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목/요약/키워드: 향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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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경산수화에 담긴 '같은 경관' 그러나 '다른 풍경', 그 의미 찾기 - 18.19C 총석정 그림을 중심으로 - ('The Same Scenery' and 'a Different Landscape' Included in "Real-Scenery Landscape Painting", an Essay to Determine Meaning - Centering around Paintings of Chong Seok Jeong in the 18th-19th Centuries -)

  • 노재현;장일영
    • 한국조경학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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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36권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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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8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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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
  • 본 연구는 18 19C 진경산수화에 담긴 경관과 풍경의 표상과 의미를 찾기 위해 '같은 경관'이 '다른 풍경'으로 인식되고 묘사되는 과정에 주목하였다. 총석정을 대상으로 한 실경산수화 총 25엽을 대상으로 그림의 시점과 내용 그리고 표현방법 등을 분석한 결과, '총석정다운' 이상적 경관의 표현을 목표로 모방과 재현을 통해 특정한 표상을 기저에 둔 일종의 기호론적 풍경의 전승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왔음을 엿볼 수 있다. 이는 총석정의 고유 이미지가 특정한 기표로 정착되고 오랫동안 유전되고 왔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우뚝 솟아 물보라로 부서지는 기괴한 사선봉과 솔숲'이라는 의미적 표상은 총석정의 '그것다움'으로 전수되어 왔으며, 이는 총석정의 원풍경 요소로 집단 표상화 되며 전형성을 갖추게 되었다. 겸재와 단원의 그림을 통해 특정 화가의 그림이 변용되는 과정은 매우 흥미로울 뿐 아니라 그림 속에 표현된 경관은 수차례의 장소 경험과 사생을 통해 그들만의 정서와 추억이 덧칠된 풍경이었음이 분명하다. 또 그들의 그림은 경험을 통해 얻은 '특정 경관' 즉 개인적 정조(情調)에 따른 심상이 부여된 풍경의 개념으로 설명될 수 있다. 똑같은 경관에 대한 동일 시점에서 조차 다른 모습으로 표현된 그림은 경관 주체의 인식을 통해 재해석된 결과로 관조와 인지과정을 통해 경관 대상의 형태 변용은 다채로울 수 있었다. 변용되기 이전의 객관적 실물 재현이 경관에 가까운 모습이라면 취사 선택과 생략 및 강조를 통해 새롭게 인식된 경관 그것은 마음속의 '특정한 경관'으로 '풍경'에 더욱 가까워진 모습이다. 따라서 단순히 '감각적으로 포착된 객관성을 띤 자연'이 경관이고 '미적인 향수 방식으로 성찰되어 문화성을 획득한 주관적 현상은 풍경'이라는 개념은 매우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아르누보양식의 조형적 특성연구 - 르네랄리크.에밀갈레.루이스 컴포트 티파니.빅토르오르타의 작품을 중심으로 - (A Study of formative character of Art Nouveau Through the works of $Ren{\acute{e}}$ Lalique, Emile Galle, Louis Comfort Tiffany, Victor Horta)

  • 김은정
    • 조형예술학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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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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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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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7
