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행위이론에서 의지에 대한 이성의 우위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이성결정론으로 귀결될 위험이 있지만, 역으로 이성결정론을 피하기 위해서 이성의 역할을 우연적인 것으로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로 부당한 평가로 보인다. 왜냐하면 토마스에게서 의지는 이성적 욕구로서 욕구인 한에서 선을 지향하고, 선을 지향함에 있어서 논리적으로 선행하는 이성의 파악을 따르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토마스의 행위론에서 의지와 함께 이성이 수행하는 역할을 정당하게 평가함으로써, 토마스에게서 자유로운 선택을 하는 의지와 선행하는 이성을 따르는 의지가 서로 충돌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 이 연구의 목적이다. 따라서 이 연구를 통해서 우리는 먼저 토마스가 의지의 자유와 우위를 주장했지만, 그럼에도 심지어 이성에 반하는 의지의 작용에 있어서도 의지에 선행하는 이성의 역할을 인정했다는 것을 입증할 것이다. 의지가 이성의 숙고를 따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은 의지의 자유를 증명해 주지만, 동시에 의지가 '이성을 따르지 않음'은 이성적 욕구로서의 의지의 본질규정과 충돌하게 된다. 이로부터 잘못된 의지적 행위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의지의 본질에 상응하는 의지의 자유(즉 "참된 자유")는 '이성을 따르지 않음'보다는, '이성을 따름'에서 성립된다는 것이 우리의 결론이다.
사드의 소설 작품에 등장하는 리베르탱들은 빈민을 마주할 때 느끼게 마련인 연민과 동정이 자연스러운 감정이 아니며, 이런 취지로 구체제 프랑스 곳곳에 세워진 구빈원을 즉각 폐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18세기 말 프랑스의 사상가와 행정가들은 구체제 구빈원의 폐해를 다룬 보고서를 출판하면서, 구빈원이 빈민구제의 취지와는 달리 오히려 빈곤을 심화시켰음에 주목한 바 있다. 아울러 프랑스혁명 이후 입법의회는 구빈원 시설과 재산의 국유화를 시도했으며, 극단적으로 구빈원과 자선시설의 완전한 폐지를 주장하기에 이른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본 논문은 사드의 구빈원에 대한 거부가 동시대 사람들이 구체제 구호체계에 제기한 비판과 관련이 있다는 점을 밝히고자 한다. 특히 프랑스혁명기 의회를 장악한 혁명세력은 구빈원을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대신, 소규모 구제원이나 가택 치료의 방안을 내세워 행정을 간소화하고 비용을 줄이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구제원이나 가택 치료의 구체적인 안이 사드의 소설에 직접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드의 주인공들이 사회의 빈곤 문제를 철학,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입장에서 조망하면서, 새로운 공화국의 이상과 구체적인 사정에 맞는 새로운 구호체제가 필요함을 논리적으로 역설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사드는 혁명의 힘이 약화될 때 구체제의 구빈원 제도가 재건될 것임은 물론, 이미 프랑스혁명이 추방했던 종교와 전제주의 역시 구빈원과 함께 복귀할 수 있음을 경계했다. 그리고 적어도 이점에 대한 사드의 우려가 틀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포스트메모리'는 역사적 상흔을 직접적으로 경험하지 않은 이후 세대의 기억으로, 현재의 고민과 관심사가 깊숙이 투영되면서 과거를 재해석하는 행위 혹은 서사를 지칭한다. 칠레 영화 는 피노체트의 연장집권을 묻는 국민투표가 실시된 1988년으로 돌아가 당시 반대캠페인 내부를 들여다본다. 이들은 효과적인 홍보 전략과 광고 언어를 사용하여 선거에서 승리하고 민주화에 기여하지만, 그 과정에서 감독은 민주주의를 상품화의 논리로 치환시키는 소비사회와 신자유주의 체제가 도래하는 이행기 칠레사회에 대한 성찰을 시도한다. 한편, 한국의 <변호인>은 1980년대 초반 군부독재 시절, 한 세금변호사가 국가보안법 사건을 맡으면서 인권변호사로 변화하는 과정을 다룬다. 영화는 국가주의에 의해 개인과 공동체의 삶이 위협받는 상황을 보여주면서 상식과 공감을 바탕으로 민주주의의 의미를 재구성한다. 역사적 맥락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시기에 제작된 두 영화는 민주화 이후 나타난 민주주의의 위기를 과거 역사를 통해 포착하며, 이와 함께 민주주의의 재구성을 위해 지식인과 전문가집단의 역할과 책임을 강조한다.
