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츠리(池莉) 소설을 대상으로 하여, '집'이 어떻게 의미화 되고 있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츠리는 신분의 상징으로서 집과 젠더수행의 장소로서 집에 주목한다. 첫째, 개인의 신분을 상징하는 부호로서 '집'은 지식인(적)/소시민(적), 문명/비문명, 지식/지식 없음, 정신/반(反)정신, 우/열로 이항 대립항을 구성하고 있다. 츠리는 우월성을 속성으로 하는 집의 이면에 자리한 불합리성과 불공정을 발견함으로써, 신분의 부호로서 이분화된 집의 경계를 허문다. 그녀는 이러한 경계 허물기를 통해, 지식인(적)/소시민(적)으로 이분화된 '집'을 각각 정신과 물질에 상응하는 것으로 배치하고 우열을 논하는 데에서 비껴가면서, 화해를 모색한다. 둘째, 젠더가 (재)생산되는 장소로서 집을 해체한다. 이는 두 가지 측면을 통해 이루어진다. 하나는 사적영역인 집을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는 공적영역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이때 집은 여성이 경제적인 주체로서 재탄생하는 장소가 된다. 이로부터 수동적이고 종속적으로 인식되어 온 여성성은 주체성과 독립성을 확보하게 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남성다움의 동일시로서 집을 재구성한다. 남성다움과 유착한 집은 강력한 남성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남성성의 훼손을 상징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집'의 이러한 양가성은 사적영역인 '집'에서는 은닉되고 배제되었던 공적영역에서의 여성(성)을 드러내면서, 남성다움을 전유하는 '집'에 각인된 젠더질서 및 젠더관념을 전복한다. 공적영역에서의 여성(성)의 발견을 통해, 젠더화된 '집'의 해체를 넘어 젠더화된 '일상'에 대한 해체를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츠리 서사의 의미가 있다고 본다.
This study examines the esthetic characteristics in the haute couture work of Jean Paul Gaultier, who represents the fashion in France and is famous for avant-garde and experimental works through dismantling, from the first haute couture collection in 1997 to the present. The materials for the study are the precedent studies, the related literature, and the photographs of the works and the interview articles in domestic and international fashion journals. Three characteristics are revealed in his works. First of all, he provided a transcendental fashion different from the established wearing or ornamental ways by dismantling the dichotomies between male and female, time and space, and beauty and ugliness. Second, he reflected the decadent beauty recognized as representing women's sexual and provocative expression based on exposure, suppression, perversion, and grotesque manifestations by shaping an esthetic value within a different point of view. Finally, he was characterized as being transcendental with an eclectic fusion of intercultural differences or dynamics, items in costume formation, time and space, and eastern and western. This transcendental expression, Gaultier's desire for creativeness, can be an ideal characterizing this era.
시대별과 배경에서 나타를 주제로 한 애니메이션 영화로서, <나타지마동강세(2019)>와 <나타요해1979)>는 나타의 각기 다른 예술 이미지의 가치와 중요성을 반영하였다. 나타 인물 이미지의 가치 전향 연구는 나타 예술 이미지의 다른 스타일을 보여준다. 본 논문은 영화 속 나타 캐릭터의 예술적 표현에 따라 그 뒤에 나타나는 가치의 변화를 해석하다. 나타의 '선'에서 '악' 이미지로의 전환은 물론, 아버지의 뜻을 거스르기 어렵다 관념에서 운명이 자신의 손에 있다는 관념으로 옮겨가는 것은 나타 이미지의 다른 가치와 의미를 시대별 배경에서 반영한다. 모든 작품에는 선명한 시대성이 있다. <나타지마동강세(2019)>는 새로운 시기 나타 캐릭터의 영화적 혁신과 내용 깊이가 새롭게 드러난 작품이다. 예술적 표현에는 여러 가지 형식이 있는데, 이러한 차별화가 애니메이션을 주름잡는 매력을 크게 증가시켜 중국 애니메이션 영화가 더 많은 발전 공간과 가치를 갖도록 하다.
