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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rses' Organizational Silence in Hospitals: A Grounded Theoretical Approach

병원 간호사의 조직침묵에 관한 근거이론적 접근

  • Yi, Kyunghee (Department of Nursing, Doowon Technical University) ;
  • You, Myoungsoon (Department of Public Health Science, Graduate School of Public School.Institute of Health and Environment, Seoul National University)
  • 이경희 (두원공과대학교 간호학과) ;
  •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과․보건환경연구소)
  • Received : 2022.02.15
  • Accepted : 2022.04.27
  • Published : 2022.05.30

Abstract

Purpose: This study aimed to explore the constructs and context of hospital nurses' organizational silence. Methods: In-depth interviews were conducted with 17 nurses in small-middle general hospitals as well as big university hospitals. We then derived the key themes using grounded theory method. Results: Nine themes and 30 sub-themes were derived: "Willing to be recognized for performance rather than saying", "Getting used to the hard-to-speak climate", "Face the reality that does not change when said", "Complicated situation that prevents self-regulating decision-making", "Conflicts that are difficult to confront", "Unfair responsibilities that I want to evade", "Leaders who don't support me", and "Being blocked in communication". Consequently, the nurses learned to adopt a climate of silence and "learned organizational silence" behavior. They experienced that prosocial silence was essential for obtaining approval as a member of the group, and defensive silence for protecting themselves in the hierarchical structure and unfair responsibilities. Acquiescent silence originated from a futile relationship with their supervisors, one-way communications, and the unsupportive management system, in which three types of silence appeared sequentially or in combination with each other. Conclusion: Based on these results, nursing managers should identify the context of nurses' organizational silence and should lessen these silence behaviors.

Keywords

서론

1. 연구의 필요성

보건의료 패러다임은 기존의 “질병 중심 치료”를 벗어나 환자가 의료 서비스의 주체로 참여하는 “환자 중심의 의료”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고(Shin, Yoon, & Whang, 2012), 과거에 비해 점점 더 환자 안전을 강조하고 있다(Kim, Lee, & Choi, 2013). 보건의료 패러다임의 변화에 대응하고 궁극적으로 환자안전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환자의 경험을 중시하고 이를 의료진과 원활하게 공유함은 물론, 환자를 직접 대면하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인들 간 정확한 정보 교류와 효율적인 의사소통은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다(Jeong, Byeon, & Ahn, 2006). 특히 의료진들 간 개방적인 의사소통 문화는 환자 안전을 위해 갖춰야 할 매우 중요한 전제 조건이기도 하다(Manojlovich & Antonakos, 2008; Kim, Kang, An, & Sung, 2007). 하지만 의료인들은 자신의 업무에 관한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인식하고 있다(Lee, Bak, Baek, Lee, & Jeong, 2014; Cho, Kim, Cho, & Nam, 2013). 실제로 조직의 구성원은 자신이 속한 조직에 대한 문제에 반응하여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기 보다는 오히려 침묵하려는 경향이 있고, 더 나아가 침묵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믿음이 조직 전반에 만연해 있는 경우도 있다(Milliken & Morrison, 2003). 또한 최근 간호계에서 발생하고 있는 간호사 자살사건이나, 간호사의 높은 이직의 원인 중의 하나인 ‘태움’ 현상을 보면, 간호사들 사이에서 이를 당연시하거나 묵과하기 때문에 나아지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처럼 구성원들이 자신이 속한 조직이나 자신과 관련된 사안들에 대해 침묵하는 현상은 ‘조직침묵(Organizational Silence)’이라는 개념으로 설명가능하다(Morrison & Milliken, 2000). 조직침묵은 조직의 구성원들이 조직 내 업무와 관련된 사안이나 문제에 대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불만이나 염려, 의견이나 정보 등을 말하지 않거나, 이를 드러내길 꺼리는 것이 집단적인 수준에서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것을 의미한다(Morrison & Milliken, 2000; Pinder & Harlos, 2001). 조직의 입장에서는 조직 내부의 문제나 중요한 정보에 대해서 구성원이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고 침묵함으로써 파산과 같은 치명적인 조직 실패를 초래할 수도 있다(Williams & Perlow, 2003). 결국 조직의 일선에 있는 구성원들이 자신이 맡은 업무와 관련된 정보나 의견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은 장기적으로는 조직의 생존과도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Vakola & Bouradas, 2005). 또한 조직침묵은 구성원 개인이 즉 그냥 ‘나 혼자 입을 다물면 그만’이라는 개인적인 선택에 그치는 것이 아닌, 조직의 여러 특성들에 의해서 영향 받는, 즉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현상”이라고 규정할 수 있다(Vakola & Bouradas, 2005).

