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서론
1. 연구의 필요성과 목적
아동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자라는 전 과정 동안 그 사회의 문화에 의해 젠더화된다. 우리가 스스로를 인식하기 전부터 우리에게 규정된 젠더 문화로 인해 고정된 젠더 관념과 역할이 내면화되는 것이다[1]. 그동안 여성운동의 성과로 이에 대한 문제의식이 사회적으로 확산되고 문화적으로 개선되기도 했지만, 아직 곳곳에서 여성 혐오 및 성차별적 문화는 재생산되고 있다. 특히 대중들이 향유하는 콘텐츠에서 여성 혐오 코드는 하위 장르의 관습으로 견고하게 자리 잡고 아동들의 젠더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멀리사 에임스와 사라 버콘이 지적한 것처럼 대중문화는 수없이 많은 소녀와 여성의 상투적 역할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대중문화에서 만들어진 여성의 생애주기별 묘사는 여성의 행동 기준이 되어 여성의 생애 내내 영향을 미치고 있다[2]. 이 연구는 한국의 온라인 교육 콘텐츠에서 나타나는 이러한 문화적 악순환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시작되었다.
최근 한국에서는 유아기부터 스마트폰과 PC를 접하게 되면서 온라인 콘텐츠가 아동들의 젠더 인식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커졌다. 더욱이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교육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이러한 현상은 심화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대표적인 교육 전문 방송국 EBS에서 서비스하는 초등학생 국어 교육 콘텐츠를 보면 젊은 여성 교사가 긴 머리에 원피스를 입고 공주 같은 이미지로 나오는 등 성별 고정관념을 답습하는 경우가 많다. 그뿐 아니라 약 18년 동안 방영되었던 인기 있는 EBS 어린이 프로그램 <생방송 톡!톡! 보니 하니>(2003.9.29.∼2021.3.26.)의 주요 캐릭터가 기존의 차별적 젠더를 재현하고[3]. 성인 남성 연기자의 청소년 여성 연기자에 대한 폭행 논란으로 사회적 우려를 낳기도 했다[4]. EBS는 다른 방송국에 비해 교육적 관점에서 콘텐츠 심의를 까다롭게 하는 편이지만, 그조차 성 이데올로기의 작용으로 판단의 공정성을 의심케 하는 사례들이 있다[5]. 따라서 여성주의 시각에서 온라인 교육 콘텐츠 전반에 대한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그러한 작업의 일환으로 먼저 아이나무툰(EBS툰)을 대상으로 젠더 재현 양상을 살펴보고자 한다.
2016년 12월부터 서비스한 아이나무툰은 국내 최초아동 전문 웹툰 플랫폼이다. 2020년 8월 15일에 EBS 툰이 만들어지면서 EBS와 합작으로 플랫폼을 운영하다가 2021년 10월 1일부터 단독으로 운영하고 있다. EBS와 분리했지만 비중이 작았던 EBS 제작 학습만화만 빠졌을 뿐 서비스하는 작품에 큰 차이는 없다. 또 교육적 성격이 약해지지도 않았다. “가족형 웹툰 플랫폼아이나무툰”을 내세우며 네이버 등의 웹툰 플랫폼과 달리, “건강한 콘텐츠”를 지향한다. 2021년 10월 29일 현재,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100편의 작품을 연재하고 ‘학습, 액션, 어드벤처, 판타지, 개그, 일상, 드라마’로하위 장르를 분류한다. 일반적으로 서비스되는 웹툰과 비교할 때 ‘로맨스’가 빠졌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또 교육 콘텐츠로서의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 항목으로 독립운동가 웹툰을 들 수 있다. 현재 방정환, 강우규, 도산 등 32명의 독립운동가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데 그중 여성 독립운동가는 오광심, 지복영, 전월선, 부춘화, 연 충효, 남자현, 김향화, 한도신, 한계옥으로 9명을 차지한다. 여성 독립운동가가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그 비중이 높은 편이며, 최근 발굴 사업의 성과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은 본래 성남문화재단의 ‘독립운동가 100인 웹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20년 EBS툰에서 연재를 시작하기로 한 데 따른 것이다[6]. EBS툰이 처음 서비스될 때는 독립운동가 웹툰을 전면에 배치하여 적극적으로 선전하기도 했다. 또 강추 발굴단을 두어 작품을 상시적으로 공모하는데, 그중 영재발굴단이 특징적이다. 영재 발굴단은 아동에게 도전할 기회를 주고, 본인 희망에 따라 웹툰 교육과 멘토링, 이후 데뷔를 할 때까지 연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사항들에서 아이나무툰 플랫폼의 교육적 성격을 알 수 있다.