본 연구의 목적은 생애사 연구를 통해 장애인의 사회적 배제 경험을 이해하는 데 있다. 이에 지체와 뇌병변 장애인 10명의 사회적 배제 경험을 중심으로 심층 면접하여 그 내용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는 참여 장애인들은 교육, 노동, 사회참여, 정보, 사회서비스, 공간, 건강관리 등의 다차원적인 사회적 배제에 직면해 있는 주변인으로 시민권적 권리가 부재한 삶을 지내왔다. 이러한 배제로 인해 사회적 관계가 단절되고 해체되었으며, 그들의 정체성 또한 규범화된 사회적 관념에 의해 타율적인 방식으로 정형화되어 갔다. 또한 장애와 빈곤이 복합적으로 결합된 참여 장애인들의 삶 가운데 이들 세대의 인식과 가치에 영향을 미친 역사적 경험들이 제시되었다. 한편 사회적으로 배제된 이들의 삶의 의미는 스스로 평가하고 해석하는 원천에 따라 새롭게 구성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토대로 장애인의 사회적 배제 극복을 위한 정책적 실천적 함의를 제시하였다.
기존 사회 패러다임인 가부장제의 남성중심적인 사회 구조의 해체와 재구성이 요청되고 있으나 한국 교회는 여전히 전통적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와 모성 담론에 의거하여 여성을 호명하고, 여성의 역할을 이에 국한시켜 이해하려는 종교적 해석과 문화적 관습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여성의 다양한 삶의 양태와 생애사적 주기, 그리고 개별성을 고려할 때 기존의 생물학적 모성 담론으로 여성을 국한시키는 것은 여성이 주체적인 리더로서 성장하여 사회와 인류공동체에 기여하도록 돕기에 적합하지 않은 일이다. 한국 교회는 여성의 주체적 신앙 형성을 격려하는 교육과정을 새롭게 모색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개항기 기독교 여성들의 삶에서 성역할 고정관념과 성별 분업, 모성담론을 담고 있는 당시 개신교 신학의 도전에 대해 한국 기독교 여성들이 주체성을 확립해나가는 응전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한국 기독교 여성들은 침묵과 수용적 인식을 지나 전통 가부장제의 억압적 경험을 나누면서 이의 부당함을 느끼고 해발을 찾아가는 주관적인 인식을 형성하였다. 그리고 공감적이고 관계적 공동체 안에서 절차적이고 구성적인 인식을 형성하여 신앙의 주체자로 행위할 수 있었다. 한국교회는 100여년 전 선배 여성들이 스스로 형성했던 교육 과정을 성찰하면서 기독교 여성 교육과정을 재구성해야 한다.
이 논문은 칸트와 니체의 미학을 통해 두 철학자의 예술에 대한 상이한 태도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칸트의 미학은 흔히 '형식미학' 이나 '수용미학'으로 불린다. 그것은 칸트의 주요관심이 우리가 '아름답다'라고 말할 때 그것이 가지는 보편적 형식이 무엇인지를 묻는 것에 있기 때문이다. 미의 보편적 형식이야말로 그것이 자연미이든 창작된 작품과 관련된 미이든 수용자에게 보편적인 미적 쾌감을 주는 근거가 된다. 천재가 창작한 작품을 통해 한 송이 장미에서 얻는 미적 쾌감과 동일한 쾌감을 얻을 수 있는데, 그것은 천재가 작품에 보편적 형식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칸트의 미학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칸트가 미를 판단하는 근거를 주관의 보편적 형식에서 찾은 결과, 예술에서 보다 근본적인 미의 생산과정과 작품 등을 등한시 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칸트의 미학은 예술에 관해 말하고 있지만, 역설적이게도 예술가들에게 미친 영향은 크지 않다. 현대예술에서 작가와 작품 그리고 감상자의 경계는 급진적으로 해체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또 감각기관과 재료에 따라 구분되던 장르의 경계도 불분명해지고 있으며, 감상자에게 미적 쾌감을 주기보다 오히려 혐오감이나 추를 추구하는 다원화된 예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조류를 칸트의 미학으로 이해하기란 대단히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니체는 예술의 기원을 생리적 조건으로 환원시킨다. 그의 예술생리학은 몸에 대한 통찰에서 비롯된다. 니체에 따르면 예술이 존재하기 위해 '도취'가 전재되어야 한다. 힘의 의지를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도취에서 우리는 자기고양의 느낌을 가지게 되고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 예술가는 도취와의 놀이를 통해 예술을 발생시킨다. 니체에게 예술은 바로 도취의 활동이 실현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니체에게 예술이 주체의 목적의식적 행위를 통해 성취된다는 전통적 관념은 전도된다. 니체는 자기를 조형하는 일체의 행위를 예술로 간주함으로써 확장된 예술을 주장한다. 그의 예술생리학은 현대예술가들에게 강령과 같은 역할을 했고, 그들의 다양한 예술적 실험에서 니체의 영향을 찾기란 어렵지 않다.
