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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Ethnographic Research on the Practice of Maeul Community Media

마을공동체미디어 실천에 대한 민속지학적 연구

  • 김은규 (우석대학교 미디어영상학과)
  • Received : 2022.01.03
  • Accepted : 2022.02.07
  • Published : 2022.02.28

Abstract

This study examines the practice of maeul community media as follows; Who, why, and how the role of participants is related to the operation of maeul community media, and the participation requirements. For this purpose, the maeul newspaper published in rural areas was approached by ethnographic Research, and participation observation, in-depth interview, and content analysis were performed. In conclusion, it was confirmed that harmonious participation of residents is the core condition of maeul community media practice. Residents' participation is based on the requirements of spontaneity, openness, talent donation, and local relationship. Spontaneity is a desire and effort for the activation of the community as a member of the local community. Openness is related to the operation structure of maeul community media where anyone can freely participate. Talent donation is based on their experience, knowledge, and expertise as a concrete practice of resident participation. Local relationship is the network of community that connects spontaneity and practice, and the operating structure of maeul community media. These requirements should be operated positively to ensure the function of maeul community media and sustainability.

본 연구는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실천과 관련 누가, 왜 참여하고, 참여자들의 역할은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운영에 어떠한 연관성을 가지는지, 그리고 참여자들의 참여 요건은 무엇인지를 살펴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농촌지역사회에서 실천되고 있는 마을신문을 민속지학적으로 접근하였고, 참여관찰, 심층인터뷰, 내용분석을 수행했다. 연구 결과는 조화로운 주민 참여가 마을신문 실천의 핵심이며, 주민 참여는 자발성, 개방성, 재능기부, 관계성이라는 요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발성은 지역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지역사회의 활성화에 대한 바램과 노력이 이어지는 것이다. 개방성은 주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마을신문의 운영 구조와 연관된다. 재능기부는 주민 참여의 구체적 실천 형태로서 각자의 경험, 지식,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관계성은 자발성과 실천을 연결해주는 지역사회의 연결망이자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운영 구조이다. 이러한 주민참여의 요건들이 긍정적 협업으로 이어질 때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순기능이 발현되며, 지속가능성 역시 확보된다는 것을 마을신문의 사례를 통해 확인 할 수 있었다.

Keywords

I. 서론

1. 연구배경 및 연구목적

마을공동체미디어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실천이 증가하고 있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11월 기준 전국적으로 분포되어 있는 마을공동체 미디어는 총 348개이다[1]. 마을공동체 미디어는 자신들의 목소리는 자신들이 낸다는 지역공동체 차원의 주민자치적 커뮤니케이션 실천이다[2]. 이에 마을공동체 미디어는 시민의 기본권인 커뮤니케이션 권리 확보와 지역정체성 구성이라는 사회적 가치와 의미를 갖는다. 또한 마을공동체미디어는 지역정체성 구성을 촉진한다. 지역은 동질적 이웃의 자연적 군집이 아니라 합목적적 이해집단의 공간이다[3]. 지역에 관한 재현과 상징, 구성원 간 교류와 소통을 통해 소속감과 친밀감, 애착심을 다지며 지역 정체성을 내면화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미디어는 상징적·제도적 형상에 속하나 소실된 지역성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과정을 주도하면서 재상징화 역할을 수행한다[4]. 오롯이 동네나 마을 단위의 지역사회에 집중하는 마을공동체미디어는 지역성의 구성과 관련 순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마을공동체미디어 실천이 증가함에 따라 이를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하는 학술적 논의들도 풍부해지고 있다. 예컨대, 마을공동체미디어를 통한 소통행위와 소통방식[5][6], 공동체적 참여와 민주적 정치성[7]에 대한 연구들은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사회문화적 함의에 대해 고찰한다. 또한 다중의 다층적 실천[8-10], 참여자들의 경험 가치와 실천 원리[11][12]에 대한 연구들은 마을공동체미디에 대한 참여적 경험의 긍정성과 실천 과정의 고려 요소들은 살펴보고 있다. 그리고 마을 만들기와 마을 공동체 미디어의 관계성[13]에 대한 연구는 마을공동체 미디어가 마을만들기와 같은 지역공동체 활동에 어떻게 호혜적으로 작동되는지를 검토하고 있다. 이 같은 연구들은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사회문화적 가치, 실천 원리와 경험 가치, 지역공동체와의 관계성 등을 고찰한다는 점에서 분명 의미가 있는 작업이다.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 소수에 불과하기에 좀 더 다양한 접근 속에서 논의의 지형을 풍부하게 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선행 연구의 연장선 속에서 마을공동체 미디어 실천의 참여자 측면에 초점을 두고자 한다. 즉, 마을공동체 미디어에는 누가, 왜 참여하며 어떠한 역할들을 수행하는가, 그리고 참여를 이끌어내는 동인은 무엇인가를 사례 연구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주민 참여자들은 마을공동체미디어 활동을 통해 참여, 소통, 표현, 기록의 욕구를 실현한다. 단절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 표현하고 소통하고 싶은 욕구, 일상의 변화에 참여하고 싶은 욕구들을 실현한다는 것이다[14]. 지속가능한 마을공동체 미디어 실천을 위해서는 참여자(사람), 조직, 공간, 재정, 제도의 요소가 조화롭게 작동되어야 한다 [15]. 각각의 요소들이 모두 중요하겠지만, 마을공동체 미디어 활동은 그 자체로서 지역 주민과 지역사회와의 관계망, 지역 주민들 간의 관계망이기에 참여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이에 본 연구는 마을공동체 미디어의 참여자의 동기 요인과 역할의 관계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2. 연구 방법

