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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베카>의 촉각적 특성 연구

A Study on the Haptic Characteristics of Netflix Original Movie

  • 손지현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
  • 문재철 (중앙대학교 첨단영상대학원)
  • 투고 : 2021.07.02
  • 심사 : 2021.09.16
  • 발행 : 2022.01.28

초록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극장 개봉 없이 온라인으로만 상영되며 관람자가 개인용 기기를 이용해 영화를 관람한다는 측면에서 기존의 영화와는 차별화된 특성을 가진다. 넷플릭스 플랫폼의 촉각적 특성을 재매개 관점에서 분석함으로써 클릭 또는 터치를 수반하는 넷플릭스 하이퍼매개 촉각성이 비매개 촉각성으로 확장해 나가는 방식과 특성을 살펴보며,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베카>(2020)와 필름 영화 <레베카>(1940)의 촉각 표현 방식 차이점을 비교 분석한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 매체 특성인 클릭 또는 터치를 필요로 하는 손의 감각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베카>의 손의 촉각 묘사의 연관성을 짚어낸다. 개인용 기기의 개별 인터페이스를 조정해야만 영화 관람이 가능해진 시대로 변모해감에 따라 영화 관람에서 손의 지위가 중요해지면서 영화 관람의 시작과 중간, 끝 모든 과정에서 손은 필수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베카>의 손의 촉각적 특성을 중심으로 살펴본 본 연구는 기존 연구에서 다루지 않았던 OTT 오리지널 영화의 특성을 연구했다는 점과 OTT 관람 방식에 손의 촉각성이 중요하게 작용된다는 점을 밝힌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Netflix Original movies have distinctive characteristics in that it is screened online only and viewers have to watch movies using their personal devices. By analyzing the haptic characteristics of Netflix platform from remediation perspective, we examine how Netflix hypermediacy haptic characteristics associated with clicking or touching expand to immediacy haptic characteristics, and compare the differences between Netflix original movie (2020) and film movie (1940). Through this, it points out the connection between the sense of the hand that requires clicking or touching and the description of the hand in Netflix original movie . As the individual interface of the personal device has been adjusted to make it possible to watch movies, the position of the hand becomes important in watching movies, and the hand plays an essential role in the beginning, middle, and end of the movie. Therefore, this study, which focuses on the haptic characteristics of Netflix original movie , is meaningful in that it studied the characteristics of the OTT original movie that was not previously covered and that the haptic characteristic plays an important role in the way of watching OTT contents.

키워드

I. 서 론

1. 연구 배경과 목적

2021년 2월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넷플릭스 콘텐츠로드쇼 ‘See What’s Next Korea 2021’에서 넷플릭스는 2021년 한 해에만 콘텐츠 제작을 위해 5, 500억 원을 한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넷플릭스가 이처럼 자체 콘텐츠 제작에 물량공세를 가속화하자 티빙, 카카오 TV, 웨이브 등 여타 OTT 플랫폼 또한 자사 오리지널 콘텐츠 영화제작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OTT가 국내에 상륙한 2016년부터 현재까지 OTT 플랫폼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연구는 OTT 등 비극장 상영을 둘러싼 산업 환경 조사와 정책 관련 연구에 집중되어 있다.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한 것이 비극장 관람의 지각적 조건을 염두에 둔 연구이다. 게다가 극장 개봉을 염두에 두지 않고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영화를 분석하거나 연구한 경우도 많지 않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콘텐츠는 넷플릭스 플랫폼에서 상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그렇다면 영화라는 유형은 동일하다하더라도 넷플릭스 상영은 극장 상영과는 다른 관람성을 제공한다. 상영 플랫폼의 차이에 따라 콘텐츠 경험의 특성이 달라지게 된다는 것이다. 어두운 극장에서 부동의 자세로 큰 화면을 응시하는 집중적 경험과 모바일과 컴퓨터라는 산만한 환경에서의 인터페이스 조작을 통해 단속적으로 시청하는 경험은 콘텐츠의 내용과 형식이 영화라는 장르로 같다하더라도 영화 경험 자체의 속성을 다르게 한다.

영화 경험은 영화 콘텐츠 자체의 경험과 그 콘텐츠의 관람을 가능케 하는 매체의 경험, 두 가지로 이뤄진다. 그런데 이른바 ‘장치이론(apparatus theory)’에 따르면 극장의 경우는 영사기, 스크린이라는 매체의 지각을 투명하게 하여 스토리 사건의 현전성과 사실성을 강화하는 경험이었다. 하지만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새로운 플랫폼은 매체 자체가 영화 경험의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면서 영화경험에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요컨대 극장 경험과 달리 이 두 가지 경험의 요소는 긴밀하게 상호작용하면서 차이를 내는 것이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영화 <레베카>를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이 영화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의 필름영화 <레베카>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극장 상영을 전제로 제작되었던 필름 <레베카>와 넷플릭스 개봉을 전제로 한 넷플릭스 <레베카>는 좋은 비교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넷플릭스를 비롯한 비극장 영화경험의 일단을 알려주는 사례가 될 것이다.