조직침묵의 결과는 조직구성원 개개인으로 하여금 스트레스나 우울을 증가시키고(Morrison & Milliken, 2000), 이들의 조직몰입과 직무 만족을 저해하며(Vakola & Bouradas, 2005), 이직의도를 높이는 것으로 연구된 바 있다(Elçi, Karabay, Alpkan, & Şener, 2014; Jain, 2013). 더 나아가, 조직을 경영하고 관리하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정보들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거나 왜곡됨으로써 관리자로 하여금 조직의 의사결정과 문제점을 파악하는 능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Greenberg & Edwards, 2009; Milliken, Morrison, & Hewlin, 2003). 조직 내 침묵현상이 지속되면 구성원들로 하여금 분노, 좌절, 실망, 불신, 냉소등 부정적인 감정을 느끼게 하여 결과적으로 간호사의 직업건강과 조직성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Morrison & Milliken, 2000; Vakola & Bouradas, 2005; Brinsfield, 2013).

간호사의 조직행동에 조직침묵 개념을 적용하는 것은 간호사의 직업건강뿐만 아니라 환자안전에도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병원 간호사들은 환자의 치료와 안전에 있어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따라서 간호사들이 환자안전을 위해 그들의 간호업무 환경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의사소통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Garon, 2012). 이는 환자안전뿐만 아니라 간호사 자신의 직업 만족이나 건강한 업무 환경, 팀워크 조성을 위한 필수 요소이기도 하다(Heath, Johanson, Blake, 2004). 특히 병원에서 발생하는 의사소통의 문제는 대부분 의료 과실이나 안전치 못한 관행들과 연관되어 있고(Maxfield, Grenny, Lavandero, & Groah, 2011) 이에 대한 구성원의 침묵은 곧 환자안전에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때문이다(Henriksen & Dayton, 2006). 우리나라 병원에서도 조직침묵은 공공연한 현상으로 인식되고 있다(Woo & Lee, 2018). 그러나 병원 간호사의 조직침묵이 구체적으로 어떤 맥락 속에서 형성되고 조직침묵을 구성하고 있는 개념적 속성들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연구된 바가 없다. 따라서 병원간호사의 조직 침묵의 구성 맥락과 개념적 속성을 이해하여 이를 근거로 간호사의 조직침묵을 해소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2. 연구목적

본 연구는 병원 간호사들의 인식과 경험을 통해 이들의 병원에서의 조직침묵을 구성하는 개념적 속성을 파악하고 병원 간호사의 조직침묵의 구성과 맥락을 탐색하는데 연구목적이 있다.

연구방법

1. 연구설계

본 연구는 병원 간호사가 경험하는 조직침묵의 구성과 맥락을 근거 이론적 방법을 이용해 탐색한 질적연구이다.

2. 연구대상

본 연구는 직접 환자 간호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병원 간호사를 대상으로 하였다. 연구참여자는 총 17명으로 서울시와 강원도 지역에 위치한 대학병원, 중소병원 등 총 6개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간호사였다. 참여한 이들은 모두 여성이었고, 근속연수는 1년 미만부터 14년까지 다양하였다. 참여자들 중 면담시점을 기준으로 최근 1년 이내에 병원을 사직한 간호사는 3명이고 타 병원으로 이직한 이는 2명이었는데 이들도 인터뷰 대상에 포함시켰다. 연구참여자들은 내과, 신경과, 일반외과 등의 일반 병동과 중환자실이나 응급실 등과 같은 특수 부서에서 평간호사, 책임간호사, 전담(전문)간호사 등의 직급을 맡고 있었으며 모두 직접적으로 환자간호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다(Table 1).

Table 1. General Characteristics of Participan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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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자료수집

본 연구의 자료수집은 일대일 대면 심층 인터뷰 방법을 이용하였고 자료수집기간은 2015년 12월부터 2016년 5월까지 수행되었다. 질문의 구성은 본 연구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되, 연구참여자의 실제 참여했던 경험과 의견을 자유로이 표현하도록 돕기 위해 반 구조화된 질문 방식을 취하였다. 조직침묵과 관련하여 침묵 분위기를 느낀 적이 있는지, 침묵했던 경험이 있는지, 그리고 그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등 참여자의 경험 확인을 기본적 질문으로 하였고 보다 구체적으로 침묵을 구성하는 맥락과 상황적 요인들 간 관계를 탐색하기 위해서 연구참여자의 답변에 근거하여 후속으로 질문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였다.

4. 자료분석

분석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로서 Strauss와 Corbin (1998)의 근거이론에 기반하여 수행하였다. 근거이론은 자료를 확대하고 변형하여 재해석함으로써 오히려 자료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어 자료를 단순히 범주화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정보의 범주를 개발하고(개방 코딩), 범주들을 서로 연결시키며(축코딩), 범주들을 연결하는 스토리를 구성하는(선택 코딩) 단계를 의미하는데, 심층인터뷰를 통해 확보된 연구참여자의 경험 자료로부터 핵심개념을 도출하고 이로부터 하위범주를 구성한 뒤, 하위범주를 기반으로 하여 상위범주를 찾는 방식으로 범주화 단계를 거쳐서 조직침묵의 구성과 맥락을 도출하였다. 마지막으로 도출된 범주들을 정형화하여 연구현상에 대한 패러다임 모형으로 도식화하였다.