그 밖에 ‘브랜드관’에서 참여하는 회사명과 서비스한 작품 비중을 파악할 수 있다. 조선일보, 만화전문 출판사 거북이북스의 작품도 있지만 몇 편 안 되고 꾸준히 업로드되지 않는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회사는 ‘아이나무’와 ‘모두의 툰’인데 아이나무는 앞에서도 밝힌 것처럼 가족형 콘텐츠 전문기업으로 건강한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하고, 모두의 툰은 공익을 위한 웹툰 플랫폼을 내세우며, 사회적 가치를 위해 제작된 웹툰을 보이겠다고 한다. 즉 둘 다 공공성을 내세우는 회사로서 아이 나무 툰 플랫폼의 실질적인 운영에 참여하는 회사로 보인다.
요컨대 아이나무툰은 현재 국내에서 가장 공신력 있는, 아동 전문 웹툰 플랫폼으로서 많은 아동들이 부모의 눈치를 보지 않고 떳떳하게 웹툰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그만큼 다양한 아동들이 감상하여 그들의 젠더의식에 영향을 끼치므로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인기 웹툰은 아동들의 취향을 확인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다. 따라서 이 연구는 2021년 10월 29일 현재, 인기 웹툰 상위 5위의 작품을 대상으로 젠더 재현 양상을 검토하고자 한다.
2. 선행 연구 및 연구 방법
아이나무툰을 대상으로 한 선행 연구는 아직 찾을 수 없었고, EBS 콘텐츠 대상으로 이루어진 젠더 관련 논의는 김은영의 “어린이 텔레비전 단편영화의 서사구조 분석 – EBS의 2009 ABU 어린이 드라마 시리즈 5개국 편을 중심으로”, 이미솔·홍성욱의 “과학 다큐멘터리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 EBS <뇌로 보는 인간>의 ‘섹스’ 편의 콘텐츠 변화를 중심으로”, 홍지아의 “한국 모성 담론의 역사성”[7]을 들 수 있다. 김은영은 “유독 일본 편과 한국 편에서는 성차별적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으며 남성과 여성의 위치와 역할은 고정되어 있었다. 특히 한국 편은 경쟁적 가치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고 지적하고, 홍지아는 일제 강점기 잡지 『신여성』 게재 모성 담론과 EBS 프로그램 <부모>의 모성 담론을 비교하여 100년 전 결론인 ‘헌신적인 육아전문가’라는 어머니 역할에 변함이 없음을 논증한다. 이미솔·홍성욱은 과학 다큐멘터리 제작 과정을 통해 젠더 의식의 차이가 프로그램 기획과 제작, 공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구체적으로 논증하고 있다. 이러한 논의들의 문제의식을 공유하며 아이나무툰 작품을 살펴볼 것이다.
대상 작품 목록은 [표 1]과 같다.
표 1. 아이나무툰 인기 웹툰 상위 5위 작품 목록
위와 같이 아이나무툰 인기 웹툰 상위 5위 작품에는 ‘판타지, 일상, 어드벤처, 학습’의 다양한 갈래가 망라되어 있고, 아이나무에서 제작한 작품의 비중이 높다. 여성 주인공 두 편, 남성 주인공 세 편인데, <지우 개똥>의주인공은 성별이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 <지우 개똥>을제외한 작품들에서 주인공의 성별에 따라 보조 인물의 성별 재현 양상이 달라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주인공의 성별을 기준으로 작품을 분류하여 논의하고자 한다.
주요 연구 방법은 최시한의 인물 분석 방법을 참고하여 인물의 특질을 분석하되, 여성주의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최시한에 따르면 인물의 특질은 크게 외면적 특질, 내면적(심리적) 특질, 기능적 특질로 나눌 수 있다. 그 기준을 참고하여 아동의 성별을 구분하는 외모 재현 양상, 성별에 따른 인물의 욕망과 문제 상황에서의 심리, 작품에서 수행하는 기능 등을 분석하며 문화적 악순환의 정도를 가늠해볼 것이다. 특히 인물의 특질은 관계 속에서 형성되고, 아동 인물의 경우 부모를 비롯한 가족 관계가 중요한 영향을 미치므로 그에 유념하며 분석할 것이다[8].
여성주의 문화연구는 재현된 여성과 현실 속의 여성들을 연관 짓는 이론적 시각이 변화함에 따라 재현에서의 여성 이미지를 연구하는 것에서 여성이 어떻게 재현체계에서 여성으로 구성되는가 하는 이미지로서의 여성 연구로 변화되어왔다. 현재에는 재현된 이미지가 특정한 사회적, 역사적 맥락에서 만들어내는 의미를 연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9]. 이 연구에서도 재현된 아동 이미지들을 현실의 반영으로 보지 않고, 하나의 기호 체계로 간주하며 텍스트 맥락에서 그 의미를 해석할 것이다.
