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국가는 과학기술의 발달에 따른 산업화와 정보화 추세 속에서 다양한 위험이 항상 따르게 된다. 이러한 환경하에서, 공무원의 직무수행 중 불법행위로 인하여 국민이 손해를 입은 경우에, 이를 구제해 주기 위해 우리 헌법은 국가배상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국가배상의 문제는 법치국가의 원리에 따른 피해자의 권리구제, 공무원의 불법행위의 억제, 안정된 공무수행의 보장, 국고의 안정 등의 다양한 가치들을 조화롭게 고려하여야 한다. 그런데 현대 법치국가에서 공무원이 한 행위를 국가가 책임을 지는 이상, 반드시 고의와 과실을 요건으로 하여야만 국가가 책임을 진다는 것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또한 헌법에 합치되는 자기책임설의 이론에 의하게 되면 국가배상법상 과실책임주의는 배제되어야 한다.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배상책임과 관련하여 고의와 과실과 같은 주관적 책임요건은 필요하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현행 국가배상법의 개정을 통하여서 국가배상법의 원리를 과실책임주의로부터 무과실책임주의로 전환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다.
최근 대법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불법행위 피해자에게 보험급여를 한 다음 피해자의 손해배상채권을 대위하는 경우에 공단의 대위 범위는 공단부담금 중 가해자의 책임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제한되고, 피해자의 가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액은 '공제 후 과실상계' 방식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판단하였다. 종전까지 법원은 공단이 가해자의 손해배상액을 한도로 공단부담금 전액을 대위할 수 있고, 그에 따라 가해자의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산정할 때 '과실상계 후 공제 방식'에 따른다는 취지로 일관되게 판단하였다. 이번 대법원의 전원합의체 판결은 수급권자가 그 만큼 추가적인 손해전보를 받을 수 있어 건강보험의 재산권적 성격과 사회보험으로서의 성격을 조화롭게 고려하고 보험자와 수급권자 사이의 형평을 도모했다는 점에서 판결의 의미가 크다고 할 것이다. 이와 같이 공단의 대위 범위에 대한 대법원의 법리가 변경됨에 따라 소송 관계, 법령 및 제도적 보완이 필요함을 제언하였다.
몬트리올협약은 국제항공운송에서 발생한 사고에 따른 여객의 사망이나 상해에 관하여 항공운송인의 책임을 배타적으로 규율하고 있다. 국제항공산업의 재정적인 안정과 항공사를 파산으로 이끌 수도 있는 과도한 배상책임으로부터 항공산업을 보호할 목적으로 몬트리올협약은 금전배상에 있어서 책임제한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여객의 사망이나 상해가 항공사 혹은 그 대리인의 직접적인 과실이나 불법적인 작위 혹은 부작위의 결과라는 점이 인정될 경우에 그러한 책임제한원칙은 유지될 수 없고,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자는 협약이 정하는 제한책임액 이상의 배상을 받을 수도 있다. 한편, 몬트리올협약은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원고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법정지에 관해서도 관할권 관련 조항에서 일정한 제한을 두고 있다. 이러한 관할권은 특히 피고 항공운송인의 영업소나 원고의 주소지가 주요 결정요인이 된다. 지난 2015년 3월, Germanwings 항공사 9525편에 발생한 사고는 당시 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던 부기장의 의도적인 행동이 원인이었고, 해당 항공기가 프랑스령 알프스산맥에 추락하면서 대부분의 탑승 여객과 승무원의 사망이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보도 자료에 따르면 사고 직후, 항공사는 사망승객의 국적에 따라 금액의 차이는 있지만 미화 8,300불에서 4백5십만불에 이르는 손해배상액을 합의금으로 제시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합의제안에 대해 몇몇 유가족들은 보다 많은 배상액을 얻기 위하여 미국과 같이 피해자에게 관대한 법정지에서 소송제기를 계획하고 있다고 한다. 본 논문은 위 사고와 관련하여 두 가지 쟁점에 관하여 기술하고 있다. 첫째, 본 논문은 몬트리올협약상 관할권 조항과 관련하여 미국 시민이 아닌 피해자가 미국 법정지에서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았다. 둘째, 본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이 부기장의 의도된 사고유발 행동이었던 점에서 사안의 항공사는 몬트리올협약이 규정하고 있는 책임제한원칙이 부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에 관하여 본 논문은 해당 항공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약상 책임제한규정을 원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중점적으로 살펴보았다.
