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I QR코드

DOI QR Code

Significance of the Emergence of Realistic Media from the Point of View of Film History

영화사적 관점에서의 실감 미디어 출현의 의의

  • Ko, Ho Bin (Dept. of Film & Theatre, Honam University)
  • Received : 2022.06.07
  • Accepted : 2022.06.13
  • Published : 2022.06.30

Abstract

With respect to the advent of realistic media, the so-called future cinema theory or the theory of the end of cinema that cinema will be transformed by the advent of realistic media, or that realistic media will expel film media and replace them are being put forward as if they were orthodoxy. Therefore, this paper argues that the future cinematic theory and the theory of the end of cinema the cinema are inferred from the false premise that the superiority and inferiority relationship and substitute relationship established only between video media of the same type with the same properties are also established even between realistic media and film media, which have different properties. And it is concluded that realistic media and film media will coexist because they have different properties, functions, uses, and utilities.

Keywords

1. 서론

영상 매체 역사에 있어서 실감 미디어의 출현은 최초의 영화 매체인 시네마토그라프(cinematographe) 발명에 버금가는 사건이다.가상현실(virtualreality, VR)과 증강현실(augmentedreality, AR)그리고 혼합현실(mixed reality, MR)을 가리키는 실감 미디어의 출현이 이처럼 심중한 의의를 갖는 것은, 이들이 영상 매체 역사에 있어 최초로 출현한 이종의 영상매체들이기 때문이다[1]. 따라서 실감 미디어에 대해, 또는 실감 미디어 출현의 의의에 대해 거론하게 되는 경우, 이들 영상 매체들이 시네마토그라프를 비롯해서 우리가 이제까지 영상 매체로 불러왔던 것들, 바꿔 말하면 이제까지 영화의 매체로 기능해 왔던 것들과는 속성과 기능, 용도와 효용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종으로 구별해야 하는 것들이라는 것을 간과해서는 오류에 빠지게 된다.

실감 미디어의 출현의 의의와 관련해서는, 실감 미디어 출현으로 인해 영화가 변모될 것이라거나, 실감 미디어가 결국은 영화를 퇴출시킬 것이라는 이른바 미래 영화론이나[2]영화 종말설이 마치 정설인 것처럼 내세워지고 있다[3]. 미래 영화론이나 영화 종말설은 실감 미디어가 이제까지 영화의 매체로 기능했던 영상 매체들을 능가한다는 전제 아래 성립한다. 다시 말해, 실감 미디어가 기존 영화 매체들보다 우월한 최첨단 영상 미디어기 때문에, 실감 미디어에 기반한 콘텐츠가 시네마토그라프 출현 이후 이제까지 우리가 향유해왔던 방식의 영화를 퇴출시키고 대체하거나, 아니면 영화가 실감 콘텐츠의 장점을 받아들여 변모함으로써 생존을 꾀할 것이라는 논지를 펼치는 것이 미래 영화론이고[4], 영화 종말설이라는 것이다 본고는 이와 같은 미래 영화론이나 영화 종말설이 잘못된 전제 아래 추론된 것으로서, 실감 미디어 출현의 의의를 오도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실감 미디어보다 먼저 출현했던 영상 매체들, 즉 영화의 매체들은 새로 출현한 것이 선행의 것과 속성은 같지만, 속성의 발현 정도에서는 우월한 것이어서, 선행의 것을 퇴출시키고 그것을 대신해 영화의 매체로서 기능해왔다. 따라서 실감 미디어가 기존의 영화 매체들과 속성은 같은데, 속성의 발현 정도에 있어 우월한 것이라면, 기존 영화 매체들과의 우열관계와 대체 관계가 성립하고, 미래 영화론이나 영화 종말설도 성립하게 된다. 그러나 실감 미디어는 기존영화 매체들과는 속성 자체가 다르다. 영상 매체들이 서로 속성이 다르다는 것은 기능과 용도가 서로 다르고, 각자 다른 쓸모와 효용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각자 다른 쓸모와 효용가치가 있는 것들은, 예를 들어 바지가 셔츠보다 우월하다거나, 바지가 셔츠를 대신한다고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서로 간에 우열을 따질 수 없고, 대체 관계도 성립하지 않는다. 그래서 본고는 실감 미디어가 기존 영화의 매체들과는 속성과기능, 용도와 효용이 다른 것들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실감 미디어와 실감 콘텐츠가 기존의 영화 매체들이나 영화보다 우월하고 효용가치가 더 크다는 전제 아래 추론된 미래 영화론이나 영화 종말설은 오류에 불과하다는 것을 논증한다.

본고는 영화 제작론의 관점에서 미래 영화론 이나 영화 종말설을 논박하고, 실감 미디어 출현의 의의를 규명한다.그래서 프레임(frame)이나 프레이밍(fra- ming), 편집과 몽타주(montage)같은 영화 제작론적 용어나 개념들을 구사하게 될 것인데, 이는 미래 영화론 이나 영화 종말설, 그리고 실감 미디어를 비롯한 디지털 미디어와 영화의 관계를 논하는 뉴 미디어론 들이 디지털 미디어나 테크놀로지 관점에서, 생경하고 난해한 개념들을 구사하고, 그럼으로써 최첨단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산물인 실감 미디어나 실감 콘텐츠가 기존 영화의 매체들이나 영화보다 우월할 거라는 오해를 야기해왔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그리고본고는 미래 영화론이나 영화 종말설을 논박하기 위해서는, 이들 설에 빌미를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가 미래 영화론과 영화 종말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뉴 미디어론들을 소환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다. 본고가 디지털 뉴 미디어론들 중 국내 관련 학계에 미친 영향으로는 쌍벽을 이루는 제이 데이비드 볼 터(Jay David Bolter)와 리처드 그루신(Richard Grusin)의 <재매개:뉴 미디어의 이해, Remediation: UnderstandingNewMedia>와 레프 마노비치(Lev Manovich)의 <뉴미디어의 언어, TheLanguageof NewMedia>를 비판적으로 고찰하면서, 이들이 미래 영화론이나 영화 종말설에 어떠한 영향을 끼쳤는지를 규명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이다.

2.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의 현실재현 메커니즘과 속성, 기능과 효용

2.1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의 현실 재현 메커니즘과 속성

시네마토그라프는 우리 눈의 현실 재현 메커니즘을 그대로 본뜬 최초의 동영상 매체다. 그러나 당시의 “시점 테크놀로지(point of view technologies) [5]”로는, 우리 눈의 현실 재현 메커니즘의 방식 자체는 그대로 본뜰 수 있어도, 성능까지 그대로 본뜨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렇기 때문에, 시네마토그라프는현실 재현 방식에 있어서는 우리 눈과 동일했지만, 성능에 있어서는 우리 눈에 훨씬 못 미치는 미완의 상태로 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시네마토그라프가 이처럼 미완의 상태로 출현했기 때문에, 관련 기술이 발전할 때마다, 성능까지 우리 눈과 대등한 영상 매체, 말하자면 시네마토그라프의 완성태를 출현시키고자 하는 시도가 그치지 않았다. 그리고 그러한 시도의 결과, 방식에 있어서는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일하지만, 성능에 있어서는 전보다 발전되고 우월한 메커니즘을 취한 새로운 영상매체들이 출현했다. 따라서 실감 미디어 출현 이전에는 새로운 영상 매체가 출현했다고 하면, 그것은 성능에 있어서는 전보다 우월하지만, 방식에 있어서는 전과 동일한 재현 메커니즘을 취한 것이었다.