이 글은 민요 기능과 전승 현장이 현대화에 밀려 변질되거나 사라지는 상황에서 민요 보존과 계승, 연구를 위한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고자 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리고 민요에 대한 새로운 조명과 함께 새로운 민요 연구 방법론 개발을 위해 '융합'을 주목하였다. 융합은 둘 이상의 결합과정에서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말하며 해체와 분화를 지향하는 가운데 중심과 주변의 인식이 없어지는 등, 경계허물기 작업과 관련한다. 그리고 융합적 연구방법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통섭(通涉)적 연구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학제적 연구는 학문간 차이를 인정하는 데서부터 시작되며, 그 차이가 유의미한 가치를 가지는 한 해체와 분화를 반복한다. 즉, 융합은 해체를 통해 새롭게 태어난다. 이런 논리에 따르자면 융합적 민요연구를 위해서는 민요의 구조와 구성인자를 새롭게 살피고 전체를 구성하는 부분과 원리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그 부분을 다른 그 무엇과 결합시키거나 통섭적으로 견주어 새롭게 해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는 그러한 융합합의 민요 연구 사례로 문화학, 생명사회학, 공감이론으로서의 민요연구방법을 살펴보았다. 다양한 시각으로 민요를 돌아볼 때 민요는 새롭게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서촌은 서울 도심에 위치하며 인왕산을 배경으로 자연경관이 수려하고 역사와 문화적 자원이 풍부한 한국의 대표적인 역사문화경관 지역이다. 하지만 시대의 변천과 함께 변화를 거듭해온 현재 서촌의 모습은 서촌이 지녔던 자연경관의 아름다움과 서촌만이 간직한 장소성이 경제적 논리에 밀려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서촌 경관에 녹아있는 역사 문화의 잠재적 가치를 인식하고 경관의 보존과 보호를 위하여 경관 변화의 기준이 될 수 있는 경관은 무엇이며, 어떤 변천과정을 거쳐 경관이 변화되어 왔으며, 복원 시 기준이 되는 경관은 무엇인지에 관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본 연구는 경관 텍스트로 시, 유산기를 비롯한 문학작품, 회화, 경물의 명칭을 설정하여 고문헌과 현대문헌, 근 현대 지도, 회화작품 등을 현황과 비교 분석하였다. 특히 서촌의 경관은 자연경관의 원형이 잘 보전되어 있으며, 인문 사회적 장소성을 지닌 조선 후기 경관을 원형경관으로 규정하였으며, 이를 기준으로 경관변천의 원인이 되는 사회 문화적 특성을 연구하였다. 연구 결과, 서촌은 서울을 대표할 수 있는 역사와 문화적 특성을 지닌 곳으로 서촌만이 가진 정체성을 지닌 보존이 요구된다. 특히 산맥과 물길 명소별 보존을 위한 특징은 다음과 같다. 백사 이항복과 권율 장군의 집터였던 필운대는 조망권 확보 및 주변 암반 보호를 위한 문화재 복원을, 안평대군의 비해당이 있었던 수성동은 현재 복원 중인 공원화 사업을 중심으로 복원지역의 확대를, 안동 김씨의 세거지이면서 위항문학의 산실이었던 청휘각과 송석원과 선원 김상용의 별서지였던 청풍계 지역은 인물과 연계된 물길의 복원이 요구되며, 조망경관이 우수하고 현재 녹지의 보전이 비교적 양호한 세심대와 백운동 계곡은 보전을 위한 보호구역 설정이 요구된다.