Ⅱ. 리본을 단 여성 해결사
아이나무툰의 인기 웹툰 상위 5위 작품에서 여성 주인공 웹툰은 <노리야 학교 가자>와 <루루의 다이노 어드벤처>이다. <노리야 학교 가자>의 주인공은 3학년 여성 한노리이다. 노리는 이름에 나타나듯 공부보다 놀이를 좋아하고 차림새도 치마가 아닌 회남색 멜빵바지를 입고 삼선 슬리퍼를 신고 있다. 멜빵끈도 한쪽은 흘러내리게 해 자유분방한 노리의 특질을 묘사한다. 또 얼굴에 주근깨가 있고 늘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짓고 있다. 이런 특질은 원피스를 입고 하트 무늬의 분홍색 거울을 들고 다니며 자기 외모에 신경 쓰는 백설과 대비된다. 백설은 피부에 잡티도 없고 햇빛 때문에 피부가 상할까 봐 걱정한다. 그런데 노리와 백설의 외모 중 비슷한 부분이 있다. 바로 머리에 단 리본이다. 노리는 한쪽으로 묶은 머리를 하고 있는데 거기에 커다란 분홍 리본을 달고 분홍색 티셔츠를 입고 있다. 백설은 노란 파마머리를 양 갈래로 묶어 빨강 리본을 달고 있다. 분홍색과 리본은 노리를 나타내는 중요한 상징으로 쓰여 작품 제목의 “노리야”도 분홍색 글씨에 리본을 표시했고, 1화에서 인물을 소개할 때도 “한노리” 이름만 분홍색 테두리로 강조하고 있다. 즉 분홍색과 리본은 남자 아이들보다 강하고 씩씩한 노리가 여성임을 나타내기 위한 장치임을 알 수 있다. 남성 친구인 유턴과 암기는 짧은 머리에 바지를 입고 있는데 발명과 실험을 잘하는 유턴은 실험복 같은 상의를 입고 장갑을 낀 점이 특징적이다.
그 밖에 외모에서 차별적 젠더가 눈에 띄는 인물은 노리네 반 담임 선생과 미술 선생이다. 담임 선생은 남성인데 자주색 상하의 추리닝을 입고 면도도 안 해 턱에 수염이 듬성듬성 나 있다. 반면 담임 선생과 사귀는 여성 미술 선생은 긴 웨이브 머리에 치마를 입고 분홍색 하트 배경에 분홍 글씨로 “샤라랑” 하고 나타난다. 이런 이미지를 접하는 아동들은 남성 선생은 깔끔하지 않고 편한 차림을 해도 매력이 있지만, 여성 선생은 곱게 꾸며야 사랑스럽다는 편견을 가질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여성 혐오적 외모 묘사도 큰 문제로 지적할 수 있다. 주인공 아동들이 동화 세계에서 백설공주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만나는데, 두 캐릭터의 외모를 심하게 왜곡한다. 백설공주의 얼굴형은 울퉁불퉁하고 큰 점과 주근깨가 있으며, 앨리스는 넓적한 얼굴형에 몸집이 크다. 이러한 묘사는 아동들의 기대를 깨면서 재미와 웃음을 주려는 전략인데, 주로 예쁜 줄 알았던 여성 캐릭터가 못생겼다는 의미를 형성하며 여성 혐오를 유머 코드로 활용한다는 점이 문제이다.
노리의 심리적 특질과 기능적 특질은 여성 캐릭터의 상투성을 벗어난 편이다. 노리는 남자 아이들과 딱지치기를 해서 이기고, 말뚝박기도 잘한다. 무엇보다 겁이 없고 용감하며 소방관인 아버지처럼 사람들을 구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한다. 이 웹툰의 중심사건은 노리와 친구들이, 마음이 약한 친구들 속에 들어간 악마 심현귀들과 대결하여 친구들을 구하는 것이다. 이때 심현귀의대상이 된 아이들이 모두 남성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백설은 외모를 중시하고, 백마 탄 왕자를 기다리며 원하는 것을 얻을 때 애교를 부리는 등 상투적 여성성을 보이지만 마음이 약하진 않다. 겁이 많아 심현귀 앞에서 울기도 하고 그들에게 납치도 되지만 지혜롭고 눈치가 빨라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준다. 노리는 심현귀들과의 대결에서 언제나 용감하게 몸을 날려 싸운다. 유턴이 심현귀들을 공격하는 무기를 개발하고 암기가 마법의 카드를 선택하여 싸우는 것과 달리, 노리는 직접 몸으로 부딪쳐 심현귀들과 싸운다. 그래서 심현귀들의 힘을 빼고 결정적 승리를 가져오게 하는 것은 언제나 노리의 몫이다. 힘으로 적을 물리치는 역할을 주로 남성이 해왔던 점을 상기할 때 노리의 이러한 기능적 특질은 그 의의가 크다. 그런데 이런 노리를 보는 이야기 속 인물의 시선은 불온하다. 마지막 에피소드에서노리를 오해한 담임 선생은 노리 말을 믿지 않고 혼내며 부모님을 호출한다. 그 일로 담임 선생 앞에서 우울해하던 노리는 선생이 사과하자 눈물을 흘리며 기뻐한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실의 거울에 사는 아저씨는 “노리가 평행세계에서는 그렇게 강하고 멋지지만 현실에서는 그저 마음이 약한 여자아이구나”(26화)라며 노리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한 듯이 말한다. 오해를 받아서 불편해하다가 사과를 받아서 기뻐하는 심리는 여자만의 것도 아니고, 마음이 약해서는 더 더욱 아니다. 타당하지 않을 뿐더러 불필요한 서술이 삽입된 이유는 씩씩한 노리에게 분홍색 리본을 달아준 맥락과 상통한다. 즉 상투성을 깬 여성 아동의 재현에서도 여전히 여성은여성다운 미를 추구하고 약한 마음이 있다는 편견과 그로써 여성 정체성을 묘사해야 한다는 관습이 작용하고 있다.