영상 매체의 속성은 어떠한 방식의 현실 재현 메커니즘을 취하는가, 바꿔 말하면, 어떠한 현실 재현방식을 취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동일한 방식의 재현 메커니즘을 취하면, 속성이 서로 같은 동종의 영상 매체들이 되고, 현실 재현 방식이 서로 다르면, 속성이 달라서 다른 종으로 구별해야 하는 영상 매체들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시네마토그라프의 완성태를 향해가는 과정에 출현한 영상 매체들은 모두 속성이 같은 동종의 영상매체들이다.그리고 우리 눈의 현실 재현 메커니즘을 본뜬 것이기 때문에,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의 속성은 우리 눈에 현상되는 시각 이미지의 속성과 다를 이유가 없다.

우리 눈으로는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한다. 세상에 존재하는 것들을 모두 3차원 공간 구조를 가진 입체들인데, 우리 눈에 비친 세상의 이미지는 원근법 구도를 이루는 2차원 이미지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눈의 시야각 또는 시야 범위가 한정되어있기 때문에, 우리 눈에 비친 세상의 이미지는 이 세상 전체가 아니라 시야 범위만큼 분할된 것이기도 하다.시간적으로나 공간적으로 무한한 이 세상이 우리 눈에는 결국 시야 범위로 한정된 원근법 구도의 2차원 이미지로 재현되는 것이다.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은 우리 눈의 현실 재현 메커니즘을 본뜬 것이다. 그래서 이들 영상 매체들로 재현된 현실의 이미지는 우리 눈에 현상되는 시각 이미지와 속성이 같다. 다시 말해,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은 이 세상을 프레임(frame)으로 한정된 원근법 구도의 2차원 이미지로 재현하는데, 시각 이미지에서의 시야 범위에 상응하는 것이 프레임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들 영상 매체들로 재현된 현실의 이미지와 시각 이미지는 공간적 측면에서나 시간적 측면에서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6].그리고 이 직사각형의 프레임은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과 실감 미디어를 구별 짓는 속성이 되는데, 레프 마노비치의 <뉴미디어의 언어>는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의 공간성을 규정짓는 직사각형의 프레임에 관련해서, 스크린의 계보학이라는 절에서 다음과 같이 언명하고 있다.“회화에서 영화에 이르는 현대 시각 문화는 흥미로운 현상적 특징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곧 프레임으로 둘러싸여 있고, 우리의 일상적인 공간에 자리 잡고 있는 또 다른 시각 공간이다[7].”

<뉴미디어의 언어>뿐만 아니라, 볼터와 그루 신의 <재매개>도 원근법을 이론적으로 정립한 레온바티스타 알베르티(LeonBattista Alberti)의 <회화론>을 인용해서,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의 공간성을 규정짓는 프레임에 대해 언급하는데, 프레임을 창문(window)에 비유한다는 것이 <뉴미디어의 언어>와의 차이다. 즉, <재매개>는 르네상스 시대의 선형 원근법 회화와 사진은 물론,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의 공간성을 규정하는 프레임을 단지 사각형의 틀이 아니라, 원근법 효과를 감안해서 세상을 투시하는(seeing through) 창문으로 은유하고 있다는 것이다[5].

2.2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 간의 우열관계와 대체 관계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 즉 기존영화의 매체들 간에는 우열 관계와 대체 관계가 성립한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기존 영화 매체들은 방식에 있어서는 동일하지만, 성능에 있어서는 전보다 우월해진 현실 재현 메커니즘을 취한 것들이다. 그래서 기존 영화 매체들은 새로운 것일수록 성능이 전보다 우월하다. 그리고 이처럼 방식은 전과 동일한데, 성능이 전보다 우월한 새로운 영상 매체가 출현하면, 그보다 먼저 출현한 영상 매체는 퇴출되게 된다. 방식이 동일한데 성능은 우월한 새로운 영상 매체가 출현한 이상, 구태여 성능이 뒤떨어지는 기존의 영상 매체를 사용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영상 매체가 취한 현실 재현 메커니즘의 방식이 영상 매체의 속성을 결정짓는다는 것은 앞에서 언급한 바 있는데, 영상 매체가 취한 현실 재현 메커니즘의 성능은 영상 매체의 속성의 발현 정도로 나타난다. 그래서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은 새로운 것일수록 속성은 전과 동일하지만, 속성의 발현 정도에 있어서는 전보다 우월한 것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이 계속적으로 출현하는 것은, 시네마토그라프의완성태, 즉 방식에서뿐만 아니라 성능에 있어서까지 우리 눈과 동일한 영상 매체를 개발해 내려는 시도의결과 이기 때문에,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은 새로운 것일수록, 속성은 물론 속성의 발현 정도에 있어서도. 우리 눈에 현상되는 시각 이미지에보다 더 근접한 것, 바꿔 말하면, 재현의 사실성의 정도가 더 높은, 더 사실적인 재현을 할 수 있는 영상매체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실감 미디어 출현 이전 새로운 영상 매체가 출현하면, 새로운 영상 매체가 기존의 영상 매체를 퇴출시키고 대체했다. 기존의 영상 매체와 속성 자체는 같은데, 속성의 발현 정도에 있어서는 우월한, 또는 현실을 더 사실적으로 재현할 수 있는새로운 영상 매체가 출현한 이상, 기존의 영상 매체를 더 이상 사용할 하등의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실감 미디어보다 먼저 출현한 영상 매체들, 즉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 간의 이러한 우열관계와 대체 관계는 영상 매체의 역사가 입증한다. 컬러 영화, 컬러 TV가 흑백 영화, 흑백 TV를 대체한 경우가 바로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 간의 우열 관계와 대체 관계를 입증하는 사례들 중 하나다[8].컬러 TV와 흑백 TV의 속성 자체는 서로 같지만, 색 속성의 발현 정도에 있어서만큼은 컬러 TV가 우월하고, 현실을 더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흑백 TV를 퇴출시키고 대체했다는 것이다.

2.3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과 서사 영화

시네마토그라프가 시네마, 즉 영화의 어원이 되었을 만큼,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은 영화의 매체로 기능해왔다. 그런데 <재매개>는 영화이론가 톰 거닝(Tom Gunning)을 인용해 영화가 “어트랙션 영화 (attraction cinema)”, 즉 “단지 수용자에게 움직이는 사실적 이미지의 놀라움을 선보이는” 영화에서, “허구적 내러티브를 보여주는” 내러티브 영화(narrative cinema)로 발전했다고 설명한다. 그리고 “내러티브 영화는 어트랙션 영화에 비해 덜 비 매개적”이라고 자신의 견해를 덧붙인다[5].

