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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Study of AR Art Exhibitions in a Post-COVID World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AR(증강현실)전시 유형 연구

  • 연규석 (경기대학교 미술경영학과)
  • Received : 2021.06.08
  • Accepted : 2021.07.13
  • Published : 2021.10.28

Abstract

To study how digital content can be effectively developed and transformed in a post-COVID world in which the normal operations of museums have been disrupted, this paper analyzes the rapid development and limitations of VR exhibitions and proposes, as an alternative, the development of AR exhibitions. Studying VR/AR exhibitions that ran before and after COVID-19, this paper finds that VR, on the one hand, translates physical objects into digital video, which lacks aesthetic depth, and encounters operational problems originated by devices. By using mobile devices that are widely distributed and convenient to use, AR exhibitions can, on the other hand, be divided into three types: "museum-specific exhibitions" can present digital content in a specific indoor space, while "place-specific exhibitions" can be used in open outdoor spaces. The "non-place-specific exhibitions", can, as third type, combine digital content with printed material sent by postal mail. Among these three types, the specific/unspecified place type shows the highest "uncontact effect," which can suggest the best direction for effective museum content development in the pandemic era.

본 논문의 목적은 코로나-19 이후 뮤지엄 운영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발달하고 있는 VR 전시의 한계에 대해 논의하고, 그 대안으로 현재까지 소개된 여러 유형의 AR 전시를 뮤지엄 중심으로 연구하여 코로나 시대에 디지털 콘텐츠가 어떻게 효과적으로 변화하고 활용될 수 있는지 알아보는 데 있다. VR/AR 전시를 코로나-19를 전후로 살펴본 결과, VR은 대부분 현실을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소개하고 있어 미학적 현장감부재와 HMD 장비운영 문제를 드러낸다. 주로 보급률이 높은 모바일을 이용한 AR은 특정 실내 공간에서 콘텐츠를 감상할 수 있는 '뮤지엄용', 개방된 실외 공간에서 이용할 수 있는 '특정 장소형', 디지털 콘텐츠와 인쇄물에 접목하여 우편형식으로 발송 가능한 '불특정 장소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중 특정/불특정 장소형은 실외 공간 및 우편 발송을 통해 가장 높은 비대면 효과를 나타내고 있어 펜데믹 시대의 효율적인 뮤지엄 콘텐츠 개발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Keywords

I. 서론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국내 국립문화예술기관의 온라인 콘텐츠 제작은 2019년 930건에서 2020년 1월부터 10월까지 1, 217 건으로 현격히 증가하였다[1]. 그리고 ICOM의 발표에 따르면 2020년 4월 한 달간 107개 국가에 있는 뮤지엄 인력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조사 대상 기관의 94%가 휴관하였으며, 이에 따른 조치로 디지털 활동이 15% 증가하였음을 밝히고 있다[2]. 나아가 같은 기간 유럽의 여러 뮤지엄 웹사이트 방문율이 최대 500% 증가하는 현상이 발생하였다[3]. 이처럼 코로나-19 이후 박물관과 미술관을 지칭하는 뮤지엄 전시의 변화는 비대면(Untact)을 목적으로 한 디지털 기술과 온라인이라는 두 가지 키워드를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다[3]. 이에 따라 미술계의 현장에서는 수많은 뮤지엄이 작품, 전시, 전시장을 디지털화하여 가상현실(이하: VR) 기술을 기반으로 한 360도 동영상을 인터넷을 통해 전송하여 일종의 가상 전시 형태로 소개하고 있다.

이러한 유형의 전시가 과연 코로나-19 확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 3월 이후 10월까지 얼마나 발전하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국내외 주요 뮤지엄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조사해 보았다. 이 중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여러 전시를 작가나 큐레이터의 설명과 함께 동영상으로 촬영하거나, 디지털 촬영 기술을 이용하여 머리 고정식 HMD 장비와 연동된 360도 파노라마 영상을 기관 공식 홈페이지나 유튜브를 통해 소개하는 전시의 유행이다. 루브르박물관의 경우 고화질 촬영을 통해 모나리자와 같은 유명 작품의 디테일까지 선보인다. 독일의 루드비히 미술관의 경우 여러 전시를 홈페이지를 통해 360도 파노라마 가상현실로 소개한다. 프랑스 리옹 시립미술관은 잠정적 휴관 이후 1, 400점에 달하는 컬렉션과 3, 000m2의 공간을 미술관이 제공하는 앱과 온라인을 통해 감상할 수 있게 유도함은 물론, 유 튜브 채널을 통해 전시와 작가, 콘퍼런스 등을 디지털 콘텐츠로 선보였다. 러시아의 에르미타쥬 박물관은 애플사와의 협업으로 무려 5시간 19분에 걸쳐 45개 갤러리를 방문하고 작품 600여 점을 인터넷을 통해 감상할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방식과 유사한 콘텐츠는 Google에서 제공하는 Google Arts & Culture 페이지를 통해 시공간의 제약 없이 감상할 수 있다. 그리고 2020년 10월 기준으로 런던 브리티시 뮤지엄, 구겐하임 뉴욕, 워싱턴국립미술관, 오르세 박물관, 네덜란드 반고흐미술관을 포함한 전 세계 500개가 넘는 뮤지엄, 갤러리들이 이러한 인터넷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디지털 전시를 선보였다. 국내의 경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을 비롯한 여러 비중 있는 뮤지엄이 360도 동영상과 VR을 이용한 온라인 전시 관람을 유도하였다.

