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미녀 퍼즐이 등장한 지 벌써 10년이 되었는데 국내 철학자들도 이에 대해 자기 견해들을 내어놓았다. 송하석과 김남중은 미녀의 대답이 1/3이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김한승은 관점에 따라 1/2과 1/3이 모두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나는 이 글에서 1/2주의를 선호할 만한 논증을 제안한다. 이를 위해 미녀가 받은 물음이 첫째 물음일 확률은 엘가가 가늠한 것보다 커야 한다는 것을 논증한다. 또한 미녀가 받은 물음이 첫째 물음이라는 것을 그에게 밝혔을 경우, 동전이 앞면이 이미 나왔을 확률이 1/2보다 큰 이유를 해명한다. 하지만 동전 던지는 시점을 미녀가 처음 깨어난 후로 바꿀 경우 오히려 1/3주의 해석이 옳다는 것을 보였다.
송하석 교수는 "무지로부터의 논증, 모두 오류인가?"에서 무지에 호소하는 논증이라고 해서 모두 오류가 아니며, 사회적 맥락이 오류 논증과 설득력 있는 논증을 가르는 기준이 된다고 주장한다. 나는 송 교수의 주장에 대체로 동의하지만, 그 '맥락'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말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입증의 책임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무지에의 호소 논증의 오류 여부가 결정되는데, 이 논문에서는 입증의 책임을 결정하는 네 가지 기준을 제시한다. 먼저 주장한 쪽이 입증의 책임을 진다, 무언가 이상한 것의 존재를 주장하는 쪽이 입증의 책임을 진다, 강자 쪽에 입증의 책임이 있다, 위험하다는 주장을 제기 받은 쪽이 입증의 책임을 진다가 그것이다.
이 논문은 형이상학적 양진주의가 설득력 있는 견해인가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논한다. 구체적으로 말해서 이 글은 "진리 대응설과 양진주의는 양립가능한가?", "관찰 가능한 모순이 존재하는가?" 즉 "경험세계가 비일관적일 수 있는가?" 그리고 "무모순율은 언어나 사고의 원리인가, 형이상학적 원리인가?"라는 세 가지 질문에 대해서 답함으로써 형이상학적 양진주의를 비판적으로 평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결론적으로 진리 대응설과 양진주의가 양립가능하다고 가정하면 전진주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음을 보임으로써 진리 대응설과 양진주의가 양립 가능하지 않다고 논증하고, 무모순율을 세계를 제한하는 배제의 원리로 이해해야 함을 보이고, 이로부터 실재 세계는 일관된 세계이며, 모순은 실재하지 않음을 논증한다.
이 논문은 크립케 스타일의 초완전성 견해가 거짓말쟁이 역설을 적절하게 해소할 수 있는지를 다룬다. 초완전성 견해에 따르면, 참도 거짓도 아닌 문장이 있고, 거짓말쟁이 문장이 바로 그런 문장이다. 크립케의 초완전성 견해는 복수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는데, 최근 모들린은 토대론적 의미론을 통해서 복수의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 초완전성 견해를 제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글의 목적은 모들린의 견해를 포함해서 초완전성 견해는 복수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진리와 관한 일상적인 직관과 부합되지 않음을 논증하고, 모들린의 견해는 복수의 문제를 피하기 위한 단순한 미봉적 제안일 뿐임을 주장한다.
엘드리지-스미스가 제시한 피노키오 역설은 거짓말쟁이 역설과 같은 의미론적 역설의 변형이지만, 의미론적인 술어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언어의 위계를 이용하여 의미론적 역설을 해결하려는 타르스키의 해결책이나, 진리 술어를 부분적으로 정의되는 것으로 보고 거짓말쟁이 문장에 대해서 진리 틈새를 인정하는 크립케의 초완전성 견해는 피노키오 역설에 대한 적절한 해결 방안이 아니다. 피노키오 역설을 통해서 양진주의에 대해서 비판하는 엘드리지-스미스의 시도가 성공적이지 않음과 함께 이 역설의 중요한 함축은 진리 술어에 관한 규칙이 비일관적이라는 것을 논증한다. 이 역설에 대한 적절한 진단은 이 역설을 낳는 피노키오 원리가 잠재적으로 비일관적임을 인정하는 것이고, 이 점은 거짓말쟁이 역설과 같은 의미론적 역설이 발생하는 이유는 진리 술어에 대한 규칙이 비일관적이기 때문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피노키오 역설을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의미론적 역설에 대한 진리 일관성주의적 해결책은 성공할 수 없고 진리 비일관성주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는 두 논문 "직설법적 조건문에 관한 추론주의적 설명"과 "직설법적 조건문에 대한 추론주의적 설명과 송하석 교수의 반론"에서 직설법적 조건문 '$A{\rightarrow}C$'가 질료적 조건문 '$A{\supset}C$'를 논리적으로 함축한다는 이른바 '논란 없는 원리'가 논란의 여지가 있음을 주장했다. 이와 같은 주장에 대해 최원배 교수는 그의 최근 논문 "논란 없는 원리를 둘러싼 최근 논쟁"에서 세 가지 비판을 제시한다. 첫째, 논란 없는 원리에 대한 필자의 부정은 전건 긍정식이 부당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질료적 조건문의 진리조건은 통상적으로 조건문 가운데 가장 약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 필자가 논란 없는 원리를 부정한다는 것은 직설법적 조건문의 진리조건을 질료적 조건문의 진리조건보다 약한 것으로 본다는 의미이다. 셋째, 'A'로부터 'C'로의 추론이 귀납적으로 정당화됨으로써 '$A{\rightarrow}C$'가 성립할 수 있다는 필자의 견해는 직설법적 조건문이 정당화되는 구조를 잘못 이해한 것이다. 이 논문에서 필자는 최원배 교수의 비판들이 필자의 견해를 잘못 이해함으로써 비롯된 것임을 밝힌다. 첫째, 필자는 연역추론으로서의 전건 긍정식의 타당성을 결코 부정하지 않는다. 둘째, '$A{\rightarrow}C$'를 정당하게 주장할 수 있다는 사실이 '$A{\supset}C$'가 참임을 논리적으로 함축하지 않는다고 해서, 직설법적 조건문이 질료적 조건문보다 약한 진리조건을 갖는다는 사실이 함축되지 않는다. 셋째, 우연적 조건문 '$A{\rightarrow}C$'가 참이 되는 경우는 오직 'A'에 필요한 숨은 전제를 추가하여 'C'가 연역적으로 추론되는 경우라는 최원배 교수의 주장은 근거가 부족할 뿐만 아니라, 사실과도 부합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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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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