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I QR코드

DOI QR Code

Translating the NCS-based Curriculum Introduction Process with the Actor-Network Theory: Focusing on the Case of S College

행위자-관계망 이론으로 NCS기반 교육과정 도입과정 번역하기: S대학 사례를 중심으로

  • 이종원 (서라벌대학교 간호학과) ;
  • 박세연 (서라벌대학교 치위생과) ;
  • 황혜림 (서라벌대학교 치위생과)
  • Received : 2021.09.03
  • Accepted : 2021.10.22
  • Published : 2022.01.28

Abstract

Actor-network theory (ANT) pays attention to the relational effect between human and non-human actors, and transforms numerous networks between these actors by treating non-humans as human-like actors. This paper investigated various non-human actors related to the context before and after the introduction of NCS-based curriculum through ANT. This approach is because as a new system is introduced, the impact on the existing network and conflict situations can be looked at more closely. To this end, the researcher reviewed data from October 2014, when S College discussed whether to introduce an NCS-based curriculum, to February 2017, when practical operation was carried out and graduates were produced. In order to understand ANT theory, we analyzed based on the four stages of translation as claimed by Callon in the ANT theory. As a result, some meanings were confirmed in the case of reforming the curriculum of S College where the NCS-based curriculum was introduced. First, it is an in-depth analysis of the situation surrounding the curriculum, which has been overlooked by research on the existing curriculum. Second, it contributed to interpreting the 'hidden meaning' beyond the 'superficial meaning' of the curriculum within the university. Third, it was possible to indirectly check the conflicts and conflicts with the existing system that appeared in the process of introducing the new system to the College.

행위자-관계망 이론(ANT)은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간의 관계적 효과를 주목하며 비인간을 인간과 같은 행위자로 간주함으로서 이들 행위자간의 수많은 네트워크를 변역한다. 본 논문은 ANT를 통해 NCS기반 교육과정이 도입되는 전후 맥락과 관계되는 다양한 비인간행위자에 대해서 살폈다. 이러한 접근은 새로운 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기존의 관계망에 미치는 영향 및 갈등상황을 보다 면밀하게 살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연구자는 S대학에서 NCS기반 교육과정 도입여부가 논의된 2014년 10월부터 실질적인 운영이 진행되어 졸업생이 배출된 2017년 2월까지의 자료를 검토하였으며, S대학의 NCS기반 교육과정 도입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ANT이론에서 Callon이 주장한 번역의 4단계를 토대로 분석하였다. 그 결과, NCS기반 교육과정이 도입된 S대학 교육과정 개편 사례에서 몇 가지 의미를 확인하였다. 첫째, 기존의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가 간과했던 교육과정을 둘러싼 상황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이다. 둘째, 대학내에서 교육과정이 갖는 '피상적 의미'를 넘어서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는데 기여했다. 셋째, 대학에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존 제도와의 충돌과 갈등 상황을 간접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었다.

Keywords

I. 서론

오늘날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와 각종 내․외부 평가로 인한 조직 내 자원분산으로 위기에 처해있다. 특히 대학과 학과를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평가는 대학의 자율적 운영을 지원하기보다 대학을 특정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평가는 기준을 마련하고 해당 기준에 따라 점수를 부여함으로서 대학이 평가 기준에 의거하여 대학의 주요 의사결정을 고려하도록 영향을 미친다. 즉, 대학의 각종 현안에 직․간접적으로 정부의 영향력이 행사될 수 있다고도 해석가능하다. 이러한 상황은 대학의 자율성과 획일화의 대립적 상황을 넘어서서 대학이 처한 현실이다. 본 연구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하나의 예로 볼 수 있는 전문대학의 국가직무능력표준(National Competency Standards, NCS)기반 교육과정 사례에 주목한다. NCS기반 교육과정은 모든 전문대가 각종 재정지원사업과 대학기본역량진단과 같이 중요한 평가를 받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하나의 관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행위자-관계망 이론을 통해 조망함으로써 교육과정이 도입되는 전후 맥락과 관계되는 다양한 비인간 행위자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한다.

본 논문에서 활용하는 ‘행위자-관계망 이론 (Actor-Network Theory: ANT)’은 인간과 비인간 행위 자간의 관계적 효과를 주목한다. 행위자-관계망 이론은 기존에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과 당연하다고 설명되어 지는 현상을 넘어서 복잡하고 서로가 얽혀있는 잡종적인 세상에 주목한다. 이러한 방식은 비인간 의 역할에 주목하게 한다. 비인간을 인간과 같은 행위자로 간주함으로서 이들 행위자간의 수많은 네트워크를 번역하는 것이 ANT이론의 핵심이다[1]. ANT는 인간뿐만 아니라, 기술, 자연현상, 인공물 등과 같은 비인간도 인간의 행위를 바꿀 수 있는 행위능력을 가진 행위자의 범주에 포함시킨다.

NCS기반 교육과정은 일-교육ㆍ훈련-자격을 연계하기 위해 도입된 NCS기반으로 교육과정에 적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NCS는 2013년 박근혜 정부 국정과제인 ‘능력중심사회를 위한 여건 조성’의 실행 방안으로 활용되었으며, 전문대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 NCS기반 교육과정은 그 개념과 취지에서 알 수 있듯이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정형화된 가치를 추구한다. 하지만 이러한 개념이 대학에 도입되고 운영되는 현장에서는 다양한 변수들이 존재한다. 대학의 설립목적, 대학의 정책, 학과의 특수성, 지리적 여건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ANT의 관점에서 바라볼 때, 교육과정이라는 비인간 행위자는 대학내부의 다양한 기존의 인간‧비인간 행위자에게 변화를 요구하며 실제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낸다. 이는 행위자간 네트워크의 번역으로 설명 가능하다.

ANT는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어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교육학에서는 전통적 학습이론의 대안으로 ANT의 정체성에 주목[2]하고 있고, 사회학에서는 학문적 정체성 위기를 타개할 새로운 기초로써 ANT의 잠재력을 논의 [3]하고 있으며, 인문지리학[4], 융합형 조형연구[5] 등에서도 ANT를 적용하여 이해의 틀을 확장하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따라서 ANT를 본 연구에 활용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교육과정의 핵심 주체인 교수와 학생을 넘어서 교육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그들과 상호작용하는 비인간적 요소를 주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교육과정이 의미하는 상징성을 고려해볼 때, NCS기반 교육과정 도입 같은 하향식 접근은 다양한 행위자들의 변화를 이끌어낸다. 객관성과 체계성이라는 표준화의 강점을 부각시키려는 NCS기반 교육과정은 비단 그것을 운영하는 교수뿐만 아니라 대학의 운영 방식과 정책, 학과의 전통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의 교육과정에 관한 연구들이 인간행위자인 교수와 학생을 중심으로 설명했던 점에서 한발 더 나아가 비인간 행위자의 변화과정을 주목하고 그들의 행위를 해석한다는 점에서 새로운 학문적 시도라 할 수 있겠다.

