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말청초(明末淸初), 중국에 건너온 예수회 선교사들은 포교를 위해 『시경(詩經)』 등 여러 중국의 고전을 연구하여 적응주의적 보유론(補儒論)을 주창하였다. 그들이 차용한 '제(帝)'와 '천(天)'은 유교의 핵심 용어들인데 본래 초월적인 신개념을 함유하고 있던 '제'는 주대(周代)에 이르러 정치적 격변 속에서 위상이 격하되었고 물질적인 의미의 '천'은 오히려 위상이 격상되었다. 그러나 정치적 필요에 의해 '제'의 종교적 기능을 대체한 '천'의 역할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고 종교적 의미가 탈색되면서 철학적 의미로 고착되었다. 인본주의가 신본주의를 대신하는 역사의 하향적 흐름 속에서 두 용어 모두 종교적 기능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독교적 신관을 표현하기 위해 차용된 두 용어는 기독교 신관의 고유성을 충분히 담아낼 수 없었다. 토착화를 위한 도구였던 '제'와 '천'은 고작 유교적 사유의 연장선에 머물고 말았고 결과적으로 기독교는 유교의 부속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성에 치우친 철학적 탐구는 계시로 말미암는 거룩한 가르침과 짝을 이루지 않는 한 중국인들을 진정한 기독교 '신앙'으로 인도함에 있어서 온전한 역할을 할 수 없었다. 이러한 결과들을 냉철하게 분석하여 문제점을 발견하고 기독교의 선교를 위한 새로운 차원의 지평을 열 방안들을 발굴하는 연구를 다양하게 시도할 필요가 있다.
본고는 촉한(蜀漢)의 무장(武將)에서 출발하여 신(神)으로 추앙받고 있는 관우의 생명력을 역대 왕조의 정치적 측면에서 찾았다. 관우는 위진남북조(魏晉南北朝) 시대에는 일개 장군으로 묘사되었지만, 수당(隋唐) 시대를 거치며 무성왕묘(武成王廟) 종사(從祀)를 통해 국가 사전(祀典)에 편입되었고, 다시 송원(宋元)시대에는 '후(侯)'에서 '공(公)'으로, 다시 '공(公)'에서 '왕(王)'으로 신분의 급상승을 이루었다. 관우 신격화가 절정에 이른 명청(明淸) 시대에 이르면, '왕(王)'을 넘어 '제(帝)'로 등극하면서 삼계(三界)를 통섭하는 최고의 권능을 부여받게 된다. 그는 백성에서부터 사대부에 이르기까지 생활신앙과 도덕 정신에 영향을 미쳤고, 결국은 정신적 수호신(守護神)으로 존재할 수 있었다. 역사상 통치자가 관우(關羽)에게 내린 봉호(封號)는 다양했지만, 그 속에는 국가의 재난 해소와 봉건통치의 유지와 보호라는 정치적 필요성이 깔려 있었다.
인류역사의 초기에 한 사회의 통치그룹은 그들의 통치를 정당화할 명분 즉 통치이념을 필요로 했다. 중국의 경우 상고시대 통치이념의 중추는 원래 '제(帝)' 또는 '상제(上帝)'였는데, 이후 '천(天)'으로 대체되었다. 그래서 이 천이 통치명분을 준다는 주장이 있었다. 이것이 왕권을 '천이 준다'는 '천명(天命)'사상이며, 이 천명사상이 상대적으로 세련된 형태로 통치이념화한 것은 주(周)가 중앙정권을 차지하면서이다. 이 주(周)의 체제질서를 조직화한 것이 이른바 '주례(周禮)'이다. 이후 이 체제가 붕괴되었는데, 주례를 바람직한 사회질서로 인정하는 이들은 이 주례 붕괴 현상이 사회적으로 나타난 상황을 '난세(亂世)'로 본다. 이 상황을 종결 짓고, 당시의 중국천하를 통일한 나라가 진(秦)이다. 통일 후의 진왕조(秦王朝)가 급격하게 망한 후 그 뒤를 이어받은 왕조인 한조(漢朝)의 지배세력 역시 그들의 정권획득을 정당화할 통치이념을 수립할 필요가 있었다. 한조(漢朝)의 통치이념 확립에 기여한 대표자는 동중서(董仲舒)인데, 그의 기본적 사상은 공자(孔子)의 "춘추(春秋)"에 기반을 두는 유교사상이다. 그는 "춘추"의 한 해석인 "춘추공양전(春秋公羊傳)"에 따라 한조의 통치이념 마련에 기여하였다. 이 해석 관점은 종교적 천관념에 기반한다. 동중서(董仲舒)는 하늘과 사람 사이는 원래 교감, 소통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고 한다. 동중서(董仲舒)의 사상은 기본적으로는 통치자의 통치권의 근거를 하늘에 두려는 정치신학의 의미를 가진다. 또, 한편으로는 자연재이의 일차적 책임을 최고통치자에 둠으로써 최고통치자의 권력을 견제하려는 이론적 수단을 가지려는 의미도 있다.
