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시대와 사회에 따라 의미를 달리해 온 소녀가 최근 포스트휴먼 상상력과 결합하여 영화 속 싸우는 소녀로 등장한 현상에 주목하였다. 이에 포스트휴먼 소녀라는 이미지를 배태한 사회적 맥락과 그 재현 양상을 분석하고, 미래 여성 신체에 대한 한국 사회의 상상의 허용치와 '싸우는 기술증강 소녀'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둘러싼 의미경합을 밝히고자 하였다. 21세기 고도로 발달한 디지털 영상기술로 인하여 영화는 기존의 상상만으로 가능했던 미래 존재를 시각적으로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성인 남녀와 달리 미성숙하다고 여겨진 소녀가 포스트휴먼으로 상상될 때에는 오히려 강한 실감효과를 추구하는 그 가능성으로 인해 감히 재현할 수 없는 불가능한 영역이 생기게 된다. 즉, 포스트휴먼 소녀는 인간의 원형을 최대한 보존한 신체증강형에 그쳤으며,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탈하는 비판적 형상화를 구현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기술로 증강된 미래 신체는 에로틱한 폭력에 기대지 않는, 또한 모성애와 이성애에 매몰되지 않는 싸우는 위험한 소녀의 이미지를 만들었다. 물론 인간의 순수한 프로토타입에 근거한 포스트휴먼 소녀의 이상화는 기술의 인간화를 확신하는 기술도구주의에 경도되어 있다. 근대적 휴머니즘에 영합하는 이러한 기술 사유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포스트휴먼 소녀는 자기 파괴적 대항을 통해 기술-객체의 새로운 정치성을 보여준다. 이들은 테크노크라시와 신자유주의 정치적 감수성을 표출한 우울한 신체에서 벗어나 있으며, 생명 정치의 위계에 균열을 내는 체제전복적 행위를 구사했다. 포스트휴먼은 한 사회가 고도화된 기술시대로 이행하는 과정 중에 일어나는 다양한 힘들의 경합을 예시하는 하나의 사례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한국 영화 속 포스트휴먼 소녀는 여전히 이상화된 소녀 이미지를 고수하려는 인간형상중심주의를 예증하지만, 미시사회적 수준까지 침투한 기술생명권력의 폭압적 지배방식에 윤리적 고찰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영화 속 얼굴 이미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은 영화가 하나의 예술임을 인정받기 시작한 무성 영화 시기부터 인데, 이 시기는 클로즈 업을 인식하는 두 관점에 따라 얼굴 이미지는 다른 의미와 기능을 갖게 된다. 첫째는 클로즈 업을 영화의 새로운 미학적 가능성을 지닌 독립체로 보는 관점인데, 이 경우 클로즈 업은 얼굴을 재현하는 독자적 수단으로 이해되어, 얼굴 이미지와 클로즈 업 모두에게 특권적 지위가 부여된다. 둘째, 클로즈 업 또한 서사를 완성하는 구성체 중 하나로 보는 관점인데, 이 경우 대상의 지표 성을 부곽 시키는 클로즈 업의 특성이 이해되지 못하기 때문에, 얼굴 이미지 또한 서사의 완결성을 와해시키지 않는 선에서, 다른 쇼트와 변별점이 없는 하나의 쇼트로 이해된다. 이 시기의 논의는 영화의 미장센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와의 관계를 통해 다양한 기능과 의미를 갖게 될 얼굴 이미지의 미학적 가능성에 대한 논의가 클로즈 업의 자장 안에서만 이루어진다는 한계가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얼굴 이미지에 대한 미학적 탐구의 가능성을 발견 했다는 점과, 이 시기의 비평적 담론이 현재까지도 유효하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민족'이란 무엇이고 '민족주의'란 무엇인가? '한국 민족주의'는 무엇을 의미하며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라 불리는 일련의 영화들을 통해서 한국 민족주의는 어떻게 재현되는가? 이러한 의문에 해답을 제공하는 데에 이 연구의 목적이 있다.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의 민 족주의적 특성에 대한 연구는 이미 상당 기간 이루어졌고 연구자간 민족주의라는 큰 맥락에 대해서는 이미 합의된바 또한 적지 않다. 그러나 이론적인 확증이 없는 인상비평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고 몇몇 이론적 논의 또한 대부분 서구 유럽의 민족 형성과정과 이에 토대한 민족주의론에 바탕을 두어 왔다. 이에 한국민족주의 담론이라는 이론적 논의를 추가하여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 속에 내재된 한국의 사회, 문화, 역사적 특수성을 더욱 정확하게 포착하고자 한다. 또한 최근 들어 민족주의를 모티브로 삼지 않은 영화들이 속속 등장하면서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는 진화 단계에 접어들었고, 이에 진화에 대한 논의를 본격화하기에 앞서 그것의 원형에 대한 민족주의 담론을 보완 재정립함으로써 향후 기대되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의 진화론에 초석을 제공하는 데에 이 연구의 의의가 있다 하겠다. 연구 대상은 한민족의 역사적 특수성을 적확하게 보여주는 <공동경비구역 JSA (2000)>와 <한반도 (2006)>이며 한국 민족주의 담론을 중심으로 텍스트 분석을 실시하였다.
