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에서는 고등학교 과학과 진로선택과목 중 하나인 과학사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선택률이 낮은 문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과학사 과목의 한국의 전통 과학 단원에서 다루는 전통 천문의기 9종과 관련한 학습 요소 및 성취기준을 분석하여 내용의 적합성과 위계성을 분석하였다. 이러한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학년군을 달리한 과학과 교육과정에서 각각의 천문의기를 교수·학습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였다. 본 연구의 결과를 출발점으로 하여, 전통 천문의기와 관련된 구체적인 성취기준 또는 탐구 활동을 개발하는 후속 연구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 한국의 전통 과학문화에 대한 학생들의 인식을 제고할 수 있고, 더 나아가서 과학사 과목에 대한 학생들의 선택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조선조 세종대는 천문과학기술의 전성기였다. 세종 자신도 천문학에 밝았던 데다 유교적 정치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국책 사업의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조선조의 천문학은 세계적 수준으로 발돋움하였다. 이것은 고려시대부터 축적된 천문과학기술과 창조적 재능을 지닌 많은 과학기술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1432년 세종이 천문의기 제작을 명한 지 6년만인 1438년에 각종 관측기기를 완비한 천문대인 간의대가 완성되었다. 당대로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인정받고 있는 거대한 종합 천문대인 간의대의 주변에는 혼천의, 혼상, 규표 등 다양한 천문 관측기기를 설치하였다. 규표로는 24기를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었고, 각종 해시계로는 한양의 정확한 시간을 잴 수 있었다. 해와 별을 관측하여 낮과 밤의 시간을 측정하는 일성정시의와 천체 관측기기인 소간의 등 다양한 관측의기들이 독창적으로 창제되었다. 아쉽게도 세종대에 제작한 천문의기들 가운데 현존하는 유물은 한 점도 남아 있지 않다. 당시 천문유물은 사라져버렸지만 문헌을 통해 세종시대 각종 천문 관측의기의 복원 연구를 통해 설계와 복원을 수행하였다. 천문의기 복원(復元)은 모형(模型)을 만드는 것이 아니므로 자재와 공법들은 전통적인 방식으로 제작하여야 한다. 각 부품들이 계시기(計時器)로서 정확히 작동하도록 복원하려면 정교하게 제작하여야만 한다. 뿐만 아니라 천문의기들은 왕궁(王宮)에서 사용한 것으로 외형적으로 왕권을 상징하는 용(龍)의 형상과 화려한 문양으로 장식되어 있기 때문에 복원 과정에서 예술적인 면도 신중히 고려하여야 한다. 여기서는 지금까지 복원한 조선의 각종 천문의기의 구조와 기능 및 복원 과정의 주요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세종시대의 장영실(蔣英實)은 두 가지의 자동 물시계를 제작했다. 이미 잘 알려진 보루각루(報漏閣漏, '자격루'로 불림)는 1434년에 완성되어 국가 표준시계로서의 역할을 수행했고, 이어서 만들어진 흠경각루(欽敬閣漏, 1438년 제작)는 세종을 위한 특별한 시계였다. 이 연구는 흠경각(欽敬閣)에 설치한 물시계에 대한 것이다. 당시 흠경각은 세종의 정치적 구상을 위한 장소로 사용됐다. 이는 흠경각루를 이루고 있는 외형 부분인 가산(假山)에 빈풍사시(豳風四時)의 풍경을 그린 점과 의기(倚器)를 설치한 정황에서 알 수 있다. 빈풍사시의 그림은 당시에 유행하던 그림 화법으로 계절에 따른 농사일이 그려져 있어 농사짓는 백성들의 어려움을 살필 수 있었다. 또한 물시계와 함께 작동되는 의기(倚器)는 누수(漏水)에 의해서 그릇에 물이 담겨져 균형을 이루거나 기울어지는 것을 권력의 모습으로 비유하여 보여주었다. 우리는 흠경각루의 문헌내용을 분석하여 먼저 외형모습, 내부의 구성요소에 대한 것을 연구했다. 이러한 연구 성과를 확장하여 내부의 작동메커니즘의 기초설계를 실시했다. 흠경각루의 시간을 유지하는 중요한 요소는 물시계, 수차, 천형시스템의 유기적인 운영이다. 물시계의 유량실험을 통해 수압과 유량의 관계를 분석하고, 수차의 회전과 제어를 담당하는 천형시스템의 모델을 제시했다. 또한 연구과정에서 얻어진 자료의 일부를 전통천문학 교육에 활용하기 위한 웹페이지(history.kasi.re.kr)를 한국천문연구원 서버를 통해 구축중에 있다.