  • 예술을 논함에 있어 '과학의 진보'와 '인간의 정서'라는 두 가지 문제의 상충은 끊임없이 대두되었다. 과학의 편리성, 그 이면에 존재하는 인간본연의 감성인 '자연'은 점차 크게 자리잡아갔다. 20세기말부터 성행하던 다소 삭막하게 느껴지는 미니멀리즘을 벗어나 점점 인간과 자연이 하나가 될 수 있는 자연주의가 강조되었고, '자연'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올랐다. 기계와 과학에 의해 삶이 양적으로 향상되어질수록,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자연'에 대한 향수가 인간에게 더욱 절실하게 되었다. 이에 '자연'을 좀 더 효과적으로 나타내고자 아르누보양식의 표현요소를 도입하여, '자연'을 현대적으로 표현한 조형적 특성을 연구하였다. 아르누보는 자연물의 유기적인 형태로부터 모티브를 찾아 이것을 양식화하여 장식미술로 적용하였다. 이는 과거의 양식에서 인용과 절충을 반복하는, 역사주의적 전통을 과감히 개혁함으로써 현대디자인의 문을 열었고, 더불어 미술을 모든 생활에 실용화하려는 점에서 커다란 역사적 의미를 갖는 양식이다. 신예술을 의미하는, 19세기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번성했던 아르누보는 한 세기가 지난 현재에 와서 재평가되고 수용되어 다양하고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자연주의'를 근본으로 하는 아르누보 양식은 현대에 오면서 내추럴리즘이 주류를 이루고, 여성스런 로맨티시즘이 유행하면서 패션, 가구, 유리 공예, 보석 공예 등의 다양한 장르의 예술에서 모티브로 부활하고 있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아르누보에서 나타난 식물모티브를 적용한 다양한 분야의 아르누보작가들의 작품을 중심으로 형태적 요소와 표현요소의 특성을 다양하게 해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나타난 공통된 조형미를 분석하고자하였다. 아르누보양식에서 나타나는 섬세하고 화려한 곡선의 장식미와 형태의 부드럽고 유려한 곡선표현의 효과적인 디자인적용가능성을 살펴보고, 이를 통해 창의적으로 분석된 조형이미지로의 아르누보 식물모티브를 디자인에 새롭게 시도하는 계기가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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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작가 홍언의 몽유가사$\cdot$시조에 나타난 작가의식 (A Study on Korean-American Writer Hong-Eun($1880\~1951$) focusing on Mong-yu siga(Traditional Korean Poetry, gasa and sijo of strolling in the dream))

  • 박미영
    • 한국시조학회지:시조학논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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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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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77-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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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4
  • 문학작품은 선행 작품 혹은 동시대의 다른 작품들과의 상호관계 속에서 창작되고 있다. 당대의 문단활동을 통해서나 작가 자신의 소양 속에 내재되어 있는 선험적인 텍스트와의 끊임 없는 대화를 통해 작가의 의식에 적절한 반응양식이 선택하여 외부로 표현되는 것이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양식 또한 시대적, 개인적 필요성에 의하여 이런 과정을 속에서 되풀이된다. 본 연구에서 대상으로 삼고 있는 홍언은 미국 초기 이민자이며 재미 한인신문 $\lceil$신한민보$\rfloor$의 발행에 오랜 기간 종사한 언론인이자 문인이다. 지면을 책임지고 있는 발행인으로서 자신의 작품을 비교적 자유롭게 발표할 수 있는 처지에 있었다. 그러나 국내문단과의 직접적인 교류나 활동은 없었고 미국 현지에서 함께 할 독자가 적은 가운데 시가만 400여 편을 발표할 정도로 활발하게 활동했다. 본 연구에서 홍언의 다양한 작품활동 가운데 1935년, 1947년 두 차례에 걸쳐 발표되는 몽유양식을 활용한 시가$\cdot$몽유가사$\cdot$몽유시조를 분석하고 그 의미를 고찰한다. 1935년과 1947년으로, 두 차례 $\lceil$신한민보$\rfloor$의 <사조>난에 몽유가사와 몽유시조를 싣는다. 홍언은 미국이라는 만리타국에 와 있지만 자신의 개인적인 것을 모두 포기할 만큼 조국의 독립을 갈망하였으며 항시 조국의 현실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상황에서 창작된다. 첫 몽유시가는 1935년 4월 25일에 <이강산>을 필두로 1935년 5월 9일 부터 1935년 7월 4일까지 동회슈부라는 자신의 필명으로 <꿈에 고국에 가셔>라는 제목 하에 연작시가 8편을 차례로 연재하는 것이다. 이는 개화 가사의 형식을 선택하고 있으며 향수와 1900년 전후의 조선 상황에서 정체된 역사의식을 담고 있어 중세적 이념을 노정하고 있다. 두 번째 몽유시가는 1947년 9월 25일 발표한 <나라와 고향>을 서시로 1947년 10월 2일부터 1947년 11월 6일까지 6 편을 연재하는 <꿈속에 강산>이다. 