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중국 민족정책의 특징이라 할 수 있는 민족식별과 민족자치구역 설정에 내재된 공간적 전략과 그 효과에 대해 검토한다. 중국의 민족식별과 자치구역의 설정은, 전통적인 정체성의 기초를 약화시키고 민족을 지역화시킴으로써, 소수민족들을 중국 내의 확고한 인민으로 전환시키는 국가통합과정의 일부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민족 식별에 있어서 기준의 자의성, 국가에 의한 인구의 재배치 그리고 민족자치구역의 설정 및 영역 조정이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이러한 과정은 보다 상위의 개념으로서 '중국민족' 혹은 '중화민족'이라는 정체성을 구성하려는 국가의 의도와 맞물려 있었지만, 그렇게 식별된 민족과 구획된 영역을 따라서 새로운 개별 민족적 정체성을 창출하게 되는 과정이기도 하였다.
논문은 아제르바이잔의 정체성을 형성해 온 역사적 문화적 원천을 페르시아, 투르크, 러시아의 영향이라는 측면에서 분석하여 그 복합적인 성격을 해명하고, 1991년의 독립 초기 그것이 아제르바이잔의 대외정책에 미친 영향과 그 귀결을 살펴보고자 한다. 오늘날의 세계에서 정체성은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맥락에서 뿐만 아니라 복합적인 맥락에서 진행되는 다양한 변화 속에서 형성되고 표현된다. 이러한 정체성의 표출은 다원적인 환경에서 종종 배타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독립 이후 PFA 정부는 아제르바이잔의 풍부한 문화적 유산과 다면적인 정체성을 강조하기보다는 종족적 기원과 아제르바이잔의 터키성(Turkishness)을 강조하는 논리를 내세웠다. 국내적으로 볼 때, 종족 민족에 기반을 둔 대외정책은 소비에트 하에서 아제리 민족에 흡수되었던 아제르바이잔의 쿠르드인조차도 소외감과 배신감을 느꼈을 정도로 심각한 실패에 직면했다. 국제적으로 볼 때, PFA 정부의 대외정책은 러시아와 이란으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만들었을 뿐만 아니라, 터키가 러시아와의 관계 악화를 우려함에 따라 터키에 대한 교섭력도 약화시켰다. 이에 따라, PFA 이후에 집권한 헤이다르 알리예프는 아제르바이잔 정체성의 네 가지 요소(페르시아적인 정체성, 투르크적인 정체성, 러시아적인 정체성, 아제르바이잔적인 정체성)를 모두 활용하여 대외정책의 방향을 결정하였던 것이다.
이 연구의 목적은 글로벌시대 디아스포라에 의한 초국적 정체성의 출현과 형성과정, 존재 양상, 기능역할, 작동메커니즘 등을 고찰하는데 있다. 디아스포라의 초국적 정체성 논쟁과 다양성에 관한 연구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초국적 정체성 논쟁은 결국 이주자 개인이 자기인식에 대한 자기결정을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라는 인정(승인)과 타자와의 관계성에 의해 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개인적 정체성, 집단적 정체성, 문화적 정체성, 국가적 정체성 등 다양한 정체성의 출현은 이주자의 개인적 경험(자기인식)이나, 상호작용(관계성), 불안정한 지위, 정치적 지지 등 다양한 요소들이 결합되어 형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셋째, 글로벌시대 정체성의 개념은 에릭슨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어 의미확대를 통해 일반인들에게 전폭적으로 전파되었다. 그 이유는 정체성의 개념자체가 개인보다는 민족과 국가라는 보다 확대된 의미에서 국가이데올로기로서 기능을 수행해왔기 때문이다. 넷째, 초국적 정체성이란 개인의 생물학적 특성이든 민족을 대표하는 추상적인 개념이든 자기결정의 주체성과 감정의지에 의해 끊임없이 반복 재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시대 초국적 정체성의 가변성과 유동성은 디아스포라 정체성의 다양성을 초래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초국적 정체성은 개인과 집단의 강약, 분리와 통합, 새로운 집단의 형성과 유지 등과 직접적인 관련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섯째, 사례연구결과, 중국조선족의 초국적 정체성은 과계민족으로서 중국국적을 소유한 국민정체성, 디아스포라적 관점에서 이중정체성 이중문화 성격의 적극적 활용을 주장하는 '제3의 정체성'등으로 다양하게 분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섯째, 사례연구결과, 일계브라질인의 초국적 정체성은 제1유형(일본인 정체성 지향), 제2유형(브라질인 정체성 지향), 제3유형(일계인 정체성 지향) 등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디아스포라의 초국적 정체성이 이주지에서의 차별과 배제를 통해 이주자 자신을 새로운 정체성으로 생산 또는 재생산해 내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본 연구는 지역교과서에 나타난 민족정체성과 지역정체성의 관계를 분의하고 있다. 