둘째, ANT의 핵심 개념인 번역의 과정을 통해 대학에서 교육과정을 해석하는 것은 교육과정 자체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관점을 제공할 수 있다. 대학에서 일반적으로 교육과정이 설계되고 운영되는 방식은 범용적으로 활용되는 교육과정 개발 툴(ADDIE, CIPP등) 에의한 접근이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다소 선형적이고 절차적이며 틀에 맞춰진 과정을 선호한다. 하지만 ANT 이론의 번역의 과정을 통한 해석은 교육과정이 도입, 개발, 운영되는 각 단계에서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인간‧비인간 행위자를 드러낼 수 있다. 각각의 행위자들의 변화와 함께 변화의 원인을 규명하는 과정을 통해 교육과정 개발과정에서의 내재적이고 복잡한 특성에 대하여 보다 풍부한 해석이 가능해진다.

NCS기반 교육과정 도입은 대학 내 부서, 학과의 다양한 행위자들의 변화를 수반하며, 이러한 변화에 대한원인을 주목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교육의 3요소인 교사-내용-학생이라는 전통적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현상을 주목할 때, 보다 확장적 사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비인간도 행위자로 간주하는 ANT의 시각은 기존의 각종 이론들과의 결정적인 차별성을 갖는다. 구체적인 연구문제는 다음과 같다.

1) S대학에 NCS기반 교육과정이 도입되는 번역과정은 어떠한가?

(1) 문제제기 단계에서 어떠한 변화가 나타났으며 원인은 무엇인가?

(2) 관심끌기 단계에서 어떠한 변화가 나타났으며 원인은 무엇인가?

(3) 등록하기 단계에서 어떠한 변화가 나타났으며 원인은 무엇인가?

(4) 동원하기 단계에서 어떠한 변화가 나타났으며 원인은 무엇인가?

Ⅱ. 이론적 배경

1. NCS기반 교육과정 개발

NCS기반 교육과정은 NCS를 교육과정에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기존의 교육과정이 대학, 학과, 교수자 중심으로 이루어졌다면, NCS기반 교육과정은 일터에서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요구되는 지식, 기술 등의 능력을 체계적으로 표준화한 NCS를 적용‧활용하는 것을 중심으로 구성된다. NCS가 특정 산업에서 직무수행을 위해 갖춰야 할 지식, 기술, 태도 등에 관한 표준을 국가에서 규정[6]한 것이라 할 때 NCS기반 교육과정은 표준화, 체계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NCS는 1, 022개 직무를 기준으로 능력단위, 능력 단위요소, 수행준거 등을 제공한다. 동시에 궁극적인 목표를 완전학습(Mastery Learning)에 둠으로서 일정한 수준에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경우에는 재교육을 권장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7].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에서 제작‧배포한 NCS기반 교육과정 가이드라인[8]에 따르면 NCS기반 교육과정 개발은 9단계의 절차로 구성되어 있다. 개발 절차와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환경 분석 및 요구분석을 통해 학과의 내‧외부환경을 분석하여 교육과정 개발의 방향을 도출한다. 이 단계에서는 학과가 소속된 산업체와 인력 수요 현황 및 전망, 학과 현황, 학생 현황, 교원 현황, 관련 자격·면허 등을 분석한다. 다음으로, 학과의 인재양성유형 설정과 교육목표를 수립한다. 여기서는 학과가 궁극적으로 양성하고자 하는 인재양성유형을 설정하고 그에 따라 학과의 교육목표를 수립한다. 특히 이 과정은 직무별 현장 전문가 선정, 교육과정개발위원회 구성을 통해 진행하는데 이는 학과 교육과정 구성에 있어서 외부의 의견을 수렴하도록 하는데 목적이 있다. 세 번째, 직무정의 및 NCS분류체계를 기술한다. 앞서 선정한 인재양성 유형이 실제 수행할 업무와 직업별 직무를 정의하고 해당 직무에 부합하는 NCS 내용을 참고하여 분류체계를 기술하는 과정이다. 네 번째, NCS체계에 따라 직무모형을 설정한다. 직무모형 설정은 앞서 선정된 직무를 기반으로 해당 직무에서 요구되는 능력단위와 능력단위요소를 조사하여 기술하는 것을 말한다. 다섯 번째, 직무모형을 검증한다. 앞서 설정한 직무모형에 포함된 능력단위에 대한 교육의 필요도와 직무의 주요도를 검토하여 교육과정에 반영할 능력 단위를 선정하는 과정이다. 여섯 번째, 교과목을 도출한다. 교육과정에 반영하기 위해 선정된 능력단위를 토대로 교과목을 도출하는 과정이다. 일곱 번째, 교과목 명세서를 작성한다. 교과목 명세서에는 각 교과목에서 요구되는 수행준거, 지식, 기술, 태도 등이 포함되며, 교과목의 특성에 부합하는 교수-학습방법, 평가방법, 장비 및 도구를 기술한다. 여덟 번째, NCS와 교과목의 연계성을 기술한다. 학기별로 교양 및 전공교과목의 NCS 활용도를 표기하고 도출된 교과목과 능력단위간 연계성을 기술한다. 끝으로, 직무별 교육과정 로드맵을 작성한다. 학기 또는 학년 단위로 학생들이 구체적으로 도달해야 할 능력의 모습과 성취수준 등을 고려하여 교육과정을 수립하고 직무별 로드맵을 작성한다.

본 연구의 대상과 동일한 전문대학의 교육과정을 NCS기반으로 개발한 사례를 다룬 대표적인 선행연구들은 주로 교육과정이 어떻게 설계되는지에 대한 개발사례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으며 다음과 같다. 세무정보과의 교육과정을 NCS기반으로 개발한 사례연구[9] 비서‧사무행정 분야의 NCS기반 교육과정 개발을 위한 사례연구[10], 세무회계분야에 대한 NCS기반 교육과정 개발 사례연구[11] 등이다. 이들 연구는 공통적으로 NCS기반 교육과정 개발 절차에 따라 사례 학과의 교육과정 개발 절차를 보여주고 해당 내용을 토대로 의미를 도출하고 있었다. 다만 개발의 각 단계에서 도출된 결과 위주의 설명은 교육과정이 도입된 배경, 도입과정에서 수반되는 학과교수 등의 입장, 도입을 위한 행정적 절차 등의 숨겨진 배경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주목하지 못했다. 본 연구는 이러한 개발의 절차적 현상보다 개발이 이루어지는 현상의 이면에 숨겨진 다양한 행위자에 주목하고자 한다.

2. 행위자-관계망 이론

2.1 ANT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과 특성

ANT 이론은 Bruno Latour, Michel Callon, John Law와 같은 STS(Science and technology studies) 학자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진 이론으로 새로운 사회학적 접근이다[1][12]. ANT가 갖는 여러 가지 특징 중 주목해야 할 점은 기존에 사회를 바라보던 이분법적인 관점을 거부한다는 것이다. 다양한 학문분야에서 구분하던 사회/자연의 구분은 물론 이러한 구분으로부터 나타나는 가치/사실, 주관성/객관성과 같은 경계도 거부한다. 홍성욱(2010)은 탈경계적인 특성을 갖는 ANT가 바라보는 세상은 복잡하고, 항상 요동치며, 서로 얽혀있고, 서로가 서로를 구성하면서 변화하는 잡종적인 세상이라고 하였다.