이처럼 코로나-19 이후 국내외 수많은 뮤지엄은 VR 기술을 응용한 디지털 콘텐츠를 통한 위기 극복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콘텐츠는 현실 속 작품 감상보다는 온라인을 통한 홍보나 교육을 목적으로 오프라인 전시의 ‘보조적 전시’로서 몇 가지 문제를 야기한다 [4-6]. 우선, 물리적 공간에서 느낄 수 있는 작품에 대한 예술적 감동이 저하될 수 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스타그램을 통한 미술 전시 관련 콘텐츠는 대중에게 “마케팅을 위한 것.” 그리고 유튜브의 경우 “미술 교양 프로그램과 같다.”라는 평가를 받았다. VR의 경우 “감각할 수 없다.”, “아카이브 성격이 강하다.”, “온라인이 오프라인을 대체할 수 없다.”라는 결과를 얻었다[7]. 물론, 가장 최근에 메타버스 기술을 VR에 접목하여 현실과 평행으로 존재하는 디지털 공간을 창작, 그곳에서 이루어지는 새로운 형태의 미술 전시가 등장하고 있다. 몇 가지 예를 들면 현대미술 작가 전병삼은 2021년 7 월 MCM Haus Museum에서 <루미네이션: 네이션즈인 메타버스>를 개최하였으며, 같은 시기 미술품 경매브랜드인 프린트 베이커리는 블록체인 기반의 첫 번째 NFT 메타버스 전시인 <더 제네시스>를 개최하여 27명 작가의 작품을 소개하였다. 하지만, 그것은 대부분 2021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발전하고 있기에 이러한 디지털 세계에 대한 가능성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HMD 기기는 현장에 대한 몰입감을 유도하는 데 있어 화질과 렌즈 배율에 의해 디스플레이 화소가 직접 눈에 노출되는 방식으로 때에 따라 두통, 현기증, 메스꺼움, 불편함 등을 의미하는 ‘디지털 멀미’ 또는 ‘사이버 멀미’를 유발한다[8][9]. 게다가 HMD 장비는 대부분 고가이며 다른 IT 제품과는 다르게 실제로 써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체험형기기’로 사용자에게 있어 장비 조작 문제와 운영자에게 있어 관리/유지 문제가 대두된다[10]. 이 밖에도 전염병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감과 우울함이 상당히 고조된 코로나-19 시대에 뮤지엄에서 장비를 공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11].

증강현실(이하: AR)은 VR과 함께 자주 언급되어 ‘VR/AR’ 또는 ‘AR/VR’이라는 표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두 기술 모두 소리, 동영상, 그래픽을 이용한 멀티미디어의 성격을 드러내며, ‘현실’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디지털 기술을 이용하여 대체, 혼합, 해석함은 물론,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서비스의 능동성을 강조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코로나-19 이후 확산하고 있는 ‘비대면’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VR과 AR을 연관 지어 고찰하는 일은 타당하다. 하지만, 양자 간의 유사성에도 불구하고 AR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콘텐츠는 때에 따라 VR과 비교했을 때 더 높은 창작과정을 요구하며, 콘텐츠 운영에 있어 이미 보급률이 높은 휴대전화와 같은 각종 모바일 장비를 활용한다는 차이점을 드러낸다.

따라서 본 논문을 통해 우리는 AR 전시가 코로나-19 를 전후로 어떻게 변화하고 있으며, 시각미술 분야에서 그것이 어떻게 효과적으로 비대면 문화를 성장시키고 있는지 알아볼 것이다. 그 방법으로 최근 들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AR 콘텐츠의 발전 사례를 기관 홈페이지, 미술잡지, 유튜브 등을 중심으로 조사·분석할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현재 변화하고 있는 미술계를 진단하고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논한다는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아직 코로나-19가 확산하는 추세에서 2020년 초반부터 현재까지 약 1년간 진행된 미술계의 짧은 변화와 움직임을 현재 태동 중인 AR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는 것이 본 논문의 한계이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더라도 VR/AR 과 같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변화하는 미술계를 연구하는 것은 시대적 맥락에서 타당하다.

