급속하게 성장한다. 기존 방문 위주의 유명식당들이 앞다투어 오픈마켓이나 배달서비스를 통해 간편한 ‘밀 박스(meal box)’를 판매하고, 중소기업과 연계하여 기존 레토르트 식품보다 소비자 조리단계가 추가되는 대신 만족도가 큰 반조리 식품이나 다듬어진 식재료와 조리법이 포함된 ‘밀 키트(meal kit)’까지 다양한 형태로 확장된다. 이러한 식품산업의 다변화에 따라 가정식과 외식, 인스턴트 음식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더 이상 혼밥은 관태기에 의한 불가피한 선택이나 함밥에서 소외된 예외적 상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라이프 스타일에 따른 자유로운 선택으로 환치된다.

먹방은 기존 혼밥문화 세태를 반영하고 그 반향을 증폭시키는 과정에서 단순한 콘텐츠 생산과 소비 혹은 소비자 니즈의 충족 구조를 극복하고 진화한다. 정보제공의 통로로서 먹방은 개인 소비자로서는 접근할 수 없을 만큼 신속하고 다양하게 출시되는 혼밥시장 지향의 식품들을 발 빠르게 소개하여 하나의 유행을 만들어내고, 시청자들은 콘텐츠 검증을 통해 기꺼이 최종 소비자가 된다. 예를 들면, 지역 단위 음식으로 탕수육에 김치와 피자를 토핑한 ‘김피탕’은 그 특이한 조합으로 인해 먹방의 주요 아이템으로 주목받으면서 전국 단위로 소비되고 있으며, 중국 특정 지역에서 선호하는 향신료 마라(麻辣)가 가미된 음식이 먹방을 통해 주목받으면서 한동안 전국을 ‘마라 열풍’이 휩쓸기도 했다. 새로운 아이템을 추구하는 전문BJ나 크리에이터 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세대를 초월하는 새로운 음식조합이 인기를 끌기도 하는데, 짜장면과 파김치의 조합이나 볶음면과 군만두의 조합, 삼겹살과 비빔면의 조합이나 피자와 떡볶이의 조합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도 먹방은 대기업 브랜드의 다양한 신제품을 홍보하는 영향력 있는 채널로 활약하는 동시에, 소상공인의 가내 수제품을 직접 구매하여 정보를 상술하고 적극 홍보하거나 보완책을 제시하는 등 요식업계의 카운슬러 역할을 자처한다.

결과적으로 먹방의 아이러니는 등장과 성장 전반에 있다. 뉴 미디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개인방송의 비주류 콘텐츠로 등장한 먹방은 가장 최악의 시기로 평가되는 헬조선 시기에 본격적으로 성장했으며, 열악한 지옥고의 주거공간에서 현실 도피적으로 확산된 먹방의 혼밥 문화는 그 지질한 진정성에 공감한 세대적 위로와 격려가 되었다. 수저계급의 단계적 상승은 여전히 불가능하지만, 먹방을 통해 서로의 빈곤에 공감하고 십시일반 응원함으로써 콘텐츠 생산자의 풍족한 혼밥의 경험을 함밥의 문화적 경험으로 제유한다. 흙수저의 혼밥문화에서 출발한 먹방은 동시대 동세대의 아픔을 위로하고 격려하면서 가상적 금수저의 함밥문화를 창출하는 위안의 콘텐츠이자 온전한 하나의 장르로 성장한다.

Ⅳ. 먹방과 뉴 미디어 플랫폼

먹방은 당대 사회문화의 특정 시점이나 지점을 반영하는 미디어로서의 고유한 기능을 수행하는 동시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험과 정서를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가 소통을 통해 적극적으로 공유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진화했다. 사회변화의 수동적 반영이자 능동적 촉매로서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의 지평을 개척한 먹방에 대한 평가가 처음부터 호평일색은 아니었다. 아프리카TV나 판도라TV, 팝콘TV 등 초기 뉴 미디어 플랫폼의 양방향 개인방송 수준은 무료가입, 무료방송, 무료송출로 인해 콘텐츠의 질을 보장할 수 없던 만큼 저급한 하위문화로 취급되었다. 국내 최대의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의 주요 수익모델은 시청자가 개인방송 전문BJ에게 선물하는 ‘별풍선’ 아이템 수수료와 광고 없이 동영상을 볼 수 있는 ‘퀵뷰’ 아이템 판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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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1. 별풍선 아이템 매출 추이