<루루의 다이노 어드벤처>에서 주인공은 여성 아동루루이다. 나이는 정확히 나오지 않지만 외모나 말씨를 볼 때 고학년으로 보인다. 이 작품은 공룡들이 사는 세상에서 트리발자드라는 공룡과 대결하는 이야기가 중심사건이므로 루루의 사람 친구는 많이 나오지 않는다. 루루를 도와 모험을 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친구는 대발이라는 공룡과 다이노마스터 캡, 버섯 소라게 등의 동물이나 사물이다. 사람 친구는 여성 아동 연지가 유일한데 루루를 돕기보다 대결할 관계를 암시한다. 루루는긴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아 도넛처럼 둥글게 말고 있다. 분홍 후드티에 파란색 바지를 즐겨 입는데, 탐험을 떠날 땐 공룡 탐험대 복장을 한다. 그것은 스카우트 복장과 유사하여 반팔, 반바지에 조끼를 입고 주황색 리본 스카프를 매고 있다. 또 모자를 쓰고 배낭을 메고 있다. 연지는 단발머리를 하고, 흰 티셔츠 위에 주황 조끼, 아랫단 접은 청바지를 입고 있다. 스니커즈 신발을 신고 에코백을 즐겨 멘다. 루루와 연지의 차림새는 노리와백설의 차림새보다 성숙하고 요즘 유행을 반영한다. 그런데 루루의 외모에서도 긴 머리와 분홍색 상의로 여성의 젠더를 나타냄을 알 수 있다.
또 루루의 부모님 외모에서 차별적 젠더 의식이 잘 드러난다. 루루의 어머니는 공룡탐험대 마스터 라라 이고, 아버지는 다이노월드의 공룡수호대 대원이자 루루동물병원 원장이다. 작품에서 어머니는 다이노월드의감옥에 갇혀 있기 때문에 루루처럼 공룡탐험대 복장을 하고 있다. 긴 셔츠에 긴 바지를 입고 폭이 넓은 초록색 스카프를 뒤쪽에선 케이프처럼 두르고, 앞쪽에선 리본을 매고 있다. 어머니의 외모에서 눈에 띄는 점은 머리 모양이다. 긴 머리를 올렸는데 옆머리만 길게 내리고 있다. 올린 머리는 모험에 용이한 형태라 납득이 가는데 길게 내린 옆머리가 특이하다. 탐험대라는 신분의 제약 속에서도 어머니의 여성적 매력을 나타내기 위한 궁여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아버지는 공룡수호대 대원이지만 다이노월드엔 가지 않고 현실 세계에서 주로 동물병원에 있다. 그러니 직업에 맞게 의사 가운을 걸치고 상의엔 와이셔츠와 넥타이를 매고 있다. 그런데 하의가 독특하다. 추리닝 반바지를 입고 중목 양말에 삼선 슬리퍼를 신고 있다. <노리야 학교가자>의 담임 선생처럼 아버지의 차림새도 격식보다 편안함을 추구한다. 아동들은 이러한 대중문화 이미지들을 접하면서 성인 남성은 직장에서도 자기 편의적 옷차림을 하고 여성들은 어떤 상황에서도 여성적 미를 추구한다는 암시를 받을 수 있다.
루루의 심리적 특질과 기능적 특질은 한마디로 ‘영웅적’이다. 루루는 특별한 부모에게서 태어나 다이노월드에서 선택받은 전설의 마스터이다. 즉 다이노월드에 대한 그의 욕망과 그곳에서 발휘하는 능력은 그의 의지나 노력에 의한 것이라기보다 주어진 것이다. 이 점이 친구 연지와 다르다. 루루는 본래 공룡이나 비현실적 세계에 대한 관심이 없었지만, 연지는 할아버지의 영향으로 아주 어릴 때부터 공룡을 좋아하고 다이노월드의 존재를 믿으며 그러한 세계를 모험하기 바랐다. 그래서루루가 공룡탐험대 마스터란 사실을 알고 연지는 질투심과 경쟁심을 가지며 “나에게도 선택이 될 자격이 생기는 거라면 내가 가져주겠어. 다이노월드의 모든 것, 그것이 루루 그곳에서 너를 끌어내리는 일이라고 해도 말이야.”(23화)하고 결심한다. 이러한 여성끼리의 경쟁과 갈등도 여성은 시기를 잘한다는 편견을 조장하며 여러 이야기에서 관습적으로 쓰이는 모티프이다. 루루는모험을 통해 성장한다. 루루는 연지와 비교할 때 결핍이 없는 인물로서 자기 욕망을 내세우기보다 상황을 냉정히 파악할 줄 안다. 그래서 처음 다이노월드로 모험을 떠날 때는 소풍 가는 것처럼 들떠 했지만, 트리발자드의 세력을 느끼고 나서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어머니와 다이노월드를 구하기 위한 정보와 방법을 알기 위해 집으로 다시 돌아온다. 반면에 연지는 부모 없이 할아버지에 의해 양육되어, 어려서부터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하고 외롭게 자랐다. 즉 연지의 특질은루루와 대조되며 루루의 영웅적 특질을 부각시킨다. 모험 이야기에서 남성 주인공 및 남성 영웅의 비중이 높다는 사실을 상기할 때 여성 아동을 주인공으로 한 모험과 그 과정이 결국 여성 영웅의 탄생이 되도록 한 점은 새롭고 의미 있다.