VR/AR 외에도 최근에는 가상현실 기법으로 개발된 콘텐츠에 현실적 요소가 추가되어 상호작용이 가능한 ‘증강가상현실’(Augmented Virtuality), 현실과 가상현실이 혼합되어 VR의 몰입감과 현실적 감각을 살려낸 ‘혼합현실’(Mixed Reality), 그리고 VR, AR, MR의 장점을 혼합하여 현실과는 또 다른 세계를 만들어 그 공간을 사용자가 탐험하는 메타버스(Metavers) 형태의 ‘초실감현실’ 등 현실을 디지털 기술로 해석하는 다양한 방법이 발전되고 있다. 본론에서 살펴보겠지만, 위와 같이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현실 중 미술 전시 분야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하여 가장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기술이 바로 접근성이 좋은 VR과 AR임을 강조하고자 한다. 인류는 이미 1976년 에볼라 바이러스 이후, 1983 년 AIDS의 원인인 HIV, 1996년 인간 광우병을 유발하는 프리온(prion), 1997년 조류독감 바이러스(H5N1), 2012년 MERS,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 등 20세기 후반부터 환경변화와 자본주의 사회의 빈곤 문제로 인한 무서운 전염병을 경험하였다. 이처럼 기후변화, 환경오염, 자본주의 사회의 빈곤 문제 등 복합적 요인에 따라 수많은 전염병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코로나-19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향후 이와 유사한펜데믹 상황에서 효과적인 대응책에 대해 연구하는 것은 큰 의의가 있다. 그래서 본 논문에서 언급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단순히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최초 보고된 정체불명 바이러스에 대한 위협에 따른 시대적 변화를 표현한다기보다는 향후 벌어질 수 있는 이와 유사한 보건 위기의 반복 또는 전염병으로부터의 지속적 노출, 그리고 창작물로서 미술 콘텐츠의 시대적 변화라는 의미로 확장, 해석하고자 한다[12].

II. 이론적 배경

‘창작’이란 사전적 의미로 “사람의 정신적 노력에 의한 산물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 정의되어 있다. 여기서 말하는 ‘정신적 노력’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상상력과 사고력을 통해 기존과는 다른 방식이나 다른 관점으로 예술작품이라는 결과물을 얻는 행위와 연결된다. 미술사에 있어 이러한 창작에 대한 담론의 발전은 르네상스 이후에 본격적으로 점화된다. 현실 세계의 사물을 이해하고 그것을 2차원 평면에 옮기기 위해 사용하는 원근법은 하나의 학문으로서 세상을 이해하는 수학적 원리와 맞닿아 있다[13]. 사물을 인식하는 이러한 관점의 변화는 서양 중세시대에 작품을 단순히 기계적으로 복제하는 기술자나 장인의 지위를 창작자의 그것으로 인식하게 했다. 그리고 18세기 프랑스 대혁명을 계기로 예술작품은 신권과 왕권의 지배에서 벗어나 확고한 독립의 위치를 점유한다. 하지만, 이러한 자유로운 창작활동은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기술복제 시대의 도래에 따라 나타나는 ‘아우라의 붕괴’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14]. 그리고 20세기 후반부터 현격히 발달하는 디지털 기술은 근본적으로 원본의 개념이 사라지고, 더 나아가 인터넷 기술과 만나 시공간을 초월하여 정보를 공유한다. 이러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세상의 거의 모든 창작물은 인터랙티브한 디지털 편집기술을 통해 복제, 변형, 왜곡되어 새로운 유형의 창작을 가능하게 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일종의 하이퍼텍스트로서 그것만의 고유한 시각적 특징과 예술성을 드러낸다. 그래서 진보하는 디지털 편집기술에 의해 탄생한 결과물은 하나의 독립된 예술성과 미학적 특징을 드러낸다.

또한, 과거 원작에서 기인하는 속성인 원본성(Originalität), 진품성(Echtheit), 일회성(Einmaligkeit)을 포함하는 발터 벤자민 시대의 아우라는 편집기술 시대의 결과물에서 ‘디지털 아우라’라는 새로운 미학적 가치를 생산한다[15-17].