분석의 포인트는 관람의 감각적 특성이다. 극장 경험이 시청각을 중심으로 하는 경험이라면 넷플릭스는 ‘손’ 의 클릭과 터치 등 매체의 수동적 조작을 필수조건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손의 촉각성이 추가된다. 그리고 감각이 독립적으로 작동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공감각적으로 지각된다는 점에서 손의 촉각성은 시청각 중심의 관람 과정에서 여타의 감각들과 서로 긴밀하게 영향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할 것이다. 가령 잔인하거나 극도의 긴장감 있는 장면에서 화면을 터치해 정지했다면 이때 터치의 감각은 눈과 귀의 감각과 어우러져 이 순간 영화 경험의 중요한 감각으로 기능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넷플릭스 <레베카>는 극장 환경과 구별되는 관람성을 가지지만, 동시에 스토리 연출 측면에서도 촉각성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다. ‘손’의 촉각 묘사가 강조되어 있는 넷플릭스 <레베카>는 시청각을 강조하는 필름 <레베카>와는 차별화된 특징을 가진다. 본연구는 이러한 점에 주목해 넷플릭스 <레베카>의 관람 경험이 지니는 특성을 손을 통한 매체의 직접적 경험과 영화를 눈으로 관람하면서 간접적으로 느끼는 촉각 성이라는 두 측면에서 논의해 보고자 한다. 이러한 논의는 오늘날 증가하는 OTT 콘텐츠 경험의 지각적 특성을 파악하는데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도입 이후 현대 영화의 경향이 감각의 확장과 강화라는 점에서, 비극장 형태의 영화 경험에서의 경우를 파악하는데도 하나의 사례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2. 연구방법: 재매개와 촉각성

1938년 출간된 대프니 듀 모리에의 장편 소설 『레베카』를 원작으로 한 필름 영화 <레베카>는 1940년 미국에서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35mm 필름으로 제작해 극장에서 개봉했다.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베카>는 넷플릭스에서 투자하여 벤 휘 틀리 감독이 연출하였으며 2020년 10월 넷플릭스에서 단독으로 공개되었다. 장편 소설이 필름 영화와 디지털 영화로 제작된 경우이며, 또한 필름 영화를 디지털 영화로 리메이크한 경우이다. 즉 소설에서 필름 영화로, 소설에서 디지털 영화로, 필름 영화에서 디지털영화로 다시 매체 변환되어 제작되었다.

이러한 변환과정을 다루는 데는 제이 데이비드 볼터 (Jay David Bolter)와 리처드 그루신(Richard Grusin) 의 ‘재매개’ 이론이 유용한 참조점을 제공한다. “한 미디어를 다른 미디어에서 표상하는 것”[1]으로 요약할 수 있는 재매개 개념은 넷플릭스라는 새로운 미디어가 기존 미디어인 극장이라는 인터페이스를 어떻게 재매개하고 있는지, 그리고 이 과정에서 촉각이 어떻게 주된 감각으로 배치되는지를 살펴보는데 적합하다.

다른 한편, 앞서 언급했듯이 과거 극장용 필름 버전과 비교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베카>의 촉각적 특성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먼저 ‘매체-경험의 특성’ 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넷플릭스 플랫폼이라는 매체 자체를 먼저 경험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관람자는 넷플릭스 어플리케이션을 실행시키고 로그인 한 뒤 <레베카>를 검색하거나 본인의 관람 목록에 담겨 있는 <레베카>를 선택해 재생 버튼을 눌러야만 시청이 가능하다. 본 논문은 이러한 매체 경험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베카> 관람의 중요한 요소라 판단해 ‘하이퍼매개의 촉각 성’이라 명명하여 본론 1에서 분석할 것이다.

또한 재매개 이론은 필름 영화 <레베카>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베카>로 리메이크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표현 방식의 차이를 감각의 재구성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는데도 유용한 준거점을 제공한다. “새로운 매체가 기존 매체를 개조하고 개선하여 수용하는 재매 개”[]의 수행 과정에는 매체뿐만 아니라 그 매체가 다뤄내는 콘텐츠도 포함되기 때문이다. ‘비매개의 촉각성’ 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베카>에 어떠한 방식으로 묘사되는지 본론2에서 살펴볼 것이다.

여기서 재매개의 관점에 맞춰 촉각성이 의미하는 감각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본 연구에서 다루는 촉각 성이란 두 가지로 구분된다. 먼저 컴퓨터, 태블릿, 모바일 등 개인용 기기를 활용하기 위해 클릭 또는 터치와 같은 매체에 대한 손의 실질적인 접촉으로서의 감각을 말하는 것이 첫 번째 촉각성으로, 이러한 촉각 성은 매체의 매개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본 논문에서는 ‘하이퍼미디어적 촉각성’이라 할 것이다.

두 번째 촉각성은 접촉을 통한 직접적인 촉각성은 아닌, 관람자가 화면에 재현되는 영화 속 이미지에서 느끼는 촉각성이다. 이미지를 눈으로 감상하면서 느끼는 촉각 성이라는 점에서 ‘시각적 촉각성’이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시각적 촉각성은 매체가 투명해질수록 그리하여 관람자가 이미지에 몰입할수록 감각의 정도는 커진다. 그런 점에서 본 논문에서는 이러한 촉각성을 ‘비 매개적 촉각성’이라 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넷플릭스 <레베카>에서 관람자가 스토리 사건에 몰입하게 되는 것이 단순히 이미지를 보는 시각의 경험으로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촉각의 감각, 그 중에서도 손을 중심으로 하는 촉각적 감각을 시각적으로 묘사해 냄으로써 관람경험을 지각 적으로 더욱 풍부하고 생생하게 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 결과 관람자가 클릭 또는 터치를 통해 물리적으로 경험하는 손의 접촉 감각은 영화 이미지에서 표현된 손의 촉각 묘사와 공명을 일으키며 넷플릭스 <레베카>의 관람 경험을 ‘손의 촉각성’을 중심으로 구성하게 된다.

