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기업은 사회문제 해결과 시장에서의 생존을 동시에 고민한다. 이들은 이질적 두 목적을 모두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유형의 조직정체성을 형성한다. 본 연구는 사회적 기업이 가지는 조직정체성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대해 초점을 두었다. 특히 기업이 설립된 지역환경과 산업환경이 사회적 기업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탐구했다. 연구를 위해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서 2014년과 2015년에 발간한 "사회적기업개요집"에 소개된 환경 분야 219개 사회적 기업 소개 자료를 활용해 이들을 사회적 정체성 기반기업, 사업적 정체성 기반기업, 혼종적 정체성 기업으로 구분하여 다음의 사실을 발견했다. 첫째, 수도권 및 광역시지역에 설립된 사회적 기업은 사회적 정체성이나 사업적 정체성 중 하나의 단일정체성을 가지는 비율이 시 군지역의 경우보다 높고, 시 군지역에 설립된 사회적 기업은 혼종적 정체성을 가지는 비율이 수도권 및 광역시지역의 경우보다는 높았다. 둘째, 성장산업환경에서는 사회적 기업이 사회적 정체성을 가지는 비율이 높아지고, 성숙산업환경에서는 사회적 기업이 사업적 정체성을 가지는 확률이 높아졌다.
본 연구는 대구 화교중고등학교 학생들의 이중적 언어사용과 혼종적 정체성을 분석하였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어와 한국어 혹은 중국인과 한국인이라는 요인이 교차하는 지대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관계적 활동들에 의해 생성하고 변화한다. 화교학교 학생들은 유아기에 한국 어머니와 외가로부터 한국어를 자연스럽게 배운 뒤, 성장하면서 화교 아버지와 친가로부터 중국어를 학습함에 따라 이중적 언어습관이 형성된다. 그리고 화교학생의 상당수는 한국학교에서 유치원 교육을 받고 있지만 초등학교 이후부터 거의 모든 학생들은 화교학교에서 공식적으로 중국의 사회 문화 역사를 학습하였다. 화교학생은 가정, 학교 그리고 로컬에서 부모, 형제와 자매, 교사, 친구, 이웃과 중국어와 한국어를 매개로 대화를 한다. 이들은 상황에 따라 중국어와 한국어를 혼합하여 사용하고 있으며, 또한 두 언어를 특별하게 구별하여 인식하고 사용하지 않는다. 화교학생은 자신의 정체성을 중국인과 한국인 모두로 이해하는 혼종적 특성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들의 일부는 자신의 정체성을 한국인 반, 중국인 반으로 규정하기도 한다. 본 연구 결과의 객관화를 위해 서울, 인천, 부산에 위치한 화교중고등학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이 글의 목적은 캐나다 퀘벡(Quebec)의 영화감독 소피 데라스페의 작품 <안티고네>(2019)에 대한 서사구조, 영화미학, 주제의식에 대한 작품분석을 통해 퀘벡사회와 맺는 사회맥락적 의미를 규명하는데 있다. 본 연구를 위해 '작가구조주의'와 '문화연구'라는 두 가지 층위의 연구방법론을 도입하였다. 이를 통해, 첫째, 소피 데라스페 감독은 퀘벡의 문화적 정체성을 재현하는 '퀘벡성'을 가진 작가주의 감독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둘째, 서사구조에서는 소포클레스의 원작 '안티고네'를 알레고리 삼아 21세기 퀘벡의 이주민 집단과 차별문제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특징을 갖고 있으며, 셋째, 영화미학적 측면에서는 인서트, SNS, 환타지와 같은 가상의 미장센을 통해 극적 효과를 부여하고 있으며, 넷째, 주제에서는 민족에 근거한 과거의 정체성을 '개방성과 혼종성'이라는 보편적 가치로 확장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안티고네>는 퀘벡영화의 '이주 글쓰기' 전통을 계승하면서, 글로벌 시대의 보편적 가치관인 '혼종적 정체성'을 추구하며 퀘벡영화를 재영토화해 나가는 '뉴 퀘벡 시네마(New Quebec Cinema)'의 새로운 흐름을 상징하는 작품이다.