이러한 상황에서 본 논문이 제시하는 AR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된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콘텐츠는 앞서 살펴본 코로나-19 이후 증가한 약 1년간의 VR 사례와는 달리, 대부분 새로운 창작-편집과정을 통해 탄생한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대부분 기존의 텍스트를 가공하여 얻어낸 창작물로서 ‘팬데믹’이라는 시대적 상황과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

III. 증강현실 사례연구

2020년 전개된 다양한 형태의 AR 콘텐츠는 각각의 고유한 특징에 따라 크게 ‘뮤지엄용’, ‘특정 장소형’, ‘불특정 장소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그리고 불특정 장소형을 다시 ‘평면형’, ‘입체형’, ‘응용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1. 뮤지엄용

‘뮤지엄용’은 뮤지엄이라는 특정 공간에서 활용되는 AR 기술로서 주로 뮤지엄에 전시된 작품(주로 평면) 에디지털 콘텐츠를 접목하여 휴대전화와 같은 모바일 기기를 통해 그것을 감상할 수 있게 유도한다. 이때 사용자는 뮤지엄과 같은 특정 공간을 직접 방문하여 작품원작을 감상하고, 그것이 마커로서 자신의 모바일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가 작동하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이러한 유형의 대표적인 예는 신체 작업으로 잘 알려진 프랑스의 여성 작가 오를랑(Orlan)이다. 그녀는 2014 년부터 제작된 <베이징 오페라> 시리즈에서 자신의 평면 사진 작품에 AR 기술을 도입, 사람들이 모바일을 이용하여 경극의 인물로 분장한 디지털화된 자신의 모습과 활발하게 움직이는 아바타를 볼 수 있게 하였다[그림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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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뮤지엄용 증강현실 사례

이 작품은 그녀가 2013년에 제작한 <살가죽 벗겨진 자유의 여신상과 두 명의 오를랑>이라는 디지털 영상작품과 연결될 수 있다. 여기서 작가는 자신의 아바타를 디지털 기술로 디자인하고 편집기술로 살갗을 벗겨 “몸은 껍질일 뿐”이라는 자신의 주장을 시각화한다. 베이징 오페라 시리즈의 경우 얼굴을 벗겨내는 모습을 중국 전통 가면극 변검에서 차용하여 작가의 디지털 아바타를 만들어 그것을 전시장에서 자신의 평면 디지털 프린트 작품과 함께 감상할 수 있게 하였다. 결과적으로 AR을 이용한 작가의 작품은 사진이라는 단순한 평면작업과는 달리 작가가 개발한 상호작용하는 디지털 작품과 융합함으로써 휴대전화 스크린에서 디지털 입체가 구현되는 독특한 형식을 취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10년을 전후로 하여 AR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디지털 아트가 발전하고 있다. 작가 차동훈은 대안공간 루프에서 개최된 라는 전시에서 구글어스에서 받은 위성 사진들을 콜라주로 선보였다. 사람들은 라는 이 작품 위에 마커를 이용하여 디지털 콘텐츠의 움직임을 감상할 수 있다[그림 1-2]. 비슷한 시기 작가 문준용은 현실 속의 흰색 큐브를 테이블 탑 인터페이스를 통해 움직이면 인공 그림자가 표시되는 <증강현실 그림자> 시리즈를 발표하였다[그림 1-3]. 작가 전지윤은 2011년 대안공간 충정각에서 개최된 라는 전시에서 휴대전화를 매개로 한 AR 작품을 여러 점 발표하였으며, 2017년에는 iPad를 이용한 가상현실 작품 을 선보였다.

이와 같은 AR 기술을 이용한 여러 작품은 21세기 변화하는 디지털 기술이 얼마나 예술 창작 행위를 변화시킬 수 있는지 잘 드러낸다.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은 아무리 AR 기술을 이용한 뮤지엄용 전시가 21세기를 대표하는 새로운 형식의 창작물이라 할지라도 대부분 코로나-19 이전부터 현재까지 집단 감염이 가능한 ‘뮤지엄’이라는 물리적 장소를 기반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온라인을 비롯한 다른 매개체를 통해 공간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언택트’를 기조로 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한계를 드러낸다.

2. 특정 장소형

‘특정 장소형’은 바이러스의 침투가 쉬운 밀폐된 다중시설인 뮤지엄에서 감상할 수 있는 뮤지엄용 AR 과는 달리 실내 공간을 벗어나 길거리에서 공공미술과같이 AR 작품을 감상하는 경우이다.