현재 우주활동에 의하여 발생된 손해에 대한 배상책임과 관련된 국제조약으로 1967년 우주조약과 1972년 우주손해배상책임조약이 있으며, 또한 우리나라 국내법으로 2008년 우주손해배상법이 있다. 우주조약은 우주활동에 대한 국가의 국제적 책임과 우주물체에 의한 손해에 대한 국가의 불법행위 책임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우주손해책임조약은 발사국의 절대적 책임, 과실책임, 연대책임, 배상청구권자, 배상청구방법, 배상청구기한, 배상청구와 국내적 구제, 손해배상액, 청구위원회 설치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우주손해배상법은 우주손해의 정의, 우주손해책임조약과의 관계, 발사자의 무과실책임 및 책임의 집중, 발사자의 손해배상책임한도액, 발사자의 책임보험 가입, 정부의 피해자 구조 및 발사자 지원 등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다. 우주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책임 관련 사례들로 Iridium33과 Cosmos 2251 위성충돌 사건, Cosmos 954 위성추락 사건, Martin Marietta의 위성발사 실패 사건, Westar VI 위성 작동불량 사고 등이 있으며, 이러한 우주사건에 관한 분쟁 또는 소송에 있어서 위성의 발사국, 발사자 및 제조자의 손해배상책임 부담문제에 관련하여 절대책임(엄격책임)원칙 또는 과실책임원칙이 적용되어 해결되고 있다. 우주손해책임조약의 개선방안으로 손해배상청구권자의 명확한 규정, 청구위원회의 결정의 구속력 확보 등을 들 수 있고, 우리나라 우주손해배상법의 개선방안으로 손해배상범위에 간접손해 포함, 손해배상책임 한도액의 통화단위 변경, 공동발사자의 연대책임 및 구상권 신설, 우주손해배상심의위원회의 설치 등을 들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09년 6월 전남 고흥군 외나로도에 우주센터가 준공되어 동년 8월 및 2010년 6월 우리나라 최초 소형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를 두차례 발사하였다. 향후 우리나라는 우주활동 과정에서 우주관련 국제조약 및 국내법상의 국제적 책임 및 우주손해에 대한 배상책임 등 문제들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우리정부 및 우주물체 발사기관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법적 제도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20세기 중반 이후, 거대과학기술 시스템과 대량생산 체제의 발달에 수반되어 방사능, 공해, 새로운 합성물질 및 제조물 등 후기 근대적 위험(late modern risk)에 노출된 다수의 피해자들이 나타났다. 이들이 제기한 환경 공해소송 및 제조물 책임 소송에서 과학적 인과관계 규명과 법적 책임 판단은 과학기술과 법 영역에서 가장 첨예한 논쟁의 대상으로 부상했다. 이 글은 한국 담배소송에서 후기 근대적 위험에 대응하고자 나타났던 여러 과학기술적, 법적 도구들이 어떻게 적극적으로 사용되며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에 대한 새로운 법적 판단을 이끌어 내었는지 분석했다. 한국 법정에서 역학과 위험사회 질병의 정의를 둘러싼 첨예한 논쟁이 벌어졌으며, 인과관계 논쟁의 '해결' 과정에서 법적 규범, 책임 및 과학적 증거에 대한 후기 근대적 재해석의 틀이 마련되었던 것이다. 결론으로 위험사회에서의 피해와 법적 정의 구현에 대한 새로운 합의 도출 과정에서 과학기술과 법의 상호작용과 그 변화에 대한 이해가 핵심적이었으며, 이러한 이해가 후기 근대적 환경 공해소송과 제조물 소송에 대한 과학기술학적 분석에 유용할 것이라 제안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반려동물을 사육하는 가구가 점점 많아지는 경향이고, 특히 반려견이 사람을 물어 사상(死傷)을 입히는 인신사고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는 미국에서 소위 '개물림(Dog-bite) 사고'라고 지칭되는 인신사고이다. 