덧붙여 연지가 할아버지의 뽀뽀를 거절한 부분도 의미심장하다. 할아버지는 연지를 만나서 반갑다며 입술을 모으고 뽀뽀해달라고 애원하지만 연지는 강력히 거부한다. 그리고 자기 방에 와서 “에휴∼ 참 할아버지는 다 좋은데 애정표현이 너무 과하시다니깐. 이제 나도다 컸다는 걸 모르시나 봐.”(20화)하고 생각한다. 이 장면은 스토리 전개와 별 상관이 없어서 생략해도 무방하다. 그러나 여성 아동들에게 일종의 성교육적 기능을 하고 있다. 할아버지가 연지에게 뽀뽀를 요구할 때 할아버지 입술만 클로즈업으로 그려서 섹슈얼하고 징그럽다는 인상을 주어 연지가 할아버지 뽀뽀를 거절하는 심리를 공감케 한다. 그리고 연지의 말을 통해 고학년이 된 여성 손녀에게 할아버지가 과한 애정 표현을 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행위이자, 여성 아동이 그것을 거절해도 되는 일임을 알려준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여성 주인공 웹툰에서 여성의 외모는 상투성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그 심리적 특질과 기능적 특질은 남성 주인공과 유사한 경향을 띠며 문화적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가능성을 보인다.
Ⅲ. 힘없는 남성 구원자
대상 작품에서 남성 주인공 웹툰은 <말랑말랑 무브먼트 비긴즈>, <강철의 아레스>, <지우개똥>이다. <말랑말랑 무브먼트 비긴즈>의 주인공은 남성 지연우이다. 연우는 크고 동그란 눈이 특징적이다. 순정만화 여자 주인공 같은 눈을 하고 있어서 예쁘고 순수하고 내성적으로 보인다. 이 웹툰에서 연우 삼촌 명한과 연우네 반 주번 남학생도 연우처럼 눈이 크고 동그란데 비슷한 성격과 기질을 갖고 있다. 얼굴만 보면 여성과 구분이 안 가는데 짧은 머리와 옷차림으로 남성적 특질을 나타낸다. 연우는 남색 배색이 있는 흰 티셔츠와 검은 면바지를 입고 있다. 그런데 집에서는 연분홍 티셔츠를 입고 있다. 대상 작품에서 남성 아동이 연분홍 옷을 입은 경우는 연우가 유일하다.
연우의 여성 친구는 한송이이고, 남성 친구는 철구와공치이다. 철구와 공치는 처음에 연우를 괴롭히다가 나중에 친해진다. 대개 주인공의 단짝 친구가 동성인데 여기선 이성인 점이 특징적이다. 그것은 연우의 외모와 기질이 여성적이기 때문이다. 여성적 남성 아동을 주인공으로 한 점은 새롭지만 그렇다고 이 작품에서 여성 아동 비중이 높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매우 낮다. 여성 아동은 한송이뿐이 나오지 않는다. 반 친구들이 모인 자리에서도 여성 아동은 한송이 한 명이다. 송이가 다른 여성 친구와 어울리는 장면도 나오지 않는다. 송이의 차림은 <노리야 학교 가자>의 백설과 유사하다. 양 갈래로 머리를 묶고 하얀 와이셔츠에 빨강 원피스를 입고 있다. 남성 친구 철구와 공치는 연우와 다르게 각진 눈을 하고 있다. 강하고 성나 보인다. 특히 철구는 덩치가 크고 힘이 세며 폭력적 성향이 있다. 바가지 머리를 하고 빨강 후드 반팔티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다. 공치는 철구의 단짝이면서 그의 힘에 기대는 아이다. 마른 체격이고 살짝 곱슬머리이다. 소매만 하얀, 파란 반팔 티셔츠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있다.