본 연구의 목적은 마을공동체미디어의 실천과 관련 누가, 왜 참여하고, 참여자들의 역할은 마을공동체 미디어의 운영에 어떠한 연관성을 가지는지, 그리고 참여자들의 참여 요건은 무엇인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농촌 지역사회에서 실천되고 있는 마을공동체 미디어를 민속지학적으로 접근했다. 구체적인 연구 대상은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 지역에서 발행되는 마을신문 <삼례사람들>이다. <삼례사람들>은 2018년 창간 준비과정을 진행하고, 2019년 3월 창간호를 발행한 후 2021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발행되고 있는 농촌 기반형 마을공동체미디어이다. 필자는 삼례 마을신문의 발행 과정에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다. 때문에 이 연구는 필자의 참여 경험을 토대로 한 민속지학적 분석이자 기록이기도 하다.

민속지학적 접근은 연구자가 직접 연구 대상의 영역으로 들어가 실체적인 현실을 기록하고 관련 목소리를 기록하는 질적 연구방법이다. 연구대상을 연구자의 학문 세계로 불러들이는 일반적 양적 연구와는 접근 방법의 차이가 있다. 민속지학적 방법은 애초 인류학에서 ‘타자’의 문화를 연구하기 위해 발전되어 왔지만, 사회학 등 여타의 학문 분야에서도 주요한 접근 방법으로 삼고 있다. 미디어 연구 분야에서도 민속지학적 접근은 미디어 생산자 및 수용자 행위에 대한 질적 접근을 위한 주요한 연구방법론으로 적용하고 있다[16].

민속지학적 접근 속에서, 구체적으로는 참여관찰, 참여자 심층인터뷰, 마을신문 내용분석을 종합적으로 수행했다. 참여관찰은 사회적 현상 분석을 위해 연구자가 직접 참여하면서 연구 대상에 대한 정리 및 분석을 통해 살펴보는 연구방법이다. 직접적 참여를 통한 내부적 차원에서 관찰이 이루어지기에 연구 내용에 대한 심층적 접근과 밀도있는 자료 축적을 통한 두터운 분석이 진행된다는 장점이 있다. 삼례지역 마을신문 준비과정에서부터 연구자가 준비위원회에 직접 참여했으며, 이후 초기 운영위원으로 관여하기도 했다. 마을신문 준비위원회 및 운영회의에 참여하면서 마을신문의 방향성과 운영방안 등에 대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함으로써 기초자료를 확보했다. 심층인터뷰는 참여 관찰과정에서 병행적으로 진행됐다. 마을신문 준비위원회 참여자들에 대한 심층인터뷰를 개별적으로 실시했으며 (심층인터뷰 대상 현황은 [표 1] 참조)1, 정기적 발행 이후에는 운영 및 편집 책임자에 대한 심층인터뷰를 추가로 실시했다. 내용분석은 창간준비호부터 2021년 9월까지 발행된 총 31회의 신문 내용을 토대로 마을 신문콘텐츠의 주요 내용과 특성, 내용과 필진의 관계를 살펴보았다. 이러한 연구방법들을 통해 마을신문 운영 과정에서 보여지는 주요 변화와 흐름은 어떻게 참여자의 역할과 상관성을 갖는지 검토했다.

Ⅱ. 배경적 논의

1. 삼례: 지리 및 사회문화적 특성

마을은 해당 지역의 지리적 특성과 역사·문화적 특성을 기반으로 주민들의 삶이 영위되는 지역 공동체이다. 이에 전라북도 삼례 지역에서 발행되는 마을신문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삼례의 지리 및 역사·문화적 특성을 우선 이해할 필요가 있다.

삼례는 행정구역상 전라북도 완주군 서부에 위치해있다. 전라북도의 주요 도시인 전주시와 익산시의 중간에 자리하고 있으며, 남쪽으로는 호남평야의 젖줄인 만경강이 흐른다. 전라선(익산-여수) 철도, 호남고속도로, 국도 1호선이 관내 권을 관통하고 있는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하다.

삼례는 역사적으로 ‘역촌 정체성’을 가진 지역이다. 삼례에는 고려시대부터 역참이 설치되어 있었다. 조선 시대에는 한양을 중심으로 전국을 연결하는 9대 간선도로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인 ‘삼남대로’가 삼례에서제6로(한양-통영)와 제7로(한양-제주)로 갈라졌다. 이에 삼례는 조선시대부터는 주변 12개 역을 관장하는 ‘도찰방’이 상주하는 주요 역참 지역이 되었다. 요컨대, 삼례는 ‘찰방역’(삼례도찰방역)이 자리한 호남지방의 관문이자 교통의 요충지였던 것이다[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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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읍 위치

삼례는 동학농민운동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1892년 동학 교도들은 교조 최제우의 신원운동을 위한 ‘취회(집회)’를 삼례에서 개최했다. 그리고 1894년 동학농민운동의 1차 봉기(고부 농민봉기 및 무장기포) 이후, 2차 봉기가 삼례를 중심으로 진행됐었다[18]. 이처럼 삼례는 교통의 요지이면서 동학농민운동의 중심지라는 역사성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삼례에 위치한 마을 명칭 및 문화유산들은 역참 및 동학농민운동과 연관성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삼례의 생활문화는 읍내에 위치한 전통시장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역참이 있었기에 삼례는 전통적으로 주막거리와 장(시장)이 발달된 개방된 공간이었다. 삼례 오일장에 대한 최초의 기록은 1830년 <임원경제지> 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호남의 도찰방이 자리했던 지역이기에 삼례에서의 장 형성은 그 이전부터라고 추정되고 있다[19]. 상설 재래시장이 형성된 현재도 3일과 8일에 오일장이 열리면서 삼례 지역 생활문화의 중심지로 기능하고 있다.