5. 윤리적 고려

본 연구에서는 질적연구의 네 가지 기준인 신뢰성, 적합성, 감사가능성, 확인가능성 등을 준수하여 수행하였다(Sandelowski, 1986). 심층 인터뷰에 앞서 참여자에게 본 연구의 목적을 설명한 후 연구참여 동의서를 받고 면담을 진행하였다. 인터뷰 내용이 녹음될 것임을 사전에 알리고 참여자가 원할 경우, 언제든지 이를 중단할 수 있고 인터뷰 내용은 연구목적 이외에는 사용하지 않을 것임을 설명하였고, 인터뷰 후에 참여자에게 소정의 사례품을 제공하였다. 인터뷰에 포함되어 있는 개인적인 정보와 연구참여자의 신상이 드러날 수 있는 모든 내용을 사전에 삭제하였고 참여자의 신분은 모두 ID로 처리하였으며 수집된 모든 자료들은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서 연구자가 사전에 지정한 매체에 별도로 보관, 관리하였다. 본 연구자는 자료수집에 앞서 본 연구자가 속한 연구기관의 생명연구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연구승인을 받아 수행하였다(IRB 승인번호: 1511/002-008).

연구결과

1. 병원간호사 조직침묵 개념의 구성

간호사의 조직침묵을 구성하는 핵심 범주들은 ‘말을 꺼내기 힘든 분위기에 익숙해짐’, ‘말해봐야 달라지지 않는 현실을 직시함’, ‘쉽게 맞서기 힘든 갈등들’,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상황의 복잡성’, ‘말보다는 일로 먼저 인정받고 싶은 마음’, ‘나를 지지해주지 못하는 리더’, ‘피하고 싶은 부당한 책임들’, ‘의미도 없고 통로도 없는 소통’, ‘학습된 조직침묵’ 등 9개의 핵심범주와 30개의 하위범주로 구성되었다(Table 2).

Table 2. Constructs of Organizational Silence of Hospital Nurs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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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맥락: 말을 꺼내기 힘든 분위기에 익숙해짐

연구참여자들은 업무를 하다가 문제점을 느끼거나 하고 싶은 말이 있더라도 이미 병동 안에서 다들 그냥 참고 넘어가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어 자신도 이에 익숙해지게 되었다고 하였다. 특히 수간호사나 선배 간호사의 의견을 우선적으로 중시하는 분위기를 느끼고 이를 거스르지 않기 위해서 여기에 동조해야 함은 물론,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이 있더라도 가만히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자연스럽게 배우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냥 위에서 내려오니까 받아들여야 돼. 이런 게 암묵적으로 뭔가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어서 불만을 갖고 ‘도대체 왜 이렇게 하지?’ 싶은 게 있지만, 아예 원래부터 의견을 물어보는 분위기 자체도 없었고 아예 처음에 들어 갔을 때 뭔가가 존재하지 않으면 어떻게 할 생각을 할 수 있을 텐데, ‘아 이거는 그냥 따라야 되는 거구나’라고 당연히 받아들이게 되는, 그런 문화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E 참여자)

거의 참고 넘어가는 편이에요. 병동 내 다른 선생님들도 거의 다 참고 넘어가요. 병동 분위기가 그런 것 같아요. 그리고 “누가 말했다” 이런 거를 다 얘기할까봐... 그리고 다 얘기하지 못하는 암묵적인 분위기랄까, 그런 게 있어요. 얘기하라고는 하는데 그러지를 못하는...(I 참여자)

이렇게 형성된 침묵의 분위기는 마치 그 집단의 암묵적 규범처럼 작동하는데, 특히 상하관계가 명확한 위계 구조를 느끼고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은 물론, 꼭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는 상황에서도 혼나고 틀렸다는 소리를 들으면서 점점 이런 분위기에 익숙해지고 당연하게 느끼게 되었다고 하였다.

간호사 사회가 위계가 잡혀 있는 게 굉장히 강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아랫사람의 항변은 당연히 말도 안되는 거죠. 예를 들어, 저희 병원에서는 입사 순서대로 사번이 나와요. EMR에 사번이 다 뜨니까 조회가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타 병동에 환자를 인계해줄 때 제가 당연히 꼼꼼하게 인계를 주는데도 저쪽 병동에서 내 인계를 받는 사람의 사번이 내 사번보다 앞선다 싶으면, ‘쟤가 나보다 사번도 낮은데, 아 진짜...’ 이런 식으로 (인계를) 받는 거예요. 이런 것들을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들으면서 ‘아, 위계가 있구나, 다들 이렇게 생각을 하는구나’ 라고 생각하게 되는 거죠.(D 참여자)