ANT가 경계를 무력화하는 방식은 비인간(nonhuman) 존재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ANT에서의 행위자 (actor)는 행위능력(agency)을 가진 모든 존재를 지칭하는데, 이때의 행위는 다른 행위자에 영향을 미쳐 변화를 일으키는 것을 의미한다[13]. 실제 인간은 비인간과 함께 살아가면서 비인간이 만들어내는 문제들에 대해서 고민한다. 그리고 비인간 행위자와 인간행위자는 그 속에서 관계망을 구축하게 된다. 일상의 컴퓨터를 예로 들면서 이러한 장치가 현대사회에서 당연한 것으로 치부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컴퓨터는 하나의 객체가 아니다. 컴퓨터 내부에는 이를 작동하게 하는 수많은 부품이 있고, 이 부품들의 존재는 세계 각국의 특허나 통상조약에 영향을 받는다. 컴퓨터라고 불리는 장치에는 기술적 진화, 각국의 정치적 논리, 기술자와 근로자의 동원과 같은 무수한 행위자들의 개입이 있다[14]. 결국, 행위자는 상황 속 개인과 무수하게 얽혀있는 관계망을 이룬다. 즉, 어떤 현상은 인간의 행동뿐만 아니라, 사물‧기계‧동식물‧환경 등 비인간 행위자의 행위와도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15].

ANT가 갖는 이러한 시각은 결국 기존에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인 경계를 무너뜨린다.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허물고 단일하고 고정적인 실체로서의 행위자를 정의하지 않음으로서 현상을 분석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

2.2 ANT에서의 번역

ANT에서 행위자와 네트워크간의 개념이 핵심이지만 실질적으로 이 개념을 뒷받침하는 것은 번역이다. ANT가 한 때 번역의 사회학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는 다양한 인간과 비인간의 출현과 이들 간의 관계를 묘사하는데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번역은 행위자-네트워크 간의 연결을 통해 좀 더 강력한 네트워크가 구축되는데 필요한 절차이며 서로 다른 네트워크 간 연합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의미한다[12]. 번역은 일종의 질서를 만드는 과정인데, 행위자가 기존에 유지하던 네트워크를 단절시키고 다른 행위자를 자신의 네트워크로 끌어들여 기존과 다른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자신의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강화하는 행위로도 볼 수 있다[16]. ANT가 비인간 행위자를 주목한다는 측면에서 비인간 행위자와 인간 행위자간의 결합, 상호 영향 등을 설명하기 위해 번역이 활용되는 것이다. 홍성욱(2010)은 이 같은 번역의 개념은 ANT 학자들에게서 유사하게 나타나지만 구성하는 단계와 과정은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정의된다고 설명한다.

ANT의 초기 논의에서 Latour는 농장의 탄저병을 실험실로 옮기는 과정을 ‘번역’으로 지칭했다. 그가 제기한 번역의 3단계는 다음과 같다. 농장의 농부, 소떼 등의 환경을 실험실로 옮겨오는 번역, 실험실에서 ‘탄저균’이 배양되는 번역, 실험실에서 배양된 물질을 다시 농장에 옮겨 적응시키는 번역이 그것이다[17]. 최병두 (2017)의 연구에서 Latour는 이러한 번역 개념을 통해 과학과 기술이 단지 지식이나 도구가 아니라 실험실 안과 밖에서 이루어지는 행위자-네트워크의 효과임을 밝히고자 했다.

홍성욱(2010)은 Law는 ANT에서 번역의 과정이 “우연적이고 국지적이며, 가변적”이라고 전제하며 번역에 대한 네 가지 특징을 제시하였다. 첫째, 어떤 물체는 다른 것들보다 더욱 영속성이 있다. 이는 상호작용의 관계를 통해 영속성을 갖는 것이 안정적인 네트워크라는 점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생각이나 말을 문서와 건축물에 포함시키면 비인간 행위자인 문서와 건축물과의 관계를 유지함으로서 영속적인 네트워크가 형성되는 것이다. 둘째, 어떤 물체는 다른 것보다 더욱 이동성이 있다. 여기서의 이동성은 장소에 대한 질서를 의미하며 자연스럽게 중심부와 주변부간의 소통의 과정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비인간 행위자로 여겨지는 특정 사물이 이동하거나 전파되는 가능성에 대해서 살펴보는 것이다. 셋째, 번역할 물체의 반응을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번역은 더욱 효과적이다. 이러한 관점은 관계에 대한 예측능력을 향상시켜 궁극적으로 행위자간의 네트워크 공고화에 기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개체에 대한 발견이나 성장이 어떠한 결과를 이끌어낼지 합리적인 예측이 가능하면 행위자간 번역을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넷째, 번역의 전략들은 네트워크의 다양한 범위와 장소에서 확대ㆍ재생산된다. 다만, 이러한 번역이 전략적이거나 체계적이기 보다 암묵적인 형태일 것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기업의 사명, 비전 등이 ANT의 관점에서 해석된다면 이러한 전략들은 네트워크의 연속성, 공간적 이동성 등의 복잡한 형태를 이끌어내고 비대칭, 위계질서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가리비 양식 사례 연구[18]를 통해 인간 행위자와 비인간 행위자 사이의 이종적인 네트워크 건설 과정을 보여주면서 ANT의 핵심 원리와 번역의 계기를 효과적으로 설명했다. 그는 번역을 네트워크에서 행위자들의 치환과 변형을 통해 나타는 것으로 이해하고 생브리외만의 가리비 양식의 수확량 증대를 위해 연구하는 연구원들의 실험을 통해 이 과정을 주목했다. 이 연구에서 Callon(1984)은 Latour와 달리 번역의 과정을 4단계로 보았다. 문제제기, 관심끌기, 등록하기, 동원하기가 그것이다. Callon(1984)이 제시한 4단계의 번역과정은 ANT 연구의 가장 일반적인 툴로 사용된다. 먼저, 문제 제기(problematization)는 기존의 상태를 거부하고 번역을 시작하는 단계이다. 구체적으로 특정 행위자가 정의됨에 따라 기존의 관계망이 교란되는 상황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러한 상황속에서 행위자들이 반드시 지나가야만 하는 지점을 의무통과점(Obligatory Passage Point, OPP)이라고 지칭한다. 즉, 문제제기 단계에서는 문제를 규명하고 문제와 관련된 행위자를 확인하며, 새로운 관계망이 구축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지점을 정의한다. 다음으로, 관심끌기(interessement)는 확인된 행위자들을 기존의 관계망에서 분리하고 새로운 관계망에연결시키기 위해 이해관계를 부여하는 단계이다. 즉, 새로운 관계망으로 행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다른 행위자와의 단절을 유도하고 새로운 관계망과의 연결을 위한 협상을 수행하는 과정이다. 등록하기(enrollment) 단계는 관계망 안에서 각각의 행위자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는 단계이다. 여기서 번역을 주도하는 행위자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역할들을 설정한다. Callon(1984)은 이 단계가 사실상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하기 위한 결정적 단계로 보면서, 이전의 관심끌기 단계가 성공해야만 이 단계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마지막으로 동원하기(mobilization)는 행위자를 대변하는 행위자들이 형성되는 단계이다. 특정 행위자가 대변인이 됨에 따라 그 실체를 이해하거나 접근하는데 어려웠던 행위자들이 조금씩 이해하기 쉬운 단계로 변화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즉, 특정 프로젝트가 성공하려면 이러한 동원하기가 나타나야 한다. 이 4단계를 모두 거치면 구속적인 관계의 관계망이 형성된다고 볼 수 있다. ANT에서는 이렇게 기존의 이종적인 네트워크가 하나의 행위자나 대상으로 축약되는 것을 결절(punctualization)이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해서 하나의 대상으로 만들어진 네트워크를 블랙박스(black-box)라고 명명한다[1]. 하지만 동원하기 단계까지 모두 거쳤다 하더라도 이러한 동맹은 언제든지 새로운 문제제기로 인해 전복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결국 ANT는 인간과 비인간 행위자를 둘러싼 다양한 현상을 행위자간의 상호작용을 통한 관계로 이해하고 이러한 관계가 재구성되는 현상을 설명하는 도구이다. 이를 구체적으로 번역이라는 개념을 통해 설명한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김환석(2009)은 번역을 “어떤 행위자가 다른 행위자를 대신해서 말하거나 행동할 수 있는 권위를 갖게 만드는 모든 형태의 협상, 음모, 계산, 설득과 폭력 행동들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을규(2007) 는 해당 연구가 시사하는 핵심적인 주장이 새로운 형태의 대안적인 세계관을 통해 사회적 현상에 새로운 행위 자간의 관계를 정립한다고 주장하며, 일터학습 현상을 행위자-관계망 이론을 통해 일터에서의 행위자간의 연결망에 주목했다. 구체적으로 일터에서의 지식은 특정 행위자에게 머무르지 않고 연결망을 형성하는 다양한 행위자들과의 관계를 통해 이동하고 변화한다고 주장했다. 박경환(2014)은 ANT의 핵심개념인 번역을 통해 공간적 측면을 사유했다. 그는 ANT에서 기술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행위자로 인식하며, 이를 바탕으로 기술에 대한 확장된 시각과 관점을 제공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관계적 사고를 분석함으로써 실제 대상, 대상 간의 관계, 현상 등을 분석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17]. 이는 ANT가 주는 사고의 틀과 접근방법이다. ANT가 주는 이러한 특징은 본 연구의 목적인 NCS기반 교육과정이 도입되는 과정을 보다 새롭게 조망할 수 있게 한다.