교통의 요지였던 지리적 특성은 아픔의 역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일제강점기 근대문물로 철도와 삼례역(기차역)이 들어서면서, 삼례는 철도를 통한 미곡 수탈의 중심지가 되기도 했다. 이 시기 삼례 기차역 중심으로 양곡 창고가 많이 지어졌었다. 이 건물들은 지자체의 지역문화 활성화 사업과 연결되면서 ‘삼례문화예술촌’ 이라는 지역 문화자원으로 거듭나게 된다. 이에 삼례문화예술촌은 행정안정부의 ‘향토자원 베스트 30선’ 선정, 문화재청 ‘근대문화유산등록문화재’ 지정, 지역문화 대표 브랜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하면서 지역의 새로운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20].

한편, 삼례 남부를 휘감아 흐르는 만경강은 삼례 지역 생태환경의 중요한 자원을 제공한다. 습지 군락이 형성된 식물자원의 보고이기도 하며, 철새 및 포유류동물들의 서식처로 자리한다. 또한 ‘만경강사랑지킴이’ 와 같은 지역 공동체 활동의 매개가 되기도 한다.

이상에서 보듯, 삼례는 한양과 호남을 잇는 교통의 요충지라는 지리적 특성을 바탕으로 오랜 역사의 오일장 형성, 동학농민혁명의 중심지, 근대 철도의 도입 과일 제 강점기 수탈 현장이라는 역사성을 지니고 있는 지역이다. 이후 삼례는 특산물 농업의 활성화, 귀촌 귀농 인구의 증가2, 도시 근접 농촌지역이라는 점이 장점으로 인식되는 등 여러 여건들이 서로 상호작용 하면서 주목받은 지역이 되고 있다. 삼례 지역 주민들의 공동체 활동은 이러한 지역적 특성에 기반 해 진행되고 있다.

2. 삼례 마을신문 <삼례사람들>의 발행 특성

<삼례사람들>은 2019년 3월 창간되어 월 1회 발행되는 마을신문이다. 타블로이드 판형 8면 발행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제작 사정에 따라 4면이 발행되는 경우도 있다. 발행 주체는 ‘삼례공동체미디어’라는 주민자치 공동체이며, 운영을 위한 조직은 운영위원회와 편집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운영위원회는 마을신문의 운영 방향과 재정을 주로 담당하며, 편집위원회는 마을신문 제작 실무를 맡는 편집장과 주민기자들로 구성되어 있다. 운영위원이나 주민기자 등 모든 참여 인원들은 보수를 받지 않는 재능기부의 차원에서 활동하고 있다.

마을신문 발행을 위한 재원은 참여자 및 주민들의 후원금과 기부금을 바탕으로 한다. 1회 발행 시 총 1, 000 부를 인쇄하여 배포한다. 배포 방식은 지역 내 주요 기관(관공서, 은행, 마을 노인당 등)에 비치하는 것과 우편배달을 통해 이루어진다. 2021년 9월 29호까지 종이신문을 발행했으며, 30호부터는 인터넷신문으로 전환했다. 종이신문 발행에서 인터넷신문으로 전환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재정적 문제 때문이다. 매월 발행 과정에서 드는 지출 비용(인쇄비, 우편배달비, 제작 진행비 등)이 수익에 비해 부담이 된 것이다. 재정 문제가 마을신문의 지속성 여부와 긴밀하게 관련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사안이다.

Ⅲ. 마을신문 준비 과정: 누가 왜 참여하는가

1. 마을신문 준비위원회 활동

삼례 마을신문 발행을 위한 논의는 2018년 9월부터 시작됐다. 마을신문 발행 취지에 공감하는 지역 주민들이 한데 모여 주민회의를 개최한 것이다. 이 모임의 참여자들은 크게 두 가지 흐름을 바탕으로 묶여졌다. 첫째는 마을만들기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던 그룹이다. 삼례읍이 속해 있는 완주군은 원도심 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관내에 위치한 지역대학과 협력하여 협동조합 실무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이 프로그램의 한 분야인마을만들기 모둠에서 마을 활성화를 위한 방안으로 마을 미디어의 발행을 추진하는 그룹이 형성됐다. 둘째는 마을 미디어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던 지역 주민들이다. 지역의 의사소통과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한 하나의 실천으로서 마을미디어 발행을 생각하고 있던 주민들이 있었던 것이다. 이 두 그룹의 주민들이 함께 모여 마을신문 발행 논의를 시작했다. 이후 주민회의는 10명의 주민이 참여하는 마을신문 준비위원회로 전환되었다. 준비위원회는 2018년 10월부터 3개월 동안 10여 차례의 준비모임을 가지면서 마을신문 운영 방향성과 실무적 필요 사항들을 논의했다.

준비위원회 활동은 크게 두 가지 차원으로 진행됐다. 하나는 스스로의 필요에 의한 마을신문에 대한 학습을 수행한 것이며, 이는 ‘마을신문 만들기 강좌’를 통해 진행됐다. 강좌는 마을공동체와 마을미디어에 대한 이해, 마을미디어 운영 사례, 언론과 윤리·명예훼손, 마을 미디어 제작을 통한 주민 관계 모색 등 총 4회로 구성되었고, 이를 통해 마을미디어에 대한 이해 및 관점을 정리했다. 다른 하나는 삼례 마을신문의 운영 방향성에 대한 논의이다. 마을신문 발행 취지와 목적, 재정 확보 방안, 편집 방향성 등이 검토되었다.