그냥 그런 분위기 자체가 ‘우리는 위에다가 우리 이야기를 하지 못해’, 그리고 인계할 때도 신규 때부터 저는 이러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이렇게 일을 했는데 올드가 뭐라하면 자기 의견을 이야기했다간 더 뭐라고 하고 혼나고 틀렸다고 이야기를 듣고, 그게 다음 날이 되면 병동 전체 간호사들이 그걸 모두 알고 있으니까, 인계를 통해서든 잡담 통해서든 다 전달되어서 다 알게 되니까... 그래서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 같아요.(E 참여자)

2) 맥락: 말해봐야 달라지지 않는 현실을 직시함

대부분의 연구참여자들은 간호 업무를 ‘고되고 힘들다’고 표현하였다. 3교대 근무라는 특수한 근무환경과 동시에 예측하기 힘든 응급상황의 발생, 그리고 높은 환자 중증도 및 간호요구도에서 비롯되는 업무 과부하와 업무 스트레스는 간호사로 하여금 자신의 직업에 대해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감정을 쉽게 느끼도록 만들고 있었다. 특히 잦은 사직으로 인한 만성적인 간호인력 부족은 간호사들로 하여금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을 더욱 키우기에 충분하였다. 결국 이러한 현실에 체념하여 문제 제기하고 싶은 여력조차 없는, 조직침묵을 발생시키는 물리적 조건으로도 작용하고 있었다.

인력이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아요. 어차피 똑같이 다 힘들고 똑같이 다 밥 못 먹고 일하고 똑같이 늦게 퇴근하거든요. 우리 병동에서 나만 그러는 게 아니니까 그거에 대해서 말을 할 수가 없는 거 같아요... 저희 병동에 대해서는 다들 느끼고 있는 것이니까 말하기 힘들죠.(J 참여자)

3) 원인적 요인: 쉽게 맞서기 힘든 갈등들

연구참여자들은 업무 중 간호사 동료들 간 의견의 불일치가 생기거나 선임 간호사나 의사의 일방적인 지시 및 부정확한 정보전달 등으로 인해 생기는 갈등은 흔히 일어나는 일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이때 업무로 인한 갈등의 진행이 과정의 복잡성과 그 결과의 불확실성 등으로 인해 곧 관계 갈등으로까지 번지기도 한다고 하였다. 이러한 잦은 갈등에 대해서 간호사마다 자신의 생각이나 의견이 있지만 이에 대해 적극적으로 맞서다 보면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하여 결국 방어적이고 소극적으로 대처할 수밖에 없다고 하였다. 특히 이들은 간호사들 사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더더욱 이야기하기 어렵다고 표현하였다.

환자와 부딪치는 문제는 말하기 쉬워요. 환자랑 간호사 사이, 간호사와 의사 사이 문제는 꼭 미팅이 아니더라도 인계 시간에도 하긴 하는데, 이제 간호사랑 간호사 사이의 문제는 말을 잘 못하게 돼요.(A 참여자)

여기는 환자를 잘 보고 에러 안치고 일하면 뭐 성격은 개차반이라 하더라도 상관없다 이런 분위기가 조금 있어서 그런 것에서 오는, 뭔가 서로를 배려하지 않는 분위기... 특히 상급자나 위에 있는 사람이 예상할 수 없고 개인적인 기분에 따라서 인계를 조금 까칠하게 받는다던지 그런 식의 행동을 하게 되면 아랫사람 입장에서는 말을 못하고 그 사람 눈치를 보게 되는 거죠.(D 참여자)

4) 중심현상: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게 만드는 상황의 복잡성

병동마다 존재하는 지침이나 프로토콜 등은 빠르게 변화하는 근무환경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는 비합리적인 도구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이러한 관행들은 ‘불문율’처럼 답습됨으로써 이를 문제라고 자율적으로 판단하고 확신하는데 어려움을 느끼게 하였다. 동시에 조직 내에서 자주 바뀌는 지침이나 여러 규정 등을 새로이 익히는 과정에서 자주 충돌함으로써 간호사로 하여금 자율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고 하였다.

어떤 점에 있어서는 예외가 조금씩 생기기 시작하고 그게 횟수가 점점 많아지니까 조금씩 불만을 갖는 부분이에 요. 예를 들어 저희 전동 순위는 병동 내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전동 가는 병동의 수간호사님이 전화를 하시면(전동갈) 순위가 아니더라도 전동이 되는 경우가 많고, 기존에 같이 만들었던 룰을 깨는 경우가 생각보다 종종 있어서 원칙을 지키는 동시에 룰을 깨시니 혼란스러움을 느끼고 있죠. 하지만 아무도 말을 하지 않죠. 그리고 비일관적인 게 많은 것 같아요. 아마 같은 병원이지만 병동마다 프로토콜이 다 다를걸요? 이 병동에서는 이렇게 했는데 다른 병동에 가면 다르게 적용이 되고... 그리고 올드가 예전 버전의 내용을 알고 있으면 신규인 제가 제대로 알고 있더라도 인계받을 때 왕창 깨지고 뭐라 항변을 할 수가 없는 거죠. 혼나지 않으려면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거예요.(D 참여자)