<재매개>는 “비매개”라는 특유의 개념을 통해 실감 미디어 VR의 속성을 일컫는다. 그런데 내러티브 영화가 어트랙션 영화에 비해 덜 비매개적이라고 언명함으로써, 영화나 영화의 매체들인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의 속성을 일컫는데도 비 매개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 비춰 보면, <재매개>는 실감 미디어와 기존의 영화 매체들이 비매개성으로 일컬어지는 공통된 속성을 갖는 것들로 간주하고 있으며, 비매개적이란 표현을 사실적이란 뜻으로 쓰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앞 절에서 살펴보았듯이, 우리 눈을 본뜬 것들인 영화 매체들의 속성이나 속성의 발현 정도에 우열을 일컫는 데 있어 사실적이란 표현을 쓰는데, <재매개>는 실감 미디어나 기존 영화 매체들의 속성을 일컫는 데 동일하게비매개적이란 표현을 쓰고 있기 때문이다. 바꿔 말하면, 내러티브 영화가 어트랙션 영화에 비해 덜 비 매개적이라고 한 <재매개>의 언명은 내러티브 영화가 어트랙션 영화에 비해 덜 사실적이라고 한 것으로 해석해도 된다는 것이다.

<재매개>가 어트랙션 영화로 지칭하는 것들은 갓 발명된 시네마토그라프를 매체로 삼은 영화사 초창기의 영화들을 말한다. 이에 반해, 내러티브 영화, 즉 서사 영화는 어트랙션 영화보다 이십여 년 이상 나중에 출현해서 지금까지 번창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에, 서사 영화의 매체는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이긴 하지만, 현실을 보다 더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것이다. 그래서 <재매개>가 서사 영화가 어트랙션 영화 보다 덜 사실적이라고 하는 이유는 매체 때문이 아니고, 다른 이유 때문일 수밖에 없는데, 편집 또는 몽타주가 바로 그 다른 이유다. 다시 말해, 이른바 어트랙션 영화는 영화사 초창기의 이른바 원 씬 원 쇼트(one scene, oneshot)의 영화, 편집이나 몽타주가 부재하는 영화를 말하는 데 반해, 서사 영화는 편집 또는 몽타주 없이는 성립할 수 없는 영화이기 때문에[6], 현실을 더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매체에 기반함에도 불구하고, <재매개>는 서사 영화가 어트랙션 영화보다 덜 사실적이라고 언명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사건들의 총체이며 시공간적으로 무한하다. 이러한 세상에서 벌어지거나, 벌어질 수 있는 사건들을 시네마토그라프나 그와 동종인 영상 매체들로 재현한 것을 영화로 일컬어 왔다. 그런데 영화의 매체가 되어 왔던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은 우리 눈을 본뜬 것들이므로, 영화 제작 방식은 시각작용 방식에 준한다고 할 수 있다. 우리 눈의 시야각이나 시야 범위가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세상을 그만큼씩 분할해서 시각작용을 할 수밖에 없는 것처럼,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로 영화를 제작할 때도, 시공간적으로 무한한 세상을 프레임으로 분할해서 재현하는 이른바 프레이밍(fra- ming)이 필수인 것이 그 예다. 그런데 영화 제작에 있어서 필수인 프레이밍은 공간적 분할에 그치는 게 아니다.시작작용을 할 때, 무한정 시각작용을 지속할 수 없는 것처럼, 프레이밍 또한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다는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프레이밍은 시간적 분할도 동반하게 되는데, 이러한 시공간적 프레이밍의 결과물을 쇼트(shot)라고 한다. 그리고쇼트들을 순차적으로 연결시키는 것이 편집이고 몽타주이기 때문에, 질 들뢰즈(Gilles Deleuez)는 <시네마 2:시간-이미지>에서 프레이밍과 쇼트와 몽타주의 불가분한 관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언명하고 있다.“운동-이미지가 쇼트에 동화될 때, 프레이밍이 대상을 향하는 쇼트의 한 단면이라면, 몽타주는 전체로 향하는 쇼트의 다른 한 면이다[9].”

<재매개>가 어트랙션 영화라고 칭하는 영화는 단 하나의 쇼트로 이뤄졌거나, 복수의 쇼트들로 편집된 경우라고 해도, 시각작용 방식대로 편집이 이뤄진 영화를 말한다. 다시 말해, 우리가 어떠한 이유에서든 시각작용을 중단했다가 다시 시작하면, 암흑 상태였던 시야 범위에 다시 시각 이미지가 현상되기 때문에, 일종의 편집이 이뤄졌다고 할 수 있다. 어트랙션영화에서 편집이 이뤄진다면 바로 이러한 방식으로 이뤄진다.반면, 서사 영화의 편집과 몽타주는 시각작용에서는 가능하지 않은 방식으로도 이뤄진다. 예를 들어, 서사 영화에서는 흔한 교차 편집(crosscut-ting)이라든가, 롱 쇼트나 풀 쇼트에서 클로즈업으로의 커트 인(cut-in)의 경우만 해도, 실제 시각작용에서는 그런 식의 시공간적 비약이 가능하지 않다는 점에서, 사실적인 편집 방법이라고 할 수 없다[10]. <재매개>가 어트랙션 영화보다 더 사실적 매체에 기반한 서사 영화를, 오히려 어트랙션 영화보다 덜 사실적이라고 언명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어트랙션 영화에서는 편집이 부재하거나, 편집이 이뤄지는 경우에도 시각작용 방식에 합치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데 반해, 서사 영화에서의 편집은 시각작용에서 불가능한, 비사실적 방식으로도 이뤄지기 때문에, <재매개>가 그러한 언명을 했다는 것이다.

서사 영화에서의 서사를 축어적으로 풀이하면 사건의 서술, 또는 사건의 재현이다. 그래서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이든 실감 미디어든, 동영상 매체로 사건들의 총체인 이 세상을 재현한 것이기만 하면, 축어적으로는 서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론적으로는 동영상 매체로 사건을 재현한다는 것 자체는 서사의 필요조건밖에 되지 않는다.그래서 <재매개>가 어트랙션 영화와 서사 영화를 구분하는 것은 어트랙션 영화가 서사의 필요충분조건을 충족시킨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11]. 주지하다시피, 서사에 관한 최초의 이론은 지금으로부터 2천여 년 전에 저술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이다.<시학>은 이른바 플롯(plot)을 서사의 필요충분조건으로, 카타르시스(catharsis)를 플롯의 효과로 내세운다.다시 말해, <시학>은 서사를 플롯, 즉 인과율에 입각해 사건들을 이야기 또는 재현함으로써 카타르시스 효과를 거두고자 하는 것으로 정의한다는 것이다[12].

이와 같은 서사의 정의를 감안했을 때, <재매개> 가 어트랙션 영화를 서사 영화와 구별하는 것은, 어트랙션 영화가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을 수단으로, 이 세상에서 벌어졌거나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을 프레이밍해서 재현하기는 하지만, 플롯에 따라 사건들이 재현되도록 쇼트들을 편집하거나 몽타주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서사 영화는 동영상 매체로 세상사를 프레이밍해서 재현해 보인다는 것을 넘어, 쇼트들을 플롯에 입각해 편집하고 몽타주함으로써 서사의 필요충분조건을 충족시켰기 때문에, <재매개>가 어트랙션 영화와 구별하고, 서사 영화로 규정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서사 영화에서 앞에서 예를 든 것들과 같은 비사실적 편집이 이뤄지게 되는 것도, 플롯에 입각해 쇼트들을 편집하고 몽타주하기 때문이다[12].