물론, 거리에서 코로나-19를 비롯한 여러 병원균에 사람들이 감염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형의 전시는 사람들이 빠르게 이동하는 공공장소를 통해 소개되기 때문에 관람객 사이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러한 전시 유형은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코로나-19 이전 발표된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2017년 10월 4일 메신저 앱인 스냅챗(Snapchat)은 미국의 유명 작가 제프 쿤스(Jeff Koons)와 협력하여 라는 디지털 공공미술 프로그램을 프랑스의 에펠탑, 뉴욕의 센트럴파크, 영국의 Hyde Park와 같은 여러 국가의 유명 장소에 선보였다. 이 프로그램에서 제프 쿤스의 , , , 와 같이 이미 잘 알려진 여러 작품을 3차원으로 디지털화하고 이를 사람들이 야외에서 스마트폰을 이용하여 마치 실제 초대형 조각 작품처럼 소개되었다. 2019년 8월에는 미국의 애플사와 뉴욕의 뉴뮤지엄이 협력하여 뉴욕, 런던, 파리, 홍콩, 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에 가상현실을 이용하여 다양한 디지털 조각 작품을 선보이는 공공미술 프로젝트 <[AR]T Walk>가 소개되었다. 이 프로젝트 역시 <[AR]T 산책 공간>이란 이름으로 와 유사하게 런던의 트라팔가 광장, 샌프란시스코의 예르바 부에나 가든 그리고 뉴욕의 센트럴 파크 내 그랜드 아미 플라자와 같이 사람들이 붐비는 세계의 여러 명소에 GPS 방식을 이용한 AR 기술이 적용되었다. 이 밖에도 작가 사라 로트버그(Sarah Rothberg)가 AR 기술을 이용하여 관람객 중심의 개인적 예술 경험을 선사하는 <[AR] T Lab> 그리고 전 세계 애플 스토어를 자유롭게 방문하여 닉 케이브(Nick Cave), 나탈리 뒤버그 (Nathalie Djurberg), 한스 버그(Hans Berg), 차오 페이(Cao Fei), 존 지오르노(John Giorno), 카스텐 횔러 (Carsten Höller), 피필로티 리스트(Pipilotti Rist)의 AR 작품을 감상할 기회가 제공되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 3월에는 미국 작가 카우스(KAWS)가 AR을 이용하여 런던 밀레니엄 교, 뉴욕 타임스퀘어, 파리 루브르 박물관, 도쿄 스크램블 교차로, 홍콩 대관람차, 서울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를 비롯한 세계 주요 도시 12곳에서 어큐트 아트 (Acute Art) 앱을 활용해 작가의 작품인 대형 컴페니언 (Companion)을 감상하는 방식을 제시하였다. [그림 2-1]라는 이 디지털 조각작품은 물질로서의 작품과는 달리 실외 공간에서 많은 사람이 모바일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이 전시는 2019 년부터 현재까지 어큐트 아트가 세계 정상급 예술인들을 초대하여 VR/AR/MR과 같은 뉴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작품을 선보이는 디지털 야외 조각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어큐트 아트를 운영하는 다니엘 번바움 (Daniel Birnbaum)은 첫 번째 AR 전시로 2019년 한국 작가 고정아를 초청하여 런던 템스강 주변에 디지털작품을 설치하였다. 코로나-19가 심각하게 확진된 2020년에는 역시 템스강 주변과 런던 Hyde Park에 카우스를 비롯한 10여 명의 세계 유명 작가들이 증강현실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형태의 인터렉티브한 디지털 작품을 소개하였다. 사람들은 어큐트 아트가 제공하는 앱을 다운로드하여 템스강 주변을 산책하며 여러 작가의 다양한 증강현실 작품을 공공미술의 한 형태로 감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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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특정 장소형 증강현실 사례

코로나-19 이후 특정 장소형 AR 전시를 국내 사례를 중심으로 좀 더 살펴보자. 하나의 대표적인 예로 국립현대미술관이 MMCA청주 프로젝트 2020의 일환으로 작가 권민호를 초대하여 기획한 <회색 숨>(2020/10/29-2021/11/14)을들 수 있다[그림 2-2]. 이 전시는 청주관의 대형 외벽에 과거 연초제조창이 세워진 1946년부터 미술관이 탈바꿈한 현재에 이르기까지 그 역사를 디지털 작품으로 제작하여 미술관 전시실의 운영과는 무관하게 야외에서 사람들이 모바일을 통해 디지털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유형의 기획은 기존의 조각 작품을 디지털 언어로 재해석하여 소개한 제프 쿤스나 카우스와는 달리, 한 작가가 과거 ‘연초제조창’이라는 특정 공간을 디지털 작품으로 승화하는 데에 초점을 두고 있어 기존 콘텐츠와는 다른 형태의 디지털 아트로서 의미가 있다.

특히, 이 작품에서 과거 연초제조창이었던 ‘미술관 외벽’이라는 역사적 의미와 상징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이 작품이 해당 공간이 아닌 다른 장소를 통해 공개되었다고 가정하였을 때, 작품이 상징적으로 장소의 역사적 흐름과 단절되며 장소에서 기인하는 웅장함과 아우라가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우리는 장소의 의미가 디지털 작품과 직접 연결되어 ‘장소- 디지털-예술’이 결합한 독특한 유형의 디지털 아트를 목격한다.