여기서 선택한 시형은 시조이며 그 시상의 전개가 1차 시도와 비슷하여 1차 시도를 의식하여 창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내용은 분단된 조국현실을 직시하면서 미국과 러시아에 대해 적대적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외적 장애요인이 제거되었는 데도 고국에 가지 못하는 자신의 개인적 처지를 합리화하는 방어기제로서, 조국을 '살지 못할 곳'으로 인식하고 있다. 몽유양식은 꿈을 주요 모티브로 사용하면서 현실의 좌절된 욕망을 달성하고자 의도적으로 취하는 양식이다. 홍언은 이민 후 일제치하에서는 정치적인 이유로, 독립 후에는 개인의 경제적인 사정으로 고국방문을 하지 못했다. 고국방문이라는 간절한 소망을 달성하기 위하여 홍언은 몽유양식을 활용하였다. 이는 중세의 지식인들이 우언의 한 양식으로 즐겨 사용했던 전통 양식이자 개화기 지식인들이 검열을 피하기 위한 수단이며 다양한 글쓰기 방식의 일환으로 선택되어 문학사적 사명을 다했던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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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분지내 백악기 화강암류의 정치 깊이에 관한 연구 (Emplacement Depth of Cretaceous Granites in Kyeongsang Basin, E Korea)

  • 고정선;윤성효;안지영;김향수;최유종
    • 한국지구과학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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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21권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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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59-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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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0
  • 경상분지내 백악기에는 매우 활동적인 마그마 활동이 많이 있었으며, 그 결과 여러 화산암과 심성암을 형성하였고, 반심성암의 관입에 이르는 하나의 화성윤회가 잘 나타나는 지역이다. 이러한 심성암 중 각섬석을 함유하고 있는 화강암에 대한 압력 추정은 경상분지내 백악기 불국사화강암류의 정치 깊이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 각섬석의 성분 중 $Al^T$(Al total)함량은 온도, 산소분압, 그리고 고용체를 가지고 있는 광물들의 성분과 무관하고 압력에만 관계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각섬석의 $Al^T$ 함량을 여러 경험적, 실험적 지압계에 적용하여 압력을 유추할 수 있었고, 이 각섬석을 함유하는 암석은 주위 다른 암석과 밀접한 관련성이 있으므로, 유추된 압력으로 경상분지내 백악기 불국사화강암류의 정치 깊이를 결정할 수 있었다. EPMA 분석을 통해 구한 각섬석 $Al^T$값을 여러 관계식에 적용해 본 결과, 압력과 $Al^T$값 사이에는 정의 상관 관계가 있었고, 경상분지내 백악기 화강암류 중에서 가장 작은 압력 값을 가지는 지역은 경주지역($0.73{\sim}l.70kbar$)이었고, 가장 높은 값을 가지는 지역은 김해지역($2.02{\sim}3.16kbar$)이었다. 그리고 유추된 압력 값이 김해, 거제, 부산, 마산, 남해, 경주 순서로 높기 때문에 경상분지의 지구조가 백악기의 화강암류의 정치 깊이와는 상관 관계가 없음을 나타내고 각 지역마다 수직성분의 운동이 달랐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지각의 밀도가 $2.8g/cm^3$로 가정했을 때, 경상분지의 화강암류의 압력평균값이 약 $0.73{\sim}3.16kbar$의 범위를 가졌고, 경상분지내 백악기 화강암류의 정치 깊이는 $2.6{\sim}11.4km$범위를 가졌다. 이는 경상분지 화강암류에 대해 유추된 기존의 정성적인 생각과 일치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각섬석의 $Al^T$함량을 이용한 여러 경험적, 실험적인 압력계가 많은 제한점이 있지만 경상분지의 백악기 불국사화강암류에는 정성적으로 유효함을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최종적으로 경상분지내 백악기 화강암류는 천부관입 암체이고 노출된 화강암류가 천부지각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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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팀펑크 애니메이션에 드리운 전쟁의 그늘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중심으로- (Shadow of War Covering the Steam Punk Animations)

  • 오진희
