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행정의 통치 단위인 군현 지역 내에서 한 장소가 중심지로 선정되고 발전하는 것은, 해당 지역의 자연적 조건과 사회적 상황의 결합에 의한 것이다. 이러한 중심지는 사회적 상황 변화에 따라 그 역할이 변화하지만, 역할 변화에도 불구하고 중심지로서의 지리적 관성을 지니게 된다. 본 연구에서는 행정 중심지로서 역할을 수행했던 칠보 지역을 사례로, 중심지의 역할 변화와 지리적 관성 유지의 특성을 살펴보았다. 그 결과는 첫째, 시대에 따라 중심지의 역할이 변화했다. 이 지역은 삼국시대에는 국방 행정 교통의 중심지였으나, 삼국의 통일과 함께 국방 중심지로서의 역할이 사라졌다. 고려시대에 들어서면서 교통축의 변화로 교통 중심지 기능도 상실되었고, 결국 행정 중심지의 기능 상실로 이어졌다. 둘째, 외부 인물과 그 지역 내부 인물의 결합에 의해서 중심성이 유지되었다. 최치원, 정극인, 신잠 등의 외부 인물과 송세림, 정언충, 김약묵, 김관 등의 내부 인물에 의해 행정 중심 기능이 아닌 새로운 유교 문화와 교육의 중심지로서 지리적 관성을 유지했다. 셋째, 중심지의 역할 변화에 따라 미시적으로 지역 내에서 중심지의 입지 이동이 있었다. 시산리의 송산 마을에서 남전 마을 그리고 무성리의 원촌 마을로 중심 장소가 이동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