연우의 심리적, 기능적 특질은 성장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전형성을 띠고 있다. 결핍이 많은 나약한 아이가 위기 속에서 부정적 자아를 극복하고 다른 이들을 도우며 존재 변이를 일으키는 것이다. 연우는 상상력이 발달하였고, 감수성이 풍부하며 예민하다. 그래서 인간의 긍정 에너지로 세계를 유지하는 팬시지아의 슈퍼 셀렉터이다. 팬시지아는 인간에게 부정적 영향을 주는 드림버그(부정적 감정)와 대결하며 인간들을 행복하게 하는 일을 한다. 슈퍼 셀렉터는 긍정 에너지를 다른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영향력이 큰 사람으로 그의 부정 에너지는 팬시지아와 지구를 위험에 빠뜨린다. 연우는 철구의 괴롭힘과 사고사한 부모에 대한 그리움으로 내면이 황폐해졌지만 친구를 도우려는 선량한 마음과 성찰 능력으로 팬시지아와 지구를 구한다. 즉 연우도 앞선 이야기들의 노리, 루루처럼 구원자 역할을 하지만 그 방식이 다르다. 노리처럼 힘으로 대결하는 것도 아니고, 루루처럼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마법적 수단도 없다. 말랑 요정들과 삼촌이 도와주지만 그들은 연우가 무너지지 않게 드림버그로부터 방어할 수 있을 뿐이다. 연우 스스로 문제의 원인을 근본적으로 파악하고 무너져가는 팬시지아를 구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포용하고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즉 대결하고 없애려던 부정적 감정을 자신의 일부로 인정하고 안아주면서 연우는 자기 확신을 가진 아이로 거듭난다.
이 웹툰은 힘없는 남성 아동을 주인공으로 하여, 강해지기를 욕망하지 않고 약한 자신을 사랑하도록 만든 점에서 젠더의 상투적 재현을 극복하고 있다. 그런데 아동의 꿈을 짓밟는 성인을 모두 여성으로 재현하여 여성 혐오의 악순환을 초래하고 있다. <말랑말랑 무브먼트 비긴즈>에선 아동들이 꿈 꿀 수 있어야 건강하고 행복하게 성장할 수 있다는 주제를 전한다. 그 메시지를 알게 하는 에피소드가 유명한 이야기이다. 연우 삼촌유명한은 어릴 때부터 만화가라는 꿈을 갖고 노력하여 결국 꿈을 이룬다. 그런데 여성 담임선생이 어린 명한의 꿈을 짓밟는다. 그녀는 머리를 단정히 틀어 올리고 안경을 썼으며, 목까지 올라오는 밤색 상의에 긴 치마를 입고 있어 엄격하고 고지식한 인상을 준다. 선생은명한의 꿈이 만화가라고 하자 “꿈은 크면서 바뀔 거야. 명한아, 만화가는 아무나 되는 줄 아니?”하며 만화 가는 명한 이 꿈 꿀 수 없는 직업인 것처럼 말한다. 또 손톱을 다듬으며 면담하는 모습은 학생에 대한 관심이 없을뿐더러 학생을 존중하지 않는 어른의 모습을 풍자한다. 송이의 어머니도 성적만을 중시하며 송이가 자유롭게 꿈 꿀 수 없게 하는 어른이다. 송이 어머니는 올린 머리에 옆머리를 내리고 귀걸이와 목걸이를 하고 있다. 송이를 대할 때 자세는 늘 팔짱을 끼고 있고, “이제 말하기도 지치는구나. 넌 언제쯤 네 일을 스스로 할래?”라며 엄격하고 신경증적인 면을 보인다. 자기 기준에 따라송이에게 완벽주의적 태도를 강요하여 송이는 “완벽하게 못 하느니 안 하는 게 나아”라는 극단적 사고를 하게 된다.
주로 과학과 관련된 단편적 정보를 제공하는 학습 만화 <강철의 아레스>는 대상 작품 중 젠더 재현이 가장 상투적인 작품이다. 주인공은 남성 아레스 펀치인데, 블링 왕국 왕실 기사단장 아들로 16세이다. 1부는 용이 납치해간 샤롯 공주를 구하는 이야기이고, 2부는 용을 추적하여 지구에 왔다가 제니를 구하고, 제니와 함께 제니 엄마의 유품인 최초의 스펙터를 지키는 일을 한다.