이 글은 동아시아 유학 전통의 뿌리를 다룬다. 내가 주목하고자 하는 부분은 중국의 고전 전통과 그에 대한 송대(宋代)의 해석이다. 덕의 개념은 유럽 및 중국의 전통이 만나는 드문 사례들 중 하나처럼 보인다. 라틴어 virtus 와 그리스어 $aret{\acute{e}}$는 중국어 $d{\acute{e}}$ 덕(德)과 매우 유사해 보이는 것이다. 중국 전통에서 덕(德)은 따라서 자연적 힘의 총체로 간주되는 도(道) $da{\grave{o}}$와 늘 연결되어 있다. 유럽 전통과 달리, 중국 전통에서는 덕이 그 자체로 인간 안에 존재하는 하나의 자연적 힘으로서 간주된다. 이 힘은 주변 세계와 인간의 연결, 통합 그리고 조화를 유지해준다. 공자는 사회적 행동(social behaviour)의 가능성, 곧 덕의 가능성에 관한 엄격히 철학적인 논쟁을 촉발시켰다. 공자에게 있어, 상(喪, mourning)는 인간의 원초적인 사회적 특성을 보여주는 현상들 중 하나이다. 하나의 피할 수 없는 불가피한 현상으로서의 애도는 자연적 필연성이라는 성질을 갖는다. 이런 기초적인 사회적 감정은 인(仁)($r{\acute{e}}n$, "human-heartedness") 이라 불린다. 인은 그것이 인간의 사회적 지향의 기초이자 결과로서 해석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사회 구성 능력을 제공하는 것으로서 간주된다. 인은 덕의 전형이다. 곧 인은 단순히 자연 법칙으로부터 연역 가능한 하나 사실이 아니라, 인간이 성취하거나 혹은 완전히 실패할 수도 있는 어떤 것에 관련되어 인간에게 제기되는 하나의 요청이다. 따라서, 인(仁)의 기본적 특성은 관심(concern)이다. 신유학 시기의 덕 해석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초점이 맞추어진다. 덕에 관한 논의는 우주론적 관점으로까지 확장된다. 신유학은 인간들 사이의 관계로부터 우주적 상호관계로 초점을 이동시킨다. 모든 규칙들로부터 자연을 해방시키려 하는 도가와는 반대로, 신유가는 이(理)(lǐ) 개념을 통한 존재론적 기초를 창조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이러한 신유학의 태도는 어떤 의미에서 -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더라도 - 서양적 사고와 유사한 측면을 갖고 있다. 이(理) 개념과 함께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관한 논쟁은 새로운 차원으로 들어선다. 불교의 무(無) 개념과 함께 등장한 실재의 해체와 차별이 존재론적 형이상학적 개념과 함께 새로운 답변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는 중국 전통에서는 매우 새로운 관점이다. 영원하며 파괴되지 않는 관념적 원리가 현상적 실재의 파괴를 막아준다. 마지막으로, 나는 덕 개념과 관련된 유럽적 및 중국적 사유의 비교 가능성에 대한 몇 가지 결론적 언급을 적어보고자 한다. 우선, 모든 고전시대의 유가들에게 있어 구체적이며 성공적인 행동보다 더 정확한 것은 없다. 이러한 행동의 결과는 이 세계에 완벽히 꼭 들어맞는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오직 일반적 개념을 구분할 수 있는 진리에 의해 계몽된 대화만이 합당한 행동에 관한 통찰로 이끈다고 믿는다. 아리스토텔레스에게 있어, 이렇게 도출된 규칙은 실천되어야만 할 어떤 것이다. 