Ⅱ. 본 론

1. 하이퍼매개의 촉각성: 클릭과 터치

제이 데이비드 볼터와 리처드 그루신은 『재매개』에서 ‘한 미디어가 갖고 있는 속성을 취해 그것을 다른 미디어에서 재사용하거나, 한 미디어를 다른 미디어에서 표상하는 것’을 재매개라고 정의했다. 모든 매체는 다른 매체를 개조하고 개선하여 수용하거나 다른 매체의 도전에 대응하여 스스로를 개조해내는 재매개의 과정을 수행한다[1]는 것이다. 한편 그들에 따르면 재매개는 ‘하이퍼매개(hypermediacy)’와 ‘비매개(transparent immediacy’)라는 두 가지 논리로 요약될 수 있다. 여기서 비매개는 원어 의미 그대로 ‘투명한 즉시성 ’으로해석되는데(박기순, 2000), 미디어가 실재하고 있다는 것을 잊게 만드는 ‘인터페이스가 없는 인터페이스’라는 속성 때문에 ‘매체몰입성’이라고도 불린다[2]. 이와 반대로 하이퍼매개는 김봉섭(2000)과 박기순(2000)에 따르면 ‘매체상기성’으로, “미디어 이용자로 하여금 그 미디어를 상기하고 기억하게 만드는”[2] 특성을 지닌다. 즉 매개과정에서 매체 자체를 지각하게 하는 것이다.

이러한 재매개의 두 가지 논리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베카>에 대한 두 가지 차원의 촉각성을 설명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한다. 미리 말하자면, 마우스 클릭 혹은 화면 터치라는 넷플릭스 플랫폼의 ‘하이퍼미디어적촉각성’이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영화 속 사건이 투명한 리얼리티로 재현되는 과정에서 감각하게 되는 ‘비 매개적 촉각성’이다.

넷플릭스 영화 <레베카>는 매체를 클릭 또는 터치하는 감각을 관람의 기본 조건으로 하고 있다. 넷플릭스 플랫폼의 특성상 <레베카>를 관람하기 전까지 그리고 <레베카>를 관람하는 도중에 클릭 또는 터치로 느껴지는 촉각적 감각은 지속적으로 <레베카> 관람을 둘러싸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넷플릭스의 ‘다중적 미디어와 무차별적 접근의 결합인 상호작용적 응용체계’[1] 로서하이퍼미디어 접촉지점을 하이퍼매개 촉각성이라 한다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베카>가 상영되기 시작하면 하이퍼매개는 비매개로 전환되면서 영화 경험의 촉각 성은 매체 차원에서 콘텐츠 몰입을 위한 표현 방식 차원으로 건너간다. 이는 하이퍼매개의 촉각성과 구별되는 비매개의 촉각성으로 필름 <레베카>를 관람하는 경험과는 구별되는 특성이다.

먼저 클릭과 터치로 시작되는 접촉의 감각인 하이퍼 매개 촉각성부터 살펴보기로 하자. 디지털 하이퍼 매개의 시작이 컴퓨터였다는 점에서 컴퓨터의 기본 속성은 기존 미디어의 내용을 컴퓨터 소프트웨어 내부로 집어넣는 것이었다. 넷플릭스는 극장에서 관람하던 영화들을 디지털로 개조한 다량의 데이터를 가지고 있으며 영화 관람의 전형적인 윈도우 인터페이스를 훼손하지 않으며 극장을 재매개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기존의 극장 콘텐츠와 관람 인터페이스에 의존하고 있지만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넷플릭스는 극장의 다중화를 시도했으며 이는 관객의 풍부한 하이퍼매개를 만들어낸다. 관객은 극장에 들어가면 한 편의 영화가 끝날 때까지 그 영화만 보아야만 한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는 접속과 동시에 수많은 영화에 둘러싸이게 되고 선택한 영화를 끝까지 보지 않고 언제든 중단하고 다른 영화로 넘어갈 수 있다. 볼터와 그루신이 『재매개』에서 하이퍼매개 개념의 맥을 짚기 위해 언급한 "무차별적 접근을 제공해주는 것, 즉 그것은 물리적인 시작도 중간도 끝도 없다 "[1]는 하이퍼매개 논리와 완벽히 부합하는 것이다.

하이퍼매개에서 중요한 점은 비매개에 의존하며 공존한다는 것이다. 관객은 무차별적인 하이퍼링크를 마주하고 있지만 일단 하나의 링크를 클릭하게 되면 하이퍼링크는 사라지고 사물의 현전 그 자체인 실재적인 영화 한 편이 즉시 당도하여 관객을 끌어당긴다. 하이퍼 매개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순식간에 ‘투명한 즉시성’[3] 즉 비매개에 압도되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넷플릭스의 시청각 인터페이스를 극장 시스템과 투명하게 매개되도록 디자인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투명성은 영화가 끝나거나 혹은 관객 스스로 영화를 중단시키면 즉시 불투명성으로 넘어간다. 이처럼 빠른 전환은 둘이 중첩되어 있음을 말하는데, 즉 지금 보고 있는 페이지를 쉽게 걷어 낼 수 있으며 걷어낸 자리에는 다시 하이퍼링크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비 매개의 지속 시간은 짧을 수 있으며 하이퍼매개 간의 상호침투로 비매개를 방해할 수도 있다. 관객은 넷플릭스에서 보유하고 있는 영화들에 쉽게 접근할 수 있으므로여러 영화들을 동시에 관람할 수 있고, 이로 인해 관람자는 한 편의 영화에 오롯이 집중하며 감상하기가 어려워져 영화에 이입하며 감흥을 얻기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넷플릭스의 하이퍼매개적 특성은 하이퍼매개의 망각, 중첩된 자리에 영화가 펼쳐지고 있다는 불투명성의 정도를 지워가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비매개의 접촉점을 지워감으로써 극대화하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이게도 하이퍼링크의 접촉점을 확장함으로써 극대화될 수 있다. 관객이 넷플릭스를 실행시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행동은 '클릭'이다. PC 또는 노트북으로 넷플릭스를 실행시킨다면 마우스의 클릭이 될 것이고, 아이패드 또는 스마트폰으로 실행시킨다면 넷플릭스 어플리케이션을 손가락으로 터치해야 할 것이다. TV로 연결해서 보더라도 리모컨 버튼을 눌러야 실행이 된다. 이러한 클릭과 터치는 시청할 영상을 고르는 과정에서 그리고 영상을 플레이하고 일시 정지하며 다른 영상으로 옮겨 갈 때도, 최종적으로 넷플릭스를 종료하는 그 순간까지 지속된다. 클릭과 터치가 처음부터 끝까지 지속될 수 있는 이유는 넷플릭스가 하이퍼 매개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이퍼매개의 접촉점인 클릭과 터치는 접촉이라는 행위가 수반하는 촉각 성이 내재 되어 있다. 이를 달리 말하면,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관람자는 넷플릭스에 접속함과 동시에 손의 촉각 성은 촉발되었으며 촉각과 닿아 있는 감각은 열렸다는 것이다. 관람자의 손끝에서 시작된 접촉의 감각을 촉각의 시각화로 전이시키며 영화 속으로 관람자의 완전한 흡수, 하이퍼매개의 망각, 투명성의 극대화를 공략한다. 이로 인해 넷플릭스 플랫폼에서 지속되는 클릭 또는 터치의 감각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내부의 촉각성과 완벽하게 분리되기 어려우며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2. 비매개의 촉각성: 손의 감각 묘사

