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는 우리 민족의 사랑을 꾸준히 받아온 장르이다. 특히 1920년대-1930년대에는 최남선, 주요한, 이병기, 이은상 등의 국민문학파에 의해 시조부흥운동이 형성되었을 뿐만 아니라, 카프문인 권구현과 비문단인(非文壇人) 한용운 등도 시조에 지극한 관심을 드러내었다. 카프 동인이자 아나키스트였던 권구현은 ${\ulcorner}$흑방의 선물$\rfloor$(1927)을 발간하였는데, 이 시조집은 최남선의 ${\ulcorner}$백팔번뇌$\rfloor$(1926)와 함께 20년대에 발간된 단 2권의 개인 시조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최남선을 비롯한 국민문학파의 시조부흥운동만 주목되고, 권구현의 시조집은 조명 받지 못했다. 이는 해방 이후 한국문단이 반공이데올로기 아래에 있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나, 도리어 그가 카프동인이자 아나키스트였다는 사실은 '프롤레타리아 시조'(조운, 1927), '시조형의 프로시'(박영희, 1959)를 개척한 성과를 남았다. 비문단인 한용운은 ${\ulcorner}$님의 침묵$\rfloor$(1926) 시인으로 주목되어 시조시인으로는 부각되지 못했다. 그러나 그의 시조는 독립운동가 한용운, 승려 한용운 등 그의 총체적인 모습을 담아내기에 충분하였다. 한용운의 시조에 대한 애정은 첫 발표작인 <무궁화를 심고저-옥중시(獄中詩)>(1922)가 ${\ulcorner}$님의 침묵$\rfloor$보다 4년이나 앞선 것과 자유시 창작이 부진했던 1930년대에 시조창작을 지속한 데에서 알 수 있다. 이 같은 한용운의 시조는 '전통장르 시조'가 유학자 및 유학의 세계관을 넘어서 승려 및 불교 세계를 포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 있다. 본고는 권구현과 한용운의 시조 연구를 통해서 1920년대-1930년대 시조의 위상을 밝히고자 하였다. 전통장르 시조는 1920년대-1930년대에 국민문학파 뿐만 아니라 카프문인 권구현과 비문단인 승려 한용운 등 문단의 전반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로써 본고는 당시 시조창작이 카프의 안티세력에 의한 부분적인 운동이 아니라 1920년대-1930년대의 시대정신에 의거한 카프문인, 승려 등 다양한 계층이 참여한 전반적인 운동이었음을 밝혔다.
본 논문은 한용운의 시조를 작품의 내면세계와 표현 미학으로 나누어 살펴 보았다. 현대 시인 한용운은 승려, 독립운동가, 시인, 소설가를 겸하는 그 생애는 물론 그가 남긴 문학 업적에서도 현대시를 비롯하여 한시, 시조, 산시, 동요 등 다양한 시가는 물론 현대 소설까지 남긴 비중 있는 작가이다. 그의 시조 문학은 현대 시인이 고전 시가의 한 갈래인 시조를 창작했다는 점, 그간 시조 작가층으로 승려가 없었는데 승려의 신분으로 시조를 지었다는 점, 또한 한시까지 창작했다는 점에서 그의 시조는 작가 개인은 물론 당대 문단에서도 중요한 의의를 가지는 것이라 판단하고 그 시조의 본질을 구명하기 위하여 그의 다른 갈래 작품과 부분적으로 연관하면서 논의를 진행했다. 그 시조의 내면 세계는 이념과 현실, 일상 등 크게 세 가지로 나타났다. 그가 시조에서 보여준 이념은 불교와 유교였는데 구체적으로 단순한 두 이념의 교조적 반복이나 선전이 아니라 각 이념의 완고한 관행의 틀을 극복하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었다. 불교 이념의 경우 수행을 통한 깨닫기라는 일반적 순서와 과정을 비판하고 선(禪)의 입장에서 본래성불의 정신을 일깨워 주었고, 유교의 경우에는 당대 사회가 요구하는 행동과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방식으로 이념이 표현되었다. 그리고 현실에서는 일반 민중의 구체적 삶의 현실은 물론 민족의 간고한 현실을 표현하였다. 