별풍선은 1인 방송을 위한 일종의 후원시스템으로, 그 이전까지 개인방송의 BJ는 경제적 이득 없이 자비로 방송 콘텐츠를 만들어 무료로 제공하기 때문에 시청자는 선호하는 BJ의 콘텐츠를 무료로 시청하는 대신, 별풍선 아이템을 통해 그의 콘텐츠 기획과 제작과정 전반을 후원하며 적극적으로 소통한다. BJ들은 별풍선을 현금화하는 과정에서 아프리카TV와 수익을 배분하는데, 일반 BJ와 베스트 BJ, 파트너 BJ 등 BJ 인지도 등급에 따라 수익분배 비율은 차등된다. 수익과 직결되는 만큼 더 많은 별풍선 아이템을 받기 위해 BJ들은 경쟁적으로 후원을 강요하는 과장된 액션과 후원을 호소하는 불편한 리액션을 선보이면서, 콘텐츠의 질적 측면 보다는 사회 정서에 위배되거나 불법 및 범법 행위도 서슴지 않는 단발성 이벤트에 치중하는 등 부정적 효과를 낳는다. 이로 인해 뉴 미디어 플랫폼이 제공하는 대개의 개인방송 콘텐츠는 여전히 비주류 하위문화에 매몰되어 주류화 되지 못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에는 별풍선 등 후원시스템에서 다원화되어 스폰서, 광고, 협찬 등 전문 BJ나 크리에이터들의 수입원이 다양해지면서 보다 안정적인 방송이 가능해졌으며, 특히 게임방송처럼 기존 미디어에서 소외된 특정 콘텐츠의 경우, 뉴 미디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하여 주류화 되기도 한다.

초기 먹방도 동일한 문제에 직면한다. 먹방 전문BJ의 방송 콘텐츠는 물론, 개인방송에서 먹방을 이벤트로 하는 경우, 단순한 식사 행위로 폭발적인 시청자 유입이나 이를 통한 수익 증대를 도모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초기 BJ들이 극단적 폭식과 엽기적 식사 방식 등 시청자의 후원을 유도하는 과도한 이슈화에 천착하여 결과적으로 사회문제가 된다. 이후 콘텐츠의 질적 분화와 시청자의 요구 변화 등 자발적 자정작용으로 자극적인 초기 콘텐츠는 빠르게 도태되고, 콘텐츠 생산자의 독특한 개성과 기획력이 반영된 전략적 먹방이 인기를 얻는다. 즉, 단발성 이벤트를 통한 일회성 관심 보다는 로얄티를 갖춘 시청자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콘텐츠에 반영하는 진화과정이 방송의 지속적 성장과 안정된 수익을 보장한다는 유연한 소통 경험은 먹방의 장르적 진화에 방향을 제시한다.

이처럼 먹방은 뉴 미디어 플랫폼 초기 진입단계에서 직면하는 공통적 문제를 소비자와의 적극적인 양방향 소통이라는 해법을 통해 극복함으로써 더 이상 비주류 하위문화가 아닌, 주류 대안 콘텐츠로서 성장한다. 이렇게 성장한 먹방의 고유한 콘텐츠와 시청자와 마주보는 촬영 스타일은 K-Pop이나 K-Drama 등 한류스타들이 국내외 팬덤과 소통하는 친근한 라이브 이벤트로 자리 잡았을 뿐만 아니라, 기존 미디어에서도 먹방 콘텐츠를 활용하여 다양한 파생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다.

초기 먹방이 직면한 문제와 이후 먹방이 채택한 해법을 통해 뉴 미디어 플랫폼의 특징을 설명할 수 있는데, 하나는 콘텐츠와 사회의 직접적 연결이다. 문화는 사회를 관찰하고 영향 받으면서 이를 자기화 과정을 통해 소화하고 대중에게 표현하는 창작자를 필요로 한다. 이처럼 모든 문화는 창작자를 전제하지만, 창작자의 역할 규정에 대해서는 문화이론가에 따라 서로 다른 지향을 보여준다. 매튜 아놀드(Matthew Arnold)나 프랭크 레이몬드 리비스(Frank Raymond Leavis)가 중시한 창작자의 역할은 사회적 영향을 문화적으로 소화함으로써 인류의 가장 고귀한 성취를 체화하고 높은 수준에서 재현하는 것이다. 이에 비해 레이몬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가 중시한 창작자의 역할은 그의 노동자주의(勞動者主義) 문화이론처럼 사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노동자에 주목하면서 소비가 아닌, 생산 위주의 건강한 삶의 방식을 표현하는 것이다. 전자가 엘리트주의적 문화이론으로서 다수가 향유하는 대중문화에 대해 적대 혹은 경멸한 반면, 후자는 대중과 유리된 소수 지배층의 엘리트문화를 공소하게 보았다[47].