촉각성을 중심으로 한 영화의 비매개적 감각은 디지털 영화의 특징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카메라가 점차 소형화 되면서 카메라와 촬영자의 일체화가 가능해짐에 따라 “나는 카메라다”라는 비비안 솝책(Vivian Sobchack)이 언급한 현존감을 강조할 수 있다. 이와같이 촬영자와 관람자의 현존감을 카메라로 나타낼 수 있다고 상정할 때 “카메라 움직임을 기반으로 하는 영화 이미지의 현상학적 측면”[4]은 촉각성을 통해 현저하게 증가한다[5]. 소형화된 카메라로 인해 촬영자와 거리감을 좁힌 카메라의 쇼트들은 촬영자의 움직임과 시선, 숨결, 속도를 그대로 담아냄으로써 관람자들에게 역동적인 촉각성을 전달할 수 있었다.

다른 한편 비약적인 컴퓨터 그래픽 기술의 발전으로 영화 이미지는 정밀한 스펙터클 이미지들을 가능하게 해 주면서 이미지의 촉각적 느낌을 시각적으로 생생하게 묘사해 낼 수 있게 되었다. VFX(Visual Effects) 발전으로 실현된 특수효과 쇼트들은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을 시각적으로 재현해낸다는 점에서 해방된 촉각성을 창조한다.

역동적인 촉각성과 해방된 촉각성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관객과 영화 사이의 스크린이라는 물질적 매개체를 지우기 위한 비매개로의 도약을 취지로 한다는 것이다. 그에 따라 극장 관람 환경의 퀄리티가 높아질수록, 가령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아이맥스(IMAX), 돌비 애트모스(Dolby Atmos) 등을 갖춘 극장에서 관람할수록 비매개의 효과는 더욱 커진다.

반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의 비매개 촉각성은 소형화된 카메라와 컴퓨터 그래픽 기술발전에 따른 디지털 영화의 촉각성과는 차별화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넷플릭스 플랫폼으로만 공개되는 제한이 있기에 최첨단 기술이 적용된 극장에서 상영되지 않으며, 관객과 영화 사이의 비매개로의 도약을 취지로 한다기보다 넷플릭스라는 하이퍼매개체의 접촉면을 확장해서비매개와 공존하는 경향이 강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관람자는 영화 인터페이스를 능동적이며 적극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는 극장에서 수동적으로 영화를 관람하는 환경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특징이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를 관람하는 상태에서 손을 이용한 클릭과 터치의 감각은 영화의 시작 단계부터 영화가 끝날 때까지 영화의 재현된 이미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있다.

이런 점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베카>는 매우 흥미로운 사례이다. 이 영화는 하이퍼매개적 촉각 성을 영화 내부로 전환하고 있다고 할 정도로 손의 감각묘사를 강조하고 있다. 히치콕의 필름 <레베카>가 촉각을 연출의 주안점으로 삼고 있지 않았음을 생각해보면 넷플릭스 <레베카>의 흥미로운 특징인 것이다.

넷플릭스 <레베카>의 경우, 손을 중심으로 한 촉각 성은 극장 환경보다 더욱 활성화되기 쉬운 상태에 놓여있다. 이러한 조건 탓에 관람자는 손으로 터치하는 영화 속 장면을 그저 눈으로 보기보다는 훨씬 더 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게다가 관람자들의 손의 직접적 촉감을 영화 등장인물들의 손의 촉각 묘사로 효과적으로 대응시킴으로써 하이퍼매개와비매개의 간극을 줄일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이 영화가 취하는 비매개의 촉각성은 하이퍼매개에서 비 매개로의 이행을 촉진하는 손을 중심으로 한 촉각적 감각의 확장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20세기 영화에서는 눈이 가장 중요한 육체의 부분이자 감각의 통로로서 지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손이 미디어의 조정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함[5] 에 따라 촉각성의 발로로 기능하며 촉각성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주체로 부상하게 된다. 이는 토마스 엘새서 (Thomas Elsaesser)와 말테 하게너(Malte Hagener) 가 언급한 디지털 영화의 감각의 ‘재체화(再體化)’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에서 다시금 재편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따라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의 새로운 촉각 성은 일방향의 수동적인 눈의 촉각에서 이제는 스킨십을 수행하는 손의 능동적인 촉각성으로 확장되어 관람자와 영화는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어 조화를 이루게 된다.