강증산(1871~1909)의 강세지인 현 정읍시(井邑市)의 지명과 지형들은 각종 정읍 관련 천지공사와 함께 구천상제가 이루고자 하는 후천(後天)이 새로 시작되는 시(始)와 본(本)으로서 원시반본적(原始返本的) 의미를 우물(井)에서 발원(發源)되는 수기(水氣)의 특성과 같이 하는 것으로 상징·암시화 된다. 이를 요약해서 보면 첫째, 정읍시는 강증산 사상에서 구천상제(九天上帝) 신앙의 천부적 본원지(本源地)이다. 정읍시 고부의 '망제봉'은 제(帝)를 바라는 봉우리로 이는 천계(天界) 구천상제(九天上帝)의 강림(降臨)을 바라는 봉우리이다. 이는 주변의 봉우리로서의 망제봉(望帝峰)의 망(望)과 사람들이 이름을 지어 살고 있는 마을인 객망리의 망(望)이 모두 '대망(待望)'의 의미로 암시되며 상제가 인간 세상에 오기를 바라는데 구천상제가 탄강함이다. 구천상제는 시루산(甑山) 주변 초야(草野) 백성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후일 자신의 호를 증산(甑山, 시루산)으로 쓰며, 서양 제국주의 세력이 밀려들고 부패한 조선왕조가 역사 속으로 사라져 가며 소외된 민중들의 한(恨)과 욕구가 봇물처럼 터져 나오던 개화기 성신(聖身)으로 성현(聖顯)하여 강세(降世)하였다. 한편 강증산은 선인포전 관련 공사를 통해 자신이 구천과 관계됨을 밝히기도 하였는데 강증산과 관련해서 보면 구천에 원시의 모든 신성·불·보살이 인류와 신명계의 대표격으로 구원을 바래서 강증산이 1871년 객망리(客望里, 이전(以前)엔 선망리(仙望里)) 마을에 태어나 현신화(現身化)한 것으로 설명된다. 강증산이 공부한 시루산(甑山)은 땅의 산(山)인 동시에 인세(人世) 강증산에 대한 호칭이다. 정읍시에 있는 삼신산이 망제봉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에는 시루산으로 연맥(緣脈)되는데 이곳 민가에 구천상제인 강증산이 강세하여 상제를 바라는 신앙에서 시루산(甑山) 공부로 이루어진 초기 원시신앙이 시작되었다. 이는 구천상제에 대한 신앙이 지상에서 성화(聖化)됨이다. 둘째, 강증산의 정읍 관련 공사는 정읍이 시원(始源)과 본원(本源)의 의미가 있음을 보여준다. 정읍의 '정(井)' 즉 '우물'은 수기(水氣)를 담고 있는 곳으로 강증산의 각종 천지공사에서 상징과 암시를 갖고 그 시원과 정화(淨化) 그리고 신성성(神聖性) 등을 말해준다. 이러한 우물의 상징과 암시는 세상의 정화, 새로운 출발, 세계 창생들의 새 생활, 강증산의 강세와 화천 등과 상관되며 원시반본적 의미가 강증산의 천지공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선천(先天)의 마침(終)과 함께 후천(後天)의 시작(始) 그리고 구천상제로 강세한 강증산이 전대(前代) 미증유(未曾有)의 선경(仙境)인 청화(淸華) 오(五)만년 지상천국(地上天國)을 건설한다는 신앙이 본(本)이 되어 원천(源泉)과 원류(源流)로 샘고을 정읍에서 시원(始源)하여 펼쳐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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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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