문화이론의 대상을 규정하는 정치적 계급적 지향에 따른 대립에도 불구하고, 모든 문화이론은 문화를 구성하는 창작자의 존재와 그 중요성에 동의한다. 그런데 발본적으로 뉴 미디어는 창작자의 역할을 최소화하는 문화콘텐츠의 가능성에서 출발한다. 개인방송은 전략적 기획에 기반하지 않은 즉흥적인 콘셉트와 지속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임기응변의 콘텐츠 제작방식으로 아마추어리즘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 일상의 사진과 라이브 영상을 올리는 브이로그에 가깝다. 여기에는 매튜 아놀드나 F.R. 리비스가 주창한 인류의 고귀한 성취도, 레이몬드 윌리엄이 주목한 대중의 건강한 삶에 대한 묘사도 존재하지 않는다. 일상의 비유적 재현 대신 일상의 직접적 재생이 있을 뿐이다. 이처럼 뉴 미디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생성되는 콘텐츠들은 더 이상 기존 전통적 문화이론으로는 포착 불가능한 영역이며, 예외적 현상으로 한정하기에는 이를 통한 시청자의 만족도와 사회문화적 파급효과를 부정하기 어렵다.

그런 의미에서 먹방이 개인의 일상생활을 재생하는 방송 콘텐츠로 출발했음은 의미심장하다. 기상부터 취침까지 24시간 일상의 다양한 행위 중에서 특히 음식 및 식사 행위가 시청자의 큰 주목과 호응을 받으면서 다른 일생 행위는 상대적으로 장르화되지 못한 반면, 먹방은 하나의 장르로 발전한다. 콘텐츠의 창작자 대신 일상의 주체가 영위하는 평범한 행위 중에서 가장 기본적인 식사 행위는 불안정한 청년세대의 고달픈 일상에서 외적 간섭 없이 누리는 도구화되지 않는 온전한 자유이다. 물론 수면도 가장 개인적인 일상의 자유 행위에 해당되지만, 먹방과 달리, 수면은 개인적 일상일 뿐 일상세계의 가상적 공동체[48]를 구축하지 못하고 오히려 시청자와의 단절을 발생시킨다. 사회적 존재로서 현대인은 일상과 그것을 지탱하는 공동체적 일상세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일상은 사적 시간을 통해 구축 가능하지만, 일상세계의 구축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존재하는 것은 도구화된 공적 시간과 공간뿐이다.

청년세대의 생활고를 치유의 대상으로 바라본 성공한 기성세대의 공소한 조언과 사회의 구조적 문제로 진단한 연구서들이 우후죽순 쏟아진 것도 이 무렵이며, 영화나 드라마의 소재나 등장인물로 인격화되면서 세대적 공감대를 형성하기도 했다. 헬조선의 청년세대를 향한 기존 주류 콘텐츠의 관심이 소소한 시대적 공감으로 풍성하게 잘 차렸으나 내일이 없는 ‘단속적 독상(獨床)’을 제공한다면, 먹방은 청년세대의 일상을 가상적으로 세계화함으로써 차린 것은 적지만 끼니마다 함께하는 ‘지속적 겸상(兼床)’을 제공한다. 때문에 먹방 콘텐츠 생산자의 기획력 부재나 결여는 단점이 아닌, 장점으로 작동한다.

세대적 공감대를 전략적으로 포장하거나 미화하지 않아도 화면 안에 재생되는 시청자의 형편과 크게 다르지 않은 동병상련의 열악한 주거공간과 저렴한 혼밥의 장면은 직접적으로 일상세계를 구축한다. ‘잘 먹겠습니다’로 시작하여, ‘잘 먹었습니다’로 마무리되는 먹방의 일상성은 단순히 먹방이 생산자 중심의 콘텐츠가 아닌, 소비자와의 소통을 위한 가상적 일상 공동체를 완성하는 과정임을 보여준다. 이처럼 먹방의 직접 연결성은 뉴 미디어 플랫폼의 특징으로, 사회를 반영하여 간접적인 성찰의 계기를 마련하는 목적 대신, 일반인의 일상 자체를 직접적으로 가상화한다. 즉, 뉴 미디어 플랫폼의 직접성은 미디어의 본원적 기능으로서 원시 동굴 예술[49]에 환원하여 대상의 재현이 아닌, 대상 자체를 존재하게 한다.