지역교과서는 지역학습의 자원이며, 다른 지역과의 영역적 차이를 기본 전제로 하면서 지역정체성을 재현한다. 교육과정 수준에서 지역학습의 교육인간상은 지역정체성의 함양을 추구하지만, 민족국가로서의 정치적 단일성을 고려하고 있다. 이른바 민족적 단일성은 지역의 문화적 다양성이 융합된 양상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다른 지역에 비해 고유성이 상대적으로 강한 사례 지역의 교과서에서는 민족과 지역 간의 상보성이 왜곡되어 있다. 예컨대, 지역의 통상적인 담론세계에서 유교문화경관은 타자이지만, 학교 교과서에서는 동일자이다. 또한 지역교과서에서 대외적인 영역화의 경계는 주로 지역이라기 보다는 민족이고. 민족의 변방으로 지역에 대한 장소감을 낳고 있다. 즉, 제주 지역교과서에서 지역정체성은 민족정체성을 고려하여 제한적으로 재현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지역학습에서 온당하게 다루어져 할 지역정체성의 추구가 주변화되고 있다
이능화는 일제강점기 한국학 연구의 선구자로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그의 한국학 연구 분야는 유 불 도는 물론 기독교 등 종교 분야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민속학분야에까지 걸쳐있으며, 그 영향력은 현재도 유효하다. 이 논문에서 이능화의 종교 연구 가운데 전통사상으로서 유교와 불교에 대한 그간의 연구를 정리하고 그 의미에 대하여 재평가했고, 그가 주장했던 '조선민족 고유의 종교'인 '단군신교'의 의미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볼 기회를 마련해보았다. 다른 구한말의 개화 지식인의 경우처럼 이능화도 근대화 실패에 대한 역사적 반성에 고뇌하였고, 그 원인을 조선후기 정권과 주자학에 돌리면서 '주자만능주의'라는 개념을 통해 '조선후기 주자학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역사적 반성을 시도하였다. 또한 이능화는 일제 강점기 거사불교 운동에 영향력을 미쳤던 불교인으로 알려져 있다. 당시 불교계에서도 정치계의 경우처럼 친일행보를 보이며 현실적 이득과 세력을 넘보는 승려들이 더러 있었지만, 이능화는 이런 문제에 중립적 태도를 보이면서 학문적 성과를 세간에 선보이게 된다. 특히 그의 "조선불교통사"는 그의 대표적 업적으로 꼽힌다. 이능화는 조선불교를 거론하는 과정에서 조선불교의 일본 불교에 대한 독립성과 장점을 지적하면서 '민족주의적 성향'의 단초를 표출하였다. 한편 그의 조선민족의 정체성과 독립성에 대한 민족주의적 성향은 단군신교 연구를 통해서 여과 없이 표출된다. 이능화에게 있어서 건국신화와 문화적 정체성은 단순히 역사적 실증과 학문적 고증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국가의 정체성을 확보하는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의 성립에 대한 이념적 문제였다. 이능화의 단군신교는, 건국신화와 조선민족의 문화적 독립성과 정체성을 확보하여 일제의 민족말살정책에 대응하는 민족주의 이데올로기 구축의 측면에서 재평가해야 할 것이다.
1920년대 조선사편수회를 비롯해 조직적으로 진행된 일제의 조선사 연구는 조선의 식민화를 영구화하려는 획책이었다. 3 1운동 이후 일제가 내건 문화정치 3대 방안 가운데 하나인 '민족성 개조'도 조선의 역사성을 외래성과 식민성, 당파성과 미개성으로 낙인찍은 식민주의의 소산이었다. 이에 저항하는 조선인의 연구는 조선의 고유성과 독자성을 증명하는 전통의 창조로 나아갔다. 1920년대 들어 활발해진 고대사 연구는 식민 현실을 외면하고 관념화된 과거의 역사 기억으로 도피하는 게 아니라 한민족의 역사를 새롭게 구성하는 일이었다. 이때 단군은 민족 공동의 시원으로서 문화적 동일화를 이끌며, 발명된 민족의 정체성은 상처 입은 주체를 치유하는 것이었다. 신화를 역사의 일부로 이끌어 오는 일련의 시도는 안확에서도 발견된다. 조선의 민족성을 서구 문명국가와 비교해도 우수한 장점을 지닌 것으로 표명하였고, 조선 문화의 특수성과 정체성을 보편 문명사로 정립하는 방대한 기획은 "조선문명사"로 나타났다. 조선 민족의 특수성과 정체성을 규명하는 문화 연구와 조선 민족의 저력을 드러낸 통사 기술은 과거 역사 속에 명멸했던 다양한 주체들을 동일한 역사를 공유하는 단일한 민족으로 상상하게 했다. 안확의 조선 연구는 일제의 식민사관에 대한 저항이자 민족적 자각을 통한 웅비를 염원하는 것이었다. 그는 민족주의적 관점을 견지하면서도 자유와 자치, 자율과 이성 위에 선 개인을 문명과 문화를 만드는 주체로 설정함으로써 국가이데올로기로 고착된 일본의 문화사와 길을 달리 했다.