3개월에 걸쳐 10여 차례 진행된 준비위원회 모임은 마을신문 운영 방향을 다음과 같이 최종적으로 정리했다. 우선 마을신문의 발행 주체를 ‘삼례공동체미디어’로하고, 운영위원회와 편집위원회를 구성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준비위원회는 자연스럽게 ‘삼례공동체미디어’라는 운영 주체로 전환했고, 운영위원장 및 편집위원장이 선출됐다. 그리고 운영방침으로는 △ 주민과의 소통을 가장 우선시 한다, △ 주민의 생각과 마음을 담는다, △ 종교적이거나 정치적 이념과는 거리를 둔다, △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다, △ 삼례공동체미디어의 정관에 의결된 바에 따라 발간한다와 같은 다섯 가지 발행원칙을 정리했다.

마을신문 준비 과정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 속에서, 마을신문 발행의 방향성과 원칙을 정하고, 이에 따른 조직구성과 역할들을 정비했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과정이었다. 이를 위해 수 차례 논의가 진행되었으며, 마을신문 발행에 필요한 교육들도 수행되었다. 주민 참여의 공동체 활동이 조직되고, 주민참여 기반의 마을 미디어가 탄생한 것이다.

2. 참여 동기와 마을신문 발행 목적

마을신문 준비위원회의 참여자들은 모두 삼례 지역과 관련이 있는 사람들이다. 기본적으로 삼례 원주민과귀농귀촌인으로 구분할 수 있지만, 이들의 내력은 다양하다. 예컨대, 평생을 삼례에서 살아 온 토박이 농민, 젊은 시절 외지로 나갔다가 다시 돌아 온 주민, 삼례 원주민이지만 외부 지역에 직장을 둔 주민, 삼례 지역 직장에 출퇴근하는 직장인, 귀촌 후 지역문화 활동을 하는 주민 등이다. 이들이 주민회의를 통해 뜻을 같이한 이유는 삼례라는 지역공동체의 활성화를 바라고, 이를 위한 방편으로 마을신문 발행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표 1. 삼례 마을신문 준비위원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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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위원들이 생각하는 마을신문 참여 동기 및 발행목적은 대체로 두 가지 내용으로 정리된다. 첫째는 지역 사회 의사소통 통로의 필요성이다.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역 주민들 간의 원활한 소통 통로가 필요하고, 마을신문이 이를 위한 효율적인 방안이라는 인식이다. 두 번째는 지역 문화자원의 공유 및 전달이다. 오랫동안 내려온 지역의 문화유산을 공유하고, 이를 마을공동체의 활성화 자원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발생하는 행정적, 공동체적 일들이 직접적으로 우리와 관계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무관심과 홍보부족으로 깜깜이로 지내왔다. 지역사회의 소통창구가 필요함을 느껴 참여하게 됐다. 마을신문은 지역사회의 소통과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마을공동체의 활성화 목적이 있다”(준비위원 A).

“삼례는 왜 화합하지 못할까, 이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을 해 왔는데, 마을신문이라는 좋은 매개체를 알게 되어 준비모임에 참여하게 됐다”(준비위원 C).

“삼례라는 지역에 많은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소식 전달이 잘 되지 않는다. 그리고 내 일이 아니면 관심을 갖지 않는 배타적 문화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 방법으로 마을신문이라는 매체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했다”(준비위원 G).

위 내용들은 마을 주민들의 소통 부족을 지적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서 마을신문을 제시하는 언급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지적과 대안들은 주로 삼례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 온 원주민 혹은 장기거주자라는 점이다. 이들의 인식은 지역 거점 도시에 바로 인접한 농촌 지역이라는 삼례의 지역적 특수성을 반영하는 문제의식이다. 삼례는 전라북도의 주요 도시인 전주와 익산 사이에 이웃하고 있는 지역이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의 생활경제권이 이웃한 주요 도시들과 중첩되면서 삼례 지역의 구심점을 형성하는 매개가 부족하였고, 주민들 간의 소통 역시 원활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편, 지역 공동체 내 주민들 간의 소통과 더불어 지자체 행정과 주민간의 소통 문제 역시 언급되기도 한다. “행정적 일들이 우리와 관계된 일임에도 불구하고 홍보 부족”(준비위원 A), “지자체가 주민의 가치와 동떨어진 사업처리”(준비위원 H) 등 소통의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준비위원들이 제기하는 소통의 문제는 지역사회 주민들 간의 소통, 그리고 지자체 행정과 주민들과의 소통 모두를 포함한다.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소통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고,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소통의 매개체로서 마을신문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제안이다.

마을신문의 발행 목적과 관련 두 번째로 강조되는 것이 지역 문화자원의 공유 및 전달이다. 이에 대한 강조는 주로 지역의 생태·문화 활동을 하는 준비위원들에게서 보여진다.

“삼례에는 많은 문화자원들이 있지만, 평가절하 되어 방치되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 이런 문화적 자산들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마을신문이다”(준비위원 F).

“삼례는 조선시대부터 역참이 있던 지역이다. 삼례의 자긍심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역사적 장소, 인물 등의 이야기와 현재를 살아가는 삼례인들의 이야기가 마을신문을 통해 전달될 필요가 있다”(준비위원 D).