앞에서도 인용했던 <뉴미디어의 언어>는 <재매 개>에서 어트랙션 영화가 서사 영화로 발전했고, 서사 영화가 어트랙션 영화에 비해 덜 비매개적이라고간단히 설명하고 그친 사안을 좀 더 심도 있게 다루고 있다.<뉴미디어의 언어>에서 이른바 “전통적 스크린”에서 “역동적 스크린”으로의 변화에 대해 논하고 있는 스크린의 계보학이라는 절이 바로 그러한 부분이다[7].<뉴미디어의 언어>가 전통적 스크린으로 칭하는 것은 <재매개>에서의 어트랙션 영화에, 역동적 스크린으로 칭하는 것은 서사 영화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재매개>가 비매개성또는 사실성이라는 측면에서 어트랙션 영화와 서사 영화를 비교한다면, <뉴미디어의 언어>는 “관람 통제”라는 독특한 관점에서 어트랙션 영화와 서사 영화를 비교하고 있다.“100여 년 전 쯤 내가 역동적 스크린이라고 부르는 새로운 유형의 스크린이 대중화 된다.이 새 유형은 전통적 스크린의 모든 속성을 유지하면서도 한편으로 새로운 것을 하나 더 갖고 있었다.그것은 시간에 따라 변화하는 이미지를 보여준다는 것이다. 역동적 스크린은 이미지와 관객 사이의 어떤 관계성, 말하자면 특정한 관람 통제를 들여온다[7].”

영화만큼 세상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예술 형태나 콘텐츠는 없다. <재매개>가 서사 영화가 어트랙션 영화보다 덜 사실적이라고 언명하더라도, 그건 영화들 간의 비교일 뿐이다. 다시 말해, 어트랙션 영화든 내러티브 영화든, 세상을 우리 눈에 비치는 그대로 재현하는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을 매체로 삼는다는 것은 마찬가지기 때문에, 비사실적 편집이 개입된 서사 영화라 할지라도, 그보다 더 사실적으로 세상사를 재현하는 다른 예술 장르나 콘텐츠를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영화를 볼 때 관객들은 마치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과 같은 사실감을 느낀다.

그런데 관객들에게 그와 같은 사실감을 느끼게 하는 영화는 직사각형의 스크린에 상영된다. 직사각형의 스크린이 상영 수단이 된다는 것은, 영화가 세상을 눈에 비치는 그대로 재현하는 시네마토그라프와동종의 영상 매체들을 수단으로 삼는 한, 필연적 귀결이다. 다시 말해, 영화의 매체인 시네마토그라프와동종의 영상 매체들이 세상을 프레이밍 된(framed), 즉 프레임으로 한정된 2차원 이미지로 재현하는 한, 영화가 스크린에 상영된다는 것은 불가피한 귀결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영화의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다고 느끼는 것은 말 그대로 착각일 뿐이다. 실제 시각작용을 할 때는 매 순간 자신의 시야 범위로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을 자유롭게 취사선택해가면서 보는데 반해, 영화를 볼 때는 직사각형의 스크린에 자신의 시선을 고정시키고 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미디어의 언어>는 관객이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사실감은 “신체의 감금”을 대가로 얻어지는 것이라고까지 말하고 있다[7].

예를 들어, 연극은 어느 위치의 객석에서 관람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르게 볼 여지가 있다.하지만, 영화의 경우에는 그것이 어트랙션 영화든 서사 영화든, 관객들에게 그러한 여지를 전혀 허용하지 않는다. 영화의 관객들이 객석의 어느 위치에서 보느냐와 상관없이, 똑같은 것을 볼 수밖에 없는 까닭은 영화는 이미 프레이밍된(framed)것이기 때문이다. 다시말해, 영화는 원 씬 원 쇼트의 영화든, 복수의 쇼트들이 편집, 몽타주된 것이든지 간에, 시공간적으로 무한한 세상의 어느 부분을 프레임내로 분할해서 재현할 것이냐에서부터, 그러한 프레이밍의 결과로 산출되는 쇼트의 사이즈와 앵글은 어떻게 할 것이냐에 이르기까지, 일체의 취사선택과 결정이 이미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10], 영화 관객들은 스크린에 자신의 시야 범위를 맞추고, 이미 프레이밍 된 대로, 달리 말하면, 보여주는 것만을 보여주는 대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뉴미디어의 언어>가 관람 통제를 운위하는 것은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어트랙션 영화는 사실적이고, 서사 영화는 덜 비매개적이라고 언명하는 데 그치는 <재매개>처럼, 대부분의 영화 이론들은 영화가 세상을 우리 눈에 비치는 그대로 재현하는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을 수단으로 삼은 것이어서, 관객들로 하여금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사실감을 준다고 설명할 뿐인데, <뉴미디어의 언어>는 그러한 사실감을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시킨 대가, 바꿔 말하면, 관람 통제의 효과로 설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뉴미디어의 언어>는 지금으로부터 100여년 쯤전에 전통적 스크린보다 더 특정한 통제를 가하는 역동적 스크린이 대중화되었다고 한다[7].이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재매개>가 어트랙션 영화가 서사 영화로 발전했다고 언명하는 것과 동일한 사안을 언급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재매개>가 어트랙션 영화에 비해 서사 영화가 덜 비매개적, 또는 덜 사실적이라고 하는 것은 서사의 필요충분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편집, 몽타주가 도입되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는 것도 살펴본 바 있다. 그래서 <뉴미디어의 언어>에서 역동적 스크린이 특정한 관람 통제를 가한다고 하는 것은, 어트랙션 영화가 단지 프레이밍을 통해서 관객들을 통제하는데 반해, 서사 영화는 편집과 몽타주로써도 관객들을 통제한다는 것을 일컫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서사 영화의 쇼트들은 플롯에 입각해 프레이밍 되고 편집되어 있다. 바꿔 말하면, 사건들이 인과율적관계에 따라 재현되고, 카타르시스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쇼트들이 프레이밍되고 편집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사 영화에서의 프레이밍은, 어트랙션 영화에서의 프레이밍과 달리, 플롯에 입각해, 시공간적으로 무한한 세상에서 관객들이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를 취사선택하고 결정짓는 것이 된다. 그리고 그러한 프레이밍의 결과물인 쇼트들이 산출되면, 또한 플롯에 입각해 편집 또는 몽타주하기 때문에, 서사 영화는 관객들이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 더하여 그것들을 어떤 순서로 볼 것이냐까지가 완전히 결정되어 있는 것이다[13]. 그래서 관객들은 “선형성 (linearity)과 폐쇄성(closure)[5]”으로 일컬어지는 서사 영화의 속성으로 인해, 스크린에 자신의 시선을 고정시키고 보여주는 것을 보여주는 대로만 봐야 한다.