개물림 사고는 피해자에게 상당한 신체적 정서적 피해를 입히는 심각한 공중 보건의 문제이자 지역사회에도 측정하기 어려운 숨은 비용을 양산하게 된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개물림 사고에 대하여 동물보호법, 민법, 형법을 통하여 규율하고 있다. 특히 2018. 3. 20. 동물보호법의 일부개정을 통하여 맹견의 견주 등에게 강화된 주의의무와 처벌에 관한 법제를 마련하기도 하였다. 한편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여 개물림 사고에 대하여 단일법에서 개 혹은 동물의 유형, 손해의 형태, 손해의 배상범위, 책임 인정의 범위 등에 관한 세부사항을 규율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개물림 사고에 관한 다양한 법제를 지니고 있는 미국 일부주의 법제 현황을 검토하여, 우리나라의 법제와 비교 분석하고자 한다. 이를 통하여 우리나라의 개물림 사고에서 특히 견주의 책임에 대한 현행법에서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및 그 보완을 위한 대책으로서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등을 검토해보고자 한다.
국제해사기구는 '1969년 민사책임협약'과 '1971년 국제기금협약' 채택 이후 유류오염사고 규모의 증대 및 물가인상률에 따라 협약의 개정의정서를 채택하여 유류오염사고 피해보상율의 한도를 증대시켜 왔으며, 최근에는 '2003년 추가기금협약'을 채택하여 보상한도액을 1조원 이상으로 증대시켰다. 우리나라는 '1992년 민사책임협약' 및 '1992년 국제기금협약'에만 가입하였으나 2007년 12월 허베이 스피리트호 사고 이후 '2003년 추가기금협약'의 가입 필요성이 증대되었다. 본 연구는 '2003년 추가기금협약'의 가입에 따른 경제적 타당성을 정량적 및 정성적인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정량적인 분석은 자료의 한계상 과거 사고자료 및 국제기금의 분담금 자료 등을 이용하여 수행하였으며, 그 결과는 가입에 따른 편익이 비용을 초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성적인 측면은 피해자 구제를 위한 재원문제, 유류운송에 의한 경제적인 수혜자의 부담문제,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 등을 살펴봄으로써 협약가입의 당위성이 높음을 분석하였다.
판례는 의사의 위험설명의무 위반에 대하여 그것과 환자의 동의 사이의 인과관계가 불분명한 때에는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를 지우고, 인과관계가 증명되는 경우에는 민사상 전손해배상, 형사상 업무상과실치사상의 책임을 묻는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설명하지 아니한 위험이 실현될 것을 요구한다. 그 결과 대부분의 사안에서 위자료책임이 인정되었는데, 이는 위험설명의 대상이 되는 위험을 매우 넓게 인정하는 또 다른 판례와 결합하여 의료과오가 증명되지 아니할 때 우회적·간접적으로 일정 부분 배상을 확보하는 사실상의 기능을 갖는다. 그러나 의사의 설명의무가 의료문화로 정착해가면 갈수록 설명의무 위반이 줄어들고 그 결과 어쩌다 우연적으로 약간의 배상을 제공하는 외에는 오히려 설명대화를 위험의 형식적 나열로 변질시키는 부작용이 두드러지게 된다. 본래 설명의무는 환자의 자기결정을 돕기 위한 것이므로 발생한 악결과가 설명의무 위반에 귀속되는지 여부도 환자의 구체적 자기결정과정을 고려하여 가려야 한다. 즉, 환자가 특정 위험에 대하여 특별한 선호를 갖고 있는 경우에는 그 위험이 제대로 설명되었는지, 그리고 제대로 설명되지 아니한 바로 그 위험이 실현되었는지를 보아 그것이 인정되는 경우 전손해배상을 인정함이 옳고, 그 이외의 경우, 특히 환자가 전체적으로 자신이 감수하는 수준의 위험과 기대효과에 노출된 것인지에만 관심을 갖는 경우에는 개개의 위험의 설명 여부나 그 실현 여부를 문제 삼지 아니하는 것이 옳다. 뒤의 경우 세부사항을 설명하지 아니하였는데 그 위험이 실현되었다 하여 인과관계와 귀속관련을 고려하지 아니한 채위자료 상당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은 정당화되기 어렵다. 이러한 점은 형사법에서 피해자 승낙에 의한 위법성조각에도 타당하다. 이 경우 이른바 가정적 승낙은 위법성조각사유로서 동의의 요건 자체에 흡수되고 독자적인 항변이 되지 아니하는 것이다.