2.1 스킨십의 감촉

필름 <레베카>가 넷플릭스 <레베카>로 재매개 되면서 나타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스킨십을 표현하는 정도이다. 넷플릭스 <레베카>에서는 남녀의 호감이나 애정 등의 정서를 스킨십으로 압축하며 표현하고 있다. 교외식물원 산책을 마치고 남자가 앉았던 운전석에 여자가 앉을 때 간접적적인 신체의 접촉에서 시작된 스킨십은 영화가 진행됨에 따라 더욱 짙어진다. 몇 장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해변에 누워 여자(릴리 제임스)의 등에 모래를 얹어 글자를 만드는 장면에서 맥심(아미 해머)이 모래를 집는 손가락, 여자의 등에 조금씩 올려놓는 모래알들, 몇 개의 모래알들이 굴러 떨어지는 여자의 등의 촉감과 맥심의 손 촉감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호텔로 돌아온 여자는 자신의 등을 거울로 확인하며 촉각의 경험이 몸에 새겨져 있음에 미소 짓는다. 바다에서의 성관계 장면도 그렇다. 여자와 남자는 수영을 한 뒤 첫 성관계를 가지는데 이 장면은 스킨십의 감촉을 극대화하고 있다. 바다에 먼저 들어간 여자가 육지에 있는 맥심에게 어서 들어오라는 손짓을 한다. 이때 카메라는 물 안에 들어가서 찍고 있는데 렌즈의 절반은 바다에 잠겨 있고 절반은 수면 위에 있어서 마치 관객이 바다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1인칭 시점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장면은 물결을 눈으로 보는 것이라기보다는 피부에 닿는 물의 느낌이 크다. 물놀이 후 남녀는 바닷가 모래사장에 몸을 포개어 결합한다. 남녀의 벗은 몸을 솜털이 반짝거릴 만큼 가까이 보여주며 정사가 진행될수록 솜털은 더욱 날을 세우게 되어 짜릿한 감각으로 관객들에게 느껴지게 한다.

이에 반해 필름 <레베카>에서는 해변가 데이트와 성관계 시퀀스가 없다. 대신에 카페에서 남녀가 함께 블루스를 추는 장면만으로 둘 사이가 호감에서 애정으로 발전했음을 묘사한다. 넷플릭스 <레베카>와 비교했을 때 촉각의 공감대인 스킨십의 강도가 현저하게 약하다고 볼 수 있다.

스킨십은 남녀의 애정뿐만 아니라 여자가 겪는 심리적인 압박감도 표현해낸다. 클라이맥스라고 볼 수 있는 무도회 시퀀스가 그렇다. 빨간색 드레스를 입고 무도회장에 나타난 여자는 자신이 입은 드레스가 레베카가 입었던 드레스와 동일한 것임을 알게 되고 함정을 꾸민 댄버스 부인(크리스틴 스콧 토마스)의 계략에 크게 좌절한다. 여자는 옷을 갈아입고 사람들과 어울리려 하지만 극에 달한 심리적 압박으로 레베카의 환영을 보게 된다. 빨간 드레스를 입은 레베카의 환영을 쫓아가는 여자는 무리를 지은 사람들과 섞이고 부딪히며 그들의 몸과 여자의 몸은 찰나의 스킨십을 이루게 되는데 그러한 스킨십의 감촉은 불길한 징조로 변모하며 마치 무리 지은 사람들이 여자 자신을 조롱하고 비웃는 듯한 환각으로 이어진다. 이는 그동안 누적되어온 레베카를 향한 추종, 경쟁심, 자격지심이 환영과 환각으로 드러난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심리적 압박감이 주변 인물들을 통해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주변 사람들과의 스침은 혼란스러운 마음을 표현하는 효과적인 연출이 된다.

이에 반해 필름 <레베카>에서는 청각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표현한다. 맨덜리에서 무도회가 열리는 날 경쾌한 음악은 시종 흐른다. 하지만 여유롭게 진행되던 극의 분위기는 여주인공이 레베카와 같은 드레스를 입고 등장하자마자 일순간 전환된다. 이러한 상황의 대조를 음악이 주도하는데, 여주인공이 무도회장으로 내려옴과 동시에 음악은 날카로워진다. 날 선 음악은 여자가 레베카 방에서 댄버스 부인(주디스 앤더슨)을 만나는 장면에서 강렬하게 고조되며 여자가 품고 있는 심리적인 압박감, 자격지심은 폭발하게 된다.