동아시아에서 규표는 가장 전통적인 천문의기 중 하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적 규표는 표의 수직 설치와 유지가 어렵고, 눈금의 시작점이 모호하였으며, 무엇보다도 태양의 표 그림자가 퍼져 관측의 정밀성이 떨어졌다. 이러한 고전적 규표의 단점을 해결하고자 하는 노력의 결과물로 13세기에 횡량형 규표가 개발되었다(민병희 등, 2011). 횡량형 규표는 영부를 사용하여 선명한 횡량 그림자를 얻었다. 영부를 통해 얻은 횡량 그림자는 예리하여 관측의 모호성이 없으며, 동시에 태양의 중심 위치를 관측하는 최적의 천문의기이었다. 대규표는 횡량을 설치하였는데, 이 횡량의 크기는 길이 6자(124.2 cm), 직경 3치(6.21 cm)이었다. 표 기둥 위에 횡량을 올린 것을 얼이라고 하고, 이 얼을 수직으로 설치하는 것이 횡량형 규표의 핵심이었다. 삼점현추법을 사용하여 얼을 규에 수직으로 세울 수 있었다. 삼점현추법을 사용하기 위해 횡량은 길이 5치(10.35 cm), 직경 2푼(4.14 mm)의 철사 3개를 이용하고 있다. 삼점현추법은 단지 횡량을 정렬하는데 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횡량을 점검하고 진단하는데도 활용되었다. 횡량의 개발은 태양 중심의 그림자길이를 측정하는 천문학적 이점과 더불어 규표의 대형화를 가능하게 하였다. 규표의 적절한 건설 공정과 삼점현추법을 적용하면 이상적으로는 높이에 무관하게 얼을 수직하게 설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얼의 크기가 높아질수록 결과적으로 눈금의 분해능을 증가시킬 수 있기 때문에(이용삼 등, 2006) 관측의기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
일제 강점기를 지난 후 광복을 맞았지만, 전란의 폐허 속에 개설된 대학의 천문학과의 관측 시설들은 전문한 상태였다. 필자가 학부 재학 중이던 6-70년대까지도 시 시공(時空)의 흐름은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어 사용할 수밖에 없는 시대로 몰아가고 있었다. 당시를 회고 하며 지금까지 걸어 온 "천문기기 제작 연구의 삶"을 회고하고자 한다. 대학 재학 시절 교수님의 도움으로 막스토브 망원경을 제작하고, 40cm 카세그레인 망원경 등 광학계의 원리와 특성연구를 통해 부품 조립을 수행할 수 있었다. 태양 흑점관측을 위한 10cm 굴절 망원경의 투영시설을 고안하여 6개월 동안 관측하였지만. 석사 논문을 위해 광전측광 관측시스템을 제작하여 식쌍성 관측을 수행하였다. 그 결과 한국의 시설로 UBV 광도곡선 완성하여 1975년 가을 천문학회에서 발표하였다. 1976년 2월 국립천문대 천문계산연구실에 발령 받고 역서편찬 업무를 담당하면서 소백산 60cm 망원경 최종 설치를 끝내고, 천문대(현 역삼동 과총회관 빌딩) 옥상에 2m 규모의 목재 돔을 설계 제작하고 일반인들을 위한 대중천문 활동을 시작하였다. 재직 중에 항상 한국의 열악한 천문시설의 상황을 실감하고 20대를 마감하면서 퇴직하여 "한국천문기기 연구소"라는 명칭으로 천체 돔을 설계하고, 돔 제작기계를 개발하였다. 망원경만 보관 중인 국내 4개 대학에 돔을 납품 한 후 연세대학교 천문대의 직경 6m 스텐레스 돔을 제작하였다. 아울러 연세대 천문대 60cm망원경을 설치하면서 이 곳에 입사하여 관측 장비개발 연구와 관측에 전념하게 되었다. 재직 기간 중 대학의 배려로 카나다 국립천문대(DAO) 방문연구원으로 1.8m 망원경으로 식쌍성들의 분광관측을 수행하여 시선속도곡선을 완성하였고, 체류 중에 스텝들과 국내에서 사용할 60cm용 첨단 분광기를 설계하였으나 대학에 재원이 없어 제작을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1989년 2월 충북대학교 천문우주학과에 부임하면서 열악한 상황이지만 교육과 연구 장비로 20cm와 35cm 소형 망원경의 디지털 광전측광시스템으로 간이 천문대를 설치하여 운영하였다. 