그런데 서사 영화의 관람 통제는 어트랙션 영화의 경우에서처럼 관객들로 하여금 스크린에 시선을 고정시키도록 강제하는 시선통제에만 그치는 게 아니다.<시학>이 플롯의 목적을 카타르시스라고 했듯이, 플롯에 입각해 프레이밍과 몽타주된 서사 영화는 관객들의 정서나 감정 또한 통제한다.서사 영화가 프레이밍과 몽타주로써 관객들의 정서나 감정을 통제한다는 것은, 롱 쇼트(long shot)와 클로즈업 (close-up)의 정서적 효과가 다르다는 예를 들어 설명할 수 있다[10]. 그리고 플롯의 요체가 사건들의인과율적 재현에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서사 영화는 세상에서 벌어지는 사건들 간에는 무수히 많은 인과적 갈래들이 성립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들 중 어느 하나만을 관객들에게 진실이라고 내세우는 것이므로, 관객들의 이성까지도 통제한다고 할 수 있다 [13].

그 자체가 미래 영화론이나 영화 종말설이나 마찬가지인 <재매개>나 <뉴미디어의 언어>와 같은 뉴미디어론 입장에서는 서사 영화에 대해서 긍정적인 언명을 하기 어렵다.서사 영화가 플롯에 따라 쇼트들이 프레이밍되고 몽타주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관객들로 하여금 보여주는 것을 보여주는 대로 볼 것만을 강제하는 영화라는 부정적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 다음 아닌 미래 영화론이고 영화 종말설이기 때문이다.다시 말해, 긍정적 관점에서 보면, 전문가들과 기술자들이 지리멸렬하며 부조리하고 결핍된 이 세상에서 관객들이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것들은 배제하고, 보고자 하는 것들만을 보고자 하는 대로 솜씨 있게 프레이밍하고 편집해서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는 서사 영화를 부정적으로 판단하는 데서 미래영화론 이나 영화 종말설이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서사 영화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미래 영화론 이나 영화 종말설을 주장한다고 하더라고, 대중들이 서사 영화를 선호하고 요구한다는 사실까지는 부정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뉴미디어의 언어>는영화 이론가 크리스티앙 메츠(ChristianMetz)를 인용해서, 제 7의 예술로서 가장 일천한 역사를 가진 영화가 오늘날과 같이 대중적 선호도가 높은 예술 장르가 되고, 거대 규모의 영화 산업을 일으켜 세울 수 있었던 것은 서사 영화 때문이었다는 것을 언급하고 있다.“오늘날 촬영된 대부분의 영화는 스토리를 이야기해 준다는 공통적인 속성을 지니고 있다. 이점에서 모든 영화는 하나의 동일한 장르, 그보다는 초 장르(super-genre)에 속한다[7].”

3. 실감 미디어의 현실 재현 메커니즘과 속성, 기능과 효용

3.1 실감 미디어의 현실 재현 메커니즘과 속성

VR, AR, MR을 실감 미디어라는 범주로 묶어, 기존 영화의 매체들, 즉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매체들과 구별하는 것은, 이들이 기존의 영화 매체들과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재현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기존의 영화 매체들은 우리 눈의 현실재현 메커니즘을 본뜬 것들로서, 현실 세계를 우리 눈에 비치는 대로 재현하는 것들이지만, 실감 미디어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영상 매체들이라는 것이다.그리고 세 가지 실감 미디어 각각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현실을 재현하는데, VR, 즉 가상현실은 우리 주위를 360도로 둘러싸고 있는 현실 세계 그대로를 360도 영상으로 재현하는 방식을 취한다[14]. MR, 혼합현실은 이 세상에 존재하는 3차원 공간 구조의 입체들을 3차원 공간 구조의 이미지로 재현한다[15]. 마지막으로 AR, 증강현실은 MR과 공통점도 있지만, 세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실감 미디어라고는 할 수 없어서, 본고에서는 논외로 한다[16].

이처럼 세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VR과 MR 영상에는, 세상을 우리 눈에 비치는 그대로 재현하는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 매체들을 규정하는 직사각형 프레임이 부재한다. 다시 말해, 우리 눈의 현실재현 메커니즘을 본뜬 기존 영화의 매체들은 우리 눈의 시야 범위에 상응하는 직사각형의 프레임으로 한정되어 있는데 반해, 현실 세계를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VR, MR의 영상은 프레임으로 한정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뉴미디어의 언어>는 “VR에서는 스크린이 통째로 사라져 버리고 있다. VR에서 전형적으로 사용되는 시각 기구를 머리에 쓰면 이미지는 사용자의 시야를 완전히 덮어버린다. 전에 그림이나 영화 스크린에 국한되었던 가상의 공간이 이제는 완벽하게 실제의 공간을 에워싸고 있는 것이다.전면 방향 관람, 직사각형의 표면, 크기의 차이는 모두 없어졌다. 스크린이 사라진 것이다[7]”라고 말하고 있다.

<뉴미디어의 언어>에서 언급된 것처럼, 스크린이 사라졌다는 것이 VR의 특징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VR영상을 스크린에 상영할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영화가 상영 수단으로 삼는 직사각형의 스크린에는 불가능하지만, 관객들 주위를 360도로 둘러싸고 있는 스크린이라면, 상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실제로 360도 스크린에 360도 영상을 상영하는 서클 비전(Circle-Vision)이란 영상 매체가 이미 상용화되어 있기도 한데, VR은 이러한 서클 비전과의 차별화를 위해서 스크린을 상영 수단으로 삼지 않았을 뿐이다. VR이 스크린 대신 상영 수단으로 삼는 것은, <재매 개>가 투구형 디스플레이로 번역하는 HMD(head mounted display)다[5].MR의 경우에는 현실 공간에 직접 3차원 공간 구조의 동영상을 구현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HMD를 상영 수단으로 삼아, 마치 현실 공간에 3차원 공간 구조를 가진 영상이 실재하는 것처럼 보이게 한다.VR과 MR은 이처럼 스크린이 아니라 HMD를 상영 수단으로 삼기 때문에, 대중 매체가 아니라 개인용 매체로서 기능하게 된다.기존 영화의 매체들은 스크린을 통해 다수의 관객들이 동시에 동일한 영상을 관람하도록 하는 대중 매체지만, 개인용 HMD을 통해 영상을 상영하는 VR과 MR은 개인용 매체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VR과 MR은 스크린이 아니라 이처럼 개인용 HMD를 상영 수단으로 삼음으로써, 대중매체로서의 기능은 상실하지만, 상호작용적(inter- active) 영상 매체로서 기능할 수 있게 된다.

우리 주위를 완전히 둘러싸는 360도 VR영상이나, 3차원 공간 구조의 MR영상은 그 전체가 한꺼번에 영상으로 구현되어 있지는 않다.두 눈을 합쳐서 180 도에 미치지 못하는 관객의 시야각 또는 시야 범위만큼만 영상으로 구현되어 있고 나머지 부분은 디지털 데이터로, 바꿔 말하면 잠재적으로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현실 환경이 그러하듯 360 도 영상이 자기 자신을 둘러싸고 있다고 느낀다. 왜냐하면, 관객이 시선을 돌리거나 몸을 움직여 시야 범위를 새롭게 설정하면, HMD가 이러한 시야 범위의 변화를 추적해서, 데이터 형태로 잠재하는 360도 영상 중, 새로운 시야 범위에 상응하는 만큼의 부분을 즉각적으로 영상으로 처리해서 제공하기 때문이다[14].