애정이 사랑으로, 심리적 압박감이 집착으로 안착한 여자의 모습은 넷플릭스 <레베카> 마지막 장면에서 광기로 표현된다. 맨덜리를 떠나 둘의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떠난 남녀는 카이로의 한 호텔 방에 묵고 있다. 그곳은 남자와 여자 둘이 지내기에 알맞은 공간으로 대저택이 주는 웅장함은 없지만 안정감이 있고 남녀가 해변가에서 첫 성관계를 가질 때 내리 쬐던 눈부신 햇볕은 없지만 호텔 특유의 쾌적한 온기가 그들 곁을 맴돈다. “우린 둘만의 집을 찾기 위해 세상을 떠도는 중이고 지금은 카이로의 한 작은 방에서 머무르고 있다“로 시작되는 카이로 시퀀스는 필름 <레베카>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내용이다. 넷플릭스 <레베카>의 마지막 장면은 남녀가 키스를 나누는 모습이다. 이때 여자는 키스에 열중하다 불현 듯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한다. 여자의 그러한 시선은 영화를 보는 관객들을 쏘아 보는 듯, 영화가 끌고 가려 했던 레베카의 압박에서 이제야 벗어난 듯, 속박에서 자유로운 해방감 그 자체를 만끽하는 듯 다양한 심리가교차되는 인상을 자아낸다. 또한 여자의 눈빛은 영화 내내 볼 수 없었던 여자의 새로운 표정으로 다가오며 맥심의 사랑은 얻었지만 그 사랑이 완벽한 안정으로 자리 잡지는 못한, 그리하여 욕망이 또아리를 튼 집착의 광기를 품은 표정으로 보이게 한다. 여자의 짧은 응시가 이토록 다채로운 의미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여지를 남기는 것은 넷플릭스 <레베카> 마지막 장면까지 유지되는 촉각적 감각의 체현이다. 남녀의 정사는 그들의 관계가 변모할 때마다 성질과 분위기를 바꾸며 그들이 공유하는 스킨십의 감촉을 관객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해 왔으며 그로 인해 마지막 장면이 분출하고 있는 촉각적 심상은 끈적임이다. 카이로 특유의 기후는 둘의 땀으로 표현되고 땀을 흘린 남녀의 신체가 엉켰을 때 달라붙는 살의 촉감을 카메라에 담아 표현함으로써 관객들에게 끈적이는 감촉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러한 감촉은 여자의 무한한 사랑이 검질긴 집착의 심리마저도 내재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이 밖에도 스킨십의 감촉은 몸이 아픈 호퍼 부인(앤도드)이 여자의 손을 잡으며 도움을 요청하는 메시지로 표현되며, 맥심의 할머니가 여자를 보며 “레베카가 아니다”라고 말하며 여자의 손목을 강하게 움켜쥘 때 호퍼 부인이 여자의 손을 잡았던 감각과는 대비를 이루며 거부의 뉘앙스를 스킨십으로 표현해 낸다. 또한 여자와 파벨(샘 라일리)과의 첫 만남에서 파벨은 여자에게 함께 말을 타자고 권유한다. 말의 등 위에서 가깝게 밀착된 여자와 파벨의 신체는 파벨이 “허벅지에 힘을 줘야 한다”며 여자의 허벅지를 손으로 더듬으며 긴장감을 유발시킨다. 필름 <레베카>에서는 호퍼 부인과 여자의 스킨십은 없으며 맥심의 할머니는 등장하지 않는다. 파벨과여자의 첫 만남에서 둘은 이야기만 나누고 헤어진다.