호락논쟁(湖洛論爭)에 관한 선행 연구는 오상논변 미발논변 등을 중심으로 상당한 성과를 이루었다. 이러한 일련의 연구 성과 속에서 권상하의 철학사상은 비교의 차원으로 함께 다루어지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그의 철학사상의 면모는 거의 드러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를 중심으로 하는 개별연구가 아닌 관계로, 어떤 점이 호학(湖學)[호론(湖論)]의 선하(先河)로서의 그의 철학사상의 한국유학사상사적 위상인지 명확하게 파악하기는 어렵다. 이에 본고에서는 "한수재집(?水齋集)"에 나타난 심성(心性)의 개념 이해를 중심으로 권상하(權尙夏)의 심성론(心性論)을 검토하면서, 호학[호론] 형성의 선하(先河)로서의 그 사상사적 위치를 짚어보았다. 권상하는 호락논쟁이 본격화된 1709년 이전에, 기질지성(氣質之性) 내에서 본연지성(本然之性)[성선(性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일성(一性) 이해를 바탕으로 한, 오상편전(五常偏全)의 인물성상이(人物性相異)로 그의 입장을 이미 정리하고 있었으며, 호학[호론]의 학자들은 이러한 영향아래 자신들의 사유를 형성하고 호락논쟁 과정에서 오상편전(五常偏全)[인물성상이(人物性相異)]을 주장하였다. 권상하는 성(性)을 중심으로 한 심성일물(心性一物)의 관점에서 허령(虛靈)한 심(心)의 주재성(主宰性)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것이 제자 한원진(韓元震)과 윤봉구(尹鳳九)가 말한 '심성이기(心性二岐)의 의논과 의혹을 종식시키고 평정한 공(功)'이며, 한원진이 말한 '성선(性善)의 필연을 밝힌 공(功)'이다. 이 논리 역시 호락논쟁이 본격화되기 전에 이미 정립되어 있었으며, 호학[호론]의 학자들은 이러한 영향아래 자신들의 사유를 형성하고 호락논쟁 과정에서 기부용사(氣不用事)[미발기질유선악(未發氣質有善惡)]를 주장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인성'이란 무엇인지를 '문질빈빈(文質彬彬)'을 통해 고찰하고 그것이 삶, 문화, 교육과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에 관해 밝힘으로써 교육인류학적 함의를 모색해 보고자 했다. 연구결과, 문적인 측면에서 '인성'에는 인간다운 면모와 자질, 성질과 성품, 그리고 덕성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으며, '인성교육'을 위해서는 더불어 조화롭게 사는 능력과 같은 사회적 맥락을 고려한 윤리의식을 학교에서 교육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질적인 측면에서는 인성의 본질인 '인성다움'을 통해 인성의 선천적인 측면과 후천적인 측면의 양면성을 살펴봄으로써 인성이 양자 모두를 총칭하는 개념임을 확인할 수 있으며, 외부환경에 의해 인성이 영향을 받는다면 교육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의 개선 가능성을 타진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덜 나은 인간'에서 '더 나은 인간'으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교육의 역할이 요청될 수밖에 없으며, 가정 및 학교 교육이 수반되어야만이 인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가족 간의 인간애에 대한 정직한 마음은 곧 바른 인성이며, 이러한 인성으로 인해 가정을 지키게 되고 사회 질서 유지에 일조한다는 논리가 현대의 법문화전통에까지 영향을 미침으로써 인성의 중요성이 우리 사회에서 인정되고 보호되어야 할 가치로서 여겨지고 있다. 따라서 교육인류학을 통한 학문적 접근은 교수자와 학습자에 대한 인성과 교육, 그리고 문화 간의 관계를 탐색하는 데에 충분한 시론(試論)적 가치가 있으며 학문적 기초를 제공해 주기에도 적절하다고 본다.