MR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MR이 관객에게 제공하는 영상이 정육면체 주사위 영상이라면, 관객의 시야에는 최대 주사위의 3면만이 영상으로 구현되고, 나머지 면들은 데이터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관객이 현 시야 범위에 포착되지 않은 주사위의 나머지 면들을 보기 위해, 고개와 몸을 움직여 시선을 주사위의 뒷면 쪽으로 이동시키면, HMD 가 이러한 시선 이동을 추적하고 감지해서, 주사위의 나머지 면들이 시야 범위에 차츰 드러나도록 처리하기 때문에, 관객은 현실 공간에 3차원 공간구조를 가진 정육면체의 주사위 영상이 실재한다고 느끼게 되는 것이다[15].VR이나 MR과 같은 실감 미디어를 상호작용적 영상 미디어라고 일컫는 것은 바로 이러한 맥락에서이다. 관객이 자신의 뜻에 따라 자유롭게, 또는 선택적으로 시야 범위를 변화시키면, 실감 미디어가 즉각적으로 거기에 반응해서 상응하는 영상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실감 미디어의 이와 같은 상호작용성(interactivity)은 프레임 또는 스크린의 부재와 함께 기존 영화 매체들과의 결정적 차별성이며, 관객들로 하여금 스크린에 자신의 시야 범위를 맞추고 보여주는 것만을 보여주는 대로 볼 것을 강요하는 관람 통제가 실감 미디어에서는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VR과 MR이 기존의 영화 매체들과는 달리, 세상을 있는 그대로 재현하는 것들이고, HMD를 통해 상호작용적으로 기능하는 영상 미디어기 때문에, VR 이나 MR콘텐츠를 관람하는 관객의 역할 또한 영화를 관람할 때와는 완전히 달라진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이른바 어트랙션 영화든 서사 영화든, 영화를 관람할 때 관객들은 자신의 시야 범위를 스크린에 맞추고, 보여주는 것을 보여주는 대로 볼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세상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눈에 비치는 대로 재현하는 기존의 영화 매체들 즉,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과 그것들을 매체로 삼는 영화는 관객들로 하여금 철저하게 수동적인 역할만을 허용하고 요구한다는 것이다.이에 반해, VR과 MR은 우리 눈의 한정된 시야각이나 시야로는 전체를 포착할 수 없는 360도 영상이나 3차원 공간 구조의 영상을 제공하기 때문에, 관객은 VR과 MR이 제공하는 영상 중 자신이 보고자 하는 부분을 시야 범위 내로 포착하기 위해서, 고개를 돌리거나 몸을 움직이는 것과 같은 능동적이고 취사 선택적인 시각작용을 해야만 한다[17]. 바꿔 말하면, VR이나 MR영상을 관람할 때는, 영화를 관람할 때와는 달리, 우리가 현실 세계에서 시각작용을 할 때와 다를 바 없는 시각작용이 허용되고 요구된다는 것이다.

앞에서, <뉴미디어의 언어>가 시네마토그라프와동종의 영상 매체들과 그것들을 매체로 삼는 영화가 관객들을 철저히 수동적 입장에 머물게 한다는 것을 관람 통제로 설명하는 것을 살펴본 바 있다.이러한 <뉴미디어의 언어>는 VR과 MR이 관객으로 하여금 실제 시각작용을 할 때와 마찬가지의 능동적 역할을 허용하고 요구한다는 것 또한 독특한 관점에서 설명하고 있다.VR과 MR관객, 즉 사용자는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로 세상사를 재현하는 영화 제작자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때 카메라를 움직이는 이는 사용자이며, 그의 시각과 카메라는 동일시된다. 그러나 VR에서 우리가 가상세계를 직사각형의 틀 안에 본다는 것, 그리고 이 틀이 더 커다란 전체의 일부만을 보여준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7].”

인용한 <뉴미디어의 언어>의 언명은, VR이나 MR 관객이 수행하는 능동적이고 취사선택적 시각작용과 관람 행위를 시네마토그라프와 동종의 영상 매체들로 영화를 제작할 때 필수적인 프레이밍, 즉 시공간적으로 무한한 현실 세계를 프레임으로 분할해서 취사 선택적으로 재현하는 제작 행위에 비유하는 것이다.<뉴미디어의 언어>의 이와 같은 비유에 기대면, 영화는 이미 프레이밍된 것, 즉 프레이밍 권한을 제작자가 이미 행사한 콘텐츠인 반면, VR이나 MR 콘텐츠는 프레이밍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서, 관객에게 프레이밍의 권한을 부여하는 콘텐츠이고, 관객이 영화 제작자와 같은 역할을 하면서 관람하는 콘텐츠라고 할 수 있다. 다만, VR이나 MR관객이 영화 제작자의 역할을 한다고 비유하더라도, 그 역할은 어트랙션 영화 제작자의 역할에 비유할 수 있을 뿐, 서사 영화 제작자의 역할에 비유할 수는 없다는 것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VR이나 MR콘텐츠 관람까지 포함해서, 우리의 시각작용은 앞 절에서도 설명했듯이, 어트랙션 영화의 프레이밍 방식처럼 이뤄지지, 서사 영화의 연속 편집(continuity editing)방식과 같이 시공간적 비약을 하는 방식으로는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10].

3.2 실감 미디어와 상호작용적 영화

<뉴미디어의 언어>와 <재매개>는 공히 상호작용적 영화를 거론하고 있다. 상호작용적 영화가 바로 미래 영화론에서 운위되는 영화다.<뉴미디어의 언어>는 상호작용적 영화를 영화의 계승자로 일컫고 있다.“상호작용적 가상세계는 스크린에 기초한 인터페이스로 접근했든 VR인터페이스로 접근했든 영화의 논리적 계승자다. 이러한 논의는 상호작용성과 서사의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그래서 그것은 21세기 영화의 전형적인 예상 시나리오에 기초해서 사용자는 서사 공간 내에 존재하는 아바타로 재현되면서 가상 배우나 다른 사용자들과 상호작용하며, 서사적 사건의 흐름에 영향을 미친다[7].”

이와 같은 <뉴미디어의 언어>의 언명에 따르면, 상호작용적 영화는 실감 미디어를 비롯한 디지털 미디어를 매체로 하는 서사 영화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재매개>에서는 서사 영화를 “재매개(remedia-tion)”한 PC게임들을 가리켜 상호작용적 영화로 칭하고 있다[5]. “예를 들어 <미스트>나 <둠>같은 컴퓨터 게임 장르는 영화를 재매개하며, 그와 같은 게임들은 상호작용적 영화라 불리기도 한다. 이런 개념화는 플레이어가 영화적 내러티브의 인물이 된다는 것을 말한다[5].”“<미스트>는 영화와 비슷해 보이지만 더 나은 것이 되고자 하는 것이다. <미스트>는영화를 판단하는 기준을 재정의함으로써 영화를 개선하고자 하는 것이다[5]”

<재매개>가 상호작용적 영화로 일컫는 PC게임들은 <뉴미디어의 언어>가 스크린 인터페이스의 상호작용적 영화로 분류하는 것들이다.PC게임은 영화 스크린에 상응하는 직사각형의 모니터에 영상이 출력된다는 점에서, VR등 실감 미디어에 기반한 콘텐츠와는 다르다는 것을 감안한 구별인 것이다. 그리고 김무규의 <뉴미디어 영화론>은 <재매개>가 “퇴행적(retrograde) 재매개[5]”로 일컫는 상호 작용 적 영화의 최초 사례를 제시한다.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을 계기로 상영된 <키노아우토마트 Kinoauto-mat>가 바로 그것이다[4]. 이 영화가 <재매 개>가말한 퇴행적 재매개의 사례가 되는 것은 디지털 방식이 아니라 영화의 전통적 수단들인 필름과 스크린에 기반한 상호작용적 영화이기 때문이다. 관객들에게상영될 때의 필름은 쇼트들이 이미 순차적으로 편집되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스크린을 상영 수단으로 삼는다는 것은 다수의 관객들을 상대로 상영한다는 것이라서, 관객들 각자의 선택이 각기 다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필름과 스크린에 매체로 하는 영화는 관객들과의 상호작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키노아우토마트>는 상영되던 영화를 멈추고 사회자를 등장시켜 이후의 사건 진행을 관객들에 묻고, 관객들 다수 의견에 따라 다음 사건이 전개되도록 하는 방식으로 상호작용적 영화를 실현시켰던것이다[4].