2.2 물건의 감촉

넷플릭스 <레베카>에서 처음으로 물건의 감촉이 드러나는 장면은 그림 그리는 여자의 손을 보여주면서 부터다. 연필과 종이가 맞부딪히며 사각거리는 소리의 묘사는 데생하는 손의 감각을 더욱 극대화시킨다. 여자가 맨덜리에서 댄버스 부인(크리스틴 스콧 토마스)과 처음 마주하는 순간의 긴장감과 설렘은 장갑의 감촉으로 묘사된다. 여자가 댄버스 부인과 악수를 하기 위해 손을 내밀다 장갑 한 짝을 떨어뜨리는 손과 장갑을 주워 여자에게 건네는 댄버스 부인의 손, 장갑을 건네받는 여자의 손을 차례로 보여준다. 여자와 부인의 악수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둘의 스킨십 접촉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여자가 떨어뜨린 장갑의 감촉을 둘이 함께 공유했다는 점에서 둘 사이의 교류가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여자가 가지고 있는 심리적 경쟁 관계도 물건의 감촉을 통해 표현된다. 레베카의 방 화장대에 놓여 있던 빗의 솔 부분을 만지던 여자는 빗에 아직 레베카의 머리칼이 엉킨 채로 남아 있음을 발견한다. 여자는 빗에 붙어 있는 머리칼을 떼어 내려 하지만 이미 엉켜버린 머리칼을 쉽게 떼어낼 수 없다. 레베카는 죽었지만 그의 물건들, 그리고 그의 머리칼까지 아직 남아있는 집에서 여자는 손닿는 어디에서든 레베카의 흔적을 발견한다. 여자는 레베카의 자취를 모두 없애려 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레베카의 존재는 여자를 옥죄여 온다. 그리고 여자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위로의 손길이 필요할 때조차 여자 곁에 죽은 레베카의 영혼 밖에 없다는 점이다. 맥심과 다툰 뒤 여자는 홀로 상심에 잠겨 울다 눈물을 닦기 위해 외투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낸다. 손수건을 펼쳐 든 여자는 소스라치게 놀라는데 손수건에 레베카 서명이 수놓아져 있었기 때문이다. 손수건을 꺼낸 자신의 손을 원망하듯 여자는 손수건을 내동댕이치고 황급하게 자리를 뜬다. 필름 <레베카>에서도 여자가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는 설정으로 나오지만 종이에 연필로 무언가를 그리는 촉감을 드러내는 장면은 없으며 댄버스 부인과의 첫 만남에서 여자는 장갑한 짝을 떨어뜨리지만 상황만을 보여줄 뿐 손과 장갑을 클로즈업해서 따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리고 레베카의 방에 들어가 레베카가 쓰던 빗을 만지는 여자 모습이 묘사되기는 하지만 빗에 머리칼이 엉켜 있다는 설정은 없고 머리칼을 떼려 하는 손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넷플릭스 <레베카>에서 묘사하는 물건의 감촉은 지속적으로 누적되어 영화 후반부 오두막에서 맥심이 여자에게 권총을 내밀 때 압축적이면서도 상당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맥심이 권총을 꺼내 레베카를 살해할 당시의 상황을 재연함으로써, 그리고 그 권총을 여자에게 건넴으로써 극의 긴장감은 고조된다. 남자가 여자에게 건네는 권총의 단단하고 뚜렷한 형상은 남녀의 혼란스러운 마음과 함께 불편한 정서를 더욱 극대화시킨다. 연필, 장갑, 빗, 손수건 등 부드러운 물체들의 촉감이 자아내던 심리적인 압박감이 층위를 쌓아가다 단단하고 차가운 성질을 가진 권총의 등장은 새로운 국면으로의 도약을 암시한다. 권총이라는 낯선 감촉은 여자를 처음으로 냉정하게 사고하도록 만들고 “우리가 이길 거야”라는 말과 함께 앞으로의 일들을 적극적으로 도모한다. 이와 반대로 필름 <레베카>에서는 대화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레베카의 시신이 발견된 저녁 오두막에서 맥심은 여자에게 레베카와의 끔찍했던 결혼생활, 레베카의 이기적인 이중성, 그런 레베카를 견디지 못하고 레베카를 살해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털어 놓는다. 이대 화의 시퀀스는 15분에 걸쳐 진행된다. 같은 시퀀스가넷플릭스 <레베카>에서는 5분에 걸쳐 진행된다는 점에서도 필름 <레베카>는 넷플릭스 <레베카>보다 대사를 활용하는데 시간을 더 많이 할애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남자가 레베카에게 품고 있던 앙심과 그로 인해 레베카를 살해한 배경을 필름 <레베카>에서는 청각적 표현인 말로 전달하고, 넷플릭스 <레베카>에서는 말보다는 권총의 촉각적 감각을 앞세워 전달하려 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대사로 이뤄진 장면을 촉각적 감각으로 바꿔 표현함으로써 시간 차이가 현격한 또 다른 시퀀스로 재판 시퀀스가 있다. 필름 <레베카>에서는 20분에 걸쳐 묘사한 맥심의 재판 과정을 넷플릭스 <레베카>에서는 5분에 걸쳐 짧게 소개한다. 필름 <레베카> 재판 과정에서는 넷플릭스 <레베카> 재판 시퀀스에서는 등장하지 않는 벤이 등장하며 “정신병원에 가기 싫다”는 말을 반복적으로 하며 사건의 논점을 흐리지만 검사가 보트의 구멍은 안에서 뚫었을 가능성이 크며 이는 레베카가 자살했을 가능성이 농후함을 지속적으로 언급하며 맥심의 무죄를 입증해 간다. 그렇지만 한 쪽으로만 몰아가는 검사의 논리가 미심쩍은 판사는 “부인과의 관계는 행복했나요?” 맥심에게 물으며 레베카와 맥심의 관계를 의심하는 기색도 보인다. 이렇듯 필름 <레베카>에서는 증인, 검사, 판사, 맥심의 대사로 구성된 재판 과정이 탄탄하게 흘러가며 극의 후반부 긴장감을 쌓아 간다. 반면 넷플릭스 <레베카>에서는 재판 과정에서의 대사를 걷어 내고 몽타주로 빠르게 재판 분위기를 훑은 다음 여자가 레베카의 병원 기록을 먼저 확보하기 위해 의사를 찾아간 시퀀스에서 긴장감을 절정에 다다르게 한다. 이때 역시 대사가 중점이 되기보다는 여자가 레베카 진료 차트를 찾아내고 차트 종이를 한 장씩 넘겨가며 손으로 기록을 확인하는 긴박함에 집중하고 대사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필름 <레베카>에서는 검사와 대령, 맥심 그리고 파벨(조지 샌더스)까지 함께 병원으로 찾아가 레베카의 진료 기록을 물어 보며 의사에게 직접 “레베카는 암 말기로 온 몸에 암이 퍼져서 수술이 필요 없을 정도였으며 앞으로 몇 달밖에 살 수 없는 수준으로 심각했다”는 말을 전해 듣는다. 검사와 대령은 맥심의 무죄를 확인하며 서로가 안도하는 대화를 주고받고, 파벨은 믿을 수 없다는 듯 투정하는 말들을 늘어놓는다.

2.3 상처의 쓰라림

넷플릭스 <레베카>에서 여주인공은 실수로 깨져버린 조각상을 보며 놀란 나머지 깨진 조각을 허겁지겁 치우려다 손을 벤다. 손끝에서 흐르는 검붉은 피를 자세히 보여주는 클로즈업은 여자의 불안정한 상태를 시각적으로 부각함과 동시에 상처의 쓰라림을 강조한다. 여자는 흐르는 피를 제대로 수습하지도 못한 채 깨진 조각들을 서둘러 서랍장에 넣는다. 손에서 피는 계속 흐르고 어느 누구도 본인의 상처를 걱정해주지 않으며 스스로 치료해야 한다는 점에서 여자는 공포심과 불안, 그리고 고독감까지도 함께 품게 된다. 레베카의 손길이 닿았던 물건에 베인 손의 생채기는 물리적인 상처의 자국과 함께 상처의 촉각적 감각인 쓰라림을 동반하며 여자의 현재 심리적 반응을 유추하게 한다.

이에 반해 필름 <레베카>는 여자가 장식장을 깨트리는 상황만 보여준다. 여자의 실수로 장식장을 깨트리는 설정과 깨진 조각을 수습하기 위해 서랍에 집어넣는다는 설정만 같을 뿐 여자는 깨진 조각에 손을 베지도 않고 피를 흘리며 아파하지 않는다. 필름 <레베카>에서는 상처의 쓰라림이라는 촉각성을 통해 여자의 심리적 상태를 간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것이다.