    • 만화애니메이션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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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권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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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63-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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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7
  • 파란 하늘을 나는 선명한 색의 비행체와 거대한 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증기의 압도적 이미지는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 감독은 과거를 상징하는 산업시대의 기계장치인 증기기관과 미래의 장치인 비행체를 함께 제시하여 모호한 시공간을 구축한다. 이 특별한 시공간은 증기기관을 매개로 한 과거에 대한 향수(鄕愁)이며 비행체로 대표되는 과학과 미래를 향한 동경이다. 이는 현재의 시간이 아닌 과거와 미래의 혼재된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는 스팀펑크(Steam Punk) 장르의 특성을 공유한다. 스팀펑크는 공상과학(Science Fiction)의 하위 장르로써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는 과학기술과 기계문명에 대한 근본적 회의와 미래 세계에 대한 낙관을 동시에 담고 있다. 또한 현재를 바라보는 인간의 기대와 실망, 이상과 미련이 투영되어 있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 중 <바람계곡의 나우시카>(Nausicaa Of The Valley Of Wind, 風の谷の ナウシカ)와 <천공의 성 라퓨타>(Laputa: Castle In The Sky, 天空の城ラピュタ) 등은 이러한 특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이들 작품은 자연과 인간, 그리고 환경과 파괴에 대한 서사를 증기기관과 비행체로 시각화하여 과거와 미래가 동시에 존재하는 가상의 시공간을 스펙터클하게 구현함으로써 전 세계 팬들을 매혹한다. 그런데 자연과 환경, 공동체의 이상을 매력적으로 표현해 온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작품에는 기묘하게도 전쟁과 세계 멸망의 이미지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붉은 돼지>(Crimson Pig, 紅の豚)에서는 실제 전쟁 시기를 시대배경으로 설정함으로써 현실세계의 서술로 나아가며, 심지어 <바람이 분다>(The Wind Rises, 風立ちぬ)에서는 일본의 제국주의 침략전쟁을 그리면서도 감독 자신의 존재론적 정체성과 주관적 관점을 낭만적 태도로 투사함으로써 다수의 관객을 당혹시킨다. 그리고 이러한 문제는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그의 작품 전반에서 발견된다. 이는 스팀펑크 장르가 현재의 문제를 마주하기보다 인간이 제어 가능했던 과거와 낙관적인 미래를 혼종하여 모호한 시공간을 그려내는 것과 마찬가지로 애매한 상태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판소리의 영화적 해석과 변모의 과정 (The cinematic interpretation of pansori and its transformation process)

  • 송소라
    • 공연문화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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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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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47-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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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
  • 본 연구는 판소리를 소재로 한 영화를 대상으로 영화 속에서 판소리가 수용된 양상을 살핌으로써, 판소리에 대한 현대사회의 인식과 기대의 변화를 탐색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조선후기 상하층의 사랑을 두루 받았던 판소리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 전쟁을 겪으며 그 위상이 꺾이게 된다. 일본에서 유입된 신문물의 영향과 미국 문화의 유입으로 대중적 관심을 잃게 되며, 고루하고 낡은 전통의 이미지를 갖게 되었다. 이에 국가는 점차 사라지는 판소리를 보호 및 계승하기 위해 1964년 판소리를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하지만 1980년대까지도 판소리의 자생적 대중성 확보는 어려웠다. 