Ⅲ. 연구 방법

본 연구는 질적 연구방법 중 사례연구를 연구 방법으로 설정하였다. 사례연구는 경계를 정할 수 있는 체계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수행하는 연구방법이다[19]. 본 연구에서의 사례는 S대학의 NCS기반 교육과정이 도입되는 과정이다. NCS기반 교육과정 도입과정을 이해하기 위해 행위자-관계망 이론에서 Call on(1984) 이주 장한 번역의 4단계를 토대로 분석하였다.

홍성욱(2010)은 ANT의 연구는 연구의 대상이 되는 행위자-관계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떻게 안정화되었는지 제대로 기술(description)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이러한 접근은 관계망을 구성하는 인간행위자와 비인간 행위자를 규명하고 행위자들이 상호 간에 어떠한 행위를 해왔는지를 밝히는데 유용하다.

본 연구는 이를 위해 문헌자료와 회의록 등의 연구자료를 활용하였다. 문헌자료는 NCS기반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에 관한 정부 공문, 정책보고서, 가이드라인뿐만 아니라 NCS기반 교육과정과 관련한 각종 평가 편람, 평가 매뉴얼, 보고서,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과 관련한 각종 규정류 등이 해당된다. 회의록의 경우에는 대학 차원에서 NCS를 도입하고 적용하고자하는 심의의결회의록, 학과장 회의록, 교육과정전문가가 배석한 대학 차원의 보직자 회의록부터 학과차원에서 실제 NCS 기반 교육과정이 개발, 도입되는 과정에서 논의된 회의록을 활용하였다. 이러한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활용하되, 구체적인 해석이나 배경이 필요한 경우에는 정책 수립이나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과 관련된 교직원들을 대상으로 서면, 면담 등을 통해 확인하였다.

구체적으로 S대학에서 NCS기반 교육과정 도입 여부가 논의된 2014년 10월부터 도입 후 실질적인 운영이 진행되어 졸업생이 배출된 2017년 2월까지의 관련 자료를 검토하였다. 분석한 자료는 교육과정 도입에 대한 당위성이라 할 수 있는 교육부,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통보받은 공문, 각종 지침, 보도자료부터 실제 대학에서 도입에 대한 논의가 있었던 관련 회의록, 관련 규정, 개발 가이드라인 등 이다. 특히 실제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을 위해 학과와 본부의 논의 사항, 간호학과를 포함한 11개 전체 학과의 교육과정 개발․운영 절차[그림 1], 관련한 회의록, 교육과정개발보고서, 교육과정개발을 위한 회의록이 중요한 연구자료로 활용되었다. 끝으로 이러한 교육과정이 개발, 운영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이슈들에 대한 해결을 목적으로 마련한 규정, 지침 등도 연구를 위해 반드시 검토해야 할 자료였다.

연구자는 관련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NCS 기반 교육과정 도입배경, 개발, 운영과 관련하여 의미 있다고 여겨지는 구문들을 표시하고 그 내용을 요약했다. 이후, 요약한 자료를 반복적으로 읽으면서 구문에서 드러나는 인간, 비인간 행위자들을 판별하고 정리하였다. 끝으로 연구자는 자료를 전반적으로 다시 검토하여 판별된 행위자 간의 관계와 그 관계의 맥락, 영향요인 등을 분석하였다. 이 과정에서는 NCS기반 교육과정의 도입 배경, NCS기반 교육과정 개발, NCS기반 교육과정 운영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새로운 교육과정개발 체제가 기존의 관계망을 무너뜨리며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하는 번역에 주목했다. 구체적으로 행위자-관계망의 변화과정을 Callon(1984)이 제시한 번역의 4단계 개념을 중심으로 분석하고 정리하였다.

CCTHCV_2022_v22n1_391_f0001.png 이미지

그림 1. NCS기반 교육과정 개발․운영 절차

1. S대학의 교육과정 운영 현황

교육과정은 고등교육법 제21조에 따라 모든 대학이 학칙으로 정하여 운영하도록 되어 있다. 법적 근거와 함께 실제 대학의 교육과정은 학과가 양성하고자 하는 인력, 대학의 방향 등과 연계되어 있다. 교육과정은 대학 및 학과의 발전 방향, 학과 교수의 역량, 교육환경 등과 상호보완적으로 구축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례대학의 교육과정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이러한 부분들을 확인할 수 있다. S대학은 2014년 3월 특성화전문대학육성사업(SCK)에 선정되었고 2015년 1월 기관평가인증대학으로 지정되었다. 기관평가인증을 준비하던 2013년 하반기부터 교육과정 개발에 대한 기준이 강화되었고 SCK로 선정된 2014년 하반기부터 NCS 기반교육 과정 도입을 위한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 기준이 구축되었다. 2013년 강화된 교육과정개발 기준은 교육과정개발위원회에 외부위원을 포함하여 보다 객관적으로 학과 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내용이었다. NCS도입 이후 교육과정 개발 기준은 교육부와 한국연구재단에서 마련한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마련되었다. 핵심적인 내용은 학과별 인력양성 목표 재점검, 요구역량 재확인, 교과목별 강의핵심내용 및 평가방법을 종합적으로 다룬다는 점이었다. 본격적으로 NCS기반 교육과정을 도입하여, S대학은 2015년 1개학과를 제외한 전체 학과를 NCS기반으로 개편하였다. 제외된 1개 학과는 당시 기준으로 NCS기반 교육과정을 적용하기 어려운 학문 분야 학과였다.