특정 장소형의 다른 한 예로 가장 최근에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인 설화수가 메세나 활동(설화문화전)의 일환으로 진행된 공공예술 사업인 서울미디어아트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서울문화재단이 주관한 이 프로젝트에 선정된 이예승 작가는 2021년 1월 90초 분량의 미디어 작품 <정중동, 동중동>을 서울 강남구 코엑스아티움 외벽에 있는 초대형 미디어파사드(1, 620m2)를통해 공개하였다. 그리고 여기에 상호작용이 가능한 AR 기술을 융합하여 디지털 이미지의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였다[그림 2-3]. 한국 전통문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본 작품은 실제 박물관에 전시된 도자기 등의 이미지를 여러 그래픽 이미지와 조합하여 재구성하고 있다. 행인들은 미디어 파사드 형식의 작품을 감상하며 스크린이나 그 주변에 휴대전화를 비추어 인터렉티브한 형태의 증강현실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여기서 우리는 ‘스크린형 미디어 파사드’라는 21세기 새롭게 등장하는 디지털 매체의 응용과 ‘AR 기술 콘텐츠의 조합’ 이라는 새로운 형태의 멀티미디어 작품을 목격한다. 이와 더불어 큐브 형식의 초대형 디지털 스크린은 작가의 작업을 더욱 중압감 있고 현실감 있게 유도한다. 그 결과 코엑스 아티움의 초대형 스크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웅장함이 관람객들에게 전달되어 국립현대미술관의 <회색숨>과 유사하게 ‘장소’라는 특수성과 연결된 새로운 미학적 가치를 생산한다.

3. 불특정 장소형

만약, 뮤지엄용과 특정 장소형이 특정 공간을 방문하여 AR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작품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면, 불특정 장소형의 경우 휴대폰과 같은 간단한 장비만 있으면 작품이 인쇄된 이미지를 바탕으로 시공간을 초월한 작품 감상이 가능하다.

이러한 유형의 콘텐츠는 코로나-19 이전 AR을 응용한 동화책(예: <신나는 과학 그림책 바나나 로켓>, 웅진출판사, 2017; 카이사 하포넨 <꼬마 곰 무르>, 2017)이나 박물관(예: 2013년 로스앤젤레스 국립자연사박물관 100주년 기념 4종의 박물관 홍보지; 2018 국립경주박물관 교육프로그램 <경주어린이박물관학교>의 AR 활동지; 2017년 국립생태원의 AR 입장권)의 교육 또는 홍보 콘텐츠를 위해 사용되었다. 그 방법은 그림, 캐릭터 그리고 여러 형태의 이미지가 인쇄된 종이 인쇄물에 AR 콘텐츠를 접목하여 그것을 스마트폰을 통해 감상할 수 있게 유도하는 것이다.

보건 위기에 따른 비대면 문화가 활성화되고 있는 현재의 시점에서 미술 분야에 이러한 기술의 도입은 마치, 과거 백남준이 ‘TV’라는 시대적 아이콘을 미술 창작에 응용하여 미술 발전의 획기적 방향 전환을 시도한 것과 유사하다. 그것은 작품 창작에 있어 기술적 혁신의 측면보다는 동시대 과학, 기술 응용을 통한 미술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코로나-19 이후 불특정 장소형 비대면 전시의 대표적 사례는 오산시립미술관이 2020년 9월 29일부터 2021년 1월 10일까지 개최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미술>전으로 볼 수 있다. 본 기획은 새로운 전시 및 관람 방식을 제공하는 일종의 ‘대안적’ 전시[4]로서 오프라인을 대신하여 온라인 전시를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기획 단계부터 비대면에 초점을 맞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7]. 이 전시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작가 10명을 초청하여 미술관 갤러리에 작품을 소개하고 이 중에서 작가 조세랑, 이동연, 신창용, 김진우, 지용호에게 원작을 바탕으로 AR 기술을 이용한 비대면 콘텐츠 개발을 제안하였다. 그 결과로 개발된 디지털 작품은 평면 회화를 배경으로 움직이는 ‘평면형 증강현실’ 그리고 보건용 마스크에 작가의 작품 일부를 인쇄하고 여기에 AR 기술을 응용하여 여러 회화 작품을 디지털 릴레이 방식으로 소개하는 ‘응용형 증강현실’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앞서 언급한 두 가지 유형의 AR 콘텐츠가 소도록 형태의 일명 ‘AR 책자’[그림 3]로 제작되어 코로나-19로 미술관을 방문하지 못하는 많은 사람에게 우편물 형태로 발송되었다는 사실이다. 메일 아트 형식을 차용한 그 내용물은 참여 작가들이 미술관 그리고 기술자와 함께 개발한 18편의 디지털 작품을 수록하여 수신자가 모바일을 이용하여 전시를 관람하듯 지나가는(책자를 넘기는) 방식으로 감상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유형의 인쇄물은 과거 ‘뮤지엄’이라는 물리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전통적 의미의 전시와는 달리, 대량의 인쇄물을 통해 개발된 디지털 콘텐츠를 시공간을 초월하여 산발적으로 소개하는 특징을 드러낸다. 그렇다면 평면형, 응용형 증강현실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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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불특정 장소형 증강현실 전시/AR 책자