5) 중재요인: 말보다는 일로 먼저 인정받고 싶은 마음

간호사의 업무는 복잡하고 숙련된 기술을 요구하고 업무량이 과도하게 많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특히 신규 간호사는 새로 배치된 병동의 업무에 적응하고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업무와 관련된 자신의 생각을 먼저 드러내기보다는, 무엇보다 우선 병동에서의 자신에게 주어진 과업을 빠르게 익혀 수행함으로써 그 집단의 구성원으로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고 하였다. 즉 자신이 의견을 발언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는 것은 우선 자기 집단 내에서 제 몫을 해내는 구성원으로 인정받은 후에야 가능한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일단 일은 못하면 안 되는 거예요. 그건 필요조건인 것 같아요. 일을 못 하면 일단 말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것 같아요. 일도 못하면서 컴플레인까지 하면 “쟤는 일도 못하고 눈치도 없는 애”라는 소릴 듣는 거예요.(D 참여자)

한 1년 정도 지나고 나면 병동에서도 ‘아, 얘는 이제 우리 사람인가’라고 느낄 수 있게끔 대우를 해주거든요. 그전에 신규일 때는 아예 그냥... 말도 진짜 “너는 이 일을 왜 이렇게 하냐?”는 식으로 차갑게 말을 하고... 흔히들 ‘태운다’고 하잖아요. 엄청 갈구고 태우고 사소한 거 가지고도 꼬치꼬치 다 캐묻고... 한 1년 정도가 마지노선인 거 같아요. 물론 그 이상이어도 일을 제대로 못하면 많이 뭐라고 하긴 하지만요.(E 참여자)

6) 중재요인: 나를 지지해주지 못하는 리더

간호사들은 자신이 속한 병동의 수간호사 등 간호 관리자의 영향력을 크게 느끼고 있었다. 중간관리자인 병동의 수간호사는 간호사들의 업무 스타일은 물론 병동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있고 간호사의 인사와 근무 스케쥴을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어 일선 간호사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간호사에 대한 일선 간호사들의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었다. 권위적이고 비수용적이며, 관리자로서 무능하고 공정하지 못한 관리능력에 대한 실망감이 수간호사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었다. 특히 의사 등 타 직종이나 부서와의 문제나 갈등이 발생했을 때 이를 중재하고 해결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문제를 회피하거나 하부직원을 옹호해주지 못하는 모습에서 큰 실망감을 느끼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수간호사로 인해서 일선 간호사들로부터 제안된 의견이 오히려 차단되어 병원 시스템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였다.

사실 그런(갈등) 상황에서는 수간호사님이 나서서 protect를 해줘야 되는 상황이기도 한데 그분은 그렇지는 않으신 분이었죠. 항상 한 발 빼고 책임지는 걸 두려워하고... 대부분의 수간호사들이 다 그렇죠. 지금 저의 수간호사님도 그렇고...(F 참여자)

다른 선생님들도 업무 개선에 대해서 이렇게, 이렇게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들이 다들 조금씩 있으시지만 이게 일단 수간호사 선생님한테 말씀드리더라도 그 위로 올라가지 않는 경우가 많거나 반영되지 않는다고 많이 느끼시는 것 같아요.(D 참여자)

자신의 리더에 대한 실망감과 불신은 간호사들로 하여금 문제해결에 더더욱 소극적으로 대처하게 만들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인식하고 결과적으로는 침묵하는 방법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임을 경험적으로 깨닫게 만들었다.

이게 뭔가 말로는 언제든지 적극적으로 이야기를 하라고 하는데... 근데 제 생각에는 관리자들이 ‘오픈 마인드 코스프레’하는 것 같아요. 실제적이고 현실적으로 들여다 보려고 하지 않으면서 자기 권위를 세우기 위해서요.(F 참여자)

기본적으로 수간호사에 대한 신뢰나 의지가 없는 상태이다 보니까 내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쉽게 이야기하기도 힘들고 또 소용도 없고... 어쨌든 뭔가를 이야기하는 거는 voice 자체가 이게 뭔가 바뀔 risk를 감내하고 내가 이야기를 하는 건데, 바뀌지 않을 거면 안 하는 게 당연히 나은 거죠.(D 참여자)

7) 행위/ 상호작용: 피하고 싶은 부당한 책임들

병원 간호사들이 느끼고 있는 ‘책임’의 문제는 매우 민감한 사안이었다. 업무 중 발생할 수 있는 작은 실수라도 자칫 환자의 생명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의 안전을 위해 사전에 이를 철저히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과도한 업무량을 수행하다 보면 업무가 바빠서 자칫 실수로 놓치거나 빠뜨리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작은 실수나 경미한 사고일지라도 이에 대한 병원의 대응 방식은, 일선 간호사들이 느끼기에, 지나치게 엄격하고 위협적이기까지 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특히 3교대 근무의 특성 상 이러한 책임의 소지는 ‘인계’될 수 있기 때문에 자칫 자신이 ‘부당한 책임’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닥뜨리게 되면 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더욱더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답하였다.