1부 세계가 중세 판타지 관습을 따르므로 인물의 여러 특질이 익숙하고 왜곡된 젠더를 구현한다. 주인공 아레스는 노란 짧은 머리에 중세 전사 복장을 하고 칼을 차고 있다. 샤롯 공주는 긴 웨이브 머리에 가슴이 파이고 허리가 잘록하게 드러난 드레스를 입고 있다. 머리엔 작고 노란 왕관을 쓰고 있으며 목에 구슬 목걸이를 하고 있다. 머리 빛깔은 진한 핑크빛이고 드레스는 흰색인데 하단에 보랏빛이 감돈다. 눈은 동그랗고 영롱하며 속눈썹도 길게 올라가 있다. 블링 왕국을 침입한마룡은 인간의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는데 가슴골이 드러난 흰 와이셔츠에 검정 스키니 바지를 입고 허리에 회색 끈을 매고 있다. 차림새에서 야성적인 느낌을 주려는 의도가 보인다. 붉은 얼굴과 눈동자로 마룡의 정체성을 표현한다. 마룡의 복장이 현대적인데 그것은 마룡이 현대 지구에서 왔기 때문이다. 그 마룡을 찾아 지구로 가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2부 내용을 구성한다. 아레스는 마룡이 샤롯 공주를 인질로 납치하자 기사도를 발휘하여 마룡에게 덤비지만 힘이 부족해 마룡의 한 방에 나가떨어지고 만신창이가 된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친구이자 사랑하는 샤롯 공주를 구하고 싶어서 신에게 “샤롯을 구할 수만 있다면 악마라도 좋으니 … 제발 … 그 어떤 댓가라도 치를 테니 제발 …”(1화)하고 기도하니 오니 로봇이 나타난다. 오니 로봇도 몸체가 망가져 하체는 없는 상태다. 결국 아레스는 오니 로봇과 결합하여 사이보그로 탄생하며 강력한 힘을 갖게 된다. 즉 남성 주인공 아레스는 아직 기사 견습생에 불과한 힘없는 소년이었지만, 로봇 덕분에 존재 변이를 일으켜 (이 작품에선 이 과정을 곤충의 변태 과정으로 설명한다) 마룡도 물리치고 공주를 구한다. 이런 상상력은 인공지능 시대를 반영하며 기계와 인간의 결합을 또 다른 인류의 가능성으로 전망하는 문화의 산물이기도 하다. 새 인류의 탄생이 여성이 아닌 남성, 그 계기도 공동의 적을 물리치기 위한 남성의 연대란 점에서 이 웹툰은 매우 남성 중심적이다.
2부에선 아레스와 함께 여성 제니 한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제니는 세계 최연소 공학박사로서 샤롯 공주와 달리, 문제 상황을 해결할 능력과 지혜가 있으며 아레스와 함께 최초의 스펙터를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운다. 하지만 외모 및 심리적, 기능적 특질에서 샤롯과 같은 젠더 고정 관념을 보인다. 그녀는 멜빵바지를 입고 있는데 가슴이 두드러지고 잘록한 허리와 하체가 발달한 체형이다. 특히 엉덩이둘레가 허리둘레의 세 배쯤 될 정도로 크다. 눈은 크고 타원형이며 긴 머리를 양 갈래로 늘여서 묶고 있고 빨간 테두리 핀을 양쪽에 꽂아 귀여운 인상을 준다. 그녀와 싸우던 남성 악당들은 이런 그녀의 얼굴을 보자마자 “결혼을 해야 할 것 같아요. 달링! 알라븅~!”(시즌2 1화)하고 호들갑을 떤다. 이런 성희롱적 발언을 유머 코드로 사용했다는 점도 문화적 악순환의 폐해로 지적할 수 있다. 제니는 아레스와 비교할 때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어려운 사람을 보면 자기가 손해를 보더라도 도와준다. 가난한 할머니와 장애인 손자의 딱한 사연을 듣고 제니는 매우 가슴 아파하며 도울 방법을 찾지만 아레스는 그런 제니를 이상히 여긴다. 이런 묘사는 여성은 남성에 비해 공감 능력이 뛰어나고 마음이 약해서 동정을 잘한다는 편견을 재생산한다. 제니는 최초의 스펙터를 사용하게 하는 다른 스펙터들을 용감히 싸워서 획득하고 최초의 스펙터인드레곤 퀸으로 변신했지만 결국 강력한 남성에 의해 제압되고 남성들이 권력을 지닌 조직에 납치된다. 여성이 남성과 동등하게 공부하고 스펙터 헌터로 살아갈 수 있는 현대 세계에서도 여성은 남성들보다 힘이 부족할 뿐 아니라 이야기에서 납치되는 기능을 한다는 점은 여성은 아무리 시대가 지나고 능력이 있어도 남성들에 미치지 못한다는 편견을 줄 수 있다.
<지우개똥>은 ‘지우개똥’을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이고 특히 지우개똥의 변형력을 제재로 삼아서 젠더적 특질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3화 ‘지우개똥 똥’을 보면 주인공이 남성임을 알 수 있다. 지우개똥이 시원하게 똥을 누었는데 그 아기 똥이 지우개똥을 보고 “아빠!”라고 부른 것이다. 이 간단한 유머는 우리에게 두 번의 충격을 주며 고정관념을 깨뜨려 웃음을 준다. 첫 번째는 언어 유희적 발상인데, 지우개똥이 힘을 주어 똥을 누는 행위는 똥을 출산하는 행위일 수 있다는 점이고, 두 번째는 지우개똥의 경우, 지우개똥을 출산하는 자가 남성일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상에서 살핀 바와 같이, 남성 주인공 작품의 경우 남성의 외모는 젠더 고정관념을 벗어난 경우도 있으나 여성의 외모는 상투적 재현을 반복하고 있으며 성인 여성의 경우, 여성 혐오적 재현이 부각된다. 하지만 심리적, 기능적 특질에서는 마음도 약하고 힘없는 남성 주인공을 등장시켜 육체적 강함보다 따뜻한 마음과 기계와의 연대를 부각시킨 점이 새롭다.