본고는 캐나다 국립영화위원회(NFB, National Film Board of Canada)의 단편 애니메이션 (1999) 속에 재현을 위한 새로운 시도로서 로토스코핑 기법이 갖는 미학적 의미를 도출해내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를 통해, 관습적인 제작방식에서의 탈피와 응용이 창조적 정신을 갖춘 작가를 배양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로토스코핑 기법의 새로운 미학 발견으로 인한 다양한 영상 분야 속 로토스코핑의 효과적 도입 가능성을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영화 라쇼몽에서 보여지는 캐릭터들의 목소리는 위기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자의식이 빚어낸 기억의 부재이다. 등장인물들의 일치하지 않는 진술과 그 진술 속에 나타난 3가지의 전혀 다른 공간 나생문의 공간(폐허), 폴리포니로서의 재현 공간(숲속), 에고이즘적 진실의 공간(관아)은 당시 일본 국민들이 품고 있었던 전쟁의 패배로 인한 서로를 믿지 못하고 의심하는 사회적 병폐를 내포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의 문예 비평가 M.바흐친의 폴리포니 이론과 일맥상통한다. 폴리포니 이론의 주요 핵심은 서로가 일치하지 않는 목소리들이 조화되지 않는 상태로 불일치를 이루지만, 그 각각의 목소리들은 자신의 세계를 스스로 구축하며 창작자의 영역에서 벗어나 소설 속에 참여 한다는 것이다. 본 연구는 바흐친의 폴리포니 이론이 폴리포니 필름으로서 영화적 구성을 기능하게 하고 영화 <라쇼몽>에 나타난 폴리포니 필름의 공간특성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이 글의 목적은 이란의 여성감독 사미라 마흐말바프(Samira Makhmalbaf)의 작품과 영화세계를 분석하는데 있다. 사미라 감독은 총 5편의 영화를 연출했으며, 자신의 여성정체성을 바탕으로 이란의 사회현실에 대한 비판의식을 사실주의 스타일로 재현하며 이란영화의 새로운 흐름을 대표하는 여성감독이다. 이 글에서는 대표작 <사과>, <칠판>, <오후 5시>를 중심으로 그녀의 작품세계와 영화철학을 분석하고 당대 이란 사회현실과의 사회맥락적 의미를 규명한다. 이 연구를 통해 사미라 감독은 여성의 인권, 반전과 평화, 소외받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으로 이슬람 사회체제가 가진 모순과 억압을 서구의 민주주의와 휴머니즘의 시선에서 비판하고 있으며, 이란의 사실주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메타포와 리얼리티를 결합하는 독특한 사실주의 미학으로 예술영화의 전통을 초극하고 있는 21세기 이란영화사의 새로운 진보와 변화(progress and change)를 상징하는 여성감독임을 확인할 수 있다.