기본적으로 의견을 피력할 수 없는 게, 대안 제시를 하면 책임전가를 하니까요. 예를 들어 제가 뭐 하나 건의를 하면 “만약에 이게 잘 되지 못했을 경우나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는 어떻게 할거냐?” 그런 식으로 대안제시에서 책임전가를 하니까 말을 할 수가 없구요. 기본적으로 뭔가 의견제시가 안 받아들여지니까... 전체적으로 병원 문화가 그런 것 같아요. 그냥 시쳇말로 사건이 터지면 ‘총알받이’ 찾듯이 추적하잖아요, 집요하게... 문제가 생기면 이걸 구조적인 원인으로 접근하고 뭔가 시스템적으로 개선한다거나 하는 건설적인 방향이 아니라 (근무) 스케줄부터 뒤지잖아요. 누가 근무했는지 추적하면서 범인을 꼭 색출해서 비난하고 하려고 하니까 점점 사람들이 소극적으로 바뀌고, 봐도 못 본 척 하고 들어도 못들은 척 하게 되는 거죠.(F 참여자)

간호사의 일이 교대근무니까... 이게 내가 8시간 동안 근무한 것을 내 다음 duty가 받고 이런 식으로 일을 하니까 일을 하면서 다 알 수밖에 없고. 다른 직장 같으면 계속 내가 붙잡고 있는 거니까 ‘아 이거 빠뜨렸네...’하면서 그냥 내 선에서 처리하고 말 것을 여기서는 다음 duty가 발견하게 되니까... A가 잘못을 했는데 B인 내가 근무를 하는 동안 그걸 발견하지 못하고 C가 그걸 발견을 했으면 A만 잘못한 게 아니라 B도 같이 혼나는 것이고 만일 내가 중간에서 발견을 했으면 이건 내 책임이 아니고 A의 책임이라는 것을 명확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인계를 하면서 그 부분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거고, 그럼 듣는 C 입장에서는 ‘아 A가 정말 일을 이 따위 밖에 못하는구나’ 이렇게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거고 B인 나는 본의 아니게 사실만 건조하게 전달했다 하더라도 C와 함께 A의 험담을 하게 되는 것이죠. 왜냐하면 내 책임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야 하니까요.(D 참여자)

특히 현재 운영하는 병원 내 환자안전 보고시스템은 실수를 저지른 당사자 입장에서는 ‘비난’과 ‘처벌’의 기능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신에게 돌아올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위해서는 사소한 실수라도 감추려 하거나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서 더욱 소극적으로 대처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답하기도 하였다.

병동에 PSR 보고서라는 게 있거든요. 잘못해서 환자 안전사고 사례가 발생하면 보고서를 작성하도록 되어 있어요. 신규 때는 그거 하나하나 쓰는 게 굉장히 사직 욕구가 들 만큼 무서웠어요. 수간호사님하고 면담을 했을 때, “우리는 PSR이 너무 반성문같이 받아들여져서 가끔 한 간호사가 PSR 보고서를 쓰고 나면 나머지 모든 간호사들이 그 한 간호사를 비난을 하는 것 같다. 그런 분위기인 것 같다”고 말씀을 드린 적도 있어요.(H 참여자)

8) 행위/ 상호작용: 의미도 없고 통로도 없는 소통

간호사들이 조직침묵 현상을 자주 경험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자신이 속한 집단 내에서 툭 터놓고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의사소통 통로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하였다. 참여자들이 인식하는 소통 방식은 매우 ‘일방적이고 지시적’인 것이었으며, 문제점을 느끼고 의견을 말하고 싶어도 소통이 차단되었다고 느끼어 스스로 체념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자신의 주변에 발언 자격이 있고 영향력이 있다고 믿는 사람에게 ‘은근슬쩍 내비치거나’, 그냥 ‘끼리끼리 모여서 이야기’하고 마는 방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하였다.

여기가 너무 상명하달식이고 아래에서 위로 전혀 이야기할만한 분위기가 아니고 항상 위에서 아래로 내려올 뿐이지 아래에서 위로 올라갈 수가 없는 거 같아요. 그게 불가능한 거 같아요... 그래서 병동 내에서 직접적으로 가서 말씀을 드린다기 보다는 그냥 끼리끼리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가 생각이 반짝하신 올드 선생님이 그걸 들으시면 그래도 수간호사님이랑 가까우니까 은근슬쩍 인계하다가 라든지 아니면 티룸에서 수간호사님이랑 잡담을 하다가 그런 이야기를 꺼내시는 경우가 좀 있는 건 봤어요.(E 참여자)