또한 일상에서는 그가 접하는 대상이나 인물, 계절 등을 제재로 하여 객관물과 상관에서 유발된 정서를 표현하였는데 특히 님이라는 절대 존재와의 관계에서 유발되는 정서를 집중적으로 표현하였다. 한용운 시조의 이런 내면세계는 그의 현대시가 님과 관련한 내용에, 한시가 일상의 내용에 각기 치중해 있는 것과는 달리 폭넓은 주제성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다음 표현 미학을 보면 작품을 이루는 가장 저층의 어휘에서 시상의 전개, 수사 기법 등의 세 개 항으로 나누어서 살펴보았다. 어휘에서는 이념을 표현한 작품군의 경우 불교나 유교 이념의 핵심이 되는 체언과 서술어가 주로 사용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불교 이념 작품의 경우 '소를 찾는다' 유교이념의 경우 나라를 걱정하는 입장에서 상징적으로 달, 무궁화를 가져와서 '달은 비친다. 무궁화는 심는다'는 서술어와 연관시켜 표현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현실을 보여 주는 경우에는 현실에 당면한 인물, 예를 들면 '마누라, 공장, 아씨' 등 현실을 살아가는 인물과 그 주변을 나타내는 용어를 주로 가져 와서 거기에 이들이 하는 행위로서 '손을 젓다, (빨래를) 씻다' 등의 서술어를 호응시킴으로써 현실의 간고함을 드러냈다. 일상의 경우 그가 접하는 대상사물, 대상인물, 현상 등을 주체어로, 여기에 호응하는 서술어를 이어 붙였다. 어휘상의 이러한 특성은 그의 현대시가 님과 관련한 어휘에 치중하고 그의 한시가 일상의 삶을 드러내는 어휘에 치우쳐 있는 것과는 달랐다. 작품의 시상 전개의 미학에서는 이념을 표현한 경우 '부정->부정->주장'이나 '의문->의문->판단'으로 시상을 전개하여 이념에 대한 주장이나 정확한 판단에 이르는 과정을 내세우는 시상 전개 방법을 사용하고 있고, 현실의 경우는 '호칭->질문->대답행위'나 '질문->호칭->질문'의 순서로 시상을 전개하여 당면한 현실의 절박함을 시적 대상 인물과의 대화를 통하여 현장감과 생동감 있게 드러내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리고 일상을 표현한 작품군의 경우에는 '감탄적 제시->감탄적 제시->결과'나 '대상 인물-의문-감탄'의 순서로 시상을 전개하여 시적 화자가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정서를 정감 있게 표현하는 데에 기여하는 시상 전개의 방법을 취하고 있다. 이러한 시상 전개의 방식은 한시의 도식적 기승전결의 방식이나 현대시에서 일방적으로 하소연하고 이를 나열해 나가는 것과는 다른 다양한 방식이었다. 작품의 수사 미학에서 보면 장면을 현재적 관점에서 상황을 생생하게 보이는데 필요한 돈호법을 포함하는 문답법을 가장 많이 구사했고, 시적 화자의 인식이나 주장을 강하게 드러낼 때 설의법, 그가 일으킨 정서를 강렬하게 표현할 때 영탄법을 주로 사용하고 있다. 반복법과 대구법을 많이 사용하여 같은 내용을 강조하거나 심각하게 드러내는 역할을 하게 하였다. 수사법상에서도 그의 현대시가 상징적 님과의 관계를 집중적으로 드러내면서 '---ㅂ니다'를 반복하는 반복법, 같은 문장을 마주 세우는 대구법, 문맥상 은유와 역설을 사용하는 경우나, 한시에서 대구법을 주로 구사한 경우와는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논문은 개화기에서 일제 식민지에 이르는 격동기를 살다간 두 지식인이자 선각자였던 육당 최남선과 만해 한용운의 시조를 살펴보았다. 육당과 만해의 삶은 여러 측면에서 공통된 요소를 지니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당대의 지식인으로서 독립운동에 관여하였다. 또한 문학 활동의 경우에도 신시와 시조 및 한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보여 주었다. 이 논문에서는 두 사람의 시조 작품을 대조하여 고찰했다. 