21세기의 공간 디자인은 그 어느 시기보다도 다양한 미디어와의 관계 속에서 전개되고 있다. 대중문화로 대변되는 이미지의 시대에 미디어와 관계한 공간 디자인은 포스트 모더니즘 사회를 이루는 탈 이성적 사고에 기반을 두며 예술과 삶의 동질화를 통해 사회의 변화를 다의적이고 다원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현대사회를 이루는 다양한 환영주의적 미디어 이미지 중 특히 감각적으로 지각되는 이미지이며 가장된 비 실재적인 이미지인 영화라는 매체는 본연의 특별한 속성을 바탕으로 다양한 예술분야와 상호 연계를 맺으며 급속히 성장하였고 그 파급효과도 놀랄 만큼 커지고 있다. 영화는 극명한 현실감의 재현을 통해 실재로 존재하지 않는 것을 만들어 내고 의미 잃은 이미지들의 새로운 실재를 구성하기 위해 대중사회를 조작하고 이는 가상현실의 세계를 구축하는 요소로 작용하며 시뮬라르크 시대를 대변하는 환영성의 이미지를 창조해 나간다. 영화의 이러한 환영적 표현은 의미들에 대한 새로운 해체와 재 조합을 통해 새로운 의미를 생산하고 우리의 일상적인 삶과 가장 근접한 위치에서 대중문화를 총체적으로 표현한다. 이렇게 우리사회의 반영인 영화 환영성의 대한 분석적 태도는 공간 디자인의 관계에서도 새로운 접근방법으로 시도될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런 영화의 환영성의 특징이 공간에서 영화와 공통적으로 도출되는 디자인적 개념언어로 활용되어 공간디자인의 한 방법론으로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사진, 환등, 영화는 20세기 전반기의 경이롭고 마술적인 시각 기술, 1910년대 중반 상업적 가능성을 확인시킨 시기를 거쳐, 1920~1930년대 내내 문화적 패권을 향유한 유일한 미디어였다. 처음부터 근대적 오락으로 소비된 시각 미디어들에 대한 담론은 1920년대 초반까지 영화보다는 관객이 집합하는 공간인 극장 통제, 즉 군중 통제에 역점을 두고 구성되었다. 그러다 영화 자체가 현대적 문화와 미학의 표준이 된 1920년대 중반 이후 무성영화시대에는 당대의 지배적 학문 분야들인 심리학, 사회학, 대중 심리학의 개념과 이론을 적용하여 영화가 대중에게 미치는 강력한 도덕, 심리, 정신면의 부정적 영향을 강조하게 된다. 이데올로기 도구이자 동시에 근대 리얼리즘의 재현 매체로서 가능성을 지닌 시각 기술과 그것의 정점에 있는 영화의 영향을 부정적으로 규정해 간 것이다. 이 연구는 이러한 '식민적 미디어 영향 담론'이 처음부터 통치의 문제였으며 상업적 소비대중과 저항적 군중 통제를 위한 담론이었음을 주장하였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이를 통해 일제의 식민지 통치성이 부단히 세계적, 보편적 사유와 지적흐름을 수용하면서 구성되어 갔지만 식민지 대중의 동의를 얻는 데는 실패한 담론이었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식민지 시기의 재현은 당대의 정책이나 정치적 상황에 긴밀하게 반응해 왔다. '만주웨스턴'의 계보를 잇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암살>은 일본군과 광복군, 선과 악, 정체성의 혼란 등 이 장르의 서사적 전형성을 화려한 액션과 스펙터클로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안전한 민족주의 프레임을 채택한다. 반면, 저항시인과 민족투사의 우정을 다룬 <동주>는 예의 익숙한 민족주의와 영웅주의에 기대지 않으면서, 시의 힘이 암시하는 정신성과 내면의 투쟁을 다룬다. <암살>이 철저한 장르의 법칙 내에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무법의 상상적 저항이 주는 시각적, 감각적 쾌락을 제공한다면, <동주>는 어쩔 수 없이 식민제국의 법 제도 내에서 저항을 모색하다 법의 폭력에 쓰러져간 안타까운 청춘을 그리고 있다.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일본과 한국의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갈등 등은 우선적으로 스크린 위에 민족주의라는 틀을 재소환 한다.
본 논문에서는 영화 및 애니메이션에서 특수효과로 많이 사용되는 유체 표현 기술의 흐름 및 발전 방향을 살펴 본다. 유체의 사실적 움직임을 재현하기 위한 기술은 이미 오랫동안 Computational Fluid Dynamics 분야를 통해 연구되어 왔지만, 그 결과가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에서 적용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고 응용 분야의 특성상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이 남아 있다. 본 논문은 유체 표현을 위해 사용되는 기술의 상이성에 따라 현상을 구분 짓고 각 현상을 표현하기 위한 기술들을 세부적으로 설명한다. 또한 최근에 발표된 기술들이 다루고 있는 이슈들을 짚어 추후 연구 개발의 방향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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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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