간호사들끼리 있을 때에는 그런 이야기들(병동 내 개선 사항들)이 많이 되었는데 그게 윗선으로는 전달이 안되는 것 같고 CNS 선생님들이 먼저 목소리를 내시면 다 같이 그렇다고 토론을 하는데 그게 실질적인 변화로는 이어지지 않고 그냥 “힘내자, 힘내자”하는 선에서 그치고...(K 참여자)

9) 결과: 학습된 침묵

결과적으로, 연구참여자 대부분은 자신이 속한 병원, 그리고 병동에서 조직침묵 현상이 있음을 인식하였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간호사들 사이에 형성된 침묵의 분위기는 근속연수가 상대적으로 짧은 신규 간호사일수록 더욱 크게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징적인 것은, 이러한 침묵 행위는문제라고 인식하는 사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드러내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이 속한 집단이 암묵적으로 침묵하는 분위기임을 인식하고 이러한 분위기에 동조하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그리고 말해봐야 변화가 달라질 게 없다는 체념적 태도로 결국 침묵을 선택하게 되었다. 즉 침묵 행동의 과정을 학습하게 된 것이다.

말을 좀 아끼게 되었어요. 이런 일들이 수간호사 선생님을 통해서 아래 스텝 선생님들한테 전달되는 경우는 잘 없는 것 같은데, 일단 스텝 선생님이 아는 것과 수간호사 선생님이 아는 게 굉장히 가깝기 때문에 굳이 말하는 것 자체가... 일단 안할 수 있으면 안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수간호사 선생님한테 말씀드리는 거는 굳이 스텝 선생님한테 내려가지 않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저한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되니까 약간 방어적으로 이야길 안하게 되는 것 같아요.(D 참여자)

병원 간호사들이 인식하고 있는 조직침묵은 간호사로 훈련받고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주변 분위기와 관계 속에서 경험되고 학습된 침묵이었다. 간호사의 조직침묵을 구성하는 핵심범주들 간 관계를 Strauss와 Corbin (1998)이 제시한 이론적 패러다임 모형에 맞추어 도식화하면 Figure 1과 같다. 패러다임 모형은 질적연구의 근거이론적 접근에서 단순한 서술연구를 넘어서 연구자가 수집한 풍부한 자료를 통해 참여자의 관점, 감정, 의도, 행동과 함께 그들의 삶이 처해 있는 맥락과 개념들을 구조화하고 설명가능한 이론적 기반을 형성하는데 유용하다(Charmaz, 2006). 간호사 개인적인 수준에서의 ‘말보다는 일로써 인정받고 싶은 마음’과 주변의 ‘말을 꺼내기 힘든 분위기를 느껴’ 잠자코 있는 것이 암묵적인 규범으로 받아들여지게 되고 복잡한 업무 환경 속에서 ‘판단하기 어려운 복잡한 상황’과 ‘쉽게 맞서지 못하는 갈등’ 상황을 직면하면서 ‘피하고 싶은 부당한 책임들’에 대한 부담감은 결과적으로 병원 간호사로 하여금 자신의 보호하기 위해 이러한 침묵 분위기에 적응하고 침묵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병동 수간호사나 선배 간호사 등 자신의 상사의 태도와 행동에 의해 영향을 크게 받았으며,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싶어도 ‘말해봐야 소용도 없고 통로도 없는’ 소통 관계에 직면하면 결국 체념하면서 침묵을 학습하게 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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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 1. Paradigm model of organizational silence in hospital nurses.

논의

본 연구는 병원간호사를 대상으로 병원의 업무 환경에서 간호사들은 어떻게 조직침묵을 인식하고 선택하는지를 일대일 심층 인터뷰를 통하여 자료를 수집하였고 근거이론적 분석방법에 의해 핵심 범주 및 맥락을 도출하였다. 본 연구결과, 병원 간호사는 자신들의 노동 구조와 환경, 그리고 조직문화 등에 의해서 조직침묵을 경험하고 이를 점점 더 학습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본 연구결과의 함의를 다음과 같이 구체적으로 논하고자 한다.

우선, 병원 간호사의 조직침묵은 병원의 위계적인 구조와 문화적 특성이 반영된, 즉 사회적으로 구성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상하관계가 엄격한 위계 구조 하에서 간호사로 하여 금 ‘주눅든 관계’로부터 방어적이고 체념적인 태도가 형성되고 이로 인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기 보다는 침묵을 선택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들에게는 합리적이라는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상명하달식 의사결정 과정을 통해서 구성원들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것은 하부자의 의견이 반영할 만한 가치가 없다거나 그들로부터의 부정적인 피드백이나 반대를 듣고 싶지 않은 관리자들의 그릇된 믿음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Morrison & Milliken, 2000). 또한 이러한 상황에서 구성원 개개인이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불확실성을 느끼기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Brinsfield, 2013). 결과적으로 이미 이렇게 형성되어 있는 집단의 분위기는 조직 내에서 침묵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제2의 천성(second nature)”으로 굳어져 버리게 된다(Henriksen & Dayton, 2006). 하지만 이러한 조직의 구조적, 문화적 요인들에 대해서 그간 병원 관리자들이 간과해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조직침묵 현상이 가져올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나치게 중앙 집중적이고 위계적인 조직 구조와 문화를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과업 중심적 업무 환경을 갖는 간호사의 경우, 복잡한 의사결정으로부터 자신에게 지지적이지 못한 환경은 간호사로 하여금 감정적 부담이 가중되고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 위협받게 되어(Edmondson, 1999; 2004), 이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대응 기전으로 침묵을 선택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따라서 구성원 간 소통방식과 같은 요인들이 반영된 조직 침묵의 구조에 대한 이해와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업무 시스템의 개선이 요구된다.