근대5종 경기는 기구 없이 하는 운동과 기구를 사용하는 운동 그리고 동물과 함께하는 운동은 물론 사람과 사람이 경쟁하는 운동뿐만 아니라 정적운동과 동적운동을 포함하는 운동 종목이다. 근대5종 경기 선수들의 윤리적인 문제는 열악한 환경과 경제적 이유와도 관계가 있으며 운동선수의 윤리인식과 태도, 그리고 정신은 스포츠 선수의 심적 환경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현대 스포츠에서 중요한 문제로 다르고 있는 윤리적인 문제들의 개선 방향을 검토하고자 질적 연구방법을 적용하여 근대5종 경기의 스포츠 정신과 윤리성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스포츠에서 보상주의는 경기력 향상이나 기록 갱신의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왜곡된 선수상의 형성 원인이 되기도 한다. 에어도핑은 선수의 건강이나 공정성의 논란과 함께 스포츠선수의 정신적 육체적 손상과 폐해를 야기할 수 있는 윤리적 문제를 안고 있다. 금지약물을 복용하는 선수나 이를 방치하거나 종용하는 지도자나 감독자의 책임과 윤리문제는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다루어지고 취급되어야한다. 스포츠 현장에서 선수나 감독 지도자의 경기실적에 종속된 보수체계가 선수나 지도자의 생계와 연관이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정의로운 경기진행을 위해 성과에만 매달리는 선수육성에서 탈피하여 이념과 논리에서 합리적으로 인식되는 윤리성회복을 강조함으로써 비윤리성문제가 극복되어야 할 것이다.
대학이 직면하고 있는 생존환경을 고려할 때, 대학의 생존전략은 생태계적 사고에 기반 하는 공진화 전략구축이 되어야 함을 이 연구는 강조한다. 따라서 대학은 지역혁신생태계의 핵심역할을 수행하기 위한 전략구축이 요청되는 바, 대학혁신생태계를 네 단계로 구분하고, 각 단계별 공진화전략을 구축하는 이론적 틀을 제시하는 것을 연구 목적으로 한다. 따라서 연구방법은 이론적 문헌연구에 초점을 두었으며, 대학혁신생태계 논리구축의 이론적 프레임워크는 Moore의 기업생태계 연구 모형(1996)을 원용 하였다. 대학의 생태계혁신전략은 네 개의 발전단계로 구분하고, 단계별 공진화 전략을 제시한다. 개척단계에서 대학의 공진화전략은 대학주도 혁신생태계의 가치창조를, 확장단계에서는 임계치 확보, 권위단계에서는 권위와 교섭력 지속, 마지막 쇄신단계에서는 성과의 지속적 개선을 제시하였다. 특히 대학의 혁신생태계 구축 및 확산의 가능성은 지역산업과 정부정책과의 연동성과 적실성을 강조하였다. 이러한 대학-지역 혁신생태계 모형은 정부 재정지원사업의 효과성을 제고할 수 있는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였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개별 대학에게는 자신의 생태계구축 단계에 적합한 공진화 전략을 위한 틀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연구의 의의가 있다.
최근 교육 현장에서는 '융합'이라는 키워드가 대두되면서 인문학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인문학의 융합 범위는 예술 분야뿐만 아니라 과학, 기술, 공학 등 다양한 분야로 점차 확산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학습자들이 인문학과 과학적, 실증적 이론을 융합하여 논리적이고 종합적이며 창의적인 사고를 갖춘 미래 창의 융합인재로의 양성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신화전설은 인류가 문화를 창출하는 내용이 담겨 있으며, 종교, 철학, 예술, 과학 등에 관한 내용을 다룬다. 따라서 학문의 분화가 이루어지지 않았던 소위 융합의 시대를 살았던 고대인들의 의식을 통해 현인류의 모습을 비추어 볼 수 있을 것이다. 본 논문에서는 중국의 유명한 학자인 원이둬(聞一多)가 <고당신녀 전설>에 대해 분석한 내용을 통해 중국문화를 교육할 수 있는 방안을 제안하고자 한다. 그는 신화 전설을 통해 민족 문화의 원류를 모색하고 기원 시기의 민족 문화 관념을 복원하여 민족의 정체성을 찾고자 하였다. 중국의 신화전설에는 현대 중국의 문화현상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중국에 대한 이해도를 한층 높여 줄 것이며, 다양한 고문의 내용을 논의의 근거로 제시하므로 중국 고문 학습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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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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