학과 설립 10 주년(1998년)을 맞아 40cm 망원경과 6m 돔을 설치하여 교내천문대가 완공되었다. 2000년이 되면서 대중 천문활동 을 위해 이동 천문대를 제작하여 4륜 자동차에 견인하여 여러 지역을 찾아 관측과 강연 활동 등 학과의 대중천문 활동의 특성을 살리는 계기를 만들게 되었다. 학과 설립 20주년(2008년)을 맞으면서 충북 진천에 16개 자동분할 개폐식 스릿의 9m 돔 안에 1m 망원경을 원격관측 시설을 완비하여 대학 본부의 기관으로 충북대학교천문대를 개관하고 관측시설을 완비하였다. 우리의 전통적인 세종시대 천문시설은 당대 최대의 시설이지만 당시 유물들이 모두 소실되어 현존하는 것이 하나도 없음은 실로 아쉬움이 큰 것이었다. 누군가는 그 구조, 형태, 원리, 기능, 사용방법 등을 밝히고 복원을 시도해야 할 시급함이 있었다. 문헌을 통해 1991년부터 학부졸업 논문으로 "고천문 의기(儀器) 복원연구" 분야의 발표를 시작하였다. 그 결과를 통해 세종탄신일에 영릉에서 숭모제 행사 후 그 곳에서 수년간 세종시대 고천문의기 한가지씩 작동모델을 복원하여 제막식을 거행하였다, 유물복원 회사 (주)옛기술과 문화 와 함께 팀을 이루어 매년 제작할 종목을 준비하게 되었다. 간의(簡儀)를 복원한 후에는 일성정시의, 소간의, 앙부일구, 정남일구, 석각천문도, 혼천의, 혼상, 각종 해시계 등 매년 지속적으로 복원되어 큰 규모의 야외 전시장이 완성되었다. 작동모델 설계연구팀의 자문과 제작팀과의 팀웍으로 이룬 성과인 것이다. 한번 시작품이 발표된 모델들은 국내 과학관과 박물관, 천문관에서 후속 모델을 설치하였다. 한국천문연구원과 부산 동래읍성 내에 장영실 과학 동산은 간의와 혼상을 비롯한 각종 해시계들을 설치한 큰 규모의 야외 전시장이다. 조선의 명망 높은 유학자들이 인격적인 하늘을 살펴보았던 혼천의와 일만원권에 그려 있는 국보 230호 자명종 혼천시계(일만원권의 그림)의 작동 모델을 제작하였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들은 석사과정 박사과정을 통하여 더 심층적인 연구들이 발표되었고, 각종 조선(한국)의 천문의기(天文儀器) 연구 자료들은 연구팀들을 통해 중국과 일본 등 해외에서도 발표되었다. 지금까지 복원된 유물들이 완성되기까지는 참여한 많은 연구원들과 제작팀들이 합심하여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여 최종 작동모델들이 하나 둘 완성되는 것이었다. 이것은 참으로 보람된 일이었고, 은퇴 후 지금은 재능기부자로서 즐거운 삶을 이어 갈수 있게 되었다.
During King Sejong's reign in early Chosen Dynasty, the Korean science had been in full bloom. Among the many splendid achievements of the period, though most of them are not extant, astronomical instruments and clocks made for equipping the Royal Observatory are taken as typical works that reflect the characteristics of the King's scientific projects and discussed in the view point that what and how much a well-planned drive and a future-oriented leader can accomp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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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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