본 연구는 서구 사의 비극들에 대한 정의로운 역사 서술의 가능성을 고민하는 폴 리쾨르의 사상에서 필연적으로 다다르게 되는 용서할 수 없는 범죄에 대한 용서(pardon)의 문제를 다룬다. 그는 국가에 의해 남발되는 사면 제도의 부정의함을 의식하고 사면에 앞서 진정한 용서가 어떠한 과정을 통해 펼쳐져야 하는지를 연구하였다. 그에 의하면, '용서의 오디세이'라고 부르는 이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잘못을 저지른 이가 낮은 자리에서 자신의 잘못을 자신의 행위로 인정하고 합당한 책임을 지는 '책임 묻기'($imputabilit{\acute{e}}$)의 과정이 전제된다. 그러나 잘못의 인정이 반드시 피해자로 하여금 용서를 베풀어야만 하는 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에 의하면 용서의 베풂은 온전히 용서해주는 자의 선물이자 사랑의 능력에 의해서만 가능하다. 용서의 주도권이 오직 용서하는 자에게 귀속된 것이다. 그는 용서의 과정에서 정의와 사랑의 긴장 관계를 포기하지 않기 위해 용서의 방정식을 수직적 도식 안에서 계획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용서를 요청하고 베푸는 사건을 과거의 참상에 대한 망각에 저항하는 정의로운 역사 서술의 방식으로 설명하며, 용서의 사건이야말로 종말론적인 희망 속에서 용서를 구하는 자, 용서를 베푸는 자, 역사를 써가는 자 모두에게 새로운 삶, 새로운 시대를 약속한다고 본다.
본 연구에서는 강간 무고 사건에서 연구 참가자의 성별과 피고인의 성별, 형사합의금 액수에 따라 피고인에 대한 처벌판단과 책임 판단에 차이가 나타나는지를 검증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하여 성인남녀 406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하였다. 연구 결과, 양형 판단을 제외한 처벌판단과 책임 판단에서 연구 참가자 성별과 피고인 성별의 상호작용 효과가 나타났다. 즉, 연구 참가자들은 이성의 피고인에게는 더욱 무거운 처벌판단과 양형 판단을 적용한 반면, 동성의 피고인에게는 더욱 가벼운 처벌판단과 양형 판단을 적용하였다. 양형 판단에서는 유의한 성차 효과가 발견되지 않았지만, 앞서 다른 종속변인에서 나타난 결과와 마찬가지로 유사한 경향이 나타났다. 그러나 형사합의금 액수는 모든 종속변인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못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한국 사회에서 아직 논의가 활성화되지 않은 강간 무고 사건에서 연구 참가자 성별과 피고인 성별, 형사합의금 액수가 사건 판단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실증적으로 알아보았으며, 재판상에서 연구 참가자 성별과 피고인 성별이 차별적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입증하였다. 또한, 실제로 강간 피해자의 형사합의 요구에 대한 보편적 인식에 성별뿐만 아니라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형사합의금 액수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았다는 데 의의가 있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의의와 제한점을 논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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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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