2. S대학의 NCS기반 교육과정 도입 배경

박근혜 정부는 ‘학벌이 아닌 능력중심사회’ 구현이라는 국정과제를 제시하며 이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공공기관, 전문대학 등에 NCS 체계 구축을 추진했다. 이러한 정부기조는 교육부의 전문대학 재정지원사업의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되었다. 사례 대학은 2014년 6월 정부재정지원사업인 SCK사업에 선정됨에 따라 사업의 중요한 평가기준이었던 NCS기반 교육과정을 도입하였다.

S대학은 NCS기반 교육과정을 도입하기 위해 2014 년 10월 대학 내 NCS지원센터를 신설하고 기존의 교무처에서 주관하던 교육과정개발 업무를 부분적으로 이관시켰다. 동시에 교육학 전공자인 연구원을 채용하고 NCS기반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을 위한 전반적인 행정업무를 추진했다. 기존의 교육과정개발 방식에 익숙 해있는 학과 교수, 행정직원들을 위한 매뉴얼을 제작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관련 내용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학내 구성원들의 NCS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이해를 제고시키기 위해, 외부 전문가의 자문, 워크숍 등을 진행하였다. 이 같은 접근 방식을 통한 NCS 기반교육 과정 도입은 대학 내 다양한 인간, 비인간 행위자의 변화를 이끌었다.

Ⅳ. 번역의 과정

1. 문제제기

문제제기 단계는 행위자가 특정한 상황을 문제로 인식하고 자신이 확보한 정보와 자원을 통해 제시된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한다. 행위자는 자신을 의무통과점 (Oligatory Passage Point, OPP)에 위치시켜 다양한 행위자들에게 해당 문제를 공유한다. 의무통과점이란 기존의 관계망이 교란되는 상황에서 행위자들이 반드시 지나가야하는 지점인데, 문제제기를 통해 번역을 시작하기 위한 필수적 과정으로 볼 수 있다. 동시에 다양한 행위자들과의 연결망을 형성하여 문제를 극복해야 함을 설득하고 잠정적인 동맹을 제안한다.

S대학은 대학에게 요구되는 새로운 방식의 교육과정개발 방식에 대응하고 학과들이 이러한 교육과정개발을 적절하게 활용하여 적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추진하였다. NCS기반 교육과정이라는 새로운 행위자는 기존의 대학 교육과정을 변화해야 할 ‘문제’로 정의내리고 교육과정과 관련한 개발요건, 개발절차, 개발 방법, 관련 규정 등과 같은 기존의 연결망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결국 NCS기반 교육과정 개발이라는 행위자는 기존의 교육과정개발과 관련한 다양한 행위자들과의 관계망에서 새로운 의무통과점을 확립하는 방식으로 각각의 행위자들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내리기 시작했다. 즉, 문제제기는 행위자들 간의 동맹 또는 연합의 체계로 묘사할 수 있으며, 그로 인해 정체성과 그들이 ‘변화해야 하는 것’으로 정의내릴 수 있다. 본 사례에서는 NCS기반 교육과정이 대학교육 과정에 정립되기 위해 ‘새로운 관계’가 요구된다고 해석된다.

2. 관심끌기

문제제기 단계에서 구축된 동맹은 관심끌기 단계를 통해 동맹의 결속력을 강화한다. 문제제기 단계에서의 동맹은 각 행위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동맹의 강도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잠정적이고 불안정하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관심끌기 단계는 문제화를 통해 정의된 다른 행위자들의 정체성을 안정화시키려는 행동들이 발생한다. 이러한 행동을 이행하기 위해 다양한 장치들이 도입된다.

S대학에서는 NCS기반 교육과정이 다양한 행위자들을 새로운 연결망에 결합시키기 위해 각 행위자에게 NCS기반 교육과정이 도입됨으로써 얻을 수 있는 효과를 제시하였다. 의무통과점 으로서 NCS기반 교육과정을 통해 얻게 될 이해관계는 다음과 같다. 먼저, 기존교육 과정 운영방식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교육과정을 조망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다. 기존 교육과정개발방식은 학과차원에서 주로 논의되다보니 학생이나 산업체의 의견이 다양하게 반영되는데 있어 제한적이었다. 하지만, NCS기반 교육과정이 도입됨에 따라 해당 산업 분야의 트랜드를 상시 모니터링하는 환경분석 단계가 필수적으로 요구되었다. 나아가 대학의 교육과정에 대한 산업체, 재학생, 졸업생의 의견을 확인하는 과정도 요구하여 다양한 관점에서 교육과정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하였다.

둘째, 교육과정 개발에 있어 다양한 의견수렴 절차를 거치고 이를 단계별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도입되었다. 기존 교육과정개발 방식에서는 교육과정개발위원회의 회의를 2회 실시하여 교육과정을 확정하였다. 하지만 NCS기반 교육과정은 앞서 언급한 재학생, 졸업생, 산업체의 의견수렴을 넘어서서 외부인사, 교육전문가 등을 교육과정 개발 단계에 참여시켰다. 직무모형설정, 직무모형에 따라 도출된 능력단위 검토 등에서 이들의 역할이 있었다. 기존 교육방식이 학과내부 교수들과 그들의 이해관계자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정리되었다면, 외부 의견의 수렴은 교육과정 개발 과정을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도출할 수 있게 하였다.

끝으로, NCS기반 교육과정의 도입은 각종 교내 규정과의 동맹을 통하여 교육과정 개발 및 관리에 있어 보다 체계적인 방식을 구축할 수 있게 하였다. 구체적으로 NCS기반 교육과정의 도입은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학칙과 학사내규에 이러한 내용을 포함시켜 관리하도록 한다. 학교경영의 기본이 되는 학칙에 NCS기반 교육과정의 개발, 평가, 운영에 관한 사항을 명시함으로써 NCS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중요도를 부각시킬 수 있었다. 또한 교수들의 업적평가규정에 NCS기반 교육과정 관련 사항을 포함시켜 교수들이 NCS기반 교육과정을 통해 직무능력중심의 교육을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하였다.

표 1. S대학 직무능력중심 교육실적에 대한 교원업적평가기준

CCTHCV_2022_v22n1_391_t0001.png 이미지

3. 등록하기

등록하기 단계는 행위자들에게 역할을 부여하는 단계로 볼 수 있다. 행위자는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요구되는 역할들을 정한다. 동시에 관련한 다른 행위자들에게 이러한 역할을 수락하도록 협상한다. 즉, 각 행위자들의 역할이 새롭게 정의되는 단계로 이해할 수 있다. S대학에서는 NCS기반 교육과정이 도입되어 운영되는 시점까지 발생하는 전 과정을 등록단계로 볼 수 있다. S대학은 NCS기반 교육과정을 도입하기 위해 관련 규정을 제·개정하는 과정을 거쳤고 해당내용을 기준으로 교육과정 개발이 이루어져 교육과정개발보고서가 완성되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주요 행위자들이 부여받은 역할은 다음과 같다.