특히, 각각의 시조 작품에 나타난 어조의 측면을 중심으로 '님'을 노래한 경우와 '생활'을 노래한 경우로 나누어 살펴보았다. 논의 결과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님'을 노래한 시조들을 살펴보았다 육당과 만해 모두 님과의 이별을 전제하고 있는 점에서는 공통적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시조는 다음과 같은 면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여 주었다 육당의 경우, 님의 부재로 인한 허탈감과 상실감을 위주로 한 소극적 수동적 어조로 나타났다. 만해의 경우, 님과의 만남을 전제로 한 적극적 능동적 태도로 나타났다. 둘째, 생활을 노래한 시조들을 살펴보았다. 육당의 경우 개인적 서정의 세계에 대하여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 반면. 만해의 개인적 서정의 세계에 대하여 체념적이며 부정적 의미 지향으로 나타났다. 이와 같은 대조적인 작품의 어조는 두 사람의 현실인식의 문제와 관련된 것으로 생각되며. 앞으로 보다 심미적인 측면에서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이다.
이 논문은 한용운의 시조 35편 45수를 대상으로 살펴보았다. 한용운(韓龍雲)의 시조를 관련 한시를 함께 읽으면서 그 소재(素材)가 주제와 연관되는 점을 살펴보았다. 달과 신앙, 봄과 희망, 가을과 상실, 칼과 애국이 그것이다. 달과 신앙에서는 작품으로 ${\ulcorner}$무궁화를 심으과저${\lrcorner}$를 택했다. 이 시조는 모두 3편으로 되어 있는데 세 편 모두에 달이 소재로 사용되었다. 시인이 달의 빛을 따르는 시인의 신앙으로 자리잡은 소재(素材)로 그려졌다. 한시 ${\ulcorner}$옥중감회(獄中感懷)${\lrcorner}$에서 달은 옥중(獄中)에 있는 현실을 극복할 수 있는 明月(명월)로 믿음의 대상이었다. ${\ulcorner}$월방중(月方中)${\lrcorner}$에서는 부처님을 형상화할 때 사용한 것으로 믿음의 대상이라고 보았다. 봄과 희망에는 ${\ulcorner}$조춘(早春)${\lrcorner}$ 3수를 살펴보았다. 첫째 수는 독립운동의 힘을 모으고 더욱 단단히 결속 무장하는 것을 표현했고, 둘째 수에서는 희망을 가지고 묵묵히 현실을 타개하는 매화의 의지를 그렸다. 셋째 수에서는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고 고진감래의 희망을 읊었다. 가을이 상주(喪朱)을 의미하는 경우는 시조 ${\ulcorner}$추야몽(秋夜夢)${\lrcorner}$을 예로 들 수 있다. 시조 ${\ulcorner}$추야몽(秋夜夢)${\lrcorner}$ 첫 수는 가을밤 빗소리로 님을 상실했고, 둘째 수는 상실의 서러움을 그렸고, 셋째 수는 상실의 허전함을 그렸다. 넷째 수는 상실에 대한 한탄을 그렸다. 애국을 주제로 한 시조에는 ${\ulcorner}$남아(男兒)${\lrcorner}$와 ${\ulcorner}$우리님${\lrcorner}$이 있다. 이 시조에는 모두 칼이 소재로 사용되었으며, 조국을 지키는 강열한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한시 ${\ulcorner}$기학생(寄學生)${\lrcorner}$과 ${\ulcorner}$안해주(安海州)${\lrcorner}$에는 칼이 조국을 위한 도구로 나오는데, ${\ulcorner}$황해천(黃海泉)${\lrcorner}$에는 칼이 조국을 위한 도구로 나오지 않고 매천선생의 절개를 높이 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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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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