3. 결론

미래 영화론이나 영화 종말설, 상호작용적 영화를 거론하는 디지털 뉴 미디어론들의 입장에서 상호작용적 영화는 기존 서사 영화의 단점인 프레이밍과 몽타주를 통한 관람 통제, 그로 인한 플롯의 선형성과 폐쇄성을 보완한 영화, 그래서 서사 영화를 능가하는 효용가치를 갖는 영화의 완성태로 여겨진다. 그리고 <재매개>의 용어를 빌린다면, 상호작용적 영화는 실감 콘텐츠나 PC게임 등이 서사 영화를 재매개하거나, 기존의 서사 영화가 실감 콘텐츠나 PC게임 등을 레트로 재매개한 것이기 때문에, 상호작용적인 실감 콘텐츠나 PC게임으로서의 효용가치와 함께 서사 영화로서의 효용가치를 겸비한다는 것이 미래영화론 이나 영화 종말설, 디지털 뉴 미디어론들의 입장이다. 그래서 이들 입장에서는 당연히 상호 작용 적 영화가 기존의 서사 영화를 대체하고 미래의 초 장르적 영화로 군림할 것이고, 기존 서사 영화는 상호작용적 영화를 레트토 재매개함으로써 생존을 모색하게 될 것이라고 추론하게 된다.

따라서 상호작용적 영화가 과연 상호작용적인 실감 콘텐츠나 디지털 콘텐츠로서의 효용가치에 더하여 기존 서사 영화로서의 효용가치까지 함께 갖고있는 것인지, 상호작용적 영화의 효용가치가 기존 서사 영화의 효용가치를 대체할 수 있는지, 또는 대체하고도 남는 것인지가 미래 영화론이나 영화 종말설성립 여부를 논하는 데 있어 관건적 사안이 된다. 이에 대한 본고의 입장부터 먼저 밝힌다면, 상호 작용 적 영화가 기존 서사 영화의 효용가치도 함께 갖는다거나, 기존 서사 영화를 대체할 수 있는 효용가치를 갖고 있다고 하는 것은, 디지털 뉴 미디어론 특유의 확증편향에 기인한 견강부회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미래 영화론이나 영화 종말설, 디지털 뉴 미디어론 입장에서는 단점으로 치부하겠지만, 서사 영화를 초장르로 자리잡게 해준, 바꿔 말하면, 기존 서사 영화의 효용가치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플롯에 입각한 프레이밍과 몽타주만큼은 상호작용적 영화나 상호작용적 영상 미디어가 재매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존 서사 영화가 상호작용적인 실감 콘텐츠 등을 레트로 재매개했을 때도 플롯의 선형성과 폐쇄성이 와해되기 때문에, 결국 상호작용적 영화는 상호작용성이라는 효용성은 얻지만, 기존 서사 영화의 효용가치의 전부나 마찬가지인 플롯에 따른 프레이밍과 몽타주로 인한 효용가치는 잃게 되는 것이어서, 서사 영화를 대체할 수 있는 효용 가치를 갖는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미래 영화론이나 영화 종말설, 디지털 뉴 미디어론 이 맞는지, 본고의 주장이 맞는지는 각각의 효용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세 가지 종류의 상호작용적 영화들을 따로 살펴보면서 확인해야 한다. 맨 먼저, 레트로 재매개의 사례이기도 한, <키노아우토마트>와 같은 상호작용적 영화의 경우다. 본고는 <키노아우토마트>같은 상호작용적 영화는 이른바 소외 효과 (alienation effect)를 목적으로 하는 베르톨트 브레히트(Bertolt Brecht)의 서사극(epictheater)을 영화적으로 재매개한 경우라고 판단한다[18]. 소외효과를내세우는 브레히트의 서사극 이론은 아리스토텔레스 <시학>에서부터 비롯된 서사 이론, 즉 플롯을 통해 카타르시스 효과를 추구하는 서사 이론과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다. 그런데 서사 영화에서의 플롯에 입각한 프레이밍과 몽타주는 아리스토렐레스 <시학>에서부터 비롯된 서사 이론을 바탕으로 한 것이므로, <키노아우토마트>와 같은 상호작용적 영화와 서사 영화는 서로 대체 불가능한 효용가치를 갖는다는 게 본고의 판단이다.

다음은 <뉴미디어의 언어>에서는 스크린 인터페이스의 상호작용적 영화로, <재매개>에서는 PC게임이 서사 영화를 재매개한 것으로 설명하는 경우다. 이 범주에 속하는 상호작용적 영화는 서사적 캐릭터 역할을 수행하는 게임 이용자에게 1인칭 시점(point ofview)쇼트를 제공하고, 게임 이용자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 사건 전개 과정이 달라지는 일인칭 슈팅 (first-personshooter, FPS)게임, 역할 수행 게임 (roleplaying game, RPG), 어드벤처(adventure) 게임 등이다 [19].본고는 이러한 PC게임의 효용은 기존 서사 영화의 선형적이고 폐쇄적 플롯의 효과나 효용, 그리고 플롯에 입각한 프레이밍과 몽타주의 효과로는 설명될 수 없는 것인 만큼, 이들 PC게임들을 상호작용적 영화로 칭하고, 기존 서사 영화에 준하는 효용 가치를 갖는 것으로 설명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게 본고의 입장이다. 다시 말해, 이들 PC 게임의 효용가치와 서사 영화의 효용가치는 서로 대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VR이나 MR콘텐츠이다.VR과 MR 콘텐츠는 서사 영화처럼 쇼트들이 플롯에 따라 프레이밍 되고, 몽타주되어 있는 콘텐츠가 아니라, 관객에게 일종의 프레이밍 권한을 부여하는 상호작용적 콘텐츠라는 것을 앞에서 논한 바 있다. 그래서 VR과 MR관객은 마치 영화 제작자처럼 프레이밍을 해가며, VR이나 MR콘텐츠를 관람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VR이나 MR관객의 관람 방식이 서사 영화에서처럼 시공간적 불연속성을 야기하는 방식이 될 수는 없고, 어트랙션 영화의 프레이밍 방식과 같을 뿐이란 것은 앞에서 밝힌 바 있다. 따라서 VR과 MR 콘텐츠는 말하자면 상호작용적 어트랙션 영화로서의 효용을 가질 뿐, 서사 영화로서의 효용을 갖는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어트랙션 영화는 영화사 초창기의 맹아적 형태의 영화일 뿐이고 초장르적 영화의 반열에 오른 것은 서사 영화라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VR이나 MR콘텐츠의 효용가치가 서사 영화의 효용 가치를 대체할 수는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맞지않다는 게 본고의 입장이다.