앞서 배경적 이해에서 살펴보았듯이 삼례는 전통적으로 역촌 정체성을 토대로 지역사회를 형성해 왔다. 조선시대 삼남대로의 중심지이며, 호남의 관문이었다. 또한 호남평야의 동맥인 만경강을 끼고 있는 평야지대이다. 때문에 역사문화 자원 및 생태자원들이 지역 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지역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이러한 자원들을 활용할 필요가 있으며, 마을신문이 이를 위한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준비위원들이 공유하는 마을신문의 발행목적은 지역사회의 소통 활성화, 지역 생태·문화·역사자원의 공유와 전달을 통한 공동체의 활성화 모색으로모아진다. 그러기에 마을신문의 내용 역시 이와 같은 발행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도록 방향성이 설정되었다.

Ⅳ. 마을신문 콘텐츠와 필진

1. 마을신문의 주요 콘텐츠

전체적으로 삼례 마을신문의 콘텐츠는 지역민/지역공동체 소개, 지역소식, 역사·문화, 생태·환경, 생활 정보, 인문교양, 고정칼럼을 구분된다. 내용적 방향성은 마을신문 준비위원회에서 제시한 발행 목적과 연관되어 지역 공동체의 소통과 지역의 역사·문화·생태 자원의 공유 및 전달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표 2. 삼례 마을신문 주용 내용과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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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민/지역공동체 활동 관련 내용은 주민들의 공동체 활동 혹은 주민 소개에 중점을 두고 있다. 삼례농악단, 배구 동호회, 삼례시장 뱀띠 모임 등 삼례 주민들이 참여하는 여러 유형의 활동들이 소개된다. 또한 주민소개는 청년 농부들, 이주여성, 작가 할머니와 같이 특정 주민이 조명되기도 하며, 나눔가게, 시장 공방, 반미 사이공(베트남 음식점) 등 삼례 전통 시장의 상인들을 소개하기도 한다.

역사·문화에 관한 내용은 크게 세 갈래이다. 첫째는 마을 이야기, 마을이름 유래, 골목이야기와 같이 삼례 지역 마을의 역사와 유래에 관한 이야기이다. 둘째는 마을 명소 소개, 동네문화답사와 같이 지역 내 문화유산들에 대한 안내이다. 지역 전통이나 지리적 특성을 품고 있는 문화자원들이 주로 소개된다. 셋째는 삼례와연관된 역사 및 인물들에 대한 내용이다. 삼례 독립운동의 역사와 독립운동가, 일제강점기 삼례 만세 사건, 근대 철도의 삼례 유입, 동학과 삼례 봉기, 한국전쟁과 유공자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삼례 지역의 역사적 사실과 인물들에 대한 소개이다.

생태·환경은 삼례 주변 지역의 동식물과 환경에 관한 정보이다. 삼례 남부지역을 감아돌며 흐르는 만경강의 동식물, 그리고 지역 내 눈여겨볼 만한 생태 자원들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생활정보는 건강상식과 노인복지에 관한 내용을 주로 다루고 있다. 이는 농촌 지역의 특성상 고령자가 많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나 코로나 19 감염병이 확산되던 시기에는 이에 대한 방역 대책과 유의사항들을 고령자 층의 눈높이에서 쉽게 설명하는 내용을 싣기도 했다.

표 3. 삼례 마을신문의 발행 체제 및 주요 콘텐츠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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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 마을신문은 발행 취지에 맞추어 지역사회의 소통과 지역 역사·생태·문화 유산 전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하지만 마을신문의 주요 콘텐츠들은 마을신문 발행 변화과정과 맞물리며 일정한 편차를 보인다. 삼례마을 신문 <삼례사람들>은 2019년 3월 창간호 이후 2021년 9월까지 총 29회 종이 신문을 발행했다. 준비과정에서 발행한 창간준비호 2회까지 합치면 총 31회 제작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삼례 마을신문은 두 차례의 변화를 겪었다. 창간준비호(2018.12)부터 11호 (2020.1)까지는 8면 발행을 유지하다가, 12호(2020.3) 부터 21호(2021.1)까지는 4면 발행, 이후 22호 (2021.2)부터는 다시 8면 발행 체제로 복귀했다. 8면-4면-8면 발행 체제의 변화 속에서 마을신문의 주요 콘텐츠 역시 시기별로 흐름을 달리한다. 주목되는 변화는 세 가지 유형의 콘텐츠이다. 첫째는 지역 소식과 관련해서 단신 모음이 아니라 취재를 바탕으로 하는 정보 비중이 늘었다는 점이다. 그만큼 마을신문 기자의 활동이 증가했다는 의미이다. 둘째는 역사문화 콘텐츠의 비중이 대폭 줄었다는 점이다. 초기 8면 체제에서는 마을 역사, 지역역사, 관련 인물에 대한 내용들의 비중이 매우 높았으나, 4면 체제 이후 현저하게 감소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셋째는 생태·환경 관련 내용의 변화이다. 초기 8면 발행 시기에는 만경강을 중심으로 하는 동식물 생태에 대한 콘텐츠가 많이 보였으나, 4면 발행 시기에는 단 한건도 없다. 이후 8면 발행으로 복귀한 후에는 생태보다 지역 환경에 대한 내용들로만 채워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주요 원인은 마을신문 참여자들, 즉 기자 및 필진의 인적 구성과 관련된다. 마을신문 기자 혹은 필진으로 참여하는 주민들의 구성에 따라 콘텐츠도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또한 참여자에 따라 마을신문 발행 체제 역시 영향을 받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한다. 마을신문의 운영과 내용에서 주민 참여와 인적구성의 문제가 중요하게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2. 마을신문 콘텐츠 참여자: 주민기자와 필진

삼례 마을신문의 콘텐츠는 주민기자와 고정 필진에 의해 제작된다. 이는 기사 작성자를 밝히는 명칭 상의 구분이기도 하며, 콘텐츠 제작 참여의 행위적 유형의 구분이기도 하다. 기자나 고정 필진 모두 주민참여의 일환으로서 일정한 비용 지불이 없는 재능기부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주민기자가 고정 필진으로 특정 아이템의 연속 기사를 담당하기도 한다.