Ⅳ. 결론
태어나면서부터 디지털 환경을 접하며 자라는 아동들에게 온라인 콘텐츠는 중요한 사회화 수단이 되고 있다. 아직 여성주의 교육이 교육과정에 도입되지 않은 상황에서 아동들은 문화적으로 재현된 젠더를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내면화하게 된다. 특히 교육 콘텐츠는 여러 심의 과정을 거치며 아동들에게 안전하고 유익한 콘텐츠라는 믿음을 주지만, 최종심의 결정권자들이주로 남성이고 그들의 성 이데올로기가 작용하여 젠더 교육적 관점에서는 신뢰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이 논문은 한국 최초의 아동 전문 웹툰 플랫폼이자, 가족 콘텐츠를 표방하며 건전성과 교육성을 내세우는 아이나무툰의 인기 웹툰 상위 5위 작품에 재현된 젠더 양상을 검토하였다.
여성과 남성의 외모 특질은 젠더 고정 관념을 답습하는 경우가 많았다. 여성은 모두 긴 머리였고, 남성은 모두 짧은 머리였으며 원피스를 입은 여성이 많았다. 모험을 하고 몸으로 싸우는 여성은 활동하기 좋은 바지를 입고 있으나 그 경우에도 리본과 분홍색을 여성적 상징으로 사용했다. 특히 성인 여성과 남성의 외모 특질이 차별적 젠더를 재현했다. 성인 남성은 직장에서도 편한 차림을 하고 단정치 않아도 매력 있게 표현했으며, 성인 여성은 거의 모두 긴 웨이브 머리나 올린 머리에 치마를 입고 신경 써서 꾸민 차림을 하고 있다. 심리적 특질이나 기능적 특질은 젠더의 상투성을 깬 측면이 있었다. 남성과 여성 모두 해결사나 구원자로 기능하며 용감하고 지혜롭게 문제 상황을 극복해 나갔다. 하지만 판타지 관습을 모방한 학습만화 <강철의 아레스>는 심리적, 기능적 특질에서도 구시대적 젠더 재현이 반복되는 문제가 보였다. 이를 통해 대중 서사의 하위 장르 코드가 문화적 악순환을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임을 확인할 수 있다.
공통적으로 주인공이 아닌 인물들에서 성별 고정관념을 답습한 재현이 두드러졌는데, 특히 성인 여성의 심리나 기능에서 여성 혐오적 묘사를 발견할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주인공의 젠더 재현에서 젠더 고정 관념이 약하게 나타난 작품일수록 순위가 높다는 점이다. 예쁘게 생기고 섬세한 내면의 남성 아동이 이해와 포용력으로 부정적 자아를 극복하는 <말랑말랑무브먼츠 비긴즈>가 1위를 차지하고, 성차가 잘 나타나지 않는 지우개똥이 2위, 용감하고 힘센 여성 아동이 발차기로 심현귀를 물리치는 <노리야 학교 가자>가 3 위를 차지한다. 이러한 사실은 아동 감상자들이 콘텐츠의 영향을 받기만 하는 피동적 수용자가 아니라 콘텐츠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소비자임을 환기시키며, 아동 감상자들의 비판적 수용과 선택이 젠더의 문화적 악순환을 끊어내는 데 기여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본 논문은 아동 웹툰을 대상으로 젠더 재현 양상을 검토한 최초의 연구로서 외모 특질뿐 아니라 심리 및 기능적 특질을 분석하고 그 차이를 밝혀 젠더 재현 양상의 복잡성을 논증한 의의가 있다. 또 아동들의 선호도가 젠더 재현의 상투성을 비롯한 문화적 악순환을 끊어낼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음을 제시한 장점이 있다.
References
- 조셉 조네이도, 구은혜 역, 만들어진 아동, 마고북스, 2011.
- 멀리사 에임스, 사라 버콘, 조애리, 이혜원, 유정화, 김진옥, 강문순, 윤교찬, 박종성, 최인환 역, 대중문화는 어떻게 여성을 만들어내는가, 한울아카데미, 2020.
- 김은영, "어린이 텔레비전 단편영화의 서사구조 분석 - EBS의 2009 ABU 어린이 드라마 시리즈 5개국 편을 중심으로," 미디어,젠더&문화, 제14권, pp.5-42, 2010.
-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 w.html?idxno=204122, 2021.10.29.
- 이미솔, 홍성욱, "과학 다큐멘터리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 EBS <뇌로 보는 인간>의 '섹스'편의 콘텐츠 변화를 중심으로," 영상문화콘텐츠연구, 제23권, pp.303-330, 2021.
- https://blog.naver.com/snartc/222075759747, 2021.10.29.
- 홍지아, "한국 모성담론의 역사성," 현상과인식, 제38권, 제1.2호, pp.205-228, 2014.
- 최시한, 소설, 어떻게 읽을 것인가, 문학과지성사, 2010.
- 김은실, "대중문화와 성적 주체로서의 여성의 재현," 한국여성학, 제14권, 제1호, pp.41-77, 19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