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인간의 삶과 지식 세계에 대한 수상인 동시에 지문이다. 기록의 대명사로 간주되는 책은 인류 역사를 추적하는 통로이자 그것을 음미하는 창이다. 그리고 책의 가장 원시적인 형태는 고대 그리스·로마의 고전이고, 압권은 필사본이다. 그것은 파피루스 두루마리, 양피지, 종이 등에 기록한 원본과 그것을 번역·중역한 사본을 총칭한다. 장구한 지식문화사를 반추하면 서양 필사본은 자연적 재해뿐만 아니라 인위적 문화반달리즘과 비블리오코스트로 인하여 시공간을 유동하는 강물처럼 이합집산을 계속해 왔다. 이에 본 연구는 고대 그리스에서 중세 르네상스 시대까지 서양 필사본의 유량과 도서관 보존을 추적하였다. 그 결과, 왕조와 제국, 군주와 재상, 장군과 정복자, 귀족과 부유층, 성직자와 학자를 불문하고 고전 필사본을 수집하고 번역하는데 혈안이었다. 고대 그리스·로마의 석학들이 파피루스와 양피지에 지식과 지혜를 기록하지 않았으면, 중세 비잔티움 제국·이슬람 제국이 고전을 수집·번역하고 재생산하지 않았으면, 책 사냥꾼들이 고전을 추적하지 않았으면, 르네상스 인문주의자들이 지적 엑소더스를 통해 고전을 복원·재해석하지 않았으면, 그리고 역사도서관이 사력을 다해 고전과 번역본을 수집·보존하지 않았으면, 현대인은 고전 지식을 접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전 필사본의 추적은 역사적 유동, 지리적 유랑, 언어적 변용으로 인해 많은 난제와 모순이 중첩되어 있는 아포리아다. 새로운 필사본이 발견·해석되면 수정과 보완이 불가피하므로 후속연구를 통한 고전 필사본의 유랑과 귀환에 대한 추적은 계속되어야 한다.
본 원고는 한국 근대 수학교육의 아버지 이상설(李相卨, 1870-1917)이 자연과학-화학-에 기여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이상설은 "수리(數理)"를 쓴 시기를 전후하여, 같은 시기에 붓으로 총 46쪽에 달하는 "화학계몽초(化學啓蒙抄)"를 필사하였다. 분석해 본 결과 그 원전은 영국인 H. E. Roscoe(羅斯科, 1833-1915)가 1876년 발간한 Science Primers: Chemistry를 영국인 선교사 Joseph Edkins(艾約瑟, 1823-1905)가 번역하여 1886년에 간행한 "화학계몽(化學啓蒙)"으로 "서학계몽(西學啓蒙)" 16종 가운데 하나이다.
본 의학적 효능연구는 전통고의서 문헌에 나타난 닭관련 약처방을 분석 정리하여 재래닭의 의학적 효능을 구명하는데 목표를 두고 고려시대에서 조선시대에 이르는 필사본 한의서를 중심으로 재래닭 관련 처방을 번역하고 정리 하고자 한다. 주지하다시피 필사본 고의서는 당대의 명의가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정립된 자신만의 고유처방을 출판술이 발달되지 않은 시대적 상황에서 직접 기술하여 자손대대로 전래한 처방중심 고의서이다. 전국에 산재되어 있는 처방중심의 고의서는 관리부실에 의한 손망실로 거의 원형을 찾아보기 어렵고, 또 소실로 인해 그 존재조차 확인되지 않고 있다. 현존하는 한의서에 기술된 다양한 닭처방과 약리작용을 분석하여 대체의학을 위한 자료를 정리하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는 분석된 내용을 구분 정리하여 DB를 구축하고 처방 및 혼합약재에 대한 치료방법을 유용성 평가를 통해 다양한 기능성식품개발의 근거로 마련하고자한다. 현존하는 재래닭 관련 지식정보의 관리체계가 미흡하여 국가 지식 자원의 지속적인 확충과 전문인력양성 및 지식문화 관련 사업의 부가가치 창출을 통한 미래 신성장 동력산업 육성에도 일익하고자 한다. 고의서에 나타난 재래닭관련 처방지식을 정제화하여 다학제간의 융복합연구 시스템을 통한 재래닭의 약리작용 연구와 유용성을 평가하고 기능성식품이나 대체의학의 실용화 방안 역시 제시하고자 한다.