그리고 본고는 상호작용적 영화가 기존의 서사 영화를 대체할 수 있는 가치가 있는 것이냐 여부를 논증하는데 있어 결정적인 근거가 되는 것은 실제로 <키노아우토마트>같은 상호작용적 영화가, <미스트><둠>같은 PC게임이, 그리고 VR과 같은 실감 콘텐츠가 서사 영화를 대체했느냐, 그러한 상호적 영화들로 인해 서사 영화가 퇴출되었느냐의 여부라고 판단한다.바꿔 말하면, 미래 영화론이나 영화 종말설, 그리고 디지털 뉴 미디어론의 입장과 같이, <키노아우토마트>같은 상호작용적 영화의 효용이 서사 영화를 대체할 만한 것이었다면 서사 영화는 이미 오래 전에 퇴출되었을 것이라는 것이다.<미스트>나 <둠> 같은 PC 게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미스트>나 <둠>같은 PC게임이 서사 영화를 재 매개함으로써, PC게임으로서는 지배적 위치를 차지할 수는 있었겠지만, 서사 영화를 퇴출시키거나 대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재매 개>가 “미디어의 역사를 완성하고 뛰어 넘는[5]” 것이라고 일컫는 VR의 경우도, 그의 출현으로 인해 서사 영화가 영향을 받았다고 판단할 만한 사안은 전혀 발생한 바가 바 없다.

따라서 미래 영화론이나 영화 종말설, 그리고 <재매 개>나 <뉴미디어의 언어>와 같은 뉴 미디어론 들이 속성이나 기능, 효용성 등 그 어떤 면에서든지, 실감 미디어를 비롯한 상호작용적 영상 미디어와 상호작용적 영화가 기존 서사 영화의 매체들이나 서사 영화보다 우월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미래 영화론 이나 영화 종말설, 그리고 디지털 미디어론 특유의 확증 편향에 불과할 뿐, 사실과 합치하지 않는다는 게 본고의 판단이다. 그리고 본고는 미래 영화론이나 영화 종말설, 디지털 뉴 미디어론의 이와 같은 확증편향이 발전론 시각이나 경험칙과도 결부되어 있다고 판단한다.다시 말해, 최첨단 디지털 영상 테크놀로지를 바탕으로 하는 실감 미디어나 실감 콘텐츠가 기존의 영화 매체나 영화보다 당연히 우월할 것이라는 선입견이나, 기존 영화 매체들 간에 우열 관계와 대체 관계가 성립했기 때문에, 상호작용적 실감 미디어와 기존의 영화 매체들, 그리고 상호작용적 영화와 기존의 서사 영화 간에도 그와 같은 우열 관계와 대체 관계가 성립할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하는 데서 오류가 비롯되었을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상호작용적 영화의 최신 매체인 실감 미디어는 기존 영화 매체들과 다른 속성을 갖는 것들이다. 서로 속성이 다른 영상 매체들은 기능과 용도와 쓸모가 서로 다르고, 효용이 서로 다르다. 이처럼 속성과, 쓸모와 용도, 효용이 다른 것들은 우열을 따질 수 없고 대체 관계도 성립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실은 영상 매체와 영상 콘텐츠의 역사가 입증한다. <키노아우토마트>와 같은 상호작용적 영화가 출현하고, <미스트>나 <둠>보다 서사적 요소가 더 강화된 PC게임들이 출시되었지만, 서사 영화는 퇴출되지않았고, 대체되지 않았다. 그 역도 마찬가지다. 서사영화가 아무리 초장르로 일컬어지더라도 PC게임을퇴출시키거나 대체하지 못했고, 앞으로도 대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고는 미래 영화론이나 영화 종말설은 디지털 뉴 미디어론 특유의 확증편향에 기인한 오류일 뿐이고, 실감 미디어는 상호작용적 실감 콘텐츠의 매체로서, 기존의 영화 매체들은 초 장르적 서사 영화의 매체로서 양립하고 공존할 것이라고 결론짓는다.

References

  1. W.S. Kim and G. Na, "A Study of Conceptual Framework of Realistic Media Types," The Korean Society Design Culture Journal, Vol. 25, No. 2, pp. 93-106, 2019. https://doi.org/10.18208/ksdc.2019.25.2.93
  2. Y.H. Choi and S.M. Cho, Future Cinema, Communication Books, Seoul, 2015.
  3. R. Grusin and J. Szczepaniak-Gillece (Ed.), Ends of Cinema, Minneapoli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2020.
  4. M.K. Kim, Theory of New Media Film : From Reception To Performance, Seoul, Kyongjinmunhwa, 2017.
  5. J.D. Bolter, R. Grusin, and J.H. Lee (Trans.), Remediation: Understanding New Media, Seoul, Communication Books, 2018.
  6. D. Bordwell, On the History of Film Style, Cambridge, Harvard University Press, 1998.
  7. L. Manovich and J.S. Seo (Trans.), The Language of New Media, Seoul, Communication Books, 2014.
  8. D. Parkinson, History of Film, London, Thames & Hudson, 1995.
  9. G. Deleuze, Cinema 2: the Time-Image, Minneapolis, University of Minnesota Press, 1989.
  10. K. Dancyger, The Technique of Film and Video Editing: History, Theory, and Practice, Boston, Focal Press, 2018.
  11. D. Bordwell, Narration in the Fiction Film, Madison, The University of Wisconsin Press, 1985.
  12. Aristoteles and M.J. Park (Trans.), The P oetics, Seoul, Hyeondaejisung, 2021.
  13. E. Branigan, Narrative Comprehension and Film, New York, Routledge, 1998.
  14. W.R. Moon, "VR and Cinema," Cineforum, No. 22, pp. 351-375, 2015.
  15. Y.H. Kim, "The Current Status and Development Direction of Mixed Reality Content," Cartoon and Animation Studies, Vol. 3, No. 5, pp. 181-206, 2017. https://doi.org/10.7230/KOSCAS.2017.46.181
  16. K.H. Lee and S.H. Bae, "Study on the Spatial Concept of Augmented Reality, Art & Media," The Korean Society of Art and Media, Vol. 12, No. 4, pp. 213-232, 2013. https://doi.org/10.36726/cammp.2013.12.4.213
  17. S.G. Lim, "Construction of Visual Algorithms for the Visual System Analysis of Virtual Reality HMD Devices-Through Interactive Visual System Analysis that Appears in Media Art," Journal of Korea Multimedia Society Vol. 23, No. 5, pp. 721-727, 2020. https://doi.org/10.9717/KMMS.2020.23.5.721
  18. K.M. Cameron and P.P. Gillespie, The Enjoyment of Theater, New York, Macmillan, 1994.
  19. H.W. Han, Digital Game Storytelling, Seoul, Salim, 20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