우리는 신유물론을 배경으로 공각기동대, 뉴럴링크, 유전자 혼종인 카밀, 삼체인 등의 SF 주인공을 참조하여, 자기생성체계와 공-산 체계 사이의 교차적 연결을 비교하는 과정을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해 새롭게 성찰하였다. 연구 결과 첫째, 래디컬한 공-산 체계에서는 개체와 경계를 해체하고 혼종적 연결과 융합만으로 존재를 정의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 둘째, 이들이 개체수준의 자율적 사고능력을 외면함으로써, 혼종적 공-산이 야기할 파괴적 성격을 제대로 규명하거나 이에 따른 실질적 대응책을 모색하는 단계로 나가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셋째, 이질적 연결에 의해 인류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게 될 상황이라면 혼종적 공-산의 연결망보다는 자기생성적 체계의 자율적 구성원이라는 정체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나아가 자기준거적인 조절을 안정시키기 위한 개체단위의 역할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제안하였다. 우리는 본 연구를 통해, 존재자간 교차를 통해 반복되는 혼종적 연결을 기술(description)하는데에만 치우친다면 제대로 된 실천적 비전을 제시하는데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존재자간 파괴적 상호작용에 대한 상상을 촉발하는 다양한 SF를 활용하여 인류종의 정체성을 새로운 관점에서 정의하고, 나아가 일정한 수준의 경계긋기와 이에 기초한 공생적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자기생성 기제를 탐색하고 자기준거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할 것으로 촉구함으로써 신유물론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기여하고자 하였다.
본 연구는 난민으로 떠났던 베트남 화인들이 '고국'인 베트남으로 돌아오거나 재정착하는 과정에서 경험하고 인식한 바에 초점을 두고 디아스포라 정체성의 변환 과정과 귀환이주의 역동성을 고찰한 것이다. 대개 1970~80년대 여러 가지 정치적, 경제적 이유로 베트남을 탈출하였던 화인 중 다수가 1990년대 후반부터 다시 베트남으로 돌아오고 있다. 베트남 화인 이주민의 귀국 현상과 관련하여 흥미로운 점은 그들이 베트남을 떠날 때는 대부분 '호아'(Hoa) 또는 '호아끼우'(Hoa Kiểu,)로 불렸으나, 베트남으로 돌아올 때는 다른 베트남 출신 귀국자들과 동일하게 베트남 해외동포라는 의미의 '비엣끼우'(Việt Kiểu)로 불리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베트남 정부의 '귀국동포 우대정책'의 혜택을 함께 누리고 있다. 비록 한때 이들에게 부여된 '중국인' 정체성으로 인해 파도가 거센 바다에 목숨을 맡기는 위험을 감수하도록 하였으나, 지금은 이러한 우대정책과 함께 이들이 '베트남인' 정체성을 부착하고 '고국' 베트남으로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이 연구는 이와 같이 '화교'에서 '비엣끼우'로 정체성 변환이라는 흥미로운 현상에 대해 고찰한 것이다. 또한 중국계 베트남 이주민의 귀환 현상에는 복합적인 정체성의 문제가 내포되어 있다. 한마디로 '혼종 디아스포라'(hybrid diaspora)라고 할 수 있는 카테고리가 만들어진다.
영화감독 양영희의 두 편의 다큐멘터리 <디어 평양>(2005), <굿바이, 평양>(2009)과 극영화 <가족의 나라>(2013)는 재일코리안 디아스포라로서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로 남북한과 일본이라는 국민국가의 틈바구니에 선 재일코리안 디아스포라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세 편의 영화는 제주, 오사카, 평양을 횡단하며 구축된 가족의 서사를 질문하는 것을 통해 국민국가가 부과한 경계를 의심하고 '가족의 나라'라는 새로운 탈주의 공간을 모색한다. 이 글은 양영희의 영화가 분단으로 한반도에 발생한 두 개의 국민국가가 강력하게 추구하는 통합과 일체감, 조국에 대한 획일적인 교육에 긴장을 일으키고 그것을 이질화시키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재조정해가는 과정을 추적하였다. 결국 이들 영화는 국민국가의 경계를 넘나드는 혼종적 정체성에서 재일코리안 디아스포라의 미래 정체성을 예견하고 있는데 이는 동북아의 평화와 공존, 남북한의 적대성을 해체하는 작업에서 요구되는 타자 수용성, 개방성, 연대성의 가능성이 재일 코리안 디아스포라에게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 논문은 1922년부터 1944년까지 열렸던 조선미술전람회에 대한 신문보도의 내용을 분석하여 그 특성을 파악한 것이다. 조선미술전람회는 일본의 식민지배하에 있는 조선 미술의 낙후성과 미개함을 강조하고, '지방색'만을 강조함으로써 식민지 조선의 '열등한 정체성'과 일본의 '우월한 정체성'을 차별적으로 확인하게 만드는 수단이 되었다. 아울러 서양은 발전된 현재이고 동양은 과거에는 발전했으나 현재는 정체된 것으로 바라보는 오리엔탈리즘의 기본 시각이 재현되어 조선의 미술문화를 쇠락(衰落)한 지방문화쯤으로 치부하고 있다. 