둘째, 간호사의 근무환경은 병동이라는 병원 내 단위 조직의 특성, 그리고 교대 근무라는 직무 속성 상 의료인력들 간 긴밀한 협력과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본 연구를 통해 확인한 간호사들이 인식하는 의사소통 방식은 조직 내 의사결정 과정에서 일선간호사들을 주변부화시키는 구조, 즉 중앙집중적인 소통구조로 이루어지고 있어 이들로부터의 임파워먼트를 기대하기 어렵다. 결과적으로 의사소통이 쌍방향으로 이루어지기 보다는 “끼리끼리 소통하기”, “은근슬쩍 내비치기” 식의 간헐적이고 비체계적인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또한 환자의 치료와 간호가 이루어지는 현장에서의 정확하고 적정한 수준의 정보가 효율적으로 전달되고 피드백될 수 있는 의사소통 체계의 마련되어야 실질적인 의료의 질 개선 및 환자 안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치료의 계획 및 과정에 대한 적절한 정보 공유를 포함한 공적인 의사소통 체계에 대한 정비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셋째, 본 연구결과, 간호사들의 침묵 행동의 선택은 병동 등 단위 조직의 관리자로서 수간호사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간호사들 자신의 관리자를 통해서 조직 지원 정도를 인식하고 이는 다시 조직에 대한 몰입으로 이어진다(Eisenberger, Hutchison, & Sowa, 1986). 따라서 병원 중간 관리자들은 간호사들의 침묵 반응을 자신들에 대한 동의 또는 합의로 간과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You, 2009). 그리고 중간관리자와 일반 간호사 간 이루어지는 상향적 의사소통 시스템에서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적이며 피드백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지금의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리더십에서 보다 개방적이고 지지적인 리더십으로의 전환이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현재 병원 간호 인력의 부족현상은 간호사의 조직침묵의 원인이자 동시에 결과임을 알 수 있었다. 본 연구에 참여한 간호사들은 부족한 인력 탓에 초과 근무는 물론 “말할 틈도 없이 바쁜 업무환경”이 결국 간호사로 하여금 침묵하게 만드는 물리적 조건이 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동시에 이와 같은 만성적인 간호 인력의 부족문제는 일선의 간호사들로 하여금 이미 이에 대해 “말해봐야 소용없고 달라지지 않는 현실”임을 알고 체념하는 결과를 보여 주고 있다. 인력의 부족은 효과적인 보건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어 가장 큰 장애물 중의 하나이다(Buchan & Aiken, 2008). 또한 지금의 간호사 부족의 문제 해결을 단순히 인력 증원이라는 전통적인 방식만을 고수하기보다는, 현재 간호사들이 처해 있는 직업적 위치나 노동 조건 등 병원에서 그들이 침묵하지 않고 계속해서 기꺼이 일하고자 하는 그들의 동기에도 초점을 두어 접근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본 연구는 병원 간호사를 대상으로 하였기 때문에 본 연구의 결과를 병원 조직구성원 전체의 조직침묵으로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병원 조직 전체의 조직침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향후 연구에서 병원 전 직종별로 이들의 조직침묵을 탐색하고 측정하는 연구가 수행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우리나라 전 지역의 모든 의료기관 종별 간호사를 모두 포함하고 있지 못한 것 역시 본 연구가 갖는 제한점이다. 따라서 향후 연구에서는 보다 다양한 병원에 속해 있는 간호사를 대상으로 조직침묵 연구를 수행한다면 우리나라 병원간호사의 조직침묵 현상에 관한 이해를 높이고 이를 줄여나가기 위한 전략을 세우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병원 간호사의 조직침묵을 구성하는 요소와 맥락을 파악하기 위해 근거이론적 방법에 의해 수행하였다. 병원간호사의 조직침묵은 조직의 침묵분위기와 다면적 속성의 침묵행동 과정을 반복적이고 중첩적으로 경험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조직침묵을 학습하는 것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 병원 간호사의 조직침묵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향후 간호 현장에서 조직침묵을 줄이려는 관리적 노력과 효율적인 의사소통 체계를 마련한다면 환자 안전과 조직생산성 향상뿐만 아니라 간호사의 직업 건강과 안녕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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