주민기자는 마을신문 조직 구조상 편집위원회 소속이다. 편집위원장이 실무 책임을 맡고 있으며, 편집위원장 역시 무보수 재능기부이다. 물론 신문제작 과정에서 소요되는 최소한의 진행비는 지급된다. 주민 기자들은 주로 지역 행사, 지역 이슈, 주민 인터뷰 등 취재를 기반으로 하는 기사를 작성한다. 기사 아이템은 편집회의를 통해 선정되기도 하며, 주민기자가 참여하는 지역행사나 공동체 활동이 기사화되기도 한다.

삼례 마을신문의 주민기자는 세 유형의 참여자들로 구분된다. 첫째는 마을신문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던 주민들이다. 둘째는 지역의 특정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는 주민들이다. 셋째는 마을신문에 관심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참여한 주민들이다. 이 중 핵심은 아무래도 준비위원으로 참여했던 주민들이며, 이들의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주민기자의 참여가 연결되는 경우도 있다.

주민기자 활동은 지역 내 다른 공동체 활동과 상호연계되기도 한다. 예컨대, ‘만경강사랑지킴이’라는 지역 내 생태환경 활동이 주민기자 활동과 연결되며, 청소년공동체 활동이 마을신문 기자 활동으로 수렴되고 있다. ‘만경강사랑지킴이’는 지자체에서 주관한 생태 아카데미 과정을 계기로 만경강이 품고 있는 생태 환경과 문화역사를 지역에 알리고 보존하는 활동을 하고 있는 민간단체이다[22]. 이 단체의 회원 중 일부가 삼례 마을신문주민 기자로 활동하며, 주로 지역 생태 환경 관련 소식을 전하는 주민기자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삼례지역 청소년들이 참여한 ‘청소년기자단’이 신문 제작에 참여하기도 한다. 청소년기자단은 지자체의 지역공동체 육성사업 프로젝트와 연관된다. 마을신문 발행 주체인 삼례공동체미디어는 지자체의 공동체 사업과 연계하여 청소년기자학교를 운영하였으며, 지역 청소년 10여 명이 2개월 기간의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청소년기자단으로 활동하게 된 것이다. 이처럼 삼례 마을신문의 주민기자 활동은 지역 내 공동체 활동과 긍정적 상호작용이라는 순기능적 측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하지만, 마을신문 주민기자 활동은 참여자의 변동에 따른 불안정성이라는 문제를 가지고 있기도 한다. 주민참여에 기반하는 마을신문의 특성 상 주민기자는 마을신문 발행에 관심을 가진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상황에 따라 중단 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고정적인 참여 인원으로 주민기자 시스템이 운영되지 않는다는 불안정성을 드러낸다. 초기에 참여했던 사람이 일정한 시점이 지나 불참하는 경우, 특정 시기만 참여하는 경우 등 주민 참여 정도에 따라 시기별로 변동이 있는 것이다. 주민기자의 유동성은 참여자들의 생업 혹은 지역 내 관계성의 문제와 연관된다. 농업경제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이다 보니 농사철 바쁜 시기에는 아무래도 여유 시간을 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불참하는 상황이 생겨나기도 하며, 또한 지역의 인적 관계 속에서 친분 있는 지인들이 함께 참여했다가 동시에 불참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하는 것이다.

마을신문 콘텐츠 작성에는 주민기자 외에도 여러 유형의 필진이 참여하고 있다. 주민기자들이 지역 공동체의 소식과 행사에 관한 소식을 담당한다면, 주민 기자 외 필진은 지역의 역사·문화·생태자원 등과 관련한 내용을 주로 다룬다. 삼례 마을신문 콘텐츠의 두 가지 축 중 하나를 담당하고 있는 것이다.

필진의 참여 방식은 크게 두 가지 유형이다. 하나는 마을신문 발행 주체인 삼례공동체미디어에 직간접으로 관여하면서 필진으로 참여하는 경우이다. 마을신문 발행을 추진했던 준비위원들이 이에 해당하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외부 필진으로서 자신의 직업이나 전공과 연계하여 기획기사를 연재하는 경우이다. 이 역시 재능기부 차원의 활동이다. 또한 필진은 다시 지역 원주민과 귀촌 귀농 등 외부 유입 주민들이라는 두 유형으로 구분되며, 참여 필진의 유형이 마을신문 콘텐츠의 내용과 연관됨을 보여준다. 즉, 누가 필진이냐에 따라 콘텐츠 내용 성이 구분되는 것이다.