일제하 총독부 신문이었던, 매일신보에 대한 담론 분석결과 한편으로는 식민지 조선을 중앙(일본)의 연장선상에 있는 '지방(내지)'으로 편입하는 '동화주의적' 측면을 가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근대화된 일본과는 구분되는 미개한 일개의 '지방(외지)'으로 차별화하는 '배제주의적' 측면을 갖고 있었다. 동아일보의 경우 오리엔탈리즘적인 시각에서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조선 미술의 자존심을 지키려는 방식으로 기사를 구성했다는 점에서 혼종적인 보도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이 글의 목적은 본 연구자가 에티오피아 아셀라 타운에서의 현지조사를 통해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종족 현상을 다층적 맥락에서 살펴보는 데 있다. 생태학적 조건, 양대 종족의 숫자상 균형, 빈번한 종족 외혼 및 '젖 먹이기'라는 사회문화적 관행의 영향 등으로 인해, 이 타운에서는 집단적 수준의 종족 갈등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관행의 긍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아셀라에서는 지배 종족에 의한 차별과 위협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온 것으로 파악되었다. 대개의 제보자는 종족 외혼이 종족 집단 및 공동체 구성원의 유대를 강화하고, 상이한 종족 문화를 습득하고, 사람들 간의 관용 정신을 배양하고, 혼종적(다중적) 종족 정체성을 가진 우수한 2세를 생산하는 데 기여한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러나 일부 제보자는 종족 외혼이 그 당사자의 이기적인 선택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종족 정체성을 손상시키므로,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했다. 상당수의 제보자는 현재 진행 중인 오로모화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라 여기고 있는 반면, 일부 제보자는 오로모화를 강제성, 피상성 및 생존 전략의 맥락에서 파악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이 연구는 21세기 이후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하이브리드의 개념을 연극 공간으로 적용하여 특별히 관객이 적극적으로 극에 개입하고 참여하는 '관객 참여형 연극'에 관한 새로운 접근을 시도해 보는 것에 목적을 두었다. 사실, '하이브리드'는 이미 오랜 시간 인류의 문화 형성과 전승 가운데 주요한 동력을 제공해 왔으며 이를 무대 위로 다루는 연극에서 또한 그 혼종성은 의미 있는 원리로 작용해 왔다. 이전의 극장과 텍스트 중심의 전통적인 연극에서는 '현존과 부재', '현실과 허구' 그리고 '즉자와 대자'의 측면에서 그 혼종성이 오직 무대 위의 한정적 움직임으로 제한된 바 있다. 하지만 20세기 아방가르드 이후 '해체'의 정신을 바탕으로 객석과 무대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고 그 사이에서 하이브리드는 이전의 '무대 한정적 하이브리드'에서 '무대를 넘어 객석을 포함하는 연극 공간 전체'의 하이브리드로 확장되기에 이른다. 다시 말해, 객석과 관객은 이제 동등한 연극적 요소로서 다른 요소들과 동등한 수평적 연결 구조를 통해 함께 뒤섞이게 되었으며 이를 바탕으로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결과물이 형성되는 것이다. 따라서, 관객 참여형 연극은 이전의 전통적인 연극 공간 안에서 가장 이질적인 '객석과 무대', '관객과 배우' 사이의 일종의 하이브리드 현상으로 '혼종화된 관객', '혼종화된 공간' 그리고 '혼종화된 텍스트'라는 독특한 정체성으로 또 다른 접근이 가능할 것이다.
포스트식민주의는 근자의 글로벌 사회 문화 현상을 설명하고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이론적 자원으로 자리잡아 왔다. 문화가 갖는 보편성이나 초월적 진정성을 부정하는 포스트식민주의 이론은 근본주의적 가정을 벗어나 주체와 정체성이 재개념화되는 길을 열어 주며, 지리적 경계를 가로질러 부유하는 디아스포라의 혼종적 문화 경험을 통해 기존의 지배적인 문화적 상상과 사회관계에 대한 담론 질서를 전복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그려 내기도 한다. 그러나 전 세계 문화의 차이와 다양성을 강조하는 포스트식민주의 서사는 변화와 재조정 과정에 있으나 여전히 강고하게 자리 잡고 있는 중심부와 주변부 국가들 간 불평등한 권력 관계 속에서 특정한 지역민들과 이주민들이 새로운 형태의 피착취 집단으로 구성되고 있는 현실을 제대로 조명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이 글의 목적은 포스트식민주의 이론이 전개되고 전유되어 온 과정에 대한 비판적 리뷰를 통해 지금 시기 글로벌 수준에서 발생하고 있는 부정의의 문제들을 보다 비판적으로 성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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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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