유가적 방식의 경우는 보다 직접적이다. 행위자는 이후의 행위를 위한 하나의 정확한 패턴을 수립한다. 이는 - 위에서 언급한 대로 - 하나의 구체적 행동은 결코 다른 행동과 완전히 동일할 수 없으므로, 논쟁은 행동이 수행된 상황들 사이의 차이점에 관한 논의로부터만 발생한다. 이 논쟁은 가능한 한 가장 정확한 행동으로 우리를 이끄는 것이어야 한다. 따라서 교육의 초점은, 개념적 구별이 아니라, 행동 형식에 관련된 세심한 지식의 습득에 놓여진다. 일반화는 물론 이런 노력의 과정에서 성공을 위해 요청되는 하나의 중요한 방법론으로 간주될 수도 있다. 그러나 문제점 역시 존재한다. 개념화의 성공 여부는 - 규범적 개념과 일치하는 행동의 형성이 아니라 - 개별적 행동의 성공적인 수행에 달려 있다.
유가 정치사상에서 중심 개념은 천天과 인人(=민(民))이다. 특히 유가 사상에서 천이 갖는 의미가 결코 작을 수 없음은, 그것이 형이상학적으로 인간과 천을 설명하는 리理와 결부되면서 정치의 분야에 까지 그 논의가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천명'의 개념을 배제하고서 동양의 정치사상의 본질을 논의하기 어렵다. 본고는 18세기 초의 일본에서, 그 동안 도덕적으로 정당하면서도 절대적인 권위를 지니고 있었던,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의 군주의 사적私的 차원이었던 '천天'의 정치화가 어떻게 공적公的인 '민民'의 차원으로 전환되었는가에 초점을 두어, 일본사상사에서 고학파古學派로 분류되는 대표적 사상가 이토 진사이(이등인재(伊藤仁齋))와 오규 소라이(적생조래(荻生?徠))의 학설을 중심으로 논의했다. 동양 정치사상사에서 주자학이 지녔던 거의 절대적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의 권위가, 일본의 에도(강호(江戶)) 시대라는 독특한 공간에서 해체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당연히 배태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그동안 억눌렀거나 억눌렸던 '민'에 대한 새로운 차원에서의 해석과 개념 정립이 어떤 사유 과정과 논쟁 과정을 거치며 부상했는가를 탐구해 보고자 하는 것이 본고의 목적이다. 이토 진사이에 대해서는 그가 보았던 '민民'에 대한 관념을 재검토하여 인仁에 대한 문제의식과 함께 살펴보았다. 오규 소라이의 경우는 '선왕의 도'에 대한 개념과 ""육경"은 곧 물物이다"고 선언한 의미를 규명하면서 그의 안민천하의 정치론을 논했다. 이들 두 사상가가 펼친 정치관의 의미는 과거의 가치관을, 당대의 문제를 치유할 수 있는 일종의 치유책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이 진사이에게서는 '인'의 새로운 해석에 바탕한 '왕도의 구현'으로 나타났고, 소라이에게서는 '선왕의 도'에 바탕한 도덕으로부터의 정치의 독립이라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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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일 2004년 10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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