출처: 오산시립

3.1. 평면형

평면형은 평면 회화 또는 야외 조각을 바탕으로 AR 디지털 콘텐츠를 개발하고 AR 책자에 회화와 조각의 이미지를 인쇄하여 마커로 인식, 이를 통해 사람들이 디지털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술> 전시에서 작가 조세랑은 <파주 시리즈>(2017), <여러 가지 구슬_꼬리>(2019), 작가 김진우는 (2020), (2020), (2020), 작가 신창용은 <그린 랜턴>(2018), <우리가 이 도시를 만들었어요>(2019) 를 바탕으로 디지털 작품을 창작하여 AR 책자에 수록하였다. 그리고 작가 지용호는 <처용설화>에서 처용을 상징하는 용 형상의 조각을 제작하여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처용무>라는 제목으로 오산시립미술관 야외정원에 소개하였다. 그리고 처용이 3차원 이미지로 춤을 추는 디지털 콘텐츠를 휴대전화를 비춰 감상할 수 있게 하였다. 이와 더불어 야외 공간과 작가의 조각을 촬영한 이미지를 AR 책자에 수록하여 다른 작가들의 평면형 작품과 함께 감상할 수 있게 하였다.

앞서 언급한 여러 작품 중 작가 조세랑의 <여러 가지 구슬_꽃>만 살펴보면, [그림 4]와 같이 작품의 원작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하여 그림의 부분이 확대되고 작가가 디자인한 3D 용이 AR 책자 속에서 사운드와 함께 움직이며 지나가는 모습을 연출한다. 여기서 우리는 작가가 자신의 의도에 따라 작품 원작을 디지털화하고 이를 편집기술을 통해 움직임을 주거나 과장하여 사운드와 함께 디지털 이미지의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때 관람객은 단순히 작품의 복제물을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복제된 인쇄물을 매개로 하여 작가가 창작한 또 다른 유형의 디지털 아트를 경험하게 된다. 결국, 이 인쇄물은 평면 작품(원작)을 대신하고 있지만, 단순한 ‘복제’ 인쇄물이라기보다는 디지털작품의 배경 역할을 하는 일종의 예술적 장치이자 매개로 이해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평면형에서 선보이는 다양한 디지털 작품은 작가의 원작을 디지털 기술로 새롭게 해석하여 비대면 시대를 대표하는 새로운 창작 방향을 제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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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평면형 증강현실 콘텐츠

출처: 오산시립

3.2. 응용형

응용형은 증강현실을 응용한 내레이션과 애니메이션 효과에 주목하여 AR 기술이 미술관을 운영하는 주체로서 실제 전시 작품을 어떻게 새롭게 소개할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의 결과이다.

오산시립미술관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술>에서 2020년 키워드로 떠오른 위생 마스크 표면[그림5-2]에 작가 이동연의 작품 일부를 인쇄하고 음성과 웹툰 형식의 텍스트를 응용하여 작가의 여러 작품을 디지털 릴레이 방식으로 소개하는 일명 ‘디지털 큐레이팅’이라는 디지털 전시를 선보였다. 이를 위해 초대된 작가 이동연은 2000년대 이후 자신이 창작한 작품 (2018), [그림 5-1], <셀카유희>(2018), <혁명>(2018)을 출품하였다. 출품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얼굴은 마커 역할을 위해 부분적으로 편집되어 위생 마스크에 인쇄되었다. 이를 바탕으로 미술관 큐레이터는 작가의 작품을 설명하기 위해 시나리오와 대사를 작성하고, 이를 성우들의 육성을 통해 녹음하였다. 그리고 작가의 여러 작품을 디지털 기술로 편집하여 휴대전화를 통해 관람객들이 녹음된 음성, 웹툰 형식의 텍스트, 변화하는 디지털 이미지를 복합적으로 감상할 수 있게 하였다[그림 5-3]. 그리고 마스크와는 별개로 작가의 작품이 인쇄된 위생 마스크 전체를 촬영한 후 AR 책자에 수록하여 우편 발송을 통해 관람객이 개발된 여러 편의 디지털 콘텐츠를 시공간의 제약 없이 감상할 수 있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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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응용형 증강현실 콘텐츠