피렌체는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요람이다. 그것은 중세 인문주의자들의 고대 그리스·로마의 지식문화 탐구, 위대한 군주와 성직자의 문예적 소양과 리더십, 메디치 가문 등의 문화예술 후원, 예술가의 자유분방한 사유와 창의성, 시민의 비판적 의식과 문화적 욕구 등이 조합된 결과다. 그러나 메디치 가문이 고대 필사본과 중세 번역본을 수집하지 않았다면, 도서관을 건립하여 고전을 보존하고 제공하지 않았으면, 피렌체 르네상스는 개화할 수 없었다. 이러한 논거를 기반으로 본 연구는 피렌체 르네상스와 역사도서관을 개관한 다음에 메디치가의 고전자료 수집·구성을 분석하고, 메디치 도서관의 건축적 특징과 메타포를 추적하였다. 산 마르코 도서관(미켈로초 도서관), 바디아 피에졸라 도서관, 산 로렌츠 도서관(라우렌치아나 도서관)은 지진, 화재, 복원, 이관, 압수, 폐쇄 등 무수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피렌체 르네상스의 마중물이자 산실이었다. 특히 코시모·로렌초의 재정 지원, 미켈로초 설계, 니콜리 개인장서를 기반으로 1444년 개관한 산 마르코 도서관은 르네상스 시대의 최초 공용도서관이었다. 그리고 줄리오 주도 하에 1571년 개관한 라우렌치아나 도서관의 건축적 백미는 '무지에서 지혜로'를 상징하는 미켈란젤로 계단이고, 내용적 진가는 인문주의자 니콜리와 메디치가가 수집한 고대 필사본과 초기 인쇄본이다. 요컨대 피렌체 르네상스를 논할 때 메디치가 장서와 역사도서관은 매우 중시해야 할 포인트다. 고전은 구시대 박제품이 아니라 통시적 기호학이며, 도서관은 인류 지식문화사를 조감하는 망원경이자 지식과 지혜를 창출하는 현미경이기 때문이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면 도서관은 기록을 집적한다. 따라서 비교적 역사가 오래된 국내 도서관의 소급장서 개발과 보존에도 긴 호흡과 타임캡슐 전략이 필요하다.
본 원고는 2004년 과학사학자 박성래 교수가 독립 운동가이자 한국 근대 수학교육의 아버지로 부르기 시작한 보재 이상설(李相卨, 1870-1917)이 자연과학에 기여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한국수학사학회지 2009년 11월 호에 자세히 소개된 <수리(數理)>를 쓴 시기를 전후하여, 같은 시기에 이상설이 붓으로 쓴 것으로 여겨지는 <식물학(植物學)>(이상설, 1899)은 총 4면의 초록 필사본이며, 그 대본(臺本)은 <식물학계몽(植物學啓蒙)> (Edkins, 1886)으로 영국의 Joseph Edkins(艾約瑟, 1823-1905)가 번역하여 1886년에 간행한 <서학계몽(西學啓蒙)> 16종 가운데 하나이다. 이상설의 <식물학(植物學)>은 이 <식물학계몽(植物學啓蒙)>을 읽으면서 그 책의 내용 중 당시의 조선 학자가 모르고 있던 새로운 내용을 중심으로 메모를 한 것으로 여겨진다. 본 연구에서는 전통산학과 근대서양수학을 연결하는 <수리(數理)>를 저술했으며, 우리나라의 정규 교과과정에 수학과 과학을 필수과목으로 지정하고, 첫 번째 수학교과서 <산술신서(算術新書)>를 발간함으로 당대 최고의 수학자로 평가된 이상설이 쓴 <식물학(植物學)>을 발굴하여 그 내용과 의미를 최초로 분석한다. 이를 통하여 당시 조선의 서양 과학, 특히 식물학에 대한 이해 수준을 분석하고 <식물학(植物學)>의 원전인 <식물학계몽(植物學啓蒙)>과 <서학계몽(西學啓蒙)>의 저자에 대하여 알아본다. 이는 당시 수학교육자가 자연과학분야에 행한 교육적 기여를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연구이다.
이 글은 박순호 교수가 소장한 <정향전>의 이본을 분석하여 그 이본적 위상과 가치를 살피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박순호본 <정향전>은 한 책 안에 한문본과 한글본이 같이 묶여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 박순호본 <정향전>은 서울의 장동에서, 한문본은 1934년에, 한글본은 1945년에 필사된 것으로 보이며, 천리대본과 비교할 때 한문 박본에는 생략과 축약, 추가 현상이 보이고, 선행 연구에서 천리대본을 선본(善本)이라고 주장한 바와는 달리 천리대본에는 오류가 잦고 오히려 한문 박본에 그러한 오류가 정정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비교 과정에서 드러난 결과 가운데 하나는 만송본이 천리대본을, 도남본이 만송본을 축약한 것이라는 선행 연구 역시 바로잡혀야 함을 알 수 있었다. 한문 박본은 천리대본보다는 만송본이나 도남본과 유사하고, 그 중에서도 만송본과 더욱 유사한 계열에 속한다. 한문본에는 양녕대군의 위선에 대한 표현이 약화되어 있는 반면에 양녕대군 개인의 부정적 성격은 부각되어 있다. 또 양녕대군의 심리 묘사는 약화되어 있고, 정향의 미모는 부각되어 있다. 한글본은 한문본을 축자 번역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으며, 미세하게 생략, 축약, 첨가, 변환의 현상이 보인다. 한글본에는 문호 혹은 문벌 의식이 가급적 보이지 않고, 양녕대군의 위선과 그의 부정적 성격을 드러내는 부분이 생략되어 있으며, 한시나 전고 등 한문학에 정통하지 않은 이가 보기에는 어려운 어절 등이 생략, 축약되어 있다. 박순호본 <정향전>이 지니는 가장 큰 가치는 한문본과 한글본이 합철되어 있다는 유통상의 특징이다. 이는 <정향전>의 다른 이본, 혹은 다른 고전소설의 유통 형태에서는 아직까지는 발견되지 않은 독특한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이 지니는 가장 큰 의의는 한문본의 향유자가 더 이상 정보의 독점을 꾀하지 않고 한문을 모르고 한글만을 아는 이들에게도 정보를 공유하려고 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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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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