그러나 판소리는 국가의 꾸준한 지원과 명창들의 판소리 전승 노력, 그리고 2000년대 들어 우리의 것을 세계화하자는 사회문화적 담론 속에서 점차 동시대의 대중과 호흡하는 노력을 해왔고, 문화콘텐츠의 주요 소재로도 각광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팝밴드 '이날치'와 현대무용그룹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가 선보인 뮤직비디오 형식의 'Feel the Rhythm of KOREA'가 보여주듯 현재의 주목받은 대중문화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현대사회 속에서 점차 변화해가는 판소리에 대한 대중적 인식과 판소리의 위상은 영화라는 대중매체 속에서도 엿볼 수 있다. 본 연구는 1993년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를 비롯하여 최근의 <소리꾼>까지 판소리를 소재로 한 6편의 영화를 선별하여 이와 같은 변화의 추이를 탐색하였다. 먼저 1990년대에 제작된 영화 <서편제>와 <휘모리>이다. 이 두 편의 영화는 모두 당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시대의 판소리, 즉 20세기 초중반 전승의 위기와 대중적 관심에서 멀어진 판소리의 현실을 보여주며, 그 속에서도 판소리 자체의 예술적 완성을 위해 치열하게 분투하는 소리꾼의 모습을 영화에 담아내었다. 판소리가 가진 정서로써 '한'과 북과 소리의 조화를 통한 판소리 미학을 강조함으로써 우리 소리의 숭고함과 특수함을 대중에게 선보였다. 판소리에 관해 관심이 적었고, 따라서 이의 가치를 잘 모르던 대중은 즉각 이에 화답하며 우리 음악과 우리의 정서에 대한 폭발적 지지를 보여 이른바 '<서편제> 신드롬'을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다. <서편제>와 <휘모리>는 우리 소리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부족한 시기, 그러나 그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요청되던 1990년대라는 시대적 상황이 영화의 내용과 구성에 반영되며 당대 판소리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기대를 드러내었다. 다음으로 2008년에 제작된 영화 <소리, 아이>와 2012년의 <두레소리>이다. 두 영화는 판소리와 국악을 하는 동시대의 어린이, 학생을 주인공으로 하여 예술을 하는 아이들의 성장기를 그려나가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들 영화에서 판소리는 '요즘 세상에 누가 그것을 하냐'의 소리를 듣는 옛 음악도 아니고, 혹독한 수련과 고통 속에서 완성이 되는 숭고한 음악으로 묘사되지도 않는다. 부모님의 권유, 집안의 사정 속에서 판소리를 시작한 아이들이 소리를 익히고 성장하고, 갈등하고, 고민하는 이야기를 통해 판소리는 동시대의 하나의 자연스러운 예술로 그려질 뿐이다. 판소리를 비롯한 국악의 정통성을 신념화하여 강조하지 않고, 교조적으로 이를 대중에게 전달하지 않는다. 이는 동시대의 예술로 판소리를 바라보는 2000년대의 달라진 대중적 인식을 반영하는 속에서 판소리가 해석된 것이라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2015년의 <도리화가>와 최근 상영된 2020년의 <소리꾼>이다. 흥미롭게도 두 작품 모두 판소리가 민중의 사랑을 가장 많이 받던 조선후기를 영화의 시간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영화의 이야기를 판소리의 역사를 토대로 구성하였는데, <도리화가>의 경우는 실존 인물인 신재효와 진채선을 바탕으로 영화적 상상력을 덧붙인 서사를 전개하였다. 그리고 <소리꾼>의 경우는 광대의 소리가 판소리 사설의 원류가 되었다는 판소리 이론과 판소리 <심청가>의 서사를 활용하여 당대 존재했을 법한 소리꾼의 삶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두 영화는 판소리의 역사에서 이야기의 소재를 찾아 이를 영화화하였다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전통을 문화콘텐츠의 소재로 삼고자 하는 시대적 분위기와 연결된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국가 간의 문화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때에, 콘텐츠의 소재는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역사를 활용한 이야기가 그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전통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문화콘텐츠의 소재로 삼고자 하는 시도는 2000년대 들어 본격화되었고, 판소리의 음악뿐만 아니라, 판소리의 역사 또한 활용 가능한 콘텐츠의 대상이 되었다. 지금의 판소리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옛것도, 낡은 전통도 아닌 동시대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예술이자, 다양한 콘텐츠의 소재로 활용 가능한 자리에 온 것이다. 상기 영화들은 현대 판소리가 걸어온 길과 변모하는 위상, 그리고 이에 따라 달라지는 대중적 인식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판소리 문화의 흐름을 이해하는 기초가 될 수 있다.