먹방을 통해 진단하는 뉴 미디어 플랫폼의 또 다른 특징은 완전 개방(complete opening)과 완전 경쟁(perfect competition)이다. 대표적인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의 영문명은 ‘누구나 방송할 수 있다(Anybody can FREE CAsting TV)’의 역두문자어(backronym)이며 ‘한가해요?(Are you free?)’를 공식 슬로건으로 내세운다. 즉, 개인방송을 개설하기 위한 특별한 자격조건도, 콘텐츠 제작을 위한 별도의 매뉴얼이나 프로세스도 존재하지 않는다. 시간적 여유만 있다면 누구나 BJ나 크리에이터가 될 수 있으며, 누구나 영상을 만들어 공개할 수 있다. 이러한 완전 경쟁은 소비 동기에 따라 콘텐츠를 극단화하는 동력으로 작동하여, 일부 생산자들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선정적인 콘텐츠를 확대 재생산하는 역기능이 있는 반면, 콘텐츠 변화 과정에서 시청자의 소비 동기가 직접적으로 반영되는 순기능도 있다.

전술한 것처럼 초기 먹방에서 문제시된 단발성 이벤트로서의 자극적 요소는 장르적 성장을 위한 자정 작용을 통해 자연도태 되었으며, 먹방 전문BJ 중 대표적인 성공사례로 거론되는 1세대 먹방 BJ더디바, BJ슈기, BJ밴쯔, BJ입짧은햇님[50] 등은 단순한 폭식이 아닌, 충분한 시간동안 다양한 메뉴를 먹는 일종의 만식(漫食)을 통해 시청자와 일상적 경험을 공유하는 소통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교적 단조로운 형식의 1세대 이후 먹방은 완전 경쟁을 통해 시청자의 니즈가 기예적 대식이나 폭식, 이벤트성 엽식(獵食)이 아닌, 지속가능한 공감의 일상성과 소통을 기반으로 하는 가상적 일상세계화에 있음을 포착하고, 이를 반영하여 콘텐츠 생산자의 캐릭터 설정이나 콘셉트 개발, 새로운 메뉴선정 등 다각도로 진화하고 있다.

먹방으로 제공되는 콘텐츠 생산자의 일상적 식사 행위는 다른 콘텐츠에 비해 소비자들의 세대적 계급적 연대감과 이를 통한 가상적 몰입에 힘입어 빠르게 일상세계화를 구축한 만큼,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는 가까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친밀한 연대를 위협하는 가식적 연출이나 위화감, 이로 인한 상대적 박탈감은 가장 경계할 요소이다. 일단 소비자가 생산자를 타자화하는 순간, 공고해 보이던 연대는 깨어지고 소비자는 콘텐츠 자체를 적대시할 뿐만 아니라, 생산자의 정체성을 불신한다. 뉴 미디어 플랫폼의 완전 경쟁 체제에서 패배는 1패가 아닌, 완패이다.

일면 사회적 일탈이나 범법의 범주가 아닌, 객관적으로 사소한 문제들이 큰 이슈가 되어 일거에 방송에서 퇴출되는 분위기는 뉴 미디어 플랫폼의 특징으로 먹방도 예외일 수 없다. MBC 시사교양 토크쇼 <컬투의 베란다쇼>,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VJ특공대>, SBS스페셜<먹방의 시대, 밥상이 광장이다>, 영국 데일리메일, 미국의 CNN과 블룸버그TV 등 국내외 먹방 관련 기획보도에 먹방의 대표BJ로서 출연한 ‘먹방 홍보대사’ BJ더디바는 개인정보 및 과거사 관련 허위 기재, 반려동물 학대 의혹, 먹방 메뉴의 협찬과 음식 가격 논란 등 사소한 의혹들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청자들에게 충분한 해명 대신 사태를 무마하려는 시도만을 반복한다. 이에 실망한 시청자들은 등을 돌렸으며, 이후 뒤늦게 해명과 사과방송을 했으나, 재기하지 못하고 결국 방송에서 하차했다.