넷플릭스 <레베카>에서 댄버스 부인에게 “레베카는 아직 이 방에 있다. 나는 느낄 수 있다”는 말을 들은 밤 여자는 빨간색 드레스를 입은 여인과 맥심을 뒤쫓아 가는 꿈을 꾼다. 아무리 빨리 뛰어도, 아무리 팔을 힘껏 뻗어도 여인과 맥심을 잡을 수 없다. 숨이 차도록 뛰던 여자는 갑자기 늪지로 변해버린 땅으로 빨려 들어간다. 여자는 허우적거리며 온 몸으로 저항하다 잠에서 깬다. 땀으로 흠뻑 젖은 손으로 이불과 침대를 만지며 그때서야 여자는 살아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저런, 몸을 할퀴셨네요" 하인의 목소리에 자신의 몸을 살피던 여자는 자신의 어깨와 팔목에 누군가 할퀸 듯한 상처를 확인한다. 늪지대에 있던 날카로운 나뭇가지가 상처를 낸 것처럼 상처는 얕지만 짧고, 피는 방금 고인 듯 새빨갛다. 레베카는 아직 죽지 않고 살아 있는 시체[7]가 되어, 여자 곁에 머무는 영혼이 되어 방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두려움은 여자 스스로 만든 것이며 두려움에서 벗어나려 몸부림칠수록 오히려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고 마는 심리를 꿈을 통해, 꿈을 경유하며 하나둘 생긴 자해의 흔적을 통해 드러낸다.

이와 달리 필름 <레베카>에서는 여자의 불안한 심리를 대사를 통해 드러낸다. 여자가 레베카에게 가지고 있는 자격지심과 경쟁심, 하인들이 레베카보다 못한 자신을 업신여긴다는 인상 등을 맥심과 댄버스 부인에게 모두 털어 놓는다. “하인들이 나를 레베카와 비교하고 있다.”, “사람들의 시선이 거슬린다.”, “세련되고 아름다운 레베카와 다르게 아둔하고 촌스러운 나를 왜 골랐는지 모르겠다.”와 같이 요동치는 마음의 소리를 말로 직접 드러냄으로써 촉각적인 방법이 아닌 청각적인 방법으로 여자의 심리를 관객들에게 전달한다.

Ⅲ. 결 론

토마스 엘새서와 말테 하게너에 따르면, “눈이 20세기 영화사에서 가장 중요한 육체의 부분이자 감각 통로라는 지위를 가지고 있었지만 오늘날에는 손이 핵심적인 조정자로서 미디어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6]. 넷플릭스를 시청하는 관람자는 넷플릭스에 접속함과 동시에 클릭과 터치로 인한 촉각성은 촉발되며 촉각과 닿아 있는 감각은 열리게 된다. 개인용 기기의 개별 인터페이스를 조정해야만 영화 관람이 가능해진 시대가 됨에 따라 영화 관람에서 손의 지위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베카>는 필름 <레베카> 에서 청각적 감각으로 풀어냈던 스토리를 스킨십의 감촉과 물건의 감촉, 상처의 쓰라림을 부각하는 방식으로재매개 하였다. 특히 손을 활용한 촉각적 감각이 두드러지는데, 여자 주인공의 심리적 압박감과 공포심, 불안감, 고독감과 같은 심리를 접촉의 감각으로 표현한다. 뿐만 아니라 여자 주인공에게 닥치게 될 시련과 죽음을 암시하는 장치로도 촉각성은 활용된다.

이러한 영화의 촉각성 묘사는 넷플릭스 플랫폼으로 감상하는 <레베카>의 매체적 특성과 쌍을 이루고 있다. 다시 말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베카>를 관람하기 위한 마우스의 클릭 또는 손의 터치와 전적으로 무관하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넷플릭스 매체 자체를 다루면서 느끼는 손의 촉각성과 콘텐츠를 관람하면서 느끼는 손의 시각적 촉각성은 감각의 공명과 확장이라는 차원에서 공존의 알리바이를 지니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는 극장 개봉 없이 온라인으로만 상영되며 관람자가 개인용 기기를 이용해 영화를 관람한다는 측면에서 극장 개봉용 영화들과는 차별화되는 특성을 가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TT 플랫폼이 국내에 상륙한 2016년부터 현재까지 관람 환경과 서비스 특징에 대한 연구들만이 활발했을 뿐 OTT 오리지널 영화의 차별화된 특성에 대한 연구는 본격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베카>의 촉각적 특성을 살펴본 본 연구는 OTT 플랫폼의 매체적 특성과 콘텐츠의 재현적 특성을 관람의 감각성이라는 측면에서 고찰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동안 영상 콘텐츠에 대한 이해가 시각을 강조하는 차원에 주로 국한되어 왔음을 감안할 때,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레베카>의 촉각적 특성 연구는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과 이에 기반한 콘텐츠가 시각을 넘어서는 다른 감각을 지향하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OTT 산업의 발전이 전망되는 상황에서 전통적인 극장 영화 관람과 구별되는 흥미로운 사례라 하겠다.

참고문헌

  1. 제이 데이비드 볼터, 리처드 그루신, 재매개, 이재현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2014.
  2. 정일형, "디지털 미디어의 재매개화 연구 - 인터페이스와 표현양식을 중심으로," 사회과학연구, 제22집, 제2호, pp.21-47, 2006.
  3. 박기순, 인간 매체 커뮤니케이션, 커뮤니케이션북스, 2000.
  4. V. Sobchack, "'The Active Eye' (Revisited): Toward a Phenomenology of Cinematic Movement," Studia Phaenomenologica, Vol.16, pp.63-90, 2016. https://doi.org/10.5840/studphaen2016162
  5. 장미화, "아녜스 바르다의 디지털 에세이 영화에 나타나는 촉각성, 상호작용성," 문학과영상, 제20권, 제2호, pp.321-341, 2019.
  6. 토마스 엘새서, 말테 하게너, 영화 이론 : 영화는 육체와 어떤 관계인가?, 윤종욱 옮김, 커뮤니케이션북스, 2012.
  7. 송인희, "내 안의 타자, 그 기괴한 낯설음에 대하여-히치콕의 레베카를 중심으로-," 스토리앤이미지텔링, 제5호, pp.129-152,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