관련하여 지역 원주민 필진이 작성하는 내용은 주로마을과 지역의 역사, 마을의 문화에 대한 내용들이다. 오랫동안 지역 토박이로서 살아 온 원주민들이기에 마을의 내력이나 마을 문화의 특성에 대해 잘 알고 있는 것이다. 예컨대, 마을신문 발행 준비모임부터 참여했던 ‘준비위원B’는 70대 초반의 연령으로 대표적인 삼례 토박이 주민이다. 때문에 삼례 지역의 마을과 명소, 그리고 지역 문화유산에 대한 체험적 지식과 정보를 마을신문 콘텐츠로 연결한다. ‘이야기꾼 할아버지’와 같은 별명을 사용하면서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마을이야기, 마을 이름의 유래, 마을이야기 등의 콘텐츠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외부고정필진A’는 향토 사학에 대한 전문성을 지닌 60대 초반의 토박이 원주민이다. 마을신문 운영에 직접적으로 관여하고 있지 않지만, 자신의 전공 지식을 바탕으로 삼례 지역의 근현대 역사 및 인물들에 대한정보를 제공하는 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에 반해 외부 유입 주민들은 삼례 지역의 생태 환경이나 인문·교양 등에 관한 내용을 주로 생산한다. 귀농귀촌 혹은 타 지역에서 이주 해 온 유입 주민들은 자신들의 전문 영역이나 관심 영역을 바탕으로 한 콘텐츠를 통해 마을신문에 제작에 관여하고 있다. 예컨대, 마을신문 발행 준비모임부터 참여했던 ‘준비위원F’와 ‘준비위원 G’는 타 지역에서 이주 해 온 주민이면서 지역 생태자원에 관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활동 해 온 사람들이다. 이들은 만경강을 중심으로 동식물 등 생태자원에 대한 내용을 전달하는 고정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외부고정필진B’의 경우는 타 지역 출신이지만 등단 경력이 있는 시인이며, ‘외부고정필진C’는 전직 교사 경력의 귀촌 주민이다. 이들은 자신의 전공 혹은 관심사를 바탕으로 상상력 사전, 노래로 보는 세상과 같은 인문교양적 내용을 마을신문에 연재하고 있다. 지역적 소재와 직접적 연관은 없지만 농촌지역 생활과 관련하여 생각해 볼 내용들을 인문학적 차원에서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지역 원주민 혹은 귀촌귀농에 기반 한 전문성의 유형이 아니라, 지역 주민생활과 연계된 직업이나 기관 경험들을 연재하는 필진들도 있다. 이들의 연재내용은 농촌 지역 주민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되며 관련 정보들을 제공한다. 예컨대, 삼례 전통시장 내에서 약국을 경영하는 ‘외부고정필진D’는 농촌 지역 주민들의 생활과 연결된 건강 상식 관련 내용을 꾸준히 연재하고 있다. 어르신돌봄센터를 운영하는 ‘외부고정필진 E’ 역시 기관 운영 경험을 토대로 노인돌봄에 대한 내용을 전달한다. 이러한 연재 내용들은 특히 노년층이 많은 농촌 지역의 특성을 반영하면서 실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결된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표 4. 삼례 마을신문 콘텐츠 참여 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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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례 마을신문의 콘텐츠 생산에는 원주민, 타 농촌 지역 유입 주민, 귀농귀촌인 등 여러 유형의 주민들이 관계하고 있다. 이들이 마을신문을 매개로 지역 소식과 지역의 역사문화, 생태환경 등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참여 주민들 각자의 전문성이 콘텐츠의 내용성과 연결되기도 한다. 자신들의 직업, 활동, 지식, 경험 등이 마을신문의 기사로 발현되고 있는 것이다. 주민 참여에 의한 지역 소통과 문화·생태자원의 공유라는 마을신문 발행 목적이 순기능 적으로 수행되고 있음이다.

Ⅴ.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전라북도 완주군 삼례지역에서 발행되는 마을신문의 사례를 민속지학적 접근하여 주민참여의 내용 성과 참여 요건을 살펴보고자 한 연구이다. 이를 위해 마을신문에는 누가 왜 참여하고 있는지, 참여자들의 특성과 마을신문 콘텐츠의 관계성은 무엇인지를 검토했다. 그리고 마을신문에 주민들이 참여토록 하는 요건이 무엇인지 고찰했다. 연구 결과를 결론적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발성이 주민참여의 핵심 동인이라는 점이다. 삼례 마을신문은 준비과정에서부터 신문 발행에 이르기까지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지역 소통 매개체의 필요성을 인식한 지역 주민들과 마을 만들기 운동의 일환으로 마을미디어의 필요성을 인식한 주민들의 결합을 통해 마을신문 발행이 추진되었다. 이들은 10여 차례가 넘은 주민회의를 통해 마을신문 운영 방향성을 모색했으며, 마을신문의 발행 목적과 운영 방안을 공유했다. 그리고 준비모임은 삼례마을 공동체 미디어라는 발행 주체로 전환되었다. 아울러 실재 신문 발행 과정에서도 주민기자 및 고정 필진의 형태로 참여하는 주민들의 자발성이 주요 동력이 되고 있다.

둘째는 참여의 개방성이다. 삼례 마을신문에는 여러 유형의 주민들이 참여하고 있다. 삼례 지역에서 자란 원주민, 타 농촌지역 유입 주민, 귀농귀촌인 등이 마을신문의 기자 또는 필진으로 참여하면서 마을신문의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마을신문을 매개로 다양한 유형의 지역주민들이 결합하면서 지역 사회의 소통을 활성화 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참여의 과정은 개방적이다. 주민 누구나 관심과 의지가 있다면 마을신문의 제작에 어떠한 역할로든 참여할 수 있다. 참여의 문턱이 없으며 진출입이 자유롭다. 하지만 이러한 개방성은 참여의 지속성 문제를 낳기도 한다.