jtbc 예능 프로그램 <랜선라이프>에 ‘대한민국 상위 1% 크리에이터’로 소개될 만큼 승승장구하던 BJ밴쯔는 자신의 먹방과 건강식품을 연계하여 본격적인 사업을 구상, 그 과정에서 다이어트 보조제 허위광고 논란으로 벌금형을 선고 받는다. 이후 수차례 해명과 사과영상에도 불구하고 일단 그의 진정성을 의심한 시청자들은 공유한 일상과 정체성까지 불신하면서 대거 이탈한다. 이 밖에도 2019년 아프리카TV 먹방/쿡방 부문 1위를 기록한 BJ슈기[51]는 과거 행적의 인성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켜 사태를 진화하려는 시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결국 사과방송을 하고 자숙하는 의미에서 방송을 중단한 상태이다. 최근 재기를 위해 영상을 업로드하고 있으나, 시청자의 반응은 예전 같지 않다. 이에 비해 유사한 문제로 논란이 된 BJ쯔양은 신속한 해명과 진지한 반성을 통해 시청자의 의혹을 초기에 해소함으로써 시청자와의 연대를 강화하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여전히 먹방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이처럼 뉴 미디어 플랫폼에서 동세대라는 공통체 의식을 기반으로 사소한 일상적 공감을 통해 구축된 먹방 생산자와 소비자 연대의 균열은, 마찬가지로 사소한 탈 일상적 행위를 통해 와해된다. 물의를 일으킨 BJ나 크리에이터들은 해명하고 사과하면서 신뢰회복과 방송복귀를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지만, 완전 경쟁의 특성상 가상성의 균열로 인한 시청자의 단절경험은 완치되기 어려운 만큼 재기는 쉽지 않다. 즉, 콘텐츠 소비자의 ‘사소한’ 의혹에 대한 생산자의 ‘사소한’ 대응은, 소비자-생산자 연대의 ‘중대한’ 절교 사유가 된다. 따라서 완전 경쟁 체제에서 생산자 중심이 아닌, 소비자 중심으로 성장한 먹방은, 시청자의 ‘사소한’ 액션에 ‘중대한’ 리액션을 표현하는 방향으로 진화할 수밖에 없다.

작금의 먹방은 지금까지 살펴본 사회와 콘텐츠의 직접적 연결과 완전 경쟁이라는 뉴 미디어 플랫폼의 주요한 특징을 온전히 계승하고 체화함으로써 안정적인 콘텐츠 장르로 입지를 구축하게 된다. 새로운 미디어, 새로운 콘텐츠로서 먹방의 등장과 성장은 기존 미디어에 대한 도전이자, 기존 콘텐츠의 지배구도에 대한 일종의 선전포고이다. 생산자의 역할이 배제 혹은 최소화된 콘텐츠 생산 공간의 존재는 기존 미디어가 감당할 수 없는 콘텐츠 시장의 생경한 비전이며, 소비자 중심의 콘텐츠 생산 경험이 취약한 기존 콘텐츠 기획 시스템에서는 트렌드에 민감한 뉴 미디어 시청자들의 요구에 대한 즉각적 대응은 실현 불가능한 플랜 A에 가깝다. 이제 기존 미디어는 사면초가를 타계하기 위해 공격적으로 해법을 찾거나 방어적으로 타협해야 한다. 기존 미디어는 후자를 채택한다.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전문가들의 1인 방송 도전’을 표방하면서 대화창을 통한 시청자와의 소통 방식 등 뉴 미디어의 개인방송 포맷을 적극 수용했으며, MBC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는 정해진 포맷 없이 진행자에게 각종 콘텐츠의 수행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시청자 중심 뉴 미디어 콘텐츠의 특징을 반영한다. tvN 예능 프로그램 <도레미 마켓>은 ‘전국 재래시장의 대표음식을 상품으로 노래가사 받아쓰기’를 콘셉트로 스타 출연진과 함께 1세대 먹방 전문 BJ를 출연시켜 기존 미디어의 회춘을 시도한다. 코미디 TV 음식 정보 프로그램 <맛있는 녀석들>은 ‘먹어본 자가 맛을 안다’를 표방하면서 기존 맛집 탐방 프로그램의 ‘탐방’과 먹방의 ‘식사행위’ 포맷을 접목한다. 그러나 기존 미디어의 자구적 타협안에도 불구하고, 기존 미디어는 먹방이 보여주는 ‘사소한’ 일상성의 재생과 가상적 곰감대의 형성, 그리고 ‘중대한’ 연대감의 구축과 이를 통한 일상세계의 재현을 대체할 수 없다.