첫째, S대학의 규정은 NCS기반 교육과정이 체계적으로 도입되어 운영될 수 있는 역할을 담당했다. 구체적으로 학칙, 학사내규, 직제규정, 사무분장규정,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 NCS기반 교육과정 운영 및 평가지침, 직무능력성취도 평가지침 등을 통해 NCS기반 교육과정의 개발 및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이 정리되었다. 학칙은 산업협장에서 요구되는 직무수행 완성도가 높은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NCS기반 교육과정을 개발·운영하는 기본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진단평가 의무실시, 직무수행능력 평가를 최소 2회 실시하는 내용도 포함하였다. 학사내규는 NCS기반 교과목의 시험, 성적산출 등을 보다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 이 과정에서 기존의 대학 학칙에 명시되어 있던 출석성적 20%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여 기존 규정과 상충되지 않도록 하였다. 직제규정과 사무분장 규정은 NCS 기반 교육과정 도입, 개발, 운영 등을 전담할 수 있는 조직인 NCS지원센터 신설을 포함하였다. 해당 규정은 조직도 상의 위치, 센터의 목적, 업무, 조직 구성 등을 포함하였다.

둘째, 교육과정개발보고서는 교육과정이 어떤 단계로 개발되었는지 보여줌과 동시에 향후 교육과정이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특히 학과가 양성하고자 하는 인력양성유형을 규정하고, 해당 인력이 갖추어야 하는 역량들을 검증한 후, 각 교과목에 연계하는 과정은 NCS기반 교육과정 도입이 기존의 교육과정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었다. 나아가 해당 학과 교육과정에 포함된 주요 교과목들이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교과목 프로파일에 상세하게 기술하게 하였다. 교과목프로파일에는 해당 교과목의 학습목표, 활용한 능력단위, 직업기초능력연계 여부, 학습모듈, 교수학습방법, 관련 지식·기술·태도, 요구 장비, 자가진단 체크리스트, 직무수행능력평가사항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어 교과목을 담당하는 교수, 교실환경 등이 변경되어도 교육목표가 유지되도록 하였다.

셋째, 교육과정 운영과 관련한 일체의 회의는 NCS 기반 교육과정 도입의 정당성을 확보하고 S대학 내에 NCS기반 교육과정의 도입 문화를 정착시키는 역할을 담당했다. 규정이 제·개정되면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관련 위원회뿐만 아니라 NCS기반 교육과정도입 필요성을 안내하는 설명회, 학과장 회의, 보직자 회의 등은 자연스럽게 대학 내 NCS기반 교육과정 도입의 정당성을 확보하게 했다. 전문대학의 각종 평가에서 요구되는 NCS기반 교육과정은 단순히 법령과 제도만으로 운영하는데 한계를 보였다. 학과에 소속되어 실제로 수업을 하는 교수들의 자발적 참여를 요구했기 때문이다. 각종 회의는 해당 내용에 대한 교수들의 의견을 수렴함과 동시에 필요성과 효과성을 논의하는 장으로 그 역할을 수행했다.

4. 동원하기

동원하기 단계는 행위자들에게 부여된 역할을 수락하고 새롭게 형성된 연결망과 여기에 결합된 행위자들이 블랙박스를 형성하여 하나의 행위자처럼 움직이는 단계이다. 블랙박스는 ANT에서 기존의 이종적인 네트워크가 하나의 행위자나 대상으로 축약되는 것을 결절 (punctualization)이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해서 하나의 대상으로 만들어진 네트워크를 블랙박스 (black-box)라고 명명한다. 즉, 다른 행위자들을 자신의 관계망으로 끌어들여 이들을 대변하게끔 만든다. S 대학에서는 NCS기반 교육과정이 도입되어 실제 교실 현장에서 이를 바탕으로 수업이 이루어지면서 ‘S대학의 NCS기반 교육과정 블랙박스’가 형성되었다. NCS라는 행위자가 S대학에 등장하기 이전에는 교수자의 교육관점과 교육철학, 학문적 지향점 등을 중심으로 교육과정이 개발되었고, 학칙이나 규정보다는 관행이나 경험에 의존한 수업운영이 있었다. 즉, 산업체의 이슈나 학생들의 역량보다 교수자의 학문적 깊이, 철학, 학과의 전통 등에 의해 학과가 운영되어왔다. 하지만 블랙박스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인간, 비인간 행위자들은 각자의 이해관계를 실현하기 위해 연계와 상호작용을 하였다. 이 과정에서 교수자, 학습자 및 산업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공동의 동맹이 구축되었다.

블랙박스가 형성된 이후, S대학의 여러 행위자들은 하나의 통합적 행위자로서 대학의 인재상 양성을 위하여 실질적인 과업들을 이행하게 된다. 대학의 인재상은 학과의 인재상과 연계되고 각종 가이드라인, 규정에 따른 절차들은 학과의 인재상에게 요구되는 역량들을 체계적으로 도출하도록 하였다. 기존의 방식에 익숙 해있던 교수자들은 개정된 교원업적평가에 의해 기존의 방식을 벗어버리고 새롭게 정의된 방식이 요구하는 행위를 받아들이게 되었다. 의무통과점을 거치면서 각각의 행위자들은 하나의 행위자처럼 연계하며 ‘NCS기반 교육과정 블랙박스’라는 새로운 동맹을 구축한다.

이러한 동맹을 통해 나타난 결과는 각 학과별 성과공유회, 산업체 인사 평가 등으로 나타나며 더욱더 블랙박스를 견고하게 형성해나갔다. NCS기반 교육과정에 따라 설계된 수업을 경험한 학생들은 성과발표회를 통해 자신이 경험한 새로운 수업방식을 발표하였다. 주된 내용은 실무능력을 향상시키는데 초점을 두고 있는 수업방식과 진단평가, 직무수행능력평가가 포함된 평가방식에 대한 소회였다. 산업체 인사 평가는 NCS 기반교육 과정으로 설계된 일부 교과목의 평가에 산업체 인사를 참여시키는 것이었다. 학점을 부여하는 것이 교수들만의 전유물이자 권위로 여겨지던 과거의 기준에서 보면 산업체 인사가 학생을 직접 평가하여 학점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충분한 저항이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견고하게 동맹을 맺은 각 행위자들은 목표달성을 위해 이러한 변화를 용인하고 있었다.

5. NCS기반 교육과정 블랙박스의 유지와 S 대학교육 과정 블랙박스로의 확대 가능성

2014년 S대학이 NCS기반 교육과정을 도입한 이래 연구조사를 진행한 2021년 현재까지 NCS기반 교육과정은 유지되고 있다. 2020년에 역량기반중심 교육과정이 S대학을 포함한 대부분의 대학에 요구되었지만, 이 또한 NCS체계를 크게 벗어나서 진행된다고 보기 어렵다. NCS기반 교육과정이 견고하게 자리하게 된 것은 정책실패의 가능성을 최소화한 인간, 비인간 행위자들의 안정적인 동맹 때문이었다. NCS기반 교육과정에 대한 교수, 재학생, 산업체, 졸업생들의 인식개선과 대학 외부에서의 기대감도 블랙박스 지속에 기여한 점이다.

