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의 목적은 "왜 프레게는 공리 V 대신 흄의 원리를 기본 원리로 삼지 않았을까?"라는 물음에 답하는 데 있다. 이 물음은 프레게 철학의 해석에 관한 물음이기도 하지만, 최근의 새로운 논리주의의 기획이 정당한가를 묻는 물음이 기도 하다.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나는 프레게 철학의 틀 안에서 흄의 원리를 공리로 삼는 방안과 정의로 삼는 방안을 차례로 살펴보았다. 우리 논의를 통해 흄의 원리를 공리로 간주하는 방안은 프레게의 논리주의 기획이나 공리관과 어울리지 않으며, 그것을 정의로 간주하는 방안 또한 그의 정의관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점을 밝힌다. 나아가 흄의 원리를 기수 개념의 암묵적 정의로 간주하려는 시도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어떤 것인지를 규명하였다.
프레게의 논리주의 프로그램은 기본적인 산수 법칙 혹은 가장 단순한 수의 법칙을 논리적 원리로부터 유도해 냄으로써 달성된다. 프레게는 이른바 외연 공리를 포함하는 논리적 원리로부터 흄의 원리로 지칭되는 원리를 거쳐 '기본적인' 산수 법칙을 이끌어내고 있다. 외연 공리가 흄의 원리를 연역하는 과정에서만 사용되고 인다는 사실은 프레게가 말하는 기본적인 산수 법칙을 외연 공리 대신 흄의 원리를 공리로 채택함으로써 유도해낼 수 있음을 암시한다. 여기서는 흄의 원리로부터 페아노의 다섯 가지 공리를 연역해 내는 프레게의 과정을 조상 관계에 대한 일반적인 고찰에 기초하여 보다 단순화하고 있다.
새로운 논리주의의 철학적 정당성 문제는 상당 부분 흄의 원리의 성격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새로운 논리주의자들의 바람대로 산수가 논리학의 발전이라는 논리주의가 진정으로 정당화 되려면, 흄의 원리 자체가 적어도 분석적 진리의 일종으로 여겨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그런 방안 가운데 하나로 제시 되는 내용의 분할 논제를 다루고, 이 논제가 새로운 논리주의자들의 주장처럼 흄의 원리의 분석성을 뒷받침해 줄 여지가 있음을 주장하였다. 이를 위해 프레게가 "기초"에서 제시한 내용의 분할 논제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았고, "기초"의 내용의 분할 논제와 프레게의 다른 저작에 나오는 유사한 논제를 비교하여 이 논제의 성격을 좀더 분명히 하였다. 그런 다음 더미트의 주장과는 달리, 내용의 분할 논제가 프레게 철학 내에서 일관되게 유지될 수 있음을 보였다.
18세기 영국 도덕철학자 허치슨, 흄 그리고 아담 스미스는 데카르트와 스피노자의 합리주의적 윤리학에 반대하여 도덕은 행위자의 행위나 성격에 대해 승인 또는 불승인을 느낄 수 있는 도덕감에서 생긴다고 보았다. 이들은 '도덕감(moral sense)'이라는 개념은 공유하지만 이러한 도덕감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입장을 취한다. 즉 도덕감이 발생하는 기제를 설명하기 위해서 허치슨은 도덕감이 모든 인간에게 선천적으로 내재하는 고유한 정신적 능력으로서 신의 섭리에 의해 보증되는 것이라 보았다. 흄과 아담 스미스는 허치슨의 선천적인 내재적 도덕감의 존재를 부정하고 공감의 원리에 호소함으로써 도덕의 자연화를 시도했다. 많은 사람들은 흄과 스미스의 도덕 감정론이 유사하다고 생각하지만 '공감'에 관한 이 둘의 설명 방식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 논문에서 우리는 그러한 차이점을 살펴 보게 될 것이다. 흄과 아담 스미스는 허치슨이 도덕감의 근원을 신에게 둔 것에 반대하여 도덕감의 발생 기제를 공감의 원리를 통해 설명함으로써 도덕의 자연화를 시도했지만 흄은 도덕의 궁극적 기준을 사회적 효용성 또는 관습적 규약에 둠으로써 외적인 기준을 택한 반면, 아담 스미스는 궁극적인 도덕적 기준으로 '공평무사한 관망자'의 판단 즉 '양심'이라는 내적 기준을 택했다. 스미스의 공평무사한 관망자는 개별성과 보편성 간의 간격을 메꾸고 실천적 이성을 작동케하는 수단이라 볼 수 있다. 이 논문에서 나는 공감에 관한 흄과 아담 스미스의 입장의 차이점을 밝히고 이러한 각각의 입장이 도덕의 규범성으로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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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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