출처: 오산시립

본 콘텐츠에 대한 이해를 위해 의 예를 들어보자. 우편물 수령자가 마스크가 촬영된 인쇄물에 휴대전화를 교차하면, 이동연 작가 작품 원작에 등장하는 인물의 전체 모습이 스크린에 나타난다. 다음으로 이 인물이 스스로 ‘미술관 큐레이터’라고 소개한 후, 웹툰 형식의 말풍선과 성우에 의해 녹음된 시나리오에 따라 움직이며 이동연의 다른 3개의 작품(<착한남자>, 2018, <꽃길만 달려갈 당신>, 2018, <이상형 남자>, 2018)에 등장하는 여러 인물을 화면에 등장시킨다. 그리고 이 인물들은 전시기획자가 상호관계를 상상하여 작성한 계획된 시나리오에 따라 말하고 움직인다. 결과적으로 여기서 의도된 시나리오, 내레이션 그리고 디지털 편집과정은 미술관과 큐레이터의 역할을 창작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이처럼 오산시립미술관이 선보인 AR 콘텐츠와 이를 기반으로 한 디지털 전시는 작가에 의해 생산된 디지털작품과는 달리, 미술관 운영의 필요에 따라 작가의 기존 작품을 좀 더 다채로운 방식으로 해석·편집·가공하여 작가의 원작과는 다른 새로운 창작물을 제시한다. 여기서 원본-편집본 사이의 질적 차이는 무의미해지고 정보를 마치 일종의 놀이와 같이 가공, 왜곡, 편집하는 디지털 픽토리얼리즘의 면모를 드러낸다[15]. 그리고 완성된 디지털 콘텐츠는 우편을 통해 관람객과 소통하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걸맞은 비대면 문화의 모델을 제시한다.

IV. 결과 및 논의점

코로나-19 이후 세계의 수많은 뮤지엄은 단순한 동영상 촬영 또는 HMD 기기를 이용한 360도 동영상을 근간으로 한 가상현실 전시를 선보이며 보건 위기를 극복하고자 하는 다양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2020년 세계 여러 뮤지엄이 제공하는 VR 콘텐츠의 대부분이 기존 전시의 보조물로서 단순히 전시 현장을 촬영하여 디지털 화면으로 옮기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처럼 현실을 디지털 가상 공간으로 옮기려는 노력은 전시에 대한 정보 전달을 가능하게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작품을 관람하는 데에 따른 아우라와 현장감에 대한 경험을 배제한다. 그리고 HMD 기기를 기반으로 한 VR 콘텐츠의 경우 서비스 사용자 입장에서 디지털 멀미와 장비조작 문제를 야기한다. 이와 더불어 뮤지엄 입장에서 보급, 유지관리, 위생 문제가 대두될 수 있다.

AR의 경우 VR과 같이 일종의 디지털 멀티미디어로서 현실을 새롭게 소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VR과는 달리 서비스 사용에 있어 개인 보급률이 높은 모바일을 기반으로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어 장비운영 측면에서 볼 때 효과적이다. 그리고 AR 은 코로나-19 이후 눈에 띄게 활성화되었던 단순한 동영상 소개 방식이 아닌, 야외 공간, 역사적 장소 그리고 미디어 파사드와 같은 특정 공간과 결합하여 창작력을 기반으로 한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평가받을 수 있다. 그리고 우편 발송이 가능한 인쇄물을 통해 기성 작가들의 작품을 응용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콘텐츠를 제시함과 동시에 서비스 사용자와의 새로운 소통 방법을 모색한다.

앞서 언급한 AR 전시의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미술 분야에서 현재까지 휴대폰이나 태블릿과 같은 소형 모바일기기에 한정된다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AR 기술이 아무리 디지털 아트로서 하나의 예술창작물일지라도 ‘뮤지엄’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근본적으로 대체할 수 없다. 하지만 만약, 21세기 보건 위기가 전 세계적으로 반복될 수 있다면, 앞서 소개한 AR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작품 개발과 전시는 뮤지엄을 운영하는 측면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충분히 검토될 수 있다. 그리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미술이 현재 진행 중인 상황에서 향후 기술 발전에 따라 홀로그래피와 같은 새로운 형식의 AR 기술이 비대면 문화를 더욱 촉진 시킬 수 있으므로 향후 좀 더 발전된 증강현실에 대한 새로운 미학적, 시대적, 기술적 가치에 대해 논의가 가능할 것이다.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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