관행이나 경험이 아닌 학칙, 규정 및 매뉴얼은 안정적인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 환경을 제공했다. 동원하기 단계에서 구축된 블랙박스는 교육과정을 통한 학과의 인재상을 포함한 정체성 재구축, 산업체·졸업생과의 내실 있는 연계를 마련하여 학과운영의 장기적 방향을 마련하는데 기여했다. 앞으로도 학과가 운영되는 한 해당 체계는 제도이론에서 명명하는 경로의존적(path dependence) 경향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학과가 NCS기반 교육과정 블랙박스 내에서 산업체, 졸업생과의 동맹을 지속적으로 유지한다면 향후 교육과정 개선 등이 요구될 때 이들로부터의 지원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이상 블랙박스에 속한 대부분의 행위자들은 NCS 기반 교육과정 조성 당시 동원하기 단계에서 부여받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고 있었다. 학과는 성과공유회, 산업체 인사 평가, 산업체 인사의 교·강사 겸직, 졸업생의 학과운영 참여 등의 활동이 추가되었다. 다만, NCS 기반 교과목 운영에 대한 모니터링을 체계적으로 이행하지 못하는 것은 블랙박스 내부의 불안요소로 보인다. 이는 학과차원의 문제라기보다 대학차원의 문제이다. NCS기반 교육과정이 S대학에 적용된 이후, 대학은 관련 성과와 실적을 양산하였지만 전산시스템 취약, 교과목 운영 결과에 대한 전담인력 미확보, 잦은 인사이동으로 인해 운영 모니터링 체계에 한계를 보였다. 다만 이러한 불안요소는 명확하게 원인이 드러나는 문제이므로 예산확보, 업무의 우선순위 조정 등을 통해 적절한 시점에 해결가능한 문제이다.

NCS기반 교육과정의 도입은 학과의 인재상을 포함한 정체성을 공고히 하고 학과운영의 체계화를 도모할 것이다. 산업체, 졸업생 등과의 밀접하고 지속적인 연계는 산업체현장을 포함한 대학외부로부터 ‘경쟁력 있는 학과’라는 이미지를 구축할 수 있다. 블랙박스를 견고화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피드백이 형성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S대학에서 ‘NCS기반 교육과정 블랙박스’가 지속되어 성과를 거둔다면 대학은 교육과정 모니터링의 한계를 보완하여 교육과정 개발 및 운영의 체계화, 교육과정 산업체 연계, 역량기반 교육과정 도입 및 운영 등으로 ‘아는 것’을 넘어서 ‘할 수 있는’ 전문인력을 지속적으로 양산할 수 있는 교육과정 거버넌스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S대학의 NCS기반 교육과정 도입이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인 학칙, 각종 규정, 매뉴얼, 가이드라인, 산업체 인사, 재학생, 졸업생간의 안정적인 동맹은 궁극적으로 대학이 지향하는 전문직업인 양성에 기여할 것이다. 동맹의 강화는 관행과 경험에 의존하여 운영하는 기존의 방식을 지양하게 만들 것이다. 산업체가 요구하는 역량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교육과정에 담아냄에 따라 학과에서 배출한 인력들은 현장에서 적용이 가능한 일정수준의 역량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인간-비인간 간의 동맹은 학과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담보하며, ‘NCS기반 교육과정 블랙박스’의 확대를 모색할 수 있게 할 것이다. 즉, NCS기반 교육과정의 도입은 새로운 학과의 정체성을 구축하게 하며, 이는 대학의 교육과정이 ‘공급자’의 관점에서 ‘수요자’의 관점으로 전환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다.

Ⅴ. 결론 및 제언

본 연구는 전문대 교육과정을 보다 실무역량 중심으로 개편하고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표준화된 능력을 제공하는데 초점을 두는 NCS기반 교육과정의 도입과정을 ANT적 관점을 통해 분석하였다. Call on(1984)의 번역의 4단계 틀을 적용하여 사례대학인 S대학의 NCS 기반 교육과정 도입의 번역과정을 살핀 결과는 아래와 같다.

첫째, 문제제기 단계에서는 NCS기반 교육과정이라는 새로운 행위자가 S대학에 등장함에 따라 기존의 대학 교육과정을 변화시켜야 할 ‘문제’로 인식하게 했다. 이와 관련하여 교육과정과 연관된 개발요건, 개발절차, 개발방법, 관련 규정 등이 새로운 행위자로 등장하였다. 이들 행위자들은 관계망속에서 새로운 의무통과점을 확립하는 방식으로 각각의 행위자들의 정체성을 새롭게 정의 내리고 NCS기반 교육과정의 도입이라는 목표하에 동맹을 맺을 것을 유도하였다.

둘째, 관심끌기 단계에서는 각 행위자들이 새로운 연결망에 합류할 때 미치는 영향과 이해관계를 인식하게 하였다. NCS기반 교육과정의 도입은 학과와 관련한 산업 분야의 트랜드를 상시 모니터링 하는 환경분석 단계를 필수적으로 요구함과 동시에 산업체, 재학생, 졸업생의 의견을 확인하게 하였다. 또한 교육과정 개발의 각 단계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여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개발단계를 구축하게 하였다. 마지막으로 학칙, 교내 각종 규정류와의 동맹을 통하여 교육과정의 개발뿐만 아니라 운영차원의 관리도 가능하게 만들었다.

셋째, 등록하기 단계에서는 앞 단계에서 인식한 관계들을 토대로 행위자들의 역할을 새롭게 정의내렸다. S 대학은 NCS기반 교육과정 도입과 개발, 운영의 전 과정을 학칙, 학사내규, 직제규정, 사무분장규정, 교육과정 편성 및 운영에 관한 규정 등을 통해 기존의 행위자들의 역할을 재 정의하였다. 포괄적이고 다소 여러 해석이 가능했던 기존의 규정들은 등록하기 단계를 통해 NCS기반 교육과정이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 일종의 길잡이로서의 역할을 부여받았다. 이는 교육과정 운영방식에 대한 정보제공의 역할로 이어졌으며, 일종의 교육과정에 대한 하나의 문화를 양산하는 역할까지 이어졌다.

끝으로 동원하기 단계에서는 NCS기반 교육과정이 도입되고 운영되면서 ‘S대학의 NCS기반 교육과정 블랙박스’가 형성되었다. 블랙박스 내 행위자들 각자의 이해관계가 재정립된 결과, 산업체, 졸업생, 교수자라는인간행위자와 학칙, 규정류, 가이드라인, 각종 프로토콜 같은 비인간행위자가 교육의 질 제고라는 목표를 향해 하나의 통합적 행위자로 인식되었다. 이러한 동맹은 NCS기반 교육과정 성과공유회, 산업체 인사 평가 등을 수반하며 블랙박스를 더욱 견고하게 구축해나갔다.

본 연구에서 NCS기반 교육과정 도입 사례에 ANT를 적용함으로써 다음 시사점을 확인하였다. 첫째, 기존의 교육과정에 대한 연구가 간과했던 교육과정을 둘러싼 상황을 심층적으로 분석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연구들이 교육과정의 내용변화[20], 교육과정 적용 전후의 학업성취 및 만족도[21], 교육과정 개발 프로세스[22] 등에 집중한 반면 본 연구에서는 NCS기반 교육과정 도입과정에서의 규정, 가이드라인, 지침, 성과발표회 등의 교육과정을 둘러싼 비인간 행위소에 주목하였다. ANT 가 행위자나 행위소를 개별 인간 행위자에 제한하지 않고 비인간 존재들로 확장한다는 특성을 보이기에 가능한 통찰이었다. 이는 앞으로 대학 내 교육과정 도입과 운영에 대한 실증연구에서도 적용이 가능한 시각이다.