1949년 신중국 성립 이후 중국에서는 빈번한 행정구역 개편이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개편은 주로 '공소제도(共銷制度)'와 '호구제도(戶口制度)'에 기반한 '시관현제(市管縣制)'와 '현개시(縣改市)' 실시에 의한 것이었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배경을 가진 중국의 행정구역 개편과 그에 수반된 지명의 개편이 소수민족지구에서는 어떠한 영향과 의미를 가지고 있는 지에 대해 검토하고자 하였다. 변경 소수민족지구에서 진행된 시(市)의 증가 및 그에 수반된 행정구역과 지명의 개편은 해당 지역에서 내재적으로 이루어진 인구의 증가나 산업화 및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반영한 것이라기보다는 한족이면서 비농업호구를 소지한 인구의 증가를 반영한 것으로, 해당 지역을 보다 완전하게 중국이라는 국토의 일원으로 포섭하는 과정이었다는 점을 결론으로 도출할 수 있었다. 따라서, 신중국 성립 이후 변경 소수민족지구에서 실시된 행정구역과 지명의 개편과정은 '인민'과 '지역'에 대한 확인 과정이면서, 동시에 분류와 통제의 과정, 정체성의 해체와 재구성의 과정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식민지 시기의 재현은 당대의 정책이나 정치적 상황에 긴밀하게 반응해 왔다. '만주웨스턴'의 계보를 잇는 한국형 블록버스터 <암살>은 일본군과 광복군, 선과 악, 정체성의 혼란 등 이 장르의 서사적 전형성을 화려한 액션과 스펙터클로 업그레이드 시키면서, 안전한 민족주의 프레임을 채택한다. 반면, 저항시인과 민족투사의 우정을 다룬 <동주>는 예의 익숙한 민족주의와 영웅주의에 기대지 않으면서, 시의 힘이 암시하는 정신성과 내면의 투쟁을 다룬다. <암살>이 철저한 장르의 법칙 내에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는 무법의 상상적 저항이 주는 시각적, 감각적 쾌락을 제공한다면, <동주>는 어쩔 수 없이 식민제국의 법 제도 내에서 저항을 모색하다 법의 폭력에 쓰러져간 안타까운 청춘을 그리고 있다. 최근까지 지속되고 있는 일본과 한국의 정치적, 외교적, 경제적 갈등 등은 우선적으로 스크린 위에 민족주의라는 틀을 재소환 한다.
안재홍은 다사리주의(主義)를 통해 좌(左) 우(右)의 대립을 지양시키고 통일민족국가(統一民族國家)를 건설하고자 했다. 다사리주의를 이념적 차원에서 논하자면, 민족주의(民族主義)라는 점과 중도노선(中途路線)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안재홍의 민족주의는 민족적 정체성(正體性)과 민족적 주체성(主體性)을 표리의 관계로 인식했다는 점과 민족주의와 세계주의를 지양시키려 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또 안재홍의 중도노선은 자유주의(자본주의)와 급진주의(공산주의)를 지양시킨 '진정(眞正) 민주주의(民主主義) 노선'이라는 점과 미(美) 소(蘇)의 간섭을 막을 수 있는 '민족자주(民族自主) 노선'이라는 점이 주목된다. 그러나 안재홍의 다사리주의는 당시의 현실에서는 아무런 결실도 거두지 못한 '실패한 노선'이기도 했다. 그러나 안재홍의 다사리주의와 중도노선(中途路線)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중요한 의의를 지닌다. 첫째, 민족(民族)과 세계(世界)를 균형있게 조화시키려 했던 안재홍의 '신민족주의(新民族主義)'는 오늘날 세계화시대(世界化時代)에 더욱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둘째, 균등경제(均等經濟)와 평권정치(平權政治)를 추구한 안재홍의 '신민주주의(신민주주의(新民主主義))' 역시 약자(弱者)의 생존권(生存權)이 근본적으로 위협받는 오늘날 신자유주의(新自由主義)시대에 더욱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셋째, '해방공간'에서 중도노선(中途路線)의 실패가 민족의 분단(分斷)을 뜻하는 것이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거꾸로 중도노선(中途路線)에서 통일(統一)의 기반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2016년 상반기에 인도네시아 조코위 대통령은, 정당들의 내부 갈등을 적절히 활용하면서, 주요 정당으로부터의 지지를 구하려는 노력을 계속했다. 그러나 2017년 자카르타 주지사 선거를 앞두고 과열된 선거운동의 와중에 등장한, 중국계이자 기독교인인 현직 '아혹' 주지사의 신성모독에 대한 비난은 조코위를 곤경에 빠뜨렸다. 이슬람수호전선과 같은 급진적 이슬람 단체들이 이끄는 50만여 명의 시민들이 자카르타의 거리로 나와 아혹의 구속을 요구했다. 정체성의 정치의 재등장으로 인도네시아 민족의 경계 및 종교와 정치에 대한 인도네시아의 핵심적인 전제들은 도전을 받게 되었다. 외교정책의 영역에서 조코위 정부는 자국의 영해 내에서의 불법 조업에 대한 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러나 나투나 해역에서 인도네시아와 중국의 충돌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긴장이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악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조코위 정부는 2019년 대통령 선거에서 주요 성과로 선전할 인프라 건설을 위해 부유한 이웃 국가들의 투자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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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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