Ⅴ. 결론

먹방은 뉴 미디어 플랫폼에서 시작된 새로운 대중문화 콘텐츠이다. 일상의 한 부분을 그대로 재생하는 콘텐츠의 특징은 음식과 식사 행위를 둘러싼 사회적 맥락, 특히 청년세대의 주거환경과 혼밥의 식문화를 투명하게 재현했으며, 이러한 사회와 콘텐츠의 직접적 연결은 동병상련의 시대 공감으로 공유되면서 대중적 콘텐츠 장르로 도약하는 발판이 된다. 먹방의 성장과정을 보면, 초기 폭식형이나 경쟁형 먹방에서 진화하여 시식형 세대형 조리형 정보형 먹방과 쿡방이나 술방 등 콘텐츠 트렌드와 소비자의 니즈를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다양한 시도와 분화를 통해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는 탁월한 미디어 근력과 콘텐츠 생존본능을 습득한다.

특히 먹방은 콘텐츠의 주요 시청자로서 청년세대의 생활환경과 여기서 비롯되는 생활 경험의 변화에 주목한다. 2000년대 이후 헬조선의 시대상황을 반영하면서 대세가 된 청년세대의 혼밥 문화를 재현함으로써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식습관의 변화가 아닌, 고용불안과 경쟁문화, 관태기를 통한 인간관계의 피로도 증가의 중요한 상징으로 분석하는 유의미한 토론의 장(場)을 마련한다. 초기에는 혼밥을 통해 생활고와 고립감을 공유하고 소통하는 단순한 형식에서 점차 일상성을 통해 세대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가성비를 통해 만족도를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의 전환과 이를 적극적으로 콘텐츠에 반영함으로써 생산자와 소비자의 공동체적 연대감을 구축하고 가상적 함밥 문화를 형성하는 단계까지 발전한다.

이러한 먹방의 성장과 발전은 비단 국내뿐만 아니라 한국 먹방에 대한 해외 시청자와 연구자들의 태도 변화에서도 잘 알 수 있다. 한국의 먹방을 로컬 가십으로 다루며 흥미위주로 분석하던 초기 해외 미디어나 뉴 미디어 크리에이터들은 이제 K-Pop이나 K-Drama 등 한류 스타에 의해 재현되거나 한류 콘텐츠에 융화된 한식과 먹방을 본격적인 탐구 및 연구대상으로 삼고 있다. 그 결과, 해외 유명 크리에이터들이 경쟁적으로 한식의 식재료와 조리법을 소개하면서 한식의 세계화에 공헌하는 동시에, ‘미국식’ 먹방이나 ‘중국식’ 먹방 등 먹방의 국가별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먹방 콘텐츠의 국가적 세분화에 기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살펴본 먹방의 콘텐츠적 고유성과 뉴 미디어 플랫폼으로서의 입지에도 불구하고, 먹방에 대한 기존 국내 연구 성과는 일정한 한계를 보여준다. 초기 먹방에서 발견되는 개인방송의 무제한 자격요건과 후원 방식의 제한적 수익모델로 인한 과도한 경쟁과 그 결과로서의 폭식이나 엽식 등 문제적 현상에만 매몰되어, 초기 이후 먹방의 유기적 변화에 대한 통시적 연구나 구체적 방송 콘텐츠에 대한 공시적 분석 없는 추상적 가정과 공소한 담론에 머물러 있다. 뉴 미디어 플랫폼으로서 먹방은 여전히 장르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동시대 소비자의 니즈를 시시각각 반영하는 방식으로 확장된 먹방은 사회와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으며, 먹방을 통해 반영된 콘텐츠는 소비자로서의 세대가 투사된 사회상의 반영이자, 생산자를 통해 재현됨으로써 또 다른 사회변화를 야기하는 촉매이다. 따라서 먹방의 등장과 먹방의 유행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는 뉴 미디어 플랫폼의 특징과 이를 기반으로 사회와 콘텐츠의 상호 반영 양상을 진단하는 교두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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