둘째, 대학 내에서 교육과정이 갖는 ‘피상적 의미’를 넘어서 ‘숨겨진 의미’를 해석하는데 기여했다. 본 연구에서 활용한 번역의 단계는 Callon(1984)이 가리비 연구를 통해 설명한 4단계 과정이다. 해당 연구는 ANT를 경험적 연구에 활용하는 가장 일반화된 틀이지만 현실의 복잡성을 단순화시키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되기도 한다[8]. 실제 대학의 교육과정은 교육과정의 구성체인 교수-내용-학생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고, 내부적인 이해관계 충돌 등의 문제도 야기될 수 있다. 즉, 주요 구성체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환경적인 측면 중 학칙, 교수업적평가 등이 포함된 각종 규정류, 교육과정에 대한 개발 및 운영 매뉴얼과 지침, 산업체 인사평가, 교육과정에 대한 성과 공유회 등이 교육과정 개발과 운영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본 연구에서의 교육과정을 조망한 관점은 이러한 다양한 행위자들의 이해관계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대학 내 교육과정이 갖는 숨겨진 의미를 발견하는데 기여했다.

셋째, 대학에 새로운 제도가 도입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기존 제도와의 충돌과 갈등 상황을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재정지원사업의 주요과제로서 S 대학에 요구된 NCS기반 교육과정 도입은 하나의 제도적 도입으로 볼 수 있다. NCS기반 교육과정이 지니는 체계성과 표준화는 기존에 운영하던 교육과정이 가지고 있던 전통과 문화를 배척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NCS기반 교육과정이라는 새로운 제도는 학과 고유의 문화와 전통으로 나름의 가치를 축적해오던 기존의 교육과정을 본의 아니게 비체계적으로 치부하는 상황을 야기했다. 체계성과 표준화가 강점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대학내부의 각 부서와 학과를 긴장상태로 이끌어갔고 때로는 학과의 반발속에서 무질서한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였다. ANT적 통찰로 S대학의 상황을 설명한다면 새로운 제도의 도입은 개별 행위자들의 역할이 재정립되어가는 과정으로도 볼 수 있다. 즉, 특정 제도의 도입이 ‘의무통과점’에서 ‘블랙박스 형성’까지의 과정을 이끌어낼 때, 행위자들의 역할이 재 정의되는 것이 제도적 안정에 까지 기여할 것인지 고찰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과장해서 표현했을 때, 과연 체계성과 표준화만이 정답일지에 대한 대학과 학과차원의 성찰도 요구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본 연구의 한계를 밝힌다. 교육과정 도입에 있어 ANT의 적용을 통해 비인간행위자가 얼마나 행위자 연결망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교육과정을 둘러싼 다양한 행위자 간의 상호작용, 비인간 행위자(학칙, 규정, 각종 회의, 의견수렴 범위, 절차, 평가방식 등)를 보다 정밀하게 관찰했어야 했다. 교육과정의 도입과 운영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하여 NCS기반 교육과정이 도입된 이후부터 4년이 경과한 상황까지의 S대학 자료를 분석하였지만 방법론적 한계는 아쉬운 대목이다. 이러한 방법론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NCS기반 교육과정 도입에 ANT를 적용한 구체적인 분석연구는 없었다는 점에서 본 논문이 관련 연구의 작은 출발점이 되길 바란다.

References

  1. 홍성욱, 인간.사물.동맹: 행위자네트워크 이론과 테크노사이언스, 서울: 아르텍, 2010.
  2. 배을규, "일터 학습 이론의 한계와 방향: 세 가지 실천기반 학습이론의 관점에서," 교육의 이론과 실천, 제12권, 제1호, pp.189-208, 2007.
  3. 김환석, "행위자-연결망이론과 사회학," 한국사회학회 사회학대회 논문집, pp.873-886, 2009.
  4. 박경환, "글로벌 시대 인문지리학에 있어서 행위자-네트워크 이론(ANT)의 적용 가능성," 한국도시지리학회지, 제17권, 제1호, pp.57-78, 2014.
  5. 민수홍, "사물의 문화, 디자인, 그리고 과학.기술의 상호구성성 이해-행위자네트워크이론의 이해를 중심으로-," 기초 조형학연구, 제20권, 제1호, pp.174-187, 2019.
  6. 남정권, NCS(국가직무능력표준)활용 및 개발전략, 웅보출판사, 2015.
  7. 한국직업능력개발원, NCS학습모듈 이해와 개발, 2015.
  8. 교육부, 한국연구재단, 국가직무능력표준(NCS)기반 교육과정 가이드라인 개정판, 2015.
  9. 손원일, 장병식, "NCS 기반의 교육과정 개발에 관한 연구-우송정보대학 세무정보과를 중심으로-," 세무회계연구, 제48권, pp.101-123, 2016.
  10. 민선향, "NCS기반 비서 교육과정 개발 사례연구," 직업교육연구, 제34권, 제2호, pp.53-74, 2015.
  11. 고상연, 박태승, 황준성, "국가직무능력표준(NCS)기반 교육과정개발에 관한 연구: 인덕대학교 세무회계과 사례를 중심으로," 상업교육연구, 제28권, 제5호, pp.43-67, 2014.
  12. 최병두, 김연희, 이희경, 이민경, 관계이론에서 행위자-네트워크이론으로. 번역과 동맹: 초국적 이주의 행위자-관계망과 사회공간적 전환, 서울: 푸른길, 2017.
  13. B. Latour, Resassembling the social: An introduction to actor-network-theory, Oxford University Press, 2005.
  14. B. Latour, Cogitamus: Six lettres sur les humanites scientifiques, Paris: La Decouverte, 서울: 사월의책, 2010.
  15. 황희숙, 젊은 과학의 전선: 테크노사이언스와 행위자-연결망의 구축, 서울: 아카넷, 2016.
  16. 유영만, 최윤미, 류재훈, 육상원, "행위자 네트워크 이론(actornetworktheory)을 기반으로 한 교육공학의 학문적 정체성 탐구," 교육공학연구, 제32권, 제1호, pp.1-27, 2016.
  17. B. Latour, The pasteurization of France, Cambridge, Mass, Harvard University Press, 1988.
  18. M. Callon, "Some elements of a sociology of translation: Domestication of scallops and the fishermen of St Brieuc Bay," Sociology Gender Studies & Cyltural Studies, Vol.32, No.1, pp.196-223, 1984.
  19. J. W. Creswell, Qualitative inquiry & research design(3rd ed.), CA: Sage, 2013.
  20. 이하진, 한정희, "NCS기반 교육과정의 운영성과 및 개선방안-학습자 중심으로-," 한국세무회계학회, 제63권, pp.137-155, 2020.
  21. 오만덕, "전문대학의 NCS기반 교과목에 대한 학습자 만족," 한국콘텐츠학회, 제16권, 제10호, pp.338-349, 2016. https://doi.org/10.5392/JKCA.2016.16.10.338
  22. 정성욱, 김석영, "직무모형을 중심으로 한 4년제 대학 실내디자인 관련 전공교육과정 개발 연구," 한국콘텐츠학회, 제19권, 제4호, pp.546-555, 2019. https://doi.org/10.5392/JKCA.2019.19.04.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