셋째는 재능기부 차원의 참여라는 점이다. 참여 주민들은 자신들의 경험, 지식, 전문성을 토대로 역할을 수행하며, 이를 마을신문의 콘텐츠로 발현하고 있다. 삼례마을 신문의 경우 주민들의 참여 방식은 크게 주민 기자와 고정 필진으로 구분된다. 주민기자는 주로 지역 소식전달과 지역 주민 및 공동체 소개에 대한 내용을 담당한다. 고정 필진은 지역의 역사·문화·생태·환경 및 인문 교양 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원주민, 유입주민, 귀농귀촌인 등 다양한 유형의 주민들이 각자의 활동, 지식, 경험에 기반 한 콘텐츠를 마을신문을 통해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넷째는 관계성이 참여를 촉진하는 또 하나의 요인이라는 점이다. 지역사회에는 다양한 인적 관계망이 작동한다. 특히나 삼례와 같은 농촌 지역의 경우는 지역사회의 관계망들이 사회자본의 토대가 되기도 한다. 이장 협의회, 주민협의회, 부녀회 등과 같은 행정 연관 관계망, 상인회, 영농조합(특용작물 관련 주민조합)과 같은 생업 연관 관계망, 그리고 마을만들기운동, 생태환경 운동과 같은 지역공동체 관계망 등이 존재한다. 이러한 관계망은 마을신문 참여의 주요 요인으로 기능한다. 실재 삼례 마을신문의 경우 위와 같은 관계망들이 다차원적으로 연결되고 있다. 마을신문 준비과정에서는 마을 만들기 운동 관여 주민들이 준비위원으로 참여했고, 신문 발행 과정에서는 생태환경운동 활동가들이 주민 기자 및 고정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영농조합 구성원들이 운영위원으로 참여하며 재정적 지원을 하고 있고, 행정 관련 관계망은 마을신문 배포의 한 통로가 되고 있다.

이처럼 삼례 마을신문은 전적으로 주민들의 참여를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주민 참여는 자발성, 개방성, 재능기부, 지역사회 관계망이라는 요인들에 바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공동체의 소통 활성화 및 지역의 역사·문화·생태 자원에 대한 정보 전달이라는 마을신문의 발행 목적을 실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마을신문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는 풀어가야 할 과제들도 놓여있다.

첫째는 참여자들의 지속성 문제이다. 주민 참여는 자발성과 개방성에 기반하기에 참여자의 진출입 역시 자유롭다는 것이 마을신문의 특성이다. 그러나 참여자가 자주 바뀌는 경우 안정적인 마을신문 운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삼례 마을신문의 경우 초기 참여자가 마을신문에서 벗어나는 이유는 생업 문제 등 개인적 사정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참여자들의 갈등 관계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있다. 주민 참여를 통한 협업 구조가 갈등 관계로 어그러지면서 회피가 일어나는 것이다. 때문에 자발성과 개방성에 기초하면서도 참여 주민의 지속성을 확보할 수 있는 운영 방안들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참여 자원의 다원성과 확장성의 문제이다. 참여자의 지속성도 중요하지만 참여 인력의 저변을 넓히는 것도 지속가능한 마을신문을 위한 뒷받침이 된다. 삼례 마을신문의 경우 비교적 다양한 주민 층이 필진으로 참여하면서 자신들의 전문성을 콘텐츠로 연결시킨다는 장점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고정화된 필진은 시간이 지나면서 콘텐츠 확장성에 대한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특정 필진에 의한 콘텐츠가 쌓이면서 지역의 역사문화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고 축적된다는 장점이 있기는 하지만,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정보량의 한계로 관련 콘텐츠의 연재가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참여자의 개인적 사정으로 참여가 중단되면서 관련 콘텐츠 연재 역시 중단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삼례 마을신문의 경우도 이러한 문제적 경험들을 안고 있기에, 주민기자 및 필진 등 참여 자원의 저변 확보 문제는 지속가능한 마을신문을 위해 고려되어야 할 사항이다.

셋째는 마을신문 콘텐츠의 방향성 문제이다. 이는 참여 자원의 다양성 및 확장성의 문제와 연관된다. 삼례마을 신문의 경우 내용적 방향성을 지역 소통과 지역의 역사·문화·생태·환경 정보 제공이라는 두 축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콘텐츠의 생산 주체인 참여자의 문제와 연결되면서 상황에 따라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을 보인다는 문제점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콘텐츠의 생산 주체인 주민 참여자의 문제와 직결되는 문제이기에 참여자들의 지속성, 다원성, 확장성의 문제와 연관되어 고민되어야 할 사항이다.

넷째는 재정 확보의 문제이다. 삼례 마을신문의 재정은 주민들의 후원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운영위원들의 회비 출연, 구독 회원 회비, 후원 회비가 재원의 핵심이다. 마을신문 제작은 참여자들의 재능기부를 바탕으로 하기에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작 진행비, 인쇄비, 배포비 등의 일정 비용이 들어가야 하는 구조이다. 관련하여 재정 수익과 지출 구조가 비등하지 않을 경우 마을신문의 지속가능성을 보장하기 어렵게 된다. 삼례 마을신문 역시 이러한 고민을 안고 있다.

이상 삼례 마을신문의 발행 특성과 과제를 종합해 보면, 결국 조화로운 주민 참여가 마을신문 실천의 핵심임을 확인 할 수 있다. 주민 참여를 어떻게 조직하고 이끌어내느냐의 문제가 마을미디어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관건이라는 것이다. 삼례 마을신문의 사례는 주민 참여는 자발성, 개방성, 재능기부, 관계성이라는 요건을 바탕으로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발성은 지역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 지역사회의 활성화에 대한 바램과 노력이 이어지는 것이다. 개방성은 주민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마을신문의 운영 구조와 연관된다. 재능기부는 주민 참여의 구체적 실천 형태로서 각자의 경험, 지식, 전문성을 바탕으로 한다. 그리고 관계성은 자발성과 실천을 연결해주는 지역사회의 연결망이자 마을공동체 미디어의 운영 구조이다. 이러한 주민참여의 요건들이 긍정적 협업으로 이어질 때 마을공동체 미디어의 순기능이 발현되며, 지속가능성 역시 확보된다는 것을 삼례 마을신문의 사례를 통해 확인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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