한성준을 통해 본 재인 계통춤의 무용사적 가치 연구 (A Study on Dance Historical Value of Jaein Line Dance by Han Seong-jun)

  • 정성숙
    • 공연문화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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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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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pp.347-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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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9
  • 재인청 출신 및 재인계통 예능인들은 전통사회에서 근대사회로의 이행기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으며, 오늘날 한국의 대표적 전통춤으로 자리매김하면서 한국창작의 모태가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용학계에서는 재인계통의 춤에 대한 관심이 미흡했으며 전통춤에 대한 연구도 기방계통 춤에만 편중되어, 재인계통 춤의 연구는 단편적이거나 개별적인 연구에 그쳤다. 따라서 본 연구의 목적은 재인계통 춤의 대표격이라 할 수 있는 한성준을 통해 재인계통 춤을 분석하고 그 무용사적 가치를 분석하는데 있다. 한성준(韓成俊: 1874-1942)은 일제강점기를 경유한 재인으로, 무계(巫系)와 재인청(才人廳) 출신의 집안 내력을 갖고 있으며, 중부권을 중심으로 전승된 경향류1) 춤 맥을 계승하였으며, 속칭 '화랭이(花郞)'이기도 했던그는 명고수, 명무로 한 시대를 풍미한 전통춤의 대부이다. 그는 전통춤 근대화에 독보적인 역할을 담당하여, 전통춤을 재구성, 집대성, 무대 양식화하여 자율성을 확립하였으며, 승무를 비롯한 다양한 민속춤들이 전승체계를 갖추어 오늘의 전통춤이 되었고 또한 창작춤 소재의 근원이 되었다. 한성준이 전승한 재인계통 춤의 무용사적 가치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국가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한국문화를 대표하는 전통예술의 반열에 올라 있으며, 세계에 보여 줄 수 있는 가장 한국적인 전통문화재가 되었다. 둘째, 그 밖의 다양한 민속춤과 창작춤과 함께 한국춤의 한 장르로 위상이 확립되어 후학들의 학문적 탐구의 소재가 되고 있다. 셋째, 현대화와 시대변천에 따라 사라져가던 전통춤 부흥에 대표적인 사례가 되어 민족정체성 발견과 주체성의 위상을 확립하고 전통춤 발굴과 전승에 기여하였다. 넷째, 수많은 무용인들이 그의 춤을 전승하는 전통춤보존회를 조직하여 전수활동을 통해 많은 이수자를 배출하고 보급하고 있으며, 전통춤을 애호하는 관객들에게 향수 할 수 있는 공연 레퍼토리가 되고 있다. 또한 재인계통의 한성준의 춤은 한국창작의 지평확산에 초석으로서 다음과 같은 가치를 발견 할 수 있다. 첫째, 창작의 새로운 방법론을 모색함에 있어서 근원을 전통에서 찾아 재발견하는데 견인차 역할을 했으며, 주제표현에 있어 전통춤에서 가져옴으로서 민족주의적 정체성을 발견하고자 하였다. 둘째, 전통춤 소재를 활용해서 동작 요소를 가져와 몸짓언어로 확장시킴으로써 현대 무용과 같이 장르의 파격적인 해체에 기여하였다. 셋째, 도전적인 새로운 접근으로 전통을 재창조하려는 지평을 마련하였고, 나아가 소박한 우리춤의 근원으로 전통주의적 미학을 지향하는 데에도 기여하였다. 이상과 같은 무용사적 가치를 지닌 재인계통의 전통춤이지만 드러난 문제점은 한성준류 춤의 이원화된 전승과 전승자에 따른 각기 다른 전승 양상은 전통의 다양한 전승이라는 측면에서는 수긍이 가나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그리고 나머지 한성준류 춤에 대한 복원과 무형문화재 지정 등을 통해 어려웠던 시대적 상황 속에서도 우리의 춤을 지키고 견인한 재인들의 예술혼이 담긴 재인계통의 